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나라있어
왕은 위세만을 중히 하고
백성은 풍족에 겨워한다.
하늘을 경시하여 제를 아니지내고
주색에 빠져 헤어나지 못 하니
천제 이에 노하여
천명으로 마왕을 불러세워,
마왕, 지하왕이 되어
하늘의 뜻으로 지상을 멸한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
세상이 참 말세란 말이다.



"거기 당신! 이름있는 무예자처럼 생각되는군.
나의 이름은 죠니프 더 퀸, 한수 겨뤄보자!"

"......실례지만 아가씬 몇살?"

"알려주지 못할것도 없지. 금년 15세다.
뭐야? 혹시 당신, 나한테 관심이라도 있어?"

"......"

속옷에 가까운, 배꼽을 훤히 드러낸 붉은색 본디지 차림에 팔목까지 감싸는 붉은 장갑.
무릎까지 오는 붉은 롱부츠를 신고 한손엔 채찍을 든 주제에 고작 15살?

천제가 노하신 이유를 알겠군.

이 세상은 꼬맹이들 복장부터가 글러먹었어...

채찍을 휘둘러 바닥을 치면서 한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만족스러운듯 웃는 금발 여자애를 보면서
머리가 아파지는걸 느끼곤 한손으로 이마를 부여잡았다.



만두머리에 부채를 든 차이나 드레스 소녀, 타오 란팡과의 일전에서 불길함을 느낀건 위기를 직감했기 때문이었을까.
이후로 차례차례 만나는 도전자들을 보면서 정말이지 재수가 옮 붙은것 같다고 생각했다.

난 당췌 결투 신청을 받을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젊어진 지금의 모습으로 '머슬 할발'이라고 자기 소개를 해도 동명이인 소릴 듣는 마당에 전사평가니 뭐니 하는것도 거의 없지 않아?

내 체격이나 외모가 한싸움 하게 생겼지만, 솔직히 싸움 좀 한다는 놈들 치곤 딱히 나한테 시비거는 녀석은 못봤다.
거리의 왈패들 정도의 놈들은 기세에 눌려서 찍소리도 못하고 피했고,
일정 수준 이상의 무술가들은 만나더라도 슬쩍 훑어보더니 무시하고 지나갈 뿐이었다.
고수들은 걸음걸이만으로도 상대의 실력을 아니 어쩌니 하던데, 그런 방법으로 내 역량을 재기라도 한건가?
(며칠전 덤벼들었던 홀스트 하임만이라는 꼬꼬마놈은 사람 보는 눈이 삐었다 치고...)

...그런데 왜 난 여자 무예가들에게 자꾸만 도전 받고 있는겨?



프랑소아 모레(17세)에게 도전을 받았을땐 그러려니 했다.
철모르는 귀족 아가씨라서 사람 볼줄 모르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때 그 아가씨의 도전을 어떻게 처리했더라...



"나의 이름은 프랑소아 모레!
거기 평민! 꽤나 실력있는 전사인것 같은데 나랑 겨뤄보지 않겠어?"

"응?"

움찔-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자 기죽은듯 한걸음 물러선 화려한 백색 의상의 장발 소녀가 보인다.
갈색 웨이브 머리. 연회장에나 보일법한 화사한 흰 드레스에 붉은 망토.
예쁘게 디자인된 금색의 머리장식과 그옆에 꽂힌 흰꽃.
삐까번쩍한 검과 최고급 미스릴 갑옷.
...곱게자란 귀족집 영양이신가.
나도 이곳에 떨어지기 몇달전만 해도 편하게 놀고 먹는 신세였으니 남말할 처진 아니지만.
올챙이적 시절을 생각하며 잠시 반성한뒤, 거절하려 했다.
무투회에서라면 또 몰라도 저 아가씨 의상...비싸보이는데, 혹시라도 찢으면 갚으라고 생떼 부리는거 아냐?

"거절합니다. 쇼핑중이라서요."

"이 나의 도전을 피하는 것이냐? 겁쟁이 같으니..."

"날도 늦었는데 아가씨도 이만 집으로 돌아가시는게 좋습니다."

"비루먹은 용병 주제에 누굴 걱정하는것이냐?
...좋다. 그럼 네가 날 에스코트 해줄테냐?"

엥? 대체 뭔소리래?
뭔 에스코트?
프랑소아의 표정은 뭔가 재밌는 걸 생각하고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하지 못했어?
결투를 거절했으니 대신 날 에스코트 하란 말이다."

...왈가닥 귀족 아가씨의 뭔 변덕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싸우는 것 보단 낫겠지.
손익을 판단해서 결론을 내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에스코트 해드리지요.
집이 어디...「그럼 간다!」응?"

갑작스런 외침에 어리둥절해서 고개를 들자
눈앞을 찔러오는 화려한 검끝이 보였다.

쉬이잇---!

"으헤엑?!"

