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배우는 것.
「분실물은 경찰서에 맡기는 거란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고 내가 처한 상황은 바로 그 예외에 해당한 경우였다.
물론 내가 그 분실물을 슬쩍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다던가 한건 아니다.
분실물을 경찰서에 가져갔다가 킬러로 오해받아서 경관에 의해서 총알세례를 받았던
'기타노 세○치로'와 같은 경험을 할까봐 경찰서 가기를 꺼리기 때문도 아니다.
전봇대에 붙은 수배전단지로 눈을 돌리던 사람들을 만난 경험은 있는데...
요지는 이게 아니고...경찰서에 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분실물의 주인을 내가 알고 있다는것 때문이다.
이경우 경찰서에 분실물을 맡기는건 번거로운 일이겠지.
차라리 내가 직접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게 빠르고 확실하겠지.
그렇게 생각했기에 그렇게 행동했다.
하지만...잃어버린 물건을 되돌려준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험난한 일일 줄은 그때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부스럭-
툭...
"어라? 이건..."
세탁기를 돌리기 위해 세탁할 옷을 골라내던 중,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교복 바지 주머니에서 조그만 팔찌가 떨어져 내렸다.
하트모양 장식과 더불어 약간 독특하게 디자인된 금속형 팔찌.
라라가 쓰던 팔찌형 워프 장치 「뿅뿅워프군(개량형)」이다.
생체 단위의 단거리 워프가 가능하지만,
입고 있는 옷같은 것은 워프가 불가능한 아이템.
만든 사람이 천연 소녀 라라가 아니었다면
제작 의도가 정녕 '워프'인가, 아니면 '에로틱한 연출'인가 의심해 봤을 괴작이다.
...그런데 이게 대체 왜 내 바지 주머니에 있는거지?
잠시 고민을 하던중 바지에 잔뜩 뭍은 먼지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흙탕물이 말라붙은 흔적과 석고가루.
아, 며칠전 구교사에서 난리를 피우면서 엉망이 된 바지가 이거로군.
그땐 나도 워낙 정신이 없었던지라,
라라에게 돌려준다고 챙겨놓은 뿅뿅 워프군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채로 세탁물통에 넣어뒀었나보다.
라라는 내가 이걸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테니 혹시나 아직까지도 계속 워프 장치를 찾고 있는건 아닐까?
은하계에서 이름높은 천재라지만 덜렁대는 아가씨라서 뿅뿅 워프군을 잊고 있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뭐, 엄청난 발명품들을 하루만에 뚝딱 만들어 내니까 이걸 잃어버렸다고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것 같지만...
아무튼 이건 챙겨뒀다가 내일 학교에서 라라에게 돌려줘야겠다.
다음날.
복도를 걷던중 「풍기위원 회의실」에서 나오는 코테가와를 만났다.
왼손에 턱을 괴고 눈썹을 찌푸리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넸다.
"여~ 좋은아침이야 코테가와."
"아키츠군?"
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코테가와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아침부터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어?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는거야?"
"...걱정거리라고요?"
순간 코테가와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저벅저벅 뚜렷한 발소리를 내며 내쪽으로 가까이 다가온 코테가와는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 보았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는 코테가와의 시선에 무심코 한걸음 뒤로 물러서 버렸다.
"저기...그렇게 바라보면 아무리 나라도 부끄러운데 말야..."
가까워진 코테가와 때문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져서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부끄럽단 말이죠?"
코테가와는 내 반응에 즐거운 듯 생긋 웃었다.
유려한 호선을 그리며 부드럽게 미소지은 입술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입 아래까지만.
장담컨데 절대로 코테가와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쌍심지를 켠듯 부릅뜬 두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 말을 하는건 요 입인걸까요 아키츠군~?"
쭈우욱-!
"에, 에햐?(에에?)"
코테가와의 손에 잡힌 볼이 양옆으로 늘어나면서 바람새는 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난데없이 볼이 잡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코테가와를 바라보았다.
대체 무엇 때문에?
아무래도 방금전 내 말이 코테가와의 분노를 부채질한 것 같았다.
"부끄럽다는 사람이!
학교에서! 교내 제일 불량이란 소리나 듣고!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 와선 「천(千)의 여자를 품은 양아치」라느니!
「최종귀축 양아치」 따위의 소리를 듣고 있는건가욧-!"
꽈악-!
"아햐햐~!?(아야야!?)"
볼이 꼬집히면서 살짝 눈물이 배어 나왔다.
아, 아파?! 농담 아니고 정말로 아파?!
"입학했을때부터 말했었죠?
학생의 본분은 단정함이라고.
게다가 당신도 그 불량한 외모를 눈감아 주는 조건으로
얌전히 학교 생활을 하기로 약속했잖아요!"
"하호헤허효!(잘못했어요-!)"
오, 오랜만에 보는 코테가와의 화난 모습이다...
캬릉-! 하며 소리를 낼듯, 사나운 고양이 같은 기세로 몰아붙여오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볼이 아픈가운데 식은땀이 났다.
풍기위원 회의실 안에 남아있던 다른 풍기위원들은 회의실 문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프닝 때문에 차마 밖으로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아직 열려있는 회의실 문을 닫을 생각도 못한채, 문에서 멀찍이 떨어져 회의실 안에 뭉쳐 있으면서 저마다 작은 소리로 쑥덕거렸다.
「...봤냐?」
「봤어. 사정없이 닥달하고 있는데?」
「과연 '맹수 조련사'... 저 아키츠 료스케를 저렇게까지 몰아붙일 줄은.」
「저 불량배가 저렇게까지 당하는 모습은 처음봐요.
중학교 시절의 저 사람에겐 눈만 마주쳐도 지리는 남학생들까지 있었다는데...」
「1학년인 넌 아직 모르는건가?
저녀석이 바로 사이난 고교 풍기위원의 '대(對) 아키츠 료스케용 최종병기' 코테가와 유이다. 」
「코테가와 유이 선배?」
「아, 세자리수가 넘는 불량배들이 덤벼들어도 상처하나 없었던 녀석이 저 아키츠 료스케다.
괜히 최흉 양아치니, 야쿠자 2세 소리를 듣는게 아니지.
그런데 입학후 며칠도 안되서 그 아키츠 료스케를 굴복시킨게 저 코테가와 유이라고.
폭주하는 아키츠 료스케를 통제할수 있는게 바로 코테가와지.」
「언니(お姉さま)라고 부르고 싶어요...」
「진정하고 로사리오는 내려놔.」
...모르는 사이에 여자 후배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구나.
축하합니다 코테가와.
내용은 들리지 않았겠지만 회의실에서 수근거리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곤,
문앞을 가로막고 떠드는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코테가와는 잡고있던 내 볼을 놓아주었다.
"으우우...아침부터 졸음이 확 깨버렸네..."
얼얼해진 뺨을 양손으로 감싸쥐면서 앓는 소리를 내는 날 보던 코테가와는
팔짱을 끼곤 흥- 하고 콧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아침부터 아키츠군 때문에 회의 도중 고생한걸 생각하면 많이 봐준거에요."
"어...나말야?"
설마 며칠전 라라와의 결투 이후에 퍼진 소문 때문인가?
"그래요. 그나저나 문앞에서 계속 이야기 하는것도 실례니까 이만 돌아가죠.
어차피 교실에 가면 알게 되니까요."
잠시 멍해 있다가 몸을 돌려 걷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정신을 차리곤 황급히 뒤를 쫓았다.
오늘 풍기위원회에서 뭔가 공지할 사항이라도 있는건가?
발걸음을 맞춰 코테가와의 옆에 나란히 선채 얼얼함이 가신 뺨을 살짝 매만지며 교실로 향했다.
"...와 같은 이유로 풍기를 어지럽히는 학생의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에 풍기위원회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며칠동안 학생들의 품행을 지켜본 뒤 「풍기강화주간」의 입안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교실에 들어선 코테가와가 풍기위원회에서 논의된 사항에 대해 학급에 알렸다.
최근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에 대해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풍기위원회에서는 판단했나보다.
...설마 학교에 별의별 괴담이 나도는 것도 원인인건가.
방금전 풍기위원 회의실 앞에서 당했던 걸 떠올리면 아마도 맞겠지.
풍기강화주간이 시행되면 여러모로 내 차림새는 위험수위로 판단될테니까 나로선 풍기강화주간이 입안되지 않도록 얌전히 지내는게 나을듯 하다.
내가 그렇게 생각할 동안 코테가와는 학생들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있었다.
"지켜주셔야 할 점은 간단해요.
교복외의 차림을 하는것은 금지입니다.
