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도 지나고 한겨울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걸 느낀다.
아무리 감기와는 무관한 인생을 살아왔다지만 살갗을 스치는 바람의 쌀쌀함은 느껴졌기에,
상점가에서 끈달린 벙어리장갑과 털모자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무언가 상점가가 소란스러지면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으악-!」
「우와아아앙-!」
비명소리들 가운데 낯익은 소리가 하나 들렸다.
이 목소리는.. 설마 리토?
콰직-!
평상시 여자들과 얽히는 해프닝과 달리 이번엔 뭔가 심각한 트러블에 말려들었는지,
남녀구분없는 비명과 더불어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마저 들리는게 심상치 않았다.
서둘러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가보니 이쪽을 향해서 도망쳐오는 리토와
그를 쫓고 있는 황금빛 그림자가 보였다.
미캉과 비슷한 정도의 키에 맑은 진홍색 눈동자를 가진 앳되 보이는 얼굴.
무릎까지 흘러내리는 긴 금발.
머리 양옆에 달린 검은색 악세서리를 통해 어깨높이로 투사이드업된 머리카락.
가슴보다 약간 위쪽에 십자모양의 별무늬가 새겨진 검은색 옷.
맨소매 밑으로 벨트로 고정된, 손목부터 팔목약간 위까지를 가리는 검은 소매.(하늘을 나는 무녀의 소매와 닮았다.)
허리께에 평행하게 매어진 두개의 벨트와,
그 밑으로 허벅지 위까지 드러나 보이는 짧은 치마.
엉덩이께로 무릎까지 내려온, 뒤를 가리는 넝마같은 검은 천.
마지막으로, 검은 부츠를 신은 양다리에 종아리부터 허벅지에 이르기까지, 간격을 두며 4개씩 장착된 조그만 흑색 벨트.
아...「금색의 어둠」이다. 약칭「야미」(闇, やみ, 어둠).
우주에서 탑클래스의 위험인물이자 전설급 살인 청부업자이며,
전신을 자유자재로 무기로 바꾸는 변화능력을 가지고 있다.
리토를 쫓고 있는 모습으로 보건데, 리토의 살인청부를 받은 상태인듯 하다.
러브코미디에서 갑작스레 배틀물로 전환한게 아닐까 순간 생각했던 사건이자
리토가 처음으로 죽음의 위기에 처하는 순간.
...저스틴과 싸울 때가 처음이었나?
아무튼 리토의 행운에 맡기고 지켜보기만 하기에는 도무지 안심이 안된다.
특히 코트는 물론 속옷까지 가슴부분이 일자로 길게 찢어져, 피부를 훤히 드러낸채로 도망치는 리토의 모습은 정말이지 위태로워 보였다.
적어도 리토가 야미에게 붕어빵을 나눠줬던 일이 있기에 첫인상은 나쁘지 않을테지만 죽으면 모든게 허사.
우선은 어떻게든 리토의 안전을 확보하고, 나중에 라라가 올때까지만 말리고 있는게 좋을것 같았다.
싸움? 무리.
나중에 가면 야한 목적의 점액 공격과 징그러운 변태 생물에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저래뵈도 우주 제일이라잖아.
게다가 신체 변형으로 만든 칼날의 강도를 내가 어떻게 알고 덤비리?
철퇴나 해머 공격같은건 모르겠는데...
그리고 소녀에게 손찌껌하는건 배운적도 없다.
소녀의 탈을 쓴 초인이지만.
...그냥 말리지 말고 도망갈까?
응. 아무래도 그게 좋겠다.
저스틴 때처럼 도망치는데만 집중하면 따라잡힐 염려는 없을테고,
말실수로 서로간에 불필요한 오해가 쌓일 걱정도 없고 말이다.
그렇게 리토를 데리고 도망가는 쪽이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을 정리해가면서 문득 리토가 도망쳐왔던 경로를 바라보았다.
날카롭게 잘려 반쪽이 나버린 사과 진열대라든가, 찢어진 현수막이라든가,
콘크리트 바닥이 박살나서 흙이 드러난 길이라든가 엉망진창이 된 상점거리...
...우리 동네 상인들 다 망하게 생겼어?!
아니, 다 망하는건 과장이지만,
만약 이대로 '데리고 도망친다'라는 선택을 할 경우 생길 파장이 생생히 떠올랐다.
리토를 데리고 도망가는 나.
달아나는 경로상의 장애물들을 박살내면서 쫓아오는 야미.
도심의 지형을 이용해 건물 사이사이로 도망치는 나.
그리고, 건물을 일직선으로 관통하면서 추격해오는 야미.
리얼 스릴러다.
동네를 박살내면서 도망친뒤에 하하하 웃으면서 끝내기엔 전개가 너무나 스펙타클!
아니, 그거잖아?
드래곤 잡는답시고 드래곤 슬레○브를 날리곤 하하하 웃었더니 마을까지 통째로 날려버려서 악당으로 찍힌거!
도망치다가 생겨날 부차적 피해가 무서워서 도무지 달아날 생각을 못하겠다...
...역시 말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나?
하지만 아직까지 설득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다.
대책없이 난입하면 그대로 싸움에 휘말리기만 할것이 뻔한 상황.
우선은 리토를 데리고 가능한한 피해가 적을, 한적하고 개방된 공간으로 유인한 뒤에
설득할 말을 잘 생각해 볼 수 밖에.
그렇다면, 적어도 상점가를 벗어나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는게 먼저다!
재빨리 달려가 리토의 등을 향해 휘둘러지던 야미의 손칼을 잡았다.
1미터 가량 손목위로 튀어나온 칼날을 잡기는 뭣했기에 손목을 잡아서 움직임을 멈췄다.
순간 야미의 왼쪽 발이 거대한 철구로 바뀌며 내 옆구리를 찍어왔다.
퍼억-!
휘둘러진 철구는 내 옆구리에 틀어박히고 이내 튕겨져 나왔다.
긴장했던 몸에 충격이 전해지자 약간 뒤로 물러서면서, 살짝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다행스럽게도 전해지는 충격량은 그렇게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스피드나 기동성, 변화능력을 통한 의외성은 모르겠지만, 순수한 파워 면에선 데빌루크의 친위대장 저스틴쪽이 우위로 보인다.
그렇다고 맘놓고 맞을만큼 만만한 공격은 아니지만.
갑작스레 난입한 나로 인해서 도망가던 리토는 멈춰서 놀란채 나를 바라보았고,
야미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너는?"
놀란 리토의 반응은 무시한다.
우선은 눈앞의 야미부터 상대해야 한다.
"...뭡니까? 당신."
귀여운 얼굴을 무뚝뚝하게 굳히고 물어보는 야미에게 뭐라고 답해야 하나 고민했다.
리토는 좋은 녀석? 글쎄. 동의는 할것 같은데, 멈출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싸우면 안돼? 설득 불가. 살인 청부수행중인데 그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내가 상대해주마? 내쪽에서 거절. 가능하다면 평화로운 해결을 바랍니다.
...정 안되면 되는대로 말하면서 시간만 끌면 되는거지!
설사 무덤을 파더라도, 라라가 올때까지만 버티면 나의 승리다!
세상의 모든 소년들아! 나에게 허세력을 나눠줘!
아무렇지도 않은듯 철퇴가 박혔던 오른쪽 옆구리에 뭍은 먼지를 손으로 털어낸다.
얼굴을 굳히고 있는 야미를 향해서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삭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유감이지만, 의뢰는 취소되었습니다. 「금색의 어둠」."
"...당신은 누구입니까?"
난 너를 알고있다는 식으로 코드네임을 부르자 경계하며 물어오는 야미.
내 정체를 묻는데, 솔직히 지나가던 지구인이라고 할순 없기에 적당히 넘긴다.
"말씀드릴순 있지만, 주변의 시선이 너무 많군요. 자리를 옮기는건 어떠신지 금색의 어둠?"
"전 여기서도 상관없습니다."
"...저희쪽이 곤란합니다. 유우키 리토의 신병은 제쪽에서 확보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을의 신사 쪽으로 갈테니 저를 따라 와주셨으면 합니다."
야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리토를 향해 다가가 손을 잡는다.
어리둥절 하다가 내게 손이 잡힌 리토가 당황한다.
"아, 아키츠지? 1-B의... 어째서 네가 여기에?"
"...지금 바로 답해줄순 없겠군. 유우키 리토.
우선은 당장 위험한 순간을 넘긴것을 다행으로 여기도록.