기겁하며 몸을 뒤로 젖혀 검을 피하곤 재빨리 뒤로 물러나 프랑소아를 향해 고함쳤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입니까!"

"뭐긴? 에스코트지!
말을 했으면 어디한번 멋지게 나를 리드해 보라고!"

검으로 말하는게 에스코트냐?!
이건 또 무슨 「친구되기=전력☆전개」같은 해석이야?!

내가 황당해하거나 말거나 프랑소아는 내쪽으로 파고들며 다시한번 검을 내질렀다.
이게 정말로...!

몸을 비틀며 검을 피하곤 머리 위로 도끼를 들어올리고선,
프랑소아의 전면을 향해 전력으로 내리쳤다.

바우우우웅-----!

투콰콰콱!

"꺄앗-?!"

바닥을 내리찍은 도끼에 먼지와 함께 돌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하자 프랑소아를 황급히 망토로 얼굴을 가렸다.
후두둑 소리를 내며 돌조각들이 떨어지고 이윽고 드러난 함몰되어버린 길바닥을 본 프랑소아는 살짝 안색이 변한것 같았다.
왠만해선 이렇게 무식한 공격을 하는 상대를 만나보진 못했을 테니까.
완전히 박살나버린 바닥과 내 손의 도끼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던 프랑소아는 슬쩍 자신의 옷을 털더니 몸을 돌렸다.

"흥...오늘은 이만 물러나겠다.
드레스가 더러워지면 곤란하니까."

프랑소아양의 단골 후퇴 대사군요.
다음번엔 아예 흙탕물이라도 뿌려서 쫓아내든가 해야지 원...



......아무튼, 그때 프랑소아와의 결투를 무사히 끝낸건 좋았지만...
며칠 뒤 또 결투 신청을 받았다.
또다른 여성 격투가에게.

나타샤 드리프시코라는 여전사와 대치했을때는 컬쳐 쇼크를 받았다.
18살 먹은 아가씨가 해골 비키니 차림을 하고 가시곤봉을 휘두르는데,
움직일때마다 상반신의 특정 부위가 덜렁덜렁 하는게 정말이지 눈둘 곳이 곤란했다.
그건가? 도발적인 옷차림으로 상대를 유혹해서 치명타를 날리는 전법인가?



그리고...지금 눈앞에 서있는 죠니프 더 퀸, 15세.
뭔놈의 도전자들이 죄다 여자뿐이냐는, 나의 의문에 대한 답을 알려주는 최후의 열쇠.

기억상에 존재하는 여성 무투가 5명 중 4명을 만났다.
만난 순서로 타오 란팡(14세), 프랑소아 모레(17세), 나타샤 드리프시코(18세), 죠니프 더 퀸(15세).

오케이. 이걸로 드디어 결론이 났다.

어째서 전사로서 사람들의 평가 및 기교적인 역량이 부족한 나에게 도전자가 생기는지,
홀스트 하임만을 제외한 나머지 넷이 왜 여성인지에 대한 답...

결론 : 다들 10대라서 경험 및 안목 부족

나나 그녀들이나 무술가로서의 역량이나 실전 경험은 매우 부족한 상태.
그러니까 겉보기만 그럴법하게 한싸움 할것같은 육체의 나를 무술가로 잘못 판단했을 것이다.
게다가 나이도 젊은데다가 갑옷도 안입고 도끼 하나만 달랑들고 다니니,
만만해도 이만큼 만만한 상대는 찾기 어려웠으리라...



음음, 하며 스스로 납득하곤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를 보다 못한 죠니프가 신경질적으로 채찍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당신! 대체 싸울 생각이 있는거야!"

"전혀."

"뭐라고!
...흐응~ 혹시, 당신도 내 채찍 맛을 즐기고 싶어하는 변태?"

멀쩡한 사람을 함부로 변태취급하는거 아니다...
도대체 부모란 사람은 딸내미를 어떻게 키웠길래 저모양이야?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한숨을 쉬곤,
유혹하듯 혀를 할짝이면서 어른스러운 티를 내고 싶어하는 15살 꼬마 여왕님을 불렀다.

"이봐 아가씨..."

"뭐야? 겨우 싸울 마음이 생긴거야?"

이상한 업소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사람을 상대로 잘도 싸울 생각이 나겠다...

"...이제 슬슬 가을인데 그렇게 내놓고 다니면 춥지 않아?"

"...! 쓸데없는 참견이야!
이건 뇌살적인 자태로 적을 유혹하려는 거라고!"

"...뇌살?"

"그래! 잘 보라구?
이렇게~!"

난데없이 양팔로 가슴을 받치듯 포즈를 취하면서 죠니프는 상반신을 앞으로 내밀었다.
어이...? 난 SM 복장엔 애초에 관심을 안갖는다고?
내가 어이없어하든 말든 죠니프는 한쪽눈을 감아 윙크를 보내면서 콧소리를 내었다.

"흐으응...자, 어때~?"

