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테가와와 시즈의 거리가 가깝다.
쉬는 시간에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사이가 좋아진게 한눈에 보인달까.
풍기단속 기간때만해도 시즈를 '무라사메씨'라고 부르던 코테가와가 최근에는 시즈를 '오시즈짱'이라고 부르는걸 듣는다면 누구라도 깨닫겠지만.
시즈도 호칭을 코테가와씨에서 '유이씨'로 바꿨고.
아마 풍기단속 기간 때 벌어진 해프닝 탓으로, 시즈가 코테가와네 집에 숙박했던 것이 둘의 사이가 진전하는데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코테가와랑 시즈랑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얘길 듣기론, 파자마 파티 같은 느낌으로 고민이나 일상의 얘길 나누면서 지냈다는 듯 하다.
시즈와 있을때 코테가와는 평소보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서 색다른 느낌이 든다.
다만, 이 감동을 말로 표현했던건 실수였지만.
"코테가와에게도 친구가 생길줄이야..."
"실례군요! 그럼 마치 제가 외로운 사람인것 같잖아요?"
"그렇지만 코테가와는 절친이라고까지 할 상대 있었어?"
"무, 무슨 말이에요! 당연히 있죠! 야미짱이라든가! 미캉이라든가!"
당황하면서 항의하는 코테가와의 말에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아봤다.
"야미랑 미캉, 그리고 시즈랑 나를 합쳐서 넷인가."
"은근슬쩍 자기를 절친에 끼워넣지 말아요 아키츠군."
"에이~ 왜 그래? 1년이나 남게 함께 지냈으면서."
"본의 아니게도 말이죠."
"핫핫핫, 쑥스러워하기는."
"쑥스러워하지 않았어요!"
"유이씨 진정하세요.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않으셔도..."
"그러니까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니까!"
시즈의 보충에 코테가와가 신음을 흘렸다.
능글맞은 사람이랑 태평한 사람 상대로는 상대적으로 약한 코테가와다.
"그러는 아키츠군이야 말로 절친이랄 사람 없죠?"
"......"
정정. 의외로 반격이 강하다.
"이, 있어! 코테가와라든지,"
"아, 전 빼주세요."
"......울어도 돼?"
"저 말고 절친이 있냐는 뜻이었으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말아요."
귀찮다는듯 코테가와가 손을 내저었다.
"그 다음은..."
"그리고 여성은 제외하고요."
"어째서!?"
코테가와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전 아키츠군의 교우관계가 신경쓰이는거지, 여성 편력을 듣고 싶은게 아니에요."
"맞아요. 여성 앞에서 다른 여성의 얘길 하는건 실례고 말예요."
코테가와도 심한 소릴 하네.
시즈의 말은 정론이다만.
그래도 남성 중에서 친한 사람이라고 해봐야...
"...유, 유우키라든가?"
"유유상종이로군요."
"엣?"
"둘이서 나란히 교내 풍기문란의 대표주자잖아요?"
"항상 문제만 일으키는건 아니잖아?"
"그랬다면 지금쯤 징계감이었어요.
그렇잖아도 풍기단속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리고, 그 다음 절친은?"
"음......렌?"
"...렌군인가요?" "렌씨요?"
"왜 그래?"
"하지만...렌군은 최근 모습을 본적도 그렇게 많지 않았죠?"
"학교에 오는건 대개 룬씨였으니까요."
"그리고 아키츠군이 렌군이랑 얘기했던 적은 거의 없지 않나요?"
"저도 료스케씨가 렌씨랑 이야기 하는걸 본 적은 그다지..."
"......"
그러고보면 최근엔 라라에게 사랑의 고백을 하는 렌의 모습도 거의 본적이 없었구나.
학교에서 렌보다 룬으로 있는 빈도가 높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러니까 결국 아키츠군의 동성친구는 유우키군 한명뿐이란거군요."
"레, 렌도 있다니까?"
"...정말 절친인가요?" "정말일까요?"
"우..."
"뭐야 수염? 렌의 이야기?"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의아한 얼굴의 룬이 서 있었다.
오전 수업 동안엔 없었는데 이제 온건가?
"룬씨? 지금 온건가요?"
"아침에 촬영이 있어서 늦었어. 이래뵈도 서둘러 온 편이지만."
"룬씨~ 혹시 괜찮다면 점심 같이 드시지 않을래요?"
"...수염이랑 넷이서?"
힐끗 내쪽을 내려다보는 룬의 모습에 머리가 번뜩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룬을 향해 양팔을 벌렸다.
"오! 마이 소울 프렌드!(영혼의 벗이여!)"
"엑!? 뭐야 수염?"
난데없는 환대에 당황한 룬이 무심코 한걸음 물러난다.
내 외침에 반친구들도 놀라서 쳐다보고 있고.
흥분한 나머지 그만 소리가 컸나보다. 반성.
하여튼 지금은 룬에게 권유하는게 우선이다.
"그렇잖아도 네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자, 우선 오시즈 말대로 점심 함께 먹지 않을래?"
"어째서 내가 너랑..."
"어째서냐니, 너와 나 사이잖아!"
"너와 나 사이라니 뭐야!"