신사쪽으로 갈 예정이니 잠시 실례하도록 하지."
리토에게 일방적으로 말한 뒤, 어깨를 잡고 무릎뒤로 손을 넣어 리토를 들어올린다.
이걸로 세번째인가 공주님 안기?
"가, 갑자기 뭐하는거야! 아키츠!"
난데없는 아가씨 포즈에 당황하며 얼굴이 벌개지는 리토.
그렇게 놀라지마.
나도 사내아이를 이렇게 안는게 부끄럽단말야.
"유우키 리토 당신을 업은채로 금색의 어둠에게 등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
어디까지나 당신은 '표적'이고 금색의 어둠은 '청부업자'.
이쪽에서 대화를 신청했지만 전적으로 믿을수야 없지."
리토를 안는 나를 지켜보던 야미는 내말을 듣더니 잠시 침묵한뒤 말했다.
"...그럼 당신이 앞상 서도록 하십시오.
행여나 그를 데리고 달아날 생각은 하지 마시길."
어느정도 허풍이 통한건지 내 말에 수긍하는 야미의 모습에 안도하며 대답했다.
"걱정마십시오. 저로서도 금색의 어둠의 심기를 해칠만큼 간담이 크진 않습니다."
웃으면서 몸을 뒤로 돌린채 신사가 있는 방향으로 높이 뛴다.
「우왁?」하는 리토의 비명소리에 조금 미안함을 느꼈지만, 라라에 의해서 하늘을 날아본 경험도 있을테니까 조금만 참아줘.
건물과 건물을 건너뛰며 가는 나를 금색의 어둠역시 같은 방법으로 쫓아온다.
어깨에서 날개를 만들어 이동하는 방법은 쓰지 않는 것이, 변화능력을 아끼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보니 변화능력을 과다 사용하면 몸에 피로가 축적되던가?
어떻게 야미를 설득시킬까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를 계속, 드디어 신사에 다다랐다.
가볍게 착지해서 리토를 옆에 내려놓자, 곧이어 야미도 뒤따라 신사에 도착했다.
방금전보단 기세가 수그러든 것처럼 보여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시간을 끌 말을 떠올리고 있으려니
야미가 나를 바라보며 아까의 질문을 계속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냥 지구인이라고 말하기엔 정황상 어울리지도 않고 믿을것 같지 않아서 슬쩍 둘러댄다.
"제 이름은 아키츠 료스케. 정체는 아까전의 교환으로 증명되지 않았나요?"
"아키츠 료스케. 당신...우주인입니까?"
"상상에 맡기도록 하죠."
항간에는 「수염성인」이라 불리지만요!
"어떻게 날 알아본건가요?"
"금색의 어둠이라면 우주에서 유명하니까요.
설마 지구에 온 우주인이 당신뿐이라고 생각한 겁니까?"
일부러 다양하게 해석되는 말을 한다.
내가 우주인이라서 알았건, 아는 사람중에 우주인이 있어서 알았건, 뭐 그렇게 이해해주면 고맙겠어.
방금전 내 말로 내가 우주인이라는 것을 확신한듯해 보이는 야미와 내 뒤에서 놀란듯한 리토.
오해 말아 리토. 난 지구인이라고~.
"「수염성인」이라더니...정말이었던가."
잠깐? 너 그 소문 어디서 들었어!
미캉? 미캉이냐?
아니면 동네 아이들에게 들은거냐!
당장이라도 리토에게 추궁하고 싶은걸 꾹 참고 야미에게 말을 건넨다.
리토의 말을 들었는지 야미는 「나=수염성인」이라고 인식한듯 보였다.
적당히 우주인이라고만 믿으면 됐지 뭐.
"아무튼, 다시 말씀드리죠. 의뢰는 중지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경계심이 짙어지는 야미에 반응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말을 계속한다.
"말그대로, 저희쪽 도련님께서 당신에게 리토를 맡겼던 의뢰를 취소한다는 말입니다."
"도련님?...라코스포의 하수인입니까?"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야미의 시선에 잠시 침묵한 뒤, 조용히 입을 연다.
"...의뢰주의 이름을 청부대상에게 털어놓을 셈입니까, 금색의 어둠?"
내가 그녀석 이름이 라코스포인지 뭔지 어떻게 알아?
혹시나 이름을 틀리게 말해서 속이려는 셈일지도 모르니까, 은근슬쩍 뒤에 선 리토를 걸고 넘어진다.
이름이 맞으면 내가 하수인임을 긍정하는 모습으로 이해할테고,
이름이 틀렸더라도 내가 리토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려는 의도로 적당히 이해하겠지.
"(또 약혼자 후보인가...!)"
앓는소리를 내는 리토의 신음이 들린다.
아마도 머리를 싸잡아매고 끙끙대고 있겠지.
가련, 리토. 하지만 라라는 소중히 대해줘.
비록 사건들을 몰고 다니지만, 적극적인데다 상냥하고 좋은 아가씨니까.
야미의 마음의 상처도 치유해주고...
어쨌든 약간 주저하는 모습이 보이는 야미를 향해서 거짓말을 계속한다.
적당히 악당같아 보이는 모습으로 꾸미면서.
뭐, 솔직히 외모만으로도 이미 충분할만큼 악당이다.
"철없는 도련님이 멋대로 살인 청부를 해서 윗분들이 많이들 당황하셨습니다.
공정성이 필요한 후계자 쟁탈전, 그것도 데빌루크의 공주님을 차지하는 시합에서 경쟁자를 제거한다?
덕분에 데빌루크 왕실의 심기를 건드리지나 않았을까 노심초사하시면서 어르신들이 부랴부랴 급한불을 끄시고 계시지요."
"하지만, 유우키 리토는 라라-사타린-데빌루크를 속박해서 데빌루크 별을 빼앗으려는 악인이라고 의뢰주께 들었습니다."
"설사 라라님을 속였다 하더라도, 그 처분은 저희 도련님이나 당신이 다룰 문제가 아닙니다.
오로지 데빌루크 왕실만이 그를 처벌할 권리가 있지요.
겨우 후계자 후보에 불과한 입장에서 상대 후보를 처벌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데빌루크 왕실의 권위를 우롱하는 짓이니까요."
"......"
적당히 의뢰 취소의 이유를 들먹인다.
솔직히 그 괴상망측한 외모에 하렘까지 만들고 설치는 녀석이 약혼자 후보라니 웃기잖아?
왕자라면 개나 소나(말그대로 종족적인 의미로) 다 후보에 들어가는게 아닐까 걱정되었다.
적어도 사위는 비슷한 종족에서 골라주세요 라라 아버님...
암튼 의뢰 취소 이유는 얘기했고,
이젠 의뢰자에 대한 신뢰를 깨고 리토의 무고함을 부각하는 쪽으로 가자.
"그리고, 당신에게 주어진 유우키 리토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는 가짜입니다."
"...뭐라고요?"
"애초에 라라님께서 유우키 리토를 좋아했기에 그와 같이 있다는거죠.
도련님께선 그것을 질투하셔서 악의적인 내용의 가짜 정보를 당신에게 보낸 것입니다.
실제로 유우키 리토의 교우관계나 행적을 볼때, 그의 사람 됨됨이는 꽤나 올발랐습니다.
다른 이들을 슬프게 할 사람은 아니란 거죠.
아마 당신도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역시, 붕어빵 나눠주는 행동이라든가 리토의 악인같아 보이지 않는 외모가 한몫 한것 같았다.
사실상 리토에게 적의를 가지진 않는 야미의 모습을 보고 안심하려는데,
자세를 바로한 야미가 조용히 고했다.
"하지만 의뢰받은 건 어떤 인물이라도 처리한다.
그것이 저「금색의 어둠」의 일입니다."
...고집스런 아가씨네...
좀더 질질 물고 늘어져야 하나보다.
"당신이 한번 의뢰 받은 일은 끝까지 수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의뢰를 수행할땐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도요.
하지만 판단기준이 된 정보가 올바르지 않았다면, 원칙에 근거한 행동마저 퇴색 되는것.
받지 말았어야 할 의뢰임을 알고서도 이행을 고집한다면 남는 것은 후회뿐입니다.
그리고 의뢰자와 청부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고의로 보내준것은,
청부업자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행위로 이미 신뢰를 깬것.
청부업자 자신으로부터 의뢰 파기가 가능한 조건에 해당하지 않습니까?
의뢰자가 신뢰를 깼고, 신용없는 이의 의뢰를 받은것도 잘못, 표적도 무고하다.