"...풉."

"아! 당신 지금 웃었지!"

"아니아니아니웃다니천만에요여왕님"

"지금 건성으로 말하고 있잖아!"

얼굴이 새빨개져서 씩씩대던 죠니프는 오른손에 쥔 채찍을 움켜쥐며 외쳤다.

"이제 됐어! 당신도 내 채찍 맛을 보면 결국엔 내 발밑에 굴복하게 될거야!"

"어느쪽이냐면 난 괴롭힘 당하는것 보단, 괴롭혀 주는걸 더 좋아하는데..."

"이...이 변태! 죽엇-!"

쫘아악-!

"으악! 네가 남말 할 처지냐?!"

사정없이 휘둘러지는 채찍을 피하면서 재빨리 죠니프를 향해 접근했다.
방금전 대화하면서 알게모르게 서로간의 거리를 점점 좁혀뒀기에 금새 죠니프의 눈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익...!"

발악하듯이 채찍을 휘두르려고 뒤로 빠지는 죠니프의 오른팔을 지나치면서
왼손으론 죠니프의 오른 어깨를 잡고, 오른손 바닥을 죠니프의 배에 대곤 밀듯이 바닥에 쓰러뜨렸다.
예전에 TV에서 보던 유도선수들처럼 냅다 꽂아버리고 싶지만,
그런건 배운적도 없으니 그냥 자기류로 쓰러뜨릴수 밖에.

쿵-

"으윽!?"

딱딱한 돌바닥이라 잘못 부딪히면 위험하기에 마지막에 살짝 속도를 늦춰 충격을 줄였다.
그래도 데미지는 있는지라 한동안 어지러워 하던 죠니프는 이윽고 정신이 들자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어디에 손대는거야 이 짐승!"

퍽!퍽!

방금전 쓰러뜨리면서 오른손을 그대로 죠니프의 배에 대고 있는걸 봤나보다.
채찍도 저만치 바닥에 떨어져 있는데, 이젠 승부고 뭐고 상관없이 발길질을 해대는게 좀 무섭다.

"야?! 잠깐, 좀 진정해!"

"방금전의 치한같던 손놀림부터 사과해!"

"뭐가 어째? 이건 다 네 옷차림 때문이었다고!"

"하! 뭐야? 결국 나한테 짐승처럼 발정했다는 거잖아? 이 변태가!"

"아니. 넘어뜨리는데 딴곳 잡다간 네 옷이 벗겨지니까.
공개 노출 플레이라도 할 생각이냐?"

"윽?!"

소매라도 있는 복장이었다면 그거라도 잡았겠지만,
이건 뭐, 잘못 잡았다간 옷안으로 손이 파고들어갈것 같아서 제대로 손도 못대겠다.

"자. 이해했으면 자의식 과잉은 이쯤 해두고 그만 일어나."

"잠깐...?!혼자서 일어날 수 있어!"

반항하는 죠니프의 양손을 잡아 억지로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죠니프에게 채찍을 주워다 건네주곤 물러났다.

"그럼, 승부는 내가 이긴거지? 난 이만 간다."

"크윽...! 다음번엔 오늘처럼 쉽진 않을꺼야!"

"...또 덤비려고?"

"물론이지! 그땐 반드시 내 채찍으로 당신을 울리고야 말겠어!"

"...넌 먼저 그 변태적인 취미부터 고치는게 좋겠다..."

"신경꺼!"



으르렁거리며 채찍을 말아쥐고서 죠니프는 사라졌다.
이윽고 하나둘씩 구경꾼들도 사라지자 나직히 한숨을 쉬었다.

...역시 이건 이득이 안돼...
무사수행때 몬스터들을 잡으면 돈이랑 아이템을 주잖아?
무투회때의 승리는 적어도 상금은 주잖아?
근데 마을에서의 결투는 이게 뭐야?
이겨봤자 땡전 한푼도 안떨어 진다고.

명성? 어차피 지금 덤비는건 10대의 고만고만한 애송이들이고,
제대로 한끝발 날리는 용병들은 상대도 안한다.
도토리 키재기 하는데 올라갈 명성이 정말로 있기나 한거야?

결투중 도끼 사용 숙련도 올릴 시도는 상상도 못했다.
나도 미숙하고 상대도 미숙한데, 까딱 잘못하다간 눈먼 도끼에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단 보장이 없으니...
결국 무투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지금까지도 결투는 맨손으로 벌이고 있는 실정이었다.

게다가 무기점에서 쓸만한 무기들은 죄다 검뿐...
그거냐?
만병지왕은 검이다, 그런거?
원래의 머슬할발 영감님은 도끼들고 잘만 우승하셨잖아.
뭐, 발큐리아의 검이라든가, 무신의 검이랑은 당연히 비교도 안되겠지만...

