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시간.

기지개를 켜며 몸을 푸는데 코테가와가 다른 교과서를 꺼내는게 눈에 들어왔다.

"뭐해?"

"자습 하려구요.
어젠 결석이어서 보충 공부를 해야 하니까."

책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코테가와는 손에 쥔 펜으로 톡톡 턱을 두드렸다.
성실하네.

"괜찮으면 어제 내용 필기한 노트 빌려줄까?"

"그럼 고맙죠. 혹시 지금 줄 건가요?"

"물론이지."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책상에서 어제 수업 때 사용한 교재를 꺼냈다.
차곡차곡 책상에 쌓여가는 교재에 코테가와가 다소 당황한듯 눈을 깜박였다.

"...준비성이 좋으시군요."

"그렇지 않아도 언제 이걸 건네줄까 싶었으니까.
나름대론 신경써서 필기해 해뒀으니 도움이 된다면 좋겠어."

"고마워요. 잘 쓰고 돌려줄께요."

"뭘~ 답례는 맛있는 걸로 부탁할께~"

"정말이지...
좋아요. 다만 너무 비싼걸 기대하진 말아요."

넉살 좋은 태도에 코테가와는 피식 웃곤 고개를 끄덕였다.
수북히 넘겨받은 교재를 한차례 훑고선 코테가와는 필기구를 쥐었다.

"어라? 혹시 쉬는시간부터 옮겨적으려구?"

"그래요. 오늘 하교 전에 끝마치려면 서둘러야 하니까."

"노트는 내일 돌려주면 돼.
그리고 쉬는시간에는 쉬어둬.
그 편이 수업할 때 집중이 잘 될거라구?""

"하루 정도는 괜찮아요.
당신도 공부해야 할텐데 제가 계속 노트를 갖고 있으면 곤란할거 아녜요."

"괜찮기는? 감기로 고생한게 바로 어제인데 벌써부터 무리하려구?"

"다 나았다니까요."

"그건 자기 과신이야.
나야말로 하루 정도는 노트 빌려줘도 상관없으니까 몸 관리를 우선하는게 좋아."

"수업을 하루 빠진만큼 빨리 빈틈없이 보충해두는게 중요하다구요."

"난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러다 감기 나은지 하루만에 다시 몸살 날까봐 걱정이라구."

"료스케씨 말이 맞아요 유이씨!"

"시즈까지?"

시즈가 맞장구치곤 나와 코테가와의 실랑이에 끼어들었다.

"유이씨는 어제까지 환자였잖아요.
안정을 취하는게 중요하다구요."

"환자라니... 고작 감기 정도로 너무 과민하잖아."

"고작 감기가 아녜요!"

당치도 않다는듯 시즈는 고개를 내저었다.

"질병에 방심은 금물이예요!
미카도 선생님께서도 당분간은 무리하지 말라고 쉬라고 말씀하셨다구요!"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라구요?"

평소의 순해빠진 인상과 다르게 날카로운 눈매로 타박하는 시즈의 모습에 코테가와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코테가와도 쉽사리 수긍할 기색은 없어 보였기에 코테가와를 달랠겸 다른 제안을 꺼내기로 했다.

"수업 하루 빠진걸로 그렇게 초조해하지 말라구.
무리해서 쉬는시간을 쪼개어 쓰는 것 보다는 차라리 스터디 그룹으로 보충하는건 어떨까?"

"『스터디 그룹』이 뭔가요 료스케씨?"

아, 그러고보면 시즈는 아직 영어는 서투르지.
생소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즈에게 미안함을 담아 웃곤 말을 이었다.

"친구들이랑 함께 하는 공부 모임을 말하는거야.
혹시 관심있다면 시즈도 같이 모여서 공부 할래?
시즈는 편입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니까, 수업을 중간부터 따라가는건 힘들지 않을까 싶었거든."

"그거 좋네요.
함께 공부해요 유이씨~!"

내 권유에 시즈는 반색하며 기운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활기를 띄며 재촉하는 시즈에게 코테가와가 곤란한 듯 한숨을 쉬곤 웃었다.

"...어쩔 수 없네. 알았어."

