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白眉) 1



1209년 4월 xx일
동방에서 온 무역선을 약탈하던 중 희귀한 보물을 획득했다.
붉은 보석을 푸른 뱀 두마리가 휘감는 디자인의 펜던트였다.
귀족들이 많은 왕국까지 가져간다면 꽤나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어 보였다.
펜던트를 보관하고 있던 상자에는 동방의 문자로 보이는 이상한 그림이 새겨져 있었고, 붉은 글자가 쓰인 부적이 붙어져 있었지만, 밀봉을 뜯고 나자 그림도 부적도 바스라져 버렸다.
불길하다며 불안해하는 부하들을 달래며 기분 나쁜 상자와 부적 조각은 바다로 던져버렸다.


1209년 5월 xx일
왕국으로 가는 서부사막을 가로지르다 동굴에서 박쥐처럼 생긴 눈이 셋 달린 악마를 만났다.
저번 달에 노략질로 획득한 펜던트를 얻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교환 조건으로 하찮은 마법 나부랭이와 외모를 가꾸는 잡술 따윌 내거는 악마의 무능함에 그 자리에서 도끼로 목을 날려버렸다.


1209년 5월 xx일
뜨거운 열기로 가득찬 화산지대를 지나던 중, 동굴 근처에서 야영을 하다가 동굴의 안쪽에서 연회를 하던 악마의 무리를 만났다.
그 가운데 머리에 뿔이 두개 달린 붉은 피부의 악마가 나를 보더니 유쾌한듯 말을 걸어왔다.
스스로를 마왕 루시폰이라 소개한 악마는 내가 가진 펜던트를 준다면 대가로 원하는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제안해왔다.
듣기로는 자신의 딸('그렌다'라고 하는것 같았다)에게 줄 선물로 내가 가진 펜던트를 갖고 싶다는 것이었다.
강대함이 느껴지는 육체.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마왕의 모습에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오랜시간 바다의 지배자로서 사람들에게 공포로 군림해 왔지만, 나이가 들어 점차 노쇠해져가는 나의 육신...
어쩌면, 혹시나 어쩌면, 마왕이라면 나의 소망도 들어줄수 있는게 아닌지?
격렬하게 박동하기 시작한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나는 소망을 말했다.

- 인세에 둘도 없을 '극강의 육신'을...

소원과 함께 마왕에게 펜던트를 건넨 직후, 몸이 뜨거워지며 시야가 흐릿해졌다.
혼미한 가운데 마왕의 웃음 섞인 목소리만이 귓가에 맴돌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주위엔 연회의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처럼...

하지만 주름살이 사라진 내 손바닥과, 사막 북쪽의 오아시스에서 비춰본 젊은 내 얼굴.
여전히 새하얀 머리털과 수염 같은건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온몸에서 약동하는 주체할 수 없으리만치 강력한 힘.

역시 그건 꿈이 아니었다...
나는 정말로 힘을 얻은 것이다.
그것도 젊어진 몸으로...


1209년 6월 xx일
부하들을 데리고 상선들이 지나는 해상경로를 배회하던 중, 날이 갈수록 파도가 심해지고 먹구름이 짙게 깔린 가운데 안개에 휩싸인 지대로 잘못 들어서 버렸다.
며칠째 바다위를 정처없이 헤메면서 부하들의 사기는 점차 떨어져갔다.
바람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항해사가 심각한 얼굴로 폭풍을 걱정하고 있었다.


1209 6월 xx일
폭풍이 시작되었다.
악마와 거래한 대가인가...
이상한 주술이 새겨졌던 상자도 지금에 와선 저주의 의미로 밖엔 생각되지 않았다.
신이여, 부디 우릴 구원하소서...




"...그래서 이 꼴인건가..."

물에 젖어 너덜너덜해진, 항해일지인지 일기인지 모를 종이뭉치를 읽어나가다 어쩔수 없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
보아하니 폭풍을 만나서 배도 박살나고 선원들은 모조리 물고기 밥이 되어버린듯 했다.
지금 이 몸 꼴을 보아하니 완전 죽다 살았구만...

바닷물에 반쯤 잠긴 상태에서 깨어난 뒤, 어떻게든 육지로 올라와서 몸을 말리고 주변을 살펴보다가 모은 정보는 그렇게 많진 않았다.
현재 위치는 왕국의 남부 폭포지대의 가장 끝자락에 해당한다는 정보.
그리고 종이뭉치를 읽고 겨우겨우 떠올린 기억들 뿐이었다.

푸른 뱀이 붉은 보석을 감싼 모양의 펜던트, 마왕 루시폰.
기억속에서 쓰던 거대한 도끼, 부하, 해적, 노략질, 항해일지에 쓰여진 M.H.라는 이니셜.

