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은 사춘기』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

서점의 『가정』코너에서 발견한 제목들이다.

이게 왜 가정 코너에 있어?
책을 분류한 녀석 대체 누구야?
사춘기 아이에게 접하는데 참고가 될 책을 찾으러 왔는데, 도움이 될법한 책은 안보이고 어째서 이런 엉뚱한 책들만 보이는거람.

사이난 고교 견학을 마친 나나와 모모는 방과후 곧장 하루나의 집으로 놀러갔다.
하루나의 홍차 취향과 애완견 마론은 능숙하게 모모와 나나의 흥미를 끌었나보다.

둘이 하루나의 집에 놀러간 덕분에 방과 후가 한가해진 나.
하지만 남는 시간을 서점에서 보낸다는 선택지는 아무래도 실수였나보다.
속으로 푸념을 늘어놓으며 다른 코너로 발을 옮기려던 차에 익숙한 얼굴을 마주했다.

"료스케군?"

"어라? 하루코 선생님?"

둥근 무테 안경과 틀어올린 머리를 한, 앳됨이 남은 여선생님이 반가워하며 다가왔다.

"또 만나네 료스케군."

"아하하, 그러게요.
이번에도 서점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

"이런 코너에 있을 줄은 몰랐는데.
료스케군은 여러가지 책을 읽는가봐?"

내가 서있던 책장의 책들을 훑어보며 하루코 선생님이 웃었다.

"그런데 하루코 선생님은 서점에 어쩐 일이세요?
혹시 즐겨보시는 만화 신간이 나왔나요?"

"료스케군...설마 내가 만화책만 보는 사람이라고 오해하고 있는거 아니야?"

"핫핫, 설마요."

"정말이지..."

한숨을 쉬곤 하루코 선생님이 어깨를 폈다.

"실은 야미쨩을 찾고 있었어.
야미짱은 책을 좋아하니까 서점에서 만날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야미에게 볼일이 있었어요?"

"응. 미캉에 대해 묻고 싶었거든."

"네? 혹시 미캉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그게, 최근 학교에서 미캉의 모습이 이상했거든."

학교 수업중에 이따금 멍하니 있다거나 갑자기 한숨을 내쉰다든가.
때때로 고민하는 미캉의 모습이 하루코 선생님에겐 걱정스럽게 보였단다.
하지만 하루코 선생님이 미캉에게 사정을 물어도 미캉은 얼버무리며 자리를 피해버리기 일쑤였다고.
그 때 미캉의 거절이 하루코 선생님에겐 적잖이 충격이었나보다.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점점 고개가 내려가던 하루코 선생님이 중얼거렸다.

"나는 그렇게 학생들에게 믿음직하지 못한 선생님인걸까..."

"설마 그럴리 없잖아요."

낙담한 하루코 선생님의 모습에 당황해선 선생님을 위로했다.
아무튼, 내심 충격을 받은것과는 별개로, 하루코 선생님으로서는 그런 미캉을 두고보기는 힘들었단다.
그래서 미캉이 고민하는 문제를 알기 위해, 학교를 마친 후 야미가 있을 법한 장소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던 거고.

"저번에 야미짱이랑 만났을 때, 야미짱이 미캉과 사이가 좋은것 같았거든.
그러니 야미짱을 만나면 미캉의 고민의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그러고보면 어제 카페에서 미캉이 야미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했었지.
야미를 만나려한 하루코 선생님의 판단은 확실히 옳았다.
그저 운이 나빠 야미를 만나지 못했다는게 아쉬울 뿐.

나로서는 미캉의 고민이 가족인 리토와 관련된 고민이라는 것 외엔 상세한 내용은 모른다.
그리고 애초에 가족과 관련된 고민을 당사자가 아닌 내가 멋대로 하루코 선생님께 누설하는 건 엄청난 실례고.

그렇다고 이대로 하루코 선생님을 내버려두었다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야미를 찾아다니면서 계속 고생만 하실 것 같다.

...대신이라기엔 좀 그렇지만, 상심한 하루코 선생님을 격려할 겸, 지금 내가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한 상담을 부탁드려 볼까?



하루코 선생님은 놀라면서도 내 고민 상담 요청을 기꺼이 받아들여 주었다.
카페로 자리를 옮긴 뒤 하루코 선생님은 쑥스러운듯 배시시 웃었다.


"기쁘네. 료스케군을 만났을 땐 볼썽 사나운 모습만 보였으니까, 내게 의지해줄 줄은 몰랐어."

