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면 모모는 함께 오지 않았어?"
"모모는 오전에 미카도 선생이랑 희귀 약초를 채집한다고 나갔어."
오전? 설마 미카도 선생님은 오늘 양호실은 쉬셨던건가?
"아, 그러고보면 아침에 모모가 오늘 저녁은 먼저 먹으라고 했어.
듣기로는 오키와나 행성으로 간다고 하던데, 꽤나 멀리 있다나봐."
"아, 거기?"
"응? 료스케 알고 있어?"
"룬에게 들었는데, 미카도 선생님이 정기적으로 약초채취하러 가시는 곳이라고 하더라구.
룬이랑 친구들이 실수로 그곳에 갔을때 미카도 선생님이 구해주셨다던데.
그런데 오키와나 행성이라면, 대충 편도로 4시간 정도 걸렸던걸로 기억하는데 괜찮으려나?"
"엑? 그럼 왕복에만 8시간이나 걸리는거야?"
"응. 더구나 채집에 걸리는 시간을 합치면 더 오래 걸리겠지 아마도."
이번에 공간확장으로 집을 넓히면서 모모가 집에 화분을 놓아 기르기 시작했다.
집 한곳에 화원을 꾸미면서 제법 의욕이 난 것처럼 보였는데, 혹시 미카도 선생님과 우주 식물 채집을 가기로 한건 그런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모모가 부탁한 야생화 도감을 대출한 뒤 하교했다.
그대로 귀가할까 생각했는데 도중에 나나가 의견을 냈다.
"저녁까진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좀 더 놀다 가자."
"그럴까?"
확실히 머리를 푼 중학생 교복 차림의 나나를 보는 것도 드문 일이니까, 오늘은 좀 더 느긋하게 돌아다녀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가보고 싶은 곳 있어?"
"얼마전에 갔던 마트. 마음에 드는게 있었거든~"
곰돌이 침대가 있던 거긴가.
교복 스커트를 나부끼며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나나를 따라 상점가로 향했다.
"저기저기, 료스케. 나 이거 사줘!"
나나가 한팔에 매달려선 곰인형을 가리켰다.
기대로 두근두근한 얼굴로 아메지스트 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올려다보는 나나를 보다가 잠시 고개를 들었다.
분홍빛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내음에 '딸기향 샴푸인가...' 생각하곤 곰인형을 집어 들었다.
곰인형을 나나에게 건네자 나나가 눈을 빛내며 곰인형을 꼭 안아들었다.
"헤헤헷-"
보는 쪽이 훈훈해질 만큼 헤실헤실 웃으면서 곰인형을 껴안은 나나는 다른 한손을 꽉 쥐곤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곰인형 겟~!
후후흥~ 나정도면 역시 이정돈 한방이네~!"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응?"
"한방이라는거, 설마 팔에 매달리는걸 말하는거야?"
"팔짱이야!"
팔짱이었냐.
상당히 사랑스런 행동이긴 했다만.
"이렇게 하면서 조르면 뭐든 사준다고 모모가 그랬거든~!"
하 하 하.
...두고보자 그녀석.
뭐, 이번은 교복 입은 나나를 본 답례로 생각하겠지만.
곰인형을 안고 기분이 들뜬 나나가 꺄-꺄-거리며 마트를 돌아다니는걸 피식 웃음짓곤 뒤따랐다.
마트 안에는 부모님을 따라 온 아이들도 종종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중 저만치 앞 과자 코너 근처에서 남동생으로 보이는 아이의 손을 이끌고 가는 작은 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사이가 좋구나~
대견하게 바라보자니 갑자기 쑥하고 내게 내밀어진 손이 있었다.
앞서 나가던 나나가 한손을 내밀곤 히죽 웃었다.
"자 료스케. 손."
"응?"
"저게 부러운거지?"
방금 손을 잡고 가는 어린 남매의 모습을 지적했다.
"그건,"
"숨기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어른'이니까 이끌어줄께."
엣헴-하고 뽐내듯 은근히 가슴을 내미는 나나의 태도에 무심코 웃음이 나올것 같았다.
어른스러움을 어필하는 나나를 보며 생각했다.
모처럼 나나가 배려해주는거고, 오늘 정도는 나나에게 리드당해도 나쁘진 않겠다고.
"그럼 잘 부탁할께."
웃으며 나나의 내밀어진 손을 쥐었다.
손을 맞잡은 나나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싱긋 웃었다.
