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틀러님의 이불이 팬픽입니다.
글이라서 그림과는 별도로 업로드 합니다.
트러블 OVA 벚꽃구경편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엄청난 용량의 재미난 작품을 축전으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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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츠 료스케?"
"....음..?"
정신이 몽롱하다. 잠시 저 심연의 저 너머에 접속을 했으니 정신적으로 무리가 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되도 않는 중2병적 대사 하지 말고 정신차립시다.
확보된 시야에서 처음 보이게 된 것은 비틀린 입가를 형성한채 나를 바라보는 화학선생님이 있었다.
"자, 그럼 평소에 산소로 세수를 하시는 아키츠 군. 이번에는 무엇으로 세수를 하시고 오실건가요?"
"하하핫. 선생님 덕분에 저도 이제 세수정도는 H20로 할 수 있답니다."
"장족의 발전이로군요. 축하드려요. 아키츠군."
"이게 다 훌륭하신 선생님을 두신 덕분이지요. 아하하하하."
"그렇군요.저는 이런 훌륭한 학생을 가르치게 되어서 기쁘답니다.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
오늘 따라 선생님의 웃음이 참으로 아름다우시군요. 이마에 곱게 새겨진 십자마크만 아니면 더욱 아름다우실텐데 말이죠.
2분 뒤
나는 H20가 가득 담긴 양동이 2개를 양손에 들고 교실 밖에 서있어야만 했다.
양동이를 들고 나갈 때 들린 코테가와의 한숨소리에 더없이 처량해졌다.
"그 상황에서 그런 농담을 주고 받을 생각이 들었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긍정적. 지금 이 세상엔 웃음이 너무 부족하잖아?"
"웃기야 웃었죠. 근데 아까 웃는 얼굴을 보면서 제 주먹이 불끈 쥐어지던걸요?"
"하하핫, 황송합니다."
"...웃지 말아요. 또 주먹이 쥐어질려고 하니까."
안 통하네.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아까 수업시간 때 좀 심하게 까불긴 했지. 잠결에 머리에 필터링이 없었다고 해야할까. 생각해보니
그냥 뻘쭘해서 분위기 상 유머라도 하면 긴장이 풀리지 않을까해서 그런게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
얼굴을 상기시키며 불만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코테가와를 보면서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근데 아키츠 군은 저번에도 화학시간 때 졸았잖아? 혹시 화학은 포기한거야?"
"아니, 딱히 특정과목을 포기한건 아닌데...그냥 우연의 일치."
"오홋. 설마 이런식으로 관심을 끌어서 선생님과 금단의 관계를?"
"불순한 발언 하지마. 모미오카씨."
음흉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 보는 리사를 향해 코테가와가 지적했다.
그런 AV같은 관계. 현실에서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현실과 망상정도는 구별할 줄 안답니다.
딱히 그런 쪽으로 취미도 없고.
"그런거 아니야.그냥 어제..."
그리고 나는 수업시간에 졸게된 경위를 설명하게 됬다.
YOU WIN!!
"아아아악! 또 졌다!!!"
내 캐릭터에 의해 땅바닥을 뒹굴게 된 자신의 캐릭터를 보면서 비통한 단말마를 짓는 식객 1호.
최근들어 지구의 오락에 취미를 잔뜩 들이신 이 아가씨에 의해 내일까지 해야하는 숙제조차 미룬 채 어울려 줘야만 했다.
모모가 있었으면 어떻게든 이 녀석의 맞상대를 부탁했겠지만 지금 모모는 리토의 집에 놀러가 있단 말이지.
"이제 이 정도면 됬지? 그럼 난 이만..."
"가긴 어딜 가!"
"꽥?!"
무방비 상태로 들어온 쵸크에 숨이 걸려버렸다. 일반적인 지구인의 것이라면 별다른 충격이 없었겠지만 지금 쵸크를 걸고 있는 것은
우주최강의 종족의 2왕녀이신 식객1호였다.
"놔..놔라 이놈아! 스무 판 씩이나 해줬으면 됬잖아. 이제 나도 들어가서 숙제 해야한다고."
"웃기지마. 오늘 무슨 수를 쓰더라도 너를 꺾기 전까진 너도 나도 잠없는거야."
"말이 되냐! 너야 학교도 안 다니고 탱자탱자 놀 수 있는 한량이라지만 난 아니라고!"
"누가 한량이야! 그리고 네 사정은 알 바 아니야!"
"좀 알아라!"
목에 헤드락을 건 채 나에게 달라붙는 나나를 떼어놓고, 결국 나는 다시 소파에 앉아서 조이스틱을 잡는 수 밖에 없었다.
round1
"이게 마지막이야. 지금부터 숙제 안하면 정말 위험하다고."
ready
"헹- 그래. 이번 판을 끝으로 네가 숙제를 하러 갈 수 있도록 내가 이겨주도록 하지."
fight!
그리고 나의 숙제성취의 유무와 숙면의 운명이 걸린 대결이 지금 시작되었다!
Perfect!
"가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럼 이만!"
또다시 나나에게 붙잡힐세라, 나는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조이스틱을 던지고 그대로 내 방으로 뛰어들어가 문을 걸어잠궈버렸다.
쾅쾅쾅!
"이리 나와! 안나와?!"
"문 부숴지면 네 하숙비에서 차감할테니까 알아둬라!"
문 앞에서 문을 부숴버릴 듯한 기세로 두드리는 나나는 그 말에 두드리는 것을 멈추고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더없이 분한 마음이 표출되는 신음소리를 들으며 승리의 만족감을 느끼고 나는 자리에 앉아 연필을 들었다.
그것보다 저 녀석. 요즘은 완전히 공부랑 담을 쌓고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괜찮을려나. 학교도 안다니고.
그주 최강종족의 황녀이니 딱히 성적걱정따윈 할 필요는 없다지만 기본적인 교양이나 지식정도는 쌓아 둬야할텐데.
모모야 살짝 뒤틀리긴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에 대한 필요한 정도의 상식은 있으니 그렇다쳐도 나나는 솔직히 조금 걱정이 됬다.
숙제는 30분 정도 한 끝에 마무리 되었다. 양은 많았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건 아니어서 빨리 끝났다. 아까 모모도 돌아온데다가 밤도 상당히 깊어졌고
이제 슬슬 우리 식객들도 잘 시간들이니 방을 비워줘야지.
의자에서 일어나 기지개로 몸을 푼 뒤 방문을 열었다.
투콱!
"컥-?!"
방문을 열고 발을 밖으로 내딛음과 동시에 옆구리로 부터 전해져오는 충격에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뭐냐고 이건?!"
그리고 나를 습격했던 무언가가 그대로 내 위에 올라타더니...나..나나?
"무..무슨 짓이냐 너..."
충격을 받은 옆구리를 감싸지도 못한 채 그대로 내 위에 올라타 있는 나나를 바라보았다.
"우후...우후후후후..."
이 녀석. 눈이 반쯤 맛이 갔어? 어둠의 포스를 잔뜩 내뿜는채 나를 내려다보는 나나를 바라보는데 왠지 모를 한기가 느껴졌다.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나 스스로도 겁을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목소리로 나나를 향해 물었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어."
"X영철?!"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 먹어!!!"
"허읍?!"
나나는 그대로 내 입에 자신이 들고 있던 무언가를 쑤셔넣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나는 그것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꿀꺽
목구멍으로 뭔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자 나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내 위에서 일어섰다.
"이...이게 뭐야?"
"독은 아니니까 걱정은 마"
"신경쓰인다고. 설마 이상한 건 아니겠지?"
몸을 일으키며 아까 맞은 부위를 문지르는 나를 보면서 나나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예전에 너 모모한테서 홍차를 마시고 하루밤새도록 공부한 적있지? 그거 잎을 말아놓은 거야."
독은 아니군요. 하지만 상황상 나에겐 독보다 더 심한 것이었다.
"설마 이 나에게 그런 치욕을 주고 그냥 넘어갈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오늘 밤은 재우지 않을테니까!"
"야...너..."
이 녀석 이 발언이 원래 어떤 때에 쓰이는 지는 제대로 알고는 있는 걸까.
이걸 교육의 차원으로 한소리를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 중에 2층으로 올라온 모모가 우리를 보면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어머? 밤에 재우지 않겠다니 두 사람 어느새 그런 사이""일리가 없잖아. 그런 거 아니니까 신경 꺼.""...성장했구나 나나..."
그러니까 상황을 이용한 드립은 적당히 사용하셨어야죠. 그정도로 남발하면 누구나 내성이 생긴답니다 모모씨. 성장한 자식을 보면서 자신의 역할이 줄어듦에 아쉬움을 느낀 부모같은 얼굴을 숨기지 않은 모모를
뒤로 한 채 결국 나는 나나의 도전에 응해줘야만 했다.
....참고로 게임은 새벽 5시 까지 되었고 최종전적은 나의 30연승이었다. 특히 마지막판에서는 발로 해도 게임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멘탈이 붕괴된 나나에게
연수차기를 당했다. 관자놀이에 직격당함과 동시에 '그냥 한 판 정도 적당히 져줬으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지난 얘기.
"후아아아암....'
결국 잠들지 못했다. 패배의 분함을 가시지 못한채 방에 올라가 씩씩 거리며 모모의 옆에서 잠이든 나나를 생각하면서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나는 밤을 지세우게 한 채 자기는 잠이 들었단 말이지. 아까 연수차기를 맞은 쪽이 지끈 거리면서 머리 한구석의 열이 올라가는 것만 같았다.
올라가서 얼굴에 낙서라도 해줄까 하다가 졸려서 그마저도 귀찮은 나머지 책가방을 들고 등교를 했다. 쉬는 시간에 짬짬이 자면 되겠지.
"근데 그게 생각처럼 안되더라고."
"게임은 적당히 해야죠. 그렇게 밤을 세우면 건강에도 안좋다구요."
"그 말을 내가 아니라 우리집 식객한테 해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습니다."
해도 안들을 가능성이 높지만 말야. 지금쯤 집에서 푹 자고 있을 나나를 생각하면서 쓴웃음과 동시에 한숨을 내쉬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차창밖을 모두 뒤엎은 하얀 벛꽃잎이 더없이 화사해보였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쌀쌀하다 싶더니 어느새 날씨가 이렇게 변했구나.
"응?"
그렇게 밖을 보며 마음을 추스리는데 나무쪽에서 왠지 평소에 많이 보이는 얼굴들이 보였다. 저 녀석들?
"...또 무슨 짓을 할려고."
"아키츠군? 뭐라고 했나요?"
"아니, 아무것도."
코테가와에게는 적당히 둘러대고 나는 유심히 교실을 바라보고 있는 모모와 하품을 연신해대는 나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모모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교실이 아니었다. 모모의 시선을 따라 교실 안으로 시선을 옮겼는데 그 시선 끝에 있는 것은
팔짱낀채 지나가고 있는 말괄량이 우주인과 그 약혼자였다.
"리토~"
"그러니까 너무 달라붙지 말라니깐."
애정이 넘치는 커플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그려. 물론 한쪽의 일방적인 애정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밀쳐내지 않는 것을
보면 마냥 싫어하는 것은 아니란 말이지. 하지만 이 교실엔 말이야. 그런 애정어린 모습을 단죄하는 풍기위원께서 계시다고?