특히 아키츠군은 주의하세요."
순간적으로 클래스메이트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아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그렇게 한꺼번에 쳐다보면 좀 무섭다고.
「...하긴, 저 모습이 가장 파격적이지.」
「교칙위반의 표본이니까.」
「풍기강화주간이 되면 아키츠군이 가장 위험하겠지?」
「풍기위원실에 자주 불려나갈지도.」
...걱정해주는건지 아니면 얘깃거리 삼는건지 모르겠다.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되도록 조심할꺼라고.
수염이랑 액세서리를 없애는건 무리지만.
"당연하지만 교내에서 파렴치한 행위를 한다거나
학교에 필요없는 걸 가지고 오는 것도 금지입니다.
특히 아키츠군은 주의하세요."
"...왜 또 나야?"
방금전 얘기했는데 또 언급하는건 괴롭히는거야?
"중요하니까 두번 말했습니다."
"......"
킥킥- 거리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코테가와는 헛기침을 하곤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만약 풍기강화주간이 입안될 경우 교칙위반사항에 대한 감점을 적용하며,
감점이 10점을 넘으면 반성문을 제출해야 합니다.
그러니 당분간 품행에 주의해 주시길 당부드리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코테가와는 말을 끝내고 내 오른편 책상에 앉았다.
오른손으로 뺨을 괸채 위아래로 나를 흘겨보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주저하다가 물었다.
"저기...코테가와.
혹시 아침에 화난거 아직 안풀렸어?"
아침에 풍기위원실에서 만났을때부터 약간 기분이 안좋은듯한 코테가와였는데
혹시 다른 풍기위원들에게 나 때문에 안좋은 소리라도 들은건가?
조심스레 물어오는 내 모습에 코테가와는 왼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
"손."
"?"
턱-.
어리둥절한채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코테가와의 왼손바닥위에 올리자
코테가와는 뺨을 괴던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곤 한숨을 내쉬었다.
"...왜 반응하는건가요 아키츠군?"
"그러니까...무심코?"
고개를 왼쪽으로 갸웃하며 대답하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코테가와는 살짝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귀여운척 하지말아요. 징그러우니까."
"심해!?"
쇼크받은 시늉을 하자 날 보던 클래스 메이트들은 헛구역질을 해댔고,
정면에서 바라보던 코테가와는 못볼걸 봤다는 표정으로 내 뺨을 밀쳐냈다.
"무서운 얼굴 하지 말고 저리 치워요."
"나름대론 동정을 권하려는 의도였는데."
"그 표정이 불쌍한 표정이라면 아키츠군의 표정관리도 알만하네요."
"...그렇게 심했어?"
"먹잇감을 눈앞에 둔 짐승같은 눈매였어요."
"......"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앞으론 조금은 표정관리에도 신경을 쓰자.
"그리고 앞으론 손을 내민다고 이런식으로 곧장 반응하지 말아요.
...전 조련사 같은게 아니니까..."
아...설마 그것 때문인가?
아침에 풍기위원회의실에서 들었던「맹수 조련사」.
코테가와로서는 듣기 싫어하는 별명을 풍기위원회의 도중에 들은건가.
나랑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던 도중에 들어서 저렇게 날이 선 반응이 나온건지도.
약간 뾰루퉁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린 코테가와는 조례시간이 되어 호네카와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이내 얼굴을 바로하곤 자세를 가다듬었고 나도 얌전히 앉아 조례사항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조례후 연이어 진행된 1교시가 끝나고 쉬는시간 벨이 울렸을 때, 문득 떠오른 일이 있었다.
아침에는 시간이 없던 나머지 라라에게 「뿅뿅 워프군」을 돌려준다는걸 잊고 있었다.
교실 한쪽에서 리토랑 즐겁게 이야기 하고 있는 라라를 확인하고 가방에서 뿅뿅 워프군을 꺼냈다.
그대로 일어서 라라가 있는 방향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어깨를 잡아오는 손이 있었다.
"...아키츠군."
"코테가와?"
몸을 살짝 뒤로 돌리자 눈썹을 치세운 코테가와가 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에 한 이야기가 기억나지 않나보죠?"
"응?"
"지금 하고 있는 액세서리도 교칙위반인데 또 새 팔찌를 가져오다니...
이건 압수하겠습니다!"
약간 화가 난 표정으로 내 손에서 팔찌 모양의 뿅뿅 워프군을 잡아채려는 코테가와의 행동에 살짝 몸을 뒤로 빼면서 변호했다.
"아니 이건 팔찌가 아니...「기잉-」!"
...순간 워프 머신에서 빛이 났을 때의 내 표정은 뭐라고 표현해야 하려나...
'웅성웅성~''술렁술렁~'하는 효과음과 함께 쉴새없이 식은땀을 흘리는 도박묵○록의 패배자들의 모습을 떠올려주면 되겠다.
빛이 몸을 감싸는 가운데 놀란듯 눈이 크게 뜨여진 코테가와의 얼굴을 망막에 새기며 익숙해지지 않은 감각에 몸을 맡겼다.
파앗-
덜컹-!
등과 양팔에 닿은 차가운 금속의 느낌에서 비좁은 장소로 워프된걸 알수 있었다.
뒤통수를 벽에 부딪힐때의 딱딱하고 차가운 감촉에 무심코 신음이 새어나왔다.
"큿..."
"꺄악?"
"...에? 코테가와?"
"아, 아키츠군?"
코테가와도 워프 된건가?
그러니까 워프장치를 뺏으려고 날 잡고 있다가 함께 워프된거군요.
......알몸으로 말이네요.
서로의 품에서 느껴지는 맨살의 감촉에 나랑 코테가와는 동시에 경직되어 버렸다.
말랑말랑한 감촉에 굳은것도 잠시, 곧 상황을 인식하고 경악한 우리는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꺄아악!?"
"와아앗!?"
쿵-
깡-
"아얏!?"
"으윽?!"
...비좁은 공간이었지.
헛된 몸부림이었네요 허허.
제대로 팔을 들어올리지도 못할정도로 좁은 공간이라서 머리를 매만질수도 없는게 안타까웠다.
그나저나 대체 여긴 어디야?
뒤통수를 부딪혀 신음을 흘리던 코테가와는 이내 당황한 목소리로 나를 밀쳐내려 했다.
"저, 저리 비켜요 아키츠군!"
퍽- 덜컹-!
"윽...그렇게 말해도 여긴 뒤로 물러설 곳도 없다고..."
손으로 내 가슴을 밀어낸 코테가와 덕에 다시 한번 벽에 머리를 박고선 신음을 흘렸다.
"어, 어째서 우리가 이런곳에 있는거죠?
방금전까지만 해도 우린 교실에 있었잖아요?"
"내 손에 들려있던 팔찌 말인데,
그거 라라의 긴급 탈출용 아이템이야.
옷은 워프가 안되는 결함품이지만..."
"파...파렴치해!
그것보다 뒤로 좀 비켜요 아키츠군...!"
"그러니까 나 지금 등을 벽에 붙이고 있다니까?"
나랑 코테가와가 당황스레 움직이자 계속해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응? 방금전 울려대는 소리를 봐선 이 공간을 둘러싼 금속이 그렇게 두꺼운것 같진 않은데.
뭔가 캐비닛 같은걸까?
....혹시...?
"자, 잠깐만 코테가와.
아마도 여긴...「꺄하하하」「그게 말이야~」...!"
딸깍-
저만치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소란스런 소녀들의 목소리가 중구난방 들려왔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긴장한 코테가와가 목소리를 낮췄다.
"(아, 아키츠군. 여긴 설마...)"
"(...아마도.)"
예전에 라라가 워프장소로 설정해놓았던 「여자 탈의실」이군요.
지금 나와 코테가와는 옷을 보관하는 락커 안으로 워프된거고.
들키는 순간 난 사회적으로 끝장인건 두말할것도 없구나 하하...
"(우선, 학생들이 탈의실에서 나갈때까지 이대로 있을 수 밖에 없을까요...)"
"(...그래야겠지?)"
리토라면 알몸을 쬐어도 따귀 한대나 정좌로 설교 받는걸로 어떻게든 되었겠지만...
내가 그런 짓을 했다간 곱게 끝날것 같지 않다.
코테가와도 풍기위원으로서의 모범이 되려고 노력하는데
지금같은 상황에서 라라처럼 수치심 없이 나갈수도 없을테고.
「역시나?」
「그렇다니까.」
재잘대며 이야기 하는 소녀들의 목소리에 숨죽이며 긴장하고 있는데 코테가와가 소근거렸다.
