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전은 올려주신 날짜 순으로 업로드하였으며, 그림과 글은 따로 업로드 했습니다.
그림 축전은 터틀러님, 신이다님, 암천묵시록님, 절삭기님이고,
글 축전은 은팔님, 불장구님, 암천묵시록님, 절삭기님 입니다.
축전 올려주신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8/14 추가사항 : 떠돌이님 작품 후속편 추가
은팔님이 올려주신 3차 창작입니다.
[트러블SS 3차] 이단 옆차기 - 야미.
"야……."
완성되지 못한 말이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입을 벌린 채로 그대로 굳어진 소년, 아키츠 료스케의 시선의 끝에는 한 명의 소녀가 책장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채로 서있었다.
소
녀는 아름다웠다. 그것이 아키츠 료스케가 말을 끝내지 못한 이유였다. 낮과 밤의 경계, 하늘이 가장 아름답고 로맨틱한 빛깔로
물드는 시각, 오래된 종이의 냄새가 코를 간지럽히고, 수많은 종이에 담겨있는 세월의 무게에 짓눌린 듯 소리조차 사라진 그 책의
수해 속에서 소녀는 한쪽 벽을 통째로 뒤덮고있는 유리창을 통해 쏟아져내리는 그 석양의 노을빛 은혜를 받고있었다. 양갈래로
묶어내린, 한 올 한 올이 여신이 신화 속의 황금양털에서 직접 뽑아낸 듯 고귀한 아름다움을 품은 채 물결치는 금발은, 노을빛을
받아 그 어떤 천재 화가도 감히 흉내내지 못할 은은한 빛깔을 사방에 흩뿌린다. 그리고 소녀의 흠 하나 섞여있지 않은 깨끗한 상아빛
살갗 역시 머리칼 못지 않게 아름다운 색채로 빛나고 있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책에 고정된 채로 움직이지 않는 커다란
붉은빛의 눈망울도, 유려하게 뻗은 작은 콧날도, 살짝 열려있는 마시멜로처럼 부드러워보이는 입술도, 책장 위에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섬섬옥수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는 손가락들마저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한 군데도 사람의 혼을 빼앗지 못하는
곳이 없다. 더욱이 그녀의 깨끗한 상아빛 피부와 상반된 아름다움을 지닌 칠흑색의 옷은, 화려하지도 천박하지도 않게 소녀를 돋보이게
했다.
그래, 소녀는 진정 아름다웠다. 소녀가 그 가녀린 몸에 품고있는 그 인간의 형에 허락된 미의 극은,
자연의 미와 인간의 산물과 완전히 어우러져, 단지 그 자리에 서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완벽한 '예술'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아키츠 료스케는 그녀를 부르지 못했다. 그녀를 불러 저 완벽한 조화를 깨뜨리는 것, 같은 공간에 있으나 다른 차원에 얼어붙어있는 저
소녀── 아니 요정을 불러서, 요정에게 그와 같은 인간의 생명을 불어넣어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으로부터 유리시키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영원히 바라보아도 결코 질리지 않을 그 완벽한 예술을 부순다는 것을 감히 할 수 없었기에…….
"아키츠 료스케."
그러나 요정은, 자기를 둘러싼 모든 것과의 조화를 스스로 부수고 걸어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외
모에 걸맞는 아름답고 섬세한, 새와도 같은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아키츠 료스케는 잠시 멍하니 서있다가 이내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장님을 제외한 남녀노소 누구를 붙잡고 인상에 대해 묻건, 답변은 오로지 흉악한 양아치 소리 하나로 통일될 악랄한 외모의 소유자인
그가 터뜨리는 그러한 나지막한 웃음소리는 용사를 눈앞에 두고 자신의 계획을 밝히는 악의 화신이라 해도 어울릴만한 모습이었지만
소녀, 야미는 조금도 겁내지 않고 아키츠 료스케를 똑바로 바라본 채로 서있었다.
'──아아, 그래, 정말이지. 나는 무슨 착각을 하고있었던 거냐.'
새삼스레, 깨닫는다.
이
소녀를 둘러싼 배경이 그녀와 조화를 이루고 있었던 게 아니다. 그녀가 그 배경에 갇혀있던 것도 아니다. 모든 풍경은 지극히
평범한 것에 불과하다. 그 모든 것을 예술로 승화시킨 것은 야미 본인이다. 다른 요인은 어떤 것도 개입되지 않았다. 물론 단순히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랜 참혹한 경험 속에서도 결코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았던 야미, 누구보다 강한 그녀이기에
가능했던 것. 어떤 곳에 있더라도 자신을 잃지않고, 그렇다고 자신을 둘러싼 주변에 굴복하지도, 주변을 강제로 굴복시키지도 않는다.
'아마 라라라면, 분명히 아름다울 테지만 어딘가 붕떠보일 테지. 유이나 하루나라면 분명히 어울렸을 테지만 야미만큼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을거야…….'
"아키츠 료스케, 용건이 있었던 게 아닌가요?"
야미가 다시금 입을 열자, 아키츠 료스케는 '아-.'하고 손뼉을 치고는 그녀를 향해 물었다.
"줄 게 있어서. 혹시 방해했던 건 아니지?"
"아닙니다. 마침 거의 다 읽어가고 있었으니까요."
"무슨 책을 읽고있었는데?"
야미는 대답 대신 책을 덮고는 제목을 보여주었다.
"「코로보쿠루 이야기」……?
아, 이거 나도 읽었던건데. 꽤 재미있었지."
"그렇습니까?"
아
키츠 료스케의 말에 야미는 드물게 반색을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평소 표정변화가 없는 그녀치고는 상당히 격한 반응에 아키츠
료스케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히 재미있는 책이긴 했지만 야미에게 이 정도의 반응을 이끌어낼만한 요인이 있었던가?
한편, 잠시 우물쭈물하던 야미는 무언가 결심한 듯 작은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그에게 물었다.
"저, 아키츠 료스케."
"……?"
"코로보쿠루가, 정말 있을까요."
상상도 못했던 말에, 아키츠 료스케는 잠시 야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야미는 그의 시선을 받고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손을 내렸다.
"여, 역시 없겠지요……. 미안해요, 너무 재미있게 읽다보니까 진짜로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버려서……. 이거, 분명 엄청 바보같겠지요."
그녀로서는 드물게 약한 모습에, 아키츠 료스케는 빙긋 웃었다.
"아니, 조금도 바보같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냥 네가 너무 귀여워서 잠시 굳어졌을 뿐이라고."
"누가 귀엽다는 겁니깟, 누가. 아키츠 료스케."
"그야 물론 야미 쨩이지. 그것보다, 같이 찾아보는게 어떨까?"
"──네?"
아키츠 료스케는 그렇게 말하며 야미의 손에서 책을 들어올렸다.
"소설 속에서도 도서관에서 만나는 이야기가 있잖아. 함께 찾아보는 건 어때?"
"바보같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왜 바보같다고 생각하겠어. 난 야미의 그런 점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게다가 외계인에 용신에 유령도 있는데 난쟁이 요정이 없겠어, 하하……."
얼굴 하나 붉히지 않고 부끄러운 말을 내뱉는 그를 보며 야미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설령 찾는다고 해도 나오지 않을 겁니다. 전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착하지도, 순수하지도 않거든요."
"누가 그래? 야미라면 당연히 코로보쿠루를 찾을 수 있을거라고."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전 암살자입니다.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으로 살아가는──."
"그건 거의 폐업 상태잖아. 물론 나도 네가 암살자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부정할 수도 없다는 걸 알고있어. 어떤 경우에도 남의 생명을 함부로 빼앗아서는 안되고, 그건 틀림없이 죄야."
"네, 맞는 말입니다."
"──
하지만 네가 암살자라는 사실이 네가 악한 존재라는 결론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 무엇보다 너에겐 그것밖에 길이 없었던
거잖아. 비난해야한다면 너를 만든 존재들과 너를 그런 상황에 처한 이들을 비난해야겠지. 범죄가 흔해빠진 슬럼가에 태어나고 가족도
없으며, 그나마 주변에는 불량배밖에 없었고, 배운 것이 소매치기나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 커서도 불량배가
되었다고 해서 그게 그 사람의 탓인 건 아니잖아? 물론 그런 상황에서 빠져나온다는 선택지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건 정말정말 힘든
일이지. 나는 그저, 네가 그 마음이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착하고 따스하고,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았던 것이야말로
칭찬해줘야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저는──."
"미캉이나 라라, 그 두 사람이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다고
생각해? 물론 그 두 사람은 악인이라고 해서 차별하는 사람은 아니야. 하지만 결코 악인에게라면 그렇게까지 마음을 열지 않았을거야.
하지만, 너는 미캉에게도 라라에게도 소중한 친구야.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라라와 미캉의 이야기가 나오자 야미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 두 사람은───,
이윽고 그녀는 입을 열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그래?"
"아키츠 료스케, 당신이 코로보쿠루를 찾아줄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착각하지 마십시오. 제가 찾을 겁니다. 당신이 얼굴을 들이밀면 코로보쿠루가 나오다가도 깜짝 놀라서 도망갈 거라구요."
"그, 그런……! 억울합니다!"
"부정할 수 있습니까?"
"그건 아닙니다만."
곧장 꼬리를 내리는 그를 보고 야미는 자기도 모르게 웃을 뻔 했지만, 오랜 세월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온 경험과 관록으로 가까스로 무표정을 유지했다.
"그러고보니 주고싶다는 물건은 뭔가요?"
"오늘이 빼빼로 데이거든."
"빼빼로 데이? 뭐하는 날입니까?"
"후후, 물건너에서 온 무시무시한 악의와 치밀한 계략이 숨어있는 무서운 기념일이지. 함께 다이어트에 성공을 결의한 친구에게 기념이랍시고 빼빼로를 건네서, 친구를 위하는 척 하면서 라이벌을 제거하는 암계가 숨어있──."
"운동회 때 속은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더 이상 낚이지 않습니다."
"야미, 성장했구나……! 이제 슬슬 '난 사실 에스파다 0다!' 라고 외치며 바닥을 뚫고 나오는 건……."
