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대다수가 양성애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짝짓기를 화해의 제스쳐로 사용합니다.
이들에게 짝짓기란 마치 악수와 같은 느낌으로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행위이지요.』

양성애라는 이색적인 특색에 흥미로워하며 TV를 보다가 궁금증이 일어서 옆에 앉은 나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나?"

"...이제 영상 끝났어?"

동물 방송을 보고 싶다며 들뜬채로 자연 다큐멘터리를 선택했던 나나는, 보노보의 짝짓기 영상이 나오기 시작한 뒤부터 줄곧 눈을 가리고 있었다.

"그건 아닌데, 혹시 우주에도 양성애 성향의 동물이 있어?"

"몰라! 그런걸 왜 나한테 묻는거야!?"

"그야 네겐 동물 친구들이 많으니까 보노보 같은 동물들도 있지 않을까 궁금했거든."

"내 친구들은 아직 어리단 말야!"

하하하. 설마 그 집채만한 우주 멧돼지 녀석도 어린애였다고 우기는건 아니겠지?
딴죽을 걸 부분은 많았지만 더 말하진 않았다.
동물들을 친구로 여기는 나나에겐 적나라한 짝짓기 영상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수 있으니.
그런 나나를 도우려는 듯 모모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자자, 료스케씨도 너무 나나를 곤란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모, 모모~!"

"왜냐면 나나는 키스하면 아이가 생기는줄 알고 있었으니까요."

"너도 료스케랑 똑같아!"

버럭 소리를 지르는 나나의 모습에 쿡쿡 웃던 모모는 목표(놀림감)를 나로 바꿨다.

"보노보는 양성애였군요."

"그러네."

"...그러고보니 라라 언니에게 들었는데, 료스케씨는 렌씨와 절친이라면서요?"

"...어째서 굳이 이 타이밍에 렌의 이야기를 꺼낸건지 물어도 될까?"

"후후, 어딘지 모르게?"

일부러 의미심장한 미소 짓지마라.

"라라 언니가 렌도 지구에 와서 절친이 생겼다고 기뻐하던걸요?

"아, 그건 다행이네."

"후후, 그거 아세요?"

"뭘?"

"여장한 렌씨는 정말 귀엽다구요?"

그만둬.
여자옷을 입은채 라라에게 시달렸던 렌의 어릴적을 생각하면, 쓸데없이 여장이 잘 어울릴것 같으니까.
그리고 성현께서 이르시길, 자신에 싫어하는 걸 남에게 하지 말라 하셨지.
내 볼을 쿡쿡 찌르며 장난스레 웃는 모모에게 물었다.

"혹시 모모도 나와 사이가 좋아지고 싶은거야?"

"어머~ 저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으신가요?"

모모가 어쩐지 꿍꿍이 있어뵈는 웃음을 띄며 되물었다.

요즘엔 허세도 제법 잘부리게 됐네.
저번엔 자던 도중 덮쳐진다며 놀랐으면서.

...뭐, 지금 모모의 여유로운 응대도, 나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방금전 모모의 다소 과한 농담도 그러한 신뢰의 일부라고 생각되어버리니까 조금은 기쁘다.
잠시 기쁨에 잠겨있는데 모모가 어깨를 으쓱하곤 운을 띄웠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라는게 있는 법이죠."

"응?"

"저와 친해지는 것도 좋지만, 그전에 먼저 친해져야 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누군데 그게?"

"하루나씨 말이에요."

"...엥?"

"라라 언니랑 얘길 나누다가 들었는걸요.
최근 하루나씨가 료스케씨와 사이가 소원한 것 같다고 말예요.
실제로 저번에 마트에서 만난 하루나씨도 어쩐지 료스케씨를 피하는 모습이었고."

"아, 그러고보면 그랬지."

다행히도 바로 오늘 하루나를 집까지 에스코트 하면서 관계가 개선되었지만.

"하지만 렌씨와 사이좋게 된 료스케씨라면 하루나씨와는 금새 친해질 수 있겠죠?"

왜 또 거기서 렌을 언급하면서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짓는거야?

"...말해두지만 사이렌지와 사이가 좋아지는 방법으로 보노보같은 방식을 시도할 생각은 없다구?"

"어머 야해라~ 전 그런걸 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는걸요?"

이녀석...

"그리고 저와 친해지는건 스마트한 방식으로 부탁드릴께요."

엉망진창으로 휘저어넣고 너만 쏙 빠지는거냐 응?
입술을 삐죽이면서 핀잔을 주려던 터에, 곁에서 듣던 나나가 참다못해 폭발했다.

"적당히 좀 해!
모모는 바보! 저질! 불결! 음란! 색마!"

"으, 음란? 색마라니! 근거없는 비난은 그만둬 나나!"

아니 뭐...'벨리알'이 음란함과 악덕의 대명사니까 틀린말은 아닌데.
그래도 '모모 베리아 데빌루크'의 미들 네임은 그냥 악마 이름에서 대충 따온것 뿐이고...

