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어떨까 야미짱?"

"이것도 괜찮아 보이는데요 코테가와 언니."

"그것도 예쁘네. 야미짱 생각은 어때?"

"...저는 잘 모르겠군요."

"그래? 시간은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도록 해 야미짱."

"...저기..."

조심스레 손을 들어 주의를 끈다.
세 아가씨의 시선이 모이자 살짝 불평섞인 어조로 말을 꺼냈다.

"아직 고르지 못한거야? 벌써 한시간째라구?"

"가만 있어봐요 아키츠군.
수영복은 어울리는걸 골라야 한다구요."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 형의 수영복을 한손에 든 채로 대답하는 코테가와에게 살짝 어깨를 움츠려 보였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수영복 매장.
야미의 수영복을 고르기 위해 코테가와, 미캉과 함께 야미를 데리고 온 것이다.



리토의 집에서 수영장에 가기로 미캉과 약속한 다음날...그러니까 오늘 아침.
미캉과 아침 식사를 마치고 코테가와에게 연락했을 때, 당면한 문제를 알아차렸다.

「수영장 말인가요?」

「응. 이번에 새로 오픈한 「사이난 워터랜드」가 꽤나 평가가 좋더라고.
코테가와도 이번 여름엔 바다에 가보질 못했잖아?
안그래도 무더운 여름인데 피서라도 한번 하는게 좋지 않을까 해서.」

「으응...지금 바로 만나는건 아니겠죠?
이렇게 갑작스럽게 약속이라니... 적어도 준비할 시간은 있어야 한다구요.」

그거야 즉흥적으로 한 약속이다 보니 어쩔수 없네요.
불평하는 코테가와에게 사죄하고 말을 계속했다.

「아하하...미안해.
하지만 바로 당장에 수영장에 가진 않을꺼야.
우선 야미도 만나서 출발해야 하니까.」

「야미짱도?」

「응. 그게 말이지, 유우키랑 라라 일행이 바다로 놀러 갔다던데 미캉 혼자서 집을 보게 되었거든.
바다에 따라가지 않은걸 아쉬워 하는것 같고, 혼자 집보기를 시키는것도 그래서 미캉이랑 수영장 약속을 잡았어.
미캉은 야미랑 사이가 좋아 보이니까 야미도 같이 간다면 좋아할꺼라고.」

「야미짱에겐 벌써 얘기 한건가요?」

「으응...아직 말하진 않았지만...하, 하지만 괜찮아!
서점이나 도서관을 둘러보면 금방 찾을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응?」

약간 주저하면서 코테가와가 조심스레 물었다.

「...야미짱, 수영복 갖고 있던가요?」

「......에?」



코테가와의 걱정은 괜한게 아니었다.
코테가와랑 미캉이 약속장소에서 기다리는 동안
내가 야미를 찾아서 수영장에 놀러가는걸 승낙받고 데려왔을 때,
야미가 수영복을 갖고 있지 않은걸 알게 되었다.

야미가 수영장 가는걸 취소하고 물러나려 하자 코테가와랑 미캉과 내가 말리느라 잠시 말썽이 있었다.
급작스레 잡힌 약속인데 괜히 야미가 신경을 쓰도록 만든것 같아서 양심이 찔렸다.



결국 오전엔 야미의 수영복을 고른뒤에 오후에 「사이난 워터랜드」로 가기로 의견을 모으곤,
상점가의 수영복 매장으로 함께 들어간 것으로 현재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방금전까지 말을 주고 받던 코테가와는 야미의 수영복을 골라주며 왠지 모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고,
미캉도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어머니(유우키 링고)의 센스를 물려 받았는지
맵시있는 수영복을 골라서 야미에게 권하고 있다.
쉴새없이 건네지는 수영복들에 혼란스러워 하는 야미의 모습은 꽤나 볼만했다.
단지 유일한 불만이라면...

살짝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본다.

수영복이 있다.
원피스 타입을 집어드는 코테가와가 있다.
수영복이 있다.
레이스 달린 투피스를 고르는 미캉이 있다.
수영복이 있다.
수영복들을 손에 든채로 멀뚱멀뚱 서있는 야미가 있다.
수영복이 있다.
수영복이 있다.
수영복이 있다...



...점원은 어딜 갔나?

멀찍이 떨어진 다른 수영복 매장에서 매당긴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바라보는 점원으로부터 마음의 거리가 느껴진다.
우리가 있는 매장 주위는 점원들의 모습이 힐끔힐끔 보이는게 아무리 봐도 쉬쉬 피하는 분위기였고,
이쪽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없었다.

아니...뭐, 알고는 있어.
날카로운 인상-고의가 아니지만-을 한 금발에 수염을 기르고 목걸이에 체인팔찌를 찬 양아치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어슬렁 어슬렁 거리니까 시비라도 붙지 않을까 두려워서 피하는거.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온 이후론 식료품 가계 분들이나 장보러 온 어른들, 동네 꼬맹이들이랑은 어느정도 친숙해 졌고,
학교에서의 유쾌한 만남들에 워낙 만족하다 보니까
지금의 이런 상황은 익숙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낯설었다.
적어도 어른의 여유란걸 보여주시면 안될까요?

1시간 전, 수영복 매장에 들어서자 주위가 텅 비어버리는 해프닝을 겪고 나는 어벙벙했고
코테가와랑 미캉은 황당해하다가 이내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공황상태에 빠져있던 나에게 어깨를 토닥여주던 코테가와랑 미캉의 상냥함이 아팠다.
그만둬 제발...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격이라고?

그 후 마음을 추스르고 세 아가씨들과 함께 수영복 쇼핑을 한지 1시간...

아가씨들의 쇼핑은 의외로 길었다.

눈여겨 본 수영복을 체크해두고 다른 매장으로 가서 수영복을 찾아본다.
그리고 다시 괜찮은 수영복을 체크해두고, 또다시 다른 매장에서 다른 매장으로 돌았다.
수영복 매장을 전부 돌고 난 뒤, 처음의 매장으로 돌아가 체크해 둔 수영복을 골라서 살펴보았다.
이거...생각보다 더 오래걸리는게 아닐까?

"저기...우리 오늘 안으로 수영장에 갈 수 있는거지?"

"걱정말아요 아키츠군. 적어도 점심먹기 전엔 끝마칠테니까요."

"그, 그래?"

손바닥을 팔랑팔랑 흔들며 답하는 코테가와를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피서하러 나왔는데 어째 야미의 수영복 사는걸로 목적이 바뀐것 같아...
뭐, 코테가와도 뭔가 잔뜩 챙겨온 모습을 보면 수영할 생각 만만인것 같으니 걱정은 없겠지.
「으음...」신음성을 흘리며 수영복을 물끄러미 응시하는 야미의 모습을 보곤
조금 정도는 이 시간을 즐겁게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




"그럼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이 앞에서 만나도록 해요."

"알겠어. 그럼 나중에 봐~"

"나중에 봐요 료스케 오빠. 그럼 가자 야미짱."

"그러죠..."

「사이난 워터랜드」에 들어와 여자 탈의실로 향하는 코테가와, 야미, 미캉을 잠시 바라보다
나도 남자 탈의실을 찾아 들어갔다.

탈의실 내에서 시선이 마주치자 흠칫-하며 몸을 피하는 사람들의 반응도
방금전 수영복 매장에서 이미 겪은 일이기에 조용히 구석에 가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잠시 쑥덕쑥덕 거리던 사람들도 관심을 돌리면서 탈의실은 다시 소란스러워 졌다.

「모테미츠 선배. 오늘 야구부를 쉬고 수영장에 온건 대체 뭣때문에...」

「후후...이런 더운 여름하면 당연히 수영장이지.」

「부활동의 피로를 수영으로 푸는것입니까?」

「바보녀석! 수영장하면 여자! 여자하면 헌팅 아니냐!」

「「「과연 모테미츠 선배!」」」

「후후...너희들에게 내 헌팅 테크닉을 보여주지.」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중생이로구먼.
방금전 목소리는 아마도 야구부의 모테미츠 선배와 그 후배들이다.
2학년때 도촬 매니아란게 발각되어 정학처리를 받고 여자의 적으로 찍힌 요주의 인물로,
항상 예쁜 여자아이를 체크해두곤 추파를 던지며 지내기 때문에 본받고 싶지 않은 선배의 표본이다.

기억나는 모테미츠의 헌팅 장면들은 모조리 실패로 끝났기에 그렇게까지 경계하진 않아도 될듯 하지만...
교장 선생님과 함께 뭔가 저돌적인 모습으로 해프닝을 일으켰던 적도 있었던 것 같아 좀 걱정이 되긴 하다.
촉수로 변태적인 행위를 하려는 우주 생명체들 보단 훨씬 낫지만서도...

"어? 피구왕 형?"

"엥?"

난데없는 호칭에 고개를 돌리니 꼬마애 한명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서있었다.

"아, 진짜다!"

얼굴을 마주보자 짝-하고 손뼉을 치곤 웃으며 꼬마는 내쪽으로 다가왔다.

"그때 공원에서의 히어로 놀이 재밌었어."

"그, 그러냐?"

미캉이랑 함께 저스틴의 검을 피하며 꽁지빠지게 달아났던 그때 사건 말인가.
뭐, 나로서도 그때 사람들의 호의적인 반응은 정말 고마웠으니까...