...프린세스 메이커 2의 '머슬 할발'이었냐...

아니, 그러니까 그거잖아?
'악마의 펜던트'를 달라던 악마의 조건이 맘에 안들어서 악마를 썰어버렸더니,
마왕이 거래를 걸어와서 강한 육체를 조건으로 교환했다는거.

근데 그렌다는 또 뭐여?
딸내미 선물?
...『꼬마공주 유시』냐?
설마 여기 용사의 이름이 건버드(유시의 아버지)는 아니겠지?

악마의 거래라느니 저주라느니 한창 불길한 소리나 적어놨더니만,
결국엔 딸바보 마왕님이 딸 선물 주려고 이 몸에 젊음을 준건가.

새삼스레 지금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넘치는 힘을 주체못하고 근질근질해 하는 육체.
깨진 유리에 비친, 흰머리와 흰수염에 어울리지 않는 젊고 강인한 얼굴.
무병장수는 확실할것 같네...가 아니고!

비를 피한답시고 거대한 나무 밑에 서있다가 난데없이 벼락맞고 나무구멍에 빠지는걸로 의식을 잃었는데...
영락없이 죽은줄로 알았건만, 깨어나보니 『프린세스 메이커2』의 세계.
게다가 머슬 할발이라니.(젊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아니고 이게 대체 뭔일이래?

주저앉은채로 끄응...하며 앓는 소리를 내보다가, 한차례 머리를 긁적이곤 엉덩이를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났다.

주위는 인기척이 드문 폭포지대.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고,
지금은 그저 사람들이 있는 왕국으로 가보는게 나을것 같았다.
기억에 남아있는 남부폭포지대의 지리를 더듬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힘내서 살아가 볼까.
상황에 따라선 9살에 마왕을 잡은 용사가 산다는 기상천외한 세계에서...



# 1209년 6월 남부폭포지대


난생 처음보는 인어 모습의 괴물(패치 피쉬)이라든가, 물고기 머리의 괴물(피쉬맨)이라든가, 울퉁불퉁한 붉은 피부의 괴물(트롤)을 만나서 죽을 고생을 했다.
육체가 아무리 튼튼해봤자 애초에 내가 목숨걸고 하는 투쟁 같은걸 해본적이 있을리 없잖아?
게다가...맨손으로 뭘 어떻게 하라고?!
풍랑에 쓸려갔는지 머슬 할발이 즐겨쓰던 도끼도 없는 상황에서 믿을건 튼튼한 몸과 무식한 완력뿐이었다.

다만, 원래의 머슬 할발이었다면 일기에 쓰여있던것마냥 괴물들의 머리를 도끼로 댕강댕강 날려댔을테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전투기술이 부족한 탓인지 몬스터에게 제대로 된 공격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더불어 적의 공격을 제대로 피하지 못하고 맞다보니, 안그래도 후줄근한 옷이 완전히 너덜너덜해졌다.
그나마 아랫도리의 옷은 훼손이 덜해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고마워, 망할 자식들아.

결국 패치 피쉬나 피쉬맨, 트롤은 현재의 명중률로는 쓰러뜨리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그 녀석들을 만났을 땐 내 쪽에서 잽싸게 튀었다.

하지만 유괴범 너는 예외다.

유괴범 죽일 것. 자비는 없다.

어린애 다리가 튀어나온 포대를 짊어지고 배회하는 괴물을 정성껏 북망산으로 보내주곤 꼬마를 구해냈다.
그 뒤론 비슷하게 생긴 괴물이 보는대로 학살하면서 북쪽으로 이동했다.
어린 꼬마를 데리고 어떻게 왕국까지 가나 걱정했는데, 이미 왕국은 코앞이었다.
유괴범의 행동 범위는 남부폭포지대 초입부 근처였으니까.

얼마 걷지 않아사 왕도로 향하는 포장도로가 나타났고, 운 좋게도 순찰을 돌던 왕국 경비대와 만날 수 있었다.
표류하고 몬스터에게 당해 걸레가 된 내 옷차림 탓에 왕국 경비대에겐 거지로 착각당했지만.
경비대에게 아이를 맡기고 그들을 따라 검문소에 도착했다.
신분증을 요구하는 왕국 경비병에게 풍랑을 만난 사실을 이야기 하며 선처를 구하는 과정에서 좀 해프닝이 있었다.

"...그럼 해변에서 왕국까지 맨몸으로 폭포지대를 지나왔단 말인가?"