이 이상 의뢰의 이행을 고집하는것은 아집일 뿐임을 현명하신 그대라면 이해하고 계실껍니다."
물론 뻥. 애초에 야미가 표적의 선악으로 의뢰를 골라 받는지도 모르겠고,
지금대사들은 어디까지나 시간끌기니까.
"......"
야미가 약간 주저하고 있다.
의뢰 접수 이전의 부분에서 의뢰자의 신용같은 문제를 들먹이며 어떻게든 망설임을 준것은 성공한 듯 하다.
이때 쐐기를 박아서 포기하도록 하지 않으면 괜시리 더 덤벼올 위험이 있으니 첨언을 하자.
"그리고 결정적으로, 현재 당신은 조금 위험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멍청한 도련님이 데빌루크의 공주님에게 청부사실을 떠벌려 버렸거든요.
유우키 리토와 「금색의 어둠」 둘다 처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요.
아마도 당신이 이번 의뢰를 수행후 데빌루크 왕실에 의해 처분당하도록 의도했을지도 모르죠.
뭐, 아무래도 데빌루크 왕실과 금색의 어둠 둘다를 적으로 만들 뿐인것 같지만."
"...쓸데없는 짓을 했군요, 라코스포."
표정은 거의 바뀌지 않았지만, 어조에서 야미의 기분이 나빠진것이 느껴진다.
...이거 괜시리 나한테도 불똥이 떨어지는거 아냐?
적당히 걱정하지 말라고 달래고 진정시킨뒤에 슬슬 마무리를 짓는게 낫겠다.
"아,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결과적으론 저희 도련님께서 후계자 쟁탈전에서 탈락하는것으로 마무리 지어지겠지요.
하지만 당신에 대한 처분은 장담컨데 없을겁니다.
데빌루크의 공주님께선 상냥한 분이시라,
당신처럼 귀여운 소녀가 이용당했다는걸 아신다면 굳이 질책하진 않으실테니까요."
"엣?"
순간적으로 눈을 약간 크게 뜨는 야미.
"? 왜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듯 싶은데요?
야미의 포커페이스가 약간 흔들리며, 무의식중에 왼손 검지를 아랫입술에 살짝 대는것이 보인다.
뭔가 당황한듯 약간 붉은 기운이 도는 야미의 얼굴이 왠지모르게 사랑스러워 보였다.
방금전의 무표정함과는 달리 정말로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얼굴이다.
근데 나...저 정도로 반응이 있을 만한 말을 했던가요?
귀여운? 설마 그거 하나로?
뭔가 반응이 이상하긴 한데, 계속 그런 표정 짓지마라.
잘못하면 리토가 죽는게 아니라, 내쪽이 뿅가 죽는다고.
지금의 묘한 대치 상황만 유지하면 라라가 올때까지 버틸것 같긴 한데,
아가씨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게 민망해서 내쪽이 오래 버틸수 없을것 같았다.
"어, 어쨌든... 아직도 유우키 리토와 라라님에 대한 관계가 의심스럽다면 근처에 머물면서 지켜보는것도 괜찮습니다.
이 분들은 친절하니까 거절하진 않을테고,
아마도 당신과 친해질 사람들도 만날 수 있겠지요."
미캉이라든가 말이지.
나중에가면 둘이서 페어룩으로 나오기까지 하잖아?
그렇게 말을 돌리는 나를 바라보던 야미는 아직까지 약간 상기된 얼굴로 무뚝뚝하게 물어왔다.
"그런데, 당신은 왜 그렇게까지 유우키 리토를 감싸려는 겁니까?"
"...무슨 말씀인지?"
"아키츠 료스케라고 했던가요?
당신이 라코스포의 하수인...아니, 그의 위쪽 사람들의 하수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왠지 당신은 라코스포보다 유우키 리토를 더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음, 그런 느낌이었나?
"전 단지 후계자 경쟁의 결말을 예상해볼때 최후에 남는것은 유우키 리토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추레한 노인들이나 질투심에 판단력을 잃은 한심한 후보 따위에게 언제까지고 몸을 의지할 만큼 바보는 아니니까요."
"그럼, 당신이 라코스포쪽 하수인이라는것은 거짓입니까?"
"아, 그건 사실입니다. 아직까지는요.
하수인인건 맞고 의뢰 취소의 명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평가도 떨어진 마당에 이길수도 없는 시합에 끝까지 연연하는건 현명하지 못한 처사거든요.
상부에서는 더이상 큰 잘못을 범하기 전에 의뢰를 취소하는게 그나마 살길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
뭐랄까, 생각나는대로 주워담았는데 어느새 스케일이 커진듯한 느낌이다.
왠 하수인? 상부?
호위도 없이 홀몸으로 오는 약해빠진 약혼자 후보들 밖에 없는데?
아무튼 자세하게 추궁해온다면 대답할 말이 궁해지니까 대략적인 말만 하는게 최고다.
"개인적으로는 당신도 살인청부는 그만두고 데빌루크의 프린세스, 라라님과 함께 하는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말괄량이 같으신 분이지만,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시는 그분이라면 당신이 가진 아픔도 치유될수 있을겁니다."
"...귀하게 자란 공주님이 알거라 생각합니까?
이 우주를 오직 나 홀로 살아가는 괴로움을..."
방금전 내 말이 귀에 거슬렸나보다.
표정이 어두워 지며 조용히 가라앉은 분위기에 갑갑함이 느껴진다.
거북하다. 게다가 방금전 들은 대사...이건 라라가 맡아야 할 역할인데.
그 특유의 밝은 미소로 야미가 가진 어둠마저 걷어내었던 라라의 대사를 떠올린다.
「그러네...그 말대로야.
그래서 왕궁 바깥 세상을 보러 온거야!
내가 모르는 것이 아직도 많이 있으니까!」
유일하게 기억하는 라라의 대사이자,
처음으로 라라가 가진 매력을 깨달았던 말.
그때의 감동은 나도 아직껏 간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저걸 내가 그대로 읊는 다는건 그야말로 에러고,
혹시라도 나중에 라라가 야미에게 저 말을 한다면 그 말의 영향력이 반감될 수도 있다.
뭐라고 대답해줘야 하나?
미캉처럼 의외로 외로움 타는 저 아가씨를 설득하려면 어떤말을 해야하지?
너의 슬픔을 이해한다?
불가. 혼자서 사는 외로움은 난 몰라.
적어도 난 부모님은 계셨다고?
게다가 이해한다는 말을 쓰면 지뢰 밟을 것 같다.
혼자가 되어보지도 못한 사람이 저말을 했다간, 비웃음만 당하면 다행이고 자칫하다간 칼부림난다.
나또한 우주에서 홀로 남은 「수염성인」?
개그할 분위기가 아니니까...
그리고 혹시라도 수염성인이 진짜로 있으면 어쩌려고?
「야미! 나다! 결혼해주라!」
「변태같은 건 질색입니다!」
외로움은 해결할수 있을거 같은데 받아주진 않을것 같습니다.
분명 머리카락 펀치로 얻어터지고 분위기를 박살내는걸로 마무리될꺼라 장담한다고.
우울함은 사라질것 같은데.
선택사항으로 좀처럼 괜찮은 생각이 안 떠오르는 가운데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리토는 중간부터 비약된 전개를 따라가지 못한듯 경계하는 모습으로 나랑 야미를 바라보고 있고.
잘못하면 대치상황을 깰 수 있어서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계속 침묵하다간 아까까지의 설득은 공으로 날리고 다시금 전투가 벌어질수도 있는 상황.
어떻게든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만한 말을 꺼내서 어두운 분위기를 띄기 시작한 야미를 달래보자.
"오히려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기에 구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설사 같은 아픔에 고통을 느껴보지 못하고, 같은 슬픔에 눈물지어보지 못하고, 같은 고독 속에 괴로워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밝은 웃음만으로도, 상냥하게 건네오는 말 한마디 만으로도, 나에게 보여주는 작은 호의만으로도,
나의 아픔은 나을수 있고, 슬픔은 사라질 수 있고,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코테가와나 미캉이 저마다의 괴로움이 없었다는건 거짓말이지만.
그저, 내가 그 아이들과의 만남에서 희망을 가졌던게 사실일 따름이다.
거짓말을 하려면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을 하라.
독재자였지만 대중을 선동하는 능력은 대단했던 인물의 말을 떠올린다.