그 풍기위원께선 애정행각을 마음껏 하고 있는 두사람의 앞을 언제나와 같은 엄격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가로막아섰다.
"유우키군. 라라. 교내에서의 파렴치한 행위는 내가 용납못해. 떨어져!"
멋있게 팔을 한번 접고 그대로 리토의 눈 앞으로 삿대질을 하는 코테가와. 오오 풍기위원 오오.
"싫어!"
코테가와의 훈게에 라라는 리토의 팔을 한층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리토야 언제나와 같이 곤란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가면 수습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자리에 일어서서 세 명이 대치하고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가면서 말을 했다.
"저기, 코테가와 너무 그러지..."
"리토군!"
내 말을 중간에 끊어먹는 누군가의 외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룬?
"리토 군~"
나까지 포함해 4명이 서있는 곳으로 달려오기 시작하는 룬. 그리고 다이빙 점프.
점프?!
그대로 팔을 벌리며 세사람을 향해 낙하 해오는 룬의 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으랏차, 캐치!"
"꺄악?"
그대로 점프해오는 룬의 몸을 배와 허리부분을 잡아 어깨부분으로 받쳐서 캐치해냈다. 이 아가씨가 지금 생각이 있는거야?
"뭐하는 짓이야? 수염!"
"너야말로 뭐하는 짓이야 이 아가씨야. 사람 모여있는거 안보여?"
다이빙 점프가 그대로 이뤄졌으면 나타났을 참상이 왠지 바로 상상이 갔다. 리토의 특성상 4사람이 모두 함께 넘어지겠지. 그리고 일어나는 트러블.
이건 공식이며 진리다. 내 몸이 칼에 상처를 입는 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상황에서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는 리토는 존재할 리가 없다고.
"언제까지 잡고 있을거야? 이거 놓지 못해?"
내 등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항변하는 룬을 살포시 내려놓았다. 배와 허리를 만진 느낌이 좋았지만 곧이 곧대로 말하면 날아올 따귀가
무서워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리토군~ 오랜만이야!"
"다...달라 붙지마. 룬!"
"어, 그럼 나도~"
"그러니까 그만하라고!!!"
누구들은 없어서 못하는 일을 하지말라고 항변하는 리토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양손의 꽃이잖아. 사나이들의 로망이잖아.
이래저래 웃음이 지어지는 상황이었지만 그건 나만의 한정인 것 같았다. 당장 내 옆에 코테가와 부터 머리를 한 손으로 부여잡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있었고 주변에 느껴지는 남학생들의 투기는 한 없이 높아지고 있었다.
아, 저기 리사랑 미오는 키득거리고 있네. 너희들이 있어 내가 외롭지 않구나
하핫. 분위기 끝내주네.
그렇게 상황을 지켜보며 웃고 있는 와중에 어느샌가 내 옆으로 다가온 사야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아키츠 군은 지금 저 상황이 웃겨?"
"응? 보기 좋잖아?"
"...저 모습이?"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양팔에 찰싹 붙는 두 여인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나에게 물었다.
"딱히 외설적인 것도 아니고 아주 훈훈하다고 생각되는데."
"...저 광경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아키츠군이 왠지 굉장하다고 생각 돼."
내가 이상한건가? 잠시 이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금새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뭐, 저럴 수 있는 것도 지금 이 시간 뿐이잖아? 실제로 저런 광경을 볼 수 있는 것도 지금 이 순간의 우리 교실 뿐이라고 생각되는데? 저런 광경을 볼 수 있는
이 반이나 지금 이 순간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 이런 건 웃으면서 보고 즐기는 편이 남는 장사인 것 같거든."
그 말을 들은 사야카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짓더니 쿡!하는 소리와 함께 미소를 지었다.
"뭔가 아키츠군의 사고는 조금 남다른 것 같아. 지금 당장 주변만 봐도 남자애들은 질투에 빠져있는데 말야."
" 솔직히 말하자면 부럽습니다."
"우와, 진짜 솔직하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욧!"
아 맞다. 맞은편에 코테가와가 있다는 것을 깜빡한 채 본심이 입 밖에 튀어나와버렸네.
그렇게 쉬는 시간 내내 코테가와에게 한소리를 듣게되었다.
킥킥대면서 저 멀리로 대피하는 사야카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청했지만 웃으면서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그리고 주먹을 쥐고 조그마한 소리로 말했다.
'화이팅!'
날 버렸어!
졸리다구...모두들 밤에는 일찍 잡시다
"간다-앗!"
"오오! 사루야마! 왠일로 멋있는 모습을!"
"힘내라구!"
시간이 지나서 체육시간이 되었다.
운동장 한가운데를 두군데로 나누어서 한 쪽은 남학생들이, 한쪽은 여학생들이 할 수 있도록 두 그룹으로 배치되어졌다.
사루야마는 자신의 이름답게 원숭이와 같은 몸놀림으로 장애물들을 뛰어 넘나 들었다. 이름값은 하는구나 사루야마.
가슴에 대한 지나친 사랑을 표면적으로만 내뱉지 않아도 평가가 한층은 더 올라갈수 있을텐데 말야. 아, 물론 여자친구를 사귀는 건 별개의 이야기지만.
체육시간으로 인해 바깥을 나온 것을 이용해서 아까전에 교실맞은 편에 있었던 나나와 모모를 찾으려고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잘못본게 아니라면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텐데...
혹시 라라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 잠시 여학생그룹쪽으로 이동하여 라라를 찾았다.
"어? 료스케. 이쪽으로 무슨일이야?'
"아니, 라라 혹시 오늘 학교에서 나나랑 모모를 본 적있어?"
"응? 아니. 본 적 없는데? 나나랑 모모가 학교에 왔어?"
"아까전에 얼핏본 것 같은데..."
라라한테 오지 않았다고?
한 명이라면 모를까, 두 녀석이 직접 학교로 찾아온 거라면 그나마 그 이유의 가장 큰 확률은 라라와 관련된 일일 것이다.
라라한테 볼 일이 없다면 두번째는 나한테로의 용무일테고. 일단 두 녀석의 현재 하숙집 주인이 바로 나니까 말야.
하지만 집에 무슨일이 있다면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으면 했지, 이런식으로 직접 찾아올 이유는 없다.
내가 피곤해서 잘못본건가?
"혹시 모르니 전화라도 해볼까?"
"아니, 일단 내가 잘못 본 것 일수도 있으니까. 고마워 라라."
"뭘~ 나야 말로 나나랑 모모한테 신경써줘서 고마워 료스케."
"하하하, 일단은 집주인인데다가 저스틴에게 두 녀석의 안부에 대한 당부(라 쓰고 협박이라 읽습니다)를 받았으니까 말야."
"혹시 두 사람이 곤란하게 하는 건 아니지?"
응, 이라고 바로 대답이 나오진 않았다. 오늘 있었던 양동이 벌 사건도 나나와의 장시간 게임대전으로 인해 빚어졌으니까. 하지만 결국
수업시간에 졸았던 건 내 잘못이니 나도 딱히 할 말은 없지. 그리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도 게임으로 즐기긴 했으니까.
"아니, 안 그래도 혼자 살기에는 적적했었는데 두 사람이 오니까 집안이 활기차서 오히려 좋은 걸? 재미있는 일만 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최소한 나 혼자 살 때보다는 훨씬 더 즐거워."
"다행이네. 안그래도 어제 모모가 왔을 때 료스케가 이래저래 신경을 많이 써줘서 편하다고 하더라고. 침실도 나나랑 모모한테 양보했다면서?"
"나야 건장한 사내놈이니 어디서 자도 괜찮으니까."
"하핫, 그래도 언니로써 정말로 고맙다고 생각해~"
활짝 웃으며 나를 향해 감사의 뜻이 담긴 말을 건네는 라라의 모습의 그 얼굴은 여태껏 많이 보여준 쾌활한 얼굴이라기보단, 언니로써의
웃음이었다. 라라는 이런 웃음도 어울리는구나.
가끔 이런 라라의 의외인 모습을 볼 때 마다 리토는 정말로 복받은 녀석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모습을 리토에게 많이 보여준다면 리토도 금방 라라에게 넘어올텐데 말이지.
그나저나 모모가 그런 말을 해줬다는 건 나도 나름 괜찮다고 평가받고 있다는 거구나. 오늘은 저녁에 신경 좀 써볼까?
"그런 식으로 금칠해줄 필요는 없어 라라. 아까도 말했지만 원래 나 혼자 살았던지라 조금 심심했다고. 대화상대도 생겼고 이래저래 집안도 시끌벅적"우와아아악!!!!"
...그래 저것처럼"
대화도중에 갑작스레 들려온 비명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도대체 무슨일이야.
[뀌 -------익!]
"뭐야 저건?!"
"메...멧돼지?"
운동장 맞은 편에서 거의 트럭에 맞먹는 사이즈를 가진 멧돼지가 남학생 그룹을 향해 돌격해오기 시작했다.
멧돼지라니? 그것도 갑자기 학교 운동장 한복판에?! 근처에 산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멧돼지가, 그것도 저만한 사이즈가
소리소문없이 갑자기 생겨나?
그리고 저런 대형 멧돼지 듣도 보도 못했...
"어라? 저 녀석?"
조금 머리속을 정리하고 생각해보니 분명하다.
저 녀석 예전에 나하고 부딪혀서 실신했었던 나나의 멧돼지인 기가이노시시(거대멧돼지)인 '기이'란 녀석이다.
애초에 지구에선 저런 사이즈 절대 안나와.
가속이 붙은 멧돼지는 남학생들이 피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채 그대로 들이받아버렸다.
쿠당탕탕탕!
"""""우와아아아아악!""""""
스트~~~~~라이크!!!
보는 입장에서는 경쾌하다고 할 정도로 부딪힘과 동시에 날아가는 남학생들과 장애물들을 보고 속으로 외쳤다.
아, 물론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분들은 멧돼지를 보시면 절대 함부로 부딪히지 마세요. 그대로 골로 가버릴 수도 있습니다.
저녀석들요? 개그보정이 먹히니까 괜찮아요.
그런데 이 녀석이 왜 여기에?
남학생들을 날려버린 채 그자리에서 몇바퀴 맴돌던 기이는 그대로 다음 목표를 돌려 이쪽으로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야 임마?!
"꺄악?!?!"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어?"
"엄마야~!"
뒤에 있던 여학생들이 도망가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린다.
"수염! 거기에 가만히 서있지만 말고 어떻게 좀 해봐!"
무리에 섞여 달아나던 룬이 나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네.압니다. 제 용도는 어차피 이런 탱커가 대부분이죠.
난 차가운 도시 양아치. 하지만 여자들에겐 상냥하지.
암만 개그보정이 먹힌다고 해도 여자아이들한테까지 피해가 가는 것을 두고 보고 있을 정도로 막돼먹은 놈은 아니다.
남학생쪽이야 늦어서 어쩔수 없었다지만 이 이상의 피해가 늘도록 하게 냅둘 수는 없지.
여학생쪽으로 돌진해오는 거대 멧돼지의 앞에 마주섰다.