질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경비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싸움 방식은 막싸움 수준이었지만, 완력이랑 몸의 튼튼함 만큼은 엄청나서 어떻게든 큰 상처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대개의 적을 만나면 도망치는 편이 덜 귀찮고, 쓰러뜨릴 수 있는건 유괴범 정도 뿐이었지만.

반쯤 걸레가 되어버린 내 옷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경비병들은 이내 관리에게 부탁해 간단한 신원조회를 했다.
당분간 인상착의와 관련해서 서류들(행방불명, 범죄자 목록 따위)을 훑어보던 관리는 소정의 금액으로 통행증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통행증 발급에 100G요."

...뭐, 이정도야 괜찮은가.

다행히 현재 소지금은 보물상자에서 얻은 돈과 유괴범들을 때려잡고 얻은 돈이 있으니까.
참고로 소지하고 있는 물품은 남부폭포지대를 지나면서 보물상자에서 얻은 칠흑비늘과 신비한 기운이 도는 꿀(기억을 더듬어보건데 아마도 '요정의 꿀'같았다)이다.


관리에게 100G를 내고 통행증을 발급 받았다.
검문소를 나올 때, 생활에 필요한 이런 저런 조언을 해준 경비병들에게 사례로 소지금의 일부를 내고자 했으나 황당하다는 얼굴을 한 경비병들에게 거절당했다.
배가 난파해 몸만 달랑 남은 사람에게 돈을 뜯을 생각은 없다고...
괴물로부터 아이를 구해온 선행에 보답받을 날이 꼭 올거라며, 몸조심하고 재기에 힘내라는 경비병들의 따뜻한 격려가 마음에 스며들었다.
언젠가 답례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경비병들에게 추천받은 여관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여관에 머무르며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다가 우선 단기 목표를 세웠다.

강력한 전사가 되는 것.

단순하다면 단순한 목표였지만 이걸로 좋았다.
머슬 할발의 새로운 육체가 가진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었고.
강해진다면 그만큼 이 곳에선 돈을 버는 수단이 많아진다는 의미였으니까.

강해지기 위해서 일단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 부분은 전투기술이었다.
완력에 의지한 공격력이야 강력했지만,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내 전투기술은 지나가는 마을 청년이랑 큰 차이가 없어보였다.

그리고 전투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격투술 수업이 제일인데, 그러기 위한 자금이 현재로서는 모자라는 상황.

기억을 더듬으며 해결책을 고민하다가 나온 결론에 손바닥을 두드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 1209년 6월


서부사막지대.

수많은 자금과 보물이 잠들어 있는 곳.
『프린세스 메이커2』에서 딸의 교육자금을 손쉽게 얻기 위해서 수많은 이들이 초반에 딸을 무사수행 보내는 장소이다.
큐브는 서부사막지대는 아가씨에겐 위험하지 않겠냐며 걱정하지만 매정한 아버님들은 큐브의 조언을 듣지 않았지.

강력한 괴물들이 많지만 그만큼 보수와 숨겨진 보물의 가치도 높다.
그야말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하지만 나는야 머슬 할발.

강인한 육체를 믿고서 「서부사막지대의 탐험이다! 햣하-!!!」하고 모험을 떠난 나는 나쁘지 않아!



...솔직히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매우.



"크헤헤헤!"

콰직!

"젠장!"

휘둘러지는 고블린의 도끼를 피하고 뒤돌아 달렸다.
고블린 따위를 피해 숨거나 달아나는 머슬 할발이라니 이 무슨 망신이야!

괴물들과 마주했을때 전투기술의 부족이 치명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강인한 육체가 무색하게도, 지금의 나로서는 고블린 하나를 상대하는것 만으로도 고전하고 있었으니까.
아, 물론 고블린 상대로는 지거나 하진 않았다.
다만, 쉽사리 이기지도 못했다는게 문제지.
싸움이 길어지는 와중에 어쩌다 한두대 겨우 맞췄다 싶으면, 전의가 떨어진 고블린은 그대로 달아나버렸기에 나로선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이대로 몬스터들과 싸움을 계속해도 어느새 괴물들이 달아나 버리고, 지금으로선 제대로 된 소득을 내지 못하고 몸에 피로만 누적될 뿐이었다.
결국 괴물을 보면 숨거나 달아나는 선택지를 고를 수 밖에 없었다.

'용의 유적지'를 지키는 '드래곤 유스'는 당연히 지금의 내 능력으로는 이길 수 없었기에, 유적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통행료 200G를 지불해야만 했다.
유적지 안에서 '용의 이빨'을 손에 넣었으니 나로서는 남는 장사였지만, 추정 연령 한자리수의 꼬맹이에게조차 이길 수 없다는 현실이 굴욕적이었다.
머슬 할발 영감님 본인이 이 꼴을 봤다면 홧병이 나서 쓰러지든지, 날 죽이려고 도끼를 휘두르며 쫓아오든지 했겠지.