"친구! 아니, 그 이상!"
"그 이상!? 너, 너...!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건데!?"
룬이 새된 소리로 외쳤다.
"좋잖아? 절친끼리 식사를 함께 하는 것 정돈 보통이라구?"
"좋지 않아! 애초에 너랑 그렇게 된 기억도...?"
"룬?"
눈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지며 되물었다.
"...절친?"
"응. 절친."
"......"
"......"
"으럅-!"
"훕!?"
룬의 붕권이 배에 작렬했다.
렌의 격투 실력도 닮았는지 룬의 날카로운 공격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꺼져버려! 이 멍청아!"
"기, 기다려! 마이 프렌드! 뭔가 실수했다면 사과할테니까!"
"그런거 없어!"
씩씩 거리며 자리로 돌아가려는 룬을 애타게 불렀다.
"...오랜만에 먹는 와사비 샌드위치는 각별한데...
으으...코가 아려."
어디서 꺼낸건지 모를 와사비를 샌드위치에 발라선 내게 먹이려는 룬의 권유를 거절하지 못했다.
괴로워하는 내 모습에 코웃음을 치는 룬을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왜그래? 한개 더 먹고 싶어?"
"와사비 샌드위치는 더는 필요없어.
그리고 팬 제 1호는 소중히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팬 1호? 네가?"
"네가 아이돌이 되기로 한 순간을 목격한 첫 팬이잖냐."
"글쎄...내가 큰 맘먹고 첫 싸인 해주겠다고 할 때 거절한게 누구였더라?"
"팬 1호까지 차지했는데, 거기다 첫 싸인까지 가로채는건 역시나 다른 팬들에게 실례일것 같아서 사양한건데."
"말을 못하면 밉지나 않지..."
고개를 내저으며 룬이 샌드위치에 와사비를 바르곤 내게 건넸다.
"...또?"
"미운 녀석 떡 하나 더 준다잖아."
"미, 미운녀석...? 아무리 그래도 와사비는 바르지 않아도 괜찮잖아?"
"어머나, 이것 좀 봐. '와사비로 싸인한 샌드위치'야. 응? 팬 1호씨."
"쓸데없이 고퀄리티네! 이런건 비겁해!"
웃음을 삼키는 룬에게서 울상을 지으며 샌드위치를 받아들었다.
그냥 먹긴 아까워서 샌드위치를 촬영한 뒤에 한입 베어무는데 빤히 쳐다보던 코테가와가 툭하고 중얼거렸다.
"...룬씨와 사이가 좋아보이네요 아키츠군?"
"절친이니까."
"웃기지마. 너랑 절친이라니 사양이니까."
방금전 절친 운운의 자초지종을 알게 된 룬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애초에 조금 가까워진걸로 멋대로 들뜨니까 방금 같은 꼴을 당하는거라구."
"『그렇게 말하면서 쑥스러움을 숨기려는 룬이었다.』"
"멋대로 나레이션 넣는거 그만둬!"
"하하하! 유감이지만 샌드위치는 이제 다 떨어졌으니까 더이상 무서운건 없다구?"
"너...진짜 두고봐. 방송에서 학교 화제가 나오면 기대하라구?"
"리얼하게 무서운 복수는 좀 봐주지 않겠습니까?"
악명을 넓히는건 좋지만 뒷감당에 진절머리가 날 정도의 악명은 이젠 좀 사양하고 싶다.
"그런데 룬씨는 절친이 있나요?"
"그러니까 나,"
"시끄러 수염. 아직은 딱히 없네. 라이벌은 있지만."
"혹시 라라야?"
"...아냐."
내 말에 룬이 눈살을 찌푸렸다.
사랑의 라이벌 같은 느낌으로 생각했는데 룬의 생각은 좀 더 견실했나보다.
"그 괴력녀라면 지금은 됐어.
지금 이기고 싶은 상대라면 키리사키 쿄코."
"쿄코라면, 그 여고생 아이돌이죠?""
"아! 매지컬 쿄코 말이군요? 예전 할로윈 특집에 라라씨와 야미씨랑 함께 참가해서 만난적 있어요!
그 분이 룬씨의 라이벌이에요?""
"그래. 그 녀석은 8개 정규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현역 고교생 아이돌이니까.
언젠가 내가 톱아이돌이 되어서 쿄코를 넘어설거라구."
"멋진 꿈이네요."
코테가와랑 시즈가 감탄한듯이 룬을 본다.
라이벌이 쿄코라...
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룬은 아직 쿄코와 함께 일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쿄코로부터 룬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은적도 없었고.
개인적으로는 서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그런데...
『그렇다면 저희 라라님이야 말로 톱아이돌에 걸맞는다 할 수 있겠군요.』
"그러니까! 톱아이돌에게 필요한건 얼굴만이 아니라니까!"
페케와 룬의 말싸움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어째서 이렇게 소란스러운 점심시간이 된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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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추가할 내용 전개에 따라서 마지막 부분은 수정 또는 삭제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전체적으로 다듬어야 하는 곳도 많을테지만 일단은 여기까지...=x=a;
그나저나 이상한데... 예정했던 전개가 다음편으로 미뤄졌어...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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