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시간.

묵묵히 책상에 볼을 붙인채 쾡-하니 엎어져 있던 중, 걱정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는 코테가와랑 시즈와 눈이 마주쳤다.

"아키츠군, 혹시 몸이 안 좋아요?"

"료스케씨? 많이 아프시면 미카도 선생님께 데려다 드릴까요?"

염려하는 둘을 모습에 한차례 눈을 껌뻑이곤 힘겹게 입을 벌렸다.



꼬르륵~

"어으어어어어..."



"「「......」」"

배와 입이 사이좋게 이루는 하모니에 코테가와랑 시즈가 입을 다물었다.
그 꼴을 본 몇몇이 작게 웃음을 흘리지만 신경쓸 겨를도 없다.
반박할 힘도 안나고.
걱정스레 바라보다 황당한 표정이 된 코테가와가 떨떠름한 어조로 물었다.

"혹시 아침 안먹었어요?"

"먹긴 했어."

"그럼 왜 그렇게 늘어져 있는거예요?"

"그게, 오늘 아침 당번이 모모였는데..."

"그런데요?"

"...오늘부터 다이어트 식단이래."

"네?"

고개를 갸우뚱 하는 둘을 보며 아침의 일을 떠올려 보았다.




개조 교복 시착 해프닝이 지나가고 맞이한 첫 아침.
식탁에 수저를 세팅하던 나나가 아침 메뉴를 확인하곤 모모를 불렀다.

"모모? 이건 국수야?"

"응. 정확히는 실곤약으로 만든 국수야.
저칼로리 음식이라기에 한번 만들어봤어."

저칼로리라고 할까, 칼로리가 거의 없잖아.
한창 자랄 시기에 영양소가 부족하진 않으려나 몰라.
설마 최근에 나나랑 다투면서 살쪘다는 얘길 들었던게 마음에 걸렸던 건가?

"저기, 모모? 혹시 나나가 말한거 신경쓰고 있어?"

"신 경 안 써 요."

"그, 그래?"

거짓말 같은데...
구체적인 언급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예민한 반응이고.
일단은 아침부터 괜스레 모모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기에, 얌전히 식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잘 먹겠습니다~」」」"


"아, 이 실곤약이라는거 생각보다 맛있어!"

"응. 당면같은 느낌이 괜찮지?
먹으면서 하는 다이어트라는건 이런거라구."

"다이어트는 정말 쉽구나~!"

"후후, 그렇지?"

오, 맙소사.
지금 이 녀석들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람?
나나와 모모의 터무니없는 대화 탓인지, 그렇지 않으면 부족한 칼로리 탓인지, 순간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나나의 말마따나 아침은 확실히 맛은 있었다. 맛은.

하지만...

아침식사가 칼로리라곤 눈꼽정도 될까한 실곤약 국수 한그릇이 전부라니.

...이거 점심까지 견딜수 있을까?




무리였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책상위에 쓰러진 지금의 내 모습이다.
내 이야기를 들은 코테가와는 어처구니 없었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한끼를 다이어트 식단으로 한것 갖고 엄살부리지 말아요.
혹시라도 몸이 아파서 그러는건줄 알고 놀랐잖아요."

"아하하, 미안."

맥빠진 사과를 하는 내게 시즈가 머뭇거리다 궁금한듯 물음을 던졌다.

"저기, 그런데 아까부터 얘기한 '다이어트'라는건 대체 뭐죠?"

옛날 사람인 탓인지, 시즈에게 외래어는 아직도 생소한 것 같았다.
추정 출생년도가 동년배들에 비해 400년쯤 앞서 있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옛날사람은 옛날사람이지.
사실은 외래어 뿐만 아니라 현대 문물에도 익숙하지 않은 것 같지만 말이다.

미카도 선생님의 진료를 돕는 중에 힘든 일은 없었는지 시즈에게 묻자, 「전화기를 쓰는게 제일 힘들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을 때는 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곤란했다.

...뭐, 어떤 의미로는 시즈에게 공감할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미카도 선생님의 저택에 있는, 이제는 쓰는 사람을 찾기도 어려운 「다이얼식 전화기」를 쓸 줄 아는 동년배가 과연 몇명이나 있으려나?

자꾸만 비약하려는 상념을 끊어내곤, 시즈의 물음에 대답했다.

"다이어트라는건 식습관을 조절해서 살을 빼는 행위를 가리켜.
보통은 먹는 양을 줄이는거지."

"에에엣!?"

내 설명에 시즈가 과장되게 놀랐다.

"말도 안돼요! 그런 행동!"

"응?"

"살을 빼려고 적게 먹는다니!
그야말로 광기(狂氣)의 소행이잖아요!"

과, 광기?
당황하는 나와 코테가와 앞에서 시즈의 열변이 터져나왔다.

