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나나와 모모가 놀러나간 뒤,
언제나와 같이 나선 산책길에서 다가온 만남은 평소와 차이가 났다.


여느때와 같이 동네를 거닐던 무렵이었다.

냐앙~

"?"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몸을 돌리자 솜털도 채 가시지 않은 작은 고양이가 산책로 옆 수풀에서 튀어나왔다.
한차례 몸을 떨어 들러붙은 이파리를 털어내는 아기 고양이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귀여운 녀석을 운좋게 봤다며 만족하곤 다시 몸을 돌리는데 방금 전 고양이가 내 뒤를 졸졸 따라오며 울었다.

...혹시 이거 꿈 아냐?

주저하다가 다시 한번 몸을 돌려 고양이를 내려다봤다.
물끄러미 날 올려다보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와~ 귀여워라. 그런데 이녀석 내가 무섭지 않나?
나나의 말로는 내가 꽤나 위험한 냄새인지 분위기인지를 풍긴다고 하던데.

색다른 반응을 보여주는 고양이의 태도에 무릎을 굽혀 쪼그려 앉았다.
손바닥을 흔들며 츳츳 부르자 달아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는 달리 고양이는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생각보다 사람을 기피하지 않는데, 아직 어려서 그런거려나?

"왜 그러니? 혹시 나랑 놀고 싶어?"

냐아~ 냥냐아~

손을 내밀자 고양이가 툭-하고 앞발을 내 손위에 올렸다.
사랑스럽네 이녀석.
탁탁하고 내 손바닥을 앞발로 쳐보는 고양이를 바라보다 살짝 고양이의 앞발을 쥐자 말랑말랑한 육구가 눌렸다.
육구가 부드럽고 깨끗한데 이녀석 길고양이가 맞는건가?

냐-

"아 미안. 싫었어?"

육구를 잡힌 고양이가 부르르 몸을 떨자 사과하곤 쥐고있던 손을 풀었다.
어쩌면 주인있는 고양이일지도 모르니까, 우선 나나에게 데려가 봐야겠다.

"...우리 집에 같이 갈래?"




멀뚱멀뚱 제자리에 앉아있던 아기 고양이를 조심스레 안아들고 집으로 향했다.
안겨진채 몸을 뒤틀며 발버둥치는 아기 고양이를 달래듯 어르자 고양이는 마지 못한듯 품에서 얌전해졌다.
착한아이구나.
다른 녀석들도 이 아이 만큼이나 따라준다면 기쁠텐데.

"나 돌아왔어~"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고 마루로 올라왔다.
마루에 내려놓은 고양이는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나나와 모모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내 산책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기도 했고, 토요일이니 어쩌면 귀가가 늦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럼 둘이 돌아올 때까진 고양이랑 노닥거리고나 있을까나.
얌전히 제자리에 앉아선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고양이 곁에 앉았다.
동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건 오랜만이라 긴장한채 살며시 고양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조심스레 머릴 쓰다듬자 고양이는 처음엔 얌전히 있었지만, 잠시 후 귀찮은 듯 앞발로 머리를 쓱 훑으며 내 손을 치웠다.

"우후후..."

응. 이 아이는 내게서 도망치거나 하지 않네.
헤실헤실 풀리는 얼굴이 조절이 안되었다.
고양이의 옆에 엎드린채 고양이를 쳐다보자 고양이는 깜짝 놀란 듯 앞발로 내 얼굴을 눌렀다.
몽실몽실한 육구가 볼에 닿았다.
...행복해.

냐앗~!?

"앗, 미안해."

무심코 육구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다가 고양이의 반응에 놀라 손을 치웠다.

팡팡~!

사과하는 내게 고양이가 나무라듯 내 이마를 탁탁 두드렸다.
이건 포상이군요? 감사합니다.

턱을 마루에 괸채 나른하게 풀어진 내 모습이 이상했는지 고양이가 다시금 앞발로 내 뺨을 눌렀다.

냐-냐-

툭툭

걱정스러운듯 뺨을 토닥이며 고개를 기울이는 아기 고양이의 모습은 사진으로 남기고 싶을정도로 귀여웠다.

"아니, 괜찮아.
이건 기뻐서 그런거니까. 걱정해줘서 고마워."

