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나나랑 모모와 함께 발걸음을 옮긴 곳은, 이제 슬슬 단골이라 불려도 되는게 아닌가 싶어지는 장소였다.
미오가 아르바이트 중인 『여동생 카페』.
"여기가 바로, 소문의 『여동생 카페』...!"
"그렇게 비장한 어조로 말할 것까진 없지 않아?"
"전부터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니 어쩔수 없잖아요?
그리고 나나만 먼저 이곳엘 가봤다고 하니까 샘나는걸요."
"에에~ 하지만 그날은 모모가 약초 캐러 다른 행성에 갔었잖아~"
"그래도~!"
나나의 말에 살짝 볼을 부풀리는 모모를 보곤 피식 웃으며 여동생 카페로 들어갔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양이 귀와 꼬리를 착용한 미오가 손을 고양이처럼 말아쥐며 반겼다.
"어서오세요♡
앗, 아키츠 오빠?"
"안녕 사와다. 두어시간 만인가?"
"아하하~ 하교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으니까 말이다냥.
그쪽은 라라찌의 동생들이구나. 나나랑 모모였지?"
"안녕~!" "안녕하세요."
살갑게 둘과 인사를 주고받은 뒤 미오가 장난기 도는 눈으로 히죽 웃었다.
"아키츠 오빠?"
"응?"
"친구의 여동생들과 함께 여동생 카페에 들어오는 건 어떤 기분이냥? 응? 어떤 기분?"
"그렇게 지적받으면...솔직히 부끄러운데."
민망함에 낯을 붉히자 미오가 말아쥔 손으로 내 가슴을 툭툭 치곤 생글거렸다.
"냐하하~ 그럼 부끄러워하는 앗키쨩에게 대(大)서비스다냥!"
"앗키쨩...?"
아키츠 → 앗키인가.
"뭔가 호칭이 친밀해진것 같은데?"
"후흥~ 미오미오는 과금하는만큼 친밀해지는 시스템이다냥~"
"진짜임까..."
"농담이다냥~
단골에게의 서비스는 접대의 기본이잖냥~ 앗키 오빠?"
"호칭이 출렁출렁 바뀌고 있는건 일부러야?"
"고양이는 변덕스러우니까 당연한거다냥~♡
아무튼 여동생을 정말정말 좋아하는 앗키군의 자리는 저어~기!"
미오가 가리킨 곳에는 익숙한 둘의 모습이 보였다.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미캉. 그리고 거기에 담담하게 어울리는 야미.
"야미랑 미캉?"
"마침 유우키군의 여동생이 와있으니까 근처에 있는 편이 좋겠지 않겠냥?"
미오의 안내를 따라 미캉과 야미의 테이블에 가까워지자 대화를 나누던 둘이 고개를 들었다.
"료스케 오빠? 그리고 나나랑 모모씨?"
"아키츠 료스케?"
짧은 인사를 나눈 뒤, 2인용 원형 테이블 두개를 붙여서 다섯이 둘러 앉았다.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것도 오랫만이었으니까.
미캉의 경우야, 이따금 주말이면 나나랑 모모가 라라를 만나러 미캉네 집에 놀러가니까 익숙하겠지만 말이다.
"그럼 다들 즐거운 시간 보내라냥~♡"
우리들의 주문을 받은뒤 미오는 자리를 떠났다.
야미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런 곳에서 마주칠거라곤 생각 못했습니다."
"어머? 모르셨어요?
미오씨의 말로는 료스케씨는 여동생 카페의 단골이라고 불릴 정도라던데요?"
"아뇨. 아키츠 료스케가 아니라 프린세스 모모 당신 말입니다."
"네? 저 말인가요?"
"어제부터 다이어트 중이 아니었습니까?"
"으음, 그게 말이죠..."
난처한듯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이던 모모가 단념한듯 툭 내뱉었다.
"실은 그만뒀어요."
"하루만에 말입니까?"