"(잠깐, 달라붙지 말아요 아키츠군!)"
"(난 이미 벽에 붙어 있다고!?)"
"(그런...)"
코테가와의 말이 아니더라도 나도 코테가와랑 맞붙어 있는 지금 상황에서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다.
몸을 포개듯 들러붙은 상태로 계속 있으려니 가슴과 허벅지에 닿은 부드러운 감촉에 이성이 날아갈것 같았다.
"(...응? 잠깐, 뭔가 닿았어...!
싫어. 이런 때 뭘 생각하는거에요?!)"
"(그, 그런말 해봤자 제멋대로...)"
제발 자중해줘 내 몸아...
이러다가 코테가와가 비명이라도 지르면 내 인생은 그대로 끝이라고?!
지금 상황에서 미싱 퍼플은 범죄다!
절박한 내 의지와는 별개로 피부와 피부가 맞닿은 가운데 사태는 점점 위험해져갔다.
"(잠깐, 움직이지말아요...!
이런 상태에서 움직이면...)"
부탁이니까 제발 그런 대사는 하지 마.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려고 한단 말야.
추잡한 상상을 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 속에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는데
이쪽으로 가까워 지는 발걸음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늦었네 늦었네~ 좀있으면 체육수업 시작이니까 서두르지 않으면~ 」
큰일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있는 락커를 열려고 하는것 같은데
이대로 문이 열린다면...!
순간 오른손을 코테가와의 옆구리로 뻗었다.
"(바, 바보! 뭘하려는...)"
덜컥-
"(...!)"
「어라?」
「왜그래?」
「그게...락커가 안열리는데?」
「고장난건가?
시간 없는데 그냥 다른 애 락커를 함께 써.」
「으...별수없나?」
...휴우.
멀어져가는 발걸음 소리에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정말이지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
손가락으로 락커 문을 붙잡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안그랬으면 상상하기도 무서운 결말이 있었겠지.
「빨리 가지 않으면 시작하겠어.」
「자 그럼 가볼까-」
하나둘 소리가 사라지고 어느덧 탈의실은 조용해졌다.
...달칵.
이윽고 락커 문이 열리고 나와 코테가와가 밖으로 빠져나왔다.
조용히 근처에 널린 옷을 주워 입고서 코테가와는 고개를 돌려 수건을 허리에 두른 나를 째려보았다.
눈가에 반쯤 눈물이 맺힌 상태로 코테가와는 양주먹을 들어 내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으악?"
"이 바보! 멍청이! 저질!
숨어있는 틈을 타서 대체 무슨 짓을 하는거에요!"
"미, 미안!
고의는 아니였어...!"
아프진 않았지만 울상을 지으면서 때려오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그저 얌전히 맞으면서 사과하는게 마음이 편할것 같았다.
한동안 나를 두들겨대던 코테가와는 이내 제자리에 주저앉아 훌쩍이기 시작했다.
"히끅...어째서, 왜 내가 이런꼴을..."
"저, 저기...미안해 코테가와..."
도를 넘어선 파렴치함에 우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엉거주춤 주저앉아 코테가와를 달랬다.
등을 토닥이며 코테가와를 달래고 있으려니 벌컥-소리와 함께 탈의실 문이 열리고
멍멍이 형태의 로봇과 함께 라라가 들어왔다.
"찾았다 유이~ 료스케~!"
"라라?"
「목표 탐색 완료임다.」
"수고했어~ 「킁킁 토레스군」"
냄새 추적형 로봇인가?
라라가 들고있는 옷가지를 보면 우리 옷의 냄새를 맡고 여기까지 쫓아올 수 있었나보다.
「아키츠~! 괜찮아?」
「코테가와 괜찮은거야?」
이윽고 다른 이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리토와 리사, 미오도 뛰어들어왔다.
우리의 모습을 확인한 리토가 안도한 표정으로 말을 건네왔다.
"갑자기 빛이 나고 옷만 남기고 둘이 사라져서 놀랐어.
또 라라가 이상한 발명품이라도 시험한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저번에 구교사에서 주웠던 뿅뿅 워프군을 돌려주려다가 오작동이 일어났어.
라라, 여기 뿅뿅 워프군."
"아, 고마워 료스케~
찾는걸 깜빡 잊고 있었어~"
혀를 내밀고 웃으며 라라는 워프 장치를 건네 받았다..
옆에선 코테가와에게 옷을 돌려주는 리사와 미오의 모습이 보였다.
"코테가와. 여기 옷."
"으응...고마워요."
"어라? 코테가와, 울었어?"
"처, 천만에요. 방금전 이동때 머릴 조금 부딪혀서 그런것 뿐이에요."
"에? 다치진 않았어? 유이?"
"그러니까 괜찮다니까요?"
놀라는 라라를 코테가와가 달래고 나자 리사는 나랑 리토를 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코테가와가 갈아입을수 있게, 아키츠군과 유우키는 밖에 나가있어~"
"아, 응."
"저기 말야...나도 지금 타월 하나만 걸치고 있다고...?"
탈의실을 나가는 리토의 모습에 당황해하며 모미오카에게 지금 내 모습을 상기시켰다.
리토는 그렇다 쳐도, 설마 나보고 반나체 상태로 복도에서 몸을 쬐고 있으라는건 아니겠지?
"별수 없네. 그럼 유우키만 나가있어.
아키츠군은 저기 구석에 뒤돌아서 있던가 하고.
혹시 코테가와의 몸매를 감상하고 싶어서 뒤돌아본다거나 하진 않겠지~?"
...미안합니다.
그보다 더한 짓을 했어요...
안그래도 방금전까지 몸이 멋대로 뜨거워져서 정신이 없었다고요.
"무, 무슨 파렴치한 말을 하는거야 모미오카씨!"
코테가와는 당황해하며 모미오카에게 항의했다.
방금전까지의 상황을 떠올렸는지 얼굴이 상기된 된채로 얼굴을 돌렸다.
"정말이지, 풍기를 어지럽히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흐응~?"
리사는 콧소리를 내며 코테가와의 뒤쪽으로 돌아서더니
별안간 왼손으로 코테가와의 왼가슴을 움켜쥐며 히죽거렸다.
"그런말 하게전에~
실은 파렴치한 몸으로 구성되있는 주제에~"
"......!"
난데없이 벌어진 성희롱에 코테가와는 얼굴이 새빨개진채로 굳어버렸다.
과연 성희롱적 스킨쉽이 잦는 리사.
남학생이 있는 앞에서 잘도 파렴치하기 그지없는 일을 해주시는군요.
움켜쥔 옷자락 위로 가슴의 볼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은 엄청나게 자극이 강했다.
그러던 중 리사는 갑자기 멈칫하더니 의아한듯 입을 열었다.
"어라? 이 감촉은...? 그러고보니 코테가와 지금 속옷..."
"저, 적당히 좀 하세요옷!!!"
황급히 리사를 뿌리치며 코테가와는 가슴 가리고 뒤로 물러나 가쁜 숨을 내쉬었다.
"대, 대체 뭐하는거에요 모미오카씨!"
"아핫~ 분위기 타다 보니까~"
"그걸 말이라고...게다가 아키츠군은 또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던거에요!"
"아니 나는 그저..."
주륵...
"...응?"
코에서 흘러내리는 뜨끈한 액체에 무심코 손가락을 갖다대었다.
손가락에 묻어 나온 붉은 피.
"어라? 료스케 괜찮아?"
"헤에? 아키츠군, 설마 흥분한거야?"
"코테가와의 몸매에 헤롱헤롱?"
"아, 아키츠군 당신...!"
놀랐다는듯 바라보는 라라, 놀잇감을 찾은듯 즐거운 눈매를 한 리사와 미오,
부들부들 몸을 떠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황급히 코를 막으며 변명했다.
"아, 아냐! 그런게 아냐!
이건..."
「「「이건?」」」
"......지적 호기심?"
나처럼 탐구심 넘치는 청소년이라면 코로부터 호기심이 흘러넘치는 경우도 있어.
결코 코피는 아니에요.
"이 변태---!!!
빨리 나가지 못해요!?"
퍽-!
"으악! 죄송합니다!"
분노한 코테가와가 던진 휴대폰에 얼굴을 맞곤 황급히 탈의실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던 리토가 소란스러운 탈의실 안의 소리에 당황한듯 내게 물어왔지만 딱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적당히 얼버무렸다.
다행히도 밖에 지나가는 학생들은 없었기에 잽싸게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물건 하나 돌려주려던것 뿐인데 이게 무슨 고생인지 모르겠다.