400년 전에는 기아라는 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재앙.
배고픔에 허덕이며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

기아의 참혹함을 직접 목격한 시즈에겐 다이어트라는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나보다.

열변의 끝에서 시즈는 결국 눈물을 머금으며 자신의 도시락을 내게 내밀었다.

"드셔주세요 료스케씨!"

"엣? 시즈?"

"제 밥 전부 드릴테니까 부디 먹어주세요!"

"아니, 괜찮으니까. 코테가와 말대로 고작 한끼 굶은걸로 이렇게 호들갑 떨 건 없다구?"

"괜찮지 않아요!
남자들은 많이 먹어야 하잖아요!
그리고 전 유령이니까 굶어도 상관없어요!"

"전혀 상관없는게 아니거든?"

"으우우~~~!?"

내게 양볼을 가볍게 잡아당겨져 신음을 흘리는 시즈와 눈을 맞췄다.

"뭣 때문에 미카도 선생님이 너를 위해 인공 육체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거야?
무심코 유체이탈해버리는 버릇을 고치려고 나랑 야미랑 함께 연극 연습을 했던걸 잊은건 아니지?
유령이니까 안 먹어도 괜찮다는 말 하지마.
슬슬 살아있을 적 행동에도 익숙해져야 하지 않겠어?"

"아우우~~~"

"좋은 말이지만 그렇다고 여자아이의 볼을 함부로 만지면 안돼요 아키츠군."

코테가와의 만류에 시즈의 볼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시즈 네 도시락을 먹을바엔, 내 도시락을 지금 먹으면 되는 문제라구."

쉬는시간 도시락 까먹기는 한번쯤 해보고 싶기도 했고.
얼마 남지 않은 쉬는시간을 체크해보곤, 요기라도 해두자고 생각하며 도시락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실곤약 국수...」」」"


...이건 망했군.

아무래도 오늘은 삼시세끼를 다이어트 식단으로 먹어야 할 처지인가보다.
조용히 한숨을 쉬곤, 젓가락을 쥐었다.




구우우우우~~~

"......"

수업중.
갑자기 들려온 뱃소리에 교편을 잡은 손이 멈칫한 선생님이었지만, 이내 헛기침과 함께 아무렇지 않게 수업을 재개했다.

부끄러움으로 빨개진 얼굴을 숙이자, 교실 여기저기서 작게 웃음이 샌다.

배를 문지르면서 응석부리는 속을 달래며 생각했다.

기분탓일지도 모르지만...
아까부터 자꾸만, 참을수 없을 만큼 허기가 지는걸...
도시락을 먹은 보람도 없이 배고프단 신호를 보내오고 있는 몸은 양심도 없지...
방금전 먹은걸로 속이 든든해지기는 커녕, 이상하게 점점 힘이 빠지고 있는것 같고.

...설마 모모녀석, 식사에 뭔가를 섞은건 아니겠지?
우주 다이어트 약품이라든지 말야.
이 동네에서 '우주'라는 명칭이 붙은 약품들은 지구인에게만 부작용이 있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까.
만약 지금의 허기짐의 그런 부작용 탓이라면, 그냥 성실하게 살을 빼자고 모모를 설득해야겠다.

언젠가 세월이 흘러,
모든 우주 의약품에 「지구인은 본래 용도로 사용 금지」라는 경고문이 붙는 미래를 상상하면서,
빨리 수업시간이 지나가길 절실하게 바랐다.



낯부끄러운 수업시간이 지나고 찾아온 점심시간.
싱글싱글 웃으며 리사가 다가와선 팔꿈치로 내 팔을 툭툭 쳤다.

"이야아~ 방금 수업중엔 정말 대단했지 아키츠군~?"

"...솔직히 부끄러워 죽을것 같았어."

"아하하~! 괜찮잖아? 식욕왕성한 나이니까 말야."

내 등을 두드리면서 쾌활하게 웃는 리사에 이어 시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안색을 살폈다.

"료스케씨? 정말 괜찮아요?
수업시간에도 굉장한 소리가 났잖아요."

"맞아~ 시즈시즈의 말마따나 대단했지~
뱃속에 아귀(餓鬼)라도 들어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굉장한 소리였다니까?"

"말하지 말아줘. 부끄러우니까..."

리사와 시즈, 미오의 사이에 끼여 곤란해하던 중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양손에 가방을 든채 막 교실로 들어온 룬은 떠들석한 내 주변이 신경쓰였는지 곧장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룬을 본 리사가 손을 흔들었다.

"아, 룬룬~! 어서와~! 오늘은 좀 늦었네?"

"안녕. 오늘은 아침 방송 녹화여서 마치고 바로 온거야.
그런데 수염한테 왜 이렇게 모여있는거야? 무슨일 있었어?"