"맡겨두라구~"
손에 잡히는 온기를 만끽하며 나나의 보폭에 맞춰 걸음을 늦췄다.
"......"
"아직도 기분 상한거야?"
"그런거 아냐."
부우-
볼을 부풀린채로 그렇게 말해도 설득력이 없는데 말입니다.
토라진 얼굴로 나나가 곰인형을 안은 손에 힘을 줬다.
역시, 방금전 마트 직원에게 들은 말이 문제였나.
- 사이가 좋네요. '친척 동생'인가요?
아니, 뭐, 나나가 나랑 닮진 않았으니 '친척 동생'이라 추측하는 것도 딱히 잘못되진 않았을 것이다.
교복차림새인 나를 아저씨가 아닌 학생 취급해 줬다는 점도 나에게 있어선 고평가 요소이고.
다만 나나에게는 '동생'취급 받은게 못내 불만이었나보다.
내 손을 잡고 걸으면서 나나가 투털투덜 불평을 늘어놓았다.
"방금 말이 그렇게 듣기 싫었어?"
"그래! 모모였다면...!"
말하다 말곤 우물거리면서 입을 다문 나나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모모가 왜?"
"......"
내 물음에 힐끗하고 내 눈치를 보더니 나나가 한차례 헛기침을 했다.
"...듣자하니 모모랑 있을 땐 시, 신혼이냐고 물었다면서?
모모 녀석...그런걸로 어른스러운걸 자랑해대고..."
아, 이거 평소의 놀림이네.
조숙한 체형인 모모와 발육이 늦은 나나.
쌍둥이간에 비교되는 분위기나 체형이 나나는 신경쓰이나보다.
아직 어린 나이니까 그렇게까지 초조해하진 않아도 될텐데.
모모의 말을 생각하고는 더 화가 치밀었는지 나나가 눈에 쌍심지를 켰다.
"대체 나랑 모모를 대하는 시선의 차이는 뭐야?"
글쎄? 한손에 인형을 안고 내 손을 잡고 가는거랑, 나와 팔짱을 끼고선 가구를 둘러보는거랑의 차이?
굳이 지적하자면 인형을 품에 안고서 사랑스럽게 웃는 얼굴이 원인 아닐까?
나이에 걸맞는 훈훈한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화낼것 같아서 말을 바꾼다.
"아마 우리 둘 다 교복 차림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보통 교복차림을 보고 성인이라고 생각하진 않겠지?"
"...그럴지도. 응, 어른스러워 보여도 결국은 학생인걸."
내 말에 갸우뚱하더니 어느정도 수긍한듯 나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짹- 짹-
응?
마트 안에서 난데없이 들려오는 지저귐에 고개를 들자, 천장에서 이리저리 마트를 날아다니는 참새가 보였다.
나갈 길을 못찾은건지, 참새는 어쩔줄 모르고 헤메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던 나나가 참새를 불렀다.
"이봐, 얘. 거긴 나가는 곳이 아냐."
짹?
"밖으로 데려다 줄테니까 따라오라구."
나나의 부름에 천장을 배회하던 참새가 나나에게 내려왔다.
나나가 내민 손바닥에 참새가 날개를 접고 얌전히 앉았다.
"어쩌다 여기에 들어온거야?"
짹-
"뭐래?"
"엄청나게 커다란 문으로 들어왔는데, 문이 사라졌데."
...아, 화물을 옮길때 가끔씩 열리는 문 말이네.
마트 벽 한쪽에 굳게 닫혀있는 거대한 문을 떠올렸다.
아마 화물용 문이 열려 있을때 실수로 들어온거겠지.
"료스케~ 잠시만 인형 좀 맡아줄래?"
"응? 어."
나나로부터 곰인형을 받아들자 나나는 양 손바닥으로 참새를 들었다.
마트를 나가려고 걷던 중 시식코너를 지나던 참새가 지저귀었다.
참새의 울음소리에 나나가 고개를 돌려 시식코너 한쪽에 있는 시식용 빵을 쳐다봤다.
"뭐야. 너 저걸 먹고 싶은거야?
그럼 잠시만 얌전히 있어."
시식코너에선 치즈를 바른 빵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하나 드시고...어머?"
"한 조각만 주세요. 작은 조각으로."
손바닥 위에 참새를 올린채 부탁하는 나나에게 점원이 신기해하며 빵을 잘게 잘라주었다.
건네진 빵조각을 쪼아먹는 참새를 가만히 바라보다 나나가 말을 걸었다.
"너 혹시 내 사파리에 오지 않을래?