"아무리 모모라도 하루나에 대해서 음험한 얘기를 하는건 용서 못해!"

최근 사이가 좋아진 하루나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길 하는게 나나로서는 심기가 상했나보다.

"아무튼! 모모도! 료스케도!
혹시라도 하루나한테 이상한 짓을 하면 절대로 가만 안둘테니까!"

나나의 기세에 눌린 모모와 함께 덤으로 주의를 받고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나와 친해지는거야 환영이지만, 이상한 짓을 할 속셈은 없으니까.
개방적인 성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자연 다큐멘터리 탓에 나나의 노파심도 높아진 것 같다고 생각하며 TV 채널을 돌렸다.




다음날.

등교 준비 중 모모가 말을 건네왔다.

"료스케씨~ 오늘은 저랑 함께 학교에 가요."

"응? 학교에 볼일이 있는거야?"

"네. 실은 며칠전에 미카도 선생님과 희귀 약초를 채집하러 다른 행성에 다녀왔거든요."

나나가 중학교 교복 차림으로 학교에 찾아온 날 말이로군.

"오늘은 그때 수집한 약초들에 대해 이야길 나누기로 약속했어요.
양호실에서 미카도 선생님과 차분한 이야길 나누고 싶네요. 우후후~♪"

어지간히 기대가 되는지 들뜬 목소리로 웃음을 흘리는 모모와 집을 나섰다.


그런 이유로 함께 등교하게 된건 좋았지만, 학교까지 걷는 와중에 이따금 꽂히는 학생들의 시선이 다소 껄끄러웠다.
모모도 주위의 시선이 신경쓰였는지 조심스레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보았다.

"원피스 차림으로 학교에 가는건 역시 눈에 띄나보네요.
라라 언니에게 교복 의상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야 하려나..."

라라가 항상 머리에 차고 다니는 만능 의상 로봇 페케라면 교복으로 갈아입는 것 정도는 식은죽 먹기겠지.
페케의 에너지가 바닥나면 의상의 사라진다는게 단점이지만.

계절감 좋게 시원해 보이는 어깨 트임 원피스를 확인하면서 모모가 고민하자 농담삼아 제안했다.

"아니면 우리 학교에 입학하는건 어때?"

"네? 하지만 저희는 지구 나이로 치면 중학생 정도인걸요?"

"우리 교장 선생이라면 나이는 신경쓰지 않을걸?"

예쁘기만 하면 초등학생에게도 입학 권유를 하는 사람이니까.

"모모가 교장에게 입학하고 싶다고 말하면 흔쾌히 허락해줄걸?
교장은 미소녀에겐 사족을 못쓰거든."

"어머. 아부 고마워요.
그런데 혹시 방금 한 말은, 료스케씨가 저랑 같이 학교를 다니고 싶어서 그런거에요?"

응?

"료스케 선배~♪
이렇게 불리고 싶다든가?"

"...좋다. 그 호칭 왠지 좋다..."

풀어진 얼굴로 엄지를 치켜들자 모모가 코를 높이 세웠다.

"후후후, 지구의 각종 미연시를 섭렵한 제 실력을 얕보지 않는게 좋을걸요?"

「연애는 게임으로 배웠습니다」로군요.
그래도 게임도 간접경험인데다, 같은 이차원끼리니까 통하는 것도 있을테지.

"사내아이가 좋아하는 시츄에이션은 꿰고 있다구요.
예를 들면 이런거라든가~?"

모모가 웃음을 머금곤 원피스 어깨끈에 손가락을 걸어 살짝 당겨 보였다.
원피스 앞섶이 벌어지며 앙가슴이 더 크게 드러났다.

...눈요깃거리는 되었지만 차마 칭찬할 수는 없었다.

지금 등교시간이거든?

등교하는 학생들의 쑥덕이는 대화가 살갗을 쿡쿡 찌르고 있으니까!

주변을 살피며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자 모모가 손가락으로 입가를 가리곤 웃었다.

"후후, 장난이 조금 과했나요?"

"...이젠 싫어. 이 이론파 에로 아가씨..."

"말과 행동이 반대인데요?"

한탄하면서도 조용히 엄지를 치켜올린 내게 모모가 딴죽을 걸었다.




"등교길이 이렇게 멀다고 생각한 날은 처음이야..."

"후후~ 그런가요?"

학생들로부터 받은 묘한 시선 탓에 아침부터 정신적으로 녹초가 되어버렸다.
곁에서 키득거리며 웃는 모모에게 눈흘김을 주는데, 저만치 복도 한켠에 머뭇거리며 서있는 하루나의 모습이 보였다.

"좋은 아침 사이렌지."

"아, 안녕 아키츠군!"

날 발견하곤 반색하던 하루나는 내 옆에 선 모모의 모습에 눈을 깜빡였다.

"모모?"