녹아들것만 같은 행복을 만끽하면서 마루에 엎드린채 대답하는 내게 고양이는 몇차례 내 이마를 두드리곤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집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호기심이 많아보이네.



촤아악-!

냐아앗-!?

"엣?"

마루에 놓인 식물들을 둘러보며 지나가던 고양이를 근처의 우주식물이 꽃잎을 벌리며 삼켜버렸다.
이런! 저번에 강아지를 삼켰던 식물 녀석이 또 사고를 친건가.
모모가 주의를 주었는데도 계속 저러네.
당황해서 우주식물에게 다가가 모모가 하듯 꽃잎을 쓰다듬으며 말을 건넸다.

"얘, 그 아인 먹는게 아냐. 놔주렴."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보듯 꽃잎을 위로 향한 식물은 곧 닫힌 꽃잎을 오므렸다.

퇘엣-

철퍽-

"......"

...말을 잘 따라주는 착한아이구나. 방식은 좀 거칠지만.
내 얼굴에 고양이를 내뱉곤 우주 식물은 다시금 얌전히 꽃잎을 닫았다.
점액 범벅이 된채 내 얼굴에 달라붙은 고양이는 정신이 없는지 힘겹게 작은 울음소리를 냈다.

...얘는 여자아이였구나.

내 얼굴에 달라붙어 축 늘어진 고양이를 받아들고 알게된 사실에 조용히 한숨을 쉬곤 욕실로 향했다.



냐앗~!

고양이라 그런지 물을 싫어하는 듯 아기 고양이는 꽤나 앙탈을 부리며 발버둥을 쳤다.
괜한 자극을 주지 않으려고 미지근한 물로 온도를 맞추곤 점액 투성이 몸으로 바둥거리는 고양이를 달랬다.

"얌전히 있어줘. 이러면 씻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구.
너도 이대로 끈적끈적한채 지내는건 싫잖니?"

뉴우...

"그래그래. 좋은 아이구나."

얌전해진 고양이를 욕실에 앉히곤 조심스레 물을 흘렸다.
가끔 바둥거리는 고양이를 달래며 샤워볼을 사용해서 고양이에게 묻은 점액을 씻어냈다.
씻긴 뒤엔 헤어드라기이의 서늘한 바람으로 말려주고 고양이를 닦았다.

팡팡-!

"엣? 미안. 그렇게 씻는게 싫었어?"

몸을 다 말리자 고양이 펀치를 날리기 시작한 아이를 달랬다.

찰칵.

먀-!

좋았어! 보물 사진 겟~!
항의하듯 몸을 세워선 양 앞발을 벌리며 우는 고양이의 모습에 싱글싱글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팡팡-!

찰칵하는 소리가 거슬렸는지 가르릉대며 우는 고양이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들어올렸다.

냐-

"네 눈은 정말로 예쁘구나."

무덤덤한 일자눈이거나 멍한 눈이거나 시선이 어긋난 눈이거나 동태눈이 아닌 맑게 반짝이는 눈을 보노라면 분명 이 녀석은 나중에 품격있는 고양이로 자랄 것 같다.

"네가 좋다면 나와 함께 지내지 않을래?
너 같이 사랑스러운 아이가 곁에 있어준다면 정말 기쁠거야."

바둥바둥

"아하하~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괜찮아.
나나가 돌아오면 제대로 주인에게 데려다 줄테니까.
혹시나 네 어미와 헤어진거라면 어미를 찾아줄께.
그러니까 지금만 이대로 있어줘."

정말로 유감스럽지만 나는 장래 유망한 큐트 계열 고양이에게 차인 것 같다.
얌전해진 고양이를 내려놓곤 한차례 등을 보듬으며 마음을 달랬다.

그나마 오늘의 추억삼아 고양이 사진을 그 나름대로 남길 수 있었던건 성과라고 할까.
악수하듯 앞발을 손으로 쥔채 함께 찍은 사진이라든지.
생글생글 웃으며 좋아라하는 날 고양이도 체념했는지 얌전히 따라주었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어울려준 고양이에게 감사.



얌전히 앉아있던 고양이가 고개를 꾸벅꾸벅 흔들었다.

"졸리니?"

대답이 없는 고양이를 안고선 침대에 내려놓았다.
푹신푹신한 침대에서 똬리를 틀고선 고양이는 눈을 감았다.