"전 그런 근육 덩어리도, 설정 땜빵용 캐릭터도 아닙니다."
"……아는거냐?! 아는거냐!?"
"모릅니다."
"알잖아! 틀림없이 알고있는걸!"
"모릅니다."
"아니 그러니까……."
"도서관에서는── 정숙입니다."
야미의 머리칼이 가볍게 떠오르며 거대한 주먹 형태를 취한다. 확실히 한 대 맞는 순간 조용해질 것 같긴 하다. 아마도 기절해서 입을 다무는 방향으로 말이지.
"물론입니다.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죠, 야미."
"그렇습니다."
"……하여튼 이 빼빼로 받아. 이미 모두에게 한 통씩 돌려서 네가 마지막이야."
"붕어빵으로 바꿀 수는 없나요?"
"넌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붕어빵으로 바꿔달라고 할래?"
"붕어빵 안에도 초코가 있습니다."
"그건 팥……."
붕──.
"있습니다. 요즘 트렌드는 팥보다는 초코죠."
"있군요."
"하지만 붕어빵으로 바꿔줄 수는 없닷──!
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붕어빵을 달라고 하는 아이에게 No!라고 외치는 것이지! 우하하하하!"
야
미의 금발이 다시금 공중에 떠오르자, 아키츠 료스케는 허겁지겁 긍정하고는 그녀가 머리칼을 내리자마자 같잖은 대사와 웃음을 터뜨리며
잽싸게 달아났다. 인간을 아득하게 초월한 신체 능력의 소유자답게 그는 눈깜짝할 사이에 그녀의 시야에서 벗어나있었다.
"정말이지, 그쪽은 변하지를 않는군요."
……애초에, 쫓아갈 생각도 없지만요."
야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가 건네준 포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거 기억하고 있습니까, 아키츠 료스케?
분명 프린세스 라라도 미캉과도 친구가 되어지만, 그건 당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란걸요. 날 누구보다 먼저 받아들이고 이해해준 사람은 당신이라는 것을."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는 결코 짓지않는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야기해준 적도 없는 제 옛날 이야기는 또 어떻게 알고있는 걸까요? 신기한 사람……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수상한 사람, 제거대상 0순위 였겠지만요."
그
녀를 그렇게 막아서는 사람은, 그녀로서도 처음이었다. 그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싸워서라도 자신의 친구와 야미, 라라까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결말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그의 옆에 서서 살아오면서, 야미는 이제 친구를 얻게 되었고, 추억이라
부를만한 것도 많이 얻게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고맙다는 마음 뿐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 속에서 몽글몽글 치솟는 감정. 그것은, 아마──.
"정말 바보같고 우스꽝스러운 생김새에 벼, 벼, 변태같은 남자지만, 그래도……."
이번에도 그는, 같이 찾아주겠노라고 했다. 농담처럼 가볍게 넘어갈수도, 웃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분명히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진심으로 그녀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주면서…….
"아마도, 아니 분명히."
조용히 포키의 봉지를 뜯어, 막대 하나를 입에 베어물었다.
"──좋아하고 있어."
"도서관 안에서는 음식을 먹으면 안돼요!"
그때, 누군가 그녀를 향해 빽 소리질렀다. 깜짝 놀란 야미는 사방을 둘러보던 야미는, 그 목소리가 뒤에 있는 책장에서 났다는 것을 깨닫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작은 소녀가 씩씩거리며 서있었다.
'역시, 당신은 틀리지 않아.'
*
간만에 이단옆차기가 올라온 기념. 연재주기, 연재주기, 연재주기이이이이이이이이이! 뭔가 처음에는 열심히 쓰려고했는데 갈수록 흐지부지 된 느낌.
참고로 코로보쿠루가 진짜로 있는 줄 알았다는 건 초등학교 시절의 제 이야기입니다.(..)
다만 경쟁이 장난 아닐 것 같지 말입니다.
일단 생각나는 경쟁자만 해도 코테가와에 미캉(..). 투러브 인기 히로인하면 가장 먼저 꼽히는 캐릭터들이라구요! 게다가 룬마저도 심상치가 않아...!
고3이 공부는 안하고 이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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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미 귀여워요 야미+_+b~♥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암튼 연재주기에는 정말 할말이 없습니다만...쿨럭쿨럭^^;;
* 코로보쿠루 : 일본 홋카이도 아이누족(族) 전설에 나오는 난쟁이족(族).
대강 민담에 나오는 작은 요정이라고 보시면 될듯 합니다^^
(고깔모자 삼총사에 나오는 초롱이 같은부류일까요?^^a
뭐, 얘내들은 우주인이었지만)
불장구님이 올려주신 3차 창작입니다.
[트러블SS 3차] 이단 옆차기 - 룬
욕조에 가득 담긴 물에 손을 넣어본다.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것이 몸을 담그기에 딱 적당한 온도다. 우연히도
자신이 좋아하는 온도인 게 괜히 심통이 나서 문 너머 소파에 앉아 한가로이 TV를 보고 있을 소년을 쏘아봤다. 그러나 이곳은 문이
2중으로 닫혀 있는 욕탕 안이니 소년이 보일 리도 없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걸까. 룬은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고 욕조에 몸을
담갔다.
쏴아아. 룬의 몸이 물에 잠겨 들어가자 그에 맞춰 욕조에서 물이 넘쳐 바닥으로 쏟아진다. 언제나 이 소리만
들으면 근심걱정이 씻겨나가는 느낌이 들어 마음이 차분해진다. 진정으로 근심걱정이 모두 씻겨나가지는 않지만, 룬은 그저 그런 느낌이
드는 것 자체를 좋아했다.
“룬, 물 온도는 괜찮아?”
문 너머로 커다란 실루엣이 보임과 동시에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집의 주인, 아키츠 료스케다. 확실히 물 온도는 괜찮다. 그러나 그것을 그대로 말해주기도 싫다. 그래서 룬은 불퉁하게 대답했다.
“약간 미지근한 것 같은데? 이 물 언제 받아둔 거야?”
“음……미지근한가? 너 오기 직전에 받아둔 거라 아직 따뜻할 줄 알았는데…….”
“괜찮아. 차가운 것도 아니고, 목욕할 정도는 되니까.”
“그래? 다행이네.”
오기 직전이라……. 어떻게 하면 그렇게 딱 맞을 수 있을까. 굉장한 우연이다.
“그런데 또 우주선의 욕실이 고장이 나다니……. 그 우주선 뭔가 문제 있는 거 아니야?”
“글쎄, 나도 모르겠어. 지금까지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은 없는데…….”
“……공중목욕탕에 가려는 생각은 없었어?”
“했었지. 하지만 싫어.”
“또 뭐가 불만이신지요…….”
“……너, 저번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벌써 잊은 거야?”
따뜻한 물 때문일까, 아니면 부끄러워서일까. 룬이 한껏 붉어진 얼굴로 문 너머를 향해 그렇게 말하자 료스케의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그도 같은 것을 떠올렸던 것이겠지.
집
대신으로 사용하는 우주선을 가진 룬이 료스케의 집에 찾아와 목욕을 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생활하고 있는 우주선의 욕실이 또
고장이 난 것이다. 그 때문에 룬은 다시 공중목욕탕으로 가야 하나 고민했으나, 그 안은 저번의 낯부끄럽고 파렴치한 돌발 상황
때문에 기각됐다. 스스로의 체질을 고려하지 않고 공중목욕탕에 가는 것은 이전에 일어난 경험으로 이미 충분하다.
이내 뻘쭘함을 없애기 위해 헛기침을 한 료스케가 문 너머에서 주저앉아 문에 등을 기대는 것이 보인다. 그는 그 자세 그대로 물었다.
“그럼, 라라네로 가는 건?”
“했어. 그치만……그것도 싫어.”
“그건 왜 싫은 건데…….”
어이없다는 료스케의 반응에 룬은 입술을 삐죽이며 대답했다.
“거기엔 라라가 있으니까…….”
그
래서 다음으로 나온 생각이 바로 친구의 집에 신세를 지는 것. 그 방법을 떠올리자마자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유우키 가였다.
리토와 미캉, 라라가 함께 살고 있는 유우키 가라면 아마 별말 없이 욕실을 빌려줄 것이다. 하지만 그곳엔 라라가 있다. 룬은 바로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로지 그 이유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라라는 왜?”
“몰라서 묻는 거야? 라라에게 신세지는 건 싫다구!”
“친구잖아. 그 정도는 괜찮은 거 아닌가?”
“안 괜찮아.”
“안 괜찮은 겁니까…….”
괜
찮지 않다. 룬이 욕실을 빌려 쓰러 유우키 가에 간다면 라라는 아마도 룬에게 허물없이 다가와 웃는 얼굴로 함께 목욕하자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한 점 사심도 없이,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러나 룬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친구로서
룬의 마음속으로 성큼성큼 거침없이 다가오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을 설명하자 문 너머 새까만 그림자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할 수 없고.”
“……반응이 고작 그거야? 나는 네가 ‘그러면 안 돼!’ 같은 말이나 할 줄 알았는데.”
“사람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전적으로 그 사람 마음이니까.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그
말을 들은 룬은 몸을 낮춰 입까지 물에 담갔다. 그래, 결국 그런 거지. 료스케의 말은 축약하면 매우 간단하다. 남은 남, 나는
나. 나와 당신. 스스로와 타인을 간단히 나눠버리는, 개인주의적인 말. 하지만 료스케의 말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이어졌다.
“그런데 나는 네가 라라 때문에 유우키 가로 안 갔다고 생각 못하겠는데…….”
“……무슨 말이야?”
“유우키 때문에 못간 거 아니야?”
“…….”
순간 룬은 아니라고 소리를 빽 질러버릴 뻔했다. 그것을 가까스로 참아낸 룬은 심호흡을 한 다음 대답했다.
“그건 아니야.”
“어, 어니야? 너라면 욕실 빌려 쓰겠다고 리토한테 부탁하는 게 부끄러워서 여기로 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안.”