"안녕하세요 하루나씨."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모모에게 하루나가 당황하며 마주 인사했다.

"아, 응, 안녕.
미안. 학교에서 만날거라곤 생각못해서 조금 놀랐어.
어쩐일이야? 라라라면 아직 오지 않았는데."

"아뇨. 라라 언니가 아니라 미카도 선생님께 볼일이 있어서 온거에요."

"그래?"

"네. 그런데 하루나씨는 어째서 복도에 서 계셨어요?
혹시 누굴 기다리는 중이세요?"

"그게..."

모모의 물음에 하루나는 잠시 주저하더니 입을 열었다.

"실은 아키츠군을 기다리고 있었어."

"어머나..."

"어? 나를?"

손으로 입을 가리곤 눈웃음치는 모모의 반응을 뒤로하고 하루나에게 물었다.

"내게 뭔가 볼일이 있던거야?"

"으응...그러니까..."

다소 당황한듯 뜸을 들이던 하루나가 모모를 힐끗 보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비품을 가져올게 있는데, 힘이 센 아키츠군이 같이 가줬으면 해서..."

"아아. 그런 일이라면야 언제든 맡겨줘.
지금 가는거야?"

"응. 수업 시작 전에 가져와야 하니까."

"하루나씨, 혹시 저도 도와드릴까요?"

"아, 아니. 괜찮아. 모모에게까지 폐를 끼치고 싶진 않으니까."

양손을 내저으며 사양하는 하루나에게 모모가 웃었다.

"후후, 그런가요?
그럼 전 이만 양호실로 가볼께요~
하루나씨를 잘 도와주세요 료스케씨~"

팔랑팔랑 손을 흔들곤 모모는 복도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모모가 떠나고 하루나는 한차례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숨을 쉬었다.

"...그럼, 잠시만 시간을 내줘 아키츠군."

"응. 그나저나 아침부터 비품 준비라니, 사이렌지도 위원장 일로 고생이 많구나."

"아, 아하하..."

위로의 말에 대답이 곤란한듯 하루나는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창고에 도착하고선 생각했다.

아무래도 하루나의 목적은 비품을 준비하는게 아닌것 같다고.

왜냐하면 그림자가 드리운 창고 뒤편에 비품이 있을리는 없으니까.

창고 뒤편으로 나를 이끌고 와선 내 눈치를 살피는 이 품행방정한 위원장씨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사이렌지, 혹시 비품 이야기는 거짓말이었어?"

내 물음에 하루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남 몰래 내게 할 이야기라도 있었던 거야?"

"으응, 그게..."

머뭇거리면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하루나의 모습은 어쩐지 평소와 달라보여 신선했다.
그런 감상을 안은채 얌전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자 어렵사리 하루나가 말문을 열었다.

"그...어, 어제 사진 말인데."

"응? ...아, 아. 그거."

고양이로 변한 하루나를 찍은 사진 말이네.

"아직 갖고 있어?"

"그야 물론이지.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걸."

사랑스러운 고양이와 함께 찍은 사진은 인생의 보물이니까.
다시금 어제의 추억을 곱씹으려는 내게 하루나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었다.

"아키츠군. 그 사진, 지워줘..."

"싫어."

"즉답!?"

나의 보물 목록에 추가된 아기 고양이 사진을 지워달라는 하루나의 요청에 고개를 내저었다.
딱잘라 말한 내 대답이 당황스러웠는지 하루나가 새된 목소리를 내었다.

"어, 어째서?"

"그야 그런 귀한 사진을 지우라니 애초에 무리라구."

"귀해...? 그 사진이?"

물론. 동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웠던 내게 어제의 사진은 그야말로 기적같은 물건이니까.

"굳이 나만 그렇게 생각하진 않을걸?
우리반에도 이런 사진을 갖고 싶어할 녀석들이 제법 있을테고."

특히 고양이에 푹 빠진 코테가와라든지.
둘이서 사이좋게 고양이에게 퇴짜맞았던 추억도 있고.

"이, 이상한 말 하지마!"

"이상하긴? 정말로 그렇다니까.
어제 찍은 네 모습은 정말로 집에서 키우고 싶을만큼 귀여웠으니까 말야."

"읏...! 노, 농담은 그만둬."

농담이 아닌데.

"음, 뭣하면 정말로 지워야할 사진인지 아닌지 아키호씨에게 확인해볼까?"

"아, 안돼! 언니가 안다면...!"

잔뜩 놀림 받을걸 상상했는지 하루나가 기겁하면서 양손을 내저었다.

"뭐,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잖아?"

휴대폰을 켜서 하루나가 변신했던 고양이 사진을 내밀어 보였다.

"봐봐, 사이렌지의 얼굴 같은건 나오지도 않았잖아?
애초에 이걸보고 누가 사이렌지를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하겠어?"

"...에잇!"

"핫!?"