"형도 수영장에 놀러온거야?"

"어? 응. 날도 더우니까 좀 시원하게 놀고싶어서 말이지."

"혼자 온거야?"

"아니. 친구들이랑 함께.
넌 가족들과 함께 온거니?"

"응. 아빠가 주말이라고 함께 놀아주러 나오셨거든."

"그래...?"

씨익-하고 웃는 개구쟁이 꼬마의 표정은 정말이지 시원하구나.

「히로시~ 이만 가자. 엄마가 기다릴꺼야.」

"앗, 잠시만 아빠!
그럼 난 이만 갈께.
형도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아~"

"고마워. 너도 아빠 엄마랑 즐겁게 놀다 가렴~."

꼬마는 한차례 손을 크게 흔들더니 웃으면서 아빠의 손을 잡고 탈의실을 나갔다.
화목한 가정이구나.
자의는 아니었다지만 나도 부모님 속 좀 덜 썩였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지.
...양아치 스타일을 벗어나는 그날까지 힘내자.
쩝-하고 입맛을 다시다가 머리를 한차례 긁곤 수영복을 갈아입었다.




수영복을 입고나와 약속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코테가와와 야미, 미캉이 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키츠군, 먼저 와있었네요."
"료스케 오빠. 오래 기다렸어요?"
"......"

"어서와. 그다지 오래 기다리진 않았어."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코테가와를 바라보았다.
오른손에 튜브를 들고 있는 코테가와는 레이스 장식과 함께 가운데 리본이 장식된 상의와 랩스커트가 있는 러플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귀여운 고양이 무늬가 그려진 팬시한 디자인의 튜브와 달리 비키니 상의밖으로 가슴 아래가 살짝 드러난 수영복 차림은
단정함을 강조하던 평소 코테가와의 모습과 대비되는것 같아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고보면 리사가 말했었지.
「코테가와씨는 파렴치한 일을 싫어한다면서, 정말 파렴치한 몸을 갖고 있잖아~」라고.
동감이다.
코테가와에게 말하면 아마 화내겠지만...

비치발리볼을 왼쪽 옆구리에 낀 미캉은 가로 줄무늬가 있고 하의 양쪽에 끈장식이 달려있는 스트라이프 투피스를 입고 있었다.
착 달라붙는 하의 위로 어딘지 모르게 강조되어 보이는 골반 부위가 눈에 들어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머리 위쪽을 파인애플처럼 묶은 구슬 머리끈은 풀지 않은걸 봐선 그상태로 수영장에 들어갈 생각인듯 했다.

마지막으로 코테가와와 미캉의 뒤를 따라오는 야미는...
프릴이 장식된 상하의. 상의와 끈이 링으로 연결되었고 하의는 랩스커트 위로 리본이 장식된 검은색 프릴 비키니였다.
하얀 피부와 대비되는 검은색 비키니가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예쁘네...
하지만 유카타도 그렇고 수영복까지 검은색 일색으로 할것까진 없을텐데.
예전에 유카타를 고르던날 야미가 입었던 옷처럼, 가끔씩은 검은색에서 벗어난 옷차림도 보고싶은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치마 아래로 비키니 하의가 살짝 드러나 보이는데...프릴 치마가 짧은 타입인건가?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 마십시오."

"에?...아, 미안..."

얼굴이 붉어져서 랩스커트 아래를 손으로 살짝 가리는 야미를 보며 퍼뜩 정신을 차리곤 사과했다.
생각하다가 무심코 너무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나보다.
다행히 오늘의 야미는 기분이 나쁘진 않은듯 예전과 같은 머리카락 펀치를 날려오진 않았다.
안도하며 사과하는 나를 보며 코테가와랑 미캉이 나무라는 듯한 어조로 책망했다.

"아키츠군...그렇게 오랫동안 바라보는건 실례라구요."

"맞아요 료스케 오빠."

"미안. 새로 산 수영복이 정말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그만 실수했네."

"......"

스커트를 가린채로 침묵한 야미의 모습에 왠지 초조해져서 재빨리 화제를 딴곳으로 돌렸다.

"그나저나 코테가와는 작년의 수영복과는 다른거구나?"

"네?"

"왜 그, 1학년 수학여행때는 연하늘색 수영복을 입었잖아.
혹시 이번에 새로 산거야?"

"아...그래요.
야미 수영복을 고르다가 제것도 함께 샀거든요."

"흐응...예전것도 꽤나 어울렸는데...
새 수영복이 정말 마음에 들었나봐?"

"어? 으...으응! 그래요!"

...왜 더듬고 있어 코테가와?
약간 어색하게 웃느라 입주위가 굳어진게 보인다고.

"저기 코테가와 언니. 잠시만..."

"응?"

미캉이 슬쩍 코테가와의 손을 잡고 약간 떨어진 곳으로 간다.
뭔가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는걸까?
둘이 뭔가 대화하고 있는 모양인데...

...힘들어져? 비결? 관심없어? 운동?

띄엄띄엄 들려오는 소리로는 당최 무슨 얘긴지 짐작이 안간다.
일부러 귀기울여 엿들을만큼 염치없진 않지만 좀 궁금하긴 하다.
당황한것 같은 코테가와의 모습을 보건데 뭔가 답하기 난감한 화제인가?

"저기..."

"응?"

멍하니 둘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옆에서 들린 야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야미는 나를 바라보며 잠시 주저하다가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아...하하, 뭘~"

새로 산 야미의 수영복 칭찬했던것 말이구나.
하마터면 맥락을 놓칠 뻔했네.

코테가와랑 미캉도 대화가 끝났는지 야미와 내가 있는 쪽으로 돌아왔다.
미캉의 아쉬워 하는 모습을 보건데 만족스러운 답은 듣지 못한듯 했다.

"얘기는 다 끝난거야?"

"그런 셈이죠."

살짝 헛기침 하고 답하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궁금증이 일어 물었다.

"그런데 코테가와. 최근 운동하고 있어?"

"네? 아뇨. 특별히 하고 있는 운동은 없는데...
왜 그래요?"

"아니, 방금전 미캉과 얘기 도중에 운동 얘기가 나온듯 해서..."

"......"

"코테가와?"

"...에에에에엑---!?"

"까, 깜짝이야!"

갑작스럽게 기성을 지르는 코테가와에 놀라서 한걸음 물러났다.
내가 뭔가 실수 한건가?
코테가와는 살짝 떨리는 손가락으로 날 가리킨채 더듬더듬 물었다.

"아, 아키츠군. 설마...들었어요?"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코테가와에게 기가 눌려서 솔직히 답했다.

"그...「힘들다」느니 「비결」이라느니 하는 소리가 들려서..."

"...!"

...아무래도 난 지뢰를 밟은것 같다.
양손으로 뺨을 감싸쥐며 얼굴이 새빨개진 코테가와는 입을 벌린채로 소리없는 비명을 내고 있었다.
게다가 코테가와는 물론이고 미캉마저 살짝 당황해서 얼굴을 붉히고 있는게 공공연히 말하기엔 거북한 이야기였는듯 하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코테가와는 내 어깨를 힘껏 움켜쥐며 쓰러뜨릴것만 같은 기세로 강하게 말했다.

"잊어요 아키츠군! 방금전 들은건 잊어요! 알았죠!?"

"네, 넵!"

얼굴이 잔뜩 상기된 상태로 노려보면서 말하는 코테가와의 얼굴은 예쁘면서도 장난 아니게 무서웠다.
코테가와에게 양 어깨를 잡힌채로 한동안 앞뒤로 탈탈탈 흔들리며 생각했다.
의도했건 아니건 여자들의 밀담은 파고드는게 아니라고.

"알았죠!? 절대로! 절대로 기억하면 안되니까? 절대에요!"

...이 나라 말로 그런 표현은 「반드시 기억해!」란 말과 같다는거 알고 있는건가요 코테가와씨?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흔들거리는 고개를 어떻게든 끄덕이면서 답하며 바랬다.
머리 어지러우니까 이제 좀 봐주세요 코테가와씨...

한동안 주의를 거듭주던 코테가와는 겨우 내 어깨를 풀고 물러났다.
내가 어질어질한 정신을 추스리는 가운데
어떻게든 진정한 코테가와는 팔짱을 낀채 토라진 얼굴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아키츠군은 세심함을 좀더 몸에 익혀야 해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엿들은 말을 꺼내는데는 되도록 주의하도록 하자고 결심한 순간이었다.

"아무튼, 이제 그만 수영하러 가요."

"저쪽 큰 풀장에 가볼래요 코테가와 언니?"

"그럴까? 가자 야미짱."

"알겠습니다."

저기...준비운동은 안하고 들어가는 건가요?
수영모 착용한 사람들도 없는걸 보면 준비운동도 필요없을것 같기도 하고...
기억속에 있는 상식을 어디까지 적용시켜야 할지 모르겠네.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세명의 뒤를 따라 풀장으로 들어갔다.




"꺄악?"

"아하하~ 시원해!"

"기분좋네요~"

"물놀이는 이렇게 하는겁니까?"