그리고 손을 들고 웃었다.
환하게
"여~ 안녕?"
[꾸이이익?!?!?!?!?!!?]
...멧돼지도 저런 표정을 지을 수가 있구나...
맹렬한 기세와 표정으로 달려오던 기이가 나를 보자마자 사람마저도 명백히 읽을 수 있는 당혹해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가속도가 붙은 달리기에
급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쾅!
[꾸이이이익------]
우와 멧돼지가 날아간다.
트럭만한 멧돼지가 물리적인 법칙을 완전히 무시한채 저 멀리로 날아가는 광경은 확실히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저런 장면을 연출시킨 제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네요.
아까전의 표정을 보아하니 저 녀석, 분명히 나를 기억하고 있는듯 했다.
한번 부딪힌 것도 미안한데 또 그렇다 보니 미안하네. 하지만 그렇다고 뒤에 애들 다치게 할 수 없을 뿐더러
사람들을 향해 거리낌 없이 달려오다가 저렇게 된거니 다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라고.
[기이 짜아아아아앙!!!]
[얘.. 얘 나나!!!]
아, 찾았다.
저 녀석들 저기 있었네.
달려오던 방향의 반대편으로 힘차게 날아가는 거대 멧돼지 바라보며 수풀에서 뛰쳐나와 달려가려는 나나와 그것을 뒤에서 붙잡아 막는
모모가 보였다. 이미 들켰다고 이녀석들아.
그나저나 이런 곳에서 거대멧돼지를 풀다니 무슨 생각이야 저 녀석들?
개그보정이 먹히는 2차원이니까 다행이니 망정이지 3차원이었다면 몇 명은 심하게 다치거나 황천길 건널 상황이었다고.
두 녀석의 목적은 둘째치고 나중에 한소리 해줘야겠다.라고 생각중이었는데...
[봤어 봤어?]
[방금전에 그게 가능한 일이야?]
[머리 색깔이 금색인 건 역시나 사x어인?]
[만화 좀 그만 봐. 이것아.]
[하지만 라라찌도 외계인이잖아. 그걸 보면 아키츠군도 외계인이 아니걸까?]
[본인은 극구 부인하던데?]
[지금 저걸 보고 곧이 곧대로 믿음이 가?]
[대단해요. 료스케씨! 옛날에 제가 살았던 시절에도 저런 멧돼지를 맨손으로 잡을 수 있었던 사람은 없었는데 말이죠.]
[우웅... 왕실서고에서도 수염성인에 대한 자료는 본 적이 없는데...]
오해는 점점 깊어져만 가네요.
하긴 이 괴랄한 신체스팩 앞에서 무슨 변명을 한들 소용이 있을까.
그것보다 나, 지금 잘한 거 맞지? 벌 받을 만한 짓 한거 아니지?
이런 몸뚱아리여서 좋을것만 같지요? 힘들 때도 많아요.
다행히 수업이 끝나갈 무렵에 코테가와와 사야카 등 친구들에게서 고맙다는 감사들을 받을 수 있었다.
응, 외롭지 않은걸.
"그러고 보니 무슨일인 걸까?"
"응?"
평소보다 왠지 한바탕 더 시끌벅적한 하루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가는길이 조금 겹치는 라라와 함께 하교길을 걷고 있는데 라라가 의문을 표해왔다.
리토는 어디갔냐고? 오늘 저와 라라가 청소 당번이어서 약간 늦게 하교하는 겁니다.
리토는 미캉이 시킨 장 심부름도 있고 해서 한발 먼저 하교했다.
"아니, 아까전에 난동을 부렸던 거대멧돼지 분명 나나의 친구잖아? 료스케도 나나를 봤다고 했고."
"글쎄올시다...?"
체육시간이 끝날 때 쯤 나나와 모모가 보였던 수풀쪽으로 가서 두 녀석을 찾아봤지만 또다시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나나라면 모를까 모모마저 그렇게 아무런 생각없는 듯이 그런 맹수를 풀었다는 건 뭔가 좀 의심스러웠다.
수업이 끝나고 환복을 하면서 핸드폰으로 연락을 해봤지만 받지도 않고 말이지.
나한테 비밀로 치는 건 둘째치고(이미 들켰지만 말이다.) 라라한테까지 비밀로 붙힌 채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숨기고 싶은채로 하고 싶은게 있단 말이지.
그런데 숨길거면 제대로 숨길 것이지 거대멧돼지의 정체를 뻔히 알고 있는 라라나 내 앞에서 멧돼지를 소환해내다니, 묘하게
나사빠진듯한 일처리는 또 트러블 퀄리티네요.
"너한테도 비밀인채로 하고 싶은 일이면 뭔가 중요한 일이겠지. 어차피 집에 안들어오지는 않을테니까 오면 내가 물어보도록 할께."
"우우...나한테까지 숨기다니...서운해..."
두녀석이 자신에게까지 비밀로 돌리고 있는 사실이 서운한지 라라는 입술을 쭉 내밀면서 불만을 표했다.
하기사, 세 자매중 자신만 모르는 일이 있으니 서운할 만도 하다. 이래뵈도 동생들을 아끼는 마음은 한없이
넓은 아이니까 말이다.
이대로 풀이죽어 있는 건 왠지 라라답게 느껴지지 않아 기운을 돋아줄 만한 말들을 뇌내에서 생각한 뒤 라라에게 말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다 하나씩 숨기고픈 비밀이 있으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 그리고 무엇인가를 누군가에게 숨긴다는 건 악의가 아닌 이상
자신의 치부를 소중한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설마 그 녀석들이 너한테 악의를 품을일은 없잖아?"
"그래? 난 리토한테 내 모든 걸 다 보여주고 있는데? 딱히 숨기는 것도 없는걸?'
라라의 대답을 듣고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라는 일반인들과는 약간 사고방식이 다르다.
사람에게 가식없이 자기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가가 손을 내민다.
곤혹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런 라라이기에 라라를 어려워하는 사람은 있을 망정 라라를 마음 깊히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사키 선배랑 룬 선배는 제외하자고. 그 두 사람이야 인생에서 가장 양보하기 어려운 것들로 인해 라라를 대하는데 경계를 하는거니까 말야.
라라의 웃음에는 그 어떤 계산과 거짓도 없다. 말그대로 순도 100%짜리 진심이라고.
암만 인생의 9할 이상을 왕궁에서 화초속의 꽃처럼 귀하게 여겨져 살아온 라라지만,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그 순수함은 절대불변의
진리다. 설령 라라가 데빌룩 왕가가 아닌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나도 그 성격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고 사랑받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이 누구에게서도 볼 수 없는 라라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이런 라라를 상대로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숨겨야 할 것이 있어.'라는 설득은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닐까.
뭔가 예시가 필요할 듯 한데...아 맞다.
잠시 생각을 하고 난 뒤 라라에게 말했다.
"룬 그 녀석을 생각해 봐봐."
"룬을?"
"응, 그 녀석 유우키가 있을 때랑 없을 때랑 태도의 차이가 분명하잖아. 그건 다른 한 쪽의 자신을 리토에게 보여주기 싫어하는 거거든.
왜? 그 녀석은 유우키를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생각할 때 자기자신의 가장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거잖아?"
"웅...그런 것 같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란 것이거든. 물론 라라 너같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사람도 있지만 말야.
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오해하지는 마? 어디까지나 사람들 마다의 차이니까. 너의 방식이 나쁘다는게 절대 아니야.
오히려 그게 정답일 수 도 있지. 하지만 이 세상, 아니, 이 우주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까. 각자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방식도 셀 수 없을 정도지. 라라 너는 네가 생각하는 방법 그대로 유우키에게 네 마음을 전하면 돼. 그것이야말로 네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니까."
내 말에 나를 지켜보던 라라의 눈이 조금 커졌다.
...우째 갑자기 이런 사랑전달 방식에 대한 설명이 나왔지? 분명히 나나와 모모가 숨기는 일에 대해 서운함에 빠져있던 라라를 북돋기 위해
말을 꾸몄던 것 뿐인데?
상황을 깨닫고 나니 왠지 어색해져서 얼굴을 돌리고 헛기침을 한번 했다.
"여튼, 나나랑 모모도 마찬가지일 거야. 나나도 모모도, 두 녀석 다 어떻게 보면 솔직하지 못한 녀석들이니까. 그 녀석들이 너에게 비밀로 한 채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그건 분명 너를 위해서일꺼야. 내가 장담할게. 그러니까 너무 서운해 하지도, 걱정해 하지도 마. 혹시라도 그 녀석들이 뭔가 그릇된 일을
하고 있다면 내가 앞장서서 막아줄 테니까."
라라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저 평소와 같은 가식없는 눈동자로 날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보면 부끄럽습니다. 라라씨. 이래뵈도 우주제일수준의 미녀이니 마치 내 모든 걸 꿰뚫는 듯이 보는 눈빛이 심히 부담스럽다.
잠시 후 라라는 피식하고 웃더니 나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료스케."
"...응?"
나지막하게 내 이름을 부르는 라라의 모습에 빠져있기를 잠시 , 곧장 정신을 차려 반응을 했다.
"나, 지구에 와서 정말 많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 리토를 만난 것도, 미캉을, 하루나를, 다른 모든 친구들을 만난 것에 대해 너무너무 행복해."
"그거 다행이네."
대답하는 라라의 목소리에서 가식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진심뿐.
그것을 확신시킬 수 있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료스케를 만난 것에 대해선 좀 다른 의미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거 설마 반했다는 얘기는 아니지? "
"아니, 그건 아니지만 료스케랑 얘기하면 언제나 마음이 든든해져. 뭔가 안심이 된다고 할까. 마치 오빠가 있었다면 이럴 것 같다는 느낌?
리토랑 같이 있으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면서 흥분을 주체할 수 없게된다면 료스케랑은...그냥 마음이 든든해져."
"하핫, 영광입니다요 공주님."
최근들어 이런 말들을 조금 들어보긴 했다만 말하는 대상이 라라다보니 평소보다 더 믿음이 갔다. 다른 아이들이 믿음이 안간다는게 아니야.
라라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힘이라고.
"혹시나 나나랑 모모가 힘들어 하는 일이 있다고 하면 그 때는 그 아이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해. 누가 뭐라해도 료스케는 정말 믿음직스러우니까~"
나를 향해 미소짓는 라라가 눈부시다.
나를 향한 전폭적인 신뢰.
그 어떤 누구에게서도 찾을 수가 없는, 라라만이 가진 '진실성'
이런 라라의 앞에서 누군들 허언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나 멋진 아가씨의 마음을 얻은 리토녀석은 정말 전생에 나라를, 아니 우주를 구한거야.
암 그렇고 말고.
이러다가 리토가 라라를 울리는 날이라도 오면 리토를 향해 폭력을 쓰지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든다.
물론 내가 아는 리토는 결코 그럴 녀석이 아니야. 울리더라도 지금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정반대의 의미로 울리거나 하겠지.
그래도 라라를 울리면 아주 X...흠흠...필터링 거치고 자제합시다. 릴렉스, 릴렉스 ~
"물론~, 이 몸을 다바쳐서 성심성의껏 두 공주님을 보필하겠나이다~"
"하하하.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멋진 경호원씨."