휴대폰에 찍힌 사진을 보이자 하루나가 휴대폰으로 손을 뻗었다.
하루나의 손을 피해 휴대폰을 치우곤 눈을 가늘게 떴다.

"사이렌지? 갑자기 남의 휴대폰을 가로채려 하는건 너무하지 않아?"

"...너무한건 아키츠군이잖아."

신음을 흘리며 하루나가 원망스런 시선을 보냈다.

"만약 사진에 찍힌게 나란걸 친구들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해?
무슨 낯으로 친구들을 봐야 하는거냐구."

"그럼 누구에게도 사진을 보이지 않는다면 괜찮겠지?"

"...하지만 아키츠군은 보는거잖아?"

"그야 이런 사진은 마음의 양식이니까 언제나 보고 싶은걸."

"어, 언제나라니...
역시 안돼!
부탁이니 제발 지워줘!"

"어, 어...?"

애가 탔는지 하루나는 막무가내로 휴대폰을 향해 손을 뻗었다.
평소와 다르게 저돌적인 하루나의 행동에 당황하며 휴대폰을 쥔 손을 위로 치켜들었다.
내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하루나가 손을 뻗으며 몸을 기대오는 터에 곤욕을 치렀다.
필사적으로 발돋움하면서 올려다보는 하루나의 모습과 몸을 맞댄 부위의 부드러운 감촉 탓에 묘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올 것만 같았다.

"자, 잠깐만? 좀 진정해 사이렌지.
부탁이니까..."

차마 하루나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옆으로 향한채 내뱉은 나의 호소는 오히려 하루나를 자극했나보다.

발끝으로 선채 힘껏 팔을 뻗으면서 하루나가 외쳤다.

"부탁하고 있는건 아키츠군이 아니라 내쪽이잖아!
그리고 이쪽을 보고 말해 아키츠군!"

...올려다보는 너를 마주보게 고개를 숙이라고?
이런걸로 첫 키스가 되어버리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대참사다.
첫 키스 정도는 분위기 있게 하고싶잖아? 너도! 나도!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지금 자세에서 고개를 숙였다간 어떻게 될지 사이렌지는 알고 있는거야?"

"엣?"

내 말에 상황을 깨달았는지 하루나가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방금은 진심으로 위험했다.
얼굴이 맞닿는다는 의미로.

방금전 해프닝 탓에 붉어진 얼굴을 한손으로 숨긴채 하루나를 살폈다.
하루나 역시 새빨개진 얼굴을 가린채 날 훔쳐보고 있었다.

"...사이렌지는 조금은 남자에게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미, 미안! 그만 초조해져서..."

"...사진 찍힌게 그렇게 싫었어?"

"......"

아무리 귀여운게 좋다지만, 하루나가 진심으로 싫어하는데도 고집을 부릴 생각은 없다.
물건보다는 친구가 소중하고.
만약 사진을 지우게 되더라도, 어제의 추억만으로도 나는 만족할 수 있으니까.
아쉬움을 숨기고 묻자 하루나는 달아오른 뺨을 식히며 말문을 열었다.

"...싫진 않았지만..."

역시 친구가 소중한 만큼 사진도 소중하지요!

"그래도 부끄러웠으니까.
만약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사이렌지의 얼굴도 안나왔는데 들킬 염려는 없는거 아냐?"

"...그거 결국 지우기 싫단거지?"

"응."

"...심술궂어."

"네에네에~ 나는 심술궂은 사내아이입니다.
사이렌지같은 얌전하고 성실한 아이는 괴롭히고 싶어지는 나쁜 아이라구요~"

"...못됐어."

"네. 나는 컬렉션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못된 아이입니다."

하루나가 불만스런 얼굴로 볼을 부풀렸다.

"...아키츠군은 그런 사진을 좋아해?"

"취향입니다."

"굶주린 눈이야 아키츠군."

"사이렌지도 분위기를 타서 찍어준거였잖아?"

"반 억지로 찍었으면서..."

핀잔을 주며 하루나가 다짐받듯 물었다.

"...휴대폰 바탕화면으로 쓰거나 하진 않을거지?"

"'사이렌지의 사진'을 바탕화면으로?"

"!?"

무심코 되묻자 하루나의 얼굴이 화-악하고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어째설까. '사이렌지의 사진'이라고 말하고 나니까 공연히 바탕화면으로 쓰기 힘들어져 버렸어."

"어, 어째서 그런 부분에서 부끄러워 하는거야?"

"사이렌지도 부끄러웠잖아..."

"사진에 대해선 그렇게 완고했으면서."

"그건 그거. 이건 이거."

한동안 나와 눈싸움을 하던 하루나는 이윽고 설득을 포기한듯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에겐 절대로 보여주면 안돼?"

아싸아아아---!

속으론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면서 겉으론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약속할께."

"꼭이야? 만약 어기면 화낼테니까?"

"응. 절대로 절대로 남에게 보이지 않을테니까."



낙담한 얼굴이 된 하루나와 뒤뜰을 벗어나 걸었다.