서로에게 물을 퍼서 뿌리는 물놀이를 하는 셋을 보다가 나도 끼어들어 볼까 싶어서 가까이 갔다.
야미는 물놀이가 어색한지 조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럼 타킷은 야미로 할까? 좀더 적극적인 모습을 끌어내보고 싶기도 하니까.
손에 물을 조금 담아 감싸쥐고서 야미쪽을 겨눈다.
조준 완료.

"어이~ 야미~"

"네?"

"받아랏!"

손을 꽉 잡고 손바닥의 물을 발사한다!

촤악-!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던 야미는 내 손에서 발사된 물벼락을 맞고 머리를 적셨다.
뚝...뚝...하며 물방울이 야미의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리는걸 보며 웃으며 선언했다.

"핫핫핫~! 어때?
아키츠 료스케 특제 손물총이다~!"

"...과연.
아키츠 료스케. 이건 도전입니까?"

"당연하지!"

"...좋습니다. 그대로 전해드리죠."

푸화악---!

"우꺄악~~~!?"

순간적으로 야미가 일으킨 거대한 물보라에 휩쓸려 원숭이같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 버렸다.
과연 우주인.
물장난조차 예사롭지 않군...!
이만큼이나 즐겨준다면 나로서도 기쁠 따름이지만...

"적어도 힘 조절 좀 해줘 야미이이이이이~~~!?"

첨벙~!

한바탕 물보라를 일으키며 풀장 한가운데에 머리부터 다이빙한 나를 보던 야미의 말소리가 들렸다.

"...승부가 아니었습니까?"

적어도 이런 배틀같은 느낌은 아니거든요 야미씨?

"아니, 잘못 이해하고 있으니까 야미짱."

"그냥 사이좋게 물을 튀기면서 노는거라고 야미짱."

난처한듯 웃으며 야미에게 설명해주는 코테가와랑 미캉을 보다가
코테가와가 하고 있는 튜브에 시선이 갔다.

그러고 보면 코테가와는 아직 수영을 할 줄 몰랐지?

"어이~ 코테가와."

"왜그래요 아키츠군?"

"저번에 수영 배우다 말았던거 있잖아.
이번 기회에 수영 다시 배워보지 않을래?"

"으응...어쩔까요..."

물놀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미캉과 야미를 보던 코테가와는 고개를 끄덕이곤 답했다.

"그럼 야미랑 미캉이 놀고 있는 동안 배워보도록 할께요."

"그래? 그럼 이쪽으로..."

수영하기에 적당한 공간이 있는 장소로 움직여서 코테가와에게 자유형에 대해 가르쳤다.
코테가와는 운동신경이 뛰어난 편이라 학교 체육수업때도 꽤나 우수한 성적을 내는걸로 알고 있는데
수영에선 왠지 모르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튜브없이 활동하는것에 대한 두려움이 강한 상태라 하루만에 가르치긴 힘들것 같고,
수영장에 온 목적은 수영 배우러 온게 아니라 노는것이다 보니,
그냥 간단히 몸을 푸는 정도만 가르치다가 미캉이 부르는 소리에 수영수업은 종료되었다.

"료스케 오빠, 코테가와 언니.
저기 저 워터 슬라이드 한번 타지 않을래요?"

미캉이 가리키는 곳을 보자 성처럼 생긴 건물들을 휘감으며 내려오는 워터 슬라이드가 보였다.

"그럴까? 그럼 코테가와, 수영연습은 여기까지만 하고 워터 슬라이드 타러 가지 않을래?"

"그, 그래요."

방금전 수영 연습이 조금 무리였는지 약간 긴장된 표정이었던 코테가와는 반색하며 미캉과 야미 쪽으로 갔다.

워터 슬라이드가 시작하는 위쪽에 도착해서 아래를 내려다 봤는데...
이거 어째 워터 슬라이드 기울기가 조금 스릴넘쳐 보이는데?
코테가와랑 미캉도 약간 경직된 표정이고...
가만히 일행을 둘러보았다.

"그럼, 어떤 순으로 탈까?"

"이건 어떻게 타는 겁니까 아키츠 료스케?"

"으응...그냥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가는걸 즐기는거지.
혹시 모르니까 야미는 미캉과 함께 내려오면서 안전에 주의해줘."

"저, 저기 아키츠군..."

"코테가와?"

"그...같이 내려가도 될까요?"

"에?"

의아해서 바라보자 코테가와가 튜브를 들어보였다.
아...튜브를 내려 놓고 타야 하는건가.

"슬라이드 마지막에는 풀로 들어가야 하니까 조금..."

"아아, 알겠어. 그럼 내가 가장 먼저 출발해서 출구에서 잡아줄테니까
나 다음으로 코테가와가 출발하고 그 후에 미캉, 야미 순으로 오도록 하자."

"알겠어요 료스케 오빠."

"잘 잡아줘야 해요 아키츠군?"

"걱정말라고~"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이상한 곳에 손대진 말아요."

"넵~주의하겠습니다.
그럼 먼저 가있을께~! 간다~!"

익살맞게 경례 포즈를 취한후 워터 슬라이드 입구로 몸을 던졌다.
샤아아앗~!
가파른 슬라이드를 내려가면서 얻어진 속력으로 360도로 몇번씩 회전을 반복한다.
아마도 밖에서 보았던 건물을 뱅글뱅글 돌면서 내려가는 구간인것 같았다.
최근의 놀이기구는 정말 스릴이 넘치잖아?

「꺄아아아아악!?」

에? 코테가와?
쉴새없이 돌고있는 와중에 머리가 향한 통로쪽에서 여자아이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코테가와가 내려오는게 생각보다 빨라!?
너무 긴장했던 건지도 모르지만, 이러면 내가 밖으로 나온뒤에 몸을 일으킬 시간마저 부족할지도 모른다구?

이윽고 워터 슬라이드의 출구가 보이면서 풀장에 가득찬 물이 보였다.
어떻게든 몸자세를 바로 해서 코테가와를 받아줘야 할텐데 시간에 맞을까?
속도를 보아하니 이대로는 슬라이드에서 힘차게 튕겨져 날아가 풀에 빠지는 형세인데,
받아주려면 아무래도 입구 근처가 나을듯 했기에 양손을 슬라이드에 대며 속도를 줄였다.

촤아악~!

슬라이드에서 힘차게 튕겨져 나가려는 몸이 정지하자,
슬라이드를 잡은 손을 떼고 풀로 조용히 내려가려는데 바로 귓가에 코테가와의 비명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니 어느새인가 끝까지 내려온 코테가와의 새하얀 다리가 눈앞을 메우고 있었다.

엑? 벌써!?

"꺄아아아악!?"

퍽-!

"으앗!?"

내려오던 속도 그대로 내 등에 부딪힌 코테가와는 나와 몸이 뒤엉켜 버렸다.
나도 양손을 놓고 있던차에 뒤에서 힘을 받았기에 나랑 코테가와는 사이좋게 풀장으로 빠지고 말았다.

첨벙~

"푸핫~! 콜록콜록!"

의도치않은 잠수를 해버렸기에 기도로도 물이 들어가버려서 기침이 났다.
눈도 아직 제대로 못뜨고 있는 상황이고...
하지만 약속대로 코테가와는 어떻게든 물에 빠지지 않도록 제대로 잡아주는데 성공했으니 다행인가?

"쿨럭, 흠흠. 괜찮아 코테가와?"

"......"

"코테가와?"

아무런 반응이 없기에 이상해서 눈을 깜빡거려서 제대로 눈을 떠보니 코테가와의 등이 보였다.
정면에서 잡아주려고 했는데 실수한건가?
겨드랑이 사이로 양손을 넣어서 코테가와를 물위로 들어올리는 형태였다.
본래라면 등쪽에 손가락을 대고 들어올리는 형식이었을텐데...

...네. 그래서 문제였군요.

"아, 아키츠구운...!"

뒤돌아선 상태로 목덜미가 빨개져서 부들부들 떨고있는 코테가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그래. 코테가와가 화난 이유는...

코테가와의 뒤쪽에서 내밀어진 내 손가락이 비키니 상의 안으로 파고들었으니까.
부드러운 감촉도 느껴지고 이건 정말이지 변명의 여지가 없네요.

"어딜 만지는 거에욧! 이 변태!"

짝-!

씩씩거리면서 코테가와는 슬라이드에서 멀어져갔다.
오랜만에 맞아보는 따귀구나 아야야...
맡겨둔 튜브를 찾아오려고 슬라이드 꼭대기로 다시 올라가는 코테가와의 모습을 뺨을 매만지며 바라보는데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료스케 오빠! 조심!"

"응?"

파악-!

"큽!?"

첨벙~!

난데없이 머리를 내리밟고 지나간 인형 때문에 다시 한번 풀장에 머리를 박고 물을 마시게 되었다.

"푸핫! 콜록콜록...! 뭐, 뭐야?"

기침을 하면서 눈을 떠보니 미캉을 안은 야미가 풀 한가운데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험하게 슬라이드 앞에 있으면 안됩니다 아키츠 료스케."

아...그러니까, 나랑 부딪히려는 미캉을 야미가 안고서 피한건가.
코테가와를 붙잡는것만 생각하다보니 다음에 내려올 사람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건 내 잘못이네...

"미안."

"괜찮으세요 료스케 오빠?"

"아아...괜찮아. 멀쩡하다고.
미캉이야 말로 놀라진 않았어?"