아침부터 코테가와의 설교를 듣고
알몸으로 워프당하는 일도 겪고,
자칫하다간 사회적, 윤리적으로 아웃인 상황까지 올 뻔했다.
안그래도 아침부터 신경이 예민해져있던 코테가와였는데
방금전 상황은 그야말로 불난곳에 부채질은 커녕 기름을 끼얻는것 같은 행위였다.
...나중에 코테가와한테 제대로 사과해야겠다.
코테가와랑 다른 아이들이 나올때까지 하릴없이 기다리던 중 방금전 집어든 코테가와의 휴대폰을 내려다 보았다.
액정에 시간이 떠있는 검은색 휴대폰과 휴대폰을 장식한 고양이 스트랩이 눈에 들어왔다.
...어라? 이건...
약간은 색이 바랬지만 귀엽게 웃고있는 고양이 얼굴.
크리스마스 때의 고양이 스트랩, 아직껏 하고 있었구나...
그때로부터 반년이 훨씬 지났기에 이미 새 스트랩으로 바꿨을꺼라 생각했는데.
...뭐, 나도 남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반대편 손으로 주머니에서 내 휴대폰을 꺼내든다.
지금은 살짝 때가 묻은 고양이 스트랩이 좌우로 흔들거리며 매달려 있었다.
- 당신에게 멋진 만남이 찾아오길...
"...멋진 만남...인가."
"아키츠?"
"아무것도 아냐."
의아한듯 쳐다보는 리토의 모습에 고개를 젓곤 잠시 생각에 빠졌다.
...저기 말야 코테가와.
그저 내멋대로의 생각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만약 지금도 네가 이 스트랩을 간직하고 있다면,
크리스마스 때의 교환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면...
이따금 떠오르는 그때의 추억에 쑥쓰럽게 웃던 날들은,
매만지다가 때가 묻은 스트랩을 조심스레 닦아내던 날들은...
소중한 추억과 선물.
그때의 추억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던거지?
제대로 된 추억 하나 갖지 못했던 소년 혼자만 빠져들어 있는
한심한 자기 연민의 굴레는 아니었던거지?
그때 크리스마스의 교환 이후로 많은 일들이 있었어.
겨울의 마지막 야미를 만나고, 리토와 라라를 만났어.
사키선배와 린, 아야 선배를 만나고 조금 무섭지만 학생들을 아끼는 미카도 선생님도 만났어.
만화가 사이바이 선생님의 화실을 찾아가고, 가정방문을 오신 하루코 선생님을 뵙기도 했지.
사야카와 코요미를 헌팅남들로 부터 도와주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휴대폰에 연결되어 있는 스트랩처럼,
그때 네가 기원해준 바람도 이어져가고 있어.
너의 바람처럼 내가 바랐던 날들도 이루어질수 있으려나?
스트랩에 매달려 흔들리는 두개의 고양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살짝 두 휴대폰을 맞대보았다.
이리저리 맞부딪히고 스쳐가는 고양이 스트랩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실없는 짓을 하고있는게 조금 부끄러워져 이내 휴대폰을 떼어놓곤 웃어버렸다.
"뭘 그렇게 실실 웃고 있는건가요 아키츠군?"
"아, 코테가와? 이제 나온거야?"
고개를 돌리자 여자 탈의실에서 나온 코테가와, 리사, 라라의 모습이 보였다.
코테가와의 시선이 내 손에 향한걸 보곤 코테가와의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휴대폰 여깄어. 그리고 방금전엔 정말 미안해."
"고마워요. 그런데 진심으로 사과하는거 맞나요?"
"물론이지~! 지금이라면 일만번이라도 기꺼이 사과할꺼라고~"
"...이상하게 즐거운것 같네요. 아키츠군?"
"기분탓이야 기분탓~"
손사래를 치는 내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코테가와는 시선을 내려 휴대폰 시계를 확인했다.
"우선은 교실로 돌아가는게 먼저겠군요.
벌써 예전에 수업 시작했다구요."
"에~ 기왕 늦은거 땡땡이 치면 안돼 코테가와?"
"안됩니다. 모미오카씨."
"땡땡이는 재밌는거야?"
조금은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 우리들은 교실로 돌아갔다.
앞장서 걷는 코테가와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채 흔들리는 고양이 인형이 보였다.
발걸음에 맞춰 앞뒤로 흔들리는 그 모습에 슬쩍 웃음이 흘렀다.
...이런 일상도 나쁘진 않아.
시끌벅적한 학교생활에 한숨을 쉬는 리토를 보며 미소짓곤 걸음을 옮겼다.
"...그나저나..."
"뭐죠 아키츠군?"
"...왜 난 여기서 반성문을 쓰고 있는걸까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시죠."
방과후, 풍기위원실에 남아서 반성문을 썼다.
이유?
명목상으론 복장위반 및 수업 지각.
실제로는 파렴치했던 해프닝에 대한 벌이었다.
지은 죄치곤 가벼운 벌이었는지라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채 감시모드에 들어간 코테가와의 옆에서 얌전히 반성문을 작성했다.
가끔씩 풍기위원실을 지나치던 학생들이 힐끗거리면서 내쪽을 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런 시선이야 하루 이틀도 아니었기에 무난하게 반성문을 완성해 제출하고 코테가와와 하교했다.
다음날.
"...그건 뭐야 코테가와?"
"묵주에요."
"응. 알고있어. 로사리오잖아. 근데 왜 그렇게 많아?"
"몰라요. 등교하는데 갑자기 이걸 건네면서 자기 목에 걸어달라는 여학생들을 만나서...
우선 가지고 있다가 방과후에 걸어달래요.
교칙위반이니까 목걸이 같은건 금지라고 공지했는데..."
"...내가 돌려줄께."
"에? 그러지 않아도...「내가 할께.」그, 그래요."
얼떨떨한 코테가와에게서 로사리오들을 건네 받았다.
그리고 가방에서 조용히 십자가 목걸이를 꺼내들었다.
오랜만에 사용하게 되는구나.
그러고보면 제 용도로 쓰이는건 오늘이 처음인가?
불량배들의 피와 땀이 스며있는 십자가 목걸이를 천천히 목에 걸었다.
방과후 교칙위반의 후배들에게 친절하게 로사리오를 돌려주었다.
겁먹은 그네들을 진정시킨 뒤, 목에 건 십자가 목걸이를 보여주곤 웃으며 말해주었을 뿐이다.
- 서열관계는 코테가와, 나, 너희들 순서라고.
폭력으로 얼룩졌던 목걸이도 가끔은 쓸모가 있네요.
「오라버님」이라고 불러보란 요구에 비명을 지르며 달아난 여학생들의 뒷모습을 보다가 입맛을 다시며 귀가했다.
========================================
(링크)
...네. 죄송합니다.
늦은데다가 분량도 참...=ㅅ=;;;
원래라면 이 뒤에 며칠간의 이야기를 더 연결시킬까 했는데...
연결이 좀 어색했기도 하고,
중간에 변경된게 생겨서 그냥 다음편에 넣기로 했습니다.-_-;
이편저편 써지는것 부터 썼더니 미완성된 글들만 생겨버렸...-_-;
나중에 미완성인편 마저 쓸땐 좀 편하겠지요 쿨럭...;
아무튼, 이제 20화네요.
앞자리수도 바뀌었으니 좀더 분발해야죠^^;
아, 그리고 코테가와의 존칭은 료스케에 대해서만으로 할까 조금 고민중입니다.
만화책 보시면 알겠지만 다른 친구들에겐 평대를 합니다.
그런데 원작에서도 가끔씩 공대를 섞어쓰기도 해서 어투를 어떻게 할지 고민되더군요^^;
그나저나 다크니스 말인데...
야미와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것 같은데
이제부턴 연애위주의 일상편은 볼수 없는걸까요?=_=a;
(사키양이라든가 하루코 선생님이라든가 기껏 이름이 공개된 조연 소녀 아라이 사야카, 시라유리 코요미라든가...)
p.s.1. 20화 관련 내용.
원작2화에서 리토와 라라가 락커 안에 함께 워프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원작74화의 풍기강화주간이 언급되었습니다. 현재 시점은 풍기강화주간이 있기 며칠~몇주전 쯤.
p.s.2.관련 이미지
뿅뿅 워프군 개량형
킁킁 토레스군
리사의 코테가와 성희롱
「분실물은 경찰서에 맡기는 거란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고 내가 처한 상황은 바로 그 예외에 해당한 경우였다.
물론 내가 그 분실물을 슬쩍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다던가 한건 아니다.