“그럴 리가 없잖아. 그냥 욕실 빌릴 사람을 찾다가 네가 제일 낫겠다 싶어서 왔을 뿐이란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대화는 끊어졌다. 그렇지만 문에 기대어 앉아 있는 그림자는 꿈지럭거리면서도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한동안 움직임을 멈췄던 그림자가 슬며시 몸을 일으키는 것이 보인다. 그것을 본 룬은 다급하게 외쳤다.
“아, 아키츠 군!”
“어? 왜, 크억!”
우
당탕! 룬에게 대답하려다가 일어나면서 머리를 문고리에 시원하게 부딪힌 료스케는 그로 인해 활짝 열려버린 문 덕분에 방해를 받지도
않고 욕실 안으로 굴러 들어왔다. 욕실 바닥에 강하게 부딪힌 뒤통수를 잡고 끙끙대는 그를 보며 룬은 다급하게 말했다.
“수염? 수염, 괜찮아?!”
“괘, 괜찮습니다요……. 아프기는 하지만…….”
“전혀 안 괜찮아 보이거든?!”
그러나 괜찮다고 말한 건 진짜였던 모양인지, 잠시 욱신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끙끙대던 료스케는 곧 몸을 일으키며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연신 문질렀다. 그리고 눈을 떠 앞을 바라본 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제
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걱정을 담고 이쪽을 보고 있는 아름다운 자주색 눈동자. 오똑한 코와, 앵두처럼 붉은 작은 입술. 룬이
료스케 쪽으로 몸을 기울임과 함께 흔들리는, 막 깎아내어 빛에 비춰본 것처럼 영롱한 색채를 뿌리는 투명한 에메랄드빛 머리카락. 그
머리카락에서 떨어져 새하얀 우유빛 피부를 타고 흐르는 물방울.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어깨와 색기 어린 쇄골, 매끈한 치골.
그리고, 봉긋하게 솟아오른…….
거기까지 생각한 료스케는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내려 시도했다. 그러나 룬에게는
그가 아직껏 아파서 고통을 털어내려 하는 이상한 행동으로 비칠 뿐이다. 그녀는 하얗고 가느다란 섬섬옥수를 뻗어 가만히 료스케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물었다.
“정말 괜찮은 거야?”
“괘, 괘괘괘괘괜찮습니다?!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수염, 정말 괜찮은 거야?”
“괜찮으니까 우선 몸을 좀 가려주시죠……!”
“응? ……꺄아악!”
그
제서야 자신이 무방비하게 몸을 내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룬은 팔로 자신의 몸을 가리며 욕조 속으로 황급히 몸을 담갔다.
부끄럽긴 매한가지였던 료스케는 눈을 질끈 감고 손으로 주변을 더듬으며 몸을 뒤로 뺐다. 이런 상황은 바라지 않았는데, 왜 꼭 일이
이렇게 되는 건지.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룬의 말이 료스케의 몸을 멈춰버렸다.
“눈, 떠도……괜찮아.”
“……네?”
제정신이십니까? 뭐 잘못 드신 거 아닌가요? 무심코 그렇게 되묻고 싶었으나 스스로를 억제한 료스케는 겨우 입을 열었다.
“저, 정말 괜찮……아?”
세
상 모든 남자들이여, 내가 용기가 없음을 탓하지 말라. 이런 상황에서 긴장하지 말라는 것이 무리인 게 당연하지 않은가. 눈을
확 떠버릴 수 있는 배짱도 없이 그렇게 되물은 료스케는 룬이 작게 “응……” 이라고 대답한 것을 놓치지 않았다. 정말 눈 떠도
되는 건가? 그러나 또 묻기에는 부끄럽다. 료스케는 머뭇거리며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룬은 아까 본대로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러면 룬의 몸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료스케는 다시 룬을 바라봤다.
물을 머금고 몸에 착 달라붙은 에메랄드빛 머리카락으로 인해 부끄러움으로 붉어진 몸이 더욱 강조되어 보인다. 이 아가씨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청소년의 마음에 불을 질러놓는 모습을 보라고 한 걸까요. 료스케는 그렇게 속으로 되물었으나, 역시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료스케는 룬에게 질문하기로 했다.
“저, 저기……. 룬?”
“……왜, 왜 불러?”
스스로도 부끄러운 모양인지 룬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아니, 그럴 거면 진짜 왜 보라고 하신 건가요. 마른침을 꿀꺽 삼킨 료스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눈은……왜 떠도 된다고 한 거야?”
“으……그게…….”
이미 붉어진 얼굴을 더욱 붉히며 룬은 료스케에게서 시선을 돌려 애꿎은 샴푸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며 대답했다.
“가만히 놔두면……네가 나갈 것 같았으니까…….”
“소, 솔직히, 이 상황에선 제가 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요, 아가씨.”
“하, 할 말이! 할 말이……있단 말야…….”
“대체 무슨 말이길래 부끄러운 상황을 무마하려고 애쓰는 남정네를 붙잡을 필요가 있었던 건데?”
“내가, 리토 군 집으로 가지 않은 이유가……, 하나 더 있거든…….”
그 말을 들은 료스케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조심조심 료스케의 눈치를 살피던 룬이 말을 이었다.
“거기에 갔다가……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잖아…….”
“아니, 오히려 룬 너한테는 좋은 기회 아니야? 너 유우키 좋아하잖아?”
“너 바보야?! 세상에 누가 좋아하는 남자를 두고 다른 사람한테 알몸을 보여주고 싶겠어?!”
“네?!”
이
번에야말로 참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질러버린 룬은 아차 싶었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지?! 이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원래대로였다면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어도 이런 상황은 꺼려지잖아?’라고 말하면서 그냥 넘어가는 거였을 텐데!
반면 료스케는 료스케대로 생각지도 못한 날카로운 반응에 당황해버렸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결국 무슨 말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는 되물었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그
말에 룬은 자기도 모르고 벽에 자신의 머리를 부딪쳤다. 그래, 이쪽도 리토랑 마찬가지로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는 놈이었지!
이렇게 대놓고 말해버렸는데도 눈치를 못 채다니! 가슴 속에서 치솟는 뜨거운 무언가를 더는 억누를 수가 없어서, 룬은 사나운
표정으로 료스케를 향해 고함쳤다.
“내가! 수염! 너를! 좋아한다고!”
“뭐, 뭐?! 너 리토 좋아하고 있었잖아?!”
“아~! 몰라! 나가, 이 바보얏!”
정
말 내가 어쩌자고 이런 둔탱이를 좋아하게 된 거야! 욕조 옆에 얌전히 놓여있던 작은 대야를 집어 료스케를 향해 집어던진다. 그
공격에 얼굴을 얻어맞은 료스케는 갑작스레 들이닥친 불합리한 상황에 눈물지으면서도 허겁지겁 욕실 밖으로 뛰쳐나가 문을 닫았다. 누가
봐도 100다스의 여자와 잤다는 소문을 흘리고 다니는 양아치로는 보이지 않는 한심한 모습이었다.
한동안 대야를 던진
자세 그대로 씩씩대던 룬은 잠시 후 찾아온 허탈함에 욕조 벽에 몸을 걸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어쩌자고 내가 저런
양아치를 좋아하게 됐을까. 그렇게 자문하니 답은 손쉽게 나왔다. 어느 순간부터 그저 아키츠 료스케라는 저 바보를 좋아하게 됐을
뿐이었으니까.
처음엔 분명 라라에 대한 대항심으로 리토를 꼬시려 들었다. 이후 리토의 사람됨에 반했고, 그에게 호감을
표했다. 그러나 세상사 마음대로 되지 않는지라 언제나 의도하던 것과는 달리 상황은 예상치도 못한 곳으로 이리 튀고 저리 튀기
일쑤. 그 사이에서 최선을 다해 뛰어다니던 사람은 그저 휘말려서 정신을 다잡기에 바빴던 리토가 아니라 야쿠자 같은 인상의 동급생
아키츠 료스케였다.
분명 그는 자신에게 있어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지구인 A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그가 자신을
구해주고, 도와주고, 배려를 해주는 것을 느낄 때마다 마음속 평가는 점차 올라갔다. 가끔……아니, 자주 파렴치한 일을 겪긴
했지만, 그래도 점점 끌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그렇게, 대화가 많아질수록 어색하게 대하는 리토보다 그저 친구로서
장난기 속의 진지함으로 자신을 도와주는 료스케에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시선을 빼앗겼다.
그리고 지금, 의도하지
않았다곤 해도 그에게 속내를 드러내고야 말았다. 이걸 어떡해야 좋을까. 아직, 그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없는데.
이래서야 홀로 광대놀음을 한 것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어렴풋한 기대가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사람의 마음에는
진지한 그이기 때문에, 어쩌면…….
잠시 욕조 벽에 몸을 걸치고 축 늘어져있던 룬은 그 생각을 끝으로 목욕물 속으로 다시 몸을 푹 담갔다. 화끈거리는 얼굴의 원인을 물 때문이라고 변명하기에는 한참 늦은 행동이었지만, 그래도. 그리고.
“제대로 대답해야 해, 수염…….”
나지막하게 뇌까리며, 속으로 덧붙이는 것이었다.
‘만약에……장난으로 받아들였으면, 수염을 밀어버릴 거니까…….’
그 수염이니까,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룬은 살며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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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구입니다. 써버렸습니다(.....)
룬 성격 표현하기 어렵네요. 하지만 그 성격이 좋습니다(뭐)
언젠가 료스케의 수염을 밀어버리는 그 날을 기대하며, 저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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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빌리러 온 룬의 모습이 귀엽더군요^^
두근두근하게 읽었습니다.
리토에게 대하는것처럼 좋아죽으며 달라붙진 않지만, 새침한 점이 좋습(...)
암천묵시록님이 올려주신 3차 창작입니다.
[트러블3차]나는이단옆차기(!?) - 크리스마스다!! ~1~
[그간 스트레스 많이 받았지?]
...뭐지?
[아~이제와서 이러는 것도 웃기긴 한데...]
...누구야?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인데...
[마침 오늘은 세간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하는 날이기도 하니까, 선물을 줄게.]
...아 기억났다. 이 목소리는 분명히...
[그럼, 오늘 하루 잘 지내보라고~]
"----신 너 이자우오와아아악!?"