"후후후, 굶주림에 시달리는 불쌍한 아키츠군을 상냥하게 위로하고 있던 참이었지~"

상냥해? 위로? 놀리는게 아니었어?

리사의 말에 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배고프다면 도시락 먹으면 되는거 아냐?
마침 점심시간이잖아."

"내 도시락이라면 이미 쉬는시간에 먼저 먹어버렸어."

"식욕이 왕성하네.
사내아이는 전부 수염 너처럼 먹성이 좋은거야?"

고개를 젓곤 룬은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그럼 내걸 좀 나눠줄까?"

"응? 그럼 룬 네가 먹을게 모자라지 않아?"

"걱정하지 않아도 양은 충분히 있어.
혹시라도 렌으로 바뀔 때를 대비해서 점심 도시락은 다소 양을 넉넉하게 해서 가져오니까."

"룬..."

"뭐, 뭐야?
그렇게 쳐다보지마. 거북하니까."

감동한 내 눈빛 공격에 그런 반응은 좀 참아주지 않겠습니까.

"부-부-! 횡포야!
이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찬 눈빛을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귀여운척 하지마!
수염 너 같은 덩치한테 애교는 전혀 안 어울린다고!"

"에~? 나름대로 귀엽지 않아?"

"이것 봐! 라라도 이렇게 말하고 있잖아?"

"...라라의 미의식은 삐뚤어져 있으니까 신뢰성이 없거든?"

미간을 주무르곤 얕게 신음을 흘린 룬이 투덜거렸다.

"그래서? 먹을거야 말거야?"

"감사히 먹겠습니다."

"흥. 아이돌 수제 도시락을 먹는걸 고맙게 생각하라구."

코웃음을 치곤 도시락을 꺼내는 룬의 모습에 시즈도 나섰다.

"아, 그럼 저도 나눠드릴께요!"

"시즈도?"

"수업시간 내내 배곪는 소리를 내는건 불쌍하잖아요!"

"아, 으응."

시즈의 박력에 밀려 고개를 끄덕이자 곁에 있던 코테가와도 가만히 도시락을 책상에 올렸다.

"그럼 저도 조금 정도 나눠 줄게요.
배고파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안 좋으니까."

"좋았어~ 그럼 내 것도 나눠줄께!
다음번에 갚아줘~♪"

"그럼 나두나두~
여동생 카페 많이많이 애용해줘 오빠~!"

"재밌어 보이니 나도 할래!"

왁자지껄한 소란속에서, 룬을 시작으로 어느샌가 모여든 친구들이 저마다 도시락을 꺼내들었다.

룬, 시즈, 코테가와, 리사, 미오, 라라, 리토, 하루나, 사야카, 코요미.

그리고 호화롭게 다시 태어난 내 점심 도시락!

고마워요... 고마워요...!

이런게 바로 「십시일반(十匙一飯)」인가.
마침 도와준 사람도 딱 10명이고.

점심은 빵으로 때워야하나 고민하던게 바로 방금전이었는데, 이런 훈훈한 베품을 받게 되다니...

고마워 모모.
이런 소중한 시간을 갖게 해줘서.
다이어트가 잘되길 응원할께.
도시락은 내가 만들테지만.

지금쯤 다이어트로 분투중일 말괄량이에게 감사를 바치면서 지금의 행복한 식사 시간을 끽하기로 했다.



방과후 하굣길.
저녁식사 정도는 평범한 식단으로 하자고 모모를 설득할 방법을 궁리하던 차였다.

"어? 료스케다."

"아키츠 료스케?"

"나나? 야미?"

각자 한손에 붕어빵을 든 나나와 야미랑 마주쳤다.
나나는 이미 붕어빵을 한입 베어물고 있었다.

"군것질?"

"응. 야미가 준거야.
붕어빵이란거 꽤 맛있네."

"절실하게 붕어빵을 응시하는 프린세스 나나를 거절할 수 없었을 뿐입니다."

"그치만 어쩔 수 없었는걸!
모모가 만든 식사는 엄청 배고팠으니까!
그리고 그냥 프린세스 없이 나나로 불러도 괜찮은데?"

"...고려해 보겠습니다."

거절이 아닌 대답 보류만으로도 큰 진보네.
예전에 비해 나아진 야미의 대응이 흐뭇해하곤, 나나의 푸념에 동조했다.

"하긴, 아침이랑 점심 식사치곤 다소 영양이 부족했지.
나도 오늘은 배가 고파서 힘들었거든."

"그렇지? 막 손발이 떨리고 힘이 빠져나가는게, 이러다가 쓰러지는거 아닌가 무서웠다니까."

분하다는 듯 엄지 손가락으로 윗 입술을 누르며 나나가 중얼거렸다.

"모모 녀석, 분명히 어제 내가 살쪘냐고 놀렸던거에 대한 보복일거야!"