"전 괜찮아요. 그런데 코테가와 언니는?"

"코테가와라면 튜브를 가지러 올라갔어.
데리고 올테니까 잠시만 기다려줘."

방금전 엉큼한 짓 때문에 화난걸 풀어줘야 하기도 하니까.

"함께 올라갈까요?"

"아니, 그럴것 까지야...
나혼자 올라가볼께. 사과해야 할일도 있고."

"네?"

갸우뚱하던 미캉은 약간 붉어진 내 뺨을 보더니 아항~ 하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살짝 눈을 반개해서 바라보는 미캉의 표정에 주춤하며 변명했다.

"따, 딱히 이상한 의도가 있었던건 아니야?"

"아직 아무말도 안했어요."

"으..."

"...야한짓을 한겁니까 아키츠 료스케."

"야미!? 그게 아니라...
...그, 그럼 다녀올께!"

빤히 나를 바라보는 미캉과 야미의 시선을 피해서 황급히 워터 슬라이드에 오르는 계단으로 갔다.
빨리 코테가와의 화를 풀어주지 않으면 후폭풍이 두려울것만 같았다.

어떻게 사과를 해야하나 고민하면서 계단을 올라가보니 워터 슬라이드 입구에서 코테가와가 튜브를 든채 주저앉아 있었다.

"코테가와!? 무슨 일이야?"

놀라서 다가가는 내쪽으로 시선을 돌린 코테가와는 신음성을 흘리며 답했다.

"그게...다리에 쥐가 난것 같아요 아키츠군."

종아리를 움켜잡고 괴로워하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재빨리 다가가 다리를 잡았다.

"다리를 펼테니 손을 잠시 놔줘."

"알겠어요."

쥐가 난 쪽의 무릎을 쭉펴게 하고 코테가와의 발목을 잡아 몸쪽으로 잡아당겼다.
코테가와가 신음소리를 흘렸지만 계속해서 발목을 당겼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몇번을 반복하자 종아리에서 일던 경련이 어느정도 사라진것 같아서
코테가와의 다리를 놓고 물었다.

"어때 코테가와? 이제 좀 괜찮아?"

"이제 괜찮은것 같네요.
고마워요 아키츠군."

종아리에 손을 대고 안도하는 코테가와를 보며 손을 내밀었다.

"우선은 풀장 밖으로 나가서 좀더 맛사지를 하는게 좋을거야."
혹시나 걷기 힘들면 말해줘.
업고 내려갈테니까."

"돼, 됐어요.
이정도는 그냥 걸어도 된다구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내 손을 잡고 일어선 코테가와를 부축해서 조심스레 워터 슬라이드를 내려왔다.

코테가와를 부축한채로 풀밖으로 나가자 미캉과 야미가 놀라서 다가왔다.

"괜찮습니까 코테가와 유이?"

"코테가와 언니, 무슨 일이에요?"

"괜찮아. 다리에 쥐가 나서 그러니까 잠시 쉬면 돼."

"먼저 그늘에 가서 발 맛사지부터 받으라고."

코테가와를 근처 그늘로 옮겨서 발 맛사지 준비를 시작했다.

"혹시 모르니까 야미랑 미캉은 얼음팩을 좀 사와줄 수 있을까?"

"아...네. 빨리 다녀올께요."

야미와 미캉이 팩을 사러 떠나고 나도 코테가와의 종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역시 준비운동은 해야 했구나.
어찌보면 내 탓인가?
야미와 미캉은 괜찮은걸 보면 수영 교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방금전 익숙치 않은 수영을 배우다보니 다리 근육에 무리가 갔었나보다.
약간 양심이 찔리는걸 느끼며 열심히 코테가와의 다리를 맛사지 해주고 있을때 코테가와가 입을 열었다.

"저기...아키츠군."

"응?"

"방금전엔 화내서 미안해요."

"어? 아니, 그건 내가 잘못한거니까 내가 사과해야 할 일이잖아?"

"하지만 원래는 내가 너무 빨리 내려와서 그렇게 된거잖아요?
게다가 부축해주려다 그런게 아니었나요?"

"그렇긴 한데..."

고의가 아닌걸로 다 용서된다면, 세상에 경찰은 필요 없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이런 분위기에 그런 대사로 초를 칠만큼 무심하진 않다.

"뭐, 고의가 아니었다지만 손길은 참 파렴치했죠."

"윽...주의하겠습니다."

"방금전 있었던 일은 지금 맛사지 해주는걸로 변제하도록 하죠.
그런데...맛사지 하는것 힘들지 않아요 아키츠군?"

"괜찮아. 체력에는 자신있으니까 말이지."

"그래도..."

사내아이가 자신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 상황이 낯부끄러운듯 코테가와는 살짝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적당히 맛사지가 되었다면 그만하는게 좋을까?

"코테가와. 다리는 좀 어때?"

"으응...이제 괜찮은것 같으니까 맛사지는 더 하지 않아도 좋아요."

편한 표정이 된 코테가와를 보고 수긍하며 물러나자 멀찍이서 미캉과 야미가 돌아오는게 보였다.

"코테가와 언니! 여기 얼음팩 가져왔어요."

"다리는 괜찮습니까?"

"아, 이제 많이 좋아졌으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웃으며 고마움을 표한 코테가와를 보고 안도하는 둘에게서 얼음팩을 건네 받았다.

"그럼 이걸 갖고 있다가 필요할때 쓰도록 해.
난 마실거라도 사서 올테니까 야미와 미캉은 코테가와랑 여기서 잠시 쉬고 있어."



셋을 그늘에 쉬게 한뒤, 워터랜드의 매점에 들어가니 다양한 음료수가 진열되어 있었다.
걔중엔 이상한 것도 섞여 있었지만.
오이맛 펩시? 뭐냐 이 갓파들이나 좋아할 법한 음료는...
치르밀? 가루 우유인가? 지금 이런걸 마시긴 그렇고, 몸에 좋다는데 다음에 한번 마셔볼까?

부탁받은 음료를 사서 돌아오는데 4명의 남자가 코테가와들을 둘러싸고 있는게 보였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발걸음을 빨리 하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아름다운 아가씨들. 나와 함께 멋진 시간을 보내지 않겠어?」
「「「과연 모테미츠 선배! 처음부터 직구다!」」」

모테미츠으으으으으으으!?

「뭐에요 오빠들은?」

「당신은...」

코테가와가 야미와 미캉의 앞에 나서며 경계의 눈빛을 한다.

「오? 나를 알고 있나보군 예쁜 아가씨.
야구부의 에이스이자 장래 프로가 확실한(예정) 이 몸을!」
「「「과연 모테미츠 선배! 이미 사이난의 유명인이시군요!」」」

저 앵무새들 같은 후배들을 데리고 다니는 모테미츠도 참 한가하네.

「코테가와 언니. 이 사람은...?」

「작년, 여학생 도촬 사건으로 정학 처분을 받은 모테미츠 선배야.」

순간 미캉과 야미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뭐, 상대가 도촬범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반응을 보이겠지.
그런데 모테미츠가 오히려 더 놀란듯한 포즈를 취했다.

「설마...넌 2-A의 코테가와 유이?」

「? 절 아시나요?」

「알다마다! 그 흉포한 아키츠 료스케를 수족 부리듯 한다는 '맹수 조련사'...「그런 별명 몰라욧-!」」

얼굴이 새빨개져서 항의하는 코테가와에게 뜨끔해하며 물러난 모테미츠는 표적을 야미로 바꿨다.

「그쪽의 금발 미녀씨. 나랑 둘이서 리조트에 가지 않겠어?」

「...거절합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

스륵-

포기하지 않고 치근대는 모테미츠를 보던 야미의 머리카락이 물결치기 시작했다.
위험신호? 걷던 것에서 당장 달리기로 전환해 속력을 높인다.
늦지 말아라...!

"안 그래도 마침 좋은 데를 알고 있어서「료스케 킥-!」꾸엑!?"

첨벙~!

「「「모테미츠 선배!」」」

날려간 모테미츠가 빠진 풀장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야구부원들을 보며 한숨을 쉬곤 코테가와 일행을 바라보았다.

"음료수 사왔어. 늦진 않았지?"

"아뇨. 나이스 타이밍이에요 료스케 오빠."

"곤란하던 차에 적절했어요."

"다행이네. 혹시 방해한건 아니지 야미?"

"민머리를 만들어 보낼까 생각했지만...상관없습니다."

스님 머리 만들일 있냐...
삽시간에 관우수염을 기른 하리마 같은 기인이 아닌 바에야 다시 머리 기르려면 한참 걸린다고?

"...어째서 당신이 긴장합니까?"

"아, 아니 반사적으로 말이지..."

나도 모르게 머리를 가리며 물러났나보다.
어이없다는듯 나를 보던 야미는 이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수염성인「아니, 그건 절대로 아니니까.」...그렇습니까?"

"아키츠군은 정말로 수염이랑 머리카락을 소중히 여기니까 말이죠.
처음 만났을때 이후로 머리는 쭉 저 스타일이었다구요."