...뭐, 아무튼 굴욕을 참고 몬스터 상대로 숨고 달아나기를 계속하면서 필사적으로 사막을 뒤진 수확은 있었다.
'용의 이빨'과 교육을 받기에 충분한 거금을 손에 넣고 무사히 왕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1209년 8월


"으라차아아아---!"

우지끈-!

팔뚝으로 통나무를 휘감곤 그대로 후려치자 수수깡마냥 통나무가 분질러졌다.

박살난 통나무를 본 격투 선생 칼폭스가 감탄하며 말을 건네왔다.

"그야말로 경이로운 재능이로군 머슬 할발!
처음 도장에 왔을 때는 그야말로 막싸움 밖에 못할 풋내기로 보였는데...
두달도 안되어 이토록 강하게 성장할 줄은 몰랐다네."

"아하하, 감사합니다 칼폭스 선생님."

서부사막지대에서 번 돈의 대부분이 두 달간의 『격투술』 수강료로 날아갔다.
하지만 성과는 확실히 있었다.
겨우 두 달이라는 시간동안에 전투기술이 눈에 띄게 향상된걸 체감할 수 있었으니까.
뭐, '초급 과정'이다보니 고급 기술보다는, 정확한 공격과 회피 방법을 단련했다는거지만.

"이정도라면 자네도 머슬 할발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수준은 되었다고 할 수 있겠군."

"네? 제 이름이요?"

"아, 자네는 원래 왕국 시민은 아니었다고 하니 모를 수도 있겠군.
자네와 같은 이름을 가진 해적두목이 있다네.
매년 열리는 왕국 수확제의 『무투대회』에서 몇번이나 우승한 자로서 이름을 드높이기도 했지.
그래서 처음 자네의 이름을 들었을 땐 조금 놀랐었다네."

"그, 그런가요?"

동명이인 같은게 아니고 동일인이지만요.
어색하게 웃는 날 보며 칼폭스는 흐뭇한 웃음을 짓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겨우 두 달만에 여기까지 격투술을 단련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네.
자네는 정말로 천부의 재능을 갖고 있어.
어떤가? 만약 자네만 괜찮다면, 여기서 좀 더 수련을 쌓고 '고급 과정'까지 수료한 뒤엔, 이 곳 격투술 강좌의 사범이 되어보지 않겠나?"

"선생님께서 절 높이 사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지금은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 그게 무언가?"

"적어도 머슬 할발이라는 이름을 가졌다면, 동명의 그자와 비슷한 업적이라도 이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넨 뛰어난 전사가 꿈인 모양이군?"

네. 젊어선 모험도 하고 명성도 쌓으면서 재산 빵빵하게 불리고, 나중엔 왕궁 무관 같은 안정된 직업을 구해서 평안한 노년을 보내고 싶습니다.
물론 알콩달콩 함께 살 참한 신부도 찾아보고 말이죠.

"예. 수확제도 이제 코앞이니 이번달 수업이 끝나면, 다음 달엔 실전 경험을 쌓아두려 합니다.
무사수행을 하면서 몬스터들을 상대해 보려구요.
운이 좋다면 이번 수확제의 무투회에서 활약할 수도 있겠죠."

"그런가... 그럼 힘내도록 하게. 나도 응원하고 있을테니."

칼폭스의 격려를 듣고 격투수업장에서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칼폭스의 격찬 속에 격투 수업에 매진하길 2달.
6번째 격투 수업을 마치고 초급 과정을 수료했다.
8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다음 번 격투 수업에 갈 때는 '중급 과정'을 들을 수 있겠지.

그 때, 성취감을 만끽하고 있는 내 앞에 신비한 빛과 함께 나타난 존재가 있었다.

"그대가 머슬 할발인가?"

전투를 관장하는 자 『발큐리아』.
무의 길에 매진하는 자에게 축복을 내려주는 고위의 존재.
발큐리아의 방문과 축복은 그 어느 것보다 나에게 자신감과 확신을 주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라고.

2개월간의 격투 수업으로 소지금도 바닥을 보이고 있던터라, 슬슬 '무투회를 대비한 무사수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역시 돈을 버는덴 무사수행이 최고지."

남부폭포지대와 서부사막지대를 통과하며 습득했던 아이템들을 떠올랐다.
이번 목표는 동부수풀지대, 남부폭포지대, 북부빙산지대의 보물, 그리고 현상범들이다.

동부수풀지대의 버나자드.
남부폭포지대의 바니스타.
북부빙산지대의 카스티유.