기왕 답이 안나오는 거, 나중에 걸리면 죽는다 생각하고 마음껏 입을 놀리자.
"당신을 완전히 이해해줄 사람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일지 몰라도,
당신을 구원해줄 사람이 그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어둠을 공주님이 완전히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분은 당신을 이해하려 노력할만큼 당신에게 마음을 열어주실겁니다.
그러니, 부디 당신도 라라님에게 마음을 열어 주십시오."
"......"
대답이 없는 야미.
침묵이 아프다.
라라... 부탁이니까 제발 좀 빨리 와줘.
설마, 소란을 피우지 않고 조용히 장소를 옮긴 탓에 도착이 늦는건가?
시끄러운 장소를 위주로 찾고있으니까?
아나... 신기한 기계들을 잘도 만들면서 위성추적장치 같은건 만들지 않은거야?
이젠 거의 말할거리도 없는 상황에서 내심 초초함을 느끼고 있을때 야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말 믿어도 되겠습니까?"
응? 아, 라라를 믿어도 되는거냐고?
여기서 확고한 믿음을 주지 않으면 안될것 같다.
그러니까 상상해라. 스스로에게 최고의 거짓말을 해라.
나는「수염성인」나는「수염성인」나는「수염성인」
수염이야 말로 나의 긍지!
진지한 얼굴로 침한방울 안묻히고 거짓말을 내뱉는다.
"물론입니다.
그분은 충분히 그럴만큼 상냥하시니까요.
게다가...지구는 상냥한 곳입니다.
라라님 뿐만 아니라 당신이 지구에서 만날 다른 사람들도 당신에게 마음을 열어주겠지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금색의 어둠.
만약 절 믿지 못하신다면, 방금전 질문을 라라님께 직접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제「수염」에 걸고 맹세하지요."
"...좋습니다."
후우...잘된건가?
이젠 야미가 지구에 정착하도록 사고를 유도하기만 하면 될듯 싶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이번 의뢰가 취소된것과 별개로,
지구에서 라라님과 만나면서 다른 사람들과도 친해지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이곳 지구는 당신의 어둠을 걷어내줄 만남이 가득한 곳이고,
아직까진 우주인들과의 교류가 그만큼 활발하진 않기에
당신을 노리는 사람들이 쫓아올 가능성이 적은 행성이니까요."
"충고 감사드리죠...아키츠 료스케."
"별말씀을 금색의 어둠."
제대로 일이 풀린듯 해보여 내심 안도한다.
「리토~ 괜찮아~?」
소리가 들려온 방향 멀리에서 라라가 날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저스틴은 어딨지? 설마 흩어져 찾는건가?
아무튼, 라라는 저스틴처럼 호전적이지 않으니 전투가 일어날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
"라라!"
지금까지 긴장이 풀린듯 반가운 목소리로 리토가 소리지른다.
원만히 해결될 것 같아서 다행이네~.
"프린세스...라라-사타린-데빌루크 군요."
"알고계시다고 생각하지만 의뢰가 중지되었다는것 부터 알려드리길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전투모드를 해제한 야미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을때,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며 둥근 그림자가 지면에 생겼다.
이건...드디어 악당 등장?
위를 쳐다보니 둥근원반 밑에 사각 구슬, 그 가운데로 난 원형의 구멍, 육방에 갈퀴가 달린 우주선의 모습이 보인다.
의외로 조그만 우주선이네. 1인용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우주선에서 밖으로 커다란 소리가 울린다.
[뭐하고 있느냐, 금색의 어둠!
유우키 리토를 처리하라고 의뢰를 했을텐데~!]
"라코스포?"
의문을 표하는 야미의 대사가 끝나자 마자,
우주선 가운데의 구멍으로 빛과함께 내려오는 인형이 있었다.
내 허리 높이도 안되는 키에 머리와 몸뚱이 크기가 같은 이등신.
머리에 쓰고 있는, 호박처럼 생긴 검고 흰색이 뒤섞인채 가운데 둥근 장식이 달린 모자.
뾰족 귀에, 두터운 보라색 입술에 녹색 피부, 축처진 볼살에 난 수염.
두꺼운 입술 안으로 보이는 뾰족한 이빨.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 끼어진 8개의 반지들.
드래○볼 초반에 용신의 첫등장시 나왔던 소악당 파라후의 복장을 개조한 듯한 옷차림에 등에 걸친 망토.
외모는 파라후의 얼굴을 추하게 바꾸고 두꺼비와 퓨전시킨 얼굴쯤?
...대체 약혼자 후보의 기준이 뭐야? 왕자면 다 되는거야?
할말을 잊게 만드는 엄청난 외모에 패닉에 빠져있는 나와는 상관없이,
라코스포는 어느새 신사에 다다른 라라를 보며 양팔을 벌린채로 환호를 질렀다.
"짜안~ 라코스포 지금 왔어용!"
...부탁이니까 그 간드러진 어조로 코맹맹이 소리 내지마.
그 외모에 그 어투는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고.
"라라의 약혼자 후보?! 약해보여..."
정답이야 리토.
생각컨데 후보들 중에는 네가 제일 강할거 같아.
외모로 따지자면 단연코 압승.
지켜보는 가운데 닭살돋는 라코스포의 말과 그를 거절하는 라라의 말다툼이 계속되었다.
마침내 화가난 라코스포는 분노의 화살을 야미에게 돌렸다. 무섭진 않은데.
"금색의 어둠! 넌 여태까지 뭘 한거냥?
예정대로라면 벌써 한참 전에 저놈을 처리했어야 하잖냐!"
"라코스포..마침 잘됐군요.
저도 당신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웅?"
의외의 반응이었는지 당황하는 라코스포에게 야미는 약간 화가난 느낌으로 말을 했다.
"유우키 리토의 정보... 당신에게 들은 것과 꽤나 다른 것 같더군요.
타켓에 관한 정보는 거짓없이 말하라고 했을 텐데요...
혹시 저를 속일 생각은 아니셨겠죠..."
"다...닥쳐! 유우키 리토는 라라땅을 꼬드긴 나쁜놈이라궁!
내래 거짓말 할 리가 없잖앙~"
"야미짱! 그녀석 말 따위 믿으면 안돼!"
둘의 대화에 라라가 끼어들며 외친다.
과연 공주님. 야미짱이라니, 첫만남인데도 친숙하게 대하시는 그 모습을 동경합니다.
야미는 말없이 라코스포를 쳐다보았다.
"......"
"뭐...뭐냥 그 눈은!
내래 의뢰주라궁!"
"당신의 의뢰는...「유감이지만, 당신의 의뢰는 취소되었습니다 도련님.」"
야미의 말을 끊고 나도 대화에 끼어든다.
솔직히, 아직도 이름을 기억 못하겠으니 도련님으로 나가자.
"누,누궁?"
날 쳐다보더니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난다.
내 외모에 겁먹었나?
하지만 우주엔 다양한 외모의 사람들이 살잖아.
그냥 특이한 인상으로 봐주면 안돼?
그리고...솔직히 난 네 얼굴이 더 무서워.
어쨌든 적당히 물러서게 하자.
거짓말로 둘러댄것도 깔끔히 마무리 해야하고.
기분나쁜 녀석에게 도련님이라 부르는게 고역이지만 참으면서 되도록이면 정중한 어조로 접한다.
"이번엔 일을 크게 벌리셨더군요 도련님.
위에서 많이들 화가 나셨습니다."
"뭐?"
"약혼자 후보인 입장에서 다른 후보를 살인 청부했다니,
데빌루크 왕실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윗분들께선 도련님께서 하신 행동을 조용히 무마시키려고 이번 의뢰를 급히 취소하셨습니다.
보아하니 라라님께 미주알 고주알 쓸데없는 정보까지 다 털어놓으신 모양인데,
아무래도 약혼자 후보 자격은 박탈될 것 같군요."
"너, 너같은 녀석, 왕궁에서 본적 없엉!"
"암부니까요."
정진정명 거짓말.
위라고 하면 왕이나 왕비든가 고위대신들 이라든가 알아서 생각하겠지.
"이만 돌아가십시오 도련님.
왕실에서 따로 처분은 없을테고 윗분들도 이번 사건을 모르는 척 해주시겠지만,
당분간은 자중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만 돌아가줘 악당씨.
누이좋고 매부좋고 좋게좋게 끝내자고.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달리 라코스포는 조용히 끝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겁먹은 주제에 오히려 화를 머리끝까지 내면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크- 이놈이나 저놈이나 내를 깔보는 거냥~!
