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차원에 불타는 이단 옆차기



양아치에겐 소꿉친구 따윈 없습니다.

<아키츠 료스케>



꿈을 꾸었다. 어두운 하늘에 거대한 용이 홀로 빛의 한가운데 떠있었다.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목소리로 용은 나에게 말을 건네었다.

- 소원이 무엇이냐?

"이상형의 애인을 만나고 싶어요."

- 무리

"뭐 임마?!"

드○곤볼의 용신보다 무능한 놈이었다.
물론 대드는 '나'도 정상인 놈은 아니었다.



"...그리운 꿈이구만..."
오랜만에 옛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용신에게 고래고래 고함을 치던 모습의 '나'는 내가 보기에도 창피할 정도였다. 뭐, 스스로가 꿈속이라는 자각이 있었기에 더 그런 거겠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용신은 소원을 들어줬다.
문제는 '나'란 놈의 이상형은 현실이 아닌 이차원에 있었다는 거고,
용신이 '삼차원 인물의 이상형은 삼차원이어야 한다'라고 생각할만큼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다는 거였다.
결국 용신은 Neetueeeeee!(니트최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하나 갱생시키는 셈 치고 '나'란 놈에게서 이차원에 불타던 마음을 분리시켜 버렸다.
아마도 이후론 '나'란 놈은 '현실의 이상형'을 만나서 사랑을 하겠지.
'나'란 놈으로선 바라지 않았던 상황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용신은 소원을 이뤄주었다.
다만 그때 '나'는 '사라진 이차원에 불타던 마음'이 어떻게 됐는지는 생각도 안했을꺼다.
하지만 용신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이차원 오덕심(...)'도 결국은 '나'를 이루고 있던 '영혼의 일부'였고, 무엇보다 이차원에 덕질하던 연한이 꽤 길었기에 파생된 '영혼의 파편'의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용신은 '삼차원은 삼차원에, 이차원은 이차원에' 라는 생각 아래에 그 '영혼의 파편'을 다른 차원, 내 생각에는 이차원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게 했다.
그게 바로 나.
대단해 용신~.
물론 위와 같은 사실을 알게된건 이세계로 태어난지 10여 년이나 지나서 였지만.

지금 와서야 소개하지만 내이름은 '아키츠 료스케'.
그리고 본의가 아니지만 양아치입니다.



맨처음 태어났을때 상황파악이 안되었던 나는 이것이 환생인가 싶었다.
다만 의문점은 난 전생에서 죽었던 기억조차 없다는 것과, 전생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한 거의 모든게 모호했다는 것.
오로지 인간관계와 유리된 기억들.. 지식이라는 이름의, 감히 추억이라고는 말할수 없는 기억들만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추억조차 떠오르지 않는 전생에 대한 고민은 태어나서 몇달이 지나고는 결국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기억조차 나지않는 전생에 대한 고민보다는, 지금 나를 안아주시는 부모님이 더욱 소중했으니깐.
...묘하게 오타쿠 냄새가 풍기는 기억뿐인 전생이 무서웠기 때문은 아니야 절대로!

자라면서 나는 어디에라도 보통으로 있는 아이로 자랐다.  
어린시절은 어린아이 답게 추억을 쌓으며 즐거움을 누리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만의 추억을 위해서가 아닌, 자라나는 자식을 보는 부모님의 추억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자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마음은 육체에 따른다고, 어린 육체에 따라 마음도 덩달아 어려진것 같았기에 나는 위화감없이 어린 시절을 보통으로 보낼 수 있었다.

다만... 그러한 내 신조와는 별개로 내 삶은 꽤나 평탄하지 못한것 같았다.
뭐, 왠지 모르게 성질 더러워 보이는 눈매가 꼭 원인인것은 아닌데. 아니, 그 이유도 없진 않지만...
(무서우니 노려보지 좀 말라는 얘기는 자주 들었다.)
눈매를 제외하곤 나머지는 보통인 학생이었기에 나름대로 학교생활은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고 자신했다.

정작 문제는 내가 아니라 초등학교 6학년이 되고나서부터 내 주위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트러블에 있었다.
길을 걷다 신호등을 건널라 치면 눈앞을 스쳐지나가는 트럭이라든가, 공사현장 근처에 세워진 철근 근처를 걸으면 어느새 철근이 눈앞을 스쳐 간다든가, 학교에서 놀다가 실수로 2층 유리창 너머로 떨어져 버린다든가.
특히 트럭이 가장 심했다.
대체 뭐냐고 그 말도 안되는 사고 발생률은!
그거냐? 이세계 트립 이벤트냐?
세상의 모든 트럭 운전자들이 졸음, 음주운전을 하는건 아닌지 의심될 정도였다.

심상치 않은 사건 조우때문에 언제나 6학년때부터 나의 등하교길은 살얼음을 걷는 느낌을 받을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불운을 피할순 없었는지 결국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시작후 며칠 뒤에 난 결국 트럭에 받혀 정신을 잃은채 병원에 실려갈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며칠뒤 꿈속에서 용신을 만났다.

아, 미리 말해두는데 이 세계에도 '드래○볼' 만화는 있더라.

끊이지 않는 교통사고에 대해 끙끙대던 중 꿈에 용신이 나왔다.
뭐랄까, 소원을 들어준뒤 돌이 되어 1년씩 잠들어 있는것도 심심하다고 우연히 상태를 보러 왔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전생이라고 생각했던 기억들에 대해서 진실을 이야기 해주었다.
요컨데 '현실의 어떤 사람의 영혼에서 분리된 이차원적 요소를 가진 영혼'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레플리카(복제)'가 아니라 분리됨으로서 태어난 '새로운 영혼'이라는 용신의 장담은,
내가 전생자가 아니라 이 세계에 뿌리를 박고 태어난 존재라는 것에 확신을 주었고 난 거기에 안도했다.  
...이차원 오타쿠란 점은 인정 못하지만!

