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얼마라고요?"

"다 합쳐서 5000G 다해."

"......"

천천히 계산을 해본다.
무투회때 매번 승리할 때마다 받은 300G들을 모아서 1200G.
거기에 우승 상금 3000G를 합쳐서 4200G.
틈틈이 해둔 알바로 벌어둔 돈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처 치료, 식비, 여관비로 나가는 처지다.

아, 지금 내가 뭘 하는 중이냐고?
청색 중화풍의 옷을 입고 팬더 귀걸이를 한 붉은 피부의 뚱보 행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상점에서 팔지 않는 물건을 가지고 다니는 이상한 떠돌이 행상인.



아르바이트를 끝마치고 여관으로 돌아가던중 지나가던 사람들이 「차이니즈 오크」라고
수근거리는 소리를 듣고 신경이 쓰여 돌아보던중 발견한 행상인이다.
괴상한 옷차림, 기다랗게 기른 날카로운 손톱, 붉고 돼지처럼 퉁퉁한 얼굴에 메기수염, 뾰족한 귀.
그야말로 수상한 분위기를 물씬 풍겨대니 사람들은 하나같이 힐끔거리기만 할뿐 섣불리 다가가질 못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기분나쁘다는듯 얼굴을 찡그리며 피하기 바쁜 느낌이었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외관이었지만,
무언가 괜찮은 물건이 없을까 싶어서 다가가서 대화를 걸어보았다.

왕국에 와서 첫손님이라며 호들갑을 떨어주는게 싫지만은 않았지만,
손까지 잡으며 너무 가까이 붙어오면 오히려 겁날 지경이라
애써 웃으며 판매 물품을 둘러보았다.

어디 보자...

유니콘의 뿔피리, 비너스의 목걸이, 풍유환, 미인의 드레스.

4개의 아이템이 행상인이 내놓은 전부였다.

기억하기론 유니콘의 뿔피리는 동부수풀지대에서 유니콘을 만날경우 감수성을 올려주었고,
비너스의 목걸이는 매번 생일때 마다 매력, 기품, 감수성이 오르고,
풍유환은 복용하면 가슴이 커지고,
미인의 드레스는 나체에 가깝게 노출이 아슬아슬한 옷이다.

여기서 내가 쓸만한건 뭐가 있을까?

우선 유니콘의 뿔피리.
비싼돈 주고 유니콘의 뿔피리를 사도, 유니콘을 만나고선 내가 "아!"하고 신기해하는걸로 끝.
아무리 봐도 손해보는 장사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시점에서부터, 난 감수성도 뭣도 없다고 스스로 깨달았지만...

다음으로 비너스의 목걸이.
전체적으로 금색을 띄고 한가운데 녹색의 둥근 보석.
그리고 그 주위로 4개의 은빛 진주가 장식된 화려해 보이는 목걸이다.
매력적이고 기품넘치는 느낌을 주는 목걸이고 매년 비너스 여신의 축복이라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매력적이고 기품넘치고 감수성이 뛰어나진다는걸 체감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신님의 축복이라는것을 일생에 한번이라도 체험할 수 있는 인간은 역사에도 손꼽힐 정도라는건 안다.

그리고 풍유환.
진주조개 모양의 상자안에 진주마냥 곱게 놓여져 있는 진홍색의 둥근 약.
복용한 여성의 가슴을 크게 해준다.
가슴을 만지면 커진다느니, 우유를 먹으면 커진다느니 세간에 도는 민간요법따위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효과 확실한 절세의 보물.
머리카락 나는 약만큼이나 세간에 전설로 회자되는 물건이다.

마지막으로 미인의 드레스.
속이 미치는 얇고 투명에 가까운 천으로 재단된 의상.
비키니에 가까우면서도 잘못 움직이면 은밀한 곳이 슬쩍 비칠것만 같은 엄청난 옷.
아니, 이걸 '드레스'라고 당당히 소개하는 행상인이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밤의 전당의 스트리퍼들도 이런 옷은 안입겠다...
본디지의 미학을 당당히 피력하던 죠니프도 이걸 입으라고 준다면 금방이라도 따귀를 날릴것만 같았다.

아무튼, 내가 살건 대충 정해졌군.