하여튼 이대로 도끼를 쓰지도 못하느니 차라리 검으로 무기를 바꿔볼까 생각도 든다.
도끼를 잡으면 손에 익은 감촉이 드는건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도끼를 사용한 전투기술같은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생사의 갈림길에선 본능적으로 몸에 익힌 기술이 나온다는데,
애초에 생사의 갈림길 문제가 아니라 공격의 명중률과 정확성 문제였기 때문에
육체에 새겨진 본능 같은게 도움될것 같진 않았다.
...무투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철검이라도 한자루 사서 훈련해볼까?



결국 한동안 고민하다가 장기적으로 봤을땐 검을 드는게 우수한 무기를 얻기 편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틈틈이 모아둔 자금을 쪼개어 무기점으로 향했다.
철검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다 떨어졌어요?"

"네. 무투회 준비한다고 용병들이 철검을 다 사갔거든요."

"미스릴검이나 동방도는요?"

살 돈도 부족하지만 허탈해서 물어본다.

"손님...어디서 들으셨는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귀한 검들이 아무때나 쉽게 상점에 들어올리가 없잖습니까."

"...남은 무기는 뭐가 있나요?"

"어디보자...곤봉, 구리검, 철의 단검 세 종류가 있군요."

"......"

각목에 대못 박은것 같은 15G 짜리 곤봉.
무슨 청동기 시대를 회상시키는 40G 짜리 구리검.
뒷골목 왈패들이나 쓸것 같은 130G 짜리 철의 단검.

...이걸로 무투회에 나가라고?



<1209년 수확제 - 무투회 16강>

"흐아압-!"

부아앙----!

콰앙!

"크윽!?"

강하게 휘둘러진 곤봉을 원형 방패를 들어 간신히 막아낸 홀스트 하임만은 주춤거리며 한걸음 뒤로 밀려났다.

"무, 무슨 힘이 이렇게..."

질린듯한 표정의 홀스트 하임만의 말을 무시하고 그대로 공격을 계속한다.
저번에 맨손으로 맞붙었을때 알지 못했나?
나한텐 말이지...

"믿을건 힘밖에 없다고오오---!"

"이런 무식한...!"

그럼 넌 유식해서 지고 있냐!
여러모로 미숙한 티가 나는 홀스트 하임만이지만, 철갑옷과 방패로 방어력을 꾀한 것은 나름대론 괜찮은 생각이었다.
하지만...방어력을 위해서 스피드를 희생시킨 네녀석은, 힘은 세지만 명중률은 형편없던 나에겐 그야말로 밥일 뿐이지...!
무거운 방어구들로 인해서 움직임이 느린 홀스트 하임만은 상대의 공격을 회피하기 보단 방어하는 것을 선택했고,
그건 나에겐 더할나위 없는 최적의 샌드백이었다.

다시 한번 크게 휘둘러진 곤봉에 홀스트 하임만은 이를 악물며 방패를 들어올려 방어 자세를 취했다.

콰아앙-!
빠직-!

"엥?"

툭...데구르르...

반토막난 곤봉이 바닥을 구르는걸 보며 얼빠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

"...부러졌네...?"

"...! 후, 후후...!"

방패를 든 채 멍하니 있던 홀스트 하임만은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웃음을 흘렸다.
몸을 가리던 방패를 치우고 검을 들어 나를 가리킨채 선언했다.

"이젠 내 차례다!
이번에야 말로 지금까지의 굴욕을 되갚아주마!"

"아, 그러냐?"

태연하게 허리춤에서 새 곤봉을 꺼내들자 검을 든 그 자세로 굳어 버리는 홀스트 하임만.
능글능글 웃으며 곤봉을 들어올린 나는 홀스트 하임만에게 친절히 알려주었다.

"유감이지만 아직 내 배틀 페이지는 끝나지 않았지."

"야, 이 치사한...!"

"안들려!"

바우웅----!

퍼어어엉----!

"크아앗!?"

다시한번 힘껏 휘둘러진 곤봉에 몸통을 직격당한 홀스트 하임만은 휘잉~ 하고 허공을 날아 경기장 한구석에 처박혔다.
그래도 힘 조절은 했으니 죽진 않겠지.
심판을 보던 크루거 장군은 기절한 홀스트 하임만을 보고선 나의 승리를 선언해 주었다.



1회전(16강)에서 예전에 맞붙은적이 있는 홀스트 하임만을 만나서 다행이었다.
나보단 낫겠지만 경험부족이란 약점은 피할수 없었고,
무엇보다 그 무거운 갑옷으로 인한 느린 움직임이 홀스트 하임만의 패착이었다.
부서진 곤봉정도야 1승때 마다 받는 돈 300G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2회전(8강) 상대도 지금처럼 편한 상대라면 좋겠다고 바라며 상금을 세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209년 수확제 - 무투회 8강>

마법의 불벼락이 몸에 떨어졌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격통을 참으며 필사적으로 전진해 눈앞의 적에게 검을 내리친다.

"우어어어억---!"