분실물을 경찰서에 가져갔다가 킬러로 오해받아서 경관에 의해서 총알세례를 받았던
'기타노 세○치로'와 같은 경험을 할까봐 경찰서 가기를 꺼리기 때문도 아니다.
전봇대에 붙은 수배전단지로 눈을 돌리던 사람들을 만난 경험은 있는데...
요지는 이게 아니고...경찰서에 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분실물의 주인을 내가 알고 있다는것 때문이다.
이경우 경찰서에 분실물을 맡기는건 번거로운 일이겠지.
차라리 내가 직접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게 빠르고 확실하겠지.
그렇게 생각했기에 그렇게 행동했다.
하지만...잃어버린 물건을 되돌려준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험난한 일일 줄은 그때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부스럭-
툭...
"어라? 이건..."
세탁기를 돌리기 위해 세탁할 옷을 골라내던 중,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교복 바지 주머니에서 조그만 팔찌가 떨어져 내렸다.
하트모양 장식과 더불어 약간 독특하게 디자인된 금속형 팔찌.
라라가 쓰던 팔찌형 워프 장치 「뿅뿅워프군(개량형)」이다.
생체 단위의 단거리 워프가 가능하지만,
입고 있는 옷같은 것은 워프가 불가능한 아이템.
만든 사람이 천연 소녀 라라가 아니었다면
제작 의도가 정녕 '워프'인가, 아니면 '에로틱한 연출'인가 의심해 봤을 괴작이다.
...그런데 이게 대체 왜 내 바지 주머니에 있는거지?
잠시 고민을 하던중 바지에 잔뜩 뭍은 먼지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저기 흙탕물이 말라붙은 흔적과 석고가루.
아, 며칠전 구교사에서 난리를 피우면서 엉망이 된 바지가 이거로군.
그땐 나도 워낙 정신이 없었던지라,
라라에게 돌려준다고 챙겨놓은 뿅뿅 워프군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채로 세탁물통에 넣어뒀었나보다.
라라는 내가 이걸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테니 혹시나 아직까지도 계속 워프 장치를 찾고 있는건 아닐까?
은하계에서 이름높은 천재라지만 덜렁대는 아가씨라서 뿅뿅 워프군을 잊고 있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뭐, 엄청난 발명품들을 하루만에 뚝딱 만들어 내니까 이걸 잃어버렸다고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것 같지만...
아무튼 이건 챙겨뒀다가 내일 학교에서 라라에게 돌려줘야겠다.
다음날.
복도를 걷던중 「풍기위원 회의실」에서 나오는 코테가와를 만났다.
왼손에 턱을 괴고 눈썹을 찌푸리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넸다.
"여~ 좋은아침이야 코테가와."
"아키츠군?"
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코테가와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아침부터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어?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는거야?"
"...걱정거리라고요?"
순간 코테가와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저벅저벅 뚜렷한 발소리를 내며 내쪽으로 가까이 다가온 코테가와는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 보았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는 코테가와의 시선에 무심코 한걸음 뒤로 물러서 버렸다.
"저기...그렇게 바라보면 아무리 나라도 부끄러운데 말야..."
가까워진 코테가와 때문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져서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부끄럽단 말이죠?"
코테가와는 내 반응에 즐거운 듯 생긋 웃었다.
유려한 호선을 그리며 부드럽게 미소지은 입술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입 아래까지만.
장담컨데 절대로 코테가와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쌍심지를 켠듯 부릅뜬 두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 말을 하는건 요 입인걸까요 아키츠군~?"
쭈우욱-!
"에, 에햐?(에에?)"
코테가와의 손에 잡힌 볼이 양옆으로 늘어나면서 바람새는 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난데없이 볼이 잡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코테가와를 바라보았다.
대체 무엇 때문에?
아무래도 방금전 내 말이 코테가와의 분노를 부채질한 것 같았다.
"부끄럽다는 사람이!
학교에서! 교내 제일 불량이란 소리나 듣고!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 와선 「천(千)의 여자를 품은 양아치」라느니!
「최종귀축 양아치」 따위의 소리를 듣고 있는건가욧-!"
꽈악-!
"아햐햐~!?(아야야!?)"
볼이 꼬집히면서 살짝 눈물이 배어 나왔다.
아, 아파?! 농담 아니고 정말로 아파?!
"입학했을때부터 말했었죠?
학생의 본분은 단정함이라고.
게다가 당신도 그 불량한 외모를 눈감아 주는 조건으로
얌전히 학교 생활을 하기로 약속했잖아요!"
"하호헤허효!(잘못했어요-!)"
오, 오랜만에 보는 코테가와의 화난 모습이다...
캬릉-! 하며 소리를 낼듯, 사나운 고양이 같은 기세로 몰아붙여오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볼이 아픈가운데 식은땀이 났다.
풍기위원 회의실 안에 남아있던 다른 풍기위원들은 회의실 문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프닝 때문에 차마 밖으로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아직 열려있는 회의실 문을 닫을 생각도 못한채, 문에서 멀찍이 떨어져 회의실 안에 뭉쳐 있으면서 저마다 작은 소리로 쑥덕거렸다.
「...봤냐?」
「봤어. 사정없이 닥달하고 있는데?」
「과연 '맹수 조련사'... 저 아키츠 료스케를 저렇게까지 몰아붙일 줄은.」
「저 불량배가 저렇게까지 당하는 모습은 처음봐요.
중학교 시절의 저 사람에겐 눈만 마주쳐도 지리는 남학생들까지 있었다는데...」
「1학년인 넌 아직 모르는건가?
저녀석이 바로 사이난 고교 풍기위원의 '대(對) 아키츠 료스케용 최종병기' 코테가와 유이다. 」
「코테가와 유이 선배?」
「아, 세자리수가 넘는 불량배들이 덤벼들어도 상처하나 없었던 녀석이 저 아키츠 료스케다.
괜히 최흉 양아치니, 야쿠자 2세 소리를 듣는게 아니지.
그런데 입학후 며칠도 안되서 그 아키츠 료스케를 굴복시킨게 저 코테가와 유이라고.
폭주하는 아키츠 료스케를 통제할수 있는게 바로 코테가와지.」
「언니(お姉さま)라고 부르고 싶어요...」
「진정하고 로사리오는 내려놔.」
...모르는 사이에 여자 후배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구나.
축하합니다 코테가와.
내용은 들리지 않았겠지만 회의실에서 수근거리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곤,
문앞을 가로막고 떠드는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코테가와는 잡고있던 내 볼을 놓아주었다.
"으우우...아침부터 졸음이 확 깨버렸네..."
얼얼해진 뺨을 양손으로 감싸쥐면서 앓는 소리를 내는 날 보던 코테가와는
팔짱을 끼곤 흥- 하고 콧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아침부터 아키츠군 때문에 회의 도중 고생한걸 생각하면 많이 봐준거에요."
"어...나말야?"
설마 며칠전 라라와의 결투 이후에 퍼진 소문 때문인가?
"그래요. 그나저나 문앞에서 계속 이야기 하는것도 실례니까 이만 돌아가죠.
어차피 교실에 가면 알게 되니까요."
잠시 멍해 있다가 몸을 돌려 걷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정신을 차리곤 황급히 뒤를 쫓았다.
오늘 풍기위원회에서 뭔가 공지할 사항이라도 있는건가?
발걸음을 맞춰 코테가와의 옆에 나란히 선채 얼얼함이 가신 뺨을 살짝 매만지며 교실로 향했다.
"...와 같은 이유로 풍기를 어지럽히는 학생의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에 풍기위원회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며칠동안 학생들의 품행을 지켜본 뒤 「풍기강화주간」의 입안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교실에 들어선 코테가와가 풍기위원회에서 논의된 사항에 대해 학급에 알렸다.
최근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에 대해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풍기위원회에서는 판단했나보다.
...설마 학교에 별의별 괴담이 나도는 것도 원인인건가.
방금전 풍기위원 회의실 앞에서 당했던 걸 떠올리면 아마도 맞겠지.
풍기강화주간이 시행되면 여러모로 내 차림새는 위험수위로 판단될테니까 나로선 풍기강화주간이 입안되지 않도록 얌전히 지내는게 나을듯 하다.
내가 그렇게 생각할 동안 코테가와는 학생들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있었다.
"지켜주셔야 할 점은 간단해요.
교복외의 차림을 하는것은 금지입니다.
특히 아키츠군은 주의하세요."
순간적으로 클래스메이트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아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그렇게 한꺼번에 쳐다보면 좀 무섭다고.
「...하긴, 저 모습이 가장 파격적이지.」
「교칙위반의 표본이니까.」
「풍기강화주간이 되면 아키츠군이 가장 위험하겠지?」
「풍기위원실에 자주 불려나갈지도.」
...걱정해주는건지 아니면 얘깃거리 삼는건지 모르겠다.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되도록 조심할꺼라고.