웃으며 넉살좋게 두손을 비비고 있는 행상인에게 살 물건을 가리켰다.

"으음...비너스의 목걸이와 풍유환을 주시오."

"애인한테라도 주려오?"

"댁이 알거 없으니까..."

비너스의 목걸이로 여신의 축복을 받는다면 좀더 축복받은 인생을 살수 있겠지.
눈으로 보이진 않겠지만 살면서 좋은 기회를 만날 행운이 올지도 모르고.
풍유환은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면 아내에게 선물로 주는게 좋을것 같다.

무엇보다 떠돌이 행상인이 지금 떠나버리면 언제 다시 왕국에 돌아올지도 알수 없고,
지금 사두지 않으면 누군가가 선수를 취해버려서 영영 구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니 둘다 사두는게 좋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비너스의 목걸이와 풍유환 두개를 고른것이었는데...

...이거 생각보다 꽤 비싸네?

무투회로 번 4200G와 아르바이트 비용을 계산해봤지만,
그동안 여러가지 일로 소비한 금액도 있다보니 물건을 둘 다 사기에는 금액이 몇백G는 부족했다.



"...혹시 이거 바가지 아뇨?"

"나 이사람 못믿나해?"

...언제 본적이 있다고 대뜸 믿겠습니까?
정색을 하는 행상인에게 반쯤 어이가 없어하길 잠시,
아무래도 흥정이 필요할것 같아서 다시 말을 걸었다.

"그러지 말고 조금만 깎아주시면 않될까요?
둘다 사기엔 가격이 조금 비싼데요."

"사기 싫으면 사지 마라해.
...응?"

완고하게 거절하듯이 매몰차게 말하던 행상인은 갑자기 내 몸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뭘 바라보나 싶어서 시선을 따라가보니, 내 옆구리에 차여진 '은사의 검'이 보였다.
은사의 검을 알아본건가?
행상인은 약간 놀란듯한 어조로 내게 말했다.

"당신...혹시 무투회 우승 경험자냐해?"

"네. 올해 우승자입니다만..."

"댁의 검을 준다면 싼값으로 팔아줄수도 있는데..."

"절대 안돼요!"

기겁하며 한걸음 물러나 거절했다.
판다고? 은사의 검을?
농담이 아니다.
팔다가 걸렸다간 내 인생은 말 그대로 끝장난다.
무투회에서의 악평에 더해서 국왕이 하사한 검을 팔았다는 파렴치한 범죄자로 낙인찍힌다고!

강한 거절의 표시에 입맛을 다시던 행상인은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조건을 바꿨다.

"흐음,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해?"

"어떤?"

"필요한 물건을 구해다 준다면 4000G에 물건을 팔겠다 해."

행상인의 말로는 세상을 돌아보면서 희귀한 물건을 모아 파는 입장으로,
새로운 물건을 매입할 필요를 느꼈다고 한다.
그런데 의외로 내가 무투회에서 우승할 만큼 실력이 됨을 알게 되자,
대신해서 위험한 지역으로 가서 물건을 구해오길 바라게 되었단다.
행상인이 내건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10일의 기한내로 동부수풀지대에서 지정하는 해당 물품중 하나를 가져오는것.

하나. 동부수풀지대 어딘가에 있다는 고대의 우유.
둘. 이야기로만 전해져 오는 요정의 다과회나 요정의 무도회. 그곳에서 요정으로부터 얻은 요정의 꿀.
셋. 유니콘을 잡아서 얻는 유니콘의 뿔.
넷. 산고양이를 잡아 얻을 수 있는 캣츠아이.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본 결과 나름대론 괜찮은 조건인것 같아서 승낙했다.

"알겠습니다.
10일내로 넷중 하나의 물품만 구해오면 되는거죠?"

"그렇다해.
5000G 짜리를 4000G랑 물건 하나와 교환해주는거니 나쁜 조건 아니다해."

자꾸 그렇게 '해, 해' 거리지 말아요 이 가짜 외국인.

"뭐, 좋아요.
10일내로 꼭 구해올테니, 그때 다시 거래하도록 하죠.
물건을 구하면 어디로 찾으러 가면 되나요?"

"당분간 여관에서 지낼테니 그곳으로 오라해."