목소리의 정체를 깨닫고 즉시 달려들려고 했지만, 마치 바로 뒤에 블랙홀이 열린 것처럼 날 엄청난 힘으로 빨아들이자, 결국 한 방도 먹이지 못하고 그대로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두고보자.
물론, 그에 대한 분노를 마음 속 깊이 묻어두면서...언제라도 다시 찾아낼 수 있게 말이다.
12월 24일.
그저 날짜만 보면 아무 날도 아니지만, 어떠한 이름으로 인해 이 날은 마법처럼 세상에 단 하루뿐인 특별한 날이 되어버린다.
그렇다. 바로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본
디 기독교에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날로 정해졌으나, 이제 와서 그 의미는 퇴색된지 오래다. 특히 종교적 관념이 거의
희박한 일본에서는 이 날과 크리스마스 당일은 그저 노는 날이란 인식으로 바뀐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물론 노는 날은 중요하다. 매일 빡빡한 일상에 지친 어른들에겐 충분한 잠과 휴식을, 청소년들에겐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을, 아이들에겐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건 토, 일요일에도 가능하다. 딱히 오늘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럼 어째서 이 날이 중요한 것일까?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바로----
"뭐긴 뭐야, 연인들이 더욱 사이가 가까워지는 날이지."
----연인들의 날이라는 것이다!
종
교적인 날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퇴색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날은 남자건 여자건 두근거림을 품고 거리를
나서게 되는, 이미 짝이 있는 사람들에겐 더욱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날에는 거리에 쌍쌍 커플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주변 레스토랑이나 숙박 시설은 예약이 꽉 잡혀 있으며, 이 날로부터 약 9개월 뒤에는 출산율이 급등하는
것이....흠흠, 뒷얘기는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고.
어찌됐건, 결국 커플이 아닌 사람들에겐 지옥같은 날이라는 것이다.
그
리고 그건 나----유우키 리토도 마찬가지였다. 신은 어째서 이 날을 만든 것인가. 어째서 이 날에 눈이 내려 커플들이 더욱
사이가 좋아지게 만드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눈에서 마음의 땀이 흘러내려 이불을 적시던 나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물론 연인이 있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같이 있어줄 여자도 없었던 작년까지와는 다르게, 올해는 같이 있어줄 사람이 있단 말이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여러명이...!
"...리토?"
"응? 왜, 미캉?"
"무슨 생각하는 거야? 표정이 위험해."
"...아차."
아무래도 너무 기쁜 나머지 얼굴에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모양이다. 나는 나의 여동생----유우키 미캉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즉시 어느새 흘러내리고 있던 침을 닦았다.
"...어차피 이상한 생각 했겠지."
움찔.
미캉은 그렇게 말하더니 한숨을 쉬고는 다시 부엌으로 돌아갔다. 난 그 말에 뜨끔했지만, 그래도 얼굴에 힘이 빠지는 걸 억누를 수 없었다.
왜냐면 기쁜걸! 겨우 내 인생에도 봄이 왔는걸! 하...하루나가 온단 말이다아아아아!! 지금도 미캉은 부엌에서 오늘 올 손님들에게 내놓을 음식을 장만하는 중이었다. 뭐, 먹는 건 저녁이지만서도.
덧붙여서 오늘은 학교 친구들이랑 밖에서 놀다가 우리집에서 파티를 하기로 했다. 그 멤버는 나, 아키츠, 하루나, 미캉, 야미, 라라, 유이, 리사, 미오, 룬이다. 남자 둘에 여자 8. 이 어찌 좋지 아니한가...!
"리토? 준비 안하고 뭐해?"
"...핫!"
그때 들려온 미캉의 말에 난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지금 시간이 8시 54분임을 알리고 있었다. 덧붙여서 약속 시간은 9시. 그리고 난 아직 씻지도 않았다.
"...우오오오오오!!!!"
난 즉시 쏜살처럼 화장실로 달려갔다.
"바보 리토."
그 와중 미캉이 중얼거린 말이 들려왔으나, 반박할 수가 없었다. 왜냐면...사실인걸. 크흑...!
--------------------------
"늦어!"
"미, 미안해----헤엑헤엑."
결국 늦어버렸습니다. 부디 이 어리석은 하인을 용서해 주소서.
나는 약속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에게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했다. 그리고 나 때문에 같이 지각해버린 미캉도 고개를 숙였다. 지금 시간은 9시 25분. 내 인생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외출 준비를 마친 날이었다.
"...흥!"
고개를 슬며시 들어보자, 모두가 하나같이 날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바보."
옆에서 미캉의 한심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해...나도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중이니까...
덧붙여서 현재 여기에는 리사, 미오, 유이, 라라, 야미, 하루나, 룬이 있었다. 아키츠는 무슨 이유에서인지----나랑 같은 이유일지도 모른다----아직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꼴찌는 아니구나----난 그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아키츠 료스케군요."
그녀들도 그 사실을 알았는지, 야미가 조용히 중얼거린----분노가 담긴----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우키군도 그렇고, 아키츠군도 그렇고. 왜 남자들은 하나같이 늦는지 몰라!"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어요. 애초에 남을 기다리게 하는 것 자체가 매너가 없는 거라고요."
"거기다 그냥 기다리게 하는 것도 아니고, 약속한 시간보다 늦었잖아."
그
녀들의 말이 마치 비수처럼 내 가슴에 꽂혔다. 아프다. 정말 아프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점점 내 몸이 움츠러드는게 느껴졌다.
이건 그야말로 고문이다. 난 속으로 어서 아키츠가 와서 분노의 화살이 그 쪽으로 향하게 되기를 빌었다.
타다다닥!!
"느, 늦어서 미안!"
나
의 기도가 하늘에 닿은 것일까. 저 멀리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저음에 약간 거친 음색.
평범하다면 평범한 목소리----지만! 이 마을에 사는 양아치, 폭력배, 날라리들에겐 PTSD 수준...아니, 세포 수준에 까지
공포심을 박아넣은 지옥의 목소리.
'왔구나...후우...'
바로----아키츠 료스케의 목소리였다. 아키츠와 만났을 당시였다면 저승사자의 목소리로 들렸겠지만, 어느정도 친해지고, 또 지금 이 위기를 벗어나게 해 줄 목소리였기에 나에게는 천상의 목소리처럼 달콤하게 들려왔다.
"헤엑헤엑...여, 여기엔 깊은 사정이..."
이윽고 아키츠가 내 옆에 서자, 아까 자신과 마찬가지로 횡설수설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그녀들이 아까 나에게 한 것처럼 아키츠를 몰아세움으로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기를 빌었다.
"...!"
"...어..."
"...아, 아키츠군...?"
하지만, 들려온 것은 아키츠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당황해하는 목소리였다. 그 점을 의아하게 여긴 나도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옆에 선 아키츠를 바라보았다----
"...어?"
----그리고 나도 입을 쩍 벌렸다.
본
디 아키츠 료스케라고 하자면, 신이 내린----저주한----날카로운 눈과 덥수룩한 수염, 금발에 헤어밴드, 상의 주머니에 넣어놓은
담배, 금목걸이, 금팔찌, 금반지, 그리고 금시계를 찬----말 그대로 양아치 중의 쌩양아치요, 어느 누구도 갱생시킬 수 없는
개날라리에, 벌써부터 여러 사무실----어딘지는 묻지 말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는, 장래가 기대되는 신인(?)이란
이미지다. 어느 누구던 그 얼굴을 보게 되면 악몽에 시달림은 물론이요, 트라우마로 남아 평생 고통받게 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흉악한 외모.
그럴 터인데.
"...너...너 아키츠 맞아?"
지금 나타난 아키츠
료스케----로 추정되는 남자의 외모는, 날카로운 눈은 비슷하지만, 수염이 없고 흑발인데다가 헤어밴드도 없고, 평소 담배가 들어가
있던 주머니는 안에 아무것도 안 들었는지 평평하고, 금 자가 붙는 악세사리가 하나도 없는 말 그대로 눈매가 좀
사나운----어떻게 보자면 강인하고 의지가 되는 외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그 모습에 반신반의하여 물어보자, 그(?)는,
"...아키츠 료스케 맞아."
예상했던----어떤 의미로는 아니길 바랬던 대답을 하면서 머리를 긁었다.
"에-----------------------------------------엑!?"
그 말에, 마찬가지로 귀를 귀울여 듣고 있던 여성진이 깜짝 놀라며 소리 질렀다. 그만큼, 지금 아키츠의 모습은 쇼크였다.
--------------------------
삑삑삑. 삑삑삑.
"...우음..."
삑삑----척.
무미건조하게 자신이 할 일만 계속하던 알람시계는, 투박한 손이 스위치를 가볍게 내리치는 것으로 그 사명을 다했다.
"흐아~~~~암."
시계를 멈추고 자리에서 반 쯤 일어난 난 굳은 몸을 풀기 위해 기지개를 쭈욱 폈다. 반사작용으로 하품까지 하게 되자, 눈에서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눈꼽도 뗄 겸 양손으로 눈을 비빈 난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실로 향했다.
지금 시간은 8시. 약속 시간은 9시였기에 시간은 충분했다.
참
고로 무슨 약속이냐면,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기에 파티도 할 겸 반 친구들과 만나서 놀기로 했다. 가뜩이나 옆구리가 시려지는
날에, 거기다 변변찮은 친구도 제대로 사귈 수 없었던 나에게 리토를 비롯한 여러명이 같이 놀자고 말해주자, 정말 부끄럽게도 눈물이
흐를 뻔했다. 물론 난 그 약속을 받아들였고, 하는 김에 옆 자리에 앉은 코테가와도 끌어들였다. 코테가와는 처음엔 당황했으나,
얼굴을 살짝 붉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쏴아아아!
아----올해는 특별하다----나는 샤워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따뜻한 물줄기를 맞으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까지 인생에서 크리스마스란 그저 24일에 방에서 술이나 마시다
숙취로 뻗곧는, 일어나보니 26일이더라----라는 이벤트를 준비하는 날이라고만 여겼다. 액막이를 위해 이런 쌩양아치 행세를
해야하는 데다가, 눈매마저 저주받았다고 여겨질 정도로 날카로워서 친한 사람따윈 가족 말고는 없었다. 용신이 말한 인연 같은 건
결코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이런 나에게도 봄이 오는 구나~"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초대도 받을 정도로 친한 친구들이 생겼다는 사실에, 난 콧노래를 부르면서 머리에 묻은 거품들을 씻어냈다.