아무튼 최근 일어나는 사고들에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었던 나는 용신의 꼬리에 매달려 붙으며 현재의 문제를 고했다.
잠시 생각하던 용신은 말했다.

- 그건 이세계 트립 이벤트다.

"여, 역시...그런데 이세계 트립 이벤트는 왜 자꾸 발생하는 겁니까?
보통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고요!"

- 우선, 처음에 내가 현실에 있던 누군가에게 소원을 들어줬을때의 이야기부터 하도록 하지.
내가 그런 식으로 소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나의 존재 자체가 이차원에 있기 때문에 삼차원의 현상에 직접적으로 개입할수 없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나타나 소원을 물었던 이유도, 현실에서 구현화 될 순 없었기 때문이지.
그리고 삼차원 세계에 이차원의 인물을 구현하는 것도 불가능했기에, 결국은 그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는 이차원적 사고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소원을 이뤄줄수 밖에 없었다.
현실적인 이상형을 가지게 함으로써 간접적인 방식으로 소원을 들어줬다고 하겠지.
아무튼, 좋지 않은 표현이겠지만, 너는 그 현실에 사는 누군가에게서 떨어져 나와 탄생한 영혼이다.
그렇기에 이전 세상(현실)과의 연결고리도 적지 않아. 당연히 지금 사는 세상과의 연결 고리가 보통의 사람들보다 얇을수 밖에.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지금 너의 모습이다.

"제 모습요?"

- 지금 네모습을 봐라. 평범한 머리스타일, 현실에서 얇은 교우관계, 의욕없는 마음가짐.
이세계로 가는 거의 모든 트립퍼들의 특성은 그런 것이다.

"쿨럭..."

- 그들이 이계로 가서 고향에 대해 제대로 된 감상이나 가지더냐?
현실에서 진한 정으로 맺어진 친구가 있더냐? 그들이 가지는 현실과의 얇은 인연은 그들과 현실의 관계가 끊어지기 쉽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평범한 이들중에서 특히 너는 '영혼의 조각이 차원을 넘어 이세계에 구현된 존재'로서, 속성상 '트립퍼'와 비슷하기에 그런 이벤트가 집중하는 것이다.

"자, 잠깐만요! 그럼 전 대체 어떻게 해야하나요?
이런식으로 쉬지않고 교통사고를 겪다간 제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고요! 병원비도!"

- 빠른 방법과 느린 방법이 있다. 어느걸 먼저 들을테냐?

"급한 불부터 끄게 빠른 방법을 먼저 부탁드립니다!"

- 간단하다. 외모를 바꿔라.

"네?"

- 평범함이 이계로 가는 조건이라면 평범함을 버려라. 간단한 얘기지.

"어, 어떻게 바꿀까요?"

- 염색하고 머리, 콧수염, 턱수염, 구레나룻 길러. 담배도 펴. 효과 즉빵이지.

"자, 잠깐만? 어째서 그렇게 되는겁니까!"

- 찌질이나 일반인도 아니고, 담배피는 양아치가 이계로 간다는 얘기따위 못들어봤다.

"......그럴싸한데?"

- 그치?

"근데 적어도 담배는 금연담배로 좀 봐주세요...전 건강매니아라구요."

- 그거야 담배를 물고만 있든지, 금연 파이프를 쓰든지 알아서 해. 우선 품행이 방정하지 못하게 보이면 되는거니깐.

"...부모님이 우시겠는데요..."

- 알까보냐. 네가 잘 설득해.

"...넵. 우선, 빠른 방법부터 시행하도록 하죠. 진짜 급하니까...근데 전 아직 초등학생이라 수염 같은건 안날껀데요?"

- 사춘기 좀 빨리 오게 해줄께.

"...고마워 해야 하나요?"

- 아니.

"암튼, 그럼 느린 방법은 뭡니까?"

- 사람들간의 인연을 강화시켜라. 너와 현실을 이어주는 끈이 될테니.

"저기, 그런데 양아치가 되면 그방법은 제대로 못쓰잖아요? 무서워서 사람들이 오기나 하겠습니까."

- 악연도 인연이지.

네?

- 사람들이 무서워하다보면 악명도 높아질테고 그만큼 인연도 강화되겠지.

...썩을...

- 아, 한 10년쯤 지나면 적당히 인연도 쌓였을테니 양아치 외모 그만둬도 된단다. 고맙지?

아 네...

"음, 그런데 갑자기 떠올랐는데 말인데요. 만약에 재수없이 이세계 트립 이벤트 때문에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또 딴세계로 가나요?"

왠지 날 쳐다보는 용신이 비웃는것 처럼 보였다.
 
- 네 영혼은 소위 말하는 '현실의 너자신'의 일부로 흡수되겠지. 지금의 네 자아는 소멸하고.

...괜히 물어봤다.



그때 나에게 다른 선택사항은 없었다.
악명을 얻어도 결과적으론 인연이 강화되는거니까.
부모님께는 꿈에서 나온 신이 지혜를 알려주셨다고 어떻게든 설득에 성공했다.
사실 설득력은 눈꼽만큼도 없이 두서없는 아이의 말이었지만, 심상치 않은 사고 횟수속에서 부모님께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셨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공부는 제대로 할테니깐 그렇게 울지는 마시라고요...

그리고...

금발로 염색하고, 헤어밴드로 뒤로 넘긴, 어깨까지 오는 머리.
송충이 눈썹에 쭉 찢어진 삼백안.
콧수염과 턱수염, 추가로 구레나룻.
상의 포켓에 들어간 담배갑.(불도 안피고 씹는 용이지만)
그때까지만해도 눈매 사납지만 무난한 학생이었던 내가 열사람이면 열사람이 양아치라고 인정할 외모로 바뀌어 버렸다. 제길.