즈아아앗---!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휘둘러진 구리검에 적의 지팡이가 순식간에 반토막 났다.
질린듯한 표정으로 이를 갈던 상대가 지팡이를 내던지며 악담을 퍼부었다.

"이...무슨 놈의 몸뚱아리가 맨몸으로 마법 수십개를 버텨?!
젠장...! 어쩌다 이따위 무식한 놈에게 걸려서..."

...나라고 이러고 싶었겠냐!?
나 지금 이 몸에 들어온지 겨우 석달밖에 안됐다고?
안그래도 수십발의 마법을 맨몸으로 받아냈더니 더럽게 아파 죽을것 같단말야.
판정패 당하기 싫어서 하나도 안아픈척 태연을 가장하곤 있었지만,
정말이지 그자리에서 비명을 지르며 뒹굴고 싶었다.

나...대회가 끝나면 성당이랑 묘지에 갈꺼야...
그래서 항마력을 키워서 돌아올께.
더러운 마법 데미지 같으니...

그나저나 무투회에 출전한 10살 가량의 여자애라곤 아무도 없는데 용사의 딸이란 소녀는 다른 축제에 참석한걸까?

(***프린세스 메이커2의 본편 시작은 1210년부터입니다.)


<1209년 수확제 - 무투회 준결승>

8강에서 마법사를 상대로 힘겨운 승리를 거머쥐고,
준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칼 폭스라는 맹인 무투가였다.
기억하기론 권법 교실의 교관이었던걸로 아는데, 맹인이었던가...

휘둘러지는 무기를 맹인인 칼 폭스가 제대로 피할수 있을지 몰라서 무기 사용을 주저하고 있었는데,
잠시 정신을 팔았더니 어느새 내 뒤를 점한 칼 폭스에게 관절기를 당해버렸다.

"윽?"

"어디다 정신을 팔고 있는건가?"

양팔과 양다리의 관절이 속박된 채로 칼 폭스를 등에 매단 자세가 되어버린 나는 얕게 신음소릴 뱉었다.
이거...정말 장난아니게 아픈데?
꼼짝달싹 못한채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버린 나.
등에 매달린 칼 폭스는 '쯧'소리를 내면서 혀를 찼다.

"이렇게 어이없이 끝나게 되는군. 유감일세."

정말로 유감스럽다는듯 입맛을 다시는 칼 폭스의 목소리가 신경에 거슬렸다.
끝이라고?
최강의 육체를 가진 주제에 공격한번 못해보고 이토록 무력하게 패배해야 한다고?
바다의 공포로 군림하던, 언제나 두려움과 공포 속에 불려지던 이몸이?
나약하고 초라한 내 영혼으론, 천고의 육신조차 무의미할 수 밖에 없다는거냐?
나는 이렇게 쓰러질 순 없어...

국왕의 옆에 선 크루거 장군이 지금의 대치상태를 보고 판결을 내리려는듯 천천히 손을 움직이는게 보였다.
온몸에 힘을 주어 칼 폭스의 관절기를 빠져나오려고 애쓴다.

"소용없네. 이 기술은 힘으로 풀수 있는게..."

"뿌드득...!"

"!"

이빨을 악물고 천천히 제자리에서 일어난다.
깍지를 낀채 내 몸을 꽉 압박하고 있던 칼 폭스의 몸을 잡아 풀어버렸다.

"...엄청난 힘이로군 자네."

이젠 오히려 내게 손목을 잡힌채 허탈하다는듯이 말하는 칼 폭스를 바라보며 나는 미소지었다.

"제게 한번 잡히면, 못벗어납니다."

절대로 풀어버리지 않겠다는듯 칼 폭스를 잡은 양손에 힘을 주자
칼 폭스는 인상을 살짝 찡그리곤 고개를 저었다.

"...이번은 내가 진걸로 하지."


<1209년 수확제 - 무투회 결승>

- 담담은 숲인간이라 불리며 두꺼운 피부때문에 방어력이 뛰어나다.
전투와 마법 센스가 양쪽 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두대맞고 한대 친다!"

마법을 날려대는 담담과의 전투는 치가 떨렸다.
초반에는 마법에 엉망진창으로 당하면서 담담의 마력이 바닥나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도중에 경기장 바닥에서 돌맹이를 주워서 던지거나,
부서진 곤봉을 던지거나 하면서 담담의 집중력을 분산시켰다.

체력에서의 엄청난 우위성을 믿고선 뼈를주고 살을 깎는 전법을 구사하길 한참...
이윽고 담담의 마법 공격이 뜸해지자 그때부턴 그야말로 시궁창 싸움이었다.

창을 들고 달려오는 담담에게 맞서 구리검을 창과 부딪힌 뒤론 그대로 개싸움으로 끌고갔다.
창을 뺏고 니킥을 날려 담담을 쓰러뜨린 후 넘어진 담담의 위에 올라타 쉴새없이 주먹을 날렸다.