내 노력은 헛되지 않았어. 인연을 만들겠다는 나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은거야.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돌자 급격히 높아진 자존감으로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지금이라면 용신이라도 웃는 얼굴로 한 방만 때리고 용서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음----오늘도 멋지군."
봐
라, 자존감이 높아지니까 내 얼굴도 꽤 괜찮아 보이잖아? 결코 자뻑이 아니다. 미카도 선생님한테 받은 로션을 매일 바르자 피부는
마치 여자처럼 탄력있고 매끈하다. 수염이 사라지자 아버지를 닮아 날카로운 턱선이 그대로 드러남과 동시에, 머리카락은 검고 윤기가 날
정도로 건강 그 자체! 길이도 적당하여 어떠한 스타일을 연출해도 어울리는----
"...어...수염이 없어? 머리가 검어?"
갑자기 느껴지는 위화감에 난 다시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거울 너머에 보이는 것은 선천적으로 좀 두려운 눈과 매끄럽고 탄력있는 피부, 마치 모델처럼 검고 윤기나는 머리카락----
"설마...설마...하하...아닐거야..."
나는 현재 상황을 극렬히 부정하며 계속 거울을 뚫어져라 보았다. 하지만, 그런다고 노랬던 머리가 검어질리도, 수북했던 턱수염이 도로 자랄리도 없었다.
"이게 뭐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결국 난 그 자리에서 소리치고 말았다.
"
대체, 대체 무슨 일이야! 내가 흑발이라니! 내가 흑발이라니! 아니, 생각해보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부터 이상했잖아! 매일
헤어밴드를 끼고 자는 내가 일어나자마자 앞머리에 눈이 가릴리가 없잖아! 이런 바보같은 놈! 놈!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옴!!"
난
자신의 멍청함에 화를 내며 소리쳤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히 금발에 수북한 턱수염, 머리엔
헤어밴드, 양 귀에 금귀걸이, 손목에 금시계, 목에 금목걸이 풀세트를 착용하고 잤는데, 일어나보니 악세사리는 온데간데 없고,
금발은 흑발, 수염은 증발해 버렸다.
처음에는 내가 자는 사이에 부모님이 이렇게 해놓은 건 아닐까 생각해 봤으나, 외국에 계신 부모님이 타이밍 좋게 오실리도 없었고, 무엇보다 다른 건 몰라도 내가 깨지 않는 이상 금발을 검게 물들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
렇다면 천상 자연적으로 이리 됐다는 소리인데, 많이 봐줘서 머리가 갑자기 빨리 자라 흑발 부분이 넓어진 뒤, 어떠한 자연적인
요소로 머리카락이 잘려 흑발이 됐다고 쳐도, 이 세상에 금속류가 자연적으로 증발하는 경우는 본적이 없다. 아니, 애초에 그런 일이
있을리가 없잖아.
"잠깐, 그러고보니..."
그때, 갑자기 머릿속에 뭔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면 밤에 매우 중요한 뭔가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거기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
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풀 가동시키자, 금세 답이 떠올랐다.
----마침 오늘은 세간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하는 날이기도 하니까, 선물을 줄게.
아~그 선물이 이거라는 거군요. 그렇군요. 그런 거군요. 그런 거였----
"용시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인!!!!"
난 범인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물론 이 외침이 전해질리는 없겠지만. 난 날 이렇게 만든 용신을 저주하면서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꿈 속에서 잠시 키핑해둔 분노에 더욱 많은 양의 분노를 키핑해둔 건 신경쓰지 말자.
덧붙여서 현재 시간은 8시 50분. 잠깐 공황상태에 빠져있는 동안 시간이 흘러버렸다. 참고로 우리집에서 약속장소까지는 10분이 넘게 걸린다.
즉, 지각 확정이라는 것이다.
"으아아아아!!! 저주할거야!!!"
난 미친 것처럼 씻으면서 소리쳤다.
--------------------------
"...그래서, 늦은 이유가 갑자기 염색이 풀리고, 수염이 사라지고, 악세사리들 마저 사라지자 불안감에 대체할 걸 찾다가 결국 못찾고 황급히 왔다----는 거지?"
"...예..."
"...하하하..."
난 아키츠의 대답을 듣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즐거워서 웃는 건 아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머리부터 발 끝까지 허무함과 황당함이라는 감각에 휩싸여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정말로 미안해...!"
아키츠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여자들의 시선이 나에게 향할때마다 등에서 식은땀이 솟아올랐다. 마치 '사과할거면 저렇게 제대로 해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뭐, 됐어요. 아직 아키츠군의 행동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무시할 생각은 없어요."
"저, 정말?"
이윽고 코테가와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아키츠가 고개를 들고 코테가와를 보았다.
"그래. 그렇게까지 사과를 하니 화를 내기도 그렇잖아. 그치?"
"응! 우리도 귀신은 아닌걸!"
그리고 코테가와의 말에 똑같이 화를 내던 여자들도 웃으면서 용서해줬다.
"...우우...고마워..."
그러자. 아키츠가 일어서면서 고개를 숙였다. 완전 양아치 모습이었다면 지금 그의 행동에 엄청난 위화감을 느꼈겠지만, 지금처럼 평범해진 모습에 저렇게 사과를 하니, 막말로 차마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난 그 모습을 보다가 한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 아키츠에게 말을 걸었다.
"아키츠, 너 그 악세사리들이 액막이...라고 했었지?"
"...그래."
내 기억력이 아직 살아있는지, 다행히 틀리지 않았다. 그 점에 내심 안도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럼 지금은 괜찮아?"
아키츠는 내 말에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더니,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처음엔 좀 불안했는데, 아무래도 '신'이 도와준 모양인지 별일은 없어."
"그래, 정말 신이 도와줬지. 빌어먹을 신이 말이야..." 뒤이어 아키츠가 뭔가 말한 것 같았지만, 혼잣말이었는지 말을 마치고는 여자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서 아키츠를 따라 그쪽으로 향했다.
"그럼 가볼까요? 이제 시간도 빠듯하고."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그럼 어서 가자!"
나와 아키츠가 오자, 미캉이 시계를 보면서 말했다. 그 말에 다른 여자들도 시계를 보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
방금전 지각자들을 재촉하던 분위기에서 갑자기 180%도 달라지자, 난 입을 쩍 벌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키츠도 그런 모양인지----확실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내 옆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거기 두 사람----! 빨리 와!"
"아, 알았어!"
그 모습을 본 리사가 빨리 오라며 재촉하자 정신을 차리고 걸음을 옮겼다. 아키츠도 그런 나의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록 지각으로 인해 스타트가 좋지는 않았으나, 그 점이야 오늘 하루동안 천천히 바꿔나가면 될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발걸음이 절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운 좋은 날이야, 아키츠."
"아아, 그래."
아키츠도 내 말에 동의를 했다. 정말----오늘은 운 좋은 날이다.
--------------------------
"...어때?"
"...뭐가?"
"에이~다 알면서~아키츠군 말이야, 아키츠군."
"아, 아, 아키츠군이 왜!?"
"평소랑 다르게 저렇게 하니...멋지지 않아?"
"...으으..."
"봐, 코테가와도 동의하잖아."
"도, 동의 안했어!"
"에이~내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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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뭔가 미묘한데...
그나저나 저기 깨알같이 들어가 있는 패러디를 알아챌 분이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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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나서 축전(그림)에서 아키츠 료스케(액막이 ver & 맨얼굴 ver)의 이미지를 올려주셨죠.
글에 이어지는 그림 콤보가 정말 기뻤습니다d+ㅅ+b
수염은...뭐, 시기도 적당히 잡아뒀으니깐 어떻게든 하겠죠. 쿨럭쿨럭...( --);
절삭기님 올려주신 3차 창작입니다.
[단편] [트러블3차] 나는 이단옆차기 - 비오는 날 (미캉 루트/ 삽화有)
요새 갱신이 뜸했던 다크사이드와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그저께부터 자창게 업로드를 목표로 부지런히 쓰다보니 분량도 채워지고 결말부분 IF랑 삽화도 나왔길래 각각 일창게/자창게/창그게에 올리고 신사게에는 다크사이드 삽화(만화형식 원고 3페이지)를 동시에 올립니다.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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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유우키씨! 저…저와 사귀어 주세요!!"
"아~ 저기… 미안합니다…"
"그, 그런─!!"
신발장의 편지(러브레터)에 적혀있던 대로 수업이 끝난 후 교사 뒷편으로 나온 미캉.
긴장으로 떨고있는 남자애는 용기를 끌어모아 미캉에게 고백을 했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대로 참패. 미캉은 언제나처럼 조금 곤란한 듯한 웃음을 지으며 조심스레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다.
사이난 제1초등학교의 재녀 유우키 미캉은 주위의 귀여운 여자애들 가운데서도 단연 귀여웠고,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에, 가사 능력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성격이 좋아 누구와도 쉽게 친해질 수 있고 교사들로부터의 신뢰도 두터워 모두에게 인기가 있었다.
이 친밀한 태도로 인해 종종 이렇게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고백하는 남자애들은 끊이지 않았고, 아직 단 한번도 미캉이 고백을 받아들인 일이 없어서.
본의 아니게 미캉은 학교에서 제일 많이 고백을 거절한 가드가 굳센 여자의 호칭을 얻고 있었다.
동시에 미캉은 분위기를 파악할 줄 아는 여자.
이 상황에서 눈 앞의 좌절하는 남자애에게 서투른 위로를 하는 것은 오히려 실례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미캉은 작게 목례를 하고 친구들과 함께 귀갓길에 올랐다.
***
미캉의 절친인 사치에와 마미는 방금 전 목격한 고백에 대해서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굉장해, 미캉. 오늘로 몇 번째였지?"
"이번 학기들어서 11번째던가?"