수염이랑 액세서리를 없애는건 무리지만.
"당연하지만 교내에서 파렴치한 행위를 한다거나
학교에 필요없는 걸 가지고 오는 것도 금지입니다.
특히 아키츠군은 주의하세요."
"...왜 또 나야?"
방금전 얘기했는데 또 언급하는건 괴롭히는거야?
"중요하니까 두번 말했습니다."
"......"
킥킥- 거리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코테가와는 헛기침을 하곤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만약 풍기강화주간이 입안될 경우 교칙위반사항에 대한 감점을 적용하며,
감점이 10점을 넘으면 반성문을 제출해야 합니다.
그러니 당분간 품행에 주의해 주시길 당부드리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코테가와는 말을 끝내고 내 오른편 책상에 앉았다.
오른손으로 뺨을 괸채 위아래로 나를 흘겨보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주저하다가 물었다.
"저기...코테가와.
혹시 아침에 화난거 아직 안풀렸어?"
아침에 풍기위원실에서 만났을때부터 약간 기분이 안좋은듯한 코테가와였는데
혹시 다른 풍기위원들에게 나 때문에 안좋은 소리라도 들은건가?
조심스레 물어오는 내 모습에 코테가와는 왼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
"손."
"?"
턱-.
어리둥절한채 반사적으로 오른손을 코테가와의 왼손바닥위에 올리자
코테가와는 뺨을 괴던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곤 한숨을 내쉬었다.
"...왜 반응하는건가요 아키츠군?"
"그러니까...무심코?"
고개를 왼쪽으로 갸웃하며 대답하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코테가와는 살짝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귀여운척 하지말아요. 징그러우니까."
"심해!?"
쇼크받은 시늉을 하자 날 보던 클래스 메이트들은 헛구역질을 해댔고,
정면에서 바라보던 코테가와는 못볼걸 봤다는 표정으로 내 뺨을 밀쳐냈다.
"무서운 얼굴 하지 말고 저리 치워요."
"나름대론 동정을 권하려는 의도였는데."
"그 표정이 불쌍한 표정이라면 아키츠군의 표정관리도 알만하네요."
"...그렇게 심했어?"
"먹잇감을 눈앞에 둔 짐승같은 눈매였어요."
"......"
좌절감이 사나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했다.
앞으론 조금은 표정관리에도 신경을 쓰자.
"그리고 앞으론 손을 내민다고 이런식으로 곧장 반응하지 말아요.
...전 조련사 같은게 아니니까..."
아...설마 그것 때문인가?
아침에 풍기위원회의실에서 들었던「맹수 조련사」.
코테가와로서는 듣기 싫어하는 별명을 풍기위원회의 도중에 들은건가.
나랑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던 도중에 들어서 저렇게 날이 선 반응이 나온건지도.
약간 뾰루퉁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린 코테가와는 조례시간이 되어 호네카와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이내 얼굴을 바로하곤 자세를 가다듬었고 나도 얌전히 앉아 조례사항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조례후 연이어 진행된 1교시가 끝나고 쉬는시간 벨이 울렸을 때, 문득 떠오른 일이 있었다.
아침에는 시간이 없던 나머지 라라에게 「뿅뿅 워프군」을 돌려준다는걸 잊고 있었다.
교실 한쪽에서 리토랑 즐겁게 이야기 하고 있는 라라를 확인하고 가방에서 뿅뿅 워프군을 꺼냈다.
그대로 일어서 라라가 있는 방향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어깨를 잡아오는 손이 있었다.
"...아키츠군."
"코테가와?"
몸을 살짝 뒤로 돌리자 눈썹을 치세운 코테가와가 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침에 한 이야기가 기억나지 않나보죠?"
"응?"
"지금 하고 있는 액세서리도 교칙위반인데 또 새 팔찌를 가져오다니...
이건 압수하겠습니다!"
약간 화가 난 표정으로 내 손에서 팔찌 모양의 뿅뿅 워프군을 잡아채려는 코테가와의 행동에 살짝 몸을 뒤로 빼면서 변호했다.
"아니 이건 팔찌가 아니...「기잉-」!"
...순간 워프 머신에서 빛이 났을 때의 내 표정은 뭐라고 표현해야 하려나...
'웅성웅성~''술렁술렁~'하는 효과음과 함께 쉴새없이 식은땀을 흘리는 도박묵○록의 패배자들의 모습을 떠올려주면 되겠다.
빛이 몸을 감싸는 가운데 놀란듯 눈이 크게 뜨여진 코테가와의 얼굴을 망막에 새기며 익숙해지지 않은 감각에 몸을 맡겼다.
파앗-
덜컹-!
등과 양팔에 닿은 차가운 금속의 느낌에서 비좁은 장소로 워프된걸 알수 있었다.
뒤통수를 벽에 부딪힐때의 딱딱하고 차가운 감촉에 무심코 신음이 새어나왔다.
"큿..."
"꺄악?"
"...에? 코테가와?"
"아, 아키츠군?"
코테가와도 워프 된건가?
그러니까 워프장치를 뺏으려고 날 잡고 있다가 함께 워프된거군요.
......알몸으로 말이네요.
서로의 품에서 느껴지는 맨살의 감촉에 나랑 코테가와는 동시에 경직되어 버렸다.
말랑말랑한 감촉에 굳은것도 잠시, 곧 상황을 인식하고 경악한 우리는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꺄아악!?"
"와아앗!?"
쿵-
깡-
"아얏!?"
"으윽?!"
...비좁은 공간이었지.
헛된 몸부림이었네요 허허.
제대로 팔을 들어올리지도 못할정도로 좁은 공간이라서 머리를 매만질수도 없는게 안타까웠다.
그나저나 대체 여긴 어디야?
뒤통수를 부딪혀 신음을 흘리던 코테가와는 이내 당황한 목소리로 나를 밀쳐내려 했다.
"저, 저리 비켜요 아키츠군!"
퍽- 덜컹-!
"윽...그렇게 말해도 여긴 뒤로 물러설 곳도 없다고..."
손으로 내 가슴을 밀어낸 코테가와 덕에 다시 한번 벽에 머리를 박고선 신음을 흘렸다.
"어, 어째서 우리가 이런곳에 있는거죠?
방금전까지만 해도 우린 교실에 있었잖아요?"
"내 손에 들려있던 팔찌 말인데,
그거 라라의 긴급 탈출용 아이템이야.
옷은 워프가 안되는 결함품이지만..."
"파...파렴치해!
그것보다 뒤로 좀 비켜요 아키츠군...!"
"그러니까 나 지금 등을 벽에 붙이고 있다니까?"
나랑 코테가와가 당황스레 움직이자 계속해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응? 방금전 울려대는 소리를 봐선 이 공간을 둘러싼 금속이 그렇게 두꺼운것 같진 않은데.
뭔가 캐비닛 같은걸까?
....혹시...?
"자, 잠깐만 코테가와.
아마도 여긴...「꺄하하하」「그게 말이야~」...!"
딸깍-
저만치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소란스런 소녀들의 목소리가 중구난방 들려왔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긴장한 코테가와가 목소리를 낮췄다.
"(아, 아키츠군. 여긴 설마...)"
"(...아마도.)"
예전에 라라가 워프장소로 설정해놓았던 「여자 탈의실」이군요.
지금 나와 코테가와는 옷을 보관하는 락커 안으로 워프된거고.
들키는 순간 난 사회적으로 끝장인건 두말할것도 없구나 하하...
"(우선, 학생들이 탈의실에서 나갈때까지 이대로 있을 수 밖에 없을까요...)"
"(...그래야겠지?)"
리토라면 알몸을 쬐어도 따귀 한대나 정좌로 설교 받는걸로 어떻게든 되었겠지만...
내가 그런 짓을 했다간 곱게 끝날것 같지 않다.
코테가와도 풍기위원으로서의 모범이 되려고 노력하는데
지금같은 상황에서 라라처럼 수치심 없이 나갈수도 없을테고.
「역시나?」
「그렇다니까.」
재잘대며 이야기 하는 소녀들의 목소리에 숨죽이며 긴장하고 있는데 코테가와가 소근거렸다.
"(잠깐, 달라붙지 말아요 아키츠군!)"
"(난 이미 벽에 붙어 있다고!?)"
"(그런...)"
코테가와의 말이 아니더라도 나도 코테가와랑 맞붙어 있는 지금 상황에서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다.