"하루코 선생님이라면 의지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으니까요.
오늘처럼 아이들을 걱정해서 행동할 수 있는 분이잖아요?"

"후후, 거기까지 기대되면 나도 힘을 내야겠네.
그런데 상담하고 싶은 일이란 어떤거니?"

나나에 대한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풀어갈까 고민하며 말을 골랐다.
하루코 선생님이 나나를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이름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

"이건 친구 여동생 이야기인데요,"

"에? ...아, 친구 여동생에 대한 상담인가보구나."

순간 하루코 선생님이 미묘한 얼굴을 했지만 곧 표정을 풀었다.

"평소에는 활달하고 놀기 좋아하는 말괄량이에요.
이따금 이런저런 떼를 써도 그저 마냥 귀여웠죠.
그런데..."

이어질 말을 생각하다 잠시 말문이 막혔다.
내 침묵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하루코 선생님을 보고 마른 침을 삼켰다.
어떻게든 순화한 말을 골라보려고 했지만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결국 체념하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 아이가, 집에서 남성의 옷을 들고 냄새를 맡는 장면을 봐버렸을 땐,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요?"

"...에..."

하루코 선생님의 얼굴에 곤혹스러움이 드러났다.

"아, 미안. 상담하는 중이었지.
혹시 그 아이의 나이가 어떻게 되니?"

"이제 갓 중학교 들어갈 정도예요."

"사춘기를 겪을 나이구나."

"역시 그런걸까요?"

"응, 아마도.
그런데 혹시 이 일에 대해서 그 아이의 부모님은 알고 계시니?"

"아뇨. 부모님과는 멀리 떨어져 지내고 있거든요.
그래서 두 분은 아직 모르고 계세요."

"그건...큰 일이었겠구나."

하루코 선생님은 쓴웃음을 지었다.

"부모님과는 떨어져 지낸다고 했으니 그 아이가 냄새를 맡은게 아버지의 옷은 아닐테고.
대상은 아마도 오빠인가보구나. 아니면 혹시 따로 남동생이 있거나 한거야?"

"...아뇨, 추측하신대로예요."

내 긍정에 하루코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춘기에 접어든 여자아이들 중에는 이따금 오빠의 존재를 강하게 의식하는 아이들도 보인단다.
오빠라는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비슷한 나이대의 이성(異性)이니까."

"이성(異性)인가요?"

"응. 사춘기에는 이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잖니.
내가 맡은 6학년들 중에는 미캉처럼 조숙한 아이들도 있고, 그보다 훨씬 더 일찍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도 있었어."

하루코 선생님의 시선이 상냥해졌다.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을 상대할 때는 당황스러운 일들이 많을거야.
우리가 생각하기에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도 섬세하게 반응하니까 대하는 입장으로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워지거든."

하루코 선생님은 아차-하고 입을 가렸다.

"앗, 미안! 료스케군도 아직 고등학생이었지?"

"전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지금은 그 아이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 조언을 구하고 있는거니까요."

"그렇네. 고마워."

안심한 듯 하루코 선생님은 말을 이었다.

"료스케군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을 겪어서 큰일이었겠지만...
그 나이대 여자애들은 섬세하니, 그 상황으로 인해 도리어 여자애 스스로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단다."

과연, 배려가 필요한 나이라는건가.
하루코 선생님의 조언에 수긍하곤 귀를 기울였다.

"사춘기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지는 시기니까.
그 아이도 어쩌면 지금쯤 충동적으로 그런 행동을 한 걸 후회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 될수 있으면 그 아이에겐 다정하게 접해 주었으면 해."



"힘내. 료스케군은 좋은 오빠가 될 수 있을거라고 믿으니까."

하루코 선생님의 격려를 마지막으로 상담은 마무리 되었다.
다만 친구 여동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음에도, 내가 오빠 취급을 받게 된건 곤란했지만.
그래도 이제 헤어지는 상황에서, 독려해주는 하루코 선생님께 굳이 무안을 드리고 싶진 않았다.
웃으며 감사를 표한뒤 헤어진 뒤, 머릿 속을 정리할 겸 잠시 사이난의 거리를 돌았다.




모텔 앞.

"......"

모텔 맞은편 건물의 차양 아래 선채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어째서 나는 하필이면 이런 곳에서 멍청히 서있는걸까.

미간을 매만지며 걸어온 길을 차분히 되짚어 보았다.