"잠깐, 마미. 그걸 다 세고 있었어? 부끄럽게…"
쑥쓰러워하는 미캉을 보면서 까르륵 웃던 사치에는 오늘 미캉에게 고백한 상대를 떠올리며 말했다.
"C반의 오오요시(大好)군도 안됐네. 하필이면 미캉이 상대라."
"에?"
"오오요시군, 축구부 부장이고 꽤 인기있으니까. 내가 알기로만 다섯 명에게 고백받았었지만 거절했었는데."
"인기만으로는 미캉의 남친 후보로 나름 유력했지만, 결국 차여버렸네. 평소와 반대… 차이는 쪽의 심정도 이해했으려나?"
"사치, 미캉짱이 곤란해하잖아."
"하, 하하;;; 혹시 나 악녀?"
딱히 죄책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금 차버린 아이에 대해서 듣는 것은 조금 껄끄러웠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인기 있는데 남자애랑 한 번도 사귀어본 일이 없으니까. 고백 후 옥쇄─ 라는 사태는 끊일 줄을 모르네."
"저기저기, 미캉짱 왜 남자애랑 사귀지 않는 거야?"
"에? 그치만 별로 그런 건 관심 없어서…"
"헤헤, 미캉에겐 멋진 오빠가 있으니까 말이지─"
"에? 리토랑은 그런 게 아니라고 얘기 했었잖아…"
"그랬었…는데 어라? 지금은 진짜인 것 같네?"
"?"
사실 사치에가 오빠(리토) 관련으로 미캉을 놀려 먹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다만 예전처럼 얼굴을 붉히고 당황하지 않는 것만 봐도 충분히 이상 사태라 할 만 했다.
"(어느새 미캉이 오빠에게서 졸업해버린 모양인데?)"
"(누군가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거 아닐까?)"
"왜 그래? 갑자기 둘이서 소근소근…"
사치에와 마미는 마주보고 씨익 웃었다.
"하지만 미캉, 좋아하는 남자는 있는 거지?"
"그런 거 없다니까!"
"흐흥~? 급 당황하는 게 더욱 수상한데?"
"상대는 누구? 우리가 아는 사람?"
"마미까지?"
미캉이 얼굴을 붉히건 말건, 신이난 사치에와 마미는 하나 둘 씩 후보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런 쪽으로는 가드가 약한 미캉이기 때문에 미캉의 얼굴을 보면 바로 정답 여부를 알 수 있을 터.
하지만 미캉에게서 원하는 반응은 나오지 않았고, 더 이상 언급할 사람조차 다 떨어져가고 있었다.
"음… 그럼 가끔 같이 장 보러 다니는 수염난 오빠는?"
─(두근!)
"에~ 마미!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미캉한테 실례잖아."
"미, 미안 미캉짱! 그냥 아무 생각없이…"
"아무리 봐도 부녀지간으로 밖에 안보이는 걸."
"의외로 해롭지 않은 사람이라는 건 들어서 알고 있지만, 역시 미캉의 상대로는 있을리 없겠지."
""전혀 안 어울려~""
"……"
마미의 입에서 료스케가 나온 순간 격하게 동요한 미캉이었지만, 사치에와 마미는 그것조차 살피지 않고 곧바로 그 가설을 부정했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까지 듣고난 후로 미캉의 두근거림은 바로 식어버리고,
부끄러워하는 소녀의 얼굴에서 곧바로 '나 지금 매우 불쾌합니다'라는 얼굴로 바뀌고 말았다.
"아차… 너무 심했나?"
"응, 미안해 미캉짱. 이 얘기는 그만 할게."
"정말 두 사람… 그런 얘기만 나오면 금방 들떠 버린다니까."
"그치만 어쩔 수 없잖아."
"여자애니까~"
"풉. 뭐야 그게."
어이가 없어 웃어버리고마는 미캉이었다.
'안 어울린다'는 말에 한 순간 울컥하기는 했어도. 애초에 그렇게까지 화가 난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미캉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남자애들, 난 의외로 마음에 들어."
"어? 어째서?"
"미캉의 인기가 이렇게 높아서 라이벌도 많고, 고백해도 거의 100%의 확률로 차이는 게 확정인 걸 알면서도,"
"그, 그렇게까지는…(부정할 수 없지만)"
"나름 용기를 내서 '좋아한다'고 자신의 마음을 전한 거잖아?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용기를 낸 거라고 생각해."
"응, 나도 사치의 의견에 찬성. 긴장해서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지만, 고백하는 순간은 꽤 멋있었어."
"그런…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그러니까 미캉도 남자들에게 고백받을 때는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주는 게 좋다고 봐."
"에… 사치가 진지해… 비가 오려나?" (햇볕은 쨍쨍)
"시, 시끄럿! 뭐 미캉의 경우에는 진지하게 생각해서 거절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지만."
"…나라고 해서 언제까지 거절만 하려는 건 아니지만."
사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사치에의 말은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일리가 없다.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만큼 상대도 자신을 좋아해준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거절당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서 고백을 했지만… 만약 상대가 그 고백을 거절한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멀어지게 되겠지.
누군가에게 고백한다는 것은 그러한 상황까지 모두 각오한 후에, 자신의 마음을 전력으로 부딪히는 행위.
"우우… 조금 미안해지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한 번 그렇게 차여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나."
"마미, 혹시 M?"
"그, 그런 게 아니야. 그냥, 그렇게 슬퍼해 본 사람일 수록 다른 사람의 아픔을 좀 더 이해하고… 상냥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과연. 그렇게 상냥해진 오오요시군에게 고백할 결심을 하는 마미양이었습니다."
"…////(화끈)"
"어, 진짜?;"
'…두 사람, 굉장히 솔직하네.'
의외로 어른스러운 두 사람의 이야기에 미캉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고백이란 상당히 용기를 요하는 행위.
지금의 자신은 그렇게 고백할 만큼의 용기를 낼 수 있을까.
혹여 좋아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나서 상대가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면?
자신은 과연 그 상처를 딛고 일어서서 마미의 말처럼… 더 상냥해질 수 있을까.
「저… 료스케 오빠를 좋아해요!」
「아~ 저기… 미안.」
……
(울먹)
"어, 무슨 일이야? 갑자기 멈춰서, 엑. 갑자기 왜 눈물이 맺혀서…!"
"미… 미캉짱!? 왜,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야!"
백주대낮, 거리 한 가운데서 펑펑 울어버릴 뻔한 실태를 깨닫고 미캉은 서둘러 눈매를 닦았다.
'나로서는 무리야. 그렇게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새삼스레 고백이라는 행위의 무게를 깨달은 미캉의 마음은 그 무게와 같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이것은 지금 고민해도 어찌할 수 없는 일.
미캉은 당황해서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치에와 마미를 진정시키고, 곧 나타난 갈림길에서 두 사람과 헤어졌다.
***
집으로 향하던 도중, 집에 샴푸가 다 떨어졌다는 것을 깨닫고 마트에 들른 김에 이것저것 장을 본 미캉이었지만.
"실수했네."
마트를 나서자 마자 한 두 방울씩 비가 내리더니 어느새 빗줄기가 굵어지고 있었다.
미캉은 하는 수 없이 중간의 공원에서 단풍벌레집에 들어가 비를 피하기로 했다.
"예보에서는 비 소식이 없었는데."
이럴 줄 알았다면 곧바로 집에 갔으면 좋았을걸.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천둥번개 없이 조용히 비만 내린다는 점일까.
이 상황에서 천둥소리가 들린다면 누구 의지할 사람없이 혼자 공포에 떨고 있어야 할 판국이다.
그걸 생각하니 지금 비에 젖어서 몸이 살짝 추워진 것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만 했다.
─싸아아아
그렇게 한참을 조용히 앉아서 있었다.
주위가 온통 조용했지만, 그 가운데 빗방울 소리만이 세상을, 단풍벌레집 안을 다 채우고 있는 듯 했다.
조금 약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칠 줄 모르는 비.
이대로 비를 맞으며 집에 갈까도 생각했지만 감기에 걸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때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줬으면 좋을텐데.
아니, '누군가'같은 막연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미캉은 아까전부터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하던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료스케 오빠…"
"어, 불렀어?"
(쿵!!)
미캉이 그야말로 소스라치게 놀라서 펄쩍 뛰어버린 것을, 누구도 탓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한창 신경쓰이는 상대가, 그 이름을 부르자 마자 예상치도 못한 대답을 해왔으니까.
단풍벌레집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고 바닥을 구르는 미캉을 보며 료스케가 허둥지둥 안으로 들어왔다.
"괜찮아 미캉!?"
"아… 아개타아요(안 괜찮아요)"
머리는 둘째치고 혀까지 깨물어버린 고통이 너무 커서, 미캉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미, 미안. 난 또 미캉이 내가 온 걸 알고 부르는 줄 알았지."
(그렁그렁)
료스케는 미캉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그것이 혀가 아픈 것을 달래주지는 못했지만 미캉은 마음이 신기하게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용케도 제가 여기 있는 것을 알았네요."
"공원 앞을 지나고 있는데, 이쪽에서 기척(고동소리)이 났으니까."
"빗 속에서 그걸 알 수가 있나요?"
"뭐, 알잖아. 내 귀가 좋은 거."
"귀가 좋다는 정도가 아닌데요. 지옥귀에도 정도가 있어요."
"하하… 하여간 어린애가 빗속에 혼자 있는 것 같길래 도와주려고 했지만 내 얼굴을 보고 도망갈까 걱정했는데. 아는 사람이라 다행이야."
"(어린애 취급…#)예에 정말 다행이네요. 제가 아니었으면 료스케 오빠를 보자마자 빗속으로 뛰쳐나갔을지도 몰라요."
"하하…하. 내가 먼저 꺼낸 얘기지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약간 심통이 나서 그렇게 말해버린 것을 미캉은 조금 후회했다.
조금 여유가 생겨서 천천히 살펴보니 언제나의 료스케였다.
머리띠를 써서 뒤로 넘긴 염색한 금발, 상큼하게 찢어진 두 눈에 굵은 눈썹, 거칠게 자란 수염에 몸 곳곳에 금속제 액세서리, 윗 주머니에는 피우지도 않는 담배갑, 젖어있는 오른쪽 어깨…
오른쪽?