몸을 포개듯 들러붙은 상태로 계속 있으려니 가슴과 허벅지에 닿은 부드러운 감촉에 이성이 날아갈것 같았다.
"(...응? 잠깐, 뭔가 닿았어...!
싫어. 이런 때 뭘 생각하는거에요?!)"
"(그, 그런말 해봤자 제멋대로...)"
제발 자중해줘 내 몸아...
이러다가 코테가와가 비명이라도 지르면 내 인생은 그대로 끝이라고?!
지금 상황에서 미싱 퍼플은 범죄다!
절박한 내 의지와는 별개로 피부와 피부가 맞닿은 가운데 사태는 점점 위험해져갔다.
"(잠깐, 움직이지말아요...!
이런 상태에서 움직이면...)"
부탁이니까 제발 그런 대사는 하지 마.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려고 한단 말야.
추잡한 상상을 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 속에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는데
이쪽으로 가까워 지는 발걸음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늦었네 늦었네~ 좀있으면 체육수업 시작이니까 서두르지 않으면~ 」
큰일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있는 락커를 열려고 하는것 같은데
이대로 문이 열린다면...!
순간 오른손을 코테가와의 옆구리로 뻗었다.
"(바, 바보! 뭘하려는...)"
덜컥-
"(...!)"
「어라?」
「왜그래?」
「그게...락커가 안열리는데?」
「고장난건가?
시간 없는데 그냥 다른 애 락커를 함께 써.」
「으...별수없나?」
...휴우.
멀어져가는 발걸음 소리에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정말이지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
손가락으로 락커 문을 붙잡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안그랬으면 상상하기도 무서운 결말이 있었겠지.
「빨리 가지 않으면 시작하겠어.」
「자 그럼 가볼까-」
하나둘 소리가 사라지고 어느덧 탈의실은 조용해졌다.
...달칵.
이윽고 락커 문이 열리고 나와 코테가와가 밖으로 빠져나왔다.
조용히 근처에 널린 옷을 주워 입고서 코테가와는 고개를 돌려 수건을 허리에 두른 나를 째려보았다.
눈가에 반쯤 눈물이 맺힌 상태로 코테가와는 양주먹을 들어 내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으악?"
"이 바보! 멍청이! 저질!
숨어있는 틈을 타서 대체 무슨 짓을 하는거에요!"
"미, 미안!
고의는 아니였어...!"
아프진 않았지만 울상을 지으면서 때려오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그저 얌전히 맞으면서 사과하는게 마음이 편할것 같았다.
한동안 나를 두들겨대던 코테가와는 이내 제자리에 주저앉아 훌쩍이기 시작했다.
"히끅...어째서, 왜 내가 이런꼴을..."
"저, 저기...미안해 코테가와..."
도를 넘어선 파렴치함에 우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엉거주춤 주저앉아 코테가와를 달랬다.
등을 토닥이며 코테가와를 달래고 있으려니 벌컥-소리와 함께 탈의실 문이 열리고
멍멍이 형태의 로봇과 함께 라라가 들어왔다.
"찾았다 유이~ 료스케~!"
"라라?"
「목표 탐색 완료임다.」
"수고했어~ 「킁킁 토레스군」"
냄새 추적형 로봇인가?
라라가 들고있는 옷가지를 보면 우리 옷의 냄새를 맡고 여기까지 쫓아올 수 있었나보다.
「아키츠~! 괜찮아?」
「코테가와 괜찮은거야?」
이윽고 다른 이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리토와 리사, 미오도 뛰어들어왔다.
우리의 모습을 확인한 리토가 안도한 표정으로 말을 건네왔다.
"갑자기 빛이 나고 옷만 남기고 둘이 사라져서 놀랐어.
또 라라가 이상한 발명품이라도 시험한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저번에 구교사에서 주웠던 뿅뿅 워프군을 돌려주려다가 오작동이 일어났어.
라라, 여기 뿅뿅 워프군."
"아, 고마워 료스케~
찾는걸 깜빡 잊고 있었어~"
혀를 내밀고 웃으며 라라는 워프 장치를 건네 받았다..
옆에선 코테가와에게 옷을 돌려주는 리사와 미오의 모습이 보였다.
"코테가와. 여기 옷."
"으응...고마워요."
"어라? 코테가와, 울었어?"
"처, 천만에요. 방금전 이동때 머릴 조금 부딪혀서 그런것 뿐이에요."
"에? 다치진 않았어? 유이?"
"그러니까 괜찮다니까요?"
놀라는 라라를 코테가와가 달래고 나자 리사는 나랑 리토를 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 코테가와가 갈아입을수 있게, 아키츠군과 유우키는 밖에 나가있어~"
"아, 응."
"저기 말야...나도 지금 타월 하나만 걸치고 있다고...?"
탈의실을 나가는 리토의 모습에 당황해하며 모미오카에게 지금 내 모습을 상기시켰다.
리토는 그렇다 쳐도, 설마 나보고 반나체 상태로 복도에서 몸을 쬐고 있으라는건 아니겠지?
"별수 없네. 그럼 유우키만 나가있어.
아키츠군은 저기 구석에 뒤돌아서 있던가 하고.
혹시 코테가와의 몸매를 감상하고 싶어서 뒤돌아본다거나 하진 않겠지~?"
...미안합니다.
그보다 더한 짓을 했어요...
안그래도 방금전까지 몸이 멋대로 뜨거워져서 정신이 없었다고요.
"무, 무슨 파렴치한 말을 하는거야 모미오카씨!"
코테가와는 당황해하며 모미오카에게 항의했다.
방금전까지의 상황을 떠올렸는지 얼굴이 상기된 된채로 얼굴을 돌렸다.
"정말이지, 풍기를 어지럽히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흐응~?"
리사는 콧소리를 내며 코테가와의 뒤쪽으로 돌아서더니
별안간 왼손으로 코테가와의 왼가슴을 움켜쥐며 히죽거렸다.
"그런말 하게전에~
실은 파렴치한 몸으로 구성되있는 주제에~"
"......!"
난데없이 벌어진 성희롱에 코테가와는 얼굴이 새빨개진채로 굳어버렸다.
과연 성희롱적 스킨쉽이 잦는 리사.
남학생이 있는 앞에서 잘도 파렴치하기 그지없는 일을 해주시는군요.
움켜쥔 옷자락 위로 가슴의 볼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은 엄청나게 자극이 강했다.
그러던 중 리사는 갑자기 멈칫하더니 의아한듯 입을 열었다.
"어라? 이 감촉은...? 그러고보니 코테가와 지금 속옷..."
"저, 적당히 좀 하세요옷!!!"
황급히 리사를 뿌리치며 코테가와는 가슴 가리고 뒤로 물러나 가쁜 숨을 내쉬었다.
"대, 대체 뭐하는거에요 모미오카씨!"
"아핫~ 분위기 타다 보니까~"
"그걸 말이라고...게다가 아키츠군은 또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던거에요!"
"아니 나는 그저..."
주륵...
"...응?"
코에서 흘러내리는 뜨끈한 액체에 무심코 손가락을 갖다대었다.
손가락에 묻어 나온 붉은 피.
"어라? 료스케 괜찮아?"
"헤에? 아키츠군, 설마 흥분한거야?"
"코테가와의 몸매에 헤롱헤롱?"
"아, 아키츠군 당신...!"
놀랐다는듯 바라보는 라라, 놀잇감을 찾은듯 즐거운 눈매를 한 리사와 미오,
부들부들 몸을 떠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황급히 코를 막으며 변명했다.
"아, 아냐! 그런게 아냐!
이건..."
「「「이건?」」」
"......지적 호기심?"
나처럼 탐구심 넘치는 청소년이라면 코로부터 호기심이 흘러넘치는 경우도 있어.
결코 코피는 아니에요.
"이 변태---!!!
빨리 나가지 못해요!?"
퍽-!
"으악! 죄송합니다!"
분노한 코테가와가 던진 휴대폰에 얼굴을 맞곤 황급히 탈의실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던 리토가 소란스러운 탈의실 안의 소리에 당황한듯 내게 물어왔지만 딱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적당히 얼버무렸다.
다행히도 밖에 지나가는 학생들은 없었기에 잽싸게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물건 하나 돌려주려던것 뿐인데 이게 무슨 고생인지 모르겠다.
아침부터 코테가와의 설교를 듣고
알몸으로 워프당하는 일도 겪고,
자칫하다간 사회적, 윤리적으로 아웃인 상황까지 올 뻔했다.
안그래도 아침부터 신경이 예민해져있던 코테가와였는데
방금전 상황은 그야말로 불난곳에 부채질은 커녕 기름을 끼얻는것 같은 행위였다.