참고로 아래로 갈수록 강한 현상범이다.

무사수행과 더불어 현상범들을 쓰러뜨리고 현상금을 얻는게 이번 목표다.

모든 일이 생각하는대로 풀릴리는 없지만, 적어도 버나자드와 바니스타는 확실히 박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카스티유는...준비만 갖춰진다면 충분히 승리를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
뭐, 셋다 싹수가 노란 예비 아동 성범죄자 년놈들이니까 방치해둘 생각 따윈 눈꼽만큼도 없지만.

응? 천계의 통로를 지키는 『무신』과는 안싸우냐고?
무리무리.
아무리 내가 육체의 강인함을 믿고서 다소 무모하게 군다지만, 승산없는 싸움에 목을 내미는 바보는 아니다.
지금 무신이랑 붙으면 내가 손도 못 내밀고 엉망진창으로 당한다는데 내 전재산을 건다.
기억하기론 전투기술 120의 괴물인데 지금의 내가 무슨 수로 이기리?

아무튼 잡다한 생각은 그만하고 무사수행에 필요한 물건을 사기로 했다.
마을 시장을 거닐며 야외에서 잠잘 때 쓸 괜찮은 텐트가 없나 살폈다.

"우선, 텐트랑 혹시 모르니 쾌유환을 사두는게 좋을까..."

"거기 당신!"

"응?"

무심코 뒤를 돌아보자 만두머리를 한 갈색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차이나 드레스의 소녀가 양손에 하나씩 부채를 펼쳐 든 채 서있었다.
양 옆머리에는 꽃무늬 장식을, 오른쪽 이마엔 나비문양을, 만두머리에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끈이 묶여 있었다.
처음보는 얼굴이었다.
혹시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부른게 아닌가 해서 주위를 한차례 둘러보고 있으려니, 붉은 차이나 드레스의 소녀는 발끈한 표정으로 한손의 부채를 들어 나를 가리켰다.

"어딜 보는건가요! 여깁니다, 여기!"

"나 말야?"

소녀가 찾는게 내가 맞는지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래요! 당신.
여기에 당신말고 누가 또 있다는 거에요?"

"...미안한데."

"뭐가 말이죠?"

다른 한손을 옆구리에 대고 인상을 찡그린 소녀에게 사죄했다.

"솔직히 말해서, 네가 누군지 기억이 안나.
혹시 격투 수업 동기야?"

"무슨소린가요?
저도 당신은 처음봅니다."

"뭐?"

그럼 길가는 날 불러세운 이유가 뭐야?
딱히 길가다가 저 아가씨랑 부딪히지도 않았잖아?

"그럼, 무슨일이야 꼬마 아가씨?"

"꼬마라뇨!
이래뵈도 14세라고욧!!"

꼬마는 아니라 쳐도, 겨우 중학생 뻘인 미성년자잖아?
그나저나 성격 참 드세네.

"그리고 당신한테 꼬마란 소리 들을 이유 없어요!
당신도 백발 투성이인것만 빼면 끽해봐야 20살 남짓으로 보이잖아요?
그리고 그 이상하게 기른 수염 좀 다듬어요. 지저분해 보이니까."

"......"

초면의 상대에게 정말이지 심한 소리다.

한동안 나를 노려다보며 씩씩 거리던 만두머리 소녀는 손등으로 이마를 짚고는 앓는 소리를 냈다.

"후우...이게 아니지...
이러려고 말을 건게 아닌데.
당신이 이상한 소릴 하니까 원래 목적을 잊을뻔 했잖아요?"

"그건 미안하네.
그래서 무슨 용무인데?"

"보아하니 당신도 무술가로 보이는데 저랑 한번 겨뤄보지 않겠나요?"

"...뭐?"

겨뤄?

"내가?"

"네."

"너하고?"

"그렇죠."

"...뭘 한다고?"

"아까부터 당연한걸 왜 자꾸 물어봐요?
결투 하잔 말이에요!"

신경질을 내며, 팍- 소리가 날정도로 부채를 접어 나를 가리키며 외치는 만두머리 소녀.

...아, 그러니까 지금 난 길거리에서 도전받은 상황인거냐.
본격적인 모험의 시작을 앞두고 이게 왠 꼴이람?

어느새 주위엔 사람들이 구경하러 원을 형성해 몰려들어 있었다.
호기심 어린 눈초리들이 지금부터 있을 결투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
귀찮게 됐네...

걸어온 싸움은 마다하지 않는 편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보다 어린 여자애를 상대하는건 좀...
14살 밖에 안먹은 여자애 상대로 싸움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꼴사나운 짓거리 밖에 안될것 같다.
이겨도 소녀를 때린 폭한, 혹시나 져도 계집애보다 못한 놈이란 평가가 따를 것 같아 걱정이고.