"에, 료스케 오빠?"
"(궁시렁궁시렁)…응?"
"우산갖고 있나요?"
"아. 전에 교실에 우산을 놓아두고 잊고 있었지 뭐야. 오늘 마침 비가 오길래 쓰고 왔지."
"그런 것 치고는 묘하게 어깨가 젖어 있는데요?"
"응. 코테가와를 집에 바래다주고 오는 길이야. 글쎄, 다들 우산이 없어서 내쪽만 빤히 쳐다보고 있더라니까. 그러다가 제일 먼저 우산 좀 씌워달라고 한 게 코테가와.
용기있는 자가 우산을 얻는다, 라고 해야 하나?"
"그, 그렇군요."
남자들은 애초에 논외고, 여자애들도 료스케에게 우산 씌워달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주로 그 외모적인 의미로.
유이는 그런 제한에서 자유롭기는 했지만… 그런 그녀로서도 같이 우산을 쓰자는 부탁을 하는 것은 꽤나 큰 용기를 필요로 했다.
한 우산을 쓰고 나란히 집에 가는 길에,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고 태연한 료스케를 보면서 묘하게 울컥한 나머지 그 섬세하지 못한 옆구리에 살짝 꼬집기가 들어간 것도 사소한 일이다.
'한 우산을 쓰고… 아이아이카사(相合傘)? 코테가와 언니랑?'
그 모습을 상상하고 질투를 한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여간, 집에 바래줄테니까. 이런 데 오래 있으면 감기걸린다고."
"예? 고… 고마워요."
미캉은 료스케가 내민 손을 엉겁결에 잡고 일어났다.
그리고 차가워진 자신의 손에 남겨진 뜨거운 손의 감촉 때문에 다시 고동이 높아졌다.
집까지 데려다준다는 건 한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걷는 다는 것… 새삼스레 부끄러워져서 행동이 늦었다.
어느새 밖에서 우산을 펼치고 입구에 서있던 료스케가 미캉을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뭐해? 빨리 가자."
"네… 지금 가요."
***
빗속을 나란히 걷는다.
어깨를 맞대고 걸어간다고 해도 좋겠지만, 료스케는 고등학생이고 미캉은 초등학생.
실상 미캉의 머리 끝보다 료스케의 어깨가 약간 더 높았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미캉은 조금 더 자신의 키가 컸으면 좋았을 거라고 속으로 불평을 했다.
우산은 료스케가 왼손으로 잡고 있었고, 미캉의 짐은 그 반대쪽 손에 들고 있었다.
같이 우산을 쓴다는 것에 당황하고 있던 사이, 멋대로 료스케가 오른손에 들어버린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요즘 있었던 신변잡기를 이야기하는 료스케의 옆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더니, 료스케가 그 시선을 눈치채고 의아한 듯 물었다.
"응?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저기. …접었을 때는 몰랐는데 우산이 참 팬시하네요."
"나 의외로 이런 것 좋아하니까. 어울리지 않아?"
"예. 어울리지 않아요."
"…그렇겠지."
밖에서 볼때는 그냥 노란 우산일 뿐이었는데 펼쳐놓은 안쪽은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떠 있었다.
주위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지만 두 사람이 걸어가는 곳은 항상 쾌청한 파란 하늘.
갑작스런 비 때문에 우울해졌던 기분이 좀 풀리는 듯 했다.
"그래도 멋지네요. 우리 둘만 딴 세상에 있는 것 같아요."
"마음에 들어?"
"예. 지금까지 본 우산 중에 제일 예뻐요."
"응. 코테가와도 그렇게 말하더라고."
'또 코테가와 언니. 이렇게 옆에 있는 사람을 두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는 건 실례 아닌가요?'
막 좋아지던 기분이 다시 급전직하.
평소의 모습을 보면 상상하기 힘들지만, 의외로 료스케의 주변에는 그에게 호감을 가진 여자애들이 여럿 있었다.
'코테가와 언니랑은 학교에서 자주 함께 있고, 이렇게 이야기 할 때도 불쑥 나오는 일이 많고.
그 낯가림 심한 야미씨가 무척이나 허물없이 대하고 있고(의외로 폭력을 동반하는 때가 많지만).
오시즈씨도 현대를 살아가게 되면서 꽤 의지하고 있는 것 같고. 그리고 또…'
액막이라던 수염과 금발이 외모를 깎아내려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외모에 대한 거부감을 뚫고 이 사람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사람이 자신 외에도 여럿 있다는 것이 뿌듯하면서도 초조했다.
이런 저런 복잡한 심경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더니 료스케도 그것이 신경쓰였던 모양이다.
"아, 역시 우산이 좁아서 불편하지? 조금만 참아. 그리 멀지 않았으니까."
"그런 게 아니에요. 그냥… 아."
자신을 배려한다고 조금 멀찍이 거리를 두려는 료스케를 보고, 젖어있던 오른쪽 어깨가 떠올랐다.
유이에게 우산을 씌워주느라 자신의 어깨가 젖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것을, 총명한 미캉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쪽으로 자상한 료스케였으니까.
잘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도 료스케의 어깨는 조금씩 젖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날 상대하면서는 그렇게 사양하지 않아도 좋을텐데.'
보슬보슬 내리는 비 때문에 센티멘탈해진 기분과, 료스케가 자신을 마냥 아이로만 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초조함.
오늘 사치에와 마미의 대화를 들으면서 '나도 조금 용기를 내어보는 게 좋지않을까'하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 합쳐져서,
미캉은 평소와 달리 크게 발돋움을 해 보았다.
오른쪽에 매고 있던 가방을 왼쪽으로 옮겨 매고.
"저, 저기, 미캉양?"
우산을 받치고 있는 료스케의 왼팔에 자신의 팔을 두르…려 했으나 신장차이로 실패(조금 분했다).
대신에 놓치지 않도록 꽉 잡은 뒤에 료스케쪽으로 몸을 밀착시켰다.
"우산, 어깨 젖지 않도록 잘 쓰세요. 우산 주인이 빌려쓰는 사람보다 더 젖는다는 것도 좀 그렇잖아요?"
"어, 별로 상관없는데."
"제가 거북해서 그래요."
"미캉이 그렇게 말한다면…"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져서, 충분히 둘 다 빗물에 젖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다만 료스케는 옆에 달라붙은 미캉을 의식하게 되었는지 말이 뚝 끊겨 있었다.
'우산을 씌워줄 때는 아무렇지 않다가 왜 갑자기 의식하는 건가요. 이쪽까지 갑자기 어색해졌잖아요, 료스케 오빠 바보…'
아니, 어쩌면 이 상황에서 의식하지 말라는 것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캉 자신이 무의식중에 그것을, 자신을 여자애로서 인식해주길 바랐을지도.
손에 잡고 있는 료스케의 탄탄한 팔을 느끼면서 미캉은 자신의 행동이 무척 대범한 것임을 뒤늦게 실감하고 있었다.
긴장한 나머지 빗소리도 거의 귓가에 들리지 않았다.
그저 한걸음 한걸음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옮길 뿐.
10분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일텐데, 오늘 따라 무척이나 멀게만 느껴졌다.
이윽고 미캉의 집에 거의 도착하여 눈 안에 들어올 정도가 되었을 때.
료스케가 갑자기 미캉의 어깨를 잡아 돌려 세웠다.
"꺅!?""
─촤아아아아악
도로를 내달리는 자동차의 타이어에 튀긴 물이 료스케를 덮쳤다. 물론 미캉은 료스케가 감싸준 덕에 거의 젖지 않았다.
"푸읍… 얼굴까지 튀었잖아. 빗속에서 운전을 저렇게 하면 어쩌자는 거야."
"아, 저기, 고마워요 료스케 오빠."
"괜찮아, 이 정도 쯤."
놀라서 터질듯한 가슴을 애써 쓸어 내리며 료스케에게 예를 표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었다.
(이런 길 한복판, 거의 집 앞에서?)
(다행히 거리에 아무도 없지만.)
(료스케 오빠, 대담해.)
(아,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하지만 료스케 오빠라면─)
"미캉?"
"흐엑?!"
"괜찮은거야? 얼굴이 빨간데."
"아. 괘, 괜찮아요."
또 자신을 걱정해주는 료스케에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버린 것을 자책하던 미캉은 료스케의 옆얼굴이 웅덩이의 물로 젖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잠깐만요 료스케 오빠. 얼굴이 다 젖어서…"
"우엑. 좀 찝찝한데."
"지금 닦아드릴테니까 조금 머리를 숙여주세요."
"어? 아…"
주머니에서 애용하는 분홍빛 손수건을 꺼내서 료스케를 재촉했다.
조금 부끄러워하면서도 순순히 무릎을 낮추고 눈을 감은 료스케의 얼굴.
미캉은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고 료스케의 얼굴을 이마, 눈가, 뺨을 거쳐서 턱수염까지 조심스레 물기를 닦았다.
닦으면서 무심코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그만 '의외로, 잘생겼네.' 같은 생각을 해 버린 건 이른바 '콩깍지'라고 하는 것일지도.
"저기, 다 끝났어?"
"(움찔)아, 아뇨 아직 조금."
작업을 다 마치고 나자 료스케는 미캉을 보고 웃어 보였다.
"땡큐, 미캉."
"벼, 별 말씀을요."
억지 웃음을 지을 때의 료스케는 좋아한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지금 보아도 약간 무섭지만(본인 말로는 기타노 스마일?이라던가),
지금 눈 앞의 자연스러운 웃음.
마음을 허락한 상대에게만 종종 보이곤 하는 이 미소는.
언제나처럼 미캉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우웃. 그거, 반칙…"
"응? 뭐라고 했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
료스케는 미캉을 집까지 바래다주고 바로 돌아갔다.
꽤 젖었으니 잠깐 들러서 씻고 가는게 어떻냐고 제안했지만 료스케는 이를 사양하고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미캉은 조금 아쉬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으로 여겼다.
오늘의 자신은 정말 평소의 자신답지 않았다.
쉽게 질투하고, 금방 망상에 빠지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놀랍도록 대담한 행동을 취하기도…
'정말, 나 답지 않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대개 이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료스케 오빠가 여기에 남아있었더라면 무슨 짓을 했을까.'
