주말 여행을 다녀옵니다.
그러니 이번 주말에 글 업로드는 확실히 없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말은 일단 토요일은 안되고, 일요일에는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나는 이차원에 불타는 이단 옆차기

에피소드가 추가되거나 포함될 소재가 모이고는 있습니다만,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요-_-;;

분발하겠습니다(_ _);;


#청출어람(靑出於藍)

8화 중반이랑 후반 전개는 대충 가닥이 잡혔는데, 초반부를 어떻게 할까 고민중입니다.

완결까지 대충은 짜놓았다는건 대체 뭐였는가...=ㅁ=;


#백미(白眉)

스케쥴 관리 엑셀표랑 에피소드 텍스트를 체크해봐야겠네요.

옛날에 타입문넷 자창게에 썼던 날림 단편의 전개까지 가려면 열심히 써야할듯 하네요=_=;



그럼... 여행 잘 다녀오고 새글로 뵙겠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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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 1. 닛타 선생님의 상담 교실 - 닛타 하루코



서점의 『가정』코너.


어디보자...사춘기 아이를 다루는 법에 대한 책이 있으려나?


『여동생은 사춘기』?

...이게 왜 가정 코너에 있어?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 없어』?

...여기다 분류한 녀석 대체 누구야?


도움이 될만한 책은 안보이고 왜 이런것들만 보이는거야?

속으로 푸념을 늘어놓으며 코너를 돌았을 때, 낯익은 얼굴과 재회했다.


"료스케군?"


"어라? 하루코 선생님?"




(서점을 나와서 하루코 선생님과 대화)


하루코 선생님이 서점을 들른 이유는 책 자체는 아니었다.


"야미쨩을 찾고 있었어.

책을 좋아하니까 서점에서 만날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결국 야미와 만나는건 실패한 것 같았다.

그야 야미라고해도 언제나 서점에 있을리는 없지만.


"야미에게 볼일이 있었어요?"


"미캉에 대해 묻고 싶었거든."


"미캉요?"


"최근 학교에서 미캉의 모습이 이상해서..."

학교에서 멍하니 있거나 때때로 고민하는 미캉의 모습을 보고 선생님으로서 걱정스러웠다는 하루코 선생님.
하지만 사정을 물어도 미캉은 얼버무리며 넘겨버렸단다.

하루코 선생님에겐 그 일이 적잖이 충격이었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 학생들에게 믿음직하지 못한 선생님인걸까..."


"그럴리가요."


풀죽은 하루코 선생님을 당황하며 위로했다.


아무튼...그 때의 충격을 추스리곤 미캉이 고민하는 이유를 찾아서 학교를 마친 후 야미를 찾아 나선것이란다.


"저번에 야미짱이 미캉과 사이가 좋은것 같아서, 야미짱을 만나면 미캉의 고민의 이유를 알 수 있을것 같았어."


확실히...어제 카페에서 미캉이 야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했었지.

그러니 하루코 선생님의 판단은 확실히 옳았다.

운이 나빠 야미를 만나지 못했다는게 아쉬울 따름이다.


...풀이 죽은 하루코 선생님을 격려할 겸 지금 내가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한 상담을 부탁드려 볼까?




내 고민 상담 부탁에 하루코 선생님은 놀란듯 했지만 기쁘게 승낙했다.


"어머...기쁘네.
나, 료스케군을 만났을 땐 볼썽 사나운 모습만 보였으니까."


"하루코 선생님이라면 의지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니까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하며 말을 골랐다.
하루코 선생님이 알고 있는 상대도 아니고, 굳이 이름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


"...이건 친구 여동생 이야기인데요."

"...아, 응."


순간 하루코 선생님이 미묘한 얼굴을 했지만 곧 표정을 풀었다.


"평소에는...귀엽고 활달하고 놀기 좋아하는 말괄량이에요.

그래서 이따금 이런저런 떼를 써도 그저 마냥 귀여웠는데...

그런데..."


이어질 말을 생각하곤 말문이 막혔다.

내 침묵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하루코 선생님을 보고 마른 침을 삼켰다.


"그게...그러니까..."


어떻게든 말을 골라보려고 했지만,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체념섞인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 아이가...남성의 옷 냄새를 맡는 장면을 봐버렸을 땐,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요?"

"...에......"

하루코 선생님의 얼굴에 곤혹스러움이 드러났다.


"아, 미, 미안. 상담하는 중이었지."


하루코 선생님이 표정을 추스리고선 되물었다.


"혹시 그 아이의 나이가 어떻게 되니?"

"...이제 갓 중학교 들어갈 정도예요."

"사춘기를 겪을 나이구나."

하루코 쓴웃음.


"나도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을 맡고 있으니까.

6학년들 중에는 미캉처럼 조숙한 아이들도 봐왔고.

그보다 훨씬 더 일찍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도 있었어."


하루코 선생님의 시선이 상냥해졌다.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을 상대할 때는 당황스러운 일들이 많을거야.

우리가 생각하기에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도 섬세하게 반응하니까 대하는 입장으로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워지거든."


말한 뒤 하루코 선생님이 당황함.


"...아! 료스케군도 아직 고등학생이었지?"


"전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지금은 그 아이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조언을 구하고 있는거니까요."


내 말에 하루코 선생님은 안심한듯 말을 이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여자아이들 중에는 이따금 오빠의 존재를 강하게 의식하는 아이들도 보인단다.

오빠라는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비슷한 나이대의 이성(異性)이니까.