사이버 사파리인데, 여기랑은 좀 다른 곳이지만 지내는데 불편은 없을거야."
짹-
"그래? 아쉽네."
나나의 말에서 판단컨데 아무래도 참새는 이 마을에서 지내는 편을 고른 것 같았다.
곰인형을 포장한 뒤, 계산을 마치고 마트를 나왔다.
"그럼 잘가~! 앞으론 조심해야 된다?"
짹-
한차례 지저귀곤 참새는 날개를 홰쳐 나나의 손을 떠났다.
"사이버 사파리 말인데, 저번에 길을 헤메던 개들도 초대했었지?"
"응. 쓰레기통만 뒤지는것 보다는 내 사파리 랜드에서 지내는게 좋을 것 같아서 권유했었지.
승낙해준 녀석들은 전부 사이버 공간에서 지내고 있어."
참새를 배웅하고선 나나가 덧붙였다.
"료스케도 혹시 길가에서 떠도는 동물들이 보이거든 데려와줘.
주인이나 가족을 잃은 녀석이면 가족 찾는걸 도와줄테고, 만약 나랑 같이 지내고 싶다고 한다면 내 사파리에 초대할테니까."
"...그래."
"왜그래?"
웃음짓는 날 이상한듯 쳐다보는 나나에게 고개를 저었다.
"그냥, 어른스럽다고 생각했을 뿐."
"뭐야, 잘 알고 있잖아?"
히죽 웃으며 나나가 곰인형을 도로 안아들었다.
여동생(妹)카페
"어서오세요냥~!
어? 아키츠군?"
"안녕 사와다."
"...사와다?"
"어라? 나나도 왔어?
그리고 사와다 말고 미오라 불러줘냥~♡"
"어, 어응..."
미오의 애교에 나나가 당황한듯 고개를 주억였다.
...혹시 미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던걸까?
어쩐지 내 말을 그냥 따라했던것 같은 생각도 들고, 생각해보면 사이난 퀘스트 게임 이후로 얼굴을 맞대는건 처음인것 같고.
그 탓인지 나나도 살가운 미오의 태도에 당황스러운 느낌이다.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 나나의 모습에 미오가 싱긋 웃고는 날 향했다.
"좋겠네냥~♡ 올 때마다 다른 여자를 데려오는 아키츠군."
"하하..."
틀린 말은 아닌지라 반박하기 어렵다.
"재주도 좋네냥. 솔직히 겉모습만 보면 꼭 중학생 꼬시는 아저씨 같잖냥~?"
"심하잖아!?"
아무리 나라도 상처입을 가슴은 있어.
"아하하~ 미안미안~ 답례로 서비스 해줄테니까 화풀어주량~ 응?"
"정말이지..."
머리에 달린 고양이 귀를 손가락으로 쫑긋거리며 배시시 웃는 미오의 모습에 어쩔수 없다는듯 자리에 앉았다.
"그럼 주문 부탁드립니다냥~♡ 아키츠군이랑 나나는 어떤걸 원하냥?"
"나는 밀크티로 부탁할께."
"난 에스프레소~!"
미오가 주문을 확인했다.
"응, 나나가 밀크티고, 아키츠군이 에스프레소인거냥?"
"어? 아니, 내쪽이 밀크티인데."
"미오, 에스프레소는 나야~!"
"엣...?"
에스프레소를 주문한 나나에게 미오가 조금 놀란듯 눈을 깜빡였다.
"어, 나나. 에스프레소는 나나에겐 조금 힘들텐데 괜찮을까냥?"
"응! 문제없으니까~"
"그렇다면야..."
고개를 갸웃하며 물러나려는 미오를 불렀다.
"...아, 사와다."
"응?"
"생각해보니 조각 케이크도 하나 시키는게 좋을 것 같아.
추천해줄 수 있어?"
"물론~ 맡겨두라냥~♡"
장난스레 윙크하곤 미오가 몸을 돌렸다.
"그런데 어째서 에스프레소를 시킨거야?"
"흥, 난 어른이라서 이런게 보통이니까."
코를 울리며 나나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어른인겁니까.
은근히 아까전 일을 신경쓰고 있는거려나?
아이는 아이다울 수 있는게 행복한 일이라 생각하는데.
잠시 뒤, 에스프레소와 밀크티가 조각 케이크와 함께 나왔다.
"에스프레소랑 밀크티, 케이크 나왔습니다냥~♡"
"고마워 사와다."