그나저나 과연 용신이랄까, 수염난 초등학생이라니... 진짜 할말이 없었다.
 
놀랍게도 외모를 바꾸고 난 뒤 교통사고는 없어졌다.
부모님께선 기뻐하시면서 우셨다.
하지만 외모만 바뀌었다 뿐이지 내면은 여전히 변함없었기에 나는 여전히 평범한 아이였다.



아무일도 없었다면 말이다...

누가 말했던가.
스탠드사는 스탠드사를 부른다고.
동류는 동류를 부른다.
내가 동족혐오를 하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다.



초등학교 겨울방학때 교통사고후 양아치 스타일로 바꾼지 얼마 뒤,
기분좋게 자고 일어났더니 내 몸을 다른 영혼이 차지 하고 있었다.
하는 꼴과 대사를 보니까 딱 빙의캐릭이었다.
모르는 천장이라느니, 교통사고 당하고 깨어났더니, 양아치따위에 빙의했느니,
나노○니, 네○마니 사망플래그 운운을 하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란 소리를 해대는게 꼴사나워서 욕을 퍼부우면서 쫓아냈다.

현실세계로 돌아갔을테니 병원에서 "모르는 천장이다" 따위의 말이나 하라그래.

게다가 쓸데없이 오덕스러운 지식들만 머릿속에 가득 들어와 버렸다.
...공부도 좀 해 임마.



아무튼 용신도 역으로 빙의당하는 경우는 생각못했던지 부랴부랴 꿈에 나와선 대책을 알려줬다.
상냥함에 눈물이 나왔다.
그나저나 자주 만나네.
용신도 참 한가하구나...

용신의 대책은 두가지였다.

첫째는 귀신을 쫓는 액막이용 귀금속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것.
금이나 은붙이를 권장하길래 금색 목걸이와 금색의 체인형 팔찌를 추가로 구입했다.
진짜로 빼도 박도 못할 날라리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둘째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였다.
튼튼한 육체속에서 영혼도 튼튼해져서 그러한 빙의 현상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가질수 있다는 것이다.
용신이 나의 몸의 잠재능력에 대해 말하길, 용신 자신의 세계로 치면, 지구 사람들의 평균 육체스펙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하였다.  
쉽게 말해서 평균이다 이거군요.

그때부터 시작된 부단한 운동.
여러모로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다이나믹한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 육체의 바보같은 스펙을 깨닫게 된건 겨울방학이 끝나기 직전이었다.

이젠 전처럼 '이계 진입 플래그' 위험이 잦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통상적인 사고 위험 발생률은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길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돌진해오는 트럭을 보고는 '세상은 언제나 이렇게 되지말아야 할것으로 가득차있다...'라는 감상 따위를 하며 반쯤 해탈한 채 부디 살아남기만을 바라며 트럭과 충돌했다.

그리고, 끔찍한 굉음과 함께 멀리 날아갔다.



...트럭이.



황당해하는 나와 경악해하던 보행자들.
정신을 차리고 급히 날아간 트럭의 운전수 아저씨를 구조해내고 구급차를 불러 보냈다.
괜찮냐며 안부를 묻는 사람들의 물음에 나조차 얼떨떨한 상황인지라 적당히 얼버무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가만히 침대에 걸터 앉은 난 머리를 움켜쥐었다.



용신씨...당신, 평균스펙 계산할때 손○공도 넣었지?



크○링이라든가, 야채왕자님이라든가, 인조인간씨라든가, 마인 부○ 라든가.

그게 아니면 이 말도 안되는 스펙은 설명이 안된다.
초등학생주제에, 그것도 한두달의 운동따위로 터무니없는 스펙으로 되어버린 내 육체에 대해선 놀라움을 넘어 비현실감마저 느껴진다.
뭐랄까, 세토의 신○에서 나가스미가 세기말 구세주로 변신한 수준이랄까...이해를 넘어선 변화였다.
근육량에서도 말이 안되잖아!
아니, 그전에 운동량 보존 법칙 부터가 안통해!
사람과 트럭이 부딪혀서 트럭이 날아가는게 어딨어?

이제서야 내가 사는 세계는 이차원이었다고 실감하게 되었다.
뭐, 그렇다고 딱히 싫어지는것도 아닌데.

우선, 장래 희망에서 물리학자만은 빼도록 하자...



교통사고로 시작한 겨울방학을 교통사고로 마무리한 나는 개학후 당연하게도 등교를 했고, 그결과 엄청난 시선을 받아버렸다.
눈매가 더러워서 은근히 성격나쁜 녀석으로 생각되었던 것에서, 이제는 빼도박도 못할 양아치로 인식되어 버렸다.
애초에 초등학생 주제에 수염에 염색에 목걸이에 팔찌(체인형)라니, 게다가 누가 봤는지 모르겠지만 평온안 하루를 기원하며 피지도 않는 담배를 질겅이던것도 학생들 사이에 퍼져 버렸다.
선생님들께는 횡액을 당한 뒤 액을 피하기 위한 외모라고 나와 부모님이 함께 설명을 드려서 납득을 시켰다지만...(그나마 정말로 납득하는 분들은 적어보였다. 교통사고 당한건 이해하셨지만.)
그리고 이후 초등학교 졸업때까진 변변한 친구들 조차 제대로 사귀지 못했다.
...울지 않는걸.