그것도 그렇지만, 그건 나만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잖아?
머리스타일이 바뀌지 않는건 그거야.
「2차원 미소녀의 대부분은 갈아입을 옷따윈 없다는 법칙」 같은거.
왠만해선 머리스타일도 처음 그대로를 유지하는게 대부분이잖아?
타○의 대모험에서 마암은 머리 모양을 바꿨지만.

"가끔은 다른 머리 스타일로 바꿔 보는건 어때요 료스케 오빠?"

"...빗자루 머리는 어떨까?"

쟝 피에○ 폴나레프씨나 니카이○ 베니마루씨처럼 말이지.
같은 금발에다가 양아치스러운 느낌도 있고.

"좀 보통인걸로 말이에요."

"센스 없어요 아키츠군."

"으...내 머린 이걸로 충분히 괜찮으니까, 다들 이만 음료수나 마시라구~"

사온 음료수를 하나씩 건네주면서 이야기를 적당히 마무리했다.
다음부턴 겁없이 꼬이는 헌팅남들이 없기를 바라며.



음료수를 마시며 그늘에서 쉬고 있을 때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잠시 후 사이난 워터랜드 이벤트가 개최되겠습니다.
참가는 4인1조로 진행될 예정이며 1,2,3등 외에도 추첨을 통해서 많은 분께 소정의 경품이 제공되오니
가족과 함께 오신 분이나, 커플분, 친구들과 함께 오신 분들은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이벤트?"

"최근에 오픈해서 여러가지 행사를 많이 하나봐요.
저번엔 인기 아이돌인 키리사키 쿄코도 게릴라 콘서트로 왔다던걸요?"

"그래?"

"그럼 적당히 쉬었으면 이벤트나 보러 갈까?"

"이벤트라...흥미롭겠군요."



공지된 장소로 가보니 풀장위에 부유물로 이루어진 무대가 세워져 있었다.
무대와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는 해적선 처럼 꾸며진 모형배가 있었고,
무대와 해적선까지 이어진 풀장 주변에는 모형 대포들이 놓여있었다.
저게 이번 이벤트 장소인가?
하나 둘씩 관객들이 모여 무대 근처를 메우고 곧이어 사회자로 보이는 여성이 무대위로 올라왔다.

「오늘도 저의 「사이난 워터랜드」를 이용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벤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번에 4인1조로 진행되는 이벤트의 이름은 「피터팬」입니다.」

그것 참 메르헨틱한(동화적인) 이름이군요.

「4인은 각각 피터팬, 팅커벨, 웬디, 릴리(인디언 소녀) 역을 맡습니다.」

규칙은 다음과 같았다.


1. 게임 시작시에 피터팬과 팅커벨은 육지에, 웬디와 릴리는 해적선에 있다.
이벤트시 좌우에서 대포알이 날아온다.
웬디와 릴리를 육지로 무사히 옮기면 성공이다.
가장 빨리 구출에 성공한 순으로 등수가 매겨진다.

2. 피터팬은 네모모양의 큰 수영보드 하나를 받는다.
수영보드 위에 사람들을 태우고 이동할 수 있다.
바다에 빠져도 괜찮고, 좌우에서 날아오는 대포알을 맞아도 실격처리 되지 않는다.

3. 팅커벨은 항상 피터팬과 동행해야 한다.
(사회자 왈, 「항상 수영보드 위에 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겠죠?」)
날아오는 대포알을 방패로 막을수 있다.

4. 웬디와 릴리는 피터팬과 팅커벨을 따라 해적선에서 육지까지 무사히 빠져나와야 한다.
대포알에 맞으면 실격이다.

5. 팅커벨, 웬디, 릴리 셋중 한명이 바다에 빠지면 실격이다.


「이상이 개략적인 진행방법입니다.
그나저나 실제로 웬디랑 릴리가 하는 역은 같은데 역할을 나눈 의미를 모르겠어요.
그냥 이벤트 제목이 피터팬이라 괜시리 생색내는걸지도 모르죠.」

어이? 사회자가 그런말 해도 되는거야?
황당한 내 심정과는 반대로 객석에서 잠시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무튼, 팁을 드리자면 웬디와 릴리역은 어린아이나 여성분들께 맡기시는게 좋을꺼에요.
제공되는 수영보드를 시험해봤는데 성인 남성 둘정도는 간신히 버티더라고요.
팅커벨은 항상 피터팬과 동행해야 하니까, 결국 수영보드에는 팅커벨과 다른 한명만 탈수 있겠죠?
팅커벨, 웬디, 릴리 세명이 합쳐서 성인남자 둘의 무게보다 가볍다고 생각하신다면 셋이 함께 타는걸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거짓말이다. 저건 진짜 거짓말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생 평균 체중도 40킬로그램은 넘는다고?
세명이 전부 어린아이들이라서 셋이 함께 탈수 있다고 쳐.
그런데 그상태에서 대포알 피하랴, 막으랴 수영보드 위에서 왔다갔다 한다면 분명 수영보드가 뒤집어지거나 가라앉는다.
'물위에 가만히 떠있을 때' 성인 남성 두명 무게를 '간신히' 버틴다고 했으니까.
그런 판국에 세명이 함께 타라는건 그야말로 함정.
혹시 저 사회자 일부러 저러는건가?
체중에 자신이 있다면 한번 승부해봐라! 이런거?

주변을 바라보니 아이들 동반의 가족들은 딱히 고민하는 모습은 없었는데,
애인동반이나 여학생들끼리의 집단에선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릴만큼 고민하고 있다.
아니, 아무리 세명타기를 고민해도 안되는건 안되는거라니까.
가만히 떠있는거라면 몰라도 움직이기 시작하면 십중팔구 가라앉는다고?
가라앉으면 공개적으로 아가씨들의 마음이 브레이크 한다.

이 이벤트는 아무래도 1명씩 차근차근 옮기는게 성공률이 높아 보였다.
빨리 구출한 순서대로 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1위를 하려면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50미터를 한번 왕복하는것과 두번 왕복하는건 메꿀수없는 시간차가 존재하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해적선 쪽을 보고 있으려니 사회자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설명만으로 이해하지 못하신 분들도 계실테니, 간단하게 연습시합을 해보겠습니다.
이곳에 계신 멋진분들 중에 시범을 보여주실 지원자 있으신가요?」

아직까지 고민하기 때문인지 연습시합이라 힘빼기 싫은건지 소심하기 때문인지 지원하는 사람은 없어보였다.
사회자는 잠시 기다리다가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의외로 부끄럼을 타는 분들이 많으시군요?
음, 그럼 사회자인 제가 한번 뽑아볼께요. 거기 파인애플 머리에 투피스를 입은 예쁜 꼬마 아가씨~
잠시만 나와주시겠어요?」

"에? 저, 저요?"

미캉이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키자 사회자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물론이에요~ 거기 꼬마 아가씨와 같이 오신 분들께서도 함께 나와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어쩌죠 아키츠군?"

"어쩌긴. 이것도 나름 즐기는 법이잖아? 한번 가보자고."

"그럼..."

엉거주춤 일어난 미캉을 뒤따라 나와 코테가와, 야미가 무대로 나가자 사회자가 놀랐다는듯 말했다.

「휘유~ 언니들도 예쁘네 꼬마 아가씨? 그리고...」

차례로 시선을 옮기던 사회자는 내쪽을 바라보다 잠시 움찔하더니 이내 넉살좋게 웃었다.

「후훗~ 아버님도 참 터프하게 생기셨네요~」

"...오빠입니다."

「아... 이런~ 제가 실례했네요.
실례지만 나이가?」

"열일곱 입니다."

「에엥?」

잠시 갸우뚱 하던 사회자는 폭소하면서 내 등을 손바닥으로 찰싹 두드려댔다.
아야야! 이 아가씨 굉장히 대범해?

「아하하하~! 그런데 왜이렇게 겉늙었어?
우리 아빠 친구라고 해도 믿겠다~!
이정도면 피터팬이 아니라 후크선장이잖아?」

발돋움을 해서 내 목에 팔을 걸며 농을 건네는 사회자의 모습에 관객석에서 폭소가 일어났다.
쇼맨십이 뛰어난 사회자 같다.
조용한 분위기를 박살내는게 장난 아니네요.
더불어 나의 유리같은 마음도 박살.

「어? 피구왕 형이다!」

「아, 공원의 수염성인!」

「저쪽은 그때 그 꼬마 아가씨 아냐?」

헐...1년 전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탈의실에서 만났던 히로시라는 사내아이의 목소리도 얼핏 들린것 같고.

객석에서 나와 미캉을 알아보는 관객들의 모습에 사회자가 휘파람을 불렀다.

「이거~ 어쩌다보니 제가 꽤나 유명한 분들을 초대하게 되었나보군요?
그럼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만큼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고 역할 분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내가 피터팬, 야미가 팅커벨, 그리고 코테가와와 미캉이 웬디와 릴리 역을 맡기로 했다.

먼저 야미를 수영보드에 태우고 내가 물에 뜬채로 수영보드를 밀며 해적선을 향해 헤엄쳐 나가자
숙지한대로 양쪽에서 대포알(공)이 날아왔다...인데?
...대포알이 무지하게 커!?
작게는 배구공 크기에서 크게는 지름이 1미터는 되어보이는 대포알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특히 1미터 짜리 공, 저런걸 방패로 막았다간 그대로 밀려나서 바다에 빠진다고!?
속였구나 사회자!