"후후, 그럼 데이트 잘해라냥~♡"
웃으며 미오가 떠나자, 에스프레소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나나가 중얼거렸다.
"...작아."
조그마한 크기의 에스프레소 잔(데미타세)을 보곤 나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왼손을 내밀어 잔을 들었다.
하지만 곧 침착한 얼굴로 나나가 천천히 잔을 가까이 했다.
"흠, 역시 좋은 향기네."
그러냐.
'역시'라니, 일부러 예전부터 맡아봤던 적 있는 듯 말하지 않아도...
우아한 동작으로 나나는 잔에 입술에 대곤 에스프레소를 홀짝였다.
"아씁!? 페엣-!! 픕-!! 에픗-!!"
...아무튼, 이렇게 되는군요.
혓바닥을 내밀며 울상이 되어선 '써어어~~~'라고 중얼거리는 나나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면서 불쌍하다.
역시 여기선 나나에게 다른걸 권하는게 좋겠네.
"나나."
"으으읏...왜?"
손가락에 걸려있는 잔을 원망스러운듯 노려보며 신음을 흘리던 나나가 시선을 돌리지 않고 물었다.
"나도 어른의 맛이라는게 궁금해져서 그런데, 괜찮다면 내 밀크티랑 바꿔주지 않을래?"
아직 손도 대지 않은 밀크티를 가리키며 부탁하자 나나의 신음이 멎었다.
자신의 에스프레소 잔과 테이블에 놓인 밀크티 잔을 번갈아 쳐다보던 나나는 이내 슬그머니 에스프레소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흐, 흐흥...료스케가 그렇게까지 부탁한다면 바꿔주지 못할것도 없다구?"
한차례 헛기침을 하곤 부끄러워졌는지 나나는 말을 흐렸다.
"후후,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
아무렇지 않은 척 나나가 에스프레소 잔을 쑥 내밀었다.
에스프레소 잔을 받고 나나에게 밀크티 잔을 건네 주었다.
왼손에 든 에스프레소 잔을 입에 댔다.
"아..."
"응?"
"아, 아냐."
흐응...?
고개를 숙인 나나의 모습에 눈썹을 모으다 에스프레소를 조금 입에 넣었다.
"...역시 씁쓸하네."
"...료스케도 그렇게 생각해?"
"응. 그야 에스프레소로 마신건 나도 처음인걸."
"처음..."
오른손에 쥔 포크로 조각 케이크를 잘라 입에 넣었다.
"딱히 무리해서 쓴걸 마시고 싶진 않았고."
"...나는 무리하지 않았는 걸."
그렇게 말하며 잔을 매만지는 나나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알고 있어. 그래서, 어른의 기분은 될 수 있었어?"
내 물음에 나나는 고개를 저었다.
"몰라. 이런 쓰기만 하고 맛이라곤 없는걸 왜 다들 마시려는건지 모르겠어.
이럴거면 달콤한 쉐이크라도 주문할걸 하고 생각했다구."
'...그래도'라는 말로 푸념을 멈춘 나나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내 손에 들린 잔을 힐끗보곤 나나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조금은, 어른이 된 느낌..."
고개를 숙이곤 양손으로 밀크티 잔을 입으로 옮기는 나나의 모습이 귀여워 무심결에 미소를 지었다.
카페에 앉아 나나와 소소한 대화를 나누다 모모와 함께 지구로 가출하게 된 이야기로 화제가 돌았다.
"데빌루크 성에서의 생활은 지루했어.
담당 선생님은 매번 은하의 역사나 예의범절 같은 따분한 것만 가르치지.
놀 것도 별로 없었고."
"그래서 가출한거야?"
"그래. 말해두지만 가출건은 모모도 찬성한거였으니까?
모모는 언제나 좋은 아이인척 하지만 걔도 공부가 귀찮다고 생각해서 같이 도망친거라구.
뭐, 그래도 언제나 쌍둥이 중 우수하다고 불린건 나였으니까~!"
핫핫~하고 웃음을 터뜨리던 나나는 이내 한숨을 쉬었다.
"...하아..."
"갑자기 왜 침울해 하는거야?"
"우수하단 얘긴 듣고 지냈지만...어른스럽다는 얘길 듣는건 항상 모모였으니까.
예전부터 그랬어.
모모는 주변에서 어른 대접 받는데 그에 비해 나는 언제나 애 취급이고!
쌍둥이인데도!"
씩씩거리는 나나를 달랬다.
"어른스러운걸 강조하려던건 그런 이유였어?"