아무튼, 료스케군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겪어서 큰일이었겠지만...

그 나이대 여자애들은 섬세하니, 그 상황으로 인해서 도리어 자신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단다.

사춘기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지는 시기니까...어쩌면 지금쯤, 충동적으로 그런 행동을 한걸 후회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 될수 있으면 다정하게 접해 주었으면 해."


하루코 선생님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함.




(상담을 마치고 헤어짐)


"힘내. 료스케군은 좋은 오빠가 될 수 있을거라고 믿으니까."


"하하, 네."


내 등을 탁 치곤 웃는 하루코 선생님의 얼굴에 무심코 마주 웃음을 흘렸다.

다만, 나나는 내 여동생이 아니지만.





# Part 2. 차양 아래서 - 나나


하루코 누나와 헤어진 후, 걷는다.

나나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걷다보니, 지난주에 나나와 함께 걸었던 길들을 되짚으며 걸음.

곰인형을 샀던 상점가를 지나, 여동생 카페를 지나쳐, 모텔 거리에 도착한다.

모텔 맞은편 건물의 차양 아래에 서서 잠시 생각에 잠김.


...어째서 나는 하필이면 이런 곳에서 멍청히 서있는걸까.


기억을 더듬은 끝에 도착한게 순수함의 파편도 없는 모텔 앞이라니.


...하지만...

나나에 이끌려 비를 피해 모텔로 뛰었을 적이나,

화해의 표시로 곰인형을 안아들고서 나나와 함께 차양 밑으로 되돌아 왔을 적 기억은, 솔직히 즐거웠어.



차양 아래에서 물끄러미 맞은편 모텔을 바라보고 있을 때.
작게 들린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낯익은 곰 인형을 품에 안은채, 중학교 교복을 입은 나나가 그 때와 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환청에, 환각인가.

나도 중증이로군.


환각이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째서 네가 여기에 있어?"


"...어쩐지 모르게."

"...그래."


침묵한채로 마주하고 있길 잠시.
나나에게 같은 물음을 던졌다.

솔직히, 이 장소에서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


"나나 너는?"


"...별로. 어쩐지 모르게."

"...그런가."


곰인형을 안은 나나의 팔에 힘이 들어간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가만히 서있길 잠시.
나나에게 차양 아래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여름이니까 덥잖아."

"...응."

나나는 생각보다 얌전히 차양 아래로 들어왔다.

어깨를 맞대고 나란히 섰다.

나나가 입은 교복이 조금 땀에 젖어 있었다.
건네준 손수건을 나나는 당황하며 받아 들었다.

"고마워."

"천만에."

"나중에 씻어서 돌려줄께."

기특하네.


땀을 닦는 나나를 힐끗 곁눈질했다.
중학교 교복 차림의 나나는 여전히 이색적이었다.
확실히 나이로 치자면 중학생 뻘이 맞지만 말이다.
내 시선에 나나가 땀을 닦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뭐야?"

"그 교복 마음에 들었어?"

"잘 몰라. 그래도 학교에 갈 땐 입어야 하니까."

"잘 어울려 보이는데."

"엣, 그래?"

나나는 머뭇거리다 입을 연다.

"...저기..."

"응?"

"...아냐."

얼버무리는 나나의 모습에 문득 하루코 선생님 생각이 났다.

미캉을 대하던 하루코 선생님도 지금 같은 기분이었을까?

(중략)


(집으로 되돌아 가는 길)


물끄러미 나나를 보다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니까아~ 뭐야?"

"그냥...여동생이 생기면 이런 기분일까 싶어서."

"...뭐야 그거..."



"아이 취급하지마."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제 모모가 카페에서 장난삼아 말한걸 신경쓰고 있는건진 모르겠지만.
별로, 난 너를 오빠라고 생각한 적 없으니까."

"그거 아쉽네.
여동생 컨셉으로 계속 나왔더라면, 귀여운 여동생이 생겼다고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그러니까 이상한 말 하지 말라니까.
네가 오빠면 널 뭐라고 불러야 해?"

"그냥 지금처럼 불러도 되잖아?
미캉도 유우키를 이름으로 부르니까."

"그런가?
...뭐, 편해서 좋네 그건."

(나나가 화제를 바꿨다.)


"카페하니까 생각난건데.

너 미오가 일하는 카페에 자주 가지?

의상이 예뻐서 자주 가는거야? 아니면 그런 복장이 취향?"

"취향까진 아닌데."

"그럼 역시 알몸 와이셔츠?"

"야...너 그거 어디서 들었어?"

"하! 남들도 다 알 정도의 취향인가보네."

"취향이 아니거든?"

"거짓말."

믿지 않는 나나를 설득하려다가 포기했다.

"저기 말이지...
하아, 됐어. 믿지 않아도."

"변태."

"네에. 나는 알몸 와이셔츠를 좋아하는 변태입니다."

"정색하지마."

"그럼 나더라 어쩌란 말야..."

낙담하는 내게 나나가 다시 말을 건넸다.

"...저기, 료스케."

"좀 봐달라고...이번엔 뭐야?"

또냐는 얼굴로 울상을 짓는 내게 나나가 물었다.

"...료스케는 여동생이 좋은거지?"

"그래."

"...그렇다면..."


나나는 자신의 가슴에 손바닥을 얹었다.

"료스케는, 이런 차림을 좋아해...?"

"......"




나나는 타닥이는 발걸음 소리를 내며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버렸다.