"와아~! 유이씨와 함께 공부할 수 있다니 기쁘네요!"

"정말이지...어린애 같긴."

핀잔섞인 말을 내뱉으면서도 코테가와는 시즈를 보며 작게 미소지었다.

"...나도 시즈가 함께 해준다면 기뻐."

"에헤헤~"

사이 좋구나 너희들.
마주 웃는 코테가와랑 시즈의 모습에 훈훈한 기분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스터디 그룹을 하기로 했으니 말인데, 기왕이면 다른 친구들에게도 모임에 참가하길 권해 볼까?
함께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으응~ 그렇네요. 유이씨는 어때요?"

"괜찮지 않아? 성실하게 공부하는 사람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풍기 위원으로서도 건전한 방과후 활동을 막을 생각은 없어."

시즈와 코테가와의 동의도 얻었겠다, 우선은 자리에 앉아선 귀에 꽂은 이어폰을 하릴없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룬부터 꼬셔보기로 했다.

"저기~ 룬~"

"......"

무시하기냐.

"어이~ 여보세요~?"

옆에서 불러도 묵묵부답인 룬의 모습에 룬의 눈앞에서 손바닥을 흔들었다.
시야를 방해받자 룬은 눈살을 찌푸리며 내 쪽으로 얼굴을 향했다.

"뭐야 수염?"

한쪽 귀에서 이어폰을 뽑고선 빤히 올려다보는 룬에게 싱긋 웃었다.

"지금 한가하지?"

"...지금 내 모습을 보고 그런 말이 나와?"

손가락에 걸린 이어폰을 흔들어보이며 눈을 흘기는 룬에게 고개를 갸웃했다.

"응. 한가해 보였으니까 그런건데."

"눈이 삐었네."

눈이 삐기는.
애당초 집중하고 있었다면 이어폰을 만지작거리지도 않았겠지.

"자자, 그렇게 탐탁치 않은 얼굴 하지 말라구."

"하아...정말이지 능글맞기는..."

웃으면서 달래는 내게 룬은 크게 한숨을 쉬곤 이어폰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무슨 용건인데?"

"스터디 그룹을 열 생각인데 참가할 생각 있어?"

"난데 없이 사람 귀찮게 하나 했더니 용건이 그거야?
스터디 그룹 하자고? 너랑?"

"응. 너 관심 있을 것 같아서."

"뭐? 내가 왜!"

깜짝이야.
난데없이 언성을 높이는 룬에게 놀라면서도 말을 이었다.

"그야 너 요즘 아이돌 활동하느라 바빴잖아.
공부할 시간 부족했지?"

내 지적에 진정한듯 룬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곤 입을 우물거렸다.

"뭐어...그렇긴 하지만."

"그럼 만약 시간이 된다면 스터디 그룹 함께하지 않을래?"

내 제안에 룬은 양팔을 껴안곤 의심스러운 듯 힐끗 나를 쳐다보았다.

"...혹시나 해서 묻는거지만, 너랑 둘이서만 한다거나 하는건 아니지?
그렇다면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테니까!"

"아니니까 그렇게 신경 곤두세우지 않아도 되거든?"

경계심이 잔뜩 묻어나는 표현이군요.
둘이서만 스터디 할 리가 없단걸 알면서 괜한 심통이람.
덕분에 코테가와랑 시즈가 쓴웃음을 짓고 있다고.

"코테가와랑 시즈도 스터디에 참가한다구.
그러니까 괜스레 날 매도하는건 그만둬."

"그렇다면야."

투덜대는 날 두고서 룬은 골똘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오늘 바로 스터디에 참여하는건 무리야.
일정을 한번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아마 이번주 토요일이라면 짬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토요일이구나. 그럼 코테가와랑 시즈는 이번주 토요일에 시간 괜찮아?"

내 물음에 코테가와는 어려움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시즈는 아차-하는 얼굴로 입을 가렸다.

"아! 저는 미카도 선생님께 여쭤봐야 할 것 같아요.
큰일이 없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오늘 중에 확인해볼께요."