그렇다면...나와랏 가마(두꺼비)땅!"
그와 동시에 우주선에서 빛과 함께 나타난 등에 검은무늬가 있는 1층집만한 거대 두꺼비.
머리부분엔 나메크 성인같은 촉수가 두개 달려 있었다.
라코스포가 재빨리 두꺼비의 머리위에 올라탔다.
"으와아! 개구리?!"
"......"
「저건! 희귀동물 이로두꺼비?!」
"아는거니, 페케?"
「네...우주생물도감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진짜라면...제겐 천적!」
라라의 몸에 부착된 페케(벳지모양, 성별:여)의 천적?
의상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진 페케의 천적이라면, 뭔가 에로한 능력이라도 있는건가?
당황하는 우리들을 무시한채 라코스포는 의기양양하게 외치며 두꺼비에게 명령을 내렸다.
"자 가마땅! 너의 무서움을 보여줘랑!"
순간 두꺼비의 입이 벌어지며 야미를 향해 일직선으로 액체가 내뿜어 진다.
혀로 공격하는게 아니고 액체?!
무슨 공격인지 몰라 피하는것을 선택한 야미에게 바닥에 부딪힌 액이 튀었다.
- 슈우우우욱-
액이 닿은 부분의 옷이 조금씩 사라져간다.
야미가 약간 당황한듯 신음소리를 내었다.
"옷이...!"
"캬하하!
가마땅의 점액은 훌륭하게도 옷만 잘 녹이징!
그러니 내래 좋아하는 애완동물 아니겠어!"
변태다! 변태가 여기 있다!
외모에 걸맞을 만큼 변태적인 취미가 있는 놈이다.
아니 그런데 다른 녀석들은 대체 안덤비고 뭘하는거야?
지금 이쪽에 있는 인물은 리토,라라,나.
...아, 내가 나서야 하려나?
리토는 육체적으로 무리.
라라는 덤볐다간 옷이 녹아내릴게 틀림없고,
이중 그나마 부담없이 싸울수 있는건 나뿐이다.
그전에 야미가 끝내버릴지도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니 준비해두자.
"그럼 발가벗게 해주겠당! 금색의 어둠!"
"...그런 변태 생물은, 용서 못합니다."
오른손을 칼로 변형시키며 두꺼비에게 달려간다.
아무래도 베어내려는 듯한 모습이다.
훌쩍 점프해서 두꺼비의 몸을 베어나갔지만 오히려 칼날이 튕겨져 나왔다.
"점액때문에 잘리지 않아?! ...큭?!"
...칼보다 철퇴로 박살내는 쪽이 쉽겠군.
점액가득한 기다란 혓바닥에 부딪혀 야미가 튕겨나온다.
자세가 흐트러진게 좋은 꼴은 못볼것 같아 겨드랑이를 부축하는 식으로 뒤에서 받쳐준다.
내게 등을 기댄 상태로 야미가 감사의 인사를 한다.
"고맙습니다 아키츠 료스케."
"별말씀을. 응?"
- 슈우우...
방금전 혓바닥과 부딪힘으로 닿인 부분이 녹는다.
저기, 속옷이 보이는데요?
퍽!
"켁?"
내 시선을 느꼈는지 순식간에 머리카락을 주먹으로 변화시켜 어퍼컷을 날리는 야미.
빤히 쳐다봐서 미안해요...
하지만 너무 정확하게 들어간 것 같은데요?
깔끔하게 턱에 들어간 펀치로 뇌가 흔들리는 충격에 몸을 제대로 가눌수 없어 앞으로 엎어진다.
이럴때만 쓸데없이 어지럽단 말이야...평소의 터프함은 어디로?
"꺅?"
그대로 야미를 쓰러뜨리듯이 앞으로 넘어지는 나.
덤으로, 겨드랑이를 받치던 손들이 엉큼한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십자무늬 별 밑의 말캉거리는 부위에...
"아키츠 료스케...야한짓은 싫습니다!"
"자, 잠깐."
퍼억-!
손이 닿은 곳이나, 내 몸으로 야미를 뒤에서 덮치고 있는 상태는 확실히 파렴치한데...
흘러내린 머리카락들만으로 나를 구타하는 야미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 지금 못움직여... 그리고 때리는 걸론 내 몸이 안비켜 진다고 야미짱.
내 양손이 댁의 몸때문에 바닥에 깔린 상태라서, 그렇게 날 때린다고 내 몸이 뒤로 날아갈수도 없다고.
적어도, 내 팔을 어떻게 치우려고 애쓰든가,
내가 회복될때까지만 구타를 멈춰주면 안될까?
난데없는 추태를 벌이고 있는 우리 둘의 모습에 라코스포가 희열에 찬 소리를 외친다.
"빈틈이당!
올누드 당첨...이 아니라, 왜 네가 가리고 있는건뎅?!"
날보며 비난하는 라코스포의 말관 상관없이 날아오는 두꺼비의 침.
비극적이게도 마지막은 나의 나체쇼로 끝나는건가요.
거의 몸이 회복되어 자세를 추스려 하지만 피하기엔 너무 늦었다.
그순간 라라가 우리 앞을 가로막으며 대신 액을 맞는다.
순간적으로 알몸이 되어버린 라라지만, 페케의 능력으로 순식간에 옷을 재구성한다.
...저러면 페케의 천적이고 뭐고 없잖아?
알몸은 많이 부끄럽겠지만...
어이없어 하는 내 생각을 뒤로하고 라라는 주먹연타로 라코스포와 두꺼비 둘을 동시에 하늘 저편의 별로 날려버렸다.
트러블의 최강의 4인방을 꼽으라면 「라라 아버님」「라라」「저스틴」「야미」임이 틀림없어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적당히 몸을 일으킨 뒤, 야미에게 사죄한다.
"미안, 턱을 정통으로 맞아서 전혀 움직일수 없었어.
고의는 아니었지만 정말 미안해..."
"...왠지 어투가 바뀐것 같군요 아키츠 료스케."
노려보던 시선 그대로 야미가 지적해온다.
아까전의 존댓말과 차이가 나서 그런가.
"아, 아? 원래는 이게 내 말투니까."
"그렇군요...그리고,"
내게서 주의를 돌려 라라를 쳐다본다.
의문스러운 표정이 라라가 자신을 도와준것을 이해하지 못한것 같았다.
그러니까 아까도 말했듯이 라라를 믿어보라고.
"강하군요, 공주님...
어째서 저를 감싼겁니까?
적인 저를..."
"어? 하지만 원래 나쁜 건 라코스포라구.
게다가 어둠이처럼 귀여운 여자애한테 심한 짓 하고 말야.
용서가 안되지!"
순간 수줍은듯한 얼굴로 야미의 볼이 붉어진다.
외모에 대한 칭찬을 받는게 익숙치 않아 보였다.
"귀여...워? 제가... 말인가요?"
"어?! 왜그래, 야미짱?"
"아..그게...그런 말을 들어본 건 처음이라서..."
고개를 푹 숙이면서 시선을 피하는 야미의 모습이 보인다.
아까보다 더 붉어진 얼굴이다.
...아. 그래서 아까전 내 말에 대한 반응이 그런식이었나?
그래도 역시 미인이 하는 말쪽이 더 영향력이 강하네.
표정변화가 훨씬 더 크잖아?
...교장같은 사람이 귀엽다고 하면 오히려 소름이 끼칠것 같지만.
역시 같은 대사라도 말하는 사람과 상황이 주는 감동이 다르다.
주인을 위해서라면 긍지마저 버리고자 했던 시그넘과,
입만 놀리다 순살당하던 넘○즈의 「속도vs방어력」대사가 갖는 무게차랄까.
"저기 라라. 왜 아까부터 '야미짱'이라고 하는거야?"
리토가 라라가 야미를 부르는 호칭에 의문을 표했다.
"어? 그게 금색의 어둠이 이름이잖아?"
"아니, 그건 본명은 아닌 것 같은데..."
동감이다.
하지만 원작이 끝날때까지도 본명은 알려지지 않았기에 나도 야미라고 기억할 따름이지만.
야미는 호칭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괜찮아요, 뭐라고 부르셔도...
이름같은 건 의미도 없고..."
그리고 왠지 망설이던 야미는 문득, 결심한듯한 표정으로 라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프린세스 라라."
"응? 왜그래 야미짱?"