"윽...그렇게 지적받으면 찔리지만...
원래는 나나랑 말싸움하다가 욱하는 마음에 시작한거였고...
실제로 다이어트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요."
말하면서도 내심 민망했는지 모모의 얼굴은 살짝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저흰 성장기잖아요? 그러니까 무리하진 않는게 좋다고 마음먹었어요."
"『성장기』..."
지이이-
성장기라는 말에 셋(야미,미캉,나나)의 시선이 모모의 가슴에 모였다.
셋에게 물끄러미 자신의 가슴을 응시당한 모모는 움찔했지만 이윽고 가슴을 폈다.
"후후, 그렇게 바라보시면 부끄러운걸요?"
태연자약한 태도로 모모는 슬그머니 한팔로 가슴을 가렸다.
팔에 눌리면서 역으로 강조되어버린 모모의 가슴에 셋은 시선을 치웠다.
"아무튼...이런 더운 날씨라면 누구라도 시원하고 달콤한걸 먹고 싶어 지잖아요?
그러니까 저번에 눈여겨봤던 이 곳 『여동생 카페』에 와보고 싶었어요."
한차례 숨을 고르곤 모모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좋은 곳이네요."
"그렇게 생각해?"
"네. 아르바이트하는 점원들도 전부 예쁘고 말예요.
거기다 고양이 귀 여동생 캐릭터라니 귀엽잖아요.
료스케씨도 미오씨를 노리고 이곳에 오시는거죠?"
"...응?"
"어라? 아닌가요?
료스케씨는 여동생 모에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혼자서 이런 곳에 오진 않겠죠?"
"...나, 혼자 여기에 온적은 없는데?"
"네? 하지만 미오씨가 료스케씨는 단골이라고..."
말을 꺼내던 모모가 입을 다물었다.
"모모?"
"아하앙~ 과연~"
눈웃음치며 모모가 손가락을 뱅글뱅글 돌렸다.
"혹시 여자아이를 꼬셔서 여기에 데려 왔었던건가요?"
"묵비합니다."
어째서 이런 일로 내 프라이버시를 까발려야 하는거야...
하루나나 라라랑 왔던건 얘기하는건 좀 곤란하기도 하고.
내 반응에 모모는 고개를 젓곤 웃었다.
"그렇게 발뺌해도 소용없어요 료스케씨."
"소용없다니...?"
"미오씨에게 물어보면 간단하거든요.
미오씨~!"
"야!?"
"뭐야뭐야~? 혹시 추가 주문이냥~?"
호출에 불려온 미오에게 모모가 생긋 웃었다.
"혹시 료스케씨가 이곳에 데려온 사람 중 아는 사람이 있었나요?"
"앗키쨩이 데려온 사람?"
무심코 내쪽을 바라보는 미오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부디 이상한 폭탄을 터뜨리지 말아달라는 마음이여 닿아라!
나와 눈이 마주치자 미오는 '맡겨줘!'라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기대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모.
덩달아 귀를 기울이는 나나, 야미, 미캉에게 미오가 한차례 고양이 꼬리를 흔들며 답했다.
"뭐, 다는 기억하진 못하지만 최근에 왔던 사람은 기억한다냥~
갈색 머리카락에 다소 덤벙대는 동갑뻘의 귀여운 여자애였다냥.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분명 유우키 군의 먼 친척이라고,"
쾅!
"우냣~!?"
깜짝이야.
난데없이 테이블에 머리를 박은 미캉의 모습에 기겁했다.
"(그 바보는 대체 뭘하는거야...)"
엎드려선 머리를 부여잡은 채 신음을 흘리는 미캉의 모습에 놀라서 물었다.
"괜찮아 미캉!?"
"...괜찮아요. 그냥 조금 현기증이..."
"어...그러냥?
아무튼 내 얘기는 여기까지다냥.
그럼 이만~!"