하긴, 시즈는 평소부터 미카도 선생님의 저택에 머무르면서 진료일을 돕고 있으니까.
미카도 선생님께 연락도 없이 방과후 일정을 정하긴 어렵겠지.
아무튼, 지금까지 모인 스터디 인원은 나랑 코테가와, 시즈, 그리고 룬이네.

좀 더 인원을 물색해 볼까 고민하는데 톡톡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이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사야카가 생긋 웃었다.

"혹시 스터디 그룹 멤버 찾는 중이야?"

"그래. 혹시 아라이도 관심있어?"

"응. 이런 모임도 한번쯤 해보고 싶었으니까.
그럼 잘부탁해~"

"물론~!"

사야카에게 마주 웃어주곤 다음 후보를 물색했다.

"모미오카랑 사와다는 어때? 스터디 그룹."

내 제안에 리사는 으엑-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에에~ 싫어. 공부 같은건 따분한걸."

"응응~ 맞아. 그리고 아쉽지만 난 아르바이트 때문에 바빠서 말야~"

미오...전혀 아쉽지 않다는 얼굴로 웃으면서 말하면 설득력이 없어.

"뭐어~ 그 대신이랄까, 스터디 장소를 우리 가게로 잡는다면 다소는 서비스 해줄 순 있는데 어때~?"

"제안은 고맙지만 이번은 사양할께."

여동생 카페에서 공부 모임? 무리네.
순전히 그 분위기를 만끽하러 가는거라면 모를까, 스터디를 할 장소로는 영 어수선할 것 같다.

"그래? 유감이네. 그럼 다음 방문을 기다릴께~ 오빠야~"

누가 오빠냐 누가.

어처구니 없어서 고개를 내젓는데 룬이 놀리듯 히죽거렸다.

"의외네. 너라면 냉큼 승낙할 줄 알았는데."

"그럴리가 있냐."

"여동생 좋아하잖아?"

"그거랑 공부할 장소를 고르는 문제는 별개인걸."

"부정은 안하는구나?
여동생 좋아한다는거."

"아키츠군은 여동생 모에라는 소문도 있었으니까.
혹시 여동생 카페 단골이거나 한거 아냐?"

"......좋아! 그럼 나머진 점심시간 때 같이 식사하면서 마저 얘기하자구."

"말 돌리기는."

"아하하..."

룬의 트집과 사야카의 지원 사격에 어물쩍 화제를 돌리려다 핀잔만 들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시선을 외면하다 눈이 마주친 시즈가 곤란한듯 웃음을 보내온 것일까.




점심시간.

쉬는 시간 중 다른 사람들에게도 참여 의사를 확인한 결과, 스터디 그룹 멤버는 코테가와, 시즈, 룬, 사야카, 그리고 나로 정해졌다.
코테가와랑 시즈, 룬과 사야카와 점심을 함께하면서 스터디 모임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시즈는 미카도 선생님께 허락을 받고 토요일엔 무사히 스터디 참가가 가능할 것 같다고 알렸다.
코테가와랑 사야카도 주말에 스터디를 진행하는데 이견이 없어 보였다.
다만 토요일로 모임 날짜가 확정되어가는 분위기자 룬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말해두지만 소속사 일정과 안 맞으면 난 이번주 토요일에 빠질수 수도 있으니까, 그건 알아둬."

"괜찮아 괜찮아~
만약 이번이 어렵다면, 룬 네가 시간이 되는 다른 날에 한번 더 스터디를 열면 되니까."

"...그건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참가 시키겠다는 의지야?"

"물론!"

"어째서 그렇게 적극적인거야 너는..."

"사이좋게 되고 싶으니까."

"속셈 투성이잖아. 엉큼하긴."

룬이 핀잔에 애매한 웃음을 흘리는 날 보곤 사야카가 키득 웃었다.

"후후, 괜찮잖아. 나는 그런 점이 좋다고 생각해."

"엉큼한 점이?"

"아니, 솔직한 점 말야."

"흥, 이런건 노골적이라고 하는거야."

"'아' 다르고 '어' 다르다잖아.
너도 아라이처럼 조금은 좋게 표현해봐."

"아아아~~~ 시끄러 수염!
그런 속담 난 몰라. 우주인이니까."