내 장난스런 대응에 그에 맞게 응수해주는 라라.
그렇게 우리 둘은 얼마 안가 방향이 나뉘어 해어졌다.
헤어지면서 인사를 함과 동시에 생각했다.
라라와 친구가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그래서 오늘은 무슨 꿍꿍이들로 일을 벌리신 건가요? 두 분 공주님?"
저녁식사를 마치고,
식사를 마치자 마자 바로 TV앞으로 달려가려던 나나와 식물을 손질하려 가려던 모모를 잠시 식탁에 앉히고 대화를 시작했다.
"무...무슨 소리야? 꿍꿍이라니?"
목소리가 떨리고 동공이 떨리고 다리를 떨고 시선을 회피하고 식은땀을 흘리고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고...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 녀석. 정말 표정관리 못하는구나.
"어이쿠, 산만한 멧돼지랑 부딪혔더니 뼈마디가 수시는 구먼~"
"웃기지마! 그 다음에 너 완전 멀쩡하게 장애물 뛰어넘기 했잖아! 너 때문에 기이짱이 또!....아."
떡밥을 풀자마자 낚이네. 이 녀석 정말 이렇게 단순해서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을지 좀 진지하게 걱정됬다.
정직한건 장점이지만 빈틈이 많은 건 단점이지.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되어 낯빛이 허옇게 탈색되는 나나의 옆에서 모모가 머리를 쥐고 한숨을 쉬었다.
"나나, 내가 매번 말하는 거지만 넌 한번 더 생각을 하고 대화에 임하라니까."
"우우..."
모모의 충고를 들으면서 나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불만 가득한 표정이 되었다. 뭐라 반박은 하고 싶은데 할 말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어쨌든 유도심문에 제대로 낚였으니 두 녀석다 딱히 부정하지는 않는 듯 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짐작하고 있던 바를 말했다.
"유우키 때문이지?"
"어..."
"엑..."
내 말에 두 녀석 모두 놀란 표정을 짓는다.
두 녀석의 반응을 보고 '역시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안거야?"
"이번 건 저도 예상못했네요."
두 녀석이 궁금증 가득한 눈으로 나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추궁당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단 내가 어떻게 맞췄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진 듯 하다.
...우째 내가 추궁당하게 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어느 정도 짐작이 되긴 했었어. 네들이 라라한테 비밀로 하고 학교까지 왔을 일이 뭘까 하고. 너희 둘이 나무에서 교실을 보고 있을 때
라라랑 리토가 같이 있었잖아. 그래서 처음 추측했던 건 너희가 라라의 학교생활이 궁금해서 한번 몰래 보러온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니까 그것도 약간 이상하더라고? 라라는 네들이 보거나 말거나 딱히 행동에 변화가 없는 아이니까. 그런식으로
몰래보는 것은 그닥 의미가 없는 행동이지."
나를 보는 두 녀석의 눈빛이 한층 고요해졌다.
무슨 탐정의 추리를 듣는 주변인들도 아니고.
"그렇다면 다른 인물이 목적일거라고 예상했었어. 그리고 그 자리에는 분명 리토가 있었고 말야. 그리고 그 거대맷돼지. 처음에 남자쪽으로 달려갔잖아.
나중에 여자쪽으로 돌진하건 둘째치고 남자쪽으로 먼저 향하게 한건 의도해서 하게 한거지? 그러다가 멧돼지 녀석이 지 기분에 주체 못해
날뛰다가 여자쪽으로 방향을 바꾼 거고."
"그건 또 어떻게 알았데..."
"그렇지 않고서야 네가 그 집채만한 멧돼지를 꺼낼리가 없지. '우선 저지르고 보자'식으로 소환했더니 여자쪽으로 돌진하는 건 예상못했고.
왠지 딱 머리속에 그림이 그려졌거든."
나의 추리해석에 나나의 얼굴이 한층 붉어졌다. 뭔가 반박은 하고 싶은데 정곡을 찔리니까 여러모로 머리 속이 복잡해진거겠지.
당황해하는 얼굴이 귀여웠지만 입밖으로 내면 에러가 나서 주먹이 나올 것 같으니까 마음속으로만 생각합시다.
"헤에...역시나 타고난 모략꾼. 어설픈 접근으로는 금방 들키고 마네요."
"기왕이면 추리라고 해줘..."
좋은 단어를 냅두고 하필이면 그런 단어 선정이라니 역시나 마음이 약간 어두우신 세번째 왕녀님.
"그래서, 유우키한테 뭔가 볼 일이 있어서 그런일들을 저지른 거지? 그 '볼 일'이라는 것도 대충 예상은 가지만."
내 말을 들은 모모가 한번 피식하고 웃더니 말했다.
"예, 아마 생각하신 대로 일거에요. 리토씨가 어떤 남성분인지, 제대로 알고 싶었거든요."
역시나 그랬구나.
하지만...
"그건 너희들이 처음 왔을 때 게임 속에서 어느정도 밝혀지지 않았던가?"
"헹~ 그런 미적지근한 대답으로 우리를 만족시킬 수 있을거 같아? 언니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좋아할지도 모른다니!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놈한테 우리 언니를 맡기라고?"
머리속에서 정리가 끝난(이라기보단 이미 자포자기한 것 같다.)나나가 코웃음을 치며 내 말에 반박했다.
확실히. 모두가 만족해할 만한 대답은 아니었지. 당시 듣는 대상이었던 라라만큼은 만족한듯 했지만 말야.
"리토씨가 과연 어떤분이시길래 언니가 저렇게도 푹 빠져있는 건지, 정말 알고 싶었거든요. 저희 언니. 저래뵈도 정말 생각이 깊고 상냥한 사람이라
누군가 한 명한테 빠지는 일은 힘들거라 생각했어요."
확실히. 라라는 누구한테나 상냥하지.
누구에게나 상냥하게 대하기 때문에 누구와 어울리는 것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리토를 향한 행동은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말그대로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 그대로.
"그래서 과연 리토씨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인가, 해서 그런 일들을 저질렀어요. 헤헷☆"
"귀여운 얼굴해도 소용없습니다. 오늘일은 정말 위험했었다고. 만약 크게 사고가 났음 어쩔려고 했어?"
"알아. 그 점에 대해선 나도 솔직히 반성하고 있다고."
나나가 면목 없다는 듯 힘없는 말투로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자신이 잘못했다고 자각은 하고 있으니 다행이네.
"그래서, 결과는 어때?"
이 정도로 일을 벌려놓은 만큼 과연 리토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내렸을지 궁금했다.
"으응...그게..."
"역시 구제불능 인간, 틀림없는 구제불능 인간, 글러먹은게 분명한 바보로 결정!"
나나의 경쾌한 라임이 들어간 평가가 들려왔다.
꽤나 가차없군요. 나나씨. 설마 평가가 이리만치 박할줄은 몰랐는데.
"이상하네요...분명 이럴리가 없는데 말이죠."
"언니나 모모, 다른사람들도 모두 착각하고 있는 거라니까! 그렇게나 여러일이 있었는데 좋은 점이라곤 보이질 않았잖아?"
"...여러일?"
내가 아는 건 분명 거대멧돼지 학교난입사건 뿐인데... 이 녀석들 또 뭔가 저질렀나?
"아, 그게 말이죠."
학교가 끝난 후의 일에 대해서 모모가 말하기 시작했다.
리토가 지나가던 길에 시바리스기(인면수)를 소환해서 리토를 습격하고,
인면수에 의해 저기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가다 불시착한 리토가 있던 곳에 '우연히' 사키선배 일행이 있었고.(그 다음은 설명안해도 다들 아실테고)
그로인해 아야, 린 선배의 기관총(BB탄 입니다.) 세례에 도망치기 급급했다고 한다.
...고생이 많구나. 리토.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하지들 그랬어. 그런 행동 여러모로 민폐라고."
"호기심이 앞서다 보니 그랬어요. 아하하."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는 모모를 보면서 여러가지 의미가 담긴 한숨이 나왔다.
"그래서, 라라에게는 비밀로 붙히고 일들을 벌이셨다?"
"예. 아무래도 언니가 알면 말릴 것 같아서."
"언니가 좋아한다는 녀석이 그정도도 못 버티다니, 나는 그 녀석 인정할 수 없어. 우리 소중한 언니를 그런 녀석한테 줄 수 없다고!"
나나가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분명 그건 나나의 진심이었다.
이것봐 라라. 이 아이들 분명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잖아. 넌 사랑받고 있는 거라고.
이래저래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그런 방식이라면 누군들 버티겠어? 아마 저스틴이나 나같은 녀석도 정신 못차리겠다. 애초에 접근방식이 잘못된거라고."
"그 정도 돌발상황정도는 극복해야지!"
"상황도 정도껏 이어야 극복하지. 난데없이 튀어나오는게 집채만한 돼지에 사람잡아먹을 듯한 인면수라면 제대로 반응이나 하는게
용한거야."
"료스케씨는 그럼 리토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친구로써 말이죠."
친구로써 인가.
갑자기 그런 걸 물으면 대답하기가 좀 거시기 한데 말이지.
'좋은 녀석'이라는 정도의 표현으론 절대 이녀석들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특히나 저기 앞에서 리토에 대한 평가를 박하디 박하게 내리고 있는 트윈테일 공주님은 더더욱 그럴 것이고.
하지만...
"좋은 녀석이지. 유우키는."
"에, 너무 뻔한 걸요."
"그 정도는 누구나 다 말할 줄 안다고. 그런 허약남 성격이라도 좋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남아?"
내가 너한테 하고싶은 말이기도 하다 나나. 그렇게 단편적인 부분만 봐서 이 세상 어떻게 살아갈려고?
"그런데 표현할 말이 이런 것 밖에 없어. 일단 내가 보아온 유우키의 모습에서 몇가지 말하자면 그 녀석은 남의 어려움에 눈을 돌린 적이 없어.
분명히 어떻게 해서든 같이 해결하고자 나섰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어려운 상황이 있으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상황을 해결하려고 했어.
나름 믿음직한 녀석이야."
"그렇게 말한들 우리는 그런 모습 본 적 없다고. 오늘 보인 모습만 해도."
"말했잖아. 그렇게 갑자기 닥쳐오면 바로바로 대처 할 수 있는 사람 없다니까? 그리고 유우키의 진면목은 그런데서 나오는 게 아냐. 만약
아까 여자쪽에 가있었던게 내가 아니라 유우키였더라도 유우키는 나처럼 나섰을 걸? 나같은 몸이 아니더라도 말야."
"헤에...꽤나 고평가네요."
"딱히 그런 것도 아니야. 그 녀석은 분명히 그럴거라고."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게 됬을까? 리토한테는 미안하지만 이 정도의 변호 말 곤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본인이 직접 그런 모습을 이녀석들에게 보여주지 않고서야.
"...역시 모르겠다고."
나의 횡설수설한 변호가 그닥 맘에 닿지 않았는지 나나는 여전히 뾰루퉁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왠지 칭얼거리는 아이같다고 해야할까. 물론 그만큼 라라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말도 되지만...
"무엇보다 아까 모모 말마다마 '그' 라라가, 너희 언니가 선택한 녀석이라고. 그 녀석을 믿지 못하면 라라를 믿어봐.