=================================


대충 분량 적어보고 한편 분량(15kb)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51화로 예정해둔 내용을 붙여넣을듯 합니다.


이번 주말에 올릴 수 있겠거니 싶었는데 초안만 올리고 마는군요=x=;

다음주말은 일단 여행이 잡혀 있어서 무리이고;

9월 중에는 완성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터틀러님께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코믹GT에서 아스트랄로님의 웹소설에 삽화가로 데뷔하시게 되셨습니다.

(아스트랄로님의 게시글 상으로는 9~10월 연재 예정이네요.)


▶게시글 링크는 여기◀



아스트랄로님의 '스틸스틸(IS 팬픽)' 축전을 통해 쌓은 인연이 이렇게 풀리게 되었다니 놀랍더군요!+ㅁ+b


터틀러님 데뷔 축하드리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닷~!(>_<)b


(사실은 오늘 50화 업로드 하면서 축하드리려 했는데 완성이 무리였어요...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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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자리에 앉아 어제 일을 곰곰히 떠올려 보았다.

벗어둔 내 옷을 집어들고 있던 나나와 욕실 앞에서 마주 쳤을 때.

그 때의 거북한 상황은 다행히 서로 낯을 붉히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지만...
문제는 그 다음.

씻은 뒤 욕실을 나와 내방으로 가던 중,
빨래 바구니를 끌어안은채 잰걸음으로 내 방으로부터 나오던 나나.
나나를 지나쳐 보내고, 방에 돌아온 내 눈앞에 보인 것들.

반쯤 열린 채로 방치된 옷장과 어수선해진 침대.

...빨래를 한다더니만 오히려 잔뜩 어지럽혀놨잖아!

남의 옷을 냄새 맡을 듯 얼굴을 가져다 대질 않나,
남의 옷장을 열어제끼질 않나,
보아하니 침대에도 올라간 모양이고.

대체 이게 뭔 일이야 정말...

만약 누군가가 어제 있었던 나나의 이상한 행동들을 과거의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면, 난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콧방귀를 뀌었을거다.
속옷 도둑 사건 때 나더러 변태 운운 하면서 달려들던 그 녀석이?
지금의 나조차도 어제 일은 더위를 먹은 탓에 내가 허깨비를 본건 아닌지 고민중이니까.

하지만 지난주에 모텔에서 벌어진 해프닝도 그렇고, 이번 일도 혹시나 사춘기 호기심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납득하지 못할 것도 없다.

납득한다면 그거대로 새로운 문제가 생기지만.
요컨데, 만약 정말로 나나가 사춘기로 방황중인거라면, 어떤식으로 나나와 접하면 좋을까냐 하는거다.
어제와 같은 일들이 앞으로도 일어난다면, 언제까지고 모른척하며 지낼순 없잖은가?

톡톡-

"응?"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고개를 들었다.

"룬?"

"왜 그런 궁상맞은 얼굴로 있는거야?"

"아니, 조금 생각할게 있어서."

"뭔데 그래?"

"......"

그러고보면 룬도 렌이랑 같이 사는거였지.
한몸이니까 정확히는 다르지만, 이성이랑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는건 의외로 신경써야 할 점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뭘 그렇게 쳐다봐?"

"그냥, 너도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엣? 무슨 말이야?"

"일상에서 너랑 렌이 교대로 생활해 왔다면 신경써야 할 점이 많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
갑자기 재채기로 몸이 바뀌면 옷차림 때문에라도 큰일이지?"

"재채기로 몸이 바뀌게 된건 지구 환경 탓에 그렇게 된거야.
원래라면 고작 재채기 정도 몸이 바뀌진 않으니까.
...그런데 생각하고 있던게 그거야?"

"뭐어, 대충 비슷한거려나."

"응큼하기는."

"야, 응큼하다니 뭐가?"

"너 설마 재채기 탓에 남학생 교복을 입 내 모습을 망상하면서 히죽거린거 아냐?"

"아니라고. 날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그냥 뭐랄까, 몸이 바뀌어나 하면..."

"하면?"

"그...옷에 배인 냄새라든지 신경쓰이지 않아?"

"......?"

내 말을 이해 못한듯 고개를 갸우뚱하던 룬은 잠시 후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선 주먹을 치켜들었다.

"이, 이게! 이게!"

"아얏!? 아, 아파!"

"시끄러워 이 변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주먹으로 머리를 꾹꾹 눌러져선 아파하는 날 아랑곳하지 않고는 룬은 실컷 분풀이를 해댔다.

"너말야,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냐?"

"머리라면 지금 실시간으로 주먹에 뭉개지고 있습니다만!?"

"렌이 입었던 옷을 입는거야 어쩔수 없잖아!
그건 어디까지나 돌발상황이고, 내가 어떻게 할 순 없는거라구!"

"그렇게 말해놓고는 넌 렌의 의사는 아랑곳 없이 재채기용 후추를 들고 다니잖아?"

"변태 교장 같은거한테 쫓기거나 밤길 걸어야 할 땐 렌이 필요하단 말야!"

"아팟!? 내가 잘못했으니까 이 이상 머리를 눌러대는건 그만해!
내 멋진 올백이 흐트러진다구! 팬은 소중히!"

"이럴때만 팬 운운하지마 이 사이비 팬아!"

룬의 닥달에 시달리는 와중에 누군가 도와주길 바랬지만, 현실은 비정하다.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

...아니, 손길이 없달까, 지금 교실 너무 한산하지 않아?
왜 이렇게 교실이 텅 비었어?