"방금전, 당신이 이곳에 오기전에 아키츠 료스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귀하게 자란 공주님은 이 우주를 오직 나 홀로 살아가는 괴로움을 이해할수 없을거라고...
하지만 그는 제 말을 부정했습니다.
당신이라면 나를 받아줄지도 모른다고...
당신의 상냥함을 믿어보라 했습니다.
그러니, 부디 답해주십시오."
잠시 말을 멈춘 야미는 라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자신이 갈구한 질문을 꺼냈다.
"귀하게 자란 공주님인 당신은...나의 괴로움을 정말로 이해할 수 있으십니까?
이 우주를 오직 나 홀로 살아가는 괴로움을 이해하십니까...?"
마지막에 와서 야미의 목소리가 약간 떨린것 같다고 느꼈다.
두려움속에 일말의 기대가 뒤섞인 질문.
라라는 잠시 침묵하다가 야미를 위해 활짝 미소지으며 대답한다.
"그러네...그 말대로 난 이해할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서 왕궁 바깥 세상을 보러 온거야!
내가 모르는 것이 아직도 많이 있으니까!
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그것들을 이해하고 싶으니까."
야미의 눈이 약간 커지고, 이윽고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진다.
라라의 말이 야미를 만족시킬수 있었나보다.
"감사합니다 프린세스."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두 아가씨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방금전까지의 일로 인해 먼지투성이로 변해버린 모습의 리토가 야미에게 말을 건넨다.
"그래, 그건 그렇고!
라코스포도 사라졌으니 이젠 나를 노리는 건 그만하고 우주로 돌아가는게 어떨까?"
어, 잠깐만요?
방금전까지 대화의 흐름은 아무리 봐도 지구에 눌러앉는 패턴이지?
그냥 대답만 듣고 뺑 돌아가는 결말이 허용되는거야?
이대로 보내면 또 살인청부나 계속 하는 인생이라고?
미캉에게도 좋은 친구가 될수 있는 아이라니까.
지구에 눌러 앉는쪽으로 말을 돌려볼까 나서려고 할때,
리토의 말을 듣던 야미가 라라를 슬쩍 바라보며 대답한다.
"저는 한번 맡은 일을 도중에 관두는 주의가 아니라서요.
유우키 리토, 당신을 직접 처리할 때 까지 저는 지구에 머물기로 하겠습니다."
"에엑?"
방금전 대사 잠시만 기다리지 그랬어 리토...
적어도 살인청부 취소하고 얌전히 지구에 눌러앉는쪽으로 타협해놨더니 이렇게 하기냐...
원작에서도 별말없이 있었으면 아마도 그랬을꺼라고?
지구에 머물고 싶어하는 저 솔직하지 못한 아가씨가 괜히 청부 얘기를 핑계삼아 버렸잖냐.
야미가 리토를 정말로 죽일 의도를 갖고 있는건 아니니 걱정은 없는데,
다만 가끔씩 당할 위협에 기겁할 리토가 조금 불쌍했다.
아무래도 안심시키면서 적당히 위로라도 해줘야 할듯 싶다.
"정말로 처리하려는 의도가 아니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마 유우키."
"아, 아키츠."
"방금전은 괜히 쑥스러워 하는거라고.
야미로서는 지구에 남는 쪽이 훨씬더 좋으니까.
더이상 살인청부로 살아가는 것도 좋지않고,
라라도 야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것 같으니 사이좋게 지내면 좋지 않아?
지구에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다보면 야미도 지금처럼 날을 세우진 않겠지."
"그래 야미짱! 역시 혼자보다는 함께 있으면 훨씬 즐겁다구!"
어느새 라라와 야미의 둘만의 대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나와 리토도 대화를 하는 분위기가 이루어졌다.
"저기...고마워 아키츠. 덕분에 살았어."
약간 주저하면서도 리토가 나에게 말을 건네온다.
외모의 흉악함보단 방금전 자신을 도와준것이 더 영향이 컸나보다.
고등학교 입학한지 1년이 지나고야 리토와 처음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다.
그다지 전투 같은건 하지도 않고 실제로 마무리는 라라가 했기에 이대로 넙죽 감사받기엔 좀 쑥스럽기에 사양한다.
"뭘, 미캉과 약속을 지켰을 뿐이야."
첫만남에서 헤어질때 약속했으니까.
갑자기 미캉의 이야기가 나와 리토는 놀란 얼굴이다.
"어? 미캉을 알아?"
"장보기를 하면서 가끔씩...
네가 곤란할때 도와주길 부탁하던걸?"
- 혹시나 리토가 곤란할 땐 잘 부탁드려요.
"미캉 녀석..."
쑥쓰러운듯 코를 긁는다.
미캉의 배려에 근지러워 하던 리토는 문득 생각난 화제를 입에 담는다.
"그나저나 아키츠. 너 정말로「수염성인」이었어?"
"미안. 그거 거짓말."
"...진짜?"
"정말이래두.
코흘리개 애들과 했던 히어로 놀이에 장단 맞춰주느라 했던 농담이라고.
이상하게 동네 아이들 사이에 완전히 퍼져버렸지만...
난 그야말로 100% 지구인."
다른세상의 기억은 갖고 있지만 용신이 말한대로 이 세상에서 태어난 지구인이 맞아요~.
"아하하, 그렇구나. 솔직히 난 네가 정말로 우주인인줄 알았어."
"아니, 그러니까 거짓말이라니까~"
"그렇군요...거짓말이었습니까, 아키츠 료스케?"
"그야 물론...네?"
조용한 목소리에 왠지 긴장한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니 방금전까지 라라와 함께 미소짓던 야미가 무표정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다.
"「수염」에 건다느니...잘도 그런 맹세를 해주셨군요.
그런걸 믿고 프린세스에게 저는 말을 건넨거군요."
아, 라라를 믿으라고 할때 수염성인 흉내를 내면서 수염을 걸었지.
"아하하...어쨌든 좋게 풀리지 않았어?
내말대로 라라도 웃으며 받아줬잖아?"
"그렇군요...
우주인이니,하수인이니... 당신이 한말은 전부다 거짓말이었던겁니까?"
끈질기게 물어오는 야미의 태도가 좀 겁난다.
전부라고 했다간 한대 치는거 아냐?
「악의 없는 거짓말(white lie)」이었다구요?
"아니 뭐, 전부다 거짓말은 아닌데..."
"얼마나 말입니까?"
"...한 절반정도?
적어도 유우키랑 라라에 대한 말은 사실이라고?"
내말에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의 야미.
"그렇습니까...그럼."
- 쉭-!
순간 왼쪽귀를 스쳐지나가는 금빛 머리카락.
긴장을 풀고 있던 순간에 당한일인지라 화들짝 놀라 한발 뒤로 물러선다.
아픔은 없는데, 위협인가?
왼쪽 귓가에 손을 대자 매끌한 피부의 감촉이 느껴진다.
다행히 상처는 없구나...
...
......매끈한 피부?
당황해서 반대편 귓가에 손을 댄다.
매끈한 피부가 아니라, 수북히 느껴지는 구레나룻의 감촉.
이...이건?!
"절반의 거짓말과 방금전 엉큼한 짓...한쪽 수염만 자른것으로 변제하도록 하죠."
"내, 내 귀밑수염이이이이이-?!"
절규를 하며 주저앉아 바닥에 떨어진 수염을 두손으로 쓸어모은다.
"아, 아키츠?"
"내수염! 4년동안 애써 가꾼 내 귀밑수염이 이렇게 허망하게!
어...어흐흐흐흐......"
이계트립 이벤트 회피를 위해서 초등학교때부터 조심스레 길렀던 구레나룻.
거울을 볼때마다 정신적으로 힘들고 싫어했지만,
4년이 넘게 같이 한 구레나룻은 이세계에서 나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묵묵히 맡아주었다.
남들을 모르겠지만 적어도 모양새가 흉하지 않도록 참빗과 가위로 소중히 가꾼 내 구레나룻.
지난 4년간 구레나룻과 함께한 추억을 떠올리며 비통한 울음을 내보낸다.
...제대로 된 추억이 하나도 없구나.
미안 내 수염들아.
"...정말로 「수염성인」이 아닌게 맞는겁니까?"
"그, 글쎄..."
상상이상으로 극적인 내 좌절포즈에 야미는「나=수염성인」의혹을 강하게 했고,
리토도 거기에 의문을 갖는 모습이었다.
라라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상해하던 모습이었으나,
내가 양손에 들고있는 귀밑털을 보곤 대충 이해한듯,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 그럼 내가 발명한 수염나는 기계를 사용하면~「전력으로 거부하겠습니다.」에~ 어째서?"