"그래. 모모가 자꾸만 놀리잖아.
나도 어른스럽단걸 보여주고 싶었다구!"
툴툴거리며 나나는 밀크티를 홀짝였다.
지금 그대로 자연스럽게 있는 편이 나이에 어울려서 귀여운데.
"...그리고 생각해보니 우유를 싫어하는 모모보단 내가 더 어른이잖아!"
"어, 으응. 그래."
둘 다 애잖아.
자랑스레 밀크티를 들어보이는 나나에 어색하게 맞장구쳤다.
"그래도 오늘은 어느정도 내가 어른스럽단걸 보였지?
교복 차림으로 선물도 받았고."
"응? 그거랑 어른스러운거랑 무슨 상관이야?"
"TV 프로에서 봤는걸?
교복 차림의 여자애가 팔짱끼며 부탁하니까 어떤 아저씨가 이것저것 사주던데?
적당히 같이 놀아주면 이것저것 사준다고 하더라고."
"......"
그거 원조교제거든?
대체 무슨 프로를 본거야? 사회 고발 프로?
무엇보다, 애초에 난 아저씨가 아냐.
내 심정이 어떻든 나나는 옆에 둔 인형을 보곤 도로 기분이 나아졌는지 홀가분히 기지개를 켰다.
"아무튼, 지구에 와선 그런 쓸데없는 비교 따윌 하는 사람이 없어서 좋아.
놀 거리도 많고. 마울이 지구 문화에 빠져든 걸 이해할 수 있을것 같기도 해."
음, 매지컬 쿄코를 좋아한다는건 이해한다만, 매지컬 쿄코 피규어를 들고 '웃효-!' 하고 환희하던 마울의 모습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는데.
곰 같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경박한 분위기에 주변 사람들도 뭐라 말할지 모르는 얼굴이었지.
우주와의 문화 교류의 개척자가 되어주길 바라면서 마울의 미래를 속으로 축복하는데, 나나가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그러고보면 궁금한게 있는데."
"뭔데?"
"...료스케는, 언제나 여자를 꼬시며 다니는거야?"
"아니거든?"
"미오가 그랬잖아.
넌 매번 다른 여자를 끼고 여기에 온다며?"
"...훗, 이놈의 인기란~!"
"우와아~ 재수없어."
정색하며 잘난 척하는 내게 어처구니 없어하는 나나의 눈빛이 꽂혔다.
"...아키호는 어째서 이런 녀석에 대해 알고 싶은걸까?"
"응? 아키호씨? 사이렌지의 언니 말야?"
"맞아. 아키호가 너에 대해 많이 물어보더라."
"헤에? 어떻게 말야?"
"'아케치군은 요즘 어떻니?'
'아케치군이 좋아하는건 어떤거니?'
'집에서 아키츠군은 뭘하고 지내니' 같은거 말야."
"아케치 아니고 아키츠라니까..."
"발음 하기 어렵단 말야. 그게 그거지."
"그러냐..."
내 지적에 나나가 입을 삐쭉이며 툴툴거렸다.
"...뭐, 듣다보니 독특하고 정겨운것 같기도 하네."
"그럼 료스케 대신 아케치라고 불러줄까?"
"갑자기 사이가 멀어졌잖아!?"
"그래서..."
포크로 케이크를 쿡쿡 찌르면서 나나가 물었다.
"료스케 넌 아키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아키호는 너한테 관심있어 보이던데."
"오해 아냐?
그 사람, 꽤나 인기가 많을것 같지만 아직은 진지하게 연애할 맘은 없을걸?
그저 동생의 친구니까 물어본거 아닐까?"
"...그러니까 넌 아키호에게 관심없단 거구나?"
"멋진 사람이라곤 생각해.
하지만 지금으로선 연애적인 감정을 품고 있진 않는데."
"흐응..."
지긋이 내 얼굴을 쳐다보던 나나는 포크로 케이크를 찍어 입으로 옮겼다.
"하긴. 료스케 넌 대학생은 흥미 없었지?"
"응?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연상은 취향 밖이잖아?
저번에 들었는데, 너 아침엔 초등학생 점심에 중학생 저녁엔 고등학생을 먹는다면서?"
"엑!?"
황당하게도 몇 달전, 올 여름의 불꽃축제때 퍼졌던 소문은 아직까지도 끈질기게 명맥을 잇고 있었나보다.
뭐, 솔직히 더 황당한건, 조만간 또다시 여름 불꽃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라는 사실이지만!