"으, 윽! 룬? 교실에 사람이 없는데, 무슨 일 있었어?"

"하...? 이제 알아챈거야 바보 수염?
얼마나 정신이 딴데 가있었던거야?"

어처구니 없다는 듯 룬이 머리를 눌러대던 손을 치우곤 창을 가리켰다.

"알고 싶으면 창밖을 보면 되잖아."

"와아- 하늘이 참 파래-"

"멍청아. 하늘 말고 운동장 쪽을 보라고."

여름철의 깨끗한 하늘에 엉뚱한 감탄을 터뜨리는 내게 룬이 핀잔과 함께 내 등짝을 쳤다.



창밖으로 보이는 운동장에는 익숙한 쌍둥이 자매가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어라~?"

나나랑 모모잖아?

"라라네 동생들. 이번엔 함께 왔더라구."

그러보고면 둘이서 함께 학교에 온건 처음이었나?
나나는 지난주에 왔었고, 모모는 월요일에 왔었지.
나나는 저번에 입었던 중학교 교복을 입은 상태였고, 모모는 원피스 차림이었다.

"...그러고보면 저 애들, 네 집에서 살고 있다고 했지?"

"응."

"흐응..."

미소녀 자매 나나와 모모의 모습을 구경하러 학생들로 떠들썩한 운동장의 풍경에 룬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나저나 쟤내들이 뭐라고 저렇게 우르르 몰려든거야?"

"「그 라라」의 여동생이니까 어떤 아이들일지 궁금했던게 아닐까?"

"「그 라라」라니 무슨 의미야?"

"라라는 전교에서도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하니까, 여동생들도 미인이 아닐까 궁금했던걸테지.
1학년 때 라라가 처음 우리 학교에 왔을 땐, 예쁘다면서 전교 남학생들이 졸졸 쫓아다닐 정도였거든."

"...너도?"

"응? 아니. 그때 난 교실에 적응하는데도 바빠서 그런데 신경쓰고 싶진 않았어."

그 때 라라를 쫓아다니던 남학생 무리는, 결국엔 질투에 미쳐서 리토를 잡아먹을듯 쫓아가는 촌극을 빚어버렸으니,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안따라가길 정말 잘했다 싶었다.
여자애랑 사이가 좋다는 이유로 남학생을 질투해서 죽어라 쫓아다니는 걸 하고 싶진 않으니까.

"헤에...별일이네."

"뭐야. 1학년때 난 비교적 얌전했다구?"

"글쎄 어떨까? 너랑 알게된건 올여름부터였으니까 그렇게 말해도 믿음이 가질 않는걸?"

"어라?"

"왜 놀라는거야 수염?"

"그게...만난 시간이 그렇게 짧았었나 싶어서 좀 놀랐어.
훨씬 길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음,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짧은건 아니었지.
여름-가을-여름이 지나는 동안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룬과 제대로 알게 되고서 3 계절을 함께 보낸거니까.
어째서 가을 다음 계절로 여름이 왔는지는 신경써선 안된다.
이건 이변도 뭣도 아니고 원래 여긴 그런 동네니까.

"...뭐어, 나도 1학년 때보단 지금이 더 길게 느껴지니까."

내 말에 조심스레 동의하는 룬에게 반색하며 맞장구쳤다.

"그치? 역시 친구가 늘어서 그런거려나?"

"설마 그 친구 목록에 나도 있는건 아니지?"

"엣? 아니야?"

"아니거든."

"너, 너무해! 적어도 절친만이라도...!"

"까다로워! 그리고 요구조건이 더 올랐잖아!"




여름철 햇살에 언제까지고 밖에서 있을순 없었는지 나나와 모모, 그리고 학생들이 교내로 돌아왔다.

"귀여우니까 OK!"

나나와 모모의 견학을 흔쾌히 허가해준 교장 선생님의 발언은 평소대로 욕망에 충실했다.
미인 자매를 보러 이리저리 몰려드는 남학생 무리들로 쉬는시간마다 꽤나 복도가 소란스러운 것 또한 평소대로였다.

둘은 학교 이곳 저곳을 돌며 주변 학생들에게 학교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며 바쁘게 보내는 것 같았다.
쉬는 시간에는 동생들을 보러 라라나 다른 친구들이 자리를 떠서 교실이 평소보다 한적했다.


점심시간.
화장실을 다녀오는 와중에도 견학온 여자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들리는걸 보면, 둘의 방문은 학생들에게 꽤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나보다.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나로서도 그 둘이 어떻게 학교 구경을 즐기고 있을지 궁금했기에, 둘의 모습을 살필겸 발길을 옮겼다.

둘을 찾아 걷길 잠시, 저만치 복도 끝에서 모모와 룬의 목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뭔가 마음이 맞는 점이 있었는지 모모와 얘기하는 룬의 목소리는 살가워 보였다.

"역시 리토군은 우주에서 제일 멋지니까~!"

"어머? 리토씨에 대한 평가가 후하시네요.
그렇게 멋진 분이신가요?"

"물론이지. 리토군이 얼마나 멋지고 다정한데.
리토군은 언제나 교실의 언제나 교실의 화병에 물을 갈아주고 있을 만큼 식물을 아끼니까.
그런 모습이 정말 멋져~!"

"어머~ 그건 정말 친절하고 상냥한 마음씨네요.
식물을 아낀다고 들었는데 정말이었군요."

저번에 내가 말해줬던 리토의 장점을 써먹는거냐.
모모에게 리토의 좋은 면을 어필하는데는 최적의 이야깃거리라는데는 동의한다만.