마법 수십발로 온몸이 엉망진창이 된 나와 주먹질로 만신창이가 된 담담의 막싸움은
얼굴에 있는 무늬가 문신인지 멍인지 분간되기 어려워질 만큼 엉망이 된 담담의 항복선언으로 끝을 맺었다.

"...머슬 할발의 승리다."

「「「......」」」

무투회를 구경온 사람들의 침묵이 아프다.
떨떠름한 목소리로 승리선언을 한 크루거 장군은 국왕의 얼굴을 힐끔 보고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왕국 백성들에게 왕국 무투회 역사상 가장 몰상식한 결승전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209년 수확제 - 무투회 시상식>

"장하도다 머슬할발.
그대의 싸움은...그러니까...
...으음, 굉장히... 박력이 있었다네."

"......영광입니다 폐하."

그냥 솔직히 투박하다고 하셔도 됩니다 폐하.
멍투성이가 된 담담의 옆에서 국왕의 입발린 치하를 들었다.
거북함에 엉거주춤히 서있으면서, 부디 시상식이 빨리 끝나길 바랬다.

정말이지 이번에 번 돈으론 도장이나 다녀야지 원...


<1209년 댄스파티>

"휘유~ 정말이지 화려하군."

무투회가 끝나고 들른 댄스파티 장에선 각지의 여성들이 저마다의 미를 뽐내고 있었다.

중동지역차림의 쥴리에트(21)라는 여성은 리본을 이용한 댄스를 췄고,
피올리나(22)라는 회색 장발의 여성은 양팔을 벌리고 민족특유의 춤을 추었다.
인도쪽 의상을 입은 옅은 갈색 피부의 아니스(19)는 이마에 붉은 튤립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한다리만으로 균형을 유지한 채 추는 춤은 꽤나 고난이도로 보였다.
무용 교실의 선생님인 도베(23)는 은발에 어울리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예술적인 미가 돋보이는 춤을 추었다.

그리고...

"어라? 당신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거죠?"

"게엑..."

"뭐에요!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런 반응이라니 실례잖아요!"

녹색의 꽃장식을 단 갈색 만두머리소녀.
붉은 차이나 드레스를 입고 양손에 부채를 든 '타오 란팡'(14)은
푸른 눈동자로 나를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너도 댄스 파티에 출전한거냐?"

"당연하죠."

"무투회는 어쩌고?"

구경이라면 모르겠지만 대회에 참가하는건 무투회, 예술대회, 댄스파티, 요리대회 네곳중 한곳만 지원이 가능하다.

"수련도 좋지만, 레이디라면 자신을 가꿀 줄도 알아야겠죠?"

"인정."

무투회랑 댄스파티 양쪽에서 순위권에 들 정도면 꽤나 다재다능한 아가씨 같았다.

"그래서, 제 춤은 어땠어요?"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훌륭했어.
차이나 드레스 사이로 보이는 허벅지가 특히 매력적...「퍽!」켁?!"

"장난치지 말아욧!"

"아니, 진심「또 여관신세를 지게 해드릴까요?」...죄송합니다."

노려보는 란팡에게 사과하곤 다시 감상을 말했다.

"무예로 단련된 부드러운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부채의 움직임과 조화를 이룬건 멋졌어.
특히나 머리뒤로 길게 내려온 끈들이 부채를 펼치며 일어난 바람에 하늘거리는 효과는 정말이지 예뻤다구."

"에..."

란팡이 조금 놀란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뭐야?"

"아뇨. 의외로 자세히 얘기해주는구나 싶어서요...
당신이니까 건성으로 대답해주는게 아닌가 했거든요.
꽤나 신경써서 보고 있었나봐요?"

"...평소의 나는 너에게 대체 어떤 인상인거야?"

"근성없고 건성에다가 툭하면 도망치는 음흉남."

"......"

할말을 잊고 가만히 있는데 뒤에서 왠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당신이 왜 여기 있는거야?"

...설마설마설마...?

"...란팡."

"왜그래요?"

"부디 지금 내 등 뒤에 서있는 여자가 금발에 빨간 속옷만 입은 에로 꼬맹이가 아니라고 말해줘..."

"누가 꼬맹이야!"

퍽!

"으갹?!"

뒤에서 엉덩이를 걷어차져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자신을 덮쳐오는 내 몸뚱아리를 보던 란팡은, 무술가답게 아무렇지도 않게 회피해버렸기에 난 그대로 바닥에 엎어질수 밖에 없었다.
엎어진채로 뒤를 돌아보자 얼굴이 빨개져서 씩씩거리는 '죠니프 더 퀸'이 있었다.

"그리고 이건 속옷이 아냐! 본디지 스타일이라고!"

그거나 이거나 노출도랑 부끄러운건 매한가지 아냐!