"이럴 때만 우주인 타령이냐."

어처구니 없어 한숨을 내쉬었다.

"백치미 내세우는건 관둬. 라라랑 겹치니까."

딱-!

"아얏!?"

룬이 날린 딱밤에 이마를 쥐곤 무심코 신음을 흘렸다.

"날 그 녀석이랑 비교하는건 그만둬."

"넵."

째려보면서 으르렁거리는 룬의 태도에 잽싸게 입을 다물었다.
실수했네.
라라에게 경쟁 의식을 가진 룬에게 방금처럼 비교하는 식의 말투를 해버린 건 잘못이었다.
나와 룬을 번갈아 보던 사야카는 나직히 한숨을 쉬었다.

"모처럼 칭찬해주려 한건데 엉망이구나 아키츠군은."

"아하하...미안해 둘 다."

자칫 어색해질 것 같은 분위기를 전환할 겸 화제를 돌렸다.

"그럼 시간은 토요일로 정한걸로 하고, 스터디 장소는 어디가 좋을것 같아?"

"그러네. 일단은 조용한 곳으로 알아봐야겠지?"

"네. 가능하면 사람이 적은 곳이 낫겠죠."

불만스런 표정을 풀고 태도를 고친 룬이 의견을 꺼냈다.

"기왕이면 카페 같은 장소는 피했으면 좋겠어."

"룬씨는 카페를 좋아하지 않나요?"

"톱 아이돌인 내가 카페 같은 곳에서 공부하는걸 들키는게 문제야.
주위의 이목을 끌기라도 했다간 공부에 집중할 수 없을거라구."

"아! 확실히 그렇네요."

"그렇지? 목적이 공부가 아니라면 모르겠지만 말야."

룬의 의견에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기에 잠시 생각해보곤 물었다.

"그럼 우리집은 어때?"

"수염 너네 집?"

"응. 나나와 모모가 공간 확장을 해준 덕분에 여럿이서 공부할 공간은 충분하거든."

"나나랑 모모라면 라라의 쌍둥이 여동생들이지?
며칠전에 견학왔던 아이들 말야."

사야카의 물음을 룬이 받았다.

"맞아. 수염네 집에 하숙하고 있다던데, 난 어째서 그 애들이 아무런 걱정도 없이 수염 네 집에 머무르는지 모르겠어."

"함께 지내면서 알게되는 인품이란게 있는 법이잖아."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응."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룬의 표정에도 꿋꿋이 뻔뻔한 얼굴로 답하곤 의견을 모았다.

"그럼 따로 이견이 없다면 스터디 장소는 내 집으로 하려는데 괜찮아?"

고개를 끄덕이는 셋 - 사야카, 코테가와, 시즈.
룬도 별다른 딴죽은 걸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사야카는 감개무량한듯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보면 남자아이의 집에 가는건 처음이네.
공부가 계기가 될거라고는 생각 못했어."

"깔끔하게 해놓고 기다릴께."

"어라? 혹시 여자애한테 보여줄 수 없는게 있는거야?"

"노 코멘트."

"변태 수염."

"저질이네요."

룬과 코테가와는 엄격하네.

"저기, 괜찮아요. 남자는 대개 그런거죠?"

위로가 안돼 시즈.

"남자애의 집은 어떨까 기대되네.
다들 남학생 집에 가는건 처음 아냐?"

"네! 저도 두근두근해요.
유이씨 집에는 놀러간 적은 있었지만 남학생 집은 처음이거든요.
유이씨도 그렇죠?"

동의를 구하는 시즈에게 수긍하려던 코테가와가 멈칫했다.

"유이씨?"

"아, 별일은 아냐.
생각해보니 남학생 집에 간게 처음은 아니어서."

"에엣?"

"어라? 코테가와는 이성 관계에 대해서는 깐깐한 이미지였는데 의외네."

"아, 아냐! 별로 이상한 의미가 아니니까!
다른 사람들이랑 함께 갔던거라구."

"흠흠. 그러니까 즉, 코테가와는 의외로 경험 풍부라는거네."

"아니라니까~!?"