"알았어요.
아, 그리고..."

"뭔가 해?"

그대로 길을 떠나려다 다시한번 뒤돌아서 행상인에게 주의한다.

"아셨죠?
이 두 물건은 저랑 거래하기로 약속한겁니다.
그러니까...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팔면 안됩니다! 알았죠?!"

"아, 알았다해."

잡아먹을듯한 눈빛으로 으르릉거리는 나에게 질린듯이 답하는 행상인을 보며
만족한 얼굴을 하곤 여관으로 돌아가 여행장비를 꾸렸다.

...그런데 4000G를 제외하면 무사수행 용품을 사는데 얼마를 쓸수 있는거지?




"끄응...결국 이번에도 이따위 장비인가..."

손에 든 곤봉과 허리에 찬 구리검을 우울하게 바라보면서 동부수풀지대를 향했다..
4000G를 빼고 남는 재산으론 여행때 필요한 텐트와 쾌유환 사기에도 빠듯했다.
도끼는 이가 빠져서 지금은 수리한다고 맡겨둔 상태고...

은사의 검은 아무리 좋아도 단검이라 얼마나 쓸모가 있을지 모르겠고.
어쩔까 주저하다가 결국엔 숙소에 놔두고 온 은사의 검을 떠올리곤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거 아무리 봐도 예식용인데, 기왕이면 폼나고 실용성 좋게 장검으로 만들어 주면 얼마나 좋아?

원하는 물건을 구해주는것 보다, 차라리 서부사막지대 같은 곳에서 괴물들을 잡으며 돈을 버는게 빠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면 인간도 아니고 괴물들이 화폐 따위를 가지고 있을리 없잖아?(드래곤이라면 몰라도)
쓰러뜨린뒤 떨군 잡템들을 가져다 팔면 돈이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로선 제대로 된 방어구는 커녕 무기조차 갖춰지지 않아서 조금 위험할 것 같아 포기했다.
역시 행상인의 말대로 비교적 덜 위험한 동부수풀지대에서 원하는 물건을 찾아다 주는게 나을것 같았다.

'고대의 우유', '요정의 꿀', '유니콘의 뿔', '캣츠아이'라...

다른건 모르겠는데, 유니콘...
...설마 환수랍시고 마법 공격을 퍼붓거나 하진 않겠지?



<동부수풀지대 - 요정의 무도회>

부러진 나무둥지들 사이로 혼자서 멀쩡히 서있는 나무.
가만히 멈춰서 서늘한 바람을 느끼는 가운데 귓가를 스치는 바람을 타고 속삭임이 들려온다.

'저기저기, 저 사람좀 봐.'
'온몸에서 뭔가 불길한 냄새가 나.'
'장난을 쳤다간 심상치 않을것 같아.'
'무서워...'
'오늘 축제는 못하겠네...돌아가자 얘들아.'

"......"



<동부수풀지대 - 요정의 다과회>

한가운데 둥근 기둥이 서있고, 그 주변을 시계처럼 거대한 돌들이 에워싼 공터.
스톤헨지를 연상시키는 돌들의 무리들 가운데 드러누워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어딘가에서 속삭임이 들려왔다.

'저기저기, 저 사람좀 봐.'
'...피냄새.'
'후끈한 땀내도 나.'
'다과회를 하려는데 왠 불청객이지?'
'이런 냄새속엔 다과회는 못하겠어. 다른곳으로 가자 얘들아.'
'으응...'

"......"

...우울하다 죽자.

솔직히 내가 지금 냄새가 나긴해.
며칠동안 제대로 씻질 못했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동부수풀지대를 지나면서 냄새 하나 안 날 사람이 누가 있어?
오는 내내 나무 구멍이나 땅굴, 진흙탕을 헤쳐나와야 했으니까 당연하잖아?

게다가 수근수근 다 들릴듯이 속삭이는건 대체 뭐야? 괴롭힘?
요정의 꿀을 얻을수 없을까 하고 조금이나마 가졌던 희망은
대화조차 시도하지 못할만큼 요정들에게 기피되는 상황에서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비참하다...