"그나저나 사이렌지는 애견인인데도 고양이 속성이 있는 것 같아."

"정말...농담은 그만둬."

"아니아니. 어제 일도 있었는데 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하긴 어렵잖아.
아, 그러고보면 '여동생 카페'라고 알고 있어?"

"미오가 아르바이트하는 곳 말이구나?"

"응. 요즘 그 가게 점원들이 고양이 귀랑 꼬리를 달고 말끝에 '냥~♪'을 붙이는데 말야.
분명 사이렌지에게도 그런거 잘 어울릴 것 같다구."

음음- 하며 혼자서 결론을 내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내 말에 하루나가 머뭇거리면서 두손을 머리에 대곤 귀 모양을 만들었다.



"냐, 냐앙~♪
이렇게?...라고 할까나?
아, 아하하..."

하루나는 부끄러운듯 낯을 붉힌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고마워."

"엣?"

"정말 고마워..."

천사냐 너는?

"아, 아키츠군?
저기...어쩐지 눈빛이 심상치 않은데?"

응. 지금 내 눈이 하트모양이 되었다고 들어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아.

"사진으로 남겨도 될까?"

"아, 안돼!"

그렇지요.

"그럼...쓰다듬어봐도 괜찮을까?"

"엣? 부탁 내용이 더 심해지지 않았어?"

"안돼?"

"어, 저, 저기...조금 있으면 수업 시작이니까..."

"...아. 그렇지.
그럼 시간이 모자라겠네."

"얼마나 쓰다듬을 생각이었던거야!?"

낯을 붉힌 하루나는 외면하듯 고개를 돌렸다.

"말해두지만 머리 이외엔 성희롱이니까."

"...아. 어제 감각이 남아있다보니 그만 실수할 뻔했어."

고양이 귀여워 고양이.

"떠올리게 하지 마. 정말이지..."

"미안. 학교인데 나도 참 부끄러운 말을 해버렸네.
그래도 어제의 사이렌지는 정말 사랑스러웠는데.
차라리 그때 좀 더 쓰다듬어둘걸 그랬어."

"......"

아쉬움을 담은 한숨을 내뱉자 하루나가 양주먹을 치켜들었다.

퍽퍽

"아얏? 왜그래 사이렌지?"

"...몰라!"

아무래도 아침부터 이성 친구를 상대로 발언이 과했나보다.
내심 반성하곤 토라진 하루나에게 사과하면서 체육 창고를 뒤로 했다.




아침의 소란을 제외하면 평온하게 흘러간 하루였다.

저녁 식사 후, 거실 소파에 앉아 뭔갈 만지작거리는 모모에게 나나가 다가갔다.

"모모? 그건 뭐야?"

"라라 언니에게 받은 '간이 페케 뱃지'야.
나도 교복을 입어보고 싶다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주던걸?"

"헤에...그럼 모처럼이니 한번 입어볼래?"

"그럴까?"

"응. 나도 하루나에게 받은 교복이 있으니까 입고 나올게~!"

나나의 말에 식은 땀이 났다.
어제 하루나가 중학교 교복을 되돌려주지 않았더라면 오늘 난리가 났겠군.
흥흥 콧노래를 부르면서 방으로 들어가는 나나의 뒷모습에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무심코 두근두근대는 가슴을 달래는데 모모가 힐쭉 웃었다.

"어머? 혹시 제 교복차림을 기대하고 계신건가요 료스케 선배?"

아무래도 방금전 행동이 모모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준 것 같았지만, 둘의 교복차림을 기대하고 있는건 사실이었기에 수긍했다.

"응. 보고싶어. 꽤 흥미가 있으니까."

"후후, 그럼 어쩔수 없죠. 기대에 어울려 드릴 수 밖에."

모모는 소파에 일어나 뱃지를 들었다.
손에 든 두 뱃지를 번갈아 보면서 모모는 고개를 갸웃했다.

"응~ 그러니까, 이 쪽이 여자용 뱃지였나?"

"일단 하나씩 착용해보는게 어때?
설령 착오가 있어도, 남자 교복의 헐렁헐렁한 차림도 그 나름대로 귀여울테고."

"후후, 귀여운 남장여자같은 느낌이 되려나요?"

피식 웃곤 모모는 뱃지를 가슴에 달았다.

파앗-

빛과 함께 모모의 옷이 재구축되기 시작했다.

...역시 라라의 발명품이라고 해야하나.
아무래도 변신 뱃지는 변신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게 기본인가보다.
다행히 변신은 금방 끝났고, 속옷까지 재구축하는 참사는 없었지만.

그리고...

변신을 끝마친 모모가 가볍게 한바퀴 돌았다.

"쨔안~ 어때요?"

생긋 웃는 모모를 앞두고 말문이 막혔다.
입을 딱 벌린채 굳은 내 모습에 모모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라? 어쩐지 얼이 빠졌네요.
그렇게 제 교복차림이 마음에 들었어요 료스케 선배?"