...번거로운데 그냥 적당히 속여 넘기자.

"사람 잘못 봤어. 난 무술가 같은게 아니거든."

"그럼 당신은 뭐죠?"

"나뭇꾼. 도끼질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지."

머슬 할발 영감님의 도끼질은 참 무지막지 하셨지.
하지만 내 말은 그다지 설득력을 갖지 못했나보다.
내 말에 만두머리 소녀는 코웃음을 치며 부채로 입을 가리며 날 노려봤다.

"나뭇꾼? 시치미 떼지 마시죠.
방금 텐트랑 쾌유환 사러 간다고 하는것 다 들었습니다.
무사수행을 떠나는 사람이 무술가가 아니면 뭐라는거죠?"

이런, 방금전 중얼거린걸 들었던건가?
하지만 이런걸로 포기할 순 없지.

"어쨌든...변명은 이만 포기하시죠.
제 이름은 '타오 란팡'.
당신에게 결투를 신청「미안. 도끼 놔두고 와서 못싸워.」"

빠직.

응?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눈앞에서 란팡이 손에 들고있던 부채가 뚝-소리를 내며 두동강이 나버렸다.

...어머나?

박살이 나버린 부채를 손에 쥐고 부들부들 떨던 란팡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내게 달려 들었다.

"도끼는 무슨!?
애초에 나뭇꾼 어쩌고 부터가 뻥이었잖아욧-!"

"어렛?"

파라락-!

부서진 부채를 내 얼굴을 향해 던지며 란팡은 몸을 낮춰 다리를 쓸듯 나를 공격해왔다.

"어, 어이? 잠깐? 난 아직 내 이름도 안 말했다고!?"

통성명도 없이 덤벼들기냐!?

"당신의 이름따위 궁금하지도 않아욧-!"

이거...아무래도 진짜 화가 머리 끝까지 난것 같은데?
푸른 빛의 눈동자와 반대로 붉게 달아오른 뺨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보여주는듯 했다.

"그리고 『격투 수업』들었다고 해놓곤 도끼 타령이라니 웃기지 말아요! 당신 권법가였잖아!"

"으앗?!"

공중에서 날아들며 궤도를 바꾸는 부채를 피하랴, 권법으로 덤벼드는 란팡을 피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결투전에 다른 부채 하나가 박살이 나버려서 부채 하나만 상대해도 된다는걸까.
뭔가 분한듯한 란팡의 표정을 보면, 원래라면 좀더 복잡했을 공격이 부채 하나를 잃음으로써 훨씬 단조로워진듯 했다.

바락바락 공격하다가 날아가던 부채를 잡아채 휘두른 란팡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치잇...! 겁쟁이처럼 언제까지 피하기만 할꺼에요?"

"그렇게 말해도...어라?"

뭔가 가슴께가 허전해서 슬쩍 아래를 내려다 보곤 경악했다.
의욕이 0인 상태로 설렁설렁 싸운 탓일까.
날아오던 부채의 공격이 스쳤는지 어느새 길게 찢어진 흔적들이 수없이 나있어 엉망이 된 내 상의.
평상복으론 란팡이 날리는 부채공격을 도저히 버틸수 없는것 같았다.
이래서 갑옷이 필요한건가...

정말이지...텐트랑 쾌유환 사고 나면 남는건 여관비 정도 뿐인데.
울분에 차서 란팡을 노려보자 란팡은 주춤하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뭐, 뭐에요?"

"...피하기만 한다고 그랬지?"

"...하, 이제 제대로 싸워볼 생각이 든건가요?"

정신을 차리곤 전의를 다지는 란팡을 보며 양주먹을 불끈쥐고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후회하게 해줄께!"

"그말, 그대로 돌려드리죠!"

"껴안아 주겠어!"

"에엑?"

놀라서 눈이 동그래진 란팡을 무시하곤, 양팔을 벌리고 전력으로 란팡을 덮쳐갔다.

"으라아아아아!"

"꺄아악-!?"

변태마냥 달려드는 내 모습에 기겁해서 옆으로 피하려는 란팡.
하지만, 상정범위 안이다.
내가 노렸던건 무릎까지 흘러내리는 만두머리를 묶은 끈이니까.

"빈틈~!"

"에? 꺅!"