마트

나나가 곰인형을 사달라고 조르던 곳이다.
인형을 끌어안고선 좋아라 떠들며 웃던 나나는 귀여웠지.
사이좋은 남매의 모습을 보곤 누나인체 손을 내밀어 주었을 때는 사랑스러웠고.
그래도 어른스러운 면이 없진 않았지. 길 잃은 새를 밖으로 보내줄 때라든지.


여동생 카페

폼 잡으며 에스프레소를 마시곤 나나가 울상을 지은 곳이다.
오기로 마시려는 모습을 보다 못해 잔을 바꿔서 마셨지만.
그래도 이런건 기분 문제니까, 나나가 어른이 된 기분을 느꼈다면 그걸로 충분하겠지.
어쩌면 어른스럽게 행동하고픈 모습에서 사춘기의 징후는 보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모텔 ← 그리고 지금 위치가 여기

기억을 더듬은 끝에 도착한 마지막이 따스함도 순수함의 파편도 없는 모텔입니까.
지난주의 일을 떠올리며 걸었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달 수 있겠지만, 여기까지 올 생각은 아니었다구.
터무니없는 마무리에 무심코 머리를 감싸안았다.

...좋게 생각할까.
그래도 여기서도 좋은 기억 쯤은 있지 않았던가.
나나에 이끌려 비를 피해 모텔로 뛰었들어간 해프닝은 당황스러웠지만 재밌었으니까.
함께 차양 밑으로 되돌아온 뒤 화해하고 귀가하기도 했고 말이다.

"......"

역시, 돌아가면 평소와 다름없이 나나를 맞이하도록 하자.

사실은 나나에게 묻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말도 있었지만...

- 저기로 되돌아가면 료스케도 내가 울었다거나 한건 잊는거다?

내 옷을 들고서 당황하던 표정이나, 옷장과 침대를 어지럽힌채 내 방을 나오던 모습보다는,
발돋움하며 어른인양 뽐내거나, 인형을 껴안으며 기뻐하거나, 화해하고 웃어주던 나나의 얼굴이 먼저 떠오르니까.

그러니 그 때를 회상하면서 조금만 더 이곳에 머무르고 싶다고 바라는 건 잘못되지 않았겠지.



"아..."

차양 아래에서 얼마나 서 있었을까.
생각에 잠겨 있던 중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눈을 깜빡였다.

비가 내리던 그 날과 마찬가지로, 중학교 교복을 입은 나나가 곰 인형을 품에 안은채 서 있었다.

...형편좋은 환청에, 환각인가.
나도 중증이로군.

속으로 한탄하면서 묵묵히 환각을 응시하자, 환각이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째서 네가 여기에 있어?"

"그게..."

차양 아래에서 손을 잡고 웃던 나나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료스케?"

"아하하, 잊어버렸다."

"너..."

웃음을 흘리는 내게 나나가 황당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네 기분도 알지만, 당황스러운건 나도 마찬가지라구.
슬슬 눈앞의 나나가 환각이 아니라는건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러는 나나야말로 여긴 어쩐일이야?"

"나 말야? 나는..."

나나는 우물거리리다 입을 다물었다.
마주하고 있길 잠시, 나나가 인형을 끌어안았다.

"...별로, 어쩐지 모르게."

침묵이 이어졌다.
그대로 자리에 서있는 나나를 보곤 가까이 오라며 손짓했다.
늦은 시간이지만 여름의 더위는 아직 가시지 않았으니까.

"여름이니까 덥잖아."

"...응."

나나는 순순히 차양 아래로 들어왔다.
평소보다 얌전한 태도에, 나나도 어제 일을 신경쓰고 있는걸까 싶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자 나나의 목덜미가 땀에 젖은게 보였다.
손수건을 건네자 나나는 당황한 얼굴로 손수건을 받아 들었다.

"그, 고마워."

"천만에."

"나중에 씻어서 돌려줄께."

기특하네.
땀을 닦는 나나를 힐끗 곁눈질했다.

"많이 더운가봐."

"이곳 더위에는 익숙하지 않으니까.
하아...빨리 시원해졌으면 좋겠어."

한숨을 쉬곤 나나는 손수건을 집어넣었다.

"그 교복 마음에 들었어?"

"그냥...학교에 갈 땐 입어야 하니까."

굳이 중학교 교복을 입고서 고등학교에 올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나나의 어긋난 상식에 감사하자.

"잘 어울려 보이는걸."

"엣, 그래?"

중학교 교복 차림의 나나는 이색적인 매력이 있었다.
나이로 치자면 실제로 중학생 뻘이 맞지만 말이다.
쑥스러워하는 나나의 모습을 흐뭇하게 보다 물었다.

"학교 구경은 잘했어?"