그거냐? 스트라이크 위○즈?
팬티가 아니니까 부끄럽지 않아요?
아니면 이 자식이 내 주인○?
맨살이 아니라 살색 스패츠니까 괜찮아?

"그렇게 내놓고 다니면 안부끄럽냐?"

"핫~! 그런건 몸매에 자신이 없는 여자들이나 그런거지!
나같은 미녀는 부끄러울 이유가 없다구."

허허...그러세요?

"그럼 만져봐도 돼?"

"되겠냐!
쳐다보는거랑 만지는건 애초에 달라!
애태우는 남성들을 보는게 즐거운거라구!"

살짝 몸을 가리면서 반박하는 죠니프.
갑작스런 난입자에 란팡은 어리둥절하며 내게 물었다.

"저기, 이 사람은 누군가요?"

"아, 란팡은 초면인가?
이 애는 죠니프 더 퀸.
노출증이 있고 의외로 괴롭히는 재미가 있는 15살 꼬맹이."

"노출증이 아니얏! 본디지 패션이라니까!"

화내는 모습이 적당히 화제를 돌리는게 좋아 보였다.

"그래그래. 본디지 패션.
아무튼, 너도 댄스파티에 참가했지?"

"흥! 물론이지!
아까 내가 춤출때 심사위원의 얼굴 봤어?
굉장한 표정으로 날 보더라고.
나의 매력에 홀딱 빠진게 틀림없어."

굉장한 표정?
기가막힌 표정이겠지.

"...대신님은 똑똑한 여성을 좋아하는데?"

"뭣? 그럴리가...!
분명히 배나온 아저씨들은 이런 복장을 좋아한다고..."

"너 대체 어디서 그런 이상한 지식을 배운거야..."

콩-하고 죠니프의 이마를 살짝 두드렸다.

"아얏...!"

이마를 매만지는 죠니프에게 한숨이 나왔다.

"...대신님이 보시고 천박하다고 생각하지나 않았을지 걱정이다.
담번엔 좀 조신한 복장으로 와."

"조신한?"

"그래. 기왕이면 똑똑해 보이는 옷차림으로 말야."

"그럼 안경+본디지로..."

"너 자꾸 본디지 고집할래?!"



왠지 재밌어 보이는 란팡의 방관으로, 죠니프와 말도 안되는 콩트를 연출하기를 한참.
제삼자의 목소리가 끼어듬에 따라 대화는 중단되었다.

"어머나...그때의 그 천박한 평민아냐?"

...이건 또 설마로군...

"...란팡."

"흰 드레스에 붉은 망토. 갈색 웨이브에 흰꽃과 금색 머리장식의 아가씨에요."

"친절한 설명 고마워."

척-하면 착-이라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정확히 묘사해준 란팡에게 목례를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입가에 미소를 띄고 있는, 흰 드레스가 어울리는 귀족 아가씨.
프랑소아 모레(17)다.

"...오랜만입니다."

"흐응~ 당신같은 평민이 이런 곳엔 어쩐 일이야?"

"꽃에 나비가 꼬이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핫, 의외로 입담이 있잖아?
그래서, 당신은 맘에 드는 꽃은 찾았어?"

"알고 지내던 이들은 찾았습니다."

"그래?"

내말을 들은 프랑소아는 란팡과 죠니프를 번갈아 보곤 짙은 미소를 지었다.

"흐응...한명은 이국의 계집아이고, 다른 한쪽은..."

무례한 언동에 란팡의 눈매가 살짝 찌푸려 졌으나 그 이상의 반응은 없었다.
죠니프를 빤히 보던 프랑소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듯이 말했다.

"평민들이 부러워...그렇게 싸구려 천조각을 입어도 부끄럽지 않으니까."

"뭐야!"

발끈한 죠니프가 당장이라도 잡아먹을듯이 한걸음 나서자 기겁해서 죠니프를 말렸다.

"차, 참아 죠니프?"

"어째서 내가?!"

"우선 침착해."

죠니프의 어깨를 잡아 뒤로 끌어당긴 다음, 조롱어린 미소를 지은 프랑소아를 보았다.

"아이에게 하는 말로는 어른으로서 잘못하셨습니다."

"내가 평민에게 뭐라하든 상관할 이가 누가 있단 말이냐?"

"밀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훌륭한 이는 겸손함으로써 자신을 높입니다.
화려함은 현명함을 갖출때 비로소 아름다운것.
당신께서 스스로를 가꾸고자 하신다면,
저희가 당신을 존중하는 만큼, 당신도 우리를 존중하는 현명함을 보여 주십시오."

"저들은 정원의 화려한 꽃과 달라.
나비도 찾지 않을 하찮은 잡초들일 뿐이야."

"물론 그녀들은 꽃같은게 아닙니다."

"응?"

의외란듯 나를 보는 프랑소아의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응시한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그녀들이 꽃이었다면 이렇게 살지 않았겠지.
죠니프의 어깨를 잡은 손에서 살짝 떨림이 전해져온다.
진정하라고. 나쁜 뜻이 아니었으니까.