방금전 이야기가 제법 모모의 관심을 끌었는지 모모는 반색하며 룬의 이야기에 몰입한것 같았다.
리토와 식물을 화제로 둘이 한창 이야기 꽃을 피우던 와중 나나가 조심스레 끼어들었다.

"저기, 그럼 료스케는 어떤 녀석이야?"

"수여...아키츠군?"

'아키츠군?' 내숭떠는거냐 너...

"응. 같이 살고 있으니까, 어떤 녀석인지 알아두는게 좋을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거든."

나나의 물음에 룬은 잠시 생각하는듯 침묵했다.
나로서도 룬의 평가는 신경이 쓰였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나쁜 말은 하지 않을테니, 따로 지낼 곳을 알아보는 편이 낫지 않아?"



그 뒤로 몇몇 대화가 이어졌지만 딱히 언급할건 없었다.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 시들어버린, 진열대 위에 팔리지 않고 방치된 야채들마냥,
신선함은 떨어졌음에도 유통기한 없이 떠도는 소문들이었으니까.

나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여전히 시들지 않은 흥미를 불러일으켜 준다면, 유통기한은 아직 끝나지 않은거겠지.

- 기한을 정한다면 만년으로 하겠소.

중경삼림에 나오는 대사는 필요 없어.
악명같은건 그냥 10년만 유지해주면 충분하다구.

그나마 룬 본인이 당했던 일에 대한건 새어나오는 악평들 중에 없었다는게 다행이었달까.



나나와 모모가 자리를 떠나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복도 끝에서 룬이 나왔다.

"...수염...?"

"여어."




당황한건지 눈에 띄게 창백해진 얼굴로 룬이 더듬더듬 말문을 열었다.

"어, 언제부터 있었어?"

"유우키의 자랑을 할 때부터일까?
그래도 남이 해준 말을 그대로 읊는건 성의가 없잖냐."

"......"

화병 물갈이 말고도 리토의 다른 좋은 면도 찾아보면 있었을거 아냐.
내 핀잔에 룬은 입을 다물었다.

"...화났어?"

"응. 화났어."

움찔하고 몸을 떠는 룬의 앞에서 한탄하며 얼굴을 감싸쥐었다.

"정말이지...안그래도 복잡한 기분인데, 집에 돌아가면 무슨 낯으로 저녀석들을 보란거야..."

이건 나나의 사춘기로 인한 거북함이고 나발이고, 집에 돌아갔을 때 기피되지나 않을지부터가 걱정이다.
트러블 퀘스트 때 수집했던 소문들을 생각해보면 이제와서 거기까지 내 소문에 신경을 쓸까 싶지만, 지인을 통해서 얘기를 듣는건 또다른 문제니까.

"...그것뿐?"

"응?"

"나에 대해서는? 생각하는게 아무것도 없어?"

...즉, 룬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건가?
방금전 네 걱정은 나나랑 모모에 대한 것일 뿐이지, 룬의 행동에 대한 내 감정이 아니니까.

그야 생각하는게 아무것도 없다는건 거짓말이지.
나에 대한 평가가 궁금해서 엿들어버린 나도 잘못이지만,
룬에게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다면, 그건 룬과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다는거니까.
내가 절친 운운하며 룬에게 달라붙던 행동들이 다 무색하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섭섭하기도 하고 실망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의아했다고 하는게 맞겠네.
내가 생각하던 네 모습과는 달랐으니까."

"...네가 생각하는 내가 대체 뭔데?"

방금전까지 험담 들켜서 벌벌떨던 것치고는 갑자기 세게 나오는것 아닙니까 룬씨?

"내 험담을 할거였다면, 너라면 나랑 함께 있을 때 당차게 정면에서 깎아내릴거라 생각했거든.
그러면 난 거기에 반박하고, 너는 그걸 또 되받아치는 교환을 하면서 말야."

사키 선배를 부추겨서 라라를 골탕먹이려던 룬의 모습만 알던 예전의 나였다면, 방금처럼 뒤에서 내 험담을 하는 룬의 모습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을테지만.
티격태격하는 지금에 와서는 룬이 내 험담을 일부러 뒤에서 할 거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았으니까.

룬의 몸이 작게 떨렸다.

"읏, 나도...! 네가 눈 앞에 있었다면 훨씬 더 혹평했을거야!
이런 꼴사나운 모습을 들킬줄은 나도 몰랐다구!"

"응. 정말 꼴사나웠지 방금전 너는. 풋-"

"!? 이...!"

빡!

"아얏!?"

수치심으로 새빨개진 룬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였다.

"야! 이건 적반하장이잖아!
화내고 싶은건 나라구!"

"시끄러!
꼴사납다고 하지마!"

"난 네 말에 동의한것 뿐이거든!?"




룬과 아웅다웅 하는게 끝난 뒤.
한적한 곳에서 진정 할겸 복도를 벗어나 차양이 있는 야외로 이동했다.
운동장 한켠에는 남학생들과 얘기하는 모모의 모습이 보였다.
나나는 따로 떨어졌는지 모모 혼자만 남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보통이라면 당황할 법도 한데 모모는 그런 상황이 낯설진 않은지 다소곳하게 웃음지으며 둘러싼 남자들에게 대응하고 있었다.

혹시나 모모가 지금 상황을 부담스러한다면 도와주려고 지켜보는데 곁에 있던 룬이 탐탁잖다는듯 말했다.