그 상태로 중학교까진 고난의 연속이었다.
선생님들을 설득시키는건 그나마 쉬운 편이었다.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성적 자체는 매우 우수한 편이었으니.
다만 중학생 녀석들 사이에선 완전히 양아치로 찍혀서 접근해오는 아이들조차 없었다.
아니, 있긴 있었다.
중학교 입학당시 소위 논다는 녀석들이 무리에 동떨어져 보이는 나에게 시비걸듯이 접근한 적이 한번 있었다.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대면한 순간 나도 속으론 두근두근 했다.
힘이야 가지고 있지만, 난 원래 양아치도 아닐뿐더러 그런 인종들과는 연관도 없다고!
...문제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마자 그녀석들이 어마 뜨거라 하며 달아나버린것에 있었다.
같은 불량아들도 도망갈 흉악한 놈.
나의 이미지는 입학 첫날부터 그렇게 고정되고 말았다.

결정적이었던건 무슨 헛소문을 들었는지 중학생들 주제에 다른학교 캡틴을 잡는답시고 단체로 날 잡으러 온 사건이다.
중학생이잖아. 상식적으로 생각해.
무슨 중학생이 세기말 폭주족 버전에 각목이랑 체인을 들고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거냐?
이 세계의 교육은 대체 어떻게 되었을까요...?
하지만 아무리 쫄았다고는 하지만 명색이 사기성 육체를 가진 나.
돌진해오는 오토바이를 한손으로 잡고 멈췄을땐 내가 생각해도 현실감이 없었다.
이래저래 애들을 상처가 적도록 조심스럽게 집어던지고 다들 바닥에 눕혀버린뒤 점잖게 타일렀다.
학생은 학생답게 얌전히 놀라고.
그때 내 말을 듣던 녀석들의 얼굴 표정이 정말 묘한건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설득력 없는 설득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라는 표정...
그렇다고 해도 한손으로 오토바이를 들어올리면서 협박한건 어른스럽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음...
나중에 듣기론 그녀석들 세기말 폭주족 스타일을 그만두고 보통의 학생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잘됐군 잘됐어~

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한참 뒤에 내 귀에 들려온 소문에 난 머리가 아팠다.

가라사대, 100명의 불량배와 싸워 이겼다느니(중학생 20명이었습니다), 한손으로 오토바이를 집어던졌다느니(수리비가 무서워 안 던졌습니다), 하나야마 2세라느니(바○? ○키 입니까?), 100명의 여자와 잤다(마지막 소문 누구야?)따위의 소문이었다.
특히 싸움과 관련해선 뭔가 과장이 엄청나게 심하게 된 감이 적잖아 있었다.
알고보니 그때 싸움당시에 '학생은 학생답게 놀아라'는 말을 '자신은 일반인과는 다른 야쿠자니까 건들지 말아라'라는 식으로 받아들였나보다.
진짜 깡패들의 세계는 자신들이 살 곳이 못된다고 깨달았다나.
소위 착각계라는 거군요. 압니다.

그런데 다른 소문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지막 소문에 따르면 전 완전 인간 쓰레기군요...
중학생인데 100명의 여자를 따먹었다는 거네요.

덕분에 여학생들 사이에선 두려움 이외에도 때때로 경멸섞인 시선을 받게 되어 울고 싶었다. 흑...

양아치 스타일을 버릴수 있을 만큼의 인연이 쌓이기까지(대략 22세) 갈길이 멀다고 생각했다.

추가로 말하지만, 사람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공부했더니 3학년 말에 와서는 '엘리트 야쿠자', '후계자 수업중인 야쿠자 2세'라는 호칭이 추가로 생겼을 따름이다.
너무합니다.



그리고... 친구 하나 없이 조용히 지나가버린 중학교 시절은 끝나고 결국 오늘이 왔다.

바로 고등학생으로서 맞이하는 첫날!

처음에는 그냥 검정고시로 대학으로 바로 갈까 생각도 했지만, 22세가 되기 전까진 이 외모로는 취업도 못하니 착실히 정규 코스를 밟기로 결심했다.
고교생활 만큼은 보람있게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애초에 내가 이 세계에 태어난 이유도 그놈의 이상형의 애인 타령이었으니,
적어도 학창시절이 가기전에 좋아하는 아가씨라도 한번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뭐, 순도 100% 양아치가 고백해서 성공하거나, 오히려 고백받거나 한다면 그게 기적이니 고백까지 바라진 않습니다만...

아무튼, 고교 첫날부터 이런 우울한 기분따위를 가지면 안되지.
얼른 식사 준비를 해야겠다.
지금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다.
두분다 직업을 갖고 계셨는데 승진과 관련되어 두분 다 해외출장을 가시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갓 고등학교를 들어가게 될 나를 걱정하셔서 해외 출장을 보류하려시던 두분이지만,
혼자 생활하는데 필요한 '지식'도 있고, 내가 고등학교때까지 부모님이 국내에 계셔도 속앓이만 하실것 같았다.
이미 중학생 야쿠자 전설은 내가 살던 곳에선 꽤 유명했기에 그걸로 학부모 모임 같은 곳에 가시는 부모님께선 항상 불편한 시선을 받으셔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 나도 함께 해외에 가지 않을까 하는 부모님의 제안은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고 위협적이지도 않지만 엄연히 '이세계 진입 이벤트'를 실제로 겪고 있는 나다.
확률은 낮지만 비행기 사고로 차원이동은 웃을수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런 사고는 부모님과 더불어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목숨도 걸린 일이라고.
결국 난 혼자지낼 원룸을 구해서 사는것으로 하고, 부모님께선 1년 내로 돌아오신다고 하셨다.

쓸데없는 과거 회상을 하는 동안 어느새 아침식사가 끝났다.
지나간 일을 떠올리는건 이제 적당히 접어두고 어서 빨리 나가야겠다.