"그녀들은 꽃이 아닙니다.
결코 화단속에서 남에 의해 가꾸어지는,
하염없이 멈춰서 나비만을 기다리는 꽃이 아닙니다.

그녀들은 새장을 벗어난 새입니다.
행복을 찾아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선 이들입니다."

손에 잡힌 어깨에서 떨림이 잦아든다.
그래도 이걸로 안심하면 곤란하지.
거만한 성품의 프랑소아라면 어떻게든 트집을 잡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의외로 프랑소아는 아무말 없이 나를 보며 제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시선을 피하면 지는거라 생각했기에 계속 프랑소아의 눈을 마주 보았다.
...나중에 무례하다고 혼나는거 아냐?

잠시 후, 프랑소아는 천천히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시시해."

정말로 재미없다는듯 프랑소아는 뒤로 돌아서서 고개를 돌려 힐끗 이쪽을 봤다.

"당신, 이름이 뭐였지?"

"머슬 할발입니다."

"그래..."

중얼거리듯 말한 프랑소아는 조용히 파티장을 떠나버렸다.
...참견이 지나쳐 화나게 한건가.

나중에 다시 만났을때를 걱정하고 있으려니
손등을 톡톡하고 건드리는 느낌이 왔다.
시선을 내려보니 죠니프가 한손가락으로 어깨에 올려진 내 손을 두드리고 있었다.

"저기, 이제 놔줘."

"아...그래."

어깨를 잡은 손을 놓자 죠니프는 살짝 팔을 움직이며 몸을 풀었고,
뒤에 서있던 란팡이 내게 물었다.

"방금전 그 아가씬 누구죠?"

"프랑소아 모레. 검술이 취미인 귀족의 영양이야.
신경이 날카로울 17세의 사춘기 아가씨지."

"뭐라고 할까...굉장히 공격적인 느낌의 사람이군요."

"그래! 뭐야 그 여잔! 이 선구적인 패션 감각을 모른단 말야?"

발끈한 표정으로 자신의 옷을 바라보며 주장하는 죠니프에게 사과했다.

"미안. 그건 나도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

"뭐야!"

버럭-! 하던 죠니프는 문득 떠오른듯 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보느냐 에로 꼬마야?

"그나저나 너, 이름이 머슬 할발이었구나?"

"응? 몰랐던가?"

"저번에 싸웠을땐 듣지도 않고 가버렸으니까."

그랬던가.
그러고보면 항상 도전자만 이름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나도 도전을 제대로 받아들였다면 통명성은 할수 있었을텐데 말이지.

"그럼 설마 이번 무투회 우승자가 너야?"

"무투회 우승? 머슬 할발이?"

신기한듯 쳐다보는 죠니프와, 놀란듯 바라보는 란팡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져서
우쭐한 표정으로 선사받은 '은사의 검'을 내밀었다.

"에에~ 정말이었잖아?"

"암~ 물론이고 말고. 이몸께서 바로 올해 무투회의 우승자이시다~!"

「「...재수없어!」」

"핫핫핫! 존경해라 이몸을~!"

이젠 나의 명성도 조금은 높아졌을꺼라 생각하며 장미빛 미래 계획을 생각하고 있을때
죠니프가 삐딱한 표정으로 툭-하고 말을 내뱉었다.

"듣기론 왕궁 무투회 역사상 가장 몰상식한 막싸움이었다던데..."

"......"

"딴청 피우는걸 보니 사실이구나?"

"시끄러! 싸움에 무식하고 말고가 어딨어?
어쨌든 우승이라구!"

열을내며 반박하는 나에게
란팡과 죠니프는 충고하듯 말했다.

"기왕이면 멋진 모습으로 이기면 좋잖아요.
보는 국왕폐하 뿐만 아니라 백성들도 즐거워할 거라고요."

"맞아! 그리고 계속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이기면,
싸웠던 우리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는것 같아 싫단 말야."

"그러니까 역시 싸움에도 미학이 있어야 해요."

뭐여? 이게 무슨 동방이야?
탄막은 아름다워야 한다 뭐 그런거냐고?!

"아, 좋아. 좋다고.
내 도끼에 비살상 설정만 걸어준다면야 그까짓거 아름답게 싸워주마!"

"...억지쓰지말아요."

"뭐야, 애 같아."

이거참, 전투기술 부족한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어이없어 하는 둘에게 푸념아닌 푸념을 늘어놓다가
사내 녀석이 시끄럽다고 핀잔을 들어버렸다.
누가 내 고충좀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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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어서 계속 써봤는데 어제 낮부터 시작했거늘 지금 다 써진건 대체 왜이런건가...ㅇ<-<
아무튼, 1209년에 할일은 대충 끝난듯?

트러블도 써야 되는데 중간부분 메꾸는게 참 어렵군요-ㅅ-;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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