"저거 내숭이네."

"그런게 보여?"

"딱 보면 알잖아? 일부러 얌전한 척 하는걸로 보이는데."

"응. 너랑 비슷하네"

"뭐라고?"

"아뇨. 아무것도."

방금전 살갑게 얘기를 나누던 것 치고는 룬은 모모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진 않은가보다.
한참 모모를 지켜보던 룬이 혀를 찼다.

"칫- 내가 처음 학교에 왔을 때도 저정도는 아니었는데."

설마 인기 때문에 신경쓰이는건가?

"초인기 아이돌인 나를 두고서 뭐야 정말."

"응응. 은하 미소녀 슈퍼 아이돌 룬쨩이 여기 있는데 말이지."

"비꼬지마 수염."

"비꼰거 아닌데.
기왕이면 좋게 생각해. 자연스레 네가 학교에 받아들여졌다는거 아냐?
일상에서 마저 호들갑스럽게 학생들에게 반겨지면 그건 그것대로 피곤하잖아?"

"...하긴. 학교에까지 팬클럽이 몰려오거나 하지 않는건 다행이지만."

수긍하면서도 룬은 모모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남자애들은 대체 언제까지 둘러싸고 있을거람?"

"뭐어, 남학생들도 소문의 미인 자매의 모습에 들떠있는게 아닐까?"

"...미인이라...
그러네. 데빌루크 왕비의 딸이니 당연할지도."

"응? 라라의 어머니께서도 미인이신가봐?"

"미인이라는 말 정도로 끝날게 아냐.
데빌루크 왕의 아내분은 은하 제일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고 하니까.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그 아름다움을 숨기기 위해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닌데.
그래서 직접 그 분의 얼굴을 본 사람은 거의 없을걸?"

얼굴을 직접 본 사람이 거의 없는데 은하 제일의 아름다움? 그건 또 뭔 말도 안되는 소리야?
지나치게 아름답다는건 또 뭐야? 악마의 열매마냥 눈에서 매료매료 세뇌빔이라도 나가는건가?

그리고 『면사포』?

...응. 적어도 한가지는 확실히 알거 같네.
해프닝이 넘치는 이 곳에서 면사포라는 것은 『가리기 위한 물건』이 아니라 『벗기기 위한 물건』일 테니까.
무대 위의 총이 결국엔 발사되듯, 면사포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면 결국엔 한번은 벗겨질 운명일테지.
벗겨지는게 부디 면사포만으로 끝나길 바라는 부질 없는 기원을 담아, 아직 뵙지 못한 라라의 어머니께서 마음 속으로 위로를 전하기로 했다.

그와는 별개로 룬이 말하고 싶었던 바는 이해했다.
간단히 말해서, 그런 예쁜 왕비님의 딸이니까 라라 자매가 예쁘단거로군.

"즉, 라라네 어머니는 미인이시라는거지?"

"미인이라는 정도가 아냐.
인정하긴 싫지만 은하 제일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사람이라구.
거기다 매료 능력을 타고 난 챰(charm) 종족이라서 이종족조차 매료시킨다니까?"

"헤에..."

마치 서큐버스 같은 종족이네.
데빌루크와 이어지는 만큼?

"...반응치곤 약하네.
너니까 은하 제일의 미인 얘길 들으면 홀라당 넘어갈 줄 알았는데."

"글쎄, 그렇게 말해도 그다지 와닿지 않는달까.
무엇보다도 네가 그 사람보다 못하다곤 생각되지 않는데."

"에?"

거기다 어차피 내 눈엔 라라나 다른 여자애들이나 다들 예쁘긴 매한가지고.

"왜 거기서 날 끌어들여서 얘기하는거야?"

"어쩐지 주눅든거 같아서."

"...주눅들거나 하지 않았거든?"

"그래? 그럼 내가 잘못 봤나보네. 미안."

"뭐야 무책임하게..."

어깨를 으쓱이는 내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룬은 작게 웅얼거리곤 입을 다물었다.

우리가 햇볕을 피하고 있는 차양 아래에선 더이상 모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또 어딘가로 이동한거겠지.
견학 때부터 남학생들을 몰고다니는걸보면 그런 면은 라라를 닮았다고 해야할지.
그래도 모모의 성향은 라라와는 다른데, 다소곳한 점이 남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걸까?

"...저기,"

"응?"

모모가 떠난 공터를 보다가 룬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방금전 말은 진심?"

"방금전?"

"그러니까, 네 아부성 발언 말야."

라라의 어머니에게 룬이 못할것 없다는 발언 말이로군.

"아부는 아니었는데."

"...입발린 소리라면 관둬.
너는 왕비님을 본적이 없으니까 그런 소릴 하는거야."

주눅든거 맞았잖아.
자기가 말해놓고선 의기소침해지는 룬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에 대해선 알고 있으니 그걸로 충분해."

"...험담은 정면에서 할 것 같다는거?"

"당당하고,
노래를 좋아하고,
너의 팬들을 좋아하고,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걷고 있다는거.

나는 그런 네 모습을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아이돌을 응원하는건 팬의 역할이지.
자신이 선택한 길에 매진하는 룬의 모습은 정말로 빛나보이니까.

"그러니까, 힘내라 미소녀 슈퍼 아이돌.
사람들을 매료시키는건 아이돌의 특기잖아."

"...여자 목덜미를 물어뜯는건 네 특기고 말이지."

"굳이 여기서 그런 대사 해야겠어!?"