방범대책으로 거실 불만 켜둔채, 서둘러 문을 나서며 속으로 학교까지의 약도를 떠올렸다.
내가 다니게 될 고등학교의 이름은 '사립 사이난 고교'.
부디 고등학교에는 좋은 만남이 있기를.



학교에 도착하자 우선 반 번호를 확인해본다.
어디보자...1-B 인가.

학교들 돌아다니는 도중에 내가 가까워지자 기겁하는 학생들의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나랑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피하는 학생들의 모습이야 평소의 일이지만... 역시나 익숙해지지는 않았다.
나에게 가까워 지는 이는 대부분 주먹부터 날려대는 깡패들이었으니 중학교 이후 친구 없음, 이랄까...
나중에는 그 주먹도 사라졌지만. 아, 물론 아쉽진 않습니다.

나지막히 한숨을 쉬며 나는 터덜터덜 1-B를 찾아 걸어다녔다.

천천히 걸으며 자신을 되돌아본다.

금발로 염색해서 헤어밴드로 뒤로 넘긴, 어깨까지 오는 머리.
쭉 찢어진 삼백안.
송충이 눈썹, 콧수염, 턱수염, 추가로 구레나룻.
상의 포켓에 들어간 담배갑.
금색 목걸이와 금색의 체인형 팔찌.

어디를 보건 빼도박도 못하게 양아치군요. 감사합니다.
금발 염색만 아니었다면 완전히 구시대 강경파 불량배였을 겁니다.

기타노 세이치로군, 타가스 류지군. 전 지금 절실히 당신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지금이라면 당신들과 고뇌를 함께 할수 있을것 같아요...

적어도, 대화로부터 시작되는 첫 친구를 가지고 싶습니다 안선생님...



어느새 도착한 1-B의 입구에 선 나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다.
떠들석한 소리가 들리던 교실은 내가 발을 딛는 순간 고요함에 휩싸였다.
...뭡니까 이상황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지 않습니까? 이지매지요 이거!
아무튼, 대개 평범한 급우들과의 첫만남은 이런식이군요.

나름대로 신경쓰지 않도록 조용히 구석의 의자에 가서 앉았다.
조용히 학생들끼리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저 녀석 대체 뭐야?)"
"(양아치 아니야?)"
"(금발에 수염? 터무니 없어.)"
"(목걸이에 팔찌까지 있는데?)"
"(이봐, 저녀석 그놈이라고. 아키츠 료스케.)"
"(어? 너 저녀석 알아?)"
"(알다마다)"

...응? 내 이름을 아는건가? 난 저 친구는 처음 보는데?
호기심에 잠시 귀를 기울인 나는 이내 후회했다.

"(100명의 불량배를 때려눕힌 진짜 양아치라고.)"
"(에엑? 그 미친 양아치?)"

...듣지 말걸그랬습니다.

그런데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뭐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자의식 과잉은 아니라고 평소부터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이건 저에 대한 소리겠지요?

"(소근소근... 중학교 때 100명의 여자랑 잤데.)"
"(...최저)"
"(쓰레기)"
"(짐승)"

...세상의 각박함에 눈물도 안나오는 군요.
대체 누군가요 저 사실무근의 헛소문을 처음 퍼뜨린 녀석은?
그런 타이틀은 상○2인조의 영길이만 가질거라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습니다.

악명은 착실히 쌓이고 있으니 '인연'이 깊어진다는 점에서는 기뻐해야 하는데 기뻐할수 없는 내가 있군요.
사람들간의 인연을 '악연'말고 쌓을수 있었던건 부모님밖에 없는게 아닌가 생각하니 참 할말이 없네요.
...지금이라도 헤엄이라도 쳐서 부모님이 계신 해외로 갈까?

허황된 망상을 두고 진지하게 고민하며 앉아있는 도중, 내 눈앞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체크무늬 치마... 여학생?
양아치 스타일로 바꾼 이후 정면에서 마주한적 없는 여학생이란 존재에 순간적으로 의아함을 느끼면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다.
눈에 들어 온 것은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에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몸매.
목근처에 맨 초록색 리본과 갸름한 얼굴 모양. 그리고 약간 치켜뜬 눈썹과 드세 보이는, 하지만 올곧아 보이는 눈동자.
처음으로 보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눈동자.

아름답다...

강인함이 느껴지는 그 여학생의 눈이 순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고, 그 생각에 놀라며 마음을 다잡고 침착하게 물었다.

"...무슨 용무라도?"

순간 여학생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이건 화났군.
뭐라 할말을 더 생각하기도 전에 여학생의 입이 열렸다.

"당신, 지금 그 모습을 하고도 그렇게 묻는건가요?"

...아.

"도대체 뭔가요 그런 모습? 이상하게 보인다고요."

신선하군. 정면에서 이걸 물어본 사람은 처음이네...
몇년동안 보지 못했던, 나를 마주하는 당당한 눈빛에 당혹감을 느끼며 나는 어떻게든 반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슬쩍 주위를 바라보니, 소근거리던 남녀 학생들 모두 조마조마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용감한데 저 여학생...)"
"(위험한거 아냐?)"
...우선은 뭐라도 말을 꺼내서 나에게 해의가 없다는 의사 표시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뭐라고 변명을 해야하지?

"에, 그러니까... 내 아이덴티티를 지키기 위해?"

이세계 진입, 역빙의(逆憑依) 플래그를 꺾고 이 세계에서 살기 위한 대응책이니까.
하지만 내 변명은 역효과였나보다.
오히려 여학생의 눈썹이 찌푸려 졌으니까.
 
"어째서 영어? 그전에 학생의 정체성은 단정함이지 그런 불량한 모습이 아니에요."