"글쎄? 모모가 그 말을 신경쓰고 있다는건 확실할 것 같지만 보복은 아닐걸?
왜냐하면 모모도 아침을 함께 먹었잖아.
그냥 정말로 다이어트를 하고 싶어서 식단을 조절한거 아냐?"

"으응...그런걸까?"

"다이어트? 살을 빼려는겁니까?"

야미의 물음에 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난 별로 생각이 없었는데, 모모가 살을 빼고 싶은것 같더라구.
나로서는 오늘 같은 일에 휘말리기는 싫으니까, 살빼는건 식사 말고 다른 방법으로 하길 바라는데 말야.
야미라면 살을 뺄 때 어떻게 할거야? 혹시 괜찮은 생각 있어?"

"...그렇군요."

나나의 물음에 야미가 말을 이었다.

"바라는 몸매를 가지고 싶은 최적의 방법은 싸우는 것입니다.
승리를 위해선 실전을 통한 단련은 필수니까요."

싫어라...이 배틀중독자 같은 발언.
그런 지긋지긋한 방식은 내 취향은 아니네.

질색한 나와는 달리 어째선지 나나는 귀가 솔깃한 것 같았다.

"'바라는 몸매'라..."

작게 중얼거린 나나가 야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혹시, 가슴을 크게 하는 법은 없어?)"

"...네?"

작게 속삭였지만 다 들립니다. 나나양.

"(모모 녀석! 가슴 좀 크다고 잘난척 하니까 얄밉단 말야!)"

"그, 그렇습니까?"

"그래서? 멋진 몸매는 어떻게 가꿔?"

"......"

반짝반짝하는 나나의 시선에 야미는 천천히 얼굴을 돌렸다.

"모, 모릅니다."

"...에..."

"왜냐하면 그 부위는 싸움에는 불필요하므로...모릅니다."

어째서일까, 필사적인 한편 안타까움이 몰려드는 변명이었다.
둘의 속삭임을 못들은척, 실망한 나나와 무안한 야미를 달래곤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저녁은 료스케가 만들어줘!"

"좋아. 그렇지 않아도 내가 할까 생각중이었으니까."

"아키츠 료스케 당신이 요리를 만드는겁니까?"

"당연하잖아. 나나랑 모모가 오기전에는 나 혼자서 생활했는걸."

"의외군요. 분명 식사는 프린세스 모모나 나나가 만들고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난 요리 못해!"

뭐가 자랑스러운지 의기양양한 얼굴로 나나가 가슴을 펴고 당당히 선언했다.

"야미는 어때?"

"...전투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으면 상관없습니다."

야미의 말에 나나가 눈치챈듯 웃었다.

"아항~ 야미도 요리해본 적 없구나?"

"...묵비합니다."

"히히, 뭘 부끄러워하고 그래?
나도 요리는 못하는걸~"

"그건, 자랑할 일인가요?"

"괜찮잖아?
대신 테이블 닦는거랑 수저 준비는 내가 하거든!
자신이 할 수 있는걸 하는 모습,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 그러네."

상쾌하게 대답하는 나나의 모습에 나도 무심코 수긍해버렸다.
내 반응에 야미도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그치? 참! 모처럼이니 야미도 함께 저녁 먹을래?"

"아키츠 료스케의 집에서 말입니까...?
제가 가면 집이 비좁지 않을까요?"

"아, 야미는 우리 집에 오는건 오랫만이라 몰랐겠네.
나나랑 모모가 공간확장 기술을 써서 집이 넓어졌거든.
덕분에 제법 쾌적하게 지낼 수 있어.
바뀐 집 모습도 구경할겸 같이 저녁먹지 않을래?"

"...좋겠지요."



제안을 받아들인 야미와 함께 귀갓길에 올랐다.
귀가중에 야미의 요청으로 야미가 애용하는 붕어빵 가게를 들렀다.
대체 식전에 왜 군것질을 하려는 것인지 물어보는 내게 야미가 태연히 대꾸했다.

"붕어빵은 군것질이 아닙니다.
전채 요리(Appetizer)입니다."

붕어빵이 전채 요리?

...뭐, 매 끼니를 붕어빵으로 해결하려던 때 보다는 그나마 나아졌다고 생각하자.

붕어빵 가게에서는 뺨에 난 흉터와 선글라스, 리젠트 머리가 인상적인 주인 아저씨가 우릴 반겨주었다.

"아, 료스케 형씨랑 야미로군?
그런데 거기 있는 분홍머리 아가씨는...?"

"나말야? 나는 나나."

"응...아! 어디선가 낯익다 싶었더니, 이따금 공원에서 개들이랑 놀아주던 꼬마 숙녀분이었구먼!'

껄껄 웃곤 아저씨는 내게 확인했다.