"...요격하겠습니다. 아키츠 료스케."

"뭐?"

쉬익-!

순간 야미의 머리칼이 무수한 칼날로 바뀌며 날아온 대포알들을 반토막내기 시작했다.
「오오오~!」하는 감탄성이 관객석으로부터 들려오지만 이래도 괜찮은거야?
이거 나중에 대포알값 물려달라고 하는건 아니겠지?

"야, 야미? 그러면 수영장측에 폐가 아닐까?"

"?"

「'팅커벨'씨~! 대포알은 다시 써야 하니까 자르는건 제발 그만둬주세요~!」

안색이 나빠진채로 부탁하는 사회자의 말에 야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칼날을 주먹으로 바꾸어서 대포알들을 쳐내었다.

「멋지다 언니~!」
「깜짝쇼인가?」
「박력있잖아~!」

「...방패는 어쩌고요?」라는 사회자의 중얼거림도 들리지만...좋은게 좋은거지.



대포알들의 위협을 피해 코테가와랑 미캉이 있는 해적선에 무사히 도착하자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으응~ 중간과정이 조금 이상했지만 드디어 해적선에 도착한 피터팬과 팅커벨!
과연 무사히 웬디와 릴리를 구할수 있을까요?」

코테가와와 미캉이 가까이 다가오자 물었다.

"이제 한명씩 타고 가면 되겠지?
누구부터 출발할까?"

"미캉 네가 먼저 출발하도록 해."

"그럴까요?"

"타십시오 유우키 미캉."

야미가 내민 손을 잡고 조심스레 수영보드에 미캉이 올라서자
수영보드는 한차례 기우뚱하더니 제대로 균형을 잡았다.

"역시 이 수영보드...위태위해 하네요."

"정말로 두명이 적정용량이로군요."

"그럼 미캉 먼저 데려다주고 돌아올께.
코테가와는 좀있다가 다시「아니~ 피터팬이라면 거기선 좀더 대범하게 행동해야죠~!」...?"

응? 뭔소리래?

야미와 미캉을 실은 수영보드를 밀며 헤엄을 치려는데 갑작스레 걸어온 사회자의 말에 잠시 멈춰 무대쪽을 바라보았다.

「그냥 둘다 한꺼번에 구해서 가죠?」

「힘내 피구왕!」
「아가씨 셋쯤은 가볍게 데리고 가라고!」
「사내아이잖아! 그정도는 가볍게 해치워~!」

사회자의 선동에 호응하듯 관객들이 힘차게 응원을 보내왔다.

...농담이지?

방금전 수영보드 흔들리는거 못봤어?
셋이 타면 가만히 있을 땐 괜찮을지 몰라도, 움직이기 시작하면 십중팔구 가라앉는다고?

「수영보드가 믿음직스럽지 못해 걱정인가요?」

걱정 안되게 생겼습니까 사회자 누나?

「수영보드를 믿지마세요.
수영보드를 믿는 저를 믿으세요.」


"뭔소리야!?"

생뚱맞은 소리에 버럭- 소리를 지르고 코테가와를 바라봤다.
관객들의 응원에 당황하던 코테가와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시, 싫어요!
안타요! 절대로!"

필사적으로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는 코테가와를 보자 동정심이 들었다.
이해는 한다. 지금 탔다가 수영보드가 가라앉으면 공개적 망신이니까.
자기탓이 아니라지만 충격을 받고 갑작스레 다이어트를 시작할수도 있고,
그 이전에 부끄러워 죽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한번에 구해오는데 성공하신다면 소정의 상품을 드리겠습니다~
자자~ 힘내세요~!」

「어이~! 경품까지 걸렸다고!」
「연습시합인데 편하게 해보라구!」
「필살기를 보여줘 피구왕!」

여기까지 응원을 받으면 더이상 물러설수 없게 된다.
관객들 김새게 만들면 민망해서 고개를 들수가 없고.
하지만 코테가와에게 탑승을 강요하자니 후환이 두렵다.
이렇게 되면...

"저기 코테가와..."

"안들려요! 안들려!"

"...잠깐만 진정해."

귀를 막고 고개를 도리도리 내젓는 코테가와를 달랬다.

"야미랑 미캉도 잠시 해적선으로 다시 올라와줄래?"

"? 그러지요."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요 료스케 오빠?"

해적선으로 올라선 야미에게 물었다.
기억하기론 하얀 날개를 꺼내서 날아다닐수 있었던것 같은데...

"야미. 변화능력중에 비행기능도 있지?"

"날개를 만들어서 날수는 있습니다만."

"혹시 미캉을 안고도 날 수 있어?"

"네."

"그럼 야미는 내가 해적선을 출발할 때 미캉을 안고 날아와줘.
난 코테가와를 데리고 갈께."

"대포알은 어떻게 하고요?
수영보드를 타고 가는 속력으론 맞으면 실격이라고요."

걱정하는 코테가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굳이 수영보드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잖아?"

"네?"

의아해하는 셋을 보며 씨익- 웃었다.

"혹시 「리퀴드 마운티니어링」이라고 들어봤어?"



「잠시 대화를 나누는 피터팬과 웬디 일행.
과연 기대에 부응해 줄것인가?」

그래, 충분히 응해 줄테니까 걱정말라구요.

"그...아키츠군?
정말 믿어도 되는거죠?"

"괜찮다니까. 예전에도 성공했었다고."

"그, 그럼 잘 부탁해요."

"그럼 잠시만 실례~."

"꺄앗?"

「오오오~! 대담하네요! 피터팬이 웬디를 공주님 안기로 들었습니다!
뭔가 하려는걸까요?」

「「「꺄아~!」」」
「「「우우~!」」」

응원소리와 야유소리가 뒤섞여 들리는 가운데 코테가와를 안아들고 물었다.

"준비됐지 야미, 미캉?"

"물론입니다."

"잘부탁해 야미짱."

미캉을 뒤에서 껴안는 상태로 선 야미를 보곤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육지로 설정된 무대까지는 대충 50미터.
한번에 간다!

"그럼 출발!"

"네."

- 변신!

순간 야미의 등에서 새하얀 날개가 돋아났다.
몸을 가릴만큼 거대한 날개가 펼쳐지며 야미는 미캉을 안고 날아올랐다.

「오오~! 이건 뭔가요 대체?!
팅커벨이 날개를 단채 날고 있습니다.」

「천사 언니다~!」
「날개달린 팅커벨?」
「진짜 요정인가!?」
「꺄아~ 예뻐~!」

「말씀드리는 순간 피터팬, 웬디를 안고 물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대로라면 물에 빠지게 되는데 뭔가 작전이 있는걸까요?」

"으라차아! 간다앗!"

무섭게 질주하는 기세 그대로 물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팟-! 팟-! 팟-!

발이 내딛어진 수면에 물이 튀어오르면서 허공에 비산했다.
튀어오른 물방울이 반짝이며 빛나는 가운데 내 발은 어느새 물위에서 다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헛? 저게 뭔가요?
지금 물위를 달리고 있는건가요?」

「소금쟁이?」
「등평도수 아냐?」
「동영상으로만 봤던 '물위를 달리는 스포츠'?」
「실제로 가능한거였어!?」

'리퀴드 마운티니어링(liquid mountaineering)'
물위를 달리는 스포츠.
무협소설속에선 등평도수(登平渡水)라고 불린다.
물위에 한걸음을 내딛고 그 발이 빠지기 전에 다른 한발을 내딛는다는 단순한 사고에서 출발한 시도.
진위 여부를 놓고 말이 많았었지만 그런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억속에서는 만화같다고만 생각된 일이 여기선 가능하다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다.

펑-! 펑-!

사람들이 놀라던 말던 나는 날아오는 대포알을 피하기에 바빴다.
야미야 미캉을 안고 대포알이 닿지 않는 높이까지 올라간듯 해서 안심이지만,
내가 안고 있는 코테가와가 대포알에 맞으면 그대로 아웃이니까.
그러던중 내가 달리는 방향으로 날아오고 있는 대포알들이 보였다.
달리는 경로상에 물위에 둥둥 떠있는 대포알도.
저거라면...

물위에 떠있는 대포알에 가까워지자 발을 내딛어 대포알을 밟고 힘껏 뛰어올랐다.

탓-!

"꺄아악!?"

높이 뛰어오르자 방금전까지 내가 서있던 곳을 대포알들이 지나가는게 보였다.
안도의 숨을 내쉬곤 이제 눈앞에 가까워진 육지에 발을 내딛었다.
이윽고 야미도 미캉을 안은채 조용히 육지에 상륙하자 관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휘익~!」
「최고다 너희들~!」
「물위를 달리다니 좋은구경 했다구!」
「천사 언니~!」

「예정과 달리 독특한 경기진행을 해주신 네분께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특히 날아오른 팅커벨과 물위를 달린 피터팬은 정말 인상깊었네요.
거기에 대한 질문을 한번 드리고 싶은데요,
팅커벨에게 묻겠습니다. 그렇게 날수 있었던 비결이 뭐죠?」

"...10살이니까요."

「네?」

당황해하는 사회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좀 당황한지라
야미에게 속삭여 물었다.

"(어이 야미? 대체 무슨 의미야?)"