태클도 걸줄 아는군...
그전에 내가 의도한 정체성은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나'이지만, 그걸 설명할수도 없고 이것참...

"에...하지만 사람은 외면이 아니라 내면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학생에게 그런 모습이 허용된다고 봐요?"

그렇게 따지면 정말 할말이 없다. 그녀의 말은 정석이고 어떻게 봐도 난 불량학생이니까.
하지만 나도 좋아서 이런 모습인건 아니니까 좀 봐주세요.

"하, 하지만 난 머리랑 수염을 깎으면 큰일난다고."

한심한 내 변명에 결국 참다못한 여학생은 폭발했다.

"당신이 무슨 삼손인줄 알아욧?!"

"(움찔)큿...!"

무...무서운데? 외모만은 야쿠자에게도 안꿀린다고 장담하는 내 앞에서 저렇게 달려드는 사람은 또 처음이군.
그나저나 삼손이라. 흉악범이니 야쿠자니 하는 악질적인 별명만 듣다가 저런 센스있는 호칭을 얻으니 신선한 느낌이 든다.
음, 이 아가씬 혹시 문학소녀?

"(굉장한데 저 여학생)"
"(저 흉악한 불량이 밀리고 있어)"

음, 동감이다. 진짜 대단한 아가씨다 이 여학생은.
두려움 보다 자신의 의지를 보이는게 쉬울리가 있나.

아무튼 날 째려보는 여학생과 말이 궁색해져서 침묵해버린 나 사이의 대치는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면서 종료되었다.
사랑합니다 선생님.
그런데...아까 그 여학생, 바로 내 옆자리잖아?

"...가만히 보고만 있진 않겠어요.(소근)"

"...아무쪼록."

아무래도 일년동안은 이 당찬 아가씨의 등쌀에 시달리는 생활을 해야할듯 하다.
적어도 말을 건네오는 학생(그것도 여학생)이 생겼다는 것과 좀 시달릴것 같다는 것 때문에 미묘한 느낌을 받고 있는 사이에 선생님께서 순서대로 자기소개를 시키셨다.

아까의 대치 이후로 분위기가 많이 완화된듯 학생들도 무난히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음, 이 여학생에겐 고맙다고 해야하나.

어느덧 내 차례가 와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교실을 감싼 정적.
...이제와서 이러깁니까...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나름 호의를 내보이며 자기소개를 했다.

"아키츠 료스케입니다. 사정이 있어서 본의 아니게 이런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만 성실하게 지내려는 학생입니다. 한해동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말도 안된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 눈길들이 보이지만 무시하자 무시.
자기소개를 끝내고 잽싸게 자리에 앉았다.

"(성실한 불량이라니 들어본적도 없어)"
"(애초에 100명의 여자와...)"

...부탁이니 헛소문은 그만. 특히 마지막 꺼는 제발.

그리고, 차례가 지나고 지나서 내 옆의 여학생의 소개가 시작되었다.

"코테가와 유이입니다. 단정한 학급 생활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해동안 잘부탁드립니다."

비할데 없을 만큼 열광적인 박수가 들려왔다.
아까전의 대치가 임팩트가 컸나보다.
과연, 믿을수 있는 위원장이라는 느낌?

그나저나...코테가와 유이라면, 트러블에 나오던 그 아가씨인가?
우리반엔 유우키 리토도, 사이렌지 하루나도 없는데?
하지만 동명이인치곤 정말 닮았네...

...하나만 확인해볼까?

"(저기, 코테가와씨.)"

"(뭐죠?)"

째릿, 하고 날 쏘아보는 게 아직까진 나에 대한 평가는 불량학생에서 바뀌진 않은듯 싶다.

"(음, 혹시 여성편력이 심한 오빠가 있어?)"

"(무, 무슨?)"

아, 놀라서 눈망울 흔들리고 있다고 코테가와...

"(형제는 오빠 하나뿐이지?)"

"(어째서 그런걸 아는거죠?!)"

...진짜 그 코테가와가 맞는거 같구만...

"(아니, 아무래도 너무 올곧달까, 그렇기에 좀 손이 가는 오빠가 있을꺼라고 생각했을 뿐이야.)"

"(...당신, 의외로 날카롭군요.)"

"(칭찬 고마워.)"

아무튼, 이 차원이 트러블과 연관되었다는 건 확인했다.
어째서 이반에 유우키 리토와 사이렌지 하루나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반으로 갈라졌을수도 있고, 그네들이 다른 고등학교에 갔을수도 있다.
아니면 반대로 나와 코테가와만이 원래 학교와 다른 이 학교에 왔을 수도 있다.

확실한건 이 세상은 내가 기억하는 세상들 중에서도 손으로 셀수 있을만큼 평화로운 곳이란 거다.
데빌루크 쪽 팔불출 아버님께서 지구파괴 운운하는건 웃을수없는 개그성 멘트지만.
아, 라라가 기합으로 태풍의 궤도를 바꾼 일도 있었나...
데빌루크 성인 대단해-.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자기 소개가 끝나고, 반장을 뽑기 위해 지원을 받겠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입후보 할 사람 있습니까?"

"네!"

손을 든 이는 코테가와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저 아가씨, 천생 위원장 타입이군.
다른 여학생들은 지원하지 않는데...역시 아까의 대치가 확실히 임팩트가 컸나.
떠맡는걸 귀찮아해서 지원하지 않는것도 있는것 같지만,
불량배(가짜) 상대로 당당하게 대응하는 사람도 정말 드무니까 여자애들이 뭔가 고무적인 눈매로 응원하는 느낌이 든다.

결국 단독 지원으로 여자 위원은 그녀로 결론 지어졌다.

남자위원은 지원자가 없어 선생님께서 임의로 정하셨다.
그후, 대략적인 절차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고교에서 보내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나는 조용히 한숨을 쉬며 기지개를 폈다.