모모의 말을 넘기곤 모모의 복장을 확인했다.

겨드랑이를 드러낸 민소매에 옆구리와 배꼽을 죄다 드러낸 교복상의.
골반을 따라 V자로 깊게 파여 팬티를 죄다 노출시킨 초미니 교복치마.

...생각났다.

이거, 2학년 초, 위원장 선거때 하루나가 입었던 개조교복이다.
여학생들(특히 리사와 미오)의 의견을 라라식으로 받아들여서 개조된 파렴치 교복.
그걸 그냥 모모에게 준거였냐.
라라 기준으로는 학생들의 희망을 충실히 따른 역작이겠지만...

"으음, 어쩐지 조금 배가 시원한 것 같은......?"

내 반응이 이상한걸 눈치챈건지 의아해하며 모모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읏...!?"

과격한 차림의 개조교복을 입은 자신을 눈치채곤 모모는 황급히 가랑이를 가리며 주저앉았다.
혼란스러운지 모모의 눈이 뱅글뱅글 도는 것 같다.

"어, 어째서 이런 복장이..."

"그거 아마 예전에 라라가 만들었던 개조교복이야."

"네?"

"여학생들이 노출이 많고 귀여운 교복을 원해서 라라가 만들었던거라구."

"그런..."

리사와 미오의 의견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교복이 나올거라 생각진 않았지만.
솔직히 이건 교복이라기보단 그냥 야한 코스프레 복장같다.

"우우...원망할거에요 언니..."

낯을 붉힌채 중얼거리는 모모의 모습에 말없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찰칵-

"뭐, 뭐하는거에요 료스케씨?"

"사진 찍었어. 네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꽤나 귀여워서."

찰칵-

"귀엽다는 말로 속이지 마세요!
그래놓고 나중에 가서 사진을 빌미로 이상한 부탁을 하려는거죠?"

"뭐?"

"저는 사진 같은거엔 절대로 굴하지 않을거니까요!"

"너 어디서 그런 말 배운거야?"

공주들의 기본 소양이기라도 한건가?

"겨우 요런걸로 협박 같은거 안해."

"겨, 겨우? 요런거?"

충격받은 얼굴로 모모가 얼굴을 붉히면서 자신의 옷차림을 다시 확인했다.

"...료스케씨한텐 이런 사진은 놀림거리도 못된다 이거죠?
설마 하루나씨와도 이런 식으로 가까워진거 아녜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난데없이 하루나를 언급하기에 어리둥절하는데 모모가 말을 이었다.

"오늘 아침 학교에서 봤을때 하루나씨랑 료스케씨의 사이가 좋아진 것 같길래요.
저번에 쇼핑하다 만났을 때는 서먹했잖아요?"

"아, 그랬었지."

"그렇게 갑작스레 사이가 진전되는건 이상하잖아요?
그러니까 뭔가 계기가 있던게 아닐까 하고..."

"과연."

"예를 들어 사진이 빌미...아니, 계기가 되었달까..."

"...사진?"

어째서 여기서 난데없이 사진 이야기가 나와?
이녀석 설마...

"...료스케씨?"

"......"

"아, 아하하~ 료스케씨?
그렇게 말없이 쳐다보면 조오~금 무섭달까..."

주저앉은채로 나를 올려다 보는 모모를 말없이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네, 네에?"

"......봤구나?"

"!?"

도리도리도리

모모는 맹렬하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정말로?"

"애, 애초에 뭘 봤다는건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래?"

모모의 부정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어째서 사진 이야기가 나오지?
나로서는 사이 좋아지는 계기로 어째서 사진이 언급되는건지 궁금해지는걸?"

"그, 그건..."

"그건?"

모모가 꿀꺽 침을 삼켰다.

"...미..."

"미?"

"미,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에 박식한 저에겐 그 정도 추리는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진짜냐.

미연시 쩔어!
역시 게임이건 애니건 만화건 같은 이차원끼리는 통하는게 있네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래? 그럼 상관없지만."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모의 어깨를 잡았다.
흠칫하고 어깨를 떠는 모모와 눈을 마주했다.

"모모."

"네, 네엣."

"그렇게 긴장하지마.
별다른 얘길 하려는건 아니니까."

긴장한듯한 모모를 안심시키려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혹시나 오해할까봐 말하겠는데, 사이렌지를 찍은 사진은 없어.
그러니 이상한 상상은 하지말았으면 해. 알아줄래?"

"네..."

"후후. 이해해줘서 다행이야."

고개를 끄덕이는 모모에게 안도하곤 웃음을 띄웠다.



"아, 그러고보니."

하루나 이야기를 하다 문득 떠오른게 있어 입을 열었다.

"어제 얘기했던것 말인데."

"어제요?"

"모모 네가 했던 말대로, 사이렌지랑 사이좋게 되었잖아.
그러니 이젠 너와 친해질 차례지?"