"응. 언니랑 언니 친구들에게 끌려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말야."

라라의 친구들이라면 리사랑 미오겠네.
그 콤비가 아니라면 나나를 휘두르듯 끌고다닐 사람은 없을테니까.

"모모는 도중부턴 따로 움직였어.
남학생들이 모모에게 잔뜩 모여들었거든."

운동장에 모모 혼자 남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때 말이로군.

"참, 료스케."

"왜그래?"

"『비너스』가 무슨 뜻이야?"

"비너스라면 미(美)의 여신의 이름인데?"

"으엑..."

못 들을걸 들었다는 듯 나나는 혀를 내밀고 질색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반응이 그래?"

"학교에서 만난 남학생이 모모를 가리켜서 비너스라고 했단 말야."

와아...

모모를 향한 남학생들의 반응이 거기까지 열광적이었던가.
그렇게 불릴만큼 매력적인 자태를 뽐낸 모모를 대단하다고 칭찬해야 할지,
매번 지치지않고 폭주하는 남학생들의 혈기왕성함을 굉장하다고 여겨야할지 모르겠다.

"견학와서 난데없이 인기인이 된 모모도 큰일이었겠네."

"쳇, 조금 어른스러운척 한다구 다들 모모한테 속아넘어가기는..."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대는 나나는 꽤나 기분이 나빠 보였다.
쌍둥이인데 그렇게까지 차이를 과시 당하면 나나로선 좋은 기분이 들진 않았겠지.

"료스케도 모모가 어른스럽다고 생각해?"

"응, 다소는. 그래도 모모는 어른스럽다기보단 귀엽다는 인상이 강하려나?"

장난기도 많은 편이고, 제 꾀에 도리어 당하는 푼수끼도 있으니까.
연하의 여자아이들 중에서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던건 미캉 정도고.

"그럼 료스케는 어른스럽다고 생각한 여자애가 있어?"

"사이렌지."

즉답하자 놀란듯 나나가 눈을 깜박였다.

"하루나 말야?"

"응."

성격을 어른스러움의 지표로 둔다면 단려, 침착, 성실, 다정한 하루나가 대답에 어울리겠지.
다른 사람들도 이따금 톡톡 튀듯 어른스러움을 드러내긴 하지만, 평소의 행실도 고려하자면 역시 사이렌지가 어른스럽다는 평가에 가장 적합할 것이다.

"뭐어, 의외로 귀여운 구석도 있지만 말야."

최근 하루나의 모습이 떠올라 키득 웃었다.
고양이 사진이라든가 고양이 흉내라든가.
품행방정한 위원장의 예상치 못한 반응이나 행동이 인상적이었지.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보는 나나를 보곤 싱긋 웃었다.

"왜 날 보고 웃는거야?"

"귀엽다고 생각해서."

"귀엽다고 하지마.
뭐야 갑자기..."

"그냥, 여동생이 생기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어."

"너..."

나나가 눈을 치떴다.


"그러니까 네가 여동생 취향이란 소릴 듣는거야."

"신랄해..."

"어제 모모가 카페에서 장난삼아 말한걸 진지하게 받아들인건진 모르겠지만, 별로, 난 너를 오빠라고 생각한 적 없으니까."

"그거 아쉽네.
여동생인냥 계속 밀고 들어왔더라면, 귀여운 여동생이 거져 생겼다고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그러니까 이상한 말 하지 말라니까!
네가 오빠면 널 뭐라고 불러야 하는건데?
'오빠'라고 부르게 시킨다면 때려줄테니까!"

"그냥 지금처럼 료스케라고 불러도 되잖아?
미캉도 유우키를 이름으로 부르니까."

"...그거, 지금까지랑 다를바 없잖아?"

"...그러네."



시시한 잡담을 나누며 나나와 귀갓길에 올랐다.

"그럼 모모는 아직 하루나네 집에 있는거야?"

"응. 홍차를 우리는 법이라든지 찻잎에 대한 얘길 하고 있던데 꽤 시간이 걸릴것 같아서 먼저 나왔어."

"모모도 사이렌지도 홍차를 좋아하니까 마음이 맞았나보네."

"난 무슨 맛으로 홍차를 마시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루○시아의 C○○kie로 만든 밀크티는 어때?
향이랑 맛이 고소하니까 너도 좋아할 것 같은데."

"...혹시 어린애 취급하는거 아니지?"

"그럴리가. 나도 그 밀크티는 좋아하는걸."

"...그래?
그런데 모모는 우유 싫어하니까 밀크티는 무리 아냐?"