트러블에서 보았던 사람을 만나서,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게 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며,
고교 생활을 제대로 보내려는 의욕이 솟아 올랐다.
약간 분홍빛 나는 사고라든가 때로는 용기가 필요한 위험한 상황도 있지만,
변화없이 무료한 일상에 질린 학생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그러한 돌발적인 악센트일지도 모른다.

중학교 시절을 삭막하게 보낸 나라도,
파격적인 활발함과 애정행각이 벌어질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이 고교에서라면,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귀고, 사춘기 소년 나름대로의 사랑도 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조금씩 빨라지는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옆에 앉은 소녀, 코테가와를 바라본다.
올곧고, 그만큼 행동으로 실천하기에 조금은 시끄러운, 하지만 실은 상냥하고 부끄러움을 잘타 솔직하지 못한 매력이 있는 아가씨다.


"...뭘 그렇게 쳐다 보는거죠?"

약간 이상한듯한 표정으로 갸웃하며 코테가와가 물었다.
네 마음씨를 떠올리고 있었다고 말하기엔 솔직히 부끄럽다.

"...그냥, 일년동안 위원장 수고해랄까."

소망컨데, 내가 고교시절 안에 좋아하는 아이를 만나길 바라는 만큼, 저 솔직하지 못한 아가씨에게도 당신을 이해해줄 상냥한 만남이 있기를.

코테가와는 잠시 침묵하더니 살풋이 미소 짓는다.

"고마워요. 내가 위원장의 역할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줄래?"

이건 또 의외다. 양아치 외관의 나에게 잘도 그런 의지되는 말을 해주시는군.
먼저와는 달리 이럴때 솔직히 말하지 못하면 소심한 놈이지.

"아, 물론. 내가 도울수 있는거라면 도와줄테니까."

이건 진심이다. 조금은 반친구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좋은 이미지를 주며 위화감을 줄일 기회이기도 하고,
나 개인적으로도, 올곧지만 너무 똑 부러지는 경향때문에 혹시라도 코테가와와 학생들의 사이가 벌어지는 걸 막고 싶기도 하니까.
왠지 주변 학생들이 웅성거리는걸 보면, 내가 말한게 그렇게 의외였나보다.
아니, 강경파 양아치라는 말을 소근거라면서 납득하는 것들은 또 뭔가.
이거 이미지 상승? 미묘하다...

"(벌써부터 101명째 타킷을 정한건가?)"
"(헛?!그 발상은 없었다!)"
"(고교시절에 200명의 여자와 자는걸 이룰 셈인가.)"
"(그나저나 위원장 같이 당돌한 여자애가 타입인가.)"
"(분명 당찬 여자애에게 오히려 불타는 타입이야.)"
"(최저)" "(짐승)""(코테가와씨 힘내!)"

어째서 더 악화되었어?!
대체 어째서냐! 왜 이런...
...뭐,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인식을 고쳐나가기로 하자.
내가 바뀐다고 하루아침에 인식이 바뀌는건 아니니까

코테가와는 내가 도와준다고 까지 말한것이 약간 의외란 듯 바라보다가,
수근거리는 소리에 얼굴이 빨개진채로 째릿하며 날 노려보다가,
잠시후 이내 다시 미소를 지었다.

"정말 기뻐요. 아키츠군. 그런 의미에서 위원장으로서 반을 위해서 협조를 부탁해도 될까요?"

과연 코테가와. 트러블 주연으로 나온 만큼 아무렇지도 않은듯 대하는게 훌륭하군.
그 당당함을 존경하며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하...벌써부터 의욕에 넘치는구나 코테가와는. 그래서, 어떤일을 도와줄까?"

코테가와의 미소가 짙어졌다.
아, 역시 미인이다. 역시 여성은 웃을 때 더 빛나는구나.
...어,음...
왠지 보는 이를 안심시키는 미소가 아니라, 뭔가 비틀린 미소같아서 솔직히 조금 불안하다.
예쁘지만 왠지 날카로워 보이는 미소를 띄운채 코테가와는 입을 열었다.



"외모를 단정하게 하세욧-!"

"거절한다!"

고교 첫날. 희망을 가슴에.
낯선 친구들과의 첫만남은 그렇게 소란스레 지나갔다.



============================================================

터틀러님의 축전을 1화 삽화로 추가했습니다.
축전을 올려주신 터틀러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

후반부 묘사가 어색하다면, 써놓고 1년뒤에 다시 이어 써서 그렇습니다.

2편은 끄적이고 있는데, 글쓰면서 생각하는거지만, 글쓰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모자란 재주를 긁어모아 글한편 쓰고 나면 반나절이 지나있어요...-_-;

추가된 사항은, 집을 나서기 전에 방범대책으로 거실의 불을 켜놓고 간것과,

일부 공손한 어조의 묘사를 몇개만 수정.(내면 심리와 주변 묘사때 어조가 다르다보니 이상해서 앞으로는 해요체를 절제하고 하다체로 하기로 함.)