...나중에 코테가와한테 제대로 사과해야겠다.
코테가와랑 다른 아이들이 나올때까지 하릴없이 기다리던 중 방금전 집어든 코테가와의 휴대폰을 내려다 보았다.
액정에 시간이 떠있는 검은색 휴대폰과 휴대폰을 장식한 고양이 스트랩이 눈에 들어왔다.
...어라? 이건...
약간은 색이 바랬지만 귀엽게 웃고있는 고양이 얼굴.
크리스마스 때의 고양이 스트랩, 아직껏 하고 있었구나...
그때로부터 반년이 훨씬 지났기에 이미 새 스트랩으로 바꿨을꺼라 생각했는데.
...뭐, 나도 남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
반대편 손으로 주머니에서 내 휴대폰을 꺼내든다.
지금은 살짝 때가 묻은 고양이 스트랩이 좌우로 흔들거리며 매달려 있었다.
- 당신에게 멋진 만남이 찾아오길...
"...멋진 만남...인가."
"아키츠?"
"아무것도 아냐."
의아한듯 쳐다보는 리토의 모습에 고개를 젓곤 잠시 생각에 빠졌다.
...저기 말야 코테가와.
그저 내멋대로의 생각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만약 지금도 네가 이 스트랩을 간직하고 있다면,
크리스마스 때의 교환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면...
이따금 떠오르는 그때의 추억에 쑥쓰럽게 웃던 날들은,
매만지다가 때가 묻은 스트랩을 조심스레 닦아내던 날들은...
소중한 추억과 선물.
그때의 추억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던거지?
제대로 된 추억 하나 갖지 못했던 소년 혼자만 빠져들어 있는
한심한 자기 연민의 굴레는 아니었던거지?
그때 크리스마스의 교환 이후로 많은 일들이 있었어.
겨울의 마지막 야미를 만나고, 리토와 라라를 만났어.
사키선배와 린, 아야 선배를 만나고 조금 무섭지만 학생들을 아끼는 미카도 선생님도 만났어.
만화가 사이바이 선생님의 화실을 찾아가고, 가정방문을 오신 하루코 선생님을 뵙기도 했지.
사야카와 코요미를 헌팅남들로 부터 도와주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휴대폰에 연결되어 있는 스트랩처럼,
그때 네가 기원해준 바람도 이어져가고 있어.
너의 바람처럼 내가 바랐던 날들도 이루어질수 있으려나?
스트랩에 매달려 흔들리는 두개의 고양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살짝 두 휴대폰을 맞대보았다.
이리저리 맞부딪히고 스쳐가는 고양이 스트랩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실없는 짓을 하고있는게 조금 부끄러워져 이내 휴대폰을 떼어놓곤 웃어버렸다.
"뭘 그렇게 실실 웃고 있는건가요 아키츠군?"
"아, 코테가와? 이제 나온거야?"
고개를 돌리자 여자 탈의실에서 나온 코테가와, 리사, 라라의 모습이 보였다.
코테가와의 시선이 내 손에 향한걸 보곤 코테가와의 휴대폰을 돌려주었다.
"휴대폰 여깄어. 그리고 방금전엔 정말 미안해."
"고마워요. 그런데 진심으로 사과하는거 맞나요?"
"물론이지~! 지금이라면 일만번이라도 기꺼이 사과할꺼라고~"
"...이상하게 즐거운것 같네요. 아키츠군?"
"기분탓이야 기분탓~"
손사래를 치는 내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코테가와는 시선을 내려 휴대폰 시계를 확인했다.
"우선은 교실로 돌아가는게 먼저겠군요.
벌써 예전에 수업 시작했다구요."
"에~ 기왕 늦은거 땡땡이 치면 안돼 코테가와?"
"안됩니다. 모미오카씨."
"땡땡이는 재밌는거야?"
조금은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 우리들은 교실로 돌아갔다.
앞장서 걷는 코테가와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채 흔들리는 고양이 인형이 보였다.
발걸음에 맞춰 앞뒤로 흔들리는 그 모습에 슬쩍 웃음이 흘렀다.
...이런 일상도 나쁘진 않아.
시끌벅적한 학교생활에 한숨을 쉬는 리토를 보며 미소짓곤 걸음을 옮겼다.
"...그나저나..."
"뭐죠 아키츠군?"
"...왜 난 여기서 반성문을 쓰고 있는걸까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시죠."
방과후, 풍기위원실에 남아서 반성문을 썼다.
이유?
명목상으론 복장위반 및 수업 지각.
실제로는 파렴치했던 해프닝에 대한 벌이었다.
지은 죄치곤 가벼운 벌이었는지라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채 감시모드에 들어간 코테가와의 옆에서 얌전히 반성문을 작성했다.
가끔씩 풍기위원실을 지나치던 학생들이 힐끗거리면서 내쪽을 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런 시선이야 하루 이틀도 아니었기에 무난하게 반성문을 완성해 제출하고 코테가와와 하교했다.
다음날.
"...그건 뭐야 코테가와?"
"묵주에요."
"응. 알고있어. 로사리오잖아. 근데 왜 그렇게 많아?"
"몰라요. 등교하는데 갑자기 이걸 건네면서 자기 목에 걸어달라는 여학생들을 만나서...
우선 가지고 있다가 방과후에 걸어달래요.
교칙위반이니까 목걸이 같은건 금지라고 공지했는데..."
"...내가 돌려줄께."
"에? 그러지 않아도...「내가 할께.」그, 그래요."
얼떨떨한 코테가와에게서 로사리오들을 건네 받았다.
그리고 가방에서 조용히 십자가 목걸이를 꺼내들었다.
오랜만에 사용하게 되는구나.
그러고보면 제 용도로 쓰이는건 오늘이 처음인가?
불량배들의 피와 땀이 스며있는 십자가 목걸이를 천천히 목에 걸었다.
방과후 교칙위반의 후배들에게 친절하게 로사리오를 돌려주었다.
겁먹은 그네들을 진정시킨 뒤, 목에 건 십자가 목걸이를 보여주곤 웃으며 말해주었을 뿐이다.
- 서열관계는 코테가와, 나, 너희들 순서라고.
폭력으로 얼룩졌던 목걸이도 가끔은 쓸모가 있네요.
「오라버님」이라고 불러보란 요구에 비명을 지르며 달아난 여학생들의 뒷모습을 보다가 입맛을 다시며 귀가했다.
========================================
(링크)
...네. 죄송합니다.
늦은데다가 분량도 참...=ㅅ=;;;
원래라면 이 뒤에 며칠간의 이야기를 더 연결시킬까 했는데...
연결이 좀 어색했기도 하고,
중간에 변경된게 생겨서 그냥 다음편에 넣기로 했습니다.-_-;
이편저편 써지는것 부터 썼더니 미완성된 글들만 생겨버렸...-_-;
나중에 미완성인편 마저 쓸땐 좀 편하겠지요 쿨럭...;
아무튼, 이제 20화네요.
앞자리수도 바뀌었으니 좀더 분발해야죠^^;
아, 그리고 코테가와의 존칭은 료스케에 대해서만으로 할까 조금 고민중입니다.
만화책 보시면 알겠지만 다른 친구들에겐 평대를 합니다.
그런데 원작에서도 가끔씩 공대를 섞어쓰기도 해서 어투를 어떻게 할지 고민되더군요^^;
그나저나 다크니스 말인데...
야미와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것 같은데
이제부턴 연애위주의 일상편은 볼수 없는걸까요?=_=a;
(사키양이라든가 하루코 선생님이라든가 기껏 이름이 공개된 조연 소녀 아라이 사야카, 시라유리 코요미라든가...)
p.s.1. 20화 관련 내용.
원작2화에서 리토와 라라가 락커 안에 함께 워프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원작74화의 풍기강화주간이 언급되었습니다. 현재 시점은 풍기강화주간이 있기 며칠~몇주전 쯤.
p.s.2.관련 이미지
뿅뿅 워프군 개량형
킁킁 토레스군
리사의 코테가와 성희롱
'[트러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러블SS]나는 이차원에 불타는 이단 옆차기 22 (7) | 2011.05.10 |
---|---|
[트러블SS]나는 이차원에 불타는 이단 옆차기 21 (2) | 2011.04.26 |
[트러블SS]나는 이차원에 불타는 이단 옆차기 19 (4) | 2011.03.26 |
[트러블SS]나는 이차원에 불타는 이단 옆차기 18 (4) | 2011.03.26 |
[트러블SS]나는 이차원에 불타는 이단 옆차기 17 (5) | 2011.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