부탁이니까 내가 아무때나 남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마냥 말하진 말아주지 않겠습니까?

"뭐, 괜찮긴 했지만 저번의 부끄러운 연기에 비해선 참신함이 부족했달까."

"꼬시려고 한 말이 아니거든!?"

격려해주려 했더니 참신함을 요구받았다.
불합리하다...

"그리고 참신함 운운으로 따지자면 너부터 칭찬이든 험담이든 참신하게 해야하지 않겠어?
그냥 들은걸 따라 읊는건 진심도 안 느껴지고 식상하잖냐."

"그렇게 하나하나 찾아볼만큼 난 한가하지 않거든?
아이돌 활동하면서도 짬짬이 학교에 오는 날 오히려 대견하다고 칭찬해야하는거 아냐?"

"와아- 대단해- "

"건성으로 말하지마.
애초에 수염 네가 말하는 참신한 얘기라는건 어떤건데? 어휘?"

설마하니 『멋져, 용감해, 상냥해』라는 말에 코웃음 쳤던걸 아직도 신경쓰고 있었냐?
리토를 표현하는 말임에는 틀림이 없겠지만, 기왕이면 생동감이 뒷받침되면 좋겠지.

"음...역시 경험담이 제격 아닐까?"

내 의견에 룬이 눈살을 찌푸렸다.

"...너랑 있었던 일을 얘기하라고?"

"응?"

뭔가 오해하고 있는거 아냐?
내 험담에 생동감을 더할 필요는 없어.
나는 험담에 참신함을 바랄 만큼 과격하지 않고,
애초에 내가 참신함을 부탁하고 싶은건 칭찬할 때의 얘기들이거든?

불쾌한 표정을 짓던 룬은 잠시후 태도를 바꿔 미소지었다.
장담컨데 눈으로는 결코 웃고 있지 않았다.

"즉, 수염 너는 탑 아이돌인 나더러, 너랑 있었던 참신하기 그지없는 스캔들 재료를 이리저리 떠들고 다니길 바라는거야?"

"엣? 그게 그렇게 되나?"

그러고보면 아이돌인 룬의 입장으로는 경험담 같은걸 함부로 입에 담진 못하겠구나.
내 쪽에서 생각이 짧았다 싶어 사과하려 했을 때, 노골적으로 심술궂은 미소를 지으며 룬이 턱을 치켜들었다.

"스캔들의 뒷감당을 할 각오가 있다면 얼마든지 떠들어줘도 좋지만?"

이건 숫제 협박이구먼.
자폭이란게 빤히 보이는 공갈을 치는게 귀엽지만.
하지만...

"잠깐, 왜 말이 없어?"

"...각오라..."

「제가 잘못했사옵니다 룬님」따위의 대사는 속으로 삼키곤, 눈을 깜빡이는 룬을 무시하고 곰곰히 상상해보았다.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악평과 함께 얻게되는 인지도.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만...

한순간, 정말로 한순간이지만, 그 선택도 나쁘진 않을까 생각해버렸다.

양아치 같은 차림새. 수염과 장신구들.
4년을 넘게 참아온 기다림을, 어쩌면 한순간에 끝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유혹.
그 뒤는 가시밭 길임을 아는데도 끌리게 만드는 장난스러운 제의.

...하지만...

"아아, 제기랄...고민하게 만들기는..."

제법 끙끙댄 시간이 길었던 탓인지,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딴청을 피우고 있던 룬이 내 혼잣말에 반응했다.

"...뭐야. 할 말이 있으면 똑바로 하면 되잖아."

그러는 너야말로 얘기할 땐 시선을 맞춰야 하는거 아냐.
고개를 돌려 외면한채 서있는 룬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미안. 역시 스캔들 같은건 안되겠다.
네 아이돌로서의 꿈에 훼방을 놓고 싶진 않으니까."

"...말은 잘하네.
어차피 전국의 남자 팬들의 적이 되버리는게 무서운거였으면서, 뭘 그렇게 아쉬운척 하고 있는거야?
쓸데없이 의미심장하게 뜸이나 들이고. 수염 주제에."

뾰족하니 날이 선 룬의 일침이 따가웠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방금전까지 너를 응원하고 있었으니까, 원래라면 네 질문에 고민할 것도, 아쉬운 티를 낼 것도 없었는데 말야."

"...수염 네가 그렇게 맥없이 수긍하면 내쪽이 이상한 것 같거든?"

내가 순순히 동의한게 껄끄러웠는지 룬은 반응이 곤란한듯 푸념을 흘리다 지나가듯 물었다.

"대체 뭐가 아쉬웠길래 그래?"

"......"

머뭇거리다가 룬의 재촉하는 눈짓에 입을 우물거렸다.

"...일단 말해두지만, 팬으로서 아이돌인 네 꿈을 응원하고 싶다는건 사실이니까."

"군말은 됐어."

"......정말로, 정말로 조금이지만...
욕심을 부린다면, 다른 대답을 하고 싶었어."

"......"

룬은 잠시 침묵하더니 입꼬리가 올라갔다.

"...에에, 꿈도 야무지네."

"하핫. 엄하잖냐.
그렇잖아도 입밖으로 낸걸 후회하고 있는 중이거든?"

내가 아무리 지금의 불량스런 차림을 그만두는 것을 원한다지만, 친한 사람의 장래를 망쳐서까지 손에 넣길 바라진 않는다.
비교할 필요가 없는 가치를 갖고 고민했다는걸 입밖으로 꺼낸것 자체가 파렴치한 상황이라구.
부끄러움을 숨기려한 탓에 되려 퉁명스런 어조가 된 채로 팔랑팔랑 손을 내저었다.