불만인듯 볼을 부풀리는 라라를 보며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
미안.
난 리토만큼이나 댁의 기계의 위험성을 깨닫고 있다고요?
적어도 더 이상의 트러블은 정말 사양이거든요?
손바닥에 올려진 수염을 조용히 움켜쥔다.
방금전까지 흐르던 눈물은 어느새 그쳤다.
오른손으로 흩뿌려진 수염을 잡고, 왼손으론 왼뺨을 살짝 만져본다.
솜씨좋게도 매끄럽게 처리된 피부의 감촉이 느껴진다.
이미 구레나룻은 잘려 나갔고, 이대로 울고있어도 더이상 진전은 없다.
그러니까, 이제 결단을 내릴때다.
"아키츠군?"
상점가를 다시 들러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코테가와와 마주쳤다.
맵시있게 차려입은 코테가와가 괴상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오늘따라 웃긴 얼굴이네 코테가와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던 코테가와는 이윽고 멈춰서 나를 본다.
"...아키츠군?"
"아, 무슨일이야 코테가와?"
"지금 그 모습은 뭔가요?"
"? 난 평소와 똑같은데? 뭔가 이상해?"
코테가와가 하는 말에 어리둥절한다.
학기때와 달리 겨울철 일상복을 입었을 뿐이잖아.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건가요?"
"응?"
"수염 말이에요! 수염! 왼뺨에 붙인 그 수염은 대체 뭔가요?!"
아, 난 또 뭐라고.
왼쪽뺨에 투명테이프로 고정해둔, 구레나룻 뭉치의 까끌거림이 느껴진다.
코테가와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도록 하자.
인체는 그야말로 신비로 가득차 있다고.
"아니, 붙여두면 나중에 싹이 나지 않을까 싶어서."
"수염은 식물이 아니라고요!
...가만있어봐요. 이렇게 된 이상. 반대쪽도 잘라내는게 낫다고요."
"시, 싫어!"
앞으로 한걸음 다가오는 코테가와의 기세에 한걸음 뒤로 물러난다.
어째서? 잘붙였잖아?
시간만 지나면 다들 익숙해질꺼라고?
"바보같은 소리 하지말고 다른쪽도 잘라서 균형을 맞추자고요."
"안돼~!"
"애처럼 굴지 말아욧-!"
코테가와에게 한쪽귀가 잡힌채로 질질 미용실로 끌려간 나.
왼쪽 구레나룻에 이어 잘려나간 오른쪽 구레나룻을 거울을 통해 보며 멍하니 있는 나의 옆에서,
「10년은 더 젊어보이시네요 손님」이라며 미용사가 웃으며 말을 건넸다.
...제가 몇살로 보였나요 아주머니?
뒤에서 웃음을 참고 있는 코테가와가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그날 밤, 빛나는 거울에 빨려들어가서 난데없이 파란머리에 수염난 중년 아저씨에게 키스당하는 꿈을 꿨다.
첫키스의 맛은 홀아비의 맛.
이전까지의 악몽을 넘어선 초전개에 한밤중에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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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가 야미짱이라고 말하는건 애니메이션 11화를 보고 그대로 따랐습니다.
(번역본에선 '어둠아')
미캉이 야미를 부르는 방법도 야미짱.
[등장인물 이미지 정리]
코테가와 유이(17) : (1) (2)
유우키 미캉(12) : (이곳)
야미(금색의 어둠)(불명) : (이곳)
모미오카 리사(17) : (왼쪽의 짧은금발)
유우키 사이바이(리토 아버지) : (주인공이 미화된다면 대략 이렇지 않을까 생각함. 똑같은 송충이 눈썹이고, 삼백안이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글쓰다가 오류가 나는 점이 없나 살펴보다가 38화 마지막에서 약간 당황했습니다.
"귀엽다'는 라라의 말에 즈-큥! 하고 꽃혀버리는 야미.
저게 키워드인가 잠시 생각했다가, 그래도 그 대사를 하기전까지 보여준 라라의 모습이 있었기에 먹혀든 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교장같은 변태가 귀엽다고 해봤자 소름만 돋을테니까요-_-;
아무튼, 주인공의 대사에서도 야미의 외모를 칭찬하는 대사들이 있었는데,
저 '귀엽다' 대사를 신경쓰느라 칭찬하는 대사를 거의 다 잘랐습니다.
어차피 귀엽다고 해봤자 반응도 좀 적은 편이었고.
역시 대사가 같아도 사람이 다르면 결과마저 다릅니다.
그리고, 원래 초반에 등장한 끈달린 벙어리 장갑은 야미와의 전투에서 해프닝 연출에 2초정도 쓰일 예정이었습니다만...
전투루트를 타지 않았으므로 패스했습니다.
등을 보인채 바닥을 향해 앞으로 쓰러진 야미.
바닥과 충돌한것으로 잠시 균형감각을 잃은 사이, 장갑을 연결한 끈부분으로 순식간에 야미의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는다.
변화능력을 쓰기전에 재빨리 한묶음으로 묶어서 묶음이 된 머리칼을 한손으로 움켜쥐고,
그대로 야미의 양손목을 모아서 다른 한손만으로 잡은뒤 바닥에 고정시킨다.
앞으로 넘어진 야미의 등뒤에 걸터앉은 주인공의 범죄적 포즈.
뭐 대강 이런식의 전개를 생각해봤는데, 가정은 가정일 뿐이죠 뭐...-_-;
p.s.별건 아니지만 저번에 리조트 여행권 땄던 바람둥이 남학생은 다행히도 머리카락과 리조트 여행권을 무사히 지켰습니다.
원작에선 야미에게 헌팅걸다가 머리카락도, 리조트 여행권도 조각조각나죠.
p.s.2. 리토가 하루나를 좋아한다는걸 미캉이 깨닫는 것은 원작상으론 10화부터 입니다.
그냥 미캉이 좀 더 눈치가 빨랐거나, 그 사실을 눈치챌 사건이 도중에 추가로 발생했었다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나야™ 님// 사실 이야기 꾸미기는 유이가 가장 편하지요.
같은 학교, 같은 학년, 같은 반이라 가장 접점도 많고 쉽게 연관지을수 있거든요.
트러블SS인지라 원작의 러브코미디 분위기로 세명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뭘?)
다만 도중에 얽히는 아가씨들은 좀더 될지도 모르며, 나중가면 숫자가 바뀔수도 있습니다.
하얀사신 님// 진리입니다. 미캉이 나오는 화수는 다 체크가 되어있는^^;
흐냐 님// 헛, 감사합니다+ㅅ+
마음에 드셨다면 정말로 기쁘네요*^^*
블러드카니발 님// 얘가 싸우긴 할껀데 다만 네임드 4명(기드(왕),라라,저스틴,야미)이랑 붙을 기회는 거의 없을겁니다.
우주 깡패들이 등장하는 편에서 꽤나 활약을 보이겠죠.
아니면 야미가 힘들어 하는 촉수편같은 부분에서도 도움이 되려나?
BlueGlass 님// 죄송합니다. 배틀을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꼬여서 요렇게 됐습니다.
주인공 성향을 따라가다보니 저렇게 되어 버렸네요^^;
이미지 상으로 떠올리면 여자애한테 주먹질하는 남자의 모습은 영 껄끄럽잖아요?
그래플러 처럼 근접 관절기로 싸우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약간 추잡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변화능력을 쓰는 야미한테 수없이 얻어터질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_-;
야미의 첫 등장시에 맞붙지 못했으니 이후로 야미와 붙는다면 얻어터지든, 피하든 둘중 하나의 선택밖에 없겠죠.
애도...
...아, 야미가 라라와 재전투를 하는 화에선 활약할지도 모릅니다.
아르딘 님// 솔직한 그대에게 축복이 있으라.
당신과 나는 친구입니다.(=3=)
전파백작 님// 돌던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그저 바닥에 누운 사람이 두사람 더 늘어났습니다...
쿨럭쿨럭...
사심안 님// 감사드려요^^
기왕이면 훈훈하게 전개되는걸 좋아하는지라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기쁠 따름입니다^^
kero군 님// 그래서 이번에 구레나룻이 잘렸습니다.
한쪽은 거짓말&엉큼한 짓 한 벌로 야미에게,
다른 한쪽은 양아치라기보단 얼간이 같은 모습의 주인공에게 질린 코테가와에게.