불균형한 자세에서 강하게 끈을 잡힌 란팡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끌려와 바닥에 넘어졌다.
머리끄댕이를 잡고 싸우는 꼬맹이들처럼 유치하지만 상관없어.
2달간 투자한 전투기술은 주로 명중률과 회피율을 높이는 쪽이었지, 섬세한 고급 기술 같은건 그다지 모르니까.
귀찮게 시간을 끌다가 더이상 옷이 상하느니 이렇게라도 빨리 끝내는게 최선이다!

일어나려던 란팡을 위에서 덮으며 짓눌렀다.
양손으로는 란팡의 양팔을, 양 다리로는 란팡의 다리를 속박한채 바닥에 밀어붙였다.

"으읏...!?"

고정시키던 끈이 당겨져 한쪽 머리가 풀어 헤쳐진 란팡은 일어나려고 애썼지만 소용없는 몸부림이었다.
섬세한 기술은 모르겠지만 잡기 정도는 할 수 있고 완력으로 비교하자면 애초에 자릿수 자체가 다르다고.
바닥에 쓰러진 란팡을 보며, 어리다지만 무술가를 상대로 거운 첫 승리에 만족스런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니까 후회하게 될거라고 했지?"

"뭐, 뭐예요?"

안색이 조금 변한 란팡이 나를 바라보며 아직 지지 않았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럼 이제 옷에 대한 대가를 받아볼까.

"자, 그럼 이 대가를 어떻게 치뤄 줄꺼지?"

"무슨...?"

"지금 이 꼴을 보면 모르나?
아, 과연...아직 어려서 이해하긴 무리인가?"

걸레처럼 변해버린 내 상의를 보고도 아무것도 느낀게 없다니.
노동의 신성함을 모르는 어린아이가 이해할 순 없겠지.
네가 찢어놓은 이 변변찮은 옷 한벌 가격이 한달 식비랑 맞먹는다는걸.
...막장 같은 물가를 가진 왕국이 나빠 왕국이.
정말이지 이 왕국 옷값은 절대로 이상하다구.

찢어진 옷대 대한 변상금을 톡톡히 뜯어내려는 마음에 한껏 빈정거림을 가득담아 말하자 지켜보던 관객들이 웅성거렸다.

"서, 설마 이런 대낮에 마을 한복판에서?"
"그런 대담한...! 용자...아, 아니. 범죄자다!"
"저 소녀, 불쌍하게도...어쩌다 저런 음흉한 사내에게 싸움을..."

과연 한복판에서 소녀를 협박하는건 대담하긴 하지.
하지만 시비는 저쪽이 먼저 걸었다고?
...그래도 확실히 음흉하긴 하네.
길거리 도전자를 이긴 뒤에 돈을 갈취했다는 얘긴 한번도 못들어봤으니까.

관객들의 말을 듣던 란팡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시, 싫어...!"

눈가에 눈물마저 맺힌채로, 란팡은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으며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이미 나한테 잡혀버린 이상은 소용없는 짓이라니까 그러네...
뭐, 조금 심하게 찍어누르고 있는 다리는 아파보이니까 조금은 느슨하게 해줄까.

"거참 발버둥쳐봤자 소용없「퍽-!」...!"

다리에 힘을 뺀 순간, 필사적으로 바둥거리던 란팡의 무릎이 내 중앙을 직격했다.

"크어억?!"

"에?"

몸을 관통하는 듯한 충격이 전해진 직후,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선 바닥을 뒹굴거리며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

젠장! 뭐가 극강의 육신이고 최강이야?
남성의 숙명적인 약점은 그대로잖아!
역시 방심은 금물이었어...

정신이 나갈것 같은 괴로움에 몸을 웅크리고 한동안 끙끙대며 고통을 달랬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란팡이 흐트러진 옷매무새 그대로 다가와 조심스레 나를 쳐다봤다.

"저기...괘, 괜찮아요?
이봐요...?"

괜찮을 것 같냐 이 아가씨야...
걱정해주는건 고마운데, 이럴거였으면 처음부터 시비를 안 걸었다면 더 좋았을거야...
무투파 소녀가 날린 니킥의 데미지는 아직까지 가라앉을줄 몰랐다.

웅크리고 있는 내 모습을 지켜보며 죽을상을 하고 있는 사내들의 얼굴도 보기 싫고, 얼굴을 붉히며 어머어머를 연발하는 여인네들의 시선도 쪽팔린다.
어서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아까부터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민 손을 꼼지락대는 란팡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여, 여어...꼬마 아가씨."

"네?"

"네...네 승리로 좋아."

"지금 그런걸 따지고 있는게 아니잖아요!
그...괜찮은거예요?"

"그, 그러니까 여관까지만 좀 부축해줘..."

"에?"

역전승을 한 란팡에게 승자의 관대함을 부탁하는 나였다.
어리둥절하던 란팡이었지만 결국엔 어찌어찌 나를 일으켜 여관까지 데려다 주었다.