여름→가을→여름 으로 되돌아오는 신기한 사자에상 시공이여!
2학년 동안 여름 불꽃축제 행사를 과연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으려나?
생각이 삼천포로 빠져있는 내게 나나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넌 연상에는 흥미없구나 싶었어.
물론, 알곤 있었지만, 아키호가 너에게 흥미를 보이니까 혹시나 싶어서 확인했을 뿐."
별로 연하나 동갑을 고집하는것도 아닌데...
여기선 그냥 입다물고 있자.
괜히 부정했다가 아키호 관련으로 까다로워질것 같아 어색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쏴아아-
"어떡해 료스케?"
"...어떡하지?"
카페를 나와 걷다가 갑자기 퍼붓는 여름 소나기에 습격당했다.
포장된 인형을 안은채 당황한 나나를 데리고 근처 차양 아래로 피했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일단 근처 편의점에서 우산을 샀지만, 바람과 함께 세차게 쏟아져내리는 빗속에서는 어떻게 조심하든지간에 온 몸이 흠뻑 젖어버릴것만 같았다.
정말이지 어떡한다?
그냥 근처 빌딩 같은 곳에 들어가서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릴까 생각하는데 나나가 내 팔을 잡았다.
"료스케."
"왜그래?"
"저기서 비 그칠때까지 쉬다 가면 안돼?"
"응?"
나나가 가리키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모텔이 밀집한 거리가 있었다.
"저번에 교복입은 여학생이 남자랑 함께 나오는 걸 봤는데 우리가 가도 괜찮은 곳이지?"
"저긴 안돼."
"어째서?"
"아이는 가면 안되는 곳이니까."
"아이가 아냐!"
씩씩 거리면서 나나가 곰인형을 쑥 내밀었다.
"료스케, 들어."
"어?"
곰인형을 억지로 내 손에 쥐어준 나나는 우산을 펼치고선 내 한팔을 이끌었다.
"엣? 자, 잠깐!? 저긴 안된대두!"
"뭐야! 나도 저기가 어딘진 알아!
파파랑 가면 용돈 주는 곳이잖아!"
그 파파는 네 파파가 아니라고!?
발끈한 나나에게 팔을 잡아채인채 모텔까지 끌려갔다.
황당해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모텔 안까지 들어와 버렸달까.
결국 모텔의 데스크에서 체크인했다.
4시간 대실이라 비가 그칠때까진 문제 없어 보였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 키를 꼽고 전등을 킨다.
방안의 서늘한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이인용의 커다란 더블 베드와 탁자, 소파, 컴퓨터, 그리고 TV가 놓여진 넓은 방이었다.
"에~ 방안은 이렇게 생겼구나?"
신기한듯 여기저기 둘러보는 나나에게 주의를 줬다.
"말해두지만 비가 그치면 나갈거야. 알았지?"
"메롱-"
인형을 꼭 안은채 혀를 내미는 나나의 태도에 고개를 저었다.
"아자~!"
남의 속도 모르고 나나는 힘찬 외침과 함께 더블 베드에 다이빙하고 있었다.
배부터 착지한 나나가 즐거운듯 텅텅 몸을 튕겼다.
...너 지금 치마입고 있단 자각은 있는거냐?
침대에 누워서 이리저리 몸을 뒹굴며 방을 구경하는 나나를 보다가, 문득 축축한 몸이 신경쓰였다.
방금전 폭우를 뚫고 모텔까지 오면서 제법 몸이 젖어버렸다.
어떻게든 비를 피하려고 해도, 한손에는 곰인형을 들고 다른 한손은 나나에게 이끌린 상태로는 내 우산을 펼칠 엄두도 못냈으니까.
그나마 포장된 곰 인형이 무사했다는게 불행 중 다행이려나.
넓지막한 창문의 블라인드 사이로는 아직도 빗살이 세차게 퍼붓고 있다.
이래서야 당분간 비가 멈추길 기대하는건 어려울 것 같다.
방안을 둘러보다가 TV 옆에 놓여있는 비닐 포장된 목욕 가운을 발견했다.
이왕 모텔비도 아깝고, 날도 무더웠으니까 조금 씻고 나오는 편이 좋겠지.
나나는 침대위를 뒹굴다가 침대 머리맡에 놓인 TV 리모컨을 발견하곤 손을 뻗고 있었다.
"난 씻고 나올테니까, 구경할 것 있으면 해둬."