사야카의 장난에 당황한채 휘둘리는 코테가와.

"룬은 어때?
아이돌이니까 그런건 조심할 것 같지만."

사야카의 물음에 룬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지.
하지만 나도 처음은 아냐.
에전에 리토군 집에 가봤거든."

룬도 리토집에 간 적이 있었던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마도 저번에 룬이 얘기해줬던 미개척 행성 표류 사건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리토의 집에서 오키나와로 놀러 가려다가 입력 실수로 엉뚱한 행성에 표류했다고 했었지.

"뭐어, 그래도 탑 아이돌이 된 뒤론 남자의 집에 가는건 처음이려나."

"팬 1호로서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슈퍼 아이돌 RUN 쨩-"

힐끗 내쪽을 향한 룬의 시선에 양손을 맞잡고 감격한 듯 눈을 깜빡였다.

내 연극같은 반응에 멈칫했지만 룬은 곧 거만하게 코를 곧추세웠다.

"최선을 다해 탑 아이돌을 맞이할 준비를 하도록."

"네이~"

사야카가 피식 웃었다.

"죽이 잘맞는구나?"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잡담중.
저편에서 함께 식사중인 리토와 라라의 대화가 들림.

"에~ 그럼 리토는 오늘 같이 못들어가는거야?"

"응. 아버지 마감일이 코앞이라서 도와드려야 하거든.
덕분에 얼마나 바쁜지 밥도 잘 못챙겨 드시는 것 같더라구.
당분간 도와드리지 않으면 식사하실 시간도 없을것 같이 바빠보여서."

"같이 매지컬 쿄코 플레임 보려고 했는데..."

"그러니까 난 그딴 유치원생이나 보는 쇼는 싫다니까?"

상식적으로 팬 앞에서 그런 말투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마알~! 거기까지 말할건 없잖아?"

라라가 뾰루퉁하니 볼을 부풀렸다.
쿄코를 좋아하는 라라로서는 리토의 발언에 불만이 가득한가보다.
리토의 투덜거림에 룬의 귀가 쫑긋했다.

"흐흥~ 이겼다...!"

룬은 작게 주먹을 쥐며 승리포즈를 취했다.
아이돌로서 선배인 쿄코에게 경쟁 의식을 갖고 있는지 꽤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그나저나 리토의 말대로 사이바이씨의 마감이 코앞이라면 저스틴이랑 마울, 브왓츠도 한동안 바쁘겠네.

"왜그래 수염?"

"응? 아니. 사이바이씨가 마감으로 바쁘다는 얘기가 신경쓰여서."

"사이바이씨?"

"유우키네 아버지의 이름이야."

"아, 리토군의 아빤 만화가라고 하셨지?"

"응. 그래서 어시스턴트인 저스틴도 바쁠 것 같아서."

"저스틴이 어시스턴트...?"

내 말에 룬이 기가 막힌듯 라라 쪽을 힐끗 쳐다봤다.

"라라 걔는 어째서 호위를 그렇게 놔두는거야..."

"호위? 무슨 말이야?"

"저스틴은 라라의 호위대장이야."

의아해하는 사야카에게 보충 설명을 넣었다.

"호위대장도 있다니, 역시 라라는 공주님이구나.
요 2년간 너무 친숙하게 지내다보니 잊고 있었어."

"잊을까봐 말하지만 나두 공주님이라구?"

룬의 어필에 사야카가 눈을 빛냈다.

"역시~! 그럼 렌도 왕자님인거네?
원래부터 왕자님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말이었구나."

"어...왕자님 같은 사람? 걔가?"

"응. 교내 제일 미소년이 왕자님이라면 누구라도 납득할걸?"

"남매인 입장에선 그냥 라라 바보인 이미지 밖에 없는데."

룬은 얼떨떨한 얼굴로 투덜거렸다.

"뭐, 너도 요즘은 공주님보단 탑 아이돌이란 이미지가 강하잖냐."

"그거 칭찬이지?"

"물론."

"잘 알고 있잖아? 수염."

룬은 히죽 웃었다.