"계산은 평소처럼 형씨가 하는건가?"

"아, 오늘은, 「그렇습니다.」..."

내 말을 덮어쓴 야미의 대답에 입을 다물자 아저씨가 피식 웃었다.

...뭐, 상관없지만.

붕어빵 값을 지불한 뒤, 주문한대로 붕어빵을 싸주곤 안부를 묻는 아저씨에게 야미가 답했다.

"초대를 받았습니다. 빈손으로 가면 실례이므로 붕어빵을 조금..."

"하하하! 야미는 참 예의바르구나."

기특하다는듯 칭찬하는 아저씨의 모습에 무심코 야미에게 딴죽을 걸었다.

"...빈손으로 가는 것보다, 초대한 사람에게 붕어빵을 사게 하는 쪽이 더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야미씨?"

"...?"

내 말에 야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말이야 이녀석?'하는 눈으로 바라보는건 제발 그만둬.
그러면 내 쪽이 이상한것 같잖아.

"...삼단논법."

"응?"

야미가 손가락을 세웠다.

"식사는, 초대한 주인이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입니다."

"응, 그야 당연하지."

야미가 손가락으로 붕어빵을 가리켰다.

"...붕어빵은, 전채 요리."

"응. ...응?"

마지막으로 야미의 손가락이 나를 가리켰다.

"즉...당신은, 저에게 붕어빵을 삽니다."

"과, 과연...!"

내 눈앞에서 손가락을 뱅글뱅글 돌리며 선언하는 야미에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훗...졌어. 나무랄데 없는 완벽한 논리야."

"료스케? 눈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데?"

"...풋!"

내 어깨를 흔들며 말을 건네는 나나의 모습에 키득거리던 아저씨가 결국 폭소를 터뜨렸다.

"와하하하! 형씨도 참 물러터졌구만~!"

"으앗!?"

팡팡 등을 두드리는 아저씨의 손바닥에 화들짝 놀라서 깨었다.
손가락을 치운 야미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최근, 추리소설을 읽고 있으니까요.
탐정 흉내라면 다소는 합니다."

내 안에서 추리랑 탐정에 대한 이미지가 와장창 깨지고 있는데요?

"...요즘 추리소설은 굉장하구먼."

"...그러게요.
아무튼, 붕어빵을 꽤 사버렸네.
이런 속도라면 붕어빵 천개는 금새 사겠구나."

"네?"

"응? 그러니까, 저번에 대중 목욕탕 사건때 사기로 했던 붕어빵 천개 말야.
오늘 산걸로 제법 수량을 채웠을 것 같단 의미였어."

"...?"

내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듯, 야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니까 자꾸 그렇게 내쪽이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지 말라고.
무섭잖아.

의아한듯 천천히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이던 야미가 다시금 손가락을 들었다.

"삼단논법. 이것은, 저의 선물."

"그, 그만둬!"

폭소하는 아저씨와 재밌다는 듯 구경하는 나나와 분위기를 탄 야미.
평소보다 소란스러움이 늘어난 귀갓길 풍경이었다.




"다녀왔습니다~"

집에 들어왔지만 모모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어이~ 모모?
우리 왔어~"

"야미도 데려왔어~
저녁 같이 먹을거라구."

반응없이 잠잠한 상황에 나나와 마주보았다.

"혹시 모모도 밖에 나간걸까?"

"설마. 모모의 신발은 전부 현관에 있는걸?"

특수한 사정으로 창문을 열고 맨발로 날아갔다면 모를까.
걱정이 들어 우선 집안을 확인하기로 했다.

욕실에서 씻고 있는 것도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모모의 방부터 확인할 차례지.
그리고 그건 정답이었다.
모모의 방문을 열자 보인건 러닝머신 근처에 쓰러져있는 모모의 모습이었다.

"모모!"

깜짝 놀란 나나와 함께 모모에게 달려갔다.
검정 스포츠 브라와 팬티 차림으로 땀 투성이가 되어있는 모모를 안아들었다.

땀 범벅이네...
대체 얼마나 열심히 운동을 한거야?
아니, 설마 허기나 운동 이외의 다른 이유로 몸이 아프다거나 하는건 아니겠지?

"모모? 괜찮아?"

"...료스케씨?"

"어떻게 된거야?
혹시 어딘가 아픈거야?"

"아뇨. 그냥 조금, 현기증이 나서..."

"우선 거실로 옮길게."

모모를 안아들고 일어서자 모모가 양손으로 내 가슴을 밀어내었다.

"놔, 놔주세요!"

"어째서? 자세가 불편해?"

"무거울테니까..."

그런걸 신경쓰는거냐.
말다툼으로 들은 살쪘다는 소리가 어지간히도 쇼크였나보다.

"가벼워. 그러니 괜찮아."