"...뭐, 아깐 나도 뭔가에 홀렸나보지.
그러니까 방금 말은 잊어버려.
너도 알겠지만 나랑 얽혀봤자 좋은 소문 따윈 안나니까."

"......잘난척 하지마."

"응?"

"뭘 멋대로 아쉬운 소릴 한 주제에 남에게 잊으라마라 하는거야?"

어안이 벙벙한채 서있는 날 보곤 한껏 짜증이 배인 얼굴이 된 룬이 인상을 찌푸렸다.

"잘들어.
날 위해서 뭔가 대단한 헌신을 한 것인양 말하는게 꼴보기 싫어서 굳이 말해주는거니까!"

"어, 응..."

"너랑 있었던..."

기세에 밀려 수긍한 내게 신경질적으로 말을 내뱉던 룬이 말을 삼켰다.

"...너한테 당한 일 같은거, 내가 남에게 말할리 없잖아, 멍청아!"

...왜 굳이 말을 고쳐?
게다가 난데없이 멍청이 취급...

자기보신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않겠다는 선택 때문에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거야?
나와 겪은 일에 앙심을 품고 자기 경험담을 남들에게 퍼뜨리지는 않겠다는 룬의 말은 고맙다만...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건지 더운 날씨에 신경질을 부리는 룬에게, 나도 언제고 고운 마음으로 듣고 있을순 없었는지라 그만 빈정섞인 물음이 나와버렸다.

"즉, 룬 너는 나랑 있었던 일을 남에게 얘기할 생각은 없단거지?"

"그래."

"무슨 짓을 해도?"

"...뭘 할 셈이야 변태."

룬이 눈을 흘겼다.

"헤에? 명색이 슈퍼 아이돌이 자기가 방금전 한 말을 뒤집는겁니까아~?"

"흐응? 전국의 남성팬들의 반응이 두려워서 변명이나 내뱉은 수염 주제에 잘도 말하네."

내 도발에 룬이 코웃음치곤 어깨를 으쓱였다.

"...좋아. 내가 말을 뒤집을지 아닐지, 궁금하면 한번 시험해보지 그래?
그럴 베짱이 있다면 말야."

...정말이지 기세 싸움이나 말싸움으로는 질 생각이 없구나 이녀석.

"역시 겁이 나?"

"아니거든?"

반사적으로 도발에 대답하자 룬이 키득 웃었다.

"...그럼, 증명해봐."




수업을 알리는 벨소리가 들리고,




"꺄-! RUN쨩-! 다이스키(大好)DAYO-!★"

열광하는 나의 목소리와,

"꺄!?"

짜악-!

거침없는 따귀 소리는,

요란한 수업 벨소리에 파묻혀 사라졌다.




하아...하아...

"어째서 너는! 이런 때에!"

새빨갛게 손도장이 찍힌 볼을 감싸며 신음을 흘리는 날 노려보며 룬이 씩씩거렸다.

"아파라...정말로 한 5,6년은 갈법한 스캔들거리를 노렸는데."

"나도 여자애거든!?
그딴 우스꽝스런 스캔들 따위 사절이거든!?"

너는 스캔들한테 대체 뭘바라고 있는거야...
스캔들에 낭만도 뭣도 있을까보냐.

"으윽...그래도 반격 당하는건 예상 못했는데."

"남에게 얘기 안한다고 했지 반격을 안한다고는 한적 없어."

"과연, 그건 맹점이었네. 아따따..."

화끈거리는 볼을 문지르면서 울상을 짓는 날 룬이 외면했다.

"...말해두지만 따귀를 때린건 사과하지 않을거야.
그런 웃기지도 않는 행태로 날 덮친 네가 잘못한거니까."

"으윽... 사과 같은건 필요없으니까.
넌 네가 꿈꾸는 최고가 되기 위해서 힘내라구.
여하튼 이러니저러니해도 나는 네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했으면 하니까."

"이제와서 그럴싸하게 말해도 하나도 안 멋지거든?
그리고 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거라구."

룬이 핀잔을 주곤 가슴을 폈다.

"나는 탑 아이돌이니까.
언젠가 모든 사람들이 내게 헤롱헤롱하게 만들어 보일거라구. 팬1호씨."

이럴 때만 팬1호냐.

"뭐, 아이돌로서 팬들의 사랑받는 거랑은 별개로 진심으로 바라봐주는건 한 명으로 족하지만."

"여전하구나 너는."

"...흥. 넌 어차피 여자는 많을수록 좋다 정도겠지."

"어째서 자꾸 날 걸고 넘어지는거야..."

룬의 트집에 억울함을 토로하며 룬과 함께 교실을 향해 뛰었다.




"RUN쨩. 팬1호씨의 부탁이야.
뺨의 자국이 사라질 때까지만 기다렸다 들어가지 않을래?
둘이서 치는 땡땡이는 두렵지 않다고 생각해."

"웃기지마 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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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를 맡아주신 터틀러님 감사합니다m(_ _)m
여행 잘다녀오셨길^^


글을 쓰다보면 이따금 중간중간에 새 에피소드가 툭툭 튀어나올 때가 있네요.
순서 조율 문제도 있지만, 그것보단 구상한 에피소드 다 글로 풀어낼 수 있도록 하는게 더 일이겠군요=x=;


그럼 다들 즐거운 한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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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트(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