"그, 그러네요...?"

내 말에 곤혹하던 모모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혹시나 싶어서 묻지만 친해지는 방식은 어떤거죠?"

친해지는 방식에도 조건을 따지는건가?
막상 생각해둔게 없었기에 일단은 임시로 답하기로 했다.

"글쎄, 너랑 사이렌지는 취미가 비슷하니까 같은 방식으로 친해지면 되려나?"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모가 거리를 벌렸다.

"...모모?"

"가, 가까이 오면 비명을 지르겠어요!"

"벌써 지르고 있잖아..."

몸을 가린채 새파랗게 질린 안색으로 모모가 거절했다.

"보노노같은 방식은 전 싫으니까요!"

"아니 그건 무-리-잖아."

보노노라니...그 녀석은 책상 밑에 서식하는 다른 세계의 네거티브 아이돌이라고.

"무, 무리!? 너무해! 야만적이야!"

모모의 항의에 말없이 모모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아앗? 뭐하는거에요!?"

울상지으며 모모가 머리를 다듬었다.

"우우, 정말이지..."

"네 망상 속에서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거야?
너한테 실례가 되는 짓 할 생각은 없어."

"그럼 다행인데요..."

"가끔씩 나는 네게 신용을 받고 있는건지 아닌건지 모르겠어."

"그야 평소라면 몰라도 료스케씨는 이따금 수상하니까 그렇죠."

때때로 응큼한 짓을 하는 네가 할 말은 아니잖아...

"료스케씨?"

"응?"

"미리 말해두지만, 하루나씨와 같은 방법으로 친해지는건 사양이니까요?"

"네이네이."

말하지 않았어도 모모에게 구태의연하게 하루나와 똑같은 방식을 쓸 생각은 없다.
애초에 모모가 하루나와 같은 고민을 품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푸하하하하! 뭐야 그 차림은?"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어..."

중학교 교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나나가 모모를 본 반응이다.

부끄러워하며 개조교복의 노출부위를 가리려는 모모.
해괴한걸 보는 눈으로 모모를 보다가 어느샌가 웃음을 터뜨려버린 나나.

"모모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오랫만이네.
이런건 사진으로 남겨서 언니에게 보여줘야지~"

"뭐? 안돼!"

"하하하. 그렇잖아도 내가 이미 찍어뒀지."

"료스케씨!?"

"잘했어 료스케!"

씨익 웃는 나나와 사이좋게 엄지를 치켜올렸다.



"자, 사이좋게 피스~!"

붉은 얼굴로 부끄러워하면서 브이 사인을 하는 개조교복 차림의 모모.
쾌활하게 웃으면서 브이 사인을 한 중학교 교복 차림의 나나.

다른 교복을 입은 미소녀 쌍둥이 자매의 모습은 상당히 그림이 되었다.

둘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데, 이런저런 자세를 취하며 수난을 당하던 모모가 문득 눈을 빛냈다.

"료스케씨."

"왜 모모?"

"기왕 촬영하는바엔 저희 교복차림만 찍지 말고 료스케씨의 교복차림도 함께 남기는게 어떨까요?"

"그거 괜찮네.
그럼 나도 지금 갈아입고 나올께."

"아뇨.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응?"

"언니한테 받은 이 남자용 간이 페케가 있으니까요!"

"에엑?"

희희낙락한 얼굴로 남자용 간이 페케 뱃지를 손에 쥐고선 모모가 다가왔다.

"후후후, 저만 당할 순 없잖아요?
자~ 료스케씨도 부끄러운 경험을 하시라구요!"

"아니 잠깐,"

"안 들려요!"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모모가 내 앞섶에 뱃지를 붙였다.

철퍼덕!

"...에?"

모모가 내 품에 안긴채 혼란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야 당연해.

내 옷차림은 변함이 없는데, 정작 자신은 노출과다의 파렴치한 교복 차림으로 내 품에 달라붙어 있으니까.

내 품에 얼굴을 묻은채로 모모가 눈을 깜박였다.

"...엣? 에엣...?"

혼란스러워하는 모모를 위해 설명했다.

"...남자용 뱃지에는 여학생들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남학생들의 희망이 반영되어 있어.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는 거지만."

"어, 언니 발명품은 맨날 이래..."

붉어진 얼굴로 중얼거리는 모모를 내려다보다가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엣? 료스케씨?
배에 손이 닿고 있는데요?"

"아, 미안. 뱃지를 떼려다 실수로 닿은거야.
효과를 없애려면 뱃지를 떼야 하거든."

"아, 안돼요!
그걸 빌미로 제 가슴을 만질 속셈이죠!?"

"...설마 남자용 뱃지 위치가 그쯤이야?"

"......네."




결국 나나가 남자용 뱃지를 떼어주기로 했다.
나나의 장난기가 동했는지 중간에 불필요한 트러블이 있었지만.