"그...냄새 날거예요..."

"홍차향?
화이트 피치말야?"

"...정말이지 못말리겠네요."

모모는 작게 웃곤 눈을 감았다.

"그럼, 거실까지 잘 부탁드려요."

"기꺼이."

얌전해진 모모를 안아들곤 이번에야 말로 모모의 방을 나섰다.



거실에 앉아 물을 마시고 한숨을 돌린 모모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손님이 오셨는데 그만 보기 흉한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뭘, 큰일이 아니어서 다행이지."

그리고 건강미가 더해진 탓에 보기 흉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섹시해 보였으니까.

쓰러진 원인은 짐작대로 무리한 다이어트와 무리한 운동 때문이었다.
칼로리가 거의 없는 곤약 국수로 아침과 점심을 해결하고, 그 상태에서 강행한 실내 달리기 코스.
그런 도중, 갑작런 현기증에 습격당해 그만 러닝 머신에서 이탈한게 방금전 우리가 목격한 장면이었단다.

몸을 추스른 모모가 야미를 보고는 조심스레 인사했다.

"그러니까...금색의 어둠씨였죠?
말하는게 늦었지만,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프린세스 모모.
이건 방문 선물입니다."

"아...네. 고마워요.

......붕어빵?"

"네. 전채 요리입니다."

"그, 그래요?"

당연하다는듯 붕어빵을 전채 요리 취급하는 야미의 말에 당황했는지 모모가 말을 더듬었다.
손님이 전채 요리를 준비해 왔다는 것에 딴죽을 걸어야 할지,
전채 요리가 붕어빵이라는 것에 딴죽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네.
도움을 요청하는 듯 모모가 내쪽을 힐끗 쳐다봤지만, 나도 딱히 돌려줄 말이 없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다소 당황스러운 방문인사를 마치고 저녁 준비에 들어갔다.
아침부터 제대로 된 영양 섭취를 못한 모모는 쉬도록 하고, 요리를 만들기 전에 확인차 물었다.

"혹시 요리에 리퀘스트는 있어?"

"피망은 빼 료스케."

"당근이랑 우유도 빼주세요."

"미끌미끌한건 싫습니다."

지금, 이곳에 「편식가 트리오」 결성이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내 태도에 모모가 발끈했다.

"뭐예요 그 반응은?
료스케씨도 싫어하는 음식 한두개 정도는 있을 거잖아요?"

"아니. 난 딱히 가리는거 없는데."

"...과연. 절조가 없네요.
가리는게 없다는건 즉,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죠?
수비범위가 넓네요."

"아무도 그런 얘긴 하지 않았거든?"

내 말에 코웃음을 치곤 모모가 동의를 구하듯 야미를 향했다.

"금색의 어둠씨도 사이난에 있으면서 료스케씨에 대한 소문을 들은게 있으실테죠?
실제로는 어떤가요?"

모모로부터 화살이 향해진 야미는 고개를 돌렸다.

"...야한건, 싫습니다."

"어머...?"

의외라는 얼굴로 눈을 깜빡이던 모모는 이내 쿡쿡 웃음을 머금었다.

"후후, 의외로 순진하네요 금색의 어둠씨는."

"그만해~! 모모 넌 손님에게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거야?"

"에~? 왜그래 나나?
이건 어디까지나 사이가 좋아지기 위한 일환이라구."

"야한 얘기일 필요는 없잖아!?"

평소처럼 아웅다웅하기 시작한 둘의 모습에 야미가 내게 다가왔다.

"...소란스럽군요. 언제나 이런겁니까?"

"뭐, 대개는. 덕분에 꽤나 활기가 넘쳐 흐르지.
그래서, 바뀐 우리 집의 감상은 어때? 마음에 들었어?"

"그렇군요..."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야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취향입니다만...
저로서는 예전의 당신의 집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용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를 좋아하니까요."

그리고 한호흡 쉰 뒤, 야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왁자지껄함도 나쁘진 않습니다."

"그렇지?"

씨익 웃어주곤 어깨를 풀었다.

"그럼 저녁은 기대해줘.
맛있는걸로 준비할테니까「꺄아악~!?」"

난데없는 비명에 얼굴을 향하자, 어느샌가 파렴치한 모습으로 바닥을 뒹굴고 있는 나나와 모모가 눈에 들어왔다.

"그, 그만둬 나나! 벗겨져! 벗겨진다구!?"

"아앙~ 너, 너야말로 꼬리 놓으란 말야!"

밀려올라간 스패츠 브라와 밀려내려간 팬티를 필사적으로 막으면서 재주좋게도 나나의 꼬리를 붙잡은 모모.
꼬리를 잡힌채 부들거리면서 힘껏 모모의 옷자락을 잡고 밀어붙이는 나나.