"알았어~"
건성으로 대답하며 리모컨을 만지작 거리는 나나의 모습을 뒤로하고 목욕가운을 들고서 욕실문을 열었다.
하아응~!
"힉!?"
욕실에서 옷을 벗고 있던 와중에 욕실문 밖에서 갑자기 큰 신음소리와 함께 깜짝놀란 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TV에서 나온 소리 같았는데, 아무래도 음량이 최대로 맞춰져 있었나보다.
TV 볼륨은 순식간에 줄어들어 더 이상 들리지 않았기에 신경쓰지 않고 씻는데 열중하기로 했다.
샤워를 마치고 목욕가운을 대신 걸쳤다.
젖은 옷은 일단 옷걸이에 걸어놓고 말렸다가 체크아웃 전에 갈아입기로 했다.
옷가지를 든채 천천히 욕실문으로 걸어간다.
문밖은 이상할 정도로 정적에 싸여있어 조금 신경이 쓰였다.
부스럭거리는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얌전히 하고 있는 나나는 도무지 상상이 안되었으니까.
약간의 걱정과 조금의 의아함을 안은채 욕실 문을 열었다.
철컥-
"꺅!?"
팟-
난데없는 나나의 비명에 당황해선 문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침대위에는 다리를 오므려 정좌한채로 있는 나나가 보인다.
한손을 등뒤로 돌려 침대를 짚은 듯한 자세를 하곤, 새빨갛게 익은 얼굴로 나나가 어색하게 웃었다.
"어, 어...료, 료스케 나왔어?"
"응. 제법 괜찮은 욕실이었어. 쓸 일은 없었지만 욕조도 있더라."
"그, 그래?"
"그런데 혹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전혀! 아무것도!"
"......"
수상해.
무지 수상해 보인다.
이제보니 등뒤로 넘긴 한손도 이상할 정도로 수상하다.
...그러고보면 방금 욕실문을 열 때, 나나의 소리 말고 다른 소리도 들렸던 것도 같은데.
볼이 발갛게 달아오른채 딴청을 피우는 나나를 빤히 본다.
"흐흥? 그런데말야 나나."
"왜, 왜그래 료스케?"
"정좌한채로 등뒤로 침대를 짚고 있는거, 불편하지 않아?"
"아니. 하나도 불편하지 않아."
"흐으응..."
"뭐, 뭐야?"
"혹시 등 뒤에 뭔가 있어?"
"아, 아무것도 없어!"
"...그래?"
저렇게까지 정색하면 반대로 장난기가 동한다구.
찝찝하던 몸을 씻고나서 상쾌해진 기분으로 눈을 빛냈다.
"앗, 혹시 치사하게 혼자서만 재밌는걸 하려고 뭔가 숨기고 있는거 아냐?"
"!? 그, 그런거 아니거든!?"
"그럼 등 뒤에 뭘 숨겼는지 보여줘."
"안 숨겼다니까~! 꺄~!?"
심술궂은 얼굴로 다가오는 나를 당황한 나나가 제지하려 했지만 소용 없었다.
그렇달까, 어쩐지 앉아있던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데 나나로서는 피할 수도 없었고.
...어, 설마 이거...
"이익-!"
"앗."
"엣?"
혹시 지금 실수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옥신각신하던걸 갑자기 멈췄던게 잘못이었을까.
아니면 나나가 억지로 내 자세를 무너뜨리려 흔들기를 시도한게 문제였을까.
결과적으로 말하면, 아웅다웅 하다가 서로 중심을 잃고 침대 위로 쓰러졌다.
나나의 어깨를 잡고선 침대에 쓰러뜨린채 내려다보는 자세가 된 건 완전 아웃이었다.
"아..."
나나의 등 뒤로 숨겼던 한손에서 네모난 물체가 툭하고 흘러내렸다.
TV 리모컨
TV 리모컨에서 눈을 떼고서 마주한 나나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당황한 듯, 혼란스러운 듯,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려고 달싹이던 나나의 입술이 작게 떨렸다.
"아우...으..."
떨리는 입술이 이윽고 삐뚤어졌다.
자수정색 눈동자에 번진 눈물이 귓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으...우...우에에..."
눈물투성이가 된 나나의 얼굴에서 고개를 돌리곤 조심스레 나나에게서 물러났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드러났던 송곳니가 지긋이 입술에 박혀든다.
"읏...흐윽...우으으..."
침대에 누운채 한팔로 눈을 가리면서 나나가 훌쩍였다.