어려서 잠이 많은거려나.
날이 따스해 졸음이 온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나도 나나랑 모모가 돌아오기 전에 잠시 낮잠이나 잘까.
침대에 올라 고양이 곁에 누웠다.

"잘자렴."

작게 울음소릴 내곤 조용해진 고양이의 곁에서 눈을 감으며 나도 오랜만의 게으름을 즐기기로 했다.




새액- 새액-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옅은 숨소리와 배와 가슴께에서 느껴지는 묵직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 시야에 들어온건 감청색(紺靑色) 머리카락과 새하얀 살결이었다.

......?

고른 숨소리를 따라 작게 상하하는 어깨.
내 가슴께에 기대어진 머리와 올려진 양팔.
배 근처에 맞닿은 두개의 둥글고 부드러운 살결.
알몸의 하루나가 내 배와 가슴께에 상체를 걸친채 잠들어 있었다.
기분탓인지 내쉬어진 숨결에선 달짝지근하고 좋은 향기가 나는것 같았다.

...하루나!?
왜? 어째서?

뭐야 이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설마 알몸으로 공간 이동을 시키는 뿅뿅 워프군?
라라의 발명품인 뿅뿅 워프군의 워프에 휘말린거야?
그치만 워프 포인트가 내 집으로 설정될리 없잖아?

그보다 아기 고양이는 어디갔어!?

하루나와 떨어지려 해도, 몸이 맞닿은 상태라 움직였다가 하루나가 깨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대패닉이다.
...좀 더 자는 척하자.
나보다 먼저 깨어난 하루나가 나 몰래 빠져나갈때 까지 기다리는게 하루나의 존엄을 위해서도 최선이다.
결론을 내리곤 다시 눈을 감은채 시간이 가길 기다렸다.

...시간이 안가.

가슴이고 허벅지고 하루나와 닿은 부위가 치명적으로 자극이 강하고, 어쩐지 좋은 향기도 나서 패닉 상태고.



괴로운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 엎드린 자세가 잠자기엔 불편했는지 마침내 하루나가 깰 낌새를 보였다.

"으음..."

옅은 신음과 함께 작게 몸을 뒤척이던 하루나의 가슴이 배를 눌렀다.
이제 그만둬! 나 지금 상태가 정말로 위험하단말야!
속으로 비명을 지르는 내 사정을 모른채, 하루나의 머리가 움직였고 곧이어 부스스한 목소리로 하루나가 중얼거렸다.

"원래대로 돌아왔어...?"

원래대로?
설마 진짜로 방금전 아기 고양이가 하루나였던건가.
언제부터 하루나가 '샴푸(란마 1/2)' 비슷한 체질이 되어버린거야?

"오, 옷이..."

말하지마.
그렇잖아도 눈감고 애써 시각정보를 차단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의 재확인은 내 인내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아무튼, 십중팔구 하루나가 라라의 발명품에 휩쓸린거겠지.
알몸이 되어버리는 해프닝은 대개는 라라의 발명품 탓이고.

알몸상태로 깨어나서 당황한 하루나는 자신에게 상체를 깔린채 잠들어 있는 날 깨닫곤 숨을 죽였다.
긴장한듯 침을 삼키곤 한참을 침묵하던 하루나가 중얼거렸다.

"...아키츠군...자고 있어...?"

응. 안깨어 있어.
그러니까 말 걸지마.
그것보다 슬슬 진짜로 위험하니까 어서 빨리 몸 치워.

다행히도 조심스레 내 상체에서 몸을 비킨 하루나가 내 옆에 누웠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곁에 누워있는 하루나의 상태에 의문을 느낄 즈음 하루나의 숨이 팔에 닿았다.

"...어째서, 그 때...그런 말을 했어...?"

흘러나온 소리는 속삭이듯 작았다.
내 팔에 이마를 기댄 하루나의 가는 숨소리가 번졌다.

"아키츠군... 나는..."

...나는 어느 타이밍에 일어나야 하는걸까...?



몸을 일으키는 기척이 나더니 잠시 후, 옷장이 열리고 부스럭거림 뒤에 옷장이 닫혔다.
맨살과 옷가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천천히 내게 다가온 하루나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일어나, 아키츠군..."

머뭇거림 뒤에 어깨를 흔드는 하루나의 손길에 생각을 정리하곤 잠시 후 조심스레 눈을 떴다.

"......응?"