뒤엉킨 둘의 모습에 멍청히 눈을 깜빡이는데 새하얀 양 손바닥이 눈을 때렸다.

찰싹-

"아얏?"

손바닥으로 그대로 내 눈을 가린채 정면에 선 야미가 중얼거렸다.

"어딜 보고 있습니까?"

"아니, 나도 사내아이니까, 저런 모습에 다소는 호기심이 든다구."

"야한 시선은 안됩니다."

"......"

스윽-

말없이 상체를 슬며시 뒤로 빼자, 야미가 따라서 몸을 앞으로 내밀며 손바닥으로 내 눈을 가렸다.

"뒤로 물러나도 안됩니다."

"......"

...어쩐지, 이거 재밌네.

스윽-

조금 더 상체를 뒤로 빼자 내 눈을 가리려는 야미의 몸이 점점 앞으로 기울었다.

그런 주고받기가 몇차례 계속되고, 어느 순간, 야미가 발끝으로 선듯한 느낌에 야미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읏!?"

"곧 바닥에 착지하오니 안전밸트를 매주세요."

"그게 무슨?"

당황한 야미의 목소리가 채 끝나기 전에 야미를 안고선 거실 바닥에 드러누웠다.

"노, 놓으십시오! 아키츠 료스케.
뭐하는 짓입니까?"

"방금전 자꾸만 달라붙으려고 하는게 어쩐지 재밌어서."

"달라붙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제 허리에 팔은 왜 두르고 있는 겁니까?"

"안전밸트 놀이."

"...바보입니까 당신은?"

"부-"

야미의 손바닥에 양뺨을 짓눌려 김빠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나나와 모모로부터 다소 미묘한 시선을 받으며 준비한 저녁 식사에 대한 감상은 대체로 호평이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아무래도 오늘 하루의 허기짐 탓에 나나와 모모에겐 평소보다 식사가 맛있게 느껴졌나보다.

야미도 꽤 만족했다는 평이었다.
다만 식전의 해프닝에 대한 불만 탓인지, 미캉의 요리에 비해선 부족했다는 말꼬리를 남겼지만.
그야 텐죠인 그룹의 아가씨인 사키 선배의 마음에 들 정도인 미캉의 요리솜씨에는 이길 수 없을테죠.



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는 야미의 에스코트를 겸해 다함께 산책을 나섰다.

에스코트는 필요없다는 야미의 말이 있었지만, 어차피 산책하는 김에 하는거니 신경쓰지 말라고 답했다.
모모는 스포츠복 차림의 그대로 따라 나왔다.
원래는 실내 운동을 더 할 생각이었다는데, 산책하는걸로 대신하겠단다.
어째서 간단한 세수만 하고선 실내복으로 갈아입지 않는건가 싶었더니만, 아직 모모는 체중감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보다.

"그나저나, 이정도 시간대라면 혹시 만나려나?"

"누굴 말인가요 료스케씨?"

"사이렌지나 아키호씨.
이따금 마론을 산책시키러 나오는데, 산책 코스가 비슷해서 가끔씩 만나거든.
밤늦은 시간엔 위험하니까 되도록이면 돌아다니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흐응~? 역시 하루나씨에게 이상한 꿍꿍이를 갖고 있는거 아녜요?
아니, 어쩌면 아키호씨가 목적인가요? 자매 둘에게 양다리?"

"넌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예전에 스토커에게 쫓기던 사이렌지랑 마주친 적이 있어서 걱정되서 그런거라구."

"스토커? 하루나씨에게요?"

"뭐? 그런 못된 녀석이 하루나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단 말야?"

"이곳은 꽤나 평화로운 곳이라 생각했는데, 반드시 그런것만은 아니었군요."

"그래도 최근에는 더이상 수상한 기척이 없다고 사이렌지가 그랬으니까, 이전 같은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야."

언젠가 스토커를 만나면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분개하는 나나를 다독이며 걷고 있을 때, 저만치서 낯익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하루나와 마론이었다.

평소보다 늘어난 산책 동료의 모습에 놀란 하루나와 인사를 나누곤 하루나와 동행했다.
일단은 예정대로 야미가 사는 우주선까지 야미를 데려다주고, 그 뒤에 하루나를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했고 말이다.

하루나와 모모는 홍차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다보니 생각보다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나갔다.
나나와 야미의 경우는 활발한 성향의 나나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식의 대화였고.
나? 나는 마론의 목줄을 잡고 산책하기.
둘둘씩 짝지어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도록 두고 나는 이따금 간간히 화두를 던지거나 하면서 산책로를 걸었다.


"점심땐 고마웠어 사이렌지. 덕분에 한숨 돌렸으니까.
하마터면 쫄쫄 허기에 시달리는채로 오후 수업을 들을뻔 했어."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야."