질질 끌리듯 어린 소녀에게 반쯤 업혀져 오는 나를 본 여관 주인이 히죽 웃음지었다.
뭡니까 그 웃음은?

"여어~ 꼴사나운 모습이구먼.
그쪽 아가씨에게 작업 걸다가 얻어맞기라도 한거야?"

"...피해자는 제쪽입니다만..."

"그러니까 미안하다니까요...!"

얼굴을 창백히 하고 식은땀을 흘리는 나와 불평하면서도 부축해주는 란팡을 번갈아 보던 여관 주인은 낄낄대면서 의자에서 일어나 나를 부축해주었다.

"그럼 이젠 내가 돌보도록 하지.
아가씬 이만 돌아가봐도 좋아."

"저기...괜찮을까요?"

"괜찮아 괜찮아~ 이녀석이 몸 하나 튼튼한건 충분히 들었으니까.
격투 선생인 칼폭스씨가 하늘이 내린 육체라고 격찬하던걸?
잠시 누워있다보면 회복하겠지."

"그럼, 이만 가볼께요.
...아, 그전에."

꾸벅-하고 인사를 한뒤 여관을 떠나려던 란팡은 다시 뒤를 돌아서 나를 보았다.

"이봐요."

"끄응...왜?"

"그러고보면 통성명을 안했네요.
이름이 어떻게 되죠?"

"...머슬 할발."

"...이상한 이름이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 할말은 없다.

"뭐라고 불러야 하죠? 머슬? 아니면 할발?"

"그냥 합쳐서 '머슬 할발'이라고 불러.
나도 그게 듣기 편해."

"머슬 할발..."

중얼거리며 내 이름을 되뇌던 란팡은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곤 시선을 마주했다.

"그럼, 머슬 할발.
오늘 일은 미안했어요.
화가 났다지만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였군요."

깊게 몸을 낮추며 사과하는 모습에 괜히 민망해져서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 뭐...
나도 좀 추태를 보인것 같아 미안해.
그리고 아까전 일은 신경쓰지마.
고의도 아니었고..."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럼...다음번엔 제대로 겨뤄보도록 해요."

"...또?"

"물론이죠.
당신은 어쩐지 건성이었고, 나도 내 무기인 부채 한자루가 모자라 전력이 아니었으니까요.
다음번엔 저의 진심을 보여드리도록 하죠."

팩- 소리를 내며 부채를 펼쳐 입가를 가린 상태로 나를 보던 란팡은, 이번에야 말로 몸을 돌려 경쾌한 발걸음으로 여관을 나섰다.

머리를 묶은 끈이 경쾌한 발걸음에 맞춰 허공에서 춤추는걸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방금전 말을 상기하며 중얼거렸다.

"...그건 좀 봐주세요..."

나보다 어린 여자 상대로 싸우는건 낯부끄럽단 말야.
들어야 할 사람도 없는 가운데 허무한 메아리만이 여관을 울렸다.

제대로 된 모험을 계획한 첫날부터 꼬여버린 일정에 답답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치열한 투쟁이 기다리는 모험...이 기분으로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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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토요일을 날려먹었습니다.-_-;
일요일 점심까지 청출어람 7화를 쓰다보니까, 이번 주말까지 완성은 도저히 무리겠더군요;
뭐라도 써보자 싶어서, 부랴부랴 백미(白眉) 리메이크를 올립니다( --)a;

용사 딸과의 첫 만남은 다른 전개가 될 예정입니다.
다른 인물들과의 첫 만남은 큰 차이 없겠죠.

그럼 흰머리, 흰눈썹, 흰수염 젊은 영감님의 이야기 재개합니다.(_ _)



이단 옆차기와 청출어람은 오는 9월중에 쓰겠습니다.



p.s.1. 현재 시점은 1209년.

프랑소아 모레 17세
죠니프 더 퀸 15세
타오 란팡 14세
용사의 딸 9세



p.s.2. 1화 스케쥴

6월. 표류. 남부폭포지대 통과. 서부사막지대 탐색.

7~8월. 격투수업.
(이벤트)발큐리아의 축복(전투기술+3)
(이벤트)길거리 도전자. vs 타오 란팡(전사평가+10)



p.s.3. 머슬 할발 상태

@ 표류 직후
HP 820
전투기술 40 (= 마을 젊은이 40)
공격력 73 (= 해골 공격력 85 - 철의 장검 12)
방어 25 (= 마을 젊은이 25)
마법기술 0 / 마력 0 / 항마력 0



p.s.4. 등장인물 소개는 위키(링크)를 참조하세요.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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