눈을 뜨자 새하얀 와이셔츠를 걸쳐입은 하루나가 붉어진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사이렌지?"

"아, 안녕 아키츠군."

"여긴 어쩐일...아니, 그전에 잠시만."

묻다말고 침묵하는 내 모습에 하루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응이 귀엽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지금 모습은 이상하지?
깨워준 상대가 알몸 와이셔츠 한장 차림이라면 누구라도 놀란다고.

"...바지는 어쨌어?"

"아, 아키츠군의 바지는 사이즈가 맞질 않아서..."

내 지적에 부끄러워진듯 하루나는 와이셔츠 아래로 드러난 다리를 숨기듯 손으로 가렸다.
응. 그야 하루나가 내 바지를 입으면 흘러내리겠지.
하지만 적어도 실내에 있을땐, 사내아이에게 맨다리를 죄다 보일바엔 그거라도 입는 쪽이 나았을거야 하루나.
와이셔츠가 큰 덕에 중요한 부분은 가릴 수 있었지만.
붉어진채 변명하는 하루나를 보다가 한숨을 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하루나가 움찔하며 와이셔츠 아랫자락을 손으로 잡고 가리는걸 모른척하곤 방을 나왔다.

나나랑 모모의 방은 잠겨있으니 들어갈 수 없고, 급한대로 건조기에 넣어뒀던 하루나의 중학교 하복을 꺼내왔다.
방으로 돌아와 하루나에게 중학교 하복을 건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거부터 입도록 해."

"고, 고마워."

"나는 나가있을테니까."

"으응..."



방 밖에서 기다리자 잠시 후 하루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기, 다 입었어."

다시 방으로 들어가 와이셔츠에서 교복으로 갈아입은 하루나와 마주했다.
속옷이 없다보니 한 팔로는 교복 가슴께를 가리고, 다른 한손으로는 치맛자락을 매만지는 하루나는 부끄러운듯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굳이 부끄러움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기에 되도록 담담하게 하루나를 대하기로 마음먹곤 경위를 물었다.

"일어났더니 갑자기 사이렌지가 있어서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혹시 라라의 발명품에 휘말리기라도 한거야?"

"으응, 맞아. 라라가 만든 동물로 변하는 발명품을 만졌다가 그만..."

"응? 라라가 그런것도 만들었어?"

"나나가 동물들과 더불어 놀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나봐."

과연...
좋은 마음씨다.

허나 알몸이다.

효과가 풀리면 알몸이다.

...나나가 그걸 선물로 받더라도 절대로 쓰지 않겠군.
쓰고 나면 알몸이 되는 발명품 같은거 주저없이 쓰려는건 라라 뿐이겠지.

방금 전까지 고양이로 있으며 겪었던 일들을 떠올렸는지 부끄러워하는 하루나를 보곤 몸을 일으켰다.
사정을 들었으니 이제 남은건 하루나를 돌려보내는 것 뿐이다.

"일단, 집까지 바래다 줄께."

"...고마워."




신발장에 있던 어머니의 샌들을 신기곤 하루나를 데리고 나온건 좋았는데 아무래도 한가지 실수한 것 같다.
속옷을 입지 않고 맨몸에 교복만 걸치고 있다보니 하루나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어져가는게 보였으니까.
치맛자락을 만지작 거리면서 가슴께를 한팔로 가린채 조심스레 걷는 하루나의 모습이 보통 신경쓰이는게 아니었다.
불안한 얼굴로 걷다가 바람이 불라치면 깜짝놀라는 하루나의 모습에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하루나의 한 손을 잡았다.

"에? 아키츠군?"

"...저기로 가자."

"엣? 자, 잠깐? 아앗!?"

당황하는 하루나의 한손을 쥐고선 발걸음을 놀렸다.



여성 속옷 매장

"아, 아키츠군. 여긴..."

"그렇게 수상한 태도로 걸으면 오히려 시선을 모을테니까."

속옷 매장에 도착해서 하루나의 손을 놓았다.

"사이렌지도 그 상태로 계속 신경쓰며 걷는건 무리지?
차라리 여기서 속옷을 한벌 사서 입는 쪽이 나아."

"하, 하지만..."

"...사이렌지."

"으, 으응?"

"생각해봐.
만약, 지금 상태로 모미오카나 사와다를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리사랑, 미오?"