휴식하긴 커녕, 스트레스가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동부수풀지대 - 엘프의 영목>

요정들의 수근거림을 듣고 우울한 가운데 수색을 계속하다 다른 나무들과는 비교를 불허할만큼 거대한 나무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른 십여명이 팔을 벌려야 감쌀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나무 둘레에 내심 감탄했다.
설마 이게 엘프의 영목인가...

한낯동안 수색만 하느라 지친것도 있어 나무 그늘에서 잠시 휴식이나 할까 싶어서 엘프의 영목으로 다가가는데
나무 그림자 속에 누군가 서있는게 보였다.

"누구?"

"응?"

조용히 서있는 모습이 적대의사는 없어보였기에 말을 걸자,
상대는 약간 놀란듯 나를 보더니 말을 걸었다.

"이런...당신에겐 내가 보이는가?"

모습을 드러낸 인형은 적발에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뾰족한 귀가 드러났다.

"...엘프?"

"아, 알고 있는건가.
난 이 엘프의 영목을 수호하는 자라네.
내가 보이다니 자네는 의외로 감수성이 풍부한지도 모르겠군."

감수성?
그런게 나한테도 있었던가?
의외로 난 섬세한 인간일지도 모른다며 생각하고 있는데
무언가 주저하던 엘프가 한가지 부탁을 해왔다.

듣기론 드래곤 모드키가 엘프의 영목의 수액을 빨아먹어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드래곤 모드키를 쫓아내기 위해서 인간의 전투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니 드래곤 모드키로부터 엘프의 나무를 지키는데 당신의 전투기술을 나눠줄수 있겠나?
대신 나의 마법기술을 전해주지."

조용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엘프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 육체는 머슬 할발이 악마와 거래하면서까지 추구했던 소망의 결정체다.
애용하던 무기도, 거대한 함선도, 함께하던 부하들도 모두 잃고서,
절망속에 유일하게 남은 육신을 이런곳에서 녹슬게 해야 한다고?

"거절하지. 이 몸의 육체는 내게 남은 유일한 것이자 삶의 증거.
나의 육체의 의미를 퇴색하게 만들지 마라."

"그런가...그렇겠지.
당신은 전사니까...
내가 실례를 했군."

낙담한 표정으로 천천히 물러나는 엘프를 손을 들어 저지했다.
너무 그렇게 침울해하지 말라고.
적어도 낯선자에게 부탁할만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모른척할 정도로 매정하진 않아.

"...다만, 드래곤 모드키를 대신 잡아줄순 있지."




"키이익!"

"뒈졋!"

퍼억-!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드래곤 모드키의 머리를 곤봉으로 박살내버렸다.
체액을 흩뿌리며 쓰러진 녀석을 합쳐서 잡은 드래곤 모드키의 수는 10여 마리.
행상인이 부탁한 물품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주변을 수색하면서 드래곤 모드키를 잡기를 계속.
어느새 엘프의 영목 주위를 배회하던 드래곤 모드키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엘프의 영목 근처의 수색도 거의 끝난지라 이젠 슬슬 다른곳도 돌아봐야 하기에 엘프에게 돌아갔다.

"엘프의 영목 주변의 드래곤 모드키들은 다 잡았다고 봐.
하지만 더이상은 어렵겠군.
미안하지만 나도 지금 찾고 있는게 있어서 말야."

내 말에 엘프는 고개를 저으며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아니. 오히려 고맙군.
이것으로 엘프의 영목의 수호도 당분간 안심할수 있겠군.
혹시 뭔가 바라는것이 있다면 이야기 하게.
내가 도와줄수 있는것이라면 도와줄테니."

엘프의 말에 혹시나 하며 행상인이 찾는 물건중 몇개를 말해보았다.

"고대의 우유, 요정의 꿀, 캣츠아이중 하나를 찾고 있는데
혹시 아는게 있나?"

유니콘은 영수이니 아무래도 숲의 수호자로 보이는 엘프에게 부탁하는건 실례겠지.
내 이야기를 들은 엘프는 미안한듯 고개를 내저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가진건 없군.
요정의 꿀은 요정들이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만 선물해준다니까, 요정을 만난다면 친해지도록 노력해보게."

...지금 그 친해지는게 안되서 문제라니까?
미안해하는 엘프의 얼굴을 보며 불평하기는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엘프는 잠시 생각하더니 내게 물었다.