'너 자신을 믿지 말고 , 너를 믿는 나를 믿어라'이런 말도 있잖아?"
"좋은 말이네요. 그 말."
"만화에서 나온 말이지만 말야."
""...""
"...왜들 그래, 그 만화 정말 명작이야."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 듯한 얼굴로 나나와 모모의 시선을 피해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를 준비했다.
암튼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의 변호다. 나머지는 앞으로 해결되겠지.
""꽃놀이?""
"그래, 꽃놀이."
금요일 저녁, 모두 잠자리가 들기전에 거실에서 셋이 모여 있는 시간을 이용해서 전달 사항을 말했다.
"오늘 학교에서 유우키랑 라라가 내일 꽃놀이 가자고 하더라고. 확실히 지금이 벛꽃이 만개할 때이니까. 적기이긴 하지."
"꽃놀이란 건 도대체 뭐야?"
"말 그대 꽃보면서 노는 거야. 벛꽃나무숲 사이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먹거나 하면서 노는 거. 일종에 소풍이라고 해야할까. 일본에서는
이 맘 쯤이 되면 한번 쯤 하게 되는 연례행사같은 거라고."
내 설명이 맘에 들었는지 나나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흥미로운가 보네.
하긴 노는 거 좋아하는 나나라면 이런 행사를 좋아하겠지. 반면 모모는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한 눈치였다.
뭔가 문제있는 건가?
"헤에, 그거 좋지 갈...꺅!!!!"
흥분해하면서 참석의 의지를 보이던 나나가 느닷없이 비명을 질렀다. 무슨 일이지?
"응? 뭐 문제 있어?"
"아니 갑자기 ㅁ 끼야악?!"
자세히 보니 모모가 뒤에서 나나의 꼬리를 붙잡고 있었다.
"죄송해요. 료스케씨. 저희는 내일 조금 바쁜 일이 있어서. 꼭 저희들끼리 해야만 하는 일이거든요."
"에? 그런 일이 있었, 나-앗?!?!"
난처해하는 모모와는 달리 나나는 정말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모모를 쳐다보다 또 다시 꼬리를 잡혔다.
...왠지 수상한데.
"여튼, 리토씨나 언니한테도 죄송하다고 말해줘요. 저희 몫만큼 푹 쉬다 오시고요."
그렇게 모모는 나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한 뒤 나나와 함께 방으로 올라갔다.
도대체 무슨일일까. 분명히 말하건데 저 녀석 무언가 꿍꿍이가 있어.
이번에는 도 무슨일을 벌릴지 모르지만 제발 부탁이니 폐가 되는 것은 아니어야 할텐데 말이지.
하지만 아직 일어난 일도 아니고 모모가 이미 마음을 먹고 어떤 일을 벌리기 할려고 하는 만큼 무슨말을 해도
귓등으로 흘려들을 공산이 크다.
내일 아침 나가기 전에 당부만 해주자.
"이 녀석들 어디갔어?"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는 집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방에올라가 문을 두들겨도 아무런 반응이 없기에 혹시나 옷을 갈아입는 건가 하고 조심스레 방문을 열어봤지만 방안에는 침구류가 이미
가지런히 정리된 채로 아무도 있지 않았다.
이 녀석들, 내가 한 소리 할 것을 알고 미리 도망간 것 같은데.
설마 한 발 일찍 움직일줄은 몰랐다. 이건 확실히 한 방 먹었는데.
결국 두 녀석에게 완전히 물 먹은 것 같은 기분으로 샤워를 하고 대충 요기나 때울 까해서 부엌으로 갔다.
응? 식탁위에 뭔가가?
식탁위에 접시를 받침으로 고정시킨 쪽지하나와 그 옆에 작은 알약같은게 하나 있었다.
[료스케 씨에게
말 없이 나가서 죄송해요. 료스케씨라면 저희가 할 일을 아시면 말릴 수도 있어서 이렇게 먼저 나가봐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심각한
일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아, 그리고 옆에 알약은 나가기 전에 꼭 드시고 나가셔야해요. 알았죠? 절대 몸에 해가 되거나 이상증상을 일으키는 그런건 절대 아니에요.
아셨죠?
반드시 !!!! 꼭!!! 절대 NAVER!!!!]
이렇게 까지 강조를 하면 더 수상하잖아...
그리고 단어 철자,용도도 틀렸어 모모.
필적을 자세히 보아하니 이 부분은 나나가 적었네요.
공부 좀 하라니까...
며칠전에 몇번 다그쳤으니 설마 나한테 이상한 짓을 하진 않겠지. 반신반의 하면서도 결국 알약을 그대로 삼켰다.
크--윽! 오...온 몸이 불타는 것 같아!!! 날 속였구나 나나,모모!!!!!
...같은 전개는 벌어지지 않았다. 말그대로 그냥 평범한 알약인 듯 했다. 효능이야 아직 잘 모르겠지만.
뭐,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효능까지 자세히 알 수는 없을테지.
일단은 아무런 일이 없으니 딱히 신경쓰지는 말자. 옷을 갈아입고, 화창한 봄날씨를 만끽하며, 나는 약속장소로 향했다.
부디 좋은 일만 있기를.
사이난 시의 한 공원.
벛꽃은 말그대로 만개하고 있었다. 어딜 둘러봐도 벛꽃, 사람, 벛꽃, 사람, 벛꽃, 사람...
이거 자리는 제대로 잡을 수 있으려나?
확실히 백분홍이 가득한 이 광경은 1년에 한번 뿐이라고 하는게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내 담당 품목인 음료수도 가득 샀겠다. 약속장소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왠지 저한테 시선들이 날아오네요.
[어이, 봐봐...저 녀석...분명...]
[아아...확실히 이런 날을 놓칠리가 없지. 오늘만큼 여자들이 많이 나돌아 다닐 날도 별로 없고 말이야.]
[젠장, 이런 날도 여자들은 저 녀석의 표적이 되야하는 건가? 정녕 사이난 시에 평화는 찾아오지 않는거야?]
[아쉽다! 내게 힘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사람을 마음대로 대마왕으로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아니 1년동안 별 사고 없이 가만히 있었는데 왜 나는 아직도 이런 취급인지.
내 악의 적인 소문이 사라지려면 과연 얼마나 걸릴지 조금 생각해봤다.
...상상이 가질 않아.
언젠간 사라질 소문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내가 관련된 일이면 사라질지 않을지 확신이 가지 않았다.
당사자인 내가 이 정도인데 다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일까.
한숨만 그저 나올 뿐이었다. 괜찮아 살다가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걸....뜰 뿐이겠지. OTL
"어라? 료스케? 왜 거기서 무릎꿇고 있어?"
나를 부르는 친숙한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라라와 리토, 도시락 바구니를 들고 있는 미캉이 있었다.
다들 꽃놀이에 어울리는 산뜻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다들 잘 어울리네.
"잠시 현실도피중이었어."
"? ,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일어나. 애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지."
나를 일으켜주는 라라를 보면서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허 참, 못 볼꼴 보였네.
"그런데 벛꽃 진~짜 예쁘다!"
"완전히 만개했네."
"그러게...응? 아키츠 . 나나랑 모모는? 같이 안 온거야?"
주변을 둘러보다가 나나와 모모가 없는 것을 눈치 챈 리토가 물어왔다.
"아아, 두 녀석 오늘 볼 일이 있다면서 꽃놀이는 캔슬하겠데. 미안하다고 꼭 전해달라 하더라고."
"에에- 그럼 나나랑 모모는 오지 않는거야?"
"아쉽게도 말이지."'
"도대체 무슨일이지?"
라라는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두 동생의 부재에 대한 이유를 생각했다. 물론 답은 안나오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잘 몰라요.
"글쎄. 나한테도 말 안한걸 보면 둘이서 또 뭔가를 하려고 하는 거겠지. 하지만 내가 저번에도 말했잖아? 비밀로 하는 만큼..."
"소중히 여긴다는 말이지? 알고 있다고 료스케."
라라가 활짝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역시 우리 라라씨. 하나를 가르키면 열을 아시네요... 딱히 뭔가를 가르키진 않았지만.
"분명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런 거 겠지. 자, 그럼 어서어서 가볼까~"
기분이 평소보다 한층 더 좋아보이는 라라가 앞장을 서고 나와 리토, 미캉은 그 뒤에서 그런 라라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약속장소로
향했다.
"설마 진짜 이렇게 좋은 자리를 얻을 줄은"
약속장소에서 오시즈와 하루나, 코테가와와 룬을 만나고 앉을 자리를 찾던 차에 라라가 정말 좋은 자리를 발견했다.
약간 높지만 올라가는 데 별 부담 안가는 경사에 운치가 있게 벚나무 하나만 떡하니 자리 잡고 있고 , 주변으로는 하천이 둘러싸서
마치 해자로 둘러쌓는 일본 성과 같은 분위기를 내는, 만화에서나 볼 듯한 그런 자리였다.
그런데 더 대단한 건 주변에 아무도 없어!
여기 놀러온 사람들이랑 우리의 미관의식은 다른건가?
누가봐도 최고의 자리! VIP석이잖아!
뭔가 대놓고 사건이 벌어지기 좋은 장소이기도 한 것 같지만 신경쓰지맙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긍정적.
" 야미씨 이거 한번 먹어봐. 어떤 것 같아?"
"...맛있습니다 미캉."
"다행이네."
미캉이 만든 튀김을 한입 베어먹은 야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미캉에게 말했다. 미캉역시 그런 야미의 평가에 만족한 분위기고
"자, 미캉, 야미 여기 음료수. "
"아, 고마워요. 료스케 오빠."
"고맙습니다. 아키츠 료스케."
"그런데 료스케오빠는 괜찮아요? 9명분이면 꽤나 부담될텐데."
내 지갑사정을 걱정하는 미캉의 시선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졌다. 하지만 암만 생각해도 부담은 아닌데?
"아니, 오히려 난 미캉 네가 걱정스러운걸. 너야말로 내 몫까지 도시락 챙겨준거잖아? 이 정도면 오히려 내가 본전에 거저까지 얻어 먹는거지."
" 저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니깐요. 그리고 제 음식을 누군가 먹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그런 미캉의 요리.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젓가락을 들어 미캉이 만든 튀김을 집어먹었다.
으음. 역시나 맛있네.
"어때요? 료스케 오빠."
"두 말할 것 있나. 최고야. 지금 당장 시집가도 문제 없겠어."
"엣?"
내 마지막 말에 미캉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아, 이 정도의 감상평은 솔직히 조금 오버였는가.
그리고 어느샌가 날아온 두 손이 내 양볼을 잡아 당겼다.
-주우우욱-
"으다다다닷?!"
"애한테 무슨 소리하는 거에요? 듣기에 따라선 성희롱이 라구요."
"미캉한테 손대면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아키츠 료스케."
"아아 앙구에! 앙구언나고!(안그래! 안그런다고!)"
새침거리는 듯한 표정의 코테가와의 손과 머리카락으로 손을 형태화시킨 야미의 머리카락이 왠지 모르게 매섭게 느껴졌다.