"(지구의 책에서 10살이면 날 수 있다고 읽었습니다.)"

아즈○가 대왕?
지구에 대한 이상한 지식이 쌓이고 있는거 아냐?
그냥 우주인이니까로 답변하거나,
적어도 새의 깃털을 이용해 하늘을 날았던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 얘기가 나올꺼라 생각했다고.

「뭐...아무튼. 그럼 이번엔 피터팬에게 묻겠습니다.
방금전처럼 물위를 멋지게 달릴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요?」

"...튼튼한 육체?
그리고 내딛은 걸음이 빠지기 전에 다른 한발을 내딛는게 전부랄까요?"

나름대로 정석적인 대답이었는데 사회자로서는 약간 불만이었나보다.

「에에~ 재미없게 그러지 마시고~
비결은 바로 그 수염아닌가요?」

「「「수염성인! 수염성인!」」」

관객중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 그 별명이 퍼진건 알겠는데,
수염이랑 이게 뭔 상관이래?

"(이스라엘의 삼손도 힘의 근원이 머리칼이라고 했잖아요?
뭔가 재밌는 얘기로 말좀 맞춰달라고요?)"

익살맞게 속삭이는 사회자와 들뜬 관객들을 보건데
분위기에 맞춰주는게 재밌을것 같았다.

"그러니까 발바닥에 참기름을 열심히 바르면..."

「아하, 그런가요?...라고 할리가 있겠냐 이자식아!?
나더러 해님달님의 호랑이꼴 나라고!?」

"으악!?"

나더러 어느 장단에 맞추라고!?
이 누님 완전 놀려먹는걸 즐기고 있어?
싱긋 웃으면서 등짝을 후려치시는 사회자 누나에게 쩔쩔매는걸로
한동안 관객을 웃기고는 축하인사와 함께 경품을 받고 다함께 무대를 내려왔다.




그리고 그 경품이 문제인데...

"......"

"엿보면 가만두지 않겠어요?"

"...네."

"들어가자 야미짱, 미캉."

"네~" "예."

"......"

사이좋게 욕실로 들어간 셋을 바라보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른 방을 은은하게 밝히는 불빛과 화려한 실내장식들.

조용히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손에 들려 있는건 낮에 경품으로 받은 물건.

「4인 가족용 1일 호텔 이용권」

그래서 4인1팀이었냐.
입맛을 다시다가 숙박권을 내려놓았다.



무대를 내려온 뒤 사이난 워터랜드 내의 「고급호텔 1일 이용권」을 확인하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우리는
저녁도 가까워졌기에 식사도 할겸 오늘 바로 이용권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평소에 맛보지 못했던 호화 요리를 대접받고 만족감속에 숙소로 돌아온 우리들은
잠자리 문제로 잠시 어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벽쪽에 배치된 커다란 더블베드 두개.

요컨데 가족용 방이니까 엄마아빠 둘이서 한침대, 아이들 둘이서 한침대 이렇게 쓰라는 건가?
더블베드 하나를 셋이 쓰기엔 좀 비좁아 보였고
약간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코테가와도 신경쓰였기에
차라리 내가 소파에 자는게 어떨까 제안했지만 만류받았다.

"이불도 큰것 두개뿐인데 밤에 어쩌려고 그래요?
여름감기는 조심해야 한다구요."

"하지만...신경쓰이지 않아?"

"물론. 허튼짓하면 죽어요."

"쿨럭..."

"안심하십시오 코테가와 유이.
이상한 낌새가 있다면 단숨에 날려버릴테니까요."

"자자, 야미짱도 코테가와 언니도 진정해요.
료스케 오빠도 그렇게 서먹하게 굴지 말고요."

잠시 이야기가 오간 후 침대에서 서로간에 조금씩 간격을 두고 눕는걸로 합의를 보았다.



방금전까지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동안 어느새 목욕을 마친 셋이 욕실을 나왔다.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가운을 입고 나온 세명은 즐거운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끝난거야?"

"네. 이젠 아키츠군이 들어갈 차례에요."

"그럼..."

욕실에 들어가자 커다란 욕조와 함께 1인샤워실이 배치되어 있었다.
수영장에 다녀왔으니 소독약도 신경쓰이고...깔끔하게 목욕으로 할까.

목욕을 끝마치고 가운을 걸친채 나오자 방금전 목욕 가운을 입은 그대로 침대에 올라가 있는 코테가와, 야미, 미캉이 보였다.

"? 그 차림으로 자는거야?"

"딱히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오지 않았으니까요."

그러고보면 자고 간다는 건 계획에 없다보니 잠옷같은걸 가져오진 않았지.
나도 오늘은 가운으로 자는게 좋겠네.

왼쪽에 있는 더블베드에는 코테가와가, 오른쪽 더블베드에는 야미와 미캉이 앉아 있었다.
그럼 난 왼쪽 침대에서 자는건가?
왼쪽 침대로 가서 걸터앉자 코테가와는 경고했다.

"다시 말하지만...이상한 짓 하지 말아요?"

"안합니다. 그런데..."

나와 코테가와가 있는 침대와 야미와 미캉이 있는 침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목욕탕에 들어가기 전과 미묘하게 바뀐것 같은데...

"...왠지 두 침대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진것 같지 않아?"

1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나란이 놓아진 두침대를 보며 물었다.
들어가기전엔 이것보단 좀더 넓었던것 같은데 말이지.

"물론이죠. 그렇게 옮겼으니까요."

"어째서?"

"그야 혹시나 모를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아키츠 료스케."

[코테가와-나] [야미-미캉] 순으로 침대에 누워서
혹시나 내가 야한 짓을 시도할땐 야미가 나를 저지할수 있다는 말이었다.

"료스케 오빤 신용이 없네요..."

난처한듯 웃는 미캉의 말에 동의했다.
정말 인망이 없네요 나는.
아니, 이성을 경계하는걸론 당연한 반응인가?

여동생 모에설에다 초중고 연령을 안가린다는 소문과 네자리수 애인설.
눈빛만 마주쳐도 임신시킨다고 여기지 않는것만 해도 어디야...
아니, 고마워요 진짜.
...훌쩍.



"그럼 모두 잘자~"
"잘자요."
"좋은꿈 꾸세요~"
"안녕히 주무십시오..."

저마다 인사를 마치고 침대에 드러누워 이불을 덮곤 침대 옆에 있는 스탠드의 불을 껐다.
딸깍 소리와 함께 방은 희미한 달빛만이 비추고 있었고
옆방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옆방 사람들은 잠도 없나보네요..."

"그러게...방음도 좀 안되는것 같기도 하고..."

살짝 불평을 늘어놓던 코테가와에 동의하면서 다시 눈을 감았다.
좀더 기다려보고 너무 시끄러우면 호텔 직원에게 연락을 넣던가 해야지.

그렇게 가만히 누워있으려니 갑자기 음악이 뚝 하며 멎었다.
옆방도 이만하고 자려는 건가?
이제 편히 잘수 있겠군 하며 안심하고 있으려니 갑자기 벽너머에서 미묘한 신음성이 들려왔다.

「아흣...」
「...좋아해 사치코.」
「나, 나도...! 하으읏, 아앙...」
「허억...허억...」
「조, 좀더 강하게!」
「이, 이렇게?」
「아으아아, 아앙! 읏, 아응...! 읏...! 키, 키스해줘...」
「사치코!」
「우웁, 아아앙! 응! 흑! 기, 기분좋아...」

「「「「......」」」」

옆방에서 들리는 커플로 생각되는 둘의 신음소리에 자연스레 얼굴이 붉어졌다.
이거 생방송으로 에로씬을 듣는거잖아!?
거북한 침묵이 내리앉은 가운데 옆방의 소리만이 벽을 넘어 전해져왔다.

문득 코테가와쪽을 바라보자 코테가와는 등을 돌린채로 귀를 틀어막고 있었다.

"파, 파렴치해...!"

중얼거리면서 신음하는 코테가와를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하긴, 저런 소리를 듣고 태연히 있을 여학생은 없겠지.
...천연소녀 라라나 에로콤비인 리사와 미오라면 태연할지도 모르지만.

야미랑 미캉쪽은 잘자고 있나 싶어서 반대편 침대를 돌아보니
달빛을 받은 야미의 금빛 머리카락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어이 야미, 머리카락이 움직이고 있다고?"

쉭-!

"으힉!?"

허공에 휘둘러진 위협적인 머리카락의 움직임에 깜짝놀랐다.
경고성 공격인듯 빗나간 머리카락을 거두며 야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상한짓 하면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야미짱~! 진정해..."

아무래도 야미는 약간 패닉상태에 빠진것 같았다.
경계심이 증가해서 머리카락을 곤두세우려는 야미에게 미캉도 당황한듯
자신의 빨개진 얼굴을 수습하지 못한 상태로 야미의 어깨를 잡고 달래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해야 이 난감항 상황을 끝낼 수 있을까요?


한동안 계속되었던 패닉상태는 옆방에서 들리는 신음소리가 잦아들고서야 끝났다.
가만히 누워있었는데도 왠지 피로해...
얼굴이 빨갛게 된 우리 넷은 한동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다가 그대로 조용히 잠들었다.




"흑..."

"......"

"흐읏..."

"...?"