실로 말 못할 흑역사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근 상태에서도 오한이 들었다.
'료스케 오빠는 상냥하니까 내가 무슨 이상한 행동을 해도 받아줬을 것 같아도.'
틀림없이 자신의 연심은 들켜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애초에 오늘의 행동들은 꽤나 아슬아슬한 선을 타고 있어서, 어쩌면 료스케도 어렴풋이 눈치를 챘는지도.
그저 '누가 날 좋아해줄리가 없잖아' 라고 약간 자신에 대한 호의에 비관적인 그 성격에 기대하는 수 밖에.
미캉은 소심한 겁쟁이인 자신을 탓했다.
자신의 마음을 눈치 채주었으면 하는 반면에, 만약 그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또 눈물이 나올 뻔 하는 것을 애써 참았다.
그러니까 지금은 이대로가 좋다.
자신이 조금만 더 자라서, 몸이 자란만큼 마음도 자라서.
료스케에게 고백할 만큼의 용기를 모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나요? 료스케 오빠."
다시 그 이름을 입에 담고는, 아직 직접 전하지 못하는 한 마디를.
"…좋아, 해요."
듣는 이 없는 소녀의 고백은 수증기 자욱한 욕실안에 울려 퍼졌다.
###################
으어...
오글오글 orz
야미와 룬은 올라왔는데 정작 미캉이 없길래...
본편에서도 좋아하는 사람을 물었더니 '아빠를 닮은 사람' 이라는 대답이 나오는 걸 보면 확실히 자각은 있는 듯한 미캉양입니다.
고백은 많이 받아봤지만 스스로 남에게 고백해본 일은 없었는데.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이단 옆차기 본편의 전개를 기대합니다. 루트님 화이팅;;
결말 부분의 IF 루트 짤막한 두 편을 자창게에 올립니다. 그쪽도 봐주세요.
IF 루트(흑역사)
아. 최근에 다크니스 1~4권을 질렀는데
원어판. 응24에 예약한 다음날(4권 발매 전이라 예약으로), 무삭제 정발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접했습니다;
수입도서라 취소도 안되고.
그냥 오른쪽 모서리에 19세미만 구독불가 라벨이 없다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 겠습니다.
~~~
3권 표지의 칠판을 보고 생각나서 만든
본문 이모티콘 요약.
♡
╱╲
╱ │ ╲
╱ │ ╲
╱ │ ╲
▔▔▔▔▔▔▔▔
아 │ 유
키 │ 우
츠 │ 키
료 │ 미
스 │ 캉
케 │
==============================
비오는 날의 이야기가 참으로 좋고도 좋았습니다+_+
미캉의 행동이나 말이 훈훈해서 정말...=///=b
...근데 저기까지 진도가 나가려면 앞으로 연재를 얼마나 더 해야 되는거지?=ㅅ=?;;;
위의 작품 뒤에 이어지는 절삭기님의 3차 창작입니다.
[트러블3차] 나는 이단옆차기 - 비오는 날 IF 루트(흑역사) 두편.
그야말로 흑역사.
###########
번외 흑역사 1)
료스케는 미캉의 권유에 따라 유우키가에 들어섰다.
미캉이 먼저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료스케에게도 욕실에 들기를 권했다.
촉촉히 젖은 웨이브진 흑발, 어쩐지 좋은 향기가 나는 파자마 차림의 미캉에게 두근거린 것은 비밀.
"으어~ 좋다아…"
욕조 안에 늘어져서 아저씨같은 대사를 내뱉는 료스케.
그래도 남의 집 욕실을 빌리고 있는 이상 길게 죽치고 있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다.
젖어버린 옷은 미캉이 드라이기로 말려주기로 했다.
그 전에는 리토의 츄리닝을 빌려 입는 걸로 되었다.
지금 한창 말리는 중인지 거실에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다 말리는 걸 확인하고 나갈까나."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은 료스케는 욕조에 느긋이 누워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료스케의 인간을 뛰어넘은 청력은 거실의 드라이기 소리, 그에 살짝 묻히는 TV 버라이어티 방송의 소리, 조금 약해졌지만 아직도 멈추지 않은 창 밖의 빗소리까지 민감하게 포착해냈다.
「응. 이제 다 말랐네.」
"오. 그럼 슬슬…"
욕조에서 일어나 샤워기로 몸을 가볍게 씻었다.
「뽀송뽀송해.」
"미캉이 잘 말려준 모양이군."
「…좋은 냄새가 나.」
"헤에, 좋은 냄새… 어?"
「료스케 오빠의 냄새…」
"!?"
(부비적. 꼬옥)
「스으읍. 하아아…」
'이, 이게 무슨 일이람!'
이 시점에서 미캉의 패인은 단 하나.
료스케의 청력을 얕보고 있었다.
「으응… 료스케 오빠아…」
'으아아아, 미캉양!?'
「좋아해요, 오빠…」
자신의 셔츠에 얼굴을 묻고 작은 소리로 고백하는 미캉.
료스케는 더 이상의 자극을 참지 못하고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미캉은 그 뒤로도 한참을 셔츠에 몰두했고, 료스케는 한동안 그렇게 방치되었다.
감기에 걸려버린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
는 킁카킁카(...)
내여귀 쿠로네코양의 킁카킁카 매드무비를 같이 재생하시면 좋습니다.
###########
번외 흑역사 2)
료스케는 미캉의 권유에 따라 유우키가에 들어섰다.
미캉이 먼저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료스케에게도 욕실에 들기를 권했다.
촉촉히 젖은 웨이브진 흑발, 어쩐지 좋은 향기가 나는 파자마 차림의 미캉에게 두근거린 것은 비밀.
"으어~ 좋다아…"
샤워꼭지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물을 느끼며 료스케는 아저씨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어서 몸을 씻고 욕조에 몸을 푹 담그고 싶은데…
'아, 그러고보니 저 욕조물은…'
미캉이 몸을 담갔던 물.
필시 미캉의 그 작은 몸에 담겨진 색기가 저 물에 진하게 우려나서(자체검열)
"핫! 내가 무슨 생각을!"
어쩐지 저 욕조에 몸을 담그는 행위가 굉장히 파렴치한 행위처럼 느껴져서, 료스케는 번뇌를 누르기 위해 소수를 외우고 트리퍼 퇴치의 일환으로 암기해둔 반야심경도 외웠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수상행식역부여시 사리자…"
그러다가 문득 탈의실 쪽에서 기척이 나는 것을 깨달았다.
번뇌를 쫓아내느라 주위에 신경을 쓰지 못한 탓이었다.
누구인지 확인할 필요도 없이, 미캉임이 분명하다.
"저기, 료스케 오빠?"
"어, 어? 무슨 일이야 미캉?"
료스케는 조금 당황해서 타월로 하반신을, 손으로 앞가슴을 가리며 용건을 물었다.
"료스케 오빠는 어른이니까… 미캉의 알몸을 봐도 야한 마음이 들거나, 하지 않는 거죠?"
─푸우우우우욱!!!
방금 전까지 번뇌에 시달리고 있던 청소년(어른이 아니다)에게는 너무 벅찬 일격이었다.
료스케는 비강 점막의 파열을 느끼며 정신줄을 놓았다.
"…는 농담이고, 등 밀어 드릴게요."
대답이 없다.
"어라? 료스케 오빠?"
대답이 없다(2).
"무슨 일 있어요? 료스케 오빠?"
대답이 없다(3).
"저기, 대답 좀… 혹시!?"
불길한 예감에 황급히 욕실 문을 열고 들어온 수영복 차림의 미캉이 목격한 것은,
대량의 피가 살인현장과 같이 흩뿌려진 가운데에 바닥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료스케의 모습이었다.
"꺅!! 료스케 오빠아!!!"
역시 대답이 없다(4).
단순한 시체인 듯 하다.
그 후 료스케는 미캉의 보살핌을 받고 한 시간만에 깨어났다.
다행히도(?) 깨어난 그는 무슨 일로 쓰러졌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단지 뭔가 무서운 것의 편린을 맛보았다는 느낌만 강하게 남아있었다.
결국 자신도 알 수 없는 충동에 대담하게 료스케를 흔들어 보려던 미캉의 행동은 그를 죽음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아무리 부끄러워 해도 엎질러진 물은 주워담을 수 없는 법.
이날의 일은 오로지 미캉만의 흑역사로 남아서 이따금 떠올릴 때 마다 침대 안에서 죽을만큼 부끄러워 했다고 한다.
"난 정말 바보…(훌쩍)"
############
는 나데코 드립의 유혹 루트.
물론 장난. 하지만 료스케는 생사를 헤맵니다.
역시 바케모노가타리의 해당 대사를 틀어놓고 보시면 좋습니다. 하나자와 보이스!
오늘은 일창게/자창게/창그게/신사게 4대 게시판에 하나씩 올렸습니다. 시간 있으신 분들은 체크해주시면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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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카킁카에서 빵 터졌죠ㅋㅋㅋ
과연 미캉이라면 료스케를 모에사 시킬수 있겠죠=w=b
무서운 소녀입니다~+ㅠ+b
떠돌이님이 올려주신 3차 창작입니다.
[트러블3차TS]이단옆차기 - 아카츠 료우코의 탄생
솔직히 말하자.
팬픽은 커녕 망상낙서지만 여기는 자창게니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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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료스케에겐 꿈도 희망도 없을 이야기입니다=w=;
암튼 보고나서 저 상황에 빠진 료스케의 신세에 잠시 애도를 표했습니다.^^;
본편에서야 이런저런 특이한 설정 같은걸 덕지덕지 붙이진 않으니까 딱히 문제가 발생하진 않겠지만요=w=ㅋ
다시 한번 축전 감사드려요~*^^*
떠돌이님이 올려주신 위 작품의 후속작입니다.
[트러블3차TS]이단옆차기 - 아키츠 료우코의 인연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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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묵시록님의 작품이 모티브라면 설마 키...(거기까지)
둘다 안습한 꼴을 당하게 되는군요^^;;
후속편을 써주신 떠돌이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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