"가끔이라도 좋으니 이렇게 와서 나를 도와줄수 있겠나?
보답으로 약간의 마법을 알려주도록 하지."

전투기술을 대가로 바치지 않는다면야 좋다.
당분간 무기를 제대로 장비하기 전까진 수행을 위해서 이곳을 방문해야 할것 같기도 하고.

"...가끔이라면야."

"고맙군.
그럼 지금 마법을 전해주도록 하지."

엘프로부터 소량의 마법적 능력을 전해받았다.
사실 무언가 빛이 났다는것 이외엔 그다지 느낌이 없어서 제대로 받은건지도 의심스러웠지만,
애초에 머슬할발의 마법평가가 0이었던걸 떠올려 보면 마법에 대해 무지하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마력, 마법기술, 항마력이 몽땅 0이었으니 마법의 능력을 느끼고 자시고 할게 없었겠지.
엘프의 보답을 받고 기분좋게 헤어진 뒤 탐험을 계속했다.



<동부수풀지대 - 사방이 바위로 둘러싸인 공터>

7일동안 동부수풀지대를 탐험했다.
'고대의 우유', '요정의 꿀', '유니콘의 뿔', '캣츠아이'.
넷중에 하나만 구하는대로 마을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생각되로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산고양이들은 너무 재빨라서 잡으려고 하면 싸우기도 전에 도망치느라 항상 놓치기 일쑤였다.
요정들은 만나기도 전에 기피되었고.
그리고 유니콘은 어땠냐면...

"빌어먹을 유니콘!
처녀만 밝힌다더니 진짜로 안나타나네."

광대한 동부수풀지대를 돌아다니며 헤멨지만 유니콘은 꽁무니조차 보이지 않았다.
진짜 유니콘의 뿔피리라도 갖고 있어야지 시비라도 걸러 오는건가?

7일이 지나는 시점까지도 소득이 없자 점점 초조해졌다.
이러다가 기한이 지나서 행상인이 떠나가버리는거 아냐?

동부수풀지대를 경계에서 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빙돌아 수색하다가 발견한 비밀통로.
진흙탕속으로 연결된 통로를 지나 발견한 이 곳이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미수색지였다.
여기서도 아무런 소득이 없다면 정말이지 다른 방도라도 생각해야 할것 같았다.
다른 장비나 텐트를 팔거나 해서 돈을 마련하든가,
비너스의 목걸이 하나만 사고 풍유환은 그냥 포기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재검토 하면서 수색하던중 나무뿌리 틈으로 무언가 빛나는 물체가 보였다.

"이건...?"

기대에 가득차 나무뿌리를 헤집자 그곳에서 무언가를 봉한듯한 상자가 드러났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자를 열자 하얀 액체가 들어간 고풍스러운 병이 나타났다.
고대의 우유.
눈물을 글썽이며 소중히 상자를 다시 덮어 품에 넣었다.

"핫핫핫! 드디어 찾았다!
이런곳에 있었다니...!"

...7일동안 지지리 운도 없더니 드디어 득템했구나.
빨리 마을로 돌아가려는 마음에 급히 일어서자 갑자기 근처의 수풀이 흔들렸다.

부스럭-.

"칫, 들킨건가..."

응?
난데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의아해하며 그쪽을 바라보자
왼쪽눈에 안대를 하고 노란 구레나룻만 남은 대머리가 수풀을 헤치며 걸어나왔다.
누군가 싶어서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으려니 상대는 내손에 들린 곤봉을 보곤 입술을 비틀며 말했다.

"흥. 날 찾고 있었나보지?
그래. 내가 바로 수배범인 바나자드 님이다."

...난 관심도 없었는데 자기가 알아서 정체를 밝히네?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있으니 바나자드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비웃는듯한 어조로 나를 구슬렸다.

"뭐, 나도 궂이 네녀석과 다툴 생각은 없어.
날 모른척 한다면 80G를 줄테니까 여기서 사라져라.
너한테도 이득이잖아?"

얼씨구?
80G?
누구 코에 갖다붙이라고 그러냐?
한 1000G라면 몰라도.