트럭도 버티는 몸이 이런데서는 고통을 제대로 느끼는 건 또 뭐람.
하지만 미캉의 곤란한 듯 하면서도 기쁜듯한 미소를 봤으니 이 정도 고통은 감수할만 하네요.
"그나저나 날씨가 정말 좋네~"
"자리도 좋은 곳으로 잡고 말이야."
"나나씨랑 모모씨도 왔으면 좋았을 것 같네요."
마지막에 가서 나나와 모모의 부재에 아쉬움을 표하는 오시즈의 말에 왠지 마음 한 구석이 뜨끔해졌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이 아직 보이질 않는데... 또 뭔 일을 꾸미는 거야?
"아키츠? 왜 그래?"
잠시 내 심각해진 표정을 보고 리토가 말을 건네왔다.
"유우키."
"응?"
"...오늘 조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하아?"
내 말을 이해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리토. 하지만 내 추측이 맞다면 지금 그 녀석들의 '볼 일'이라는 것은
십중팔구는 너랑 관련된 일이라고.
주의를 주었으니 그렇게 심각한 일이야 벌리겠냐만, 그래도 염려스러운건 변함없다.
누가 뭐래도 '그' 나나와 모모다.
지금 내 앞에 계시는, 세상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계시는 데빌룩 1 왕녀 라라의 동생님들이시라구.
그게 의도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어떤 괴상망측한 트러블을 일으킬지 알 수 없단 말씀.
"조심해야지..."
"뭘 말이에요?"
깜짝이야.
소리가 나온 쪽으로 자동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려다 보니 코테가와의 얼굴이 바로 앞에있었다. 가까워?!
"뭐에요. 아키츠군. 모처럼 이렇게 즐거운 날에 그런 심각한 얼굴이나 하고 있고..."
"아..아무것도 아니야 코테가와."
근심어린 얼굴 때문에 코테가와에게 걱정을 끼쳤나 보다. 그래,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까짓거 신경끄고 일단은 현재를 즐기자구!
"...역시 제가 있는게 싫은 거에요?"
"뭐?"
코테가와의 느닷없는 질문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왜 이러지?
"무슨 소리야. 코테가와? 내가 왜..."
"하긴 그렇게 즐겁지도 않겠죠. 저같이 융통성이라곤 없는 여자애가 옆에 있으니 어련하시겠어요."
아니아니아니, 잠시만 .
이건 갑자기 뭔 상황이야? 20줄정도 위에 있던 화목한 분위기의 대화랑은 갑자기 온도가 확 떨어지는 대사잖아?
그것보다 코테가와가 이런말을 한다고?
"예, 예 알아요. 안다구요. 아키츠 군. 실은 제가 귀찮은 거죠? 귀여운 애들이 주위에 잔~뜩 있으니
파렴치한 짓을 마음껏 하고 싶은데 제가 옆에 있어서 못하고 있는거죠?"
"저기... 코테가와 유이씨? 죄송한데 제 말 좀..."
지금 무슨 말을 하긴 해야하는데 처음 보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리속에서 생각만 할 뿐 바로 답이 나오진
않았다. 근데 이거 무슨 상황이야? 리얼타임 진심고백?
더군다나 코테가와 눈. 완전히 풀렸어. 마치 뭐에 홀린 것처럼.
"그러니까 앞으로는 파렴치한 짓을 해도 되요"
순간 '레알?!'이라고 외칠뻔한 내 자신이 밉다.
...착각하지마. 기뻐서 그런게 아니라 당황해서 그럴 것 같다구.
"단..."
"단?"
내 눈을 직시하던 코테가와 고개를 숙였다. 왠지 몸도 파르르르 떨리는 것 같구. 역시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정말 무슨 병이라도 걸린 거 아냐? 내가 뭔가 착각해서 술을 사왔나?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파렴치한 짓은 저한테만 하라구요~!!!"
"푸으으으으으으읍!??!?!?!?!?!?!?"
코테가와가 나를 덮쳤다.
아니, 일부로 그런 단어를 선택한게 아니라 이것만큼 어울리는 단어가 없어서 그런거라고!
내 머리를 부여잡고 그대로 가슴으로 끌어당기는 코테가와. 맙소사?!
"코...코테가와?"
"말하면 간지러워요~"
마치 리사같은 대사를 하면서 내 몸짓에 별다른 제지 없이 코테가와는 내 얼굴을 한층 더 쎄게 끌어당겼다.
"좀 더 하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아, 예 저도 더 하고 싶습니다. 더하고 싶은데요.
얼굴에 닿은 부드러운 감촉 때문에 정신이 아찔해서 별다른 저항조차 하지 못할 것 같다. 저항해야 하는데...빠져나와야 하는데...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차마 빠져나올 생각이 들지 않아요.
"저...저기 코테가와?!"
"유이? 왜그래~"
나와 코테가와의 느닷없는 스킨십에 당황한 리토의 당황한 외침과 평소와 같은 라라의 목소리가 들린다.
보지 말고 조금만 도와달라고!
"뭐하시는 거에요! 코테가와 언니!"
한창 코테가와의 끌어안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나를 구한 것은 리토도, 라라도 아닌 미캉이었다.
미캉이 내 팔을 강하게 끌어당기자 어느 정도 정신을 추스릴 수 있게 되어서 코테가와 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후아아아..."
"괜찮아요? 료스케 오빠?"
"고마워. 미캉 덕분에 살았어."
빈말이 아니라 진짜 미캉덕분에 살았다. 그대로 코테가와의 가슴에 숨이 막혀 익사할 뻔했다고. 가슴 때문에 숨이 막혀 죽다니 이 무슨
개그만화란 말인가.
...러브 코미디는 맞지만.
"코테가와 언니도 참, 료스케 오빠가 곤란하게."
"하하, 그렇게 말야."
"그러니까 이번엔 저랑 해요."
그래 그러니까 이번엔 미캉 너랑이게무슨지거리야아아아아아아!!!!!!!!!!
차마 미캉의 말을 제대로 인식하기 전에 미캉이 다이빙 점프를 받아버렸다. 내 목을 꽉 끌어당기면서 몸에 밀착하는 미캉에 당황하여 겨우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던 내 머리는 다시 오버히팅 되가고 있었다.
이게 뭔일이래?!
"료스케 오빠~ 쯥♡"
"으히이이익?!"
밀착한 미캉이 그대로 귀를 입에 넣고 혀를 굴리기 시작했다.
온 몸에 돋는 소름돋는 감촉에 자연스레 무릎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히힛~"
그대로 잔디밭에 쓰러진 나의 가슴팍에 미캉이 새끼 강아지 마냥 뺨을 비비기 시작했다. 가...간지러...
"...료스케 오빠...'
"으...응?"
나를 올려다보는 미캉의 눈빛이 여간 심상치 않다. 왜 그거 있잖아. 보기만 해도 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그 눈빛.
이게 나보다 5살이나 어린 소녀가 낼 수 있는 눈빛이야? 세상에 얘 같은 초등학생이 어딨어?!
세상은 넓고 사람은 다양하지만 지금 이 다양함은 정말 위험합니다. 정말로요.
미캉이 그대로 검지 손가락으로 내 턱을 한 번 훑는다.
턱을 타고 오르는 감각이 그대로 대뇌의 전두엽까지 전해진다.
"...아까전에 저한테 시집가도 될 것 같다고 하셨죠...?"
그러기야 그랬지. 하지만 그건 참하게 자란 여인들한테 하는 통속적인 인사말 같은 것이 아닌가.
물론 미캉 너는 아직 여인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지만 지나치리만치 참하게 자라고 있긴 하지.
"그러니까...시집가도 될까요?"
"...누구한테 말입니까?"
"후훗, 알면서~"
그대로 뺨을 쓰는 미캉의 손길이 여간 예사롭지가 않다. 이건 아무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야. 정말 타고나는 거라고.
그나저나 정말 누구한테 시집가는거냐?
"미...미캉 이제 장난은 슬슬..."
"장난이라니....저한테 그럼 그 때 하신 말은 뭐였어요?"
"...그 때?"
암만 생각해도 짚히는게 없습니다만.
"그 5녀..."
"아아앗, 미캉짱만 치사하게! 코테가와 유이! 갑니다앗!"
오지마아아아!!!
아니 그것보다 상의는 왜 벗으시는 건가요. 코테가와씨.
제발 벗지마! 입어! 내 SAN수치는 이제 한계라고?!
상의를 벗은 코테가와는 그대로 나와 미캉을 향해 점프했다. 내 가슴을 누르는 코테가와의 가슴이 너무나 좋은 느낌이어서 다시 한번 정신
줄을 놓을 뻔했다.
"야..야..유우키! 보고만 있지 말고 어떻게 좀?!?!?!"
"유우키군! 이제 확실히 하라고?!"
"사...사이렌지..."
-통신병! 2중대에 지원을 요청해!
-현재 2중대도 적과 조우! 교전중이어서 지원이 불가능 하답니다!
"라라! 제발 나 좀 도와..."
"너 말야, 도대체 뭘 먹고 이렇게 가슴이 큰거야? 응?"
"헤헤헤, 이 꼬리를 보면서 언제나 귀엽다고 생각했어요."
"아...안돼~~~ 오시즈짱. 꼬리는 놔주어어어어..."
- 그럼 3중대 쪽에서는!
-3중대도 현재 적 부대와 교전중이랍니다! 오히려 저희 한테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기랄!!!!
-완전 고립입니다!!
우린 망했습니다!!!!
"제발 누가 나 좀 살려줘...."
"알겠습니다."
""꺄악?!""
나에게 달라붙어있던 코테가와와 미캉이 그대로 공중으로 떠올라간다. 정신을 추스리고 보니 코테가와와 미캉의 배에 금빛의 머리카락이
감겨져있었다.
"고...고마워 야미."
잠시 숨을 돌리고 야미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얼굴을 봤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내 머리가 다시 급속도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지금 야미의 눈빛은 지금 야미의 머리카락에 감겨 공중에서 재밌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는 두 소녀와 전혀 다르지 않는 눈빛이었으니까.
"아키츠 료스케?"
"응?"
꿀꺽!
침이 넘어가는데 절로 목에 힘이 들어간다. 설마 야미 너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우선 경계를 충분히 하면서 야미의 말에 반응했다.
"온천이 보입니다."
"....뭐시라고라?"
암만 어딜가든 땅만 파다보면 온천수가 하늘 같이 솟아난다는 일본 땅이라지만 이곳에서 온천수가 나온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올시다?
내 의심스러운 눈길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야미는 만화라면 '척'소리가 날 것 같은 동작으로 삿대질을 했다.
야미의 손 끝에 보이는 것은....하천?
"참고로 원천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방식이에요."
"야미씨? 죄송한데 이곳에 온천수가 나온다는 얘기는 없습니다만."
"무슨 소립니까. 이곳은 일본. 지금 당장 삽을 들고 이 땅을 파도 온천수가 나올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이 나라에서 흐르는 하천이 온천이
아닐리가 없지 않습니까. 제 말 아시겠습니까"
응, 알겠어.
적어도 네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말야.
"온천에 들어가는데 옷을 입고 들어간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죠."
"야미...설마..."
설마하는 맘이 들지만 이후의 전개는 생각할 것도 없지.