내게 미안한 눈짓을 보내곤 미오는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맥빠져 있는 미캉의 모습에 당황하다가 우선 화제를 돌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야미랑 미캉은 이곳엔 왠 일이야?"
"여기 케이크가 맛있다는 소문이 있어서...상담을 겸해서 야미랑 같이 와봤어요."
"상담?"
"...리토에 대한 상담요."
주저하던 미캉이 조심스레 물었다.
"요즘 학교에서 리토의 행실은 어떤가요?"
마치 미캉이 리토의 학부모 같은 느낌이네.
"유우키 말야? 다소 떠들석하지만 무난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
"진지하게 묻는거니까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교내 풍기문란의 대표주자입니다."
"리토..."
내 말에 미캉이 머리를 감싸쥐며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상상이상으로 좌절하는 미캉의 모습에 당황해서 말을 덧붙였다.
"괜찮아 미캉!
풍기위원의 요주의 인물 목록에는 유우키 혼자만 있는게 아니라구?
교장이나 도촬범이나 나도 있고..."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아요 료스케 오빠..."
"상담을 생각할 정도라니, 혹시 유우키에게 무슨 일 있었어?"
"...요즈음 리토에게 이상한 버릇이 생긴것 같아서..."
"버릇?"
"......"
미캉은 침묵했다.
야미에게 물어보면 될까?
"야미는 알고 있어?"
"미캉이 말하지 않은 이상 저도 묵비합니다."
이래서야 더이상 물어도 소용없겠군.
지금으로선 그냥 미캉을 안심시켜 주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미캉. 무슨 고민을 안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너무 그렇게 걱정하진마.
네 오빠니까, 여동생으로서 좀 더 유우키를 믿어주라구."
"......"
잠시후 부스스 일어난 미캉이 내 손을 꼭 잡았다.
"...료스케 오빠."
"왜, 왜그래?"
"료스케 오빠는, 리토의 친구지요?"
"어, 으응. 물론이지."
손버릇이 에로하다는 것만 고칠 수 있다면 최고겠지만, 완벽함을 요구할 생각은 없으니.
내 대답이 위안이 된 듯 미캉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진정된 지금, 미캉은 모모와 함께 과자 만들기에 대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나나는 추리소설에 재미를 붙인 야미에게 추리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그러니까 범인을 몰아붙이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과연..."
"범인임을 증명하는 물증을 찾는 것이 핵심이죠.
범인은 자신의 『알리바이』를 통해 자신이 범인임을 부인합니다.
그러니 정황증거를 모아 범인의 알리바이를 깨뜨리는 것이 필요한 겁니다."
"오오...! 예를 들면?"
"...그렇군요."
눈을 빛내며 묻는 나나에게 야미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이 중에 한 명, '여동생이 아닌 이'가 있습니다."
"응?"
한차례 우리들을 둘러본 뒤 야미가 나나에게 시선을 향했다.
"과연 여동생이 아닌 이는 누구일까요? 프린세스 나나?"
"어, 그러니까..."
나나가 당황하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뭐, 나도 구경이나 해볼까.
나나를 따라 주변을 확인했다.
미캉은 '리토의 여동생'.
나나와 모모는 '라라의 여동생'.
그리고 야미는...
나나의 손이 조심스레 야미를 가리켰다.
"야미가 범인이야!"
여동생이 아닌것 뿐인데 범인 취급...
나나의 선언에 야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알리바이가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것도 아닌데 알리바이...
"실은 전 아키츠 료스케의 여동생입니다."
"진짜로!?"
경악하는 나나의 모습에 야미가 조용히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런 알리바이입니다."
"...아, 난 또..."
한숨을 쉬고 나나는 다시 추리를 시작했다.
"잠깐! 보통 오빠를 이름으로 부르진 않잖아!"
"미캉도 유우키 리토를 이름으로 부릅니다."
"그, 그런가..."
혼란스러워하는 나나를 추격하듯 야미는 차례차례 알리바이를 쏟아냈다.