10살짜리 애한테도 잡혀가는 약골주제에 기만 살았다고 생각하며 곤봉을 꼬나쥐었다.
이녀석한테 걸린 현상금을 타면 당분간 생활비는 건질 수 있겠지.
내가 전의를 다지고 있자 바나자드는 화가난 얼굴로 위협했다.

"덤빌테냐?
갑옷도 없이 곤봉 한자루로 대체 무슨 베짱인지 모르겠지만
상대를 잘못 만났다는걸 알려주마!"

"누가 할소리!
너야말로 사람 잘못 만났다고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땅을 박차고 순식간에 앞으로 달려나가며 힘껏 곤봉을 휘둘렀다.

"뒈져버렷 로리콘 미수 자식아!"

"뭐, 뭐라는거야? 으아악~~~!"

뻐어억---!

옆구리에 곤봉이 틀어박혀 비명을 내지르는 바나자드의 목에 춉을 날렸다.

"크억!"

기절할줄 알았는데, TV에서 봤던것처럼 간단히 기절하진 않네.
...이럴땐 역시 무식한 방법이 최고지.
오른손에 들린 몽둥이를 꽉 쥐었다.



<동부수풀지대 - 검문소>

"...누구요 이자는?"

"바나자드. 현상범요."

"...왜 이렇게 바뀌었소?"

기절할때까지 패다보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부풀어 올라 엉망진창이 된 얼굴의 바나자드.
너무 변한 얼굴에 순간 바나자드를 못알아 본 경비대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젓곤 바나자드를 인수받았다.

현상금은 이후 관리를 통해 지급한다고 하였다.
이걸로 한동안 여관비는 건졌군.

무사히 행상인과의 거래를 마치고 비너스의 목걸이와 풍유환을 건네받은뒤 휘파람을 불며 숙소로 돌아갔다.
덕분에 빈털털이가 됐지만 며칠뒤 공식적인 발표와 함께 나올 바나자드의 현상금이라면 당분간은 식비 걱정은 없을듯 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자리에 누워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현상범 바나자드를 체포한 공으로,
머슬 할발을 왕국의 이름으로 표창합니다."

「저자가 그 흉악한 바나자드를 붙잡았다고?」
「과연 강해 보이는군. 저 우악스러운 근육좀 봐.」
「처음 바나자드를 보았던 경비병이 무척이나 놀랐다고 하더군요.」
「그렇대요. 처음엔 바나자드인줄 몰랐대요.」
「형체를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팼다지요?」
「그렇다지? 어찌나 지독한지, 아직까지도 나무몽둥이를 보면 발작을 한다던걸?」
「흉악한 현상범에 걸맞는 흉악한 현상금 사냥꾼이네요.」
「저번의 무투회때 소문도 있고, 젊은데 꽤나 우악스러운 사람인가보구먼...」

"......"

전사평가가 오르고 스트레스가 올랐습니다.



==========
새해맞이는 극장에서 해리포터와 함께 했습니다.=3=

늦었지만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제 저녁까지 문넷 접속이 안되길래 올리는건 오늘은 안써도 되나(...)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잤습니다( -_-);
그러다가 오늘 남은 시간내로 빨리 쓸수 있는거라도 써보자 싶어 적어놨던게 이거--;
(정작 글을 쓰면 트러블이나 요거나 편하게 써지는건 없었지만요...-_-;)
급히 쓰느라 아가씨가 한명도 등장하지 않아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양해를 구합니다=ㅅ=;;;

원래 비너스의 목걸이는 1500G
풍유환은 1200G 입니다.
(플레이 다시 하면서 알았네요-ㅅ-;)

머슬할발이 가격을 몰랐던건 게임한지 십년은 넘어서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랬거나
에디트 플레이어라서 금액에 신경을 쓰고 살지 않았거나 둘중 하나겠죠(...)

감수성 문제는 머슬할발의 경우엔 소심함 = 감수성이 되시겠습니다.
문학적으로 교양이 높거나 섬세할 경우엔 정상적으로 감수성이 높게 나오겠지만요.



그리고 전 이제 신입사원연수받으러 갑니다^^;
2주에 한번꼴로 주말에 집으로 올것 같습니다.
따라서 트러블과 백미 연재가 느려지게 되는점 양해 바랍니다^^;;

암튼, 교육 잘다녀오겠습니다~^^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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