설마가 사람잡는게 당연한 곳이 이세계니까 말이죠.
"벗겠습니다."
"그만 두어어엇?!"
머리카락을 경질화 시켜 그대로 모두의 옷을 베어내려는 야미를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제압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아키츠 료스케."
"너야 말로 무슨짓이냐!"
이런 곳에서 강제 전원 탈의라니, 이 이상하면 사고 정도 레벨로 끝날게 아니라고?
"파렴치한 짓을 하려는 것입니까 아키츠 료스케."
"그건 방금 네가 하려고 했던 짓이고."
"무슨 섭한 소리를. 저는 그저 온천에 들어가려는 것 뿐이었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이곳에 온천같은 건 없다고?"
안된다. 지금 이 상태에선 죽어라 설명해봤자 씨알도 안 먹힌다.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가 싶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한테 다가왔다. 사이렌지?
"무...무슨 일이야 사이렌지?"
"...료스케씨!"
"허어?"
료스케씨? 네가 언제부터 날 그렇게 불렀다고 . 그렇게 날 부르는 사람은 오시즈랑 모모 두 명...아.
"혹시 오시즈?"
"아니요~ 저는 사이렌지 시즈...아니아니...무라사메 하루...이것도 아니구나, 사이렌지 하루나 입니다!"
"웃기지마, 오시즈 맞잖아."
어디서 약을 팔아 이 아가씨야?
"료스케 씨도 참~ 여자의 치부정도는 자연스럽게 넘어가주는게 예의 라구요~"
짝!
"아팟!"
사이렌지...를 사칭하고 있는 오시즈가 그대로 내 머리를 한 대 후려갈겼다. 아파?! 진짜 아프다고! 암만 연약해보여도 역시나 테니스부.(몸만)
손맛이 맵네요.
"그리고 여성을 그렇게 위에서 누르고 있는 건 안되는 거에요! 전장에서는 호랑이와 같이! 여성에게는 한마리의 고고한 학과 같이!
그것이야말로 사내대장부가 지켜야할 마음가짐이라고 생전에 할머님께서 그러셨다구요!"
오시즈 할머님의 말씀은 언제나 주옥같군요.
그 할머님이 지금 여기 계신다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이곳이야말로 전쟁터라고.
"그나저나 네 몸은 어쩌고 사이렌지 몸에 있는거야?"
"제 몸은....아, 저기에 있네요."
오시즈가 가르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뿜었다.
"...옷은 도대체 왜 벗어놓은건데?"
"날씨가 좋잖아요."
"...아, 예. 그렇군요."
이젠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고. 지금 당장 나비가 애벌레가 된다고 해도,
교장이 개과천선해서 청렴한 선생이 된다고해도,
저스틴이 처음보는 길을 한번에 찾았다고 해도,
나나가 밤을 새서 공부하고,
모모가 식물에 물 주는 걸 까먹는다고 해도 믿겠다고.
....나나,모모?
순간, 복잡했던 머리속이 한순간의 깨달음으로 인해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 녀석들 설마..."
"그것보다 비키십시오.아키츠 료스케"
투콱!
"쿠엑?!"
내 뒷머리에 야미의 머리카락 펀치가 그대로 꽃혔다. 그로인해 얼굴부터 땅에 처박혀서 야미의 위에서 떨어지게 되었다.
"으아아아아으으으..."
어이쿠 두야. 안그래도 복잡하게 돌아가던 머리였는데 후두부를 맞고 나니 멍한 기분이 들었다. 뒤통수를 매만지며 일어나는데 또 다시
날라오는...
"리토군!!!!"
제발 나 좀 쉬게 내비두세요 제발요. 내 이런 속마음이 무색하게 룬의 다이빙 허그를 그대로 받아내야만 했다.
"아핫. 리토군~"
그리고 내 얼굴에 뺨을 비벼오는 룬. 평소같으면 귀엽다는 생각이라도 할텐데. 지금은 그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 리토군 얼굴 까끌까끌 해."
"오냐, 내가 네 사랑 리토다 그래."
머리가 어지러워서 그런지 이젠 그냥 머리속에 필터링 없이 장난섞인 말이 나왔다.
룬과 눈을 마주쳤다.
이 다음은 보통 내 뺨을 향해 분노의 따귀가 날라오는 패턴이지.
숨을 들이쉬고 눈을 감으며 앞으로 다가올 고통에 미리 대비한다. 그래 쳐라 쳐.
하지만 돌아온 것은 한층 더 끌어앉기 였다.
"룬?"
"뭐, 수염이라도 상관없지, 헤헤."
무슨 꿩 대신 닭입니까...
더 강하게 나를 끌어앉는 룬의 등을 가볍게 두들겨 준다.
"네 몸, 생각보다 더 단단하네."
"거 황송합니다 그려."
"그러면...속은 얼마나 튼실한지 볼까?"
"...예?"
부드러운 안기기는 페이크였다!
그대로 룬은 내 윗도리를 넘기기 시작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
야,야?!"
"등짝! 등짝을 보자고!"
"그거 네가 써야 할 대사가 아니야?!?!"
내 살다살다 여자한테 정조의 위기를 느끼게 되는 날이 오게될 줄이야!
이거 진짜 위험하다고. 목욕탕 사건이후로 내 신변의 위협을 느끼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쩔 수 없이 완력으로 찍어누르려고 했는데 양쪽에서 내 팔을 감싸는 부드러운 느낌들이 느껴져왔다.
"잡았다!"
"이젠 도망칠 수 없다구요."
내 팔을 잡고 있는 미캉과 코테가와. 두 사람다 아까 보다 한층 더 노출이 심해졌다. 특히 코테가와는 아예 위의 속옷마저 사라져 있었다.
한 마디로 제 한 쪽 팔에 닿는 이 돌기의 감촉은...
"코...코테가와. 제발 가슴을 더 누르지 마..."
"기분이 좋은가요? 그럼 한층 더 쎄게~"
긁어 부스럼이었다.
느...느낌이...뿌리쳐야하는데...분명 뿌리쳐야 하는데....느낌이...
"앞으로 한 장~!"
넌 도대체 언제 다 벗긴거야?!
"우후후후후후후후, 이젠 돌이킬 수 없다구~? "
아니야. 룬. 넌 그런 캐릭터가 아니었다고.
속이 응큼한 너구리이긴 했지만, 이런 맹수과가 아니었다고.
이젠 진짜 한계다. 어떻게 해서든 완력으로 빠져 나오려고 했는데
"어딜 가시려구요."
오시즈님이 보고 계셔.
평소에는 그렇게나 실패하던 염동력이 이런 상황에선 기가막히게 성공하시네요.
완력으로 끊어 놓을 수 가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완력을 '쓸 수가'없었다.
...왠지 몸안이 근질근질하게 느껴지는게 이거 남의 정신에 간섭하는 걸 이용한 염력 아냐?
너 도대체 언제 이런 고차원적인 기술을?!
설마 갑작스레 클래스 업이십니까....
"오늘 일은 절대로 잊지 않을테다..."
""""우리도(저희도) 절대로 잊지 않을게(요)."""""
아아 몰라, 구워먹건 삶아먹건 맘대로 해.
뇌내에서는 이미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기 시작한 것 같다. 하하핫. 그래 즐기자. 좋은게 좋은 거지.
평소같으면 이런생각들리가 없는데 내가 정말 제대로 맛이가기 시작하긴 했나보구나.
그렇게 룬이 마지막 남은 하나의 성마저 무너뜨리려고 할 때였다.
"뭐하는 거야 이 변태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투콱!!!!
"풉!!!!"
엄청난 단말마와 함께 엄청난 충격이 내 얼굴을 엄습했다.
충격과 함께 날아가는 내 몸을 코테가와와 미캉, 룬이 놓쳐버리고 나는 하염없이 날아갔다.
쿠당탕탕탕탕!!!
그대로 잔디밭은 몇바퀴 구르고, 가속이 멈추면서 그대로 잔디밭에 얼굴을 처박았다. 근래에 맞은 일격중 가장 깔끔하게 맞은 것 같은데요.
"하아...하아....이 변태! 귀축! 종마! 그렇게 기분이 좋아?! 좋냐고!"
얼굴을 처박기를 잠시, 익숙한 소리가 난쪽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있었던 것은 우리집 식객1호. 나나였다.
"나나?"
"아, 진짜! 도대체 뭐하는 거냐고! "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너랑 모모야 말로 뭐하는 건데?
"모모! 빨리!"
"알았어."
나나의 부름과 동시에 반대편 수풀에 숨어 있던 모모가 그대로 정신이 나간 일행들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동시에 품에서 조그마한 호리병을
꺼내어 미캉,코테가와, 오시즈, 사이렌지, 룬, 야미에게 뿌렸다.
호리병에서 나온 가루를 들이 마시자 6명은 잠시 비틀거리더니 각자 서있던 자리에 잠들듯이 쓰러졌다.
"이걸로 해결~"
"일리가 있냐 이 녀석들아."
뭐라고 한소리 하고 싶지만 우선 숨 좀 돌립시다.
"스기타니?"
"예. 양치식물별 근처에 서식하고 있는 나무에요."
크리스마스 트리 같이 생겨먹은 외향에 해맑은 웃음 띈 얼굴이 달려있는 인면수가 우리를 향해 웃는다.
참 해맑게도 웃는다. 이 녀석 때문에 고생한걸 생각하면 한 대 후려갈기고 싶어지는데 말야.
"이 아이의 꽃가루를 흡입하면 억압된 정신이 해방되어 사람의 내면안에 감춰진 본성이 들어난다고 해요."
"...감춰진 본성? 그냥 취기가 아니라?"
"솔직히 저도 스기타니의 효과를 본 건 처음이라서..."'
암만 생각해도 그건 본성을 보이는게 아니었다. 그냥 전두엽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사람 머리에 나사 몇 개 풀어버리는 거랑 같은 효과였다고.
특히 야미의 경우에는 이미 본성이랑은 몇 백 광년은 떨어진 모습을 보였잖아.
"어쨌든 모두들 정신이 이상해진건 아니라 다행이네."
이제야 뭔가 진정이 되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왜 나한텐 효과가 없는 거지?"
"그건 오늘 아침에 먹은 알약 때문에 그런거야."
"그게 면역제였어?"
"네. 아무리 그래도 료스케씨한테까지 이런 폐를 저지를 수는 없었으니깐요."
폐라면 이미 충분히 차고 남을 정도로 저지르셨습니다.
"...암만 생각해도 날 못믿어서 그런 거 같은건 내 기분 탓이지?"
""..휘익~휘이이익♬""
정답이었나요. 전 아직도 신뢰가 부족하네요.
"그런데 두 사람다 어째서 이런 짓을?"
리토의 질문에 두 녀석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그...그게..."
"실은..."
나나와 모모는 결국 라라와 리토에게 이실직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 나야 뭐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 말입니다.
"으이그... 두 사람 다, 큰 사고가 났으면 어쩔 뻔 했어?"
오랜만에 큰 언니로써의 위엄을 보여주는 라라.
라라의 꾸짖음에 두 녀석은 그저 면목없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회피했다.
리토는 옆에서 그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서있을 뿐이었다.