"잠깐? 나나, 옆구리에 손대지 마!"

"흐응? 최근 살이라도 붙었어 모모?"

"절대로 아니거든!?"

"아아, 체중계 앞에 선 모모의 반중력 윙 전개는 훌륭했지."

모모의 반박에 피식 웃곤 나나를 지원했다.

쭈우욱

"아-!?"

"료~스~케~씨는 좀 더 섬세함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불만스러운듯한 얼굴로 모모가 내 볼을 잡아당겼다.
품에 달라붙은채로 볼을 잡고 말해도 말야...

그리고 자꾸 움직여대면 몸에 닿는 감촉 탓에 위험하다고.
더 이상의 움직임을 멈출겸 모모의 양손목을 잡아챘다.

"엣?"

"곧 끝나니까 이대로 얌전히 있어."

"......"

...왜 시선을 피해?

"아, 그러고 보면 최근 모모랑 읽은 순정만화에서 비슷한 장면 있었지."

어색한듯 고개를 돌린 모모의 모습에 나나가 툭하고 중얼거렸다.

"순정만화?"

"「내 것이 되라.」같은 말을 하면서 조금 강하게 나오는 남자가 자기 취향이라던데?
난 잘 모르겠지만."

꾸욱-

"아, 아앙~!?
사, 살살해 나나!"

"모모야말로 부끄럽게 이상한 소리 내지마."

야릇한 신음을 흘리는 모모를 무시하고 나나는 손을 휘적였다.




결국 나나가 남자용 뱃지를 벗김으로써 나와 모모는 겨우 떨어질 수 있었다.

"자자, 촬영은 아직 남았으니까 힘내라구.
교복입은 료스케랑도 촬영해야 하잖아?"

"이건 불공평해..."

"뭐가?"

"치사하게 나나만 혼자 멀쩡한 모습으로 찍혔잖아!"

"하지만 방금전은 모모 탓에 벌어진 일이잖아?"

"...나나도 고등학생 교복 입고싶지?
한번 입어볼래?"

"뭐어? 웃기지마! 내가 왜 그런걸 입어야 해?"

실랑이를 벌이다 이내 아웅다웅 다투는 나나와 모모의 모습에 한숨을 쉬곤 교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거실을 벗어났다.



"꺄아아~~~!?"

"아얏!?"

잠시후 들려온 둘의 비명에 교복을 갈아입고서 거실로 나와보니, 남자용 뱃지를 단 나나가 모모에게 달라붙어 있었다.

...응. 이 둘이 함께 있으면 확실히 심심할 날은 없겠구나.

바닥에서 바둥거리는 둘의 모습에 그런 감상을 안으며 묵묵히 휴대폰을 꺼냈다.

찰칵- 찰칵-

"뭘 찍는거야 료스케!"

"아니~ 이것도 라라에게 보여줄까 싶어서.
이야아~ 정말이지 아름다운 자매애로구나."

"너, 너 진짜 두고봐!"

"두고봐요!"

둘의 항의에 피식 웃으면서 오늘의 마지막 해프닝을 사진에 담았다.



여자용 뱃지를 떼어도 달라붙는 효과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모모가 머리를 감싸쥔건 여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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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에 터틀러님의 메일을 확인하곤 부리나케 삽화를 업로드하였습니다.

메일 받았을 때 농담 아니고 올해 들어 제일 놀랐네요=ㅁ=;;;

컬러 삽화라니! 컬러 삽화라니!ㅠㅠ

정말 감사해요~~~!!!ㅠㅠ


삽화 버전2가 나와서 갱신합니다.


하루나가 어색해하면서 고양이 포즈를 취한채 료스케를 올려다보는 구도가 되었네요~!(>_<)b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터틀러님!*^^*


(이전 삽화를 보시려면 아래 문장을 클릭해주세요.)




2. 이불이에서 계절이 여름에서 벗어나려면 몇개의 에피소드를 더 지나야 하는가;
몇몇 에피소드는 계절이 달라서 쓰지 못하고 있으니 원...-_-;


그리고 39화 업로드한 뒤에 계산했을 적엔 대충 7~80화 즈음이면 완결이 나겠거니 했는데...
'에피소드 한개'로 잡아둔 이야기가 40화부터 시작해서 46화가 되도록 끝나지 않았다는게 참...;;

이야기 기둥에서 이야기가 가지를 치며 늘어난다는 걸 실감하는 요즈음...=_=;

일단 이번 에피소드 마무리하는 것부터 생각해야죠 쿨럭...;


그럼 다들 즐건 주말 보내세요~^^



p.s.1. 보노노: 모리쿠보 노노(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말버릇 중 하나는 "무-리-".


p.s.2. 순정만화 관련은 '카구야님은 고백 받고 싶어 12화'가 모티브입니다.
카구야 귀여워.

p.s.3. 참조 이미지

1. 모모 어깨 트임 원피스


2. 간이페케뱃지(링크)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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