"아, 냐...그런게 아니란 말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옆으로 돌아누워선 몸을 웅크린채 우는 나나의 등을 토닥이며 사죄했다.
결국 내가 리모컨에 손을 대는 일은 없었다.
비가 그쳤다.
체크아웃을 하곤 나나를 데리고 모텔을 나왔다.
인형을 껴안은채 훌쩍이는 나나의 새빨개진 눈가를 보곤 손수건을 내밀었다.
"자, 뚝-"
"...애 취급하지마.
...패앵-!"
손수건을 낚아채곤 코를 풀어버린 나나는 붉은기가 도는 연보랏빛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모모한테 내가 울었단 얘기하면 절대로 용서 안 할거야."
"응. 약속할께.
그리고 부탁하나 해도 될까?"
"...뭔데?"
"방금전 일을 사과하고 싶은데 허락해줄래?"
기왕이면 사과는 빠른게 좋으니까.
아직도 훌쩍이는 나나의 마음을 풀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할 수 있는데까진 노력해봐야겠지.
"료스케는 나한테 그렇게 했으면서도, 다시 사이가 좋아지고 싶은거야?"
"응, 방금 일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어.
하지만 적어도 모텔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사이 정도로는 회복했으면 좋겠는데."
"훌쩍...욕심쟁이네."
배시시 웃으며 코를 훌쩍이곤 나나가 제안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어떻게?"
"저기 우리가 비를 피했던 차양이 보여?"
"응."
저만치 떨어져있는 차양달린 건물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나나가 품에 안은 곰인형을 내게 내밀었다.
"료스케, 들어."
"어? 응."
내가 인형을 받아들자, 나나가 접어둔 우산을 펼쳐 들었다.
맑게 개인 하늘 아래서 펼쳐든 우산을 한바퀴 돌려보곤 나나가 왼손을 내밀었다.
"료스케. 손."
"에...음."
내밀어진 나나의 왼손을 오른손으로 잡자 나나가 생긋 웃었다.
"좋아!"
"그리고, 이제 어떡하지?"
"이대로 손을 잡은채로 여기서부터 저 차양까지 걸어가는거야."
"우산을 펼치고?"
"응. 우산을 펼치고."
고개를 끄덕이며 나나는 반바퀴 우산을 돌려잡았다.
"료스케랑 내가 저 차양 아래에서 여기로 왔을때의 모습으로, 이번에는 거꾸로 여기에서 저 차양으로 되돌아가는거야.
그럼 어쩌면 이곳에 오기 전의 관계로 되돌아가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니까."
과연. 이론은 알겠다.
"그리고 저기로 되돌아가면 료스케도 내가 울었다거나 한건 잊는거다?"
다시 한번 확인하는 나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화해하고 싶으니까 구태여 그 기억을 끄집어낼 일도 없을터다.
수긍하는 내 모습이 만족스러운듯 나나가 우산을 높이 들었다.
나의 왼손엔 덩치에 맞지 않는 곰인형.
나나의 오른손엔 날씨에 맞지 않는 우산.
손을 맞잡고 차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날.
풍기위원실로부터 호출이 왔다.
풍기위원실에 얌전히 무릎을 꿇고 앉은 나를, 코테가와가 팔짱을 낀채 업신여기듯 내려다보았다.
웃는 얼굴로 내려다보는게 반대로 불안했다.
"아키츠군?"
"말씀하시옵소서."
"여중생이랑 손잡고 모텔을 나서는 당신에 대한 얘기가 나돌던데, 뭔가 남길 말은 없나요?"
"......"
- 선물로 어린애를 속여 모텔로 끌고 들어간 로리콘.
알고 있었다.
그렇달까, 이렇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생각했지만 이 곳 사람들 정말이지 터무니없을 정도로 가십거리를 좋아한다니까.
일단 경위에 대해서 해명은 했지만, 한동안 풍기위원실에서 코테가와에게 설교를 들었다.
오해 받을 일은 적당히 좀 만들라고.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정곡을 찌르는 말에 말이 궁색했다.
돌아가면 시달렸던 나나에겐 하겐○즈라도 사다주리라 다짐하며 설교를 들었다.
허벅지 응시하지 말라고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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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앞에서.
흰색 선만 밟고 건너면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거야.
다들 주말 마무리 잘하시고 7월에 좋은일 가득 하시길~^^
p.s. 터틀러님의 러프
에스프레소를 마신 나나: "써!?"
풍기위원실에서
p.s.2. 기타 참조 이미지
나나. 승리의 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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