잠을 설치던 중 귓가에 들려온 신음소리에 눈이 떠졌다.
괴로운것을 참는듯한 소리에 무슨일인가 싶어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코테가와?"

"아, 아키츠군? 깬거에요?"

"아니...신음소리가 들리길래 뭔가하고..."

당황한 코테가와의 얼굴을 보다가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코테가와는 침대에 앉아 양손으로 자신의 종아리를 감싸쥐고 있었다.

"설마 다시 쥐가 난거야?"

"...예. 자다가 갑자기 쥐가 나서..."

"맛사지 할테니까 잠시만 다리를 펴줄래?"

"...알았어요."

스탠드 불을 키자 이마에 살짝 땀이 배인 코테가와의 모습이 보였다.
코테가와의 다리를 펴고 정성껏 종아리를 맛사지하기 시작했다.

"아읏...!"

맛사지를 하면서 통증을 느낀건지 코테가와는 입을 가리며 신음소리를 죽이려고 애썼다.
방금전 내가 소리를 듣고 잠이 깬걸 의식한건가.
은은한 조명빛 아래에서 야미와 미캉을 깨우지 않으려고
붉어진 얼굴을 한채 입을 막고 눈물을 글썽이며 신음을 죽이는 코테가와.
...왠지 모르게 배덕감이 무지 솟는데요 코테가와씨?
코테가와가 의도한건 아니지만「응응...!」거리며 틀어막은 입에서 새어나오는 코테가와의 소리에서
나도 모르게 얼굴이 새빨개져 갔다.



이윽고 간신히 다리 경련이 풀리자 코테가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고마워요 아키츠군."

"뭘~. 아무튼 여유가 된다면 더운물로 한번 더 목욕하는게 좋을거야.
근육을 풀어줘야 하거든."

"그럼 전 잠시 씻고 잘테니까 아키츠군 먼저 자도록 해요."

"그럴께."

코테가와가 목욕탕으로 들어간 후 나도 이만 자려고 스탠드 불을 끄려다가
야미와 미캉이 자고 있는 옆 침대로 눈이 갔다.

자기전 이불을 걷어낸 상태 그대로 잠이 들었는지 이불은 침대 아래쪽에 놓여 있었다.
이불없이 가운만 입고서 자고 있는 상태인데...
...가운이 위로 밀려 올라갔네.
......무념.

몸을 뒤척이느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가운이 밀려올라가면서
야미랑 미캉은 배꼽까지 드러난 상태였다.

둘의 무방비한 모습도 범죄였지만
가뜩이나 후지야마 볼케이노틱한 내 아드님의 기세도 충분히 범죄였다.
자중하자 아드님아...

둘의 모습을 그대로 놔두면 여름감기 걸릴것 같아 걱정이었지만
내가 가운을 직접 내려 주긴 좀 위험해 보였기에
아래로 내려간 이불을 가만히 끌어올려서 가슴께로 덮어주었다.
얼굴을 마주한채로 사이좋게 잠이 든 두사람의 모습을 내려다 보면서 작게 말했다.

"잘자, 둘다..."

-

...?
설마 깬건 아니겠지?

부스럭 거리는 소리도 안들렸는데 기분탓인가.
살짝 갸웃 하다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끌어올리며 눈을 감았다.
스탠드 불은 코테가와가 잘 때 꺼주겠지...




짹- 짹-

"으음...응?"

창밖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의식이 각성하며 눈을 천천히 떴다.
무언가가 머리를 감싸고 있는 감각과 얼굴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흐릿한 초점을 억지로 맞춰 눈을 뜨자
양손으로 내 머리를 잡아 가슴에 껴안은 상태로 잠에 빠진 코테가와가 보였다.

...위험.
상황적으로도 위험하고
무엇보다도 내 이성이 위험.

살며시 빠져나갈까 했는데 머리가 꽉잡힌 상태라 억지로 풀어내면 깨울것만 같았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저기...코테가와?"

"으응...
...응?"

코테가와는 한손으로 눈을 비비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 시야가 정상이 아닌지 아니면 잠이 덜 깬건지 멍한 얼굴로 있던 코테가와는 툭 입을 열었다.

"...아키츠군?"

"아...좋은아침 코테가와."

"......?"

"코테가와?"

"...꺄아아아!"

퍽-!

화들짝 놀라면서 밀어내는 코테가와에 의해 나는 두 침대 사이의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아야야..."

"미, 미안해요!
그러니까 이건 인형인줄 알고...!"

인형?
평소에 고양이 인형이라도 안고 자는건가?

엉덩방아를 찧은채 바닥에 주저앉아있는데 갑자기 시야를 금발 머리카락이 가득 메웠다.

터억-

"비명소리를 듣고 깨어났습니다만,
괜찮습니까 코테가와 유이?"

내 몸에 걸터앉은채로 칼날로 변형시킨 머리카락을 들이댄 야미가 코테가와에게 물었다.
방금전 비명에 미캉도 놀랐는지 침대에서 일어나 코테가와를 바라보았다.

"무슨일이에요 코테가와 언니?"

"괘, 괜찮아요!
아무일도 아니었으니까...!
호텔에 묵었던걸 깜빡해서 놀랐을 뿐이에요."

"그렇습니..."

"야미짱?"
"야미짱 왜그래?"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침묵한 야미에게 코테가와랑 미캉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침묵하던 야미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키츠 료스케..."

"으응?"

"...지금 제 엉덩이에 닿은 물체는 대체 무엇입니까?"

상황을 확인하자.
방금전 코테가와에게 밀려나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내 가운이 살짝 벌어졌다.
그 직후 야미가 내 위에 올라탔다.
문제는 어제 야미의 가운은 배꼽까지 말려올라간 상태였다는 것.

...어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서라도 가운을 내려줬어야 했어...
그랬다면 이런 트러블따위, 생기지 않았을텐데.
아침부터 쌩쌩한 아드님의 힘찬 기세와 더불어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각 속에서
불붙은듯 빨간 야미의 굳은 얼굴을 보며 말을 내뱉었다.

"...생리현상?"

"아, 아키츠군?"

"료, 료스케 오빠?"

당황한 표정의 코테가와랑 미캉을 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야한짓은..."

세상만사, 체념이 중요합니다.

"싫습니다!"

퍼어억---!

"꺄울~!"




"여기 체크아웃이요."

"네. 저희 호텔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아침부터 정말 격렬하시더군요."

"...뭐가 말입니까?"

"에이~ 남자들 사이에 부끄러워하시긴~.
말그대로 늑대같은 소릴 들었는데요?"

"......"

얼굴에 멍이라도 들었다면 이런 소린 안들었을텐데.
원망스러워 하면 안되는데 이럴땐 튼튼한 몸이 원망스러워 진다...

체크아웃을 하는동안 옷을 갈아입고 내려온 코테가와, 야미, 미캉을 본 호텔 종업원들에겐
'색골'이라느니 '절륜'이라느니 '짐승'이라느니 '범죄자'소리까지 들었다.
거기! '원조교제'라고 말하지마!




다음날 길에서 만난 동네 꼬마들에겐 「악마의 열매」를 어디서 구했는지 질문받았다.
「수염수염 열매」를 먹은 피구왕」
물위를 뛰어다니는 이유가 악마의 열매를 먹어서 수영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랬으면 애초에 수영도 못하고 가라앉는게 아닌가 물어보자,
'수영보드를 잡고 헤엄'쳤으니까 가라앉기가 애매했다고 반박했다.
나중에 가선 내가 농담으로 말한 '발바닥에 참기름 바르고 물위를 달린다'는 얘기까지 진실미를 띄었다.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으니까 물위를 달릴때 바르고 달린다고 하던가?
분위기 따라 해준 농담이 진짜가 되어 돌아와 버렸다.
내 입이 방정이지...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중학교때의 악명은 줄어가는것 같은데
갈수록 이상한 소문이나 별명은 늘어만 가는것 같아 머리가 아팠다.



============
동생의 닥달로 쓰게된 18편-_-;
늦어서 죄송합니다=_=;;

늦었지만 새해복 많이들 받으시고
꾸준히 써보도록 노력 하겠습니다m(_ _)m;;;

새해 소망은 야한거 없이 써보는 겁니다.

다음편은 원래라면 조연 아가씨의 이야기일 예정이었지만
연재가 늦어진 관계로 본편 71, 72의 학교 붕괴편(라라vs야미)부터 먼저 하겠습니다.^^;


코테가와가 수영복을 새로 산 이유 : 상의가 맞지 않게 되었습니다=ㅅ=a
코테가와 : 좀 힘들어졌네...

이야기 관련 이미지들

코테가와, 야미, 미캉의 수영복

코테가와 수영복

야미 수영복

야미와 미캉의 수영복

미캉 수영복 서비스컷

야미 흰날개

기타 이미지

사이난 워터랜드

우주인이 물놀이를 하면...

평소 완고한 얼굴의 코테가와

리사 : 코테가와야말로 파렴치한 몸매를...

코테가와 당황

모테미츠 삭발씬

여고생 아이돌 키리사키 쿄코

리코와 미캉의 어머니 - 유우키 링고(패션 디자이너)


p.s.'기연담 외전(일상편)'은 언제 나오려나?
'행복한 결말을 바래서'는 언제 나오려나?
Posted by 루트(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