구레나룻 다시 자랄때까지 몸을 사리든가, 토템을 들고 다니든가, 인디언 깃털모자를 쓰든가, 열심히 노력하겠죠^^;
Albion 님// 원작 설정상 등장하지 않는 요소는 되도록이면 묘사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따라서 수염성인은 가상의 존재인지 실제의 존재인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우주의 모든 종족을 다 아는 사람을 만날 확률도 거의 없을테니 문제는 없도록 할 생각입니다.
만약 수염성인이 존재한다면 수염이 약점이거나, 성감대거나(데빌루크처럼-_-;) 하는 압박적인 설정이 있겠지요.
적월립견 님// 거짓말의 대가를 귀밑수염 한쪽으로 치렀습니다.
반대편은 코테가와가 친절히 미장원에 끌고가서 깎았습니다.
하인즈워드 님// 주인공이 걱정하는건 대략 3개입니다.
1. 아무리 안죽어더라도 트럭에 부딪히는건 번거롭고 재수가 없는 일이다. 또한 사후처리로 시끄럽다.
2. 진짜로 죽을만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수도 있으니까 그것이 무섭다.
3. 트럭을 타고있는 운전자가 위험하다. 생명,재산,직장 등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을 가해자(?)들을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설사 부딪혀오는 트럭을 피한다 해도 트럭은 벽에 부딪히거나 해서 큰 피해를 입을테니까요.
뭐, 그래서 아직까지 벌벌하는 겁니다.^^;
츳크미 님// 말씀대로, 수염만 밀면 좀 나아보이겠죠.
구레나룻을 사고로 잃었는데 이게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이후 스토리 생각하면서 다시 기르든가, 계속 자르고 있든가로 가겠죠?^^;
판데모니엄 님// 반 자업자득으로 밀렸습니다^^;
피부에 상처가 없는건 주인공 피부가 튼튼하기도 했고, 야미의 실력이 좋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하리마야 (성실한?)불량+수염으로 유명하니까요.
개인적으론 하리마의 결말이 좀더 행복하게 끝날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흉조RAVEN 님// 헐, 무려 그 츠즈키 료야와 비교되다니 놀라울따름이군요=ㅅ=;(감동적인 의미로)
외전에서의 활약에서 환호하면서도, 본편에서의 안습함에 눈물이 지어지는 날의 반복이었죠.
힘내라 시오리! 료야를 붙잡는거다!
그리고 주인공은 적어도 죽진 않잖아요?^^;(봉래약이 없지만서도)
kilou 님// 아, 재미있게 보셨다니 감사하고, 리리플로 달아주신 정보 감사드립니다^^
우선 집에서 신세지는건 보류했는데, 나중에 다시 만남의 기회가 있겠지요^^;
CloudAngel 님// 정답. 도망치고 허풍 남발하면서 시간을 끌었습니다.
덕분에 야미의 변화능력의 소모시간이 줄어들었는데, 이게 나중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야미로에게 조금 이상한 거짓말쟁이란 인상을 좀 받았습니다.
더불어 수염성인 의혹도 있지만 크게 영향을 줄것 같진 않습니다.
카르나스필 님// 얘는 성격상으로 남 괴롭히는 직업쪽으로 가기는 힘드니까 무리일듯하네요^^;
오해가 쌓이고 쌓인다면 차근차근 야쿠자의 길을 갈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불쌍해서-_-;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olphin 님// 앞으로 접할때 엉큼한 해프닝이 발생한다면 많이 혼나겠죠^^;
Dietrich 님// 정돈은 조금씩 해줄지도 모르는데, 친밀한 인간관계가 얼마나 많아질지는 몰라요?^^;
핑크게마 님// 진실을 꿰뚫으시는군요.-ㅅ-b
문제는 그 '나중'이 언제가 될지가 관건일 따름이지만요.
적어도 완결전에는 되겠죠.^^;
레이번 님// 아마도오오오오! 그렇게 되겠죠오오오오! ㅇ>-<
진담입니다^^;
휴트랑 님// 훈훈함이 느껴졌다니 감사합니다~^^
돌부처로 행동시키려면 여러모로 제가 묘사할때 골치가 아파져서 적당히 눈치있는 주인공으로 묘사했습니다.
힘내겠습니다^^
망상공방 님// 쟁탈전까지야...^^;
야미의 경우 호감이 높아지려면 좀더 이야기를 꾸며봐야지요^^
앞으론 얼마나 더 진전 될진 모르지만요.
리안쿼스더 님// 옆반의 깡패가 난데없이 친한척 하면 무섭지 않겠습니까?^^;
쉬는시간마다 찾아가면 그야말로 공포일듯.
리토가 야미랑 친해지게 되는 계기를 읽어보면서, 주인공은 대체 어떻게 해야 호감도를 올릴까 고민입니다...;
에아노르 님// 현재로썬 오히려 코테가와가 주인공의 약점을 잡고 있는 상황^^;
코테가와에게 코가 꿰여 사는것도 주인공으로선 꽤나 행복할껍니다.^^;
슈나이젤 님// 언젠가 한번더 등장해주시겠죠 리사짱.(*=ㅅ=*)
네메스 님// 적어도 중학교때보단 인연이 잘 쌓이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을듯 합니다.^^
불멸의 샤아 님// 세상에 비상식이 많은지라...=3=;
기껏 설정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깎기는 아깝잖아요?^^;
노즈 님// 동의.
그야말로 독자를 홀리는 아가씨.
이런 딸을 낳으신 리토 어머님께 감솨.
방랑폐인s 님// 안그래도 이번편에 양아치가 아니라 얼간이같은 모습으로 나댕기다가 코테가와에게 걸렸습니다.
귀잡힌채로 미용실까지 질질 끌려갔죠=ㅅ=;
蛟河 님// 넵. 러브코미디 보정입니다.
적어도 아무런 계기도 만들어 주지 않는다면 해프닝은 결코 발생하지 않으니까요.^^;
제스처 님// 136화 발렌타인 데이때 보여준 코테가와의 머리묶은 모양새는 최고였습니다-ㅅ-b
그당시 미캉파였던 저에게 엄청난 타격을 준 사랑스러움이었죠.^^
민트박하 님// 상냥함과 솔직함이 좀더 부각된다면 코테가와는 정말로 최고의 히로인이라 생각합니다^^
이야기 전개에서 코타가와에게 사랑스러움을 느끼셨다면 정말 감사하죠^^
프라가라흐 님// 원작에서 이 SS상의 주연들의 활약은 대략 49화 이후부터입니다.
(49화에 2학년이 되며, 코테가와 유이 첫등장)
저로서는 굳이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코테가와,미캉,야미를 보는 재미로 충분히 즐겁지만요^^;
신작 님// 수염을 밀면 인상이 많이 좋아질겁니다.
다만, 수염밀었다고 갑작스레 수십명의 아가씨들이 멍하니 얼굴을 붉히며 쳐다본다는 것같은 상황은 불가능합니다.
음, 생각해보니 리토의 아버지인 유우키 사이바이의 외모를 닮을지도 모르겠군요.
주인공이나 유우키 아버지나 둘다 송충이 눈썹이니.
만약 주인공의 외모가 엄청나게 보정을 받는다면 (눈매를 뺀다면) 리토 아버지 외모 비슷하게 될겁니다.
재미있으셨다니 정말 기쁘네요~^^
란란루 님// 사실 주인공한텐 안미안해도 되는데,
어째 상황전개가 되다보니 한번 잘리게 되었습니다.
코테가와가 주장하던 단정한 이미지에 약간 가까워 졌겠죠?^^;
광명군 님// 등장신을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좀 고민이 되더군요^^;
원작대로 첫등장 장면부터 나왔다면 전투가 되었겠지만,
멀리서 보고 상황을 보고 생각 좀 해본지라 회피하는 쪽으로 갔습니다.
라이세네프 님// 솔직한 고백 감사합니다(=ㅅ=)b
가장 번거롭던 구레나룻은 우선 잘랐습니다.
...다시 기른다면 또 모르겠지만요;
아르페지오 님// 관우보고 수염자르라면 도원결의를 깰지도 몰라요?^^;
아무튼 주인공도 졸업전까진 수염을 다듬거나 정리하겠지요^^;
아르곤 님// 멋진 남성이더군요.
훤칠한 모습의 훈남은 역시 수염도 잘어울리나봅니다;ㅅ;b
주인공도 좀더 친숙한 눈매의 사람이었다면 또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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