p.s.1. 주인공 설정

A: 그러니까...얼굴은 그냥 평범하게...
B: 닥쳐! 어차피 잘난것도 못난것도 아닌 얼굴이다라고 묘사해봤자 작중에선 티도 안나잖아!
남자는 얼굴이야 얼굴!
A: 그럼 꽃미남으로 할꺼냐?
B: 뭔소리! 남자는 역시 터프해야지! 야쿠자도 울고갈 얼굴로 만들어주마!
A: ...
B: 우선, 야쿠자도 울고갈 더러운 눈매.
   ...이거 타가스 류지놈 닮지 않았냐?
A: 그러네...
B: 쳇, 원래 컨셉은 기타노 세이치로 였지만, 남자라면 눈썹도 굵어야지!(송충이 눈썹으로 그린다)
A: ...
B: 눈매(삼백안)와 눈썹(송충이)은 됐고, 미소는 기타노 기타노를 따르도록 안면근육배치.
B: 그리고 머리는 머리띠로 올백, 길이는 어깨위까지, 금발염색. 귀걸이랑 목걸이 추가.
귀찮으니깐 머리풀면 대강 요츠바 아빠 스타일로 된다고 하자.
B: 그리고 구세대 양아치 처럼 콧수염과 턱수염, 구레나룻도 추가다!
A: 제발 그만둬;
B: 그리고 담배 경력 3년.
A: 미친, 초등학교때부터 폈다고 할생각이냐! 그리고 SS에서 담배피는 청소년 주인공따위가 어딨어!
B: 양아치면 펴야지! 그럼 1년으로.
A: 건강 매니아주제에 담배에 대한 무슨 환상이라도 있는거냐! 들고만 다니는걸로 할꺼야!
B: 췌...

B: 육체스펙은 보라급.
A: 보라?
B: 카린의 탑(드래○볼)을 지키는 사람. 우파네 아버지. 총알도 안박히는 아저씨말야.

A,B : 종합하자.
터프한 얼굴에, 삼백안, 짙은 눈썹, 콧수염, 턱수염, 구레나룻, 금발올백에 귀걸이와 목걸이, 헤어밴드, 담배갑.
육체는 보라급.

(귀걸이의 경우 잘못하다 손가락에 걸리면 보통은 귀가 찢어질수 있으므로 본편 설정에선 제외되었습니다.
주인공이라면 안찢어지겠지만서도...)


p.s.2.

작중 세계를 지배하는 원리는 단 하나입니다.

동류는 동류를 부른다.
(스탠스사는 스탠드 사를 끌어들인다.)

이것은 거의 모든 만화책들의 진리입니다.

- 초밥왕에서 주인공의 일이 초밥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과 관련된 만남들만을 가집니다.
- 코난은 탐정 사무소에 있기에 맨날 사건을 접합니다.
- 세일러문은 지구의 여황제라서 항상 지구를 노리는 적들과 마주합니다.

주인공들이 만나는 만남들은 주인공이 가진 특성(예:직업)과 연관되어 일어납니다.
(다만, 특이하게 벌어지는 만남들은 말그대로 우연이라 하겠지요.)

예를들면 아래와 같은 식의 만남입니다.

싸움을 하다가, 체육관장으로 부터 권투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든가,
권투를 배우며 지내다보니 일보나 마모루를 만나게 되었다든가,
깡패들과 다투며 지내다 보니 미츠하시나 이토, 사토시가 나왔다든가,
묘하게 오해를 받아서 두려움을 받는 인생에 괴로워 하다보니, [오해받는 사람들 카페]에 가입하게 되고, 정모에서 기타노 세이치로나 타카스 류지를 만난다든가.

대개의 사건과 만남들은 사람들간의 사소한 동질성에서부터 만들어 지는 우연들이 겹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존재함으로 인해서 세계에 영향을 준다느니, '세계의 의지'니 '세계의 수정력' 같은 설정은 없습니다.
제가 이해 하지 못하는 개념을 쓸순 없는지라.

이 글의 주인공 아키츠 료스케가 이차원에 태어난 이유는 단지 우연이었지만,
태어난 이후 '차원이동 이벤트'를 겪게되는 이유는 '지금 살고있는 세상에서의 인연이, 현실이라고 불렸는 곳에서의 인연보다 얇기 때문'이지
'세계의 불규칙'이라든가 '세계의 수정력', '세계 의지'같은 의미불명의 이유가 아닙니다.
내가 이 세계에 있으면 남자애가 여자애로 태어나고, 미국이 러시아에 원폭을 가하고, 지구에 혜성이 떨어져 멸망하기 때문에 세계가 수정력을 가하고 있다 따위의 전개는 하고싶지 않아요(...)
존재도 모호한 세계를 원망하는건 신을 원망하는것 만큼이나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니까요.



p.s.3. 하루나와 리토는 1학년때는 코테가와와는 다른반이었습니다.
하루나와 리토는 1-A에 있었고 하루나가 반장이었습니다. 코테가와는 1-B에서 반장을 했지요.
아키츠 료스케는 트러블은 적당히 스토리는 압니다만, 순서는 모릅니다.
트러블의 이야기는 순차적 진행이라기 보다는, 옴니버스식 전개이기 때문에 더욱이 그럴수 밖에요.
학교 이름도, 조연들의 이름도 잘 기억하진 못합니다.
직접 부딪쳐 알게되는거죠.

뭐, 사실 글쓰기 전엔 저도 몰랐습니다-_-;

===========================

사립 사이나 고교 (정발판)사립 사이난 고교 (번역판)
미캉네 선생 - 닛타 하루코
이야기 시작 때의 미캉 - 11세(5학년)

1-A 유우키, 하루나 (1-A 반장)
1-B 코테가와 유이 (1-B 반장)

2-A 같은반

남자반장 전 1-A 위원 마토에 아게루
여자반장 전 1-A 위원 사이렌지 하루나

사루야마 켄이치 - 리토친구

모미오카 리사 - 금발조연
사와다 미오 - 안경트윈테일

텐죠인 사키

쿠죠 린 - 검도소녀
후지사키 아야 - 안경장발

미카도 료코 - 보건의 선생

교장 - 이름모름

호네카와 선생 - 노인선생님 담임

기드 루시온 데빌루크 - 라라아버지

사이렌지 아키호 - 하루나 언니

오시즈 - 유령


Posted by 루트(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