하루나와 모모의 화제는 홍차에서 라라의 학교 생활로 넘어가더니, 어느샌가 오늘 있었던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갔다.
거기까지 오면 나로선 당연히 모른척 할 수 없는지라, 나도 대화에 끼어들어서 하루나에게 다시 한번 점심 시간때의 도움에 감사를 표했고.
조금은 급작스러운 화제 전환이었던 탓인지, 이야기의 전후를 파악하지 못한 모모가 궁금한듯 물었다.

"점심때 무슨 일 있었나요?"

"아아, 도시락을 일찍 먹어버린 탓에 점심시간엔 먹을게 없었거든.
그때 사이렌지가 도시락을 나눠줬어."

"헤에..."

내 대답에 왠지 모모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하루나씨, 하루나씨."

"으응? 왜그래 모모?"

"도시락 말인데요, 료스케씨에게 어떻게 나눠줬어요?
혹시 숟가락으로 '아~앙~♡'하고 떠먹여주기 같은 것도 했어요?"

"에에엣!?"

모모의 말에 하루나가 허겁지겁하며 양팔을 내저었다.

"그, 그럴리 없잖아!
그냥 보통으로 숟가락으로 덜어준 것 뿐이야!
거기다 나말고 다른 친구들도 함께 나눠준거였다구."

"에에~?"

노골적으로 실망하는 모모의 모습에 딴죽을 걸라치는데 다리 근처에서 낌새가 느껴져 고개를 내렸다.
목줄을 매단채 이리저리 움직이던 마론이 어느새 내 주위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마론?"

킁킁 냄새를 맡으면서 내 주위를 맴도는 마론의 모습에 몸을 숙여 앉으며 물었다.

"왜 그러니 마론? 혹시 나랑 놀고 싶었어?"

싱긋 웃으면서 마론의 머리를 쓰다듬자 마론이 머리를 흔들며 내 손을 쳐냈다.

"여전히 새침하구나 너는."

쓴웃음을 짓곤 손을 치우는데 마론이 내 손에 코를 가까이 했다.
...이건 대체 뭐람?
마론의 접근이 기쁘긴한데 이래서야 도무지 거리감을 알 수가 없네.
하지만, 지금 상황에 필요한 멋진 해결사가 바로 곁에 있지.
야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나나를 불렀다.

"나나."

"왜그래 료스케?"

"마론이 내 곁에 맴도는데 왜 그러는지 물어봐줄수 있을까?"

"너랑 놀고 싶어서 그런거 아냐?"

"그럼 기쁜데, 어쩐지 조금 다른것 같아서 말야."

"어쩔수 없네."

도움을 구하는 내게 나나가 다가와 곁에 앉았다.

"마론? 료스케에게 무슨 볼일이 있는거야?"

왕왕!

"...응?"

왕! 왕왕!

눈을 깜빡이며 마론과 나를 번갈아보는 나나의 태도에 궁금증이 커져만 간다.

"나나. 마론이 뭐래?"

"...아...그러니까..."

머리를 긁적이면서 잠시 생각하던 나나가 어쩐지 눈을 가늘게 뜬 채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너, 냄새 난데."



울었다.

눈물을 글썽이는 내 모습에 놀리러 왔던 모모는 우는 원인을 듣고선 당황하며 자기 체취를 확인했다.
땀흘린 뒤의 스포츠복 차림이 신경쓰이는지 불안한듯 자기 몸을 확인하던 모모가 나나에게 물었다.

"나나...그거 혹시 내 탓은 아니지? 내 냄새가 료스케씨에게 뱄다거나 한건 아니지?"

"어, 으응? 그건 아닌데... 네 냄새도 물어볼까?"

"아니! 그렇다면 됐어! 물어보지마! 나 지금 안 씻었단 말야!"

당황해서 마론이랑 거리를 벌리는 모모.
가만히 내 등을 토닥여주는 야미.
당황해서는 마론을 안아드는 하루나.

괜한 물음으로 카오스가 되어버린 산책길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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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두달만의 글이네요^^;
다들 오랜만에 뵙습니다.m(_ _)m


삽화는 제반ㄴ, 터틀러님이 하루만에 해주셨습니다.

삽화를 그려주신 터틀러님 정말 감사드립니닷~!
불만스러워보이는 표정의 야미 귀여웟~!!
이번 47화는 쓰는 와중에 초안이 자꾸만 바뀌어서, 미리 초안을 보내드리질 못했는데 말이죠ㅠㅠ;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닷~! m(+v+)m


근황으로는, 이번주부터 일본 여행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새편은 아마도 5월 13일(토)부터 가능할 것 같네요.

그럼 그동안 건강하시고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p.s. 참조

시즈 - 전화기는 어려워

(웹툰)오늘은 자체 휴강 (작가: 계란계란 님) 17화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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