"만약 둘을 만나 평소의 성희롱을 당하기라도 한다면..."

"!?"

- 저기저기~! 어어어~째서 하루나는 노브라야?

- 거기다 노팬티다냥? 냐아아아앙~! 대범하잖냥 하루냥~!

- 우후후~ 대체 누굴 꼬시려고 이런 옷차림을 하고 거리를 배회하는걸까나 으응~?

- 노팬티 냥이 하루냥! 노팬티 냥이 하루냥! 여동생 냥냥 카페도 지금은 노팬티 서비스다냥~!

용이하게 결말이 보였는지 사이렌지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러니까 얌전히 속옷을 사둬.
혹시 모를 위험에 휩쓸리는것 보단 낫잖아."

"응..."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하루나의 모습에 안도하려니 점원이 웃으며 다가왔다.

"어서오세요~ 여자친구의 속옷을 같이 고르러 오셨나요?
요즘 남자분들은 대담하네요."

점원의 말에 놀라는 하루나를 보곤 한걸음 물러났다.
속옷 고르는데까지 내가 있을 필요는 없겠지.
하루나도 거북해할테고.

"그럼 사이렌지에게 맞는 걸 고르고 있어.
난 나대로 잠시 다녀올 데가 있으니까."

"어?"

"금방 돌아올테니 걱정하지마.
그럼 이따 봐 사이렌지."

"으응..."

문득 떠오른 일이 있어 하루나를 두고 의류 매장의 다른 코너로 이동했다.


혹시 모를 일에 대한 대책으로 산 준비물을 종이 봉투에 넣곤 하루나와 헤어졌던 속옷 매장으로 돌아왔다.

"사이렌지."

"!? 아, 아키츠군."

황급히 손에 들고있던 속옷을 뒤로 숨기는 하루나의 모습에 쓴웃음을 짓곤 다가갔다.

"옷은 다 고른거야?"

"아, 아니. 아직...이제 시착을 해보려고...앗!"


탈의실을 가리키며 말하던 하루나의 눈이 커졌다.

"왜그래?"

"저, 저쪽..."

"응?"

하루나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향했다가 황급히 도로 고개를 되돌렸다.

아하하~ 그래서 말야~

"「「!?」」"

리사랑 미오!?

말이 씨가 된다더니.
한 곳에서 너무 시간을 지체했나?

저만치 멀리서 재잘거리며 매장을 구경하는 리사와 미오의 모습에 황급히 하루나와 몸을 숨겼다.
속옷 진열대 사이로 몸을 숨긴채 하루나와 얼굴을 마주하며 침을 삼켰다.

"(어, 어쩌지 아키츠군?)"

"(그, 글쎄...)"

주말에 여성 속옷 매장에서 친구들이랑 마주친다는 가정은 해두질 않았다고!
리사와 미오의 발걸음은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이대로 엉성하게 숨은 상태에서 둘과 만났다간 대참사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던 차에 하루나가 내 손목을 잡았다.

"(아키츠군 여기!)"

"(어, 어라?)"

하루나에게 손목을 잡힌채로 끌려가며 생각했다.
이거 어째 나랑 하루나의 상황이 방금 전이랑은 반대인거 아냐?
탈의실로 들어와 커튼을 닫곤 하루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에.

우리, '탈의실'에 숨은 거야?

탈의실 안에서 서로 마주한채로 우리 둘은 침묵했다.
혼자라면 몰라도 둘이서 있기엔 탈의실은 비좁았다.
그렇잖아도 좁은데 속옷을 쥔 한손을 등 뒤로 숨긴 하루나 탓에 서로간의 거리는 숨결이 전해질 만큼 가까웠다.
방금전 안도하며 미소짓던 하루나도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고.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서 고개를 숙인채 서있던 하루나를 보다가 한차례 머리를 매만지곤 사과했다.

"미안해 사이렌지.
어렵게 여기까지와서 이런 상황이 될 줄은 몰랐어."

"......"

"난 따로 피해있을테니까..."

이대로 함께 탈의실에 숨어서 하루나를 거북하게 하느니, 차라리 리사랑 미오에게 걸려서 시달림을 당하는 편이 낫지.
슬그머니 탈의실 밖으로 나가려는데 하루나에게 옷깃을 잡혔다.

"사이렌지?"

"...신경쓰지마."