어처구니 없는 알리바이였지만 나나의 혼란을 가중시키는데는 효과적인 것 같았다.
하지만...
"...푸,
프하하하하하하!"
남매 알리바이를 위해서라지만, 『금색의 수염』따위의 호칭은 하나도 멋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금색의 수염'이라는 호칭을 무덤덤하게 내뱉는 야미의 태도가 반대로 웃음을 자극했는지, 눈물을 뽑으며 폭소하는 나나.
몸을 구부린채 허리를 부여잡은 나나에게 야미가 담담하게 선언했다.
"이것이 바로 알리바이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프린세스 나나."
"흐끅...히끅! 뭐?"
"...지금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은데?"
한참 어깨를 들썩이며 힘들어하던 나나가 마침내 야미의 알리바이의 헛점을 찔렀다.
"아, 수염!
료스케는 수염이 금색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료스케의 머리카락은 염색이야.
야미와 같은 금발일리 없다구."
"실은 저도 염색입니다."
"진짜로!?"
...아무래도 이 촌극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았다.
"그래서 범인은 누구였어?"
"아키츠 료스케입니다."
"엣?"
"이 중에 혼자서 남자니까 여동생일리 없잖습니까."
"아앗! 치사해!"
"문맥을 읽지 않은 프린세스 나나가 잘못입니다."
"우으윽...!"
탐정 기분을 만끽하며 열을 올리는 나나와 야미.
카페의 케이크에 만끽하며 행복해하는 모모.
이야기를 나누며 기분전환은 되었는지 처음보다는 훨씬 나아진 얼굴의 미캉.
오늘의 외출은 성공적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래.
즐거운 기분으로 집에 돌아온 것까진 좋았는데...
"...어?"
"아..."
욕실앞.
잊은 물건을 찾으러 씻으려다 말고 욕실 밖으로 나왔을 때.
욕실 밖에서 마주친 나나.
"「「......」」"
나나의 표정은...
...음. 그러니까, 그거다.
마치, 저번에 모텔에서 내가 욕실을 나왔을 때, 다급히 리모콘을 뒤로 숨기면서 나나가 지었던 얼굴.
그때의 얼굴을 하고서...
빨래 바구니 앞.
벗어둔 내 상의 자락에 얼굴을 가까이 하다 말고 굳어있었다.
나와 나나의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눈이 마주친채로 뻐끔뻐끔 입을 여닫던 나나가 이윽고 창백해진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아, 아냐...! 이건, 그러니까..."
"혹시 세탁기에 빨래를 넣어주려고 한거야?"
내 물음에 나나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나도 조금은 집안일을 돕고 싶어서.
그래서..."
"고마워.
최근에는 식탁 정리도 해주니까 도움이 많이 됐거든."
"흐, 흐흥~! 나도 이젠 어른이니까."
한차례 콧방귀를 뀌곤 빨래 바구니를 들어올리는 나나를 불렀다.
"아참, 나나."
"왜, 왜그래?"
바구니를 들다말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선 나나에게 빨래 바구니를 가리켰다.
"바구니 안에서 내 손수건을 좀 건네주지 않을래?
손빨래 하려던걸 깜빡 잊고선 놔두고 욕실에 들어갔었거든."
"어... 이거 말아?"
"응. 고마워."
"그, 그럼 난 이만...!"
빨래 바구니를 안아들고선 나나는 금방 자리를 떠났다.
나나를 떠나보내곤 방금전 상황을 속으로 정리해보았다.
세탁을 도와준다라.
이야아~ 우리 나나 참 기특해졌구나.
아하하하하.
......어쩌지...
아무래도 우리집 식객이 사춘기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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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_ _);
일단 반토막난 초안을 올립니다.
서술과 인물간의 비중도 부실함이 많아 수정 및 추가 예정입니다=x=;
다듬어서 완성본을 올려야죠--;
그럼 월요일 맞이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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