"내가 타주면 되잖아."

"에? 료스케가?"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나나.

"뭐야, 이상해?"

"료스케도 홍차 우릴 줄 알아?"

"적당히는."

홍차 우리는건 방법만 알면 기본은 하니까.
모르면 찾아보면서 해도 좋고.

"그런데 료스케는 방과 후부터 줄곧 저곳에 있었던거야?"

"응? 아니.
서점에 들르기도 하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

"카페? 혼자서 말야?"

"아니. 알고 지내는 누나랑."

"...또 여자를 꼬신거야?"

"꼬신것도 아니고, 그냥 우연히 만난거야.
오랫만에 봐서 얘기도 나눌겸 카페에 간거구."

"어떤 얘기를 했는데?"

생각보다 물고 늘어지네.
남에게 알려져도 딱히 지장이 없는 내용이라면 말해줘도 괜찮았겠지만...
나나 본인에 대한 상담을 했다고 밝힐 수야 없지.
하루코 선생님의 조언대로 좀 더 배려를 해줘야 할테고.

"...사이바이 선생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나랑 누나랑 둘다 사이바이 선생님의 팬이거든."

"미캉의 아빠?
그러고보면 만화가라고 했었지?"

"응. 너도 알겠지만 저스틴이랑 마울, 브왓츠가 사이바이 선생님의 어시스턴트를 하고 있잖아.
그 덕분에 『영웅학원』연재도 수월하게 되고 있어서 항상 고마워하고 있어."

"헤에..."

"아무튼 사이바이 선생님의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금새 시간이 가더라구.
사이렌지나 모모처럼 서로의 취미가 같으면 얘기하기 수월하니까."

"...그래?"



이야기를 이어가다보니 어느새 집 앞까지 와 있었다.
현관문을 여는 차에 옆에서 기다리던 나나가 말을 걸었다.

"카페하니까 생각난건데...너, 미오가 일하는 카페에 자주 가지?
의상이 예뻐서 자주 가는거야? 아니면 그런 복장이 취향?"

"취향이라고 할 것까진 아닌데."

"그럼 역시 알몸 와이셔츠가 취향이야?"

"잠깐, 그런건 또 어디서 들었어?"

"하! 남들도 다 알 정도의 취향인가보네."

"취향 아니거든?"

"거짓말."

"저기 말이지..."

믿지 않는 나나를 설득하려다가 포기했다.
언제까지고 현관 앞에 서있을 수도 없으니까.

"하아, 됐어. 믿지 않아도."

"변태."

"네에. 나는 알몸 와이셔츠를 좋아하는 변태입니다."

"정색하지마."

"그럼 나더러 어쩌란 말야..."

낙담하는 내 모습에 나나가 다시 말을 건넸다.

"...료스케."

"좀 봐줘...이번엔 뭐야?"

"료스케는...여동생이 좋은거지?"

"그래."

가끔은 체념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어차피 여동생 취향이니 뭐니 소문이 떠도는건 하루이틀도 아니고.

"...그렇다면..."

나나는 자신의 가슴에 손바닥을 얹었다.

"료스케는, 이런 차림을 좋아해...?"

"......"



나나는 타닥이는 발걸음 소리를 내며 집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현관 앞에 멀뚱히 선 와중에 카페에서의 대화가 떠올랐다.

사춘기에 접어든 여자아이들 중에는 이따금 오빠의 존재를 강하게 의식하는 아이들도 보인단다.
오빠라는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비슷한 나이대의 이성(異性)이니까.

...아니아니...
오빠가 아니니까...

무엇보다도,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리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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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입니다.
다들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고 계신가요?
전 친척들이랑 식사하거나, 가족들이랑 나들이 가거나, 늘어지게 자거나 하면서 보냈습니다.
덕분에 50화 초안에 비해서 그다지 바뀐 내용이 없지만요-_-a;

(그냥 다음편 플롯에 살붙이기나 해야죠^^;)

그럼 남은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닷~!*^^*


※8월 30일에 타입문 자유게시판에 언급되었듯이, 터틀러님께 좋은 소식이 있었습니다.
코믹GT에서 아스트랄로님의 웹소설에 삽화가로 데뷔하시게 되셨거든요.

▶게시글 링크는 여기◀

아스트랄로님의 '스틸스틸(IS 팬픽)' 축전을 통해 쌓은 인연이 이렇게 풀리게 되었다니 놀랍더군요+ㅁ+b
터틀러님 데뷔 축하드리고 두분 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닷~!*^^*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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