짧은 침묵뒤 옷깃을 잡은 하루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정말로...신경쓰지마."

"......"

"...니까."

"응?"

"...리사랑 미오가 떠날 때까지만이니까."

"그러니까 난 별로,"

"그 때, 교실에 혼자 두고서 도망쳐서 미안해."

"...그건 농담이었으니까 진심으로 미안해하지 말아줘."

"......"

옷자락을 놓을 낌새는 없었다.
입술을 다물고 고집스레 쳐다보는 하루나의 시선에 내쪽이 먼저 물러섰다.

"그래그래. 알았어.
저 둘이 떠날 때까지 함께 숨어있으면 되는거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하루나의 모습에 탈의실을 벗어나는건 포기하고 얌전히 서있기로 했다.



긴장한 숨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바깥에 귀를 기울인다.
야한 속옷을 둘러보면서 재잘거리는 리사와 미오의 목소리가 커튼 너머로 들려온다.
밖의 사정에 귀를 기울이다 때때로 주고받는 리사와 미오의 야한 농담에 하루나의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그렇게 밖에 귀기울이며 시간을 보내다 문득 들고 있는 종이 봉투에 생각이 미쳤다.
마침 탈의실이고 잘됐다싶어 하루나에게 말을 건넸다.

"사이렌지."

"으응!?"

긴장하고 있었는지 내 부름이 깜짝놀란듯 하루나가 고개를 들어 날 올려다 봤다.

"...사실은 방금전 사이렌지에게 맞을 것 같은걸 사왔거든.
마침 탈의실에 왔으니 내가 가져온게 사이렌지에게 어울리는지 확인해보고 싶어."

"에...?"

"사이렌지는 지금 한손은 못쓰지?
비좁아서 움직이기도 불편할테니 시착은 내가 시켜줄께."


"시, 시착...!?

저기, 그, 그런건 됐어."

"너무 떠들지 말아줘."

"아키츠, 군...?"

"모미오카랑 사와다가 밖에 있으니까...
사이렌지도 밖의 둘에게 들키고 싶진 않지?"

"읏..."

"금방 끝낼테니까."

"......"

부스럭거리며 한손에 든 종이 봉투를 뒤적이자 하루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뭐야 그 반응은.
어쩐지 겁먹은 듯한 모습에 고개를 내젓곤 종이 봉투에서 꺼낸 물건을 하루나의 머리에 씌웠다.

툭.

"...?"

눈을 뜬 하루나가 얼떨떨한 얼굴로 머리에 씌워진 캡모자를 매만진다.

"음. 이정도 크기면 적당하려나?"

"...모자?"

"응. 혹시나 아는 사람에게 중학교 교복 모습을 보이는게 신경쓰이진 않을까 싶어서.
이걸로 얼굴을 가리면 어지간해선 들키진 않겠지.
어때? 내 생각엔 제법 귀엽게 잘 어울리는것 같은데."



"......"


탈의실의 거울로 지금 모습을 확인할 법도 한데 하루나는 말없이 서 있었다.
천천히 하루나가 내게 몸을 기댔다.

"엣? 사이렌지?"

투닥투닥.

아야. 뭐야?

모자를 눌러쓴채로 내 가슴을 두드리는 하루나의 행동에 갈피를 잡지 못하곤 쩔쩔매며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탈의실 안에서의 다툼이 끝났을 무렵엔 어느새 리사와 미오도 떠나고 없었다.
볼을 부풀린채 토라진 하루나는 날 탈의실 밖으로 쫓아냈다.
뭐, 다른 이유는 아니고 속옷 시착을 하기 위해서다.
여자들 속옷은 시착한걸 도로 벗어서 계산하는건 처음 알았지만.
아니, 뭐 남자들도 구매할 속옷을 입은채로 계산하진 않겠지만, 여자도 그런지는 몰랐지.
계산을 마치곤 속옷을 입으러 도로 탈의실로 들어간 하루나를 기다리는 동안, 탈의실을 이상한 용도로 사용하지 말아달라며 조심스레 부탁해오는 점원에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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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반부만 샘플로 올립니다.

나머지는 퇴고가 제대로 끝나면 45화로 올리겠습니다m(_ _)m

2차 퇴고하면서 후반부 쓴걸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x=a;


p.s. 참조 이미지.


아기 고양이(하루나)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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