그럼 얘기도 나온 김에 미캉에게 연락해볼까.
사이바이씨의 마감일이 코앞이라면, 어쩌면 사이바이씨의 식사는 미캉이 챙겨야 할 상황도 있을테고.
그렇게되면 미캉이 쇼핑할때 짐이 많아질 것 같으니까.
그럼...

- 오늘 방과후에 같이 쇼핑하지 않을래?

송신.



답장이 오는덴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 좋아요.

그럼 만날 장소는 상점가 입구면 되려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데 룬이 곁에서 물었다.

"누구?"

"미캉."

"리토군의 동생말야?"

"응."

"갑자기 걔랑 연락할 일 있어?"

"스터디 준비 겸 장보기 하려는데 같이 장보기 할건지 얘기했거든.
장보기 동료니까."

"장보기 동료?"

"응. 유우키네 집안일은 미캉이 도맡아 하거든."

내 설명에 코테가와가 기특하다는듯 웃었다.

"미캉은 대견하네요. 아직 초등학생이었죠?"

"정말? 유우키군의 여동생은 어른스럽네."

"그러게요. 미캉씨는 훌륭하네요."

사야카와 시즈의 고평가에 이어 룬이 물었다.

"그런데 얘기 나누다 말고 갑자기 리토군의 동생에게 장보기 권유하는거야?"

"아까 사이바이씨 마감 얘기가 나왔지?
사이바이씨가 마감일로 바쁘면 사이바이 스튜디오의 식사는 미캉이 챙겨줘야 할지도 모르니까.
그럼 미캉이 혼자 쇼핑하기엔 짐이 무거울 것 같아서.
당연히 짐꾼이 필요하지 않겠어?"

"...너 답지 않게 섬세하네."

"답지 않다니 뭐야?"

두덜대곤 대화 계속.



식객으로 지내는 나나와 모모 이야기.
동물이랑 식물과 소통하는 능력을 가진 나나와 모모.

공간 확장으로 거주할 공간을 만든 이야기에 사야카가 감탄했다.

"우주인의 기술은 신기하네."

사야카의 감상이 잘 와닿지 않았는지 룬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난 무라사메의 초능력 쪽이 신기한데 말야."

"유령이니까요."

유령이면 염동력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건가?
만약 오래된 유령일 수록 염동력이 강하다면, 유령기간 400년인 시즈의 염동력은 월등할테지만.

생글생글 웃으며 시즈가 손가락을 뻗었다.
시즈의 손가락을 따라 방울 토마토가 떠올랐다.

"료스케씨."

"응?"

"얍~"

공중을 떠 날아오는 방울 토마토를 보곤 입을 벌렸다.

"아~"

"파, 파렴치해!"

"꺅!?"

뿌직-
촥-!

"......"

"아아앗!?"

얼굴에 방울 토마토 즙이 뿌려졌다.

"죄, 죄송해요 료스케씨! 괜찮으세요?"

"괜찮아~ 괜찮아~"

당황하는 시즈를 달래면서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ㅋㅋㅋㅋㅋㅋ꼴좋네"

실컷 웃는구나 룬 이 녀석.

"...이렇게 놀라거나 하면 제어가 부실해지는게 흠이지만요."

시즈가 미안한 얼굴로 사과했다.

"아니아니, 잘했어 무라사메! ㅋㅋㅋ"

이 녀석이...

"잘만 다루면 편리할 것 같아."

"그런가요?
미카도 선생님의 말씀으론 염동력은 정신 에너지라고 했으니까요.
요령만 있다면 터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으응~ 한번 죽어본다던가?"

"「「「......」」」"

생긋 웃는 시즈의 말에 다들 말을 잊었다.
침묵이 내리자 이상한듯 고개를 갸웃하는 시즈를 향해 룬이 입을 열었다.

"...무라사메는..."

"네?"

"태연한 얼굴로 무서운 말을 하는구나. 의외야."

"에에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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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만 우선 올립니다;

보고 안되면 이것만 다듬어서 54화로 올리고 뒷부분을 따로 써야겠죠^^;

주말 잘보내세요~~~!!!

(나갈 준비를 해야해서 후기가 없습니다;

초안이고...쿨럭;;;m(_ _)m;;;)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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