역시나 두 녀석이 이런일을 저지른 이유는 리토의 본성을 알고 싶어서였다.
이런식으로 일을 저지르면 리토의 헤타레적인 외면속에 감춰진 내면이 나올 거라 예상했다나 뭐라나.
하지만 리토는 시종일관 평소의 리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 리토의 모습에 이제 두 사람 다 만족했을 거라 생각한다.
"하하하 그래도 큰 사건은 없었으니..."
"괜찮지 않을까.언니?"
"안 괜찮아. 이것들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애들이야 괜찮다지만 이 몸은 아니다 이 말씀이올시다.
나의 분노어린 목소리에 두 녀석의 표정이 위축되었다.
평소같으면 이런 모습에 어느정도 참작을 고려해보겠지만
지금의 나한텐 그런거 있을 수 없어.
"오늘 저녁에 피망과 당근을 듬뿍듬뿍 넣어줄테니까 그리들 알아."
"으힉?!"
"안 돼!"
돼!!!!
이것도 많이 봐준 거라고. 오늘 입은 정신적 피해에 비하면 싸디 싼거다 욘석들아.
나를 향해 비난의 눈초리를 내보내는 나나와 모모의 시선을 가볍게 무시했다.
뭐, 그건그거고 일단 옷들을 반 이상을 벗다시피 한 채 땅에 엎어져 자고 있는 애들부터 어떻게 해야겠지.
그렇게 친구들과 가진 내 인생 최초의 꽃놀이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그래, 이걸로 끝인 줄 알았다.
[푸엣취!]
"""""응?"""""
사람이 아닌것의 소리가 재채기를 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난 쪽을 돌려보니 스기타니란 인면수가 한 재채기인 듯 하...
응? 꽃가루가 나한테....
그리고 난, 그대로 꽃가루를 모조리 뒤집어썼다.
"""""........""""""
정적이 감돈다.
뭐야, 이거 누가 말 좀 해보라고?
"저기 모모, 지금쯤이면 약의 효과가...."
"....아마....떨어졌겠지?"
두 녀석이 나를 바라보며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약효가 다 떨어졌다고?
아아, 그 면역제?
하하, 그럼 나도 애들 정신나간 모습처럼 된다 이 소리인가?
"아...아키츠?"
뭐야 리토, 넌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건데. 마치 못 볼 걸 본 사람인냥. 응? 내가 무서워?
"료스케?"
무서워? 무섭냐고? 그래 무섭겠지. 안 무서웠으면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한명 안생길리가 없지. 안그래?
아니 암만 그래도 그렇지, 한 놈도.
어떻게 그 한 놈이 안생기냐? 응?
수염나고 금발염색에 구렛나루 기르면 그냥 죄다 쌩양아치야? 그냥 '특이한 놈이 우리반에 있는 갑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거야?
"료---케,---괜찮---"
그래, 세상이 다 그런거지 뭐. 번듯하게 생긴놈은 착한 놈이고 삼백안에 성깔드러워보이는 외향이면 전부 나쁜 놈이지 응?
아주 그냥 내가 죄인이네 죄인이야. 예, 죄송합니다. 이런 외모로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그려...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이런 외모로 태어났냐 앙?
처음에 설정한 A랑 B란 놈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이야? 나는 뭐 번듯한 외모로 안 태어나고 싶어서 이런 줄 알아?
나 말야. 정말 맘먹고 착하게 살려고 그랬다. 이거 지금 내가 이런 말 한다고 무슨 범죄자인줄 아나본데 나 그냥 평범이야.
친구랑 같이 떠들고 웃고 즐기면서 학창생활하고 싶었다고. 근데 도대체 뭐야? 말만 걸면 헌팅인줄 아는 속물 근성 여자들에 조금 인상구겨도
살인범죄 지를 것 같은 예비 범죄자로 보는 선생들 말야 앙? 어떻게 된 게 외모 좀 불량하다고 중딩들이 학군단 같은걸 편성해서 쳐들어오고 난리야?
아주 그냥 뒤질라고. 진짜 제대로 삐뚤어 줘줄까? 그냥 눈에 보이는 거 죄다 던져 부수고 깽판 부릴까? 그러면 내 앞에서 멀쩡히 걸을 수 있는 놈 한 놈도 없어 아냐고?
알긴 뭘 알아?
"---씨 ---신----"
고등학교와서 그래도 많이 나아졌지. 코테가와가 다가오고 미캉을 만나고, 야미도 만나고.....
수도 없이 많이 만나긴 했는데 말야.
"---키츠,"
그래, 리토 너 임마. 너 착한 놈인건 알지 알아.외모가 성격을 대변하는 이 세상에서 너가 착하지 않을 리가 없지. 나중에 가서는 우주에서 제일가는 미녀를부인으로 삼고 첫사랑도 얻고, 처제들도 얻고...이 복많은 놈아. 네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지? 응?
네 좋아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눈치 좀 채라. 그리고 부탁인데 그만 넘어져 새꺄. 다리가 둘 다 의족이냐? 내가 의족차고 다녀도 너보단
안넘어져. 그리고 어떻게 된 게 그게 다 하나같이 여자애들 몸 주물딱 거리는 걸로 이어져?
"-봐, 료-케"
나나, 모모 응 귀엽지. 귀여워. 근데 그걸로 모든게 용서가 되는 건 아니지. 내가 너희들한테 며칠전에 뭐라고 했냐?
적당히들 하라고 했지? 근데 내 말은 아주 귓등들로 들으시고 오늘 사고하나 거하니 치르셨네요? 사람이 좋게 말하니까
말이 말 같지가 않아? 나 오늘 뺑이 까는거 안보였어? 분명히 쌩고생한건 나고, 정신적 프레스를 참아가면서 인내하고 있는데
얼굴에 헥토파스칼킥을 날려? 그거 나니까 버틴거지 다른 놈들이었어봐. 두개골 작살나고 난리도 아니었을 걸? 현실 보정들어가면 나나
네 발치에는 xx의xx 가xx 처럼 되있어서 모자이크 처리되어있어야 한다고? 맷집이 좋아서 고통도 없는 줄 알아?
나도 아파.
트럭을 튕겨내던 유성을 튕겨내던 드럽게 아프다고. 그거 참아내는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그래, 다 내가 참고 참아서 상황이 유지되는 거지.
응, 그러하다.
내가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 건데?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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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늦은 밤 저녁 12시
나는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왜 이제 들어오냐고? 나도 몰라.
내 기억 속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게 나를 향해 뿌려진 꽃가루를 정면을 받았을 때였다.
그 이후로는 아예 커터칼로 도려놓은 듯이 기억이 없다.
이게 흔히 말하는 '필름이 끊긴다'라는 건가?
왠지 그닥 기분이 좋진 않네.
필름이 끊긴것 까지 그렇다고치자.
근데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왜 오사카성 천수각 위에서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던거냐.
덕분에 경비병 아저씨들한테 장난아니게 혼났다.
어떻게 올라갔냐부터 왜올라갔냐. 무슨 꿍꿍이냐 까지.
근데 그렇게 물어보셔도 전 대답을 못합니다. 왜?
정말 모르니까.
아니 어떻게 된게 관동에서 관서까지 이동했는데 기억이 없을 수가 있냐고.
거기다가 정신을 차렸을 때 상의는 도대체 어디에 갔는지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다행이도 지갑은 뒷주머니에 있어서 대충 티셔츠 하나를 사고 기차표를 끊은 뒤 사이난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참고로 역에 도착했을때 오사카 천수각 위로 올라간 A군에 대한 뉴스기사가 나오고 있었고 난 최대한 얼굴을 숨기면서 와야했다.
덕분에 택시도 타지 못하고 집까지 걸어와야 했다고.
근데 도대체 기억이 없는 동안 난 무슨일을 저지른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신발장에 신발을 놓고 들어오는데 마루에 불이 켜져있었다.
이 녀석들 아직 안자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거실로 들어왔다.
....얘들이 뭐하는거니?
훌쩍이면서 무릎을 꿇고 정좌 자세로 마루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나나와 모모.
그리고 각자의 목에 커다란 팻말을 걸어놨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나는 앞으로 사람을 함부로 시험하려들지 않겠습니다'
'나는 이제부터 행동을 하는데 한번 더 생각을 하고 행동하겠습니다.'
...이건 뭔일이다냐.
이런걸 따로 시킬만한 녀석이 있던가?
설마 라라나 리토가 시켰을리는 없고
"어이, 모모, 나나"
""!!!""
흠칫 거리는 어깨가 유난히 동작이 커보인다.
나를 향하여 쏘아지는 두개의 눈빛.
그런데 이 눈빛.
왠지 평소에 나를 대하는 눈빛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게 그러니까.....그래. 그거다.
몸이 조여지면서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며 아나콘다를 바라보는 토끼의 눈빛.
나를 바라보는 모모는 억지로라도 웃음을 지으려는 게 보인다.
나나는 그마저도 안되는지 한 쪽 눈가에 눈물이 맺혀지려고 한다.
"오...오셨어요. 료스케씨..."
"다,다,다,다,다,다,다,다녀오셨어요...."
모모는 그렇다쳐도 나나 너는 갑자기 왠 존댓말을?
"어, 아니 그런데...왜들 그렇고 있어? "
내 그 말에 두녀석은 서로를 쳐다보면서 믿기지 않는다는 눈초리로 나를 다시 쳐다봤다.
"...료스케씨....기억...안나세요?"
"기억? 지금 안그래도 그것 때문에 물어볼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일이야?"
"아...아니에요! 아니야! 알 거 없어 료스케!"
"그...그래요! 세상에는 모르는 일 정도 하나쯤은 있는게 좋은 거죠!"
나나와 모모는 '절대 이 녀석을 놀라게 해서는 안돼!'같은 표정을 짓고서는 내가 한 일에 대해 함구 했다.
...이건 뭐, 세상이 멸망한다는 세계구급 극비 사항을 함구당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결국 나는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지 못했다.
확실한 건 나나와 모모가 이전처럼 생각없이 일을 저지르진 않을 거란 확신 뿐이었다.
"여, 유우키!"
"아...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형님!"
".....무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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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신 루트님을 위해 짬짬히 써서 완성시킨 3차.
바탕이 되는 시나리오는 투러브트러블 OVA 5화 '나나와 모모'입니다.
최대한 루트님과 유사한 형식으로 써볼려고 했는데 역시나 잘 안되네요.
루트님 특유의 풋풋한 학창생활같은 필력은 하다하다 안되서 후반부는 그냥 OVA의 정신나간(...)서비스 씬 쪽에 맞춰서 글을 썼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써서 그런지 어색한 부분이 정말 많이 보이네요.
마지막 부분에 나온 '잊지 않을테다.' '우리도' 이런 서술은 리벤지 레이디에서 따왔습니다.
삽화도 그려볼까 했지만 시간 없어서 캔슬. 저도 요즘 빠듯한지라.
길기만 길었지 정작 훑어보니 실속은 없는것 같네요.
사실 쪽팔려서 올리지 않을려고 했는데 그래도 쓴 용량이 아까워서 올려봅니다.
이불이 본편에는 한없이 못미치지만 그냥 가볍게 즐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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