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캉과 함께 마트에서 장보기를 하던 중이었다.

"아, 맞다. 입욕제 사야 하는데."

"입욕제?"

"네. 라라 언니가 부탁한게 있었거든요."

입욕제 코너로 이동한 미캉은 한차례 훑어보더니 아이돌의 그림이 그려진 입욕제를 집어 들었다.
붉은 마녀모자를 쓰고 붉은 망토를 두르고 붉은 장갑을 끼고 붉은 구두를 신은채,
분홍색 하트고리 안에 금색 별이 조각된 지팡이를 손에 든 단발머리 소녀가 입욕제에 새겨져 있었다.
인기 아이돌 키리사키 쿄코가 맡은 특촬물 캐릭터, 매지컬 쿄코다.
불꽃을 다룬다는걸 강조하기 위해선지 온통 붉은색으로 도배하다시피 한 옷차림에다,
흰색 블라우스 칼라 부분의 하늘색 리본에 마저도 붉은색 브로치가 장식되어 있었다.
아, 그래도 체크무늬 치마만큼은 파란색이었다.


「부글부글 입욕제」 매지컬 쿄코가 추천하는 입욕제
일순간에 온천풍의 목욕탕을 만들어드립니다.

* 현재 1+1 할인 행사중 *



"저번에 TV 광고에서 매지컬 쿄코가 선전하는걸 라라 언니가 보곤 꼭 한번 쓰고 싶다고 말했거든요."

"아아, 라라는 매지컬 쿄코를 정말 좋아하니까 말야.
그러고보니 우리집도 슬슬 입욕제를 새로 장만할 때가 된거 같네."

"마침 1+1 할인 기간이니까 두개 사서 하나씩 나눠 가질까요?"

"아, 그거 괜찮겠네~!"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기에 미캉과 함께 부글부글 입욕제를 구입한뒤 오늘의 장보기를 끝마쳤다.

미캉을 집까지 바래다준 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한 뒤 장보기한 물품들을 정리해두고선 욕조에 물을 받고 입욕제를 풀었다.
조금씩 솟아오르는 물거품을 바라보며 기대감 속에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절로 일었다.
입욕제 설명대로 온천처럼 녹아내릴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으려나?



...녹아내렸습니다.

욕조가.




욕조에 담긴 물이 심상치 않은 기세로 부글부글 거리는 모양새에 갸우뚱하고 있자, 후두둑 콸콸 하는 소리와 함께 녹아내린 욕조.
「어라?」하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벌어진 지나친 참상(박살난 욕조)에 타월만 허리에 두른채 좌절포즈로 목욕탕 바닥에 쓰러졌다.

네...누가 우주인 아니랄까봐 쿄코양도 한건 커다랗게 해주시는군요.
우주인이 쓰는 물건은 입욕제조차 범상치 않다는거냐?

키리사키 쿄코가 우주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대가로 박살나버린 욕조 앞에서 눈물을 삼키다가 몸을 일으켰다.
적어도 미캉네 집만이라도 이 참극을 피할 수 있기를...
미캉네 집에 연락하려고 거실에 놓아둔 휴대폰을 집어들었을때, 타이밍 좋게 휴대폰 벨이 울렸다.

- 꼬마아가씨(꼬마아가씨) 기다려요(기다려요)
이걸갖고(이걸갖고) 가셔야죠(가셔야죠)
반짝반짝 빛나는 조그만 황금 마법팔찌♪


「발신자 : 미캉」

"......"

...설마 참극을 막기엔 이미 늦은겁니까?
잠시 주저하다가 휴대폰을 열었다.

딸깍-

"...여보세요?"

「여보세요? 료스케 오빠?」

"미캉?"

「방금샀던 입욕제 때문에 전화드렸어요.
라라 언니가 입욕제를 사용하다가 목욕탕이 부서져버렸기에 놀라서 연락드렸어요.
결함품인지 라라 언니의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아까 샀던 입욕제는 쓰지 마세요! 아셨죠?」

"어...응. 알려줘서 고마워 미캉."

늦었어 미캉.
벌써 써버렸다고 그 입욕제...
괜히 깔끔하게 지낸답시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입욕제를 사용한게 문제였다.
안그랬다면 지금 같은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텐데...
결국 미캉네 집도 우리 집도 참사를 피할 순 없었나보다.

통화를 종료하곤 푸욱- 한숨을 쉬며 욕실로 시선을 옮겼다.
녹고 깨져 부스러진 욕조의 모습을 보건데 몸을 씻을 공간으로서의 기능은 상실한게 분명했다.
방금전 욕조 바닥에 쓰러지며 부스러기가 묻은 몸은 목욕을 간절히 바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안에서 그 욕구를 해결하는건 불가능해 보였다.
머리를 한차례 긁적이다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목욕탕에나 갈까..."

초등학교 6학년 겨울, 양아치 스타일로 외모를 바꾼 뒤로는 한번도 가지 않았던 곳인데...
사회인이 되기 전엔 다시 갈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건만 세상일이란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는건가보다.




「따끈따끈 온천(ぽかぽか溫泉)」

슬슬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거리를 지나, 대나무들이 주위를 장식하고 있는 목욕탕 「따끈따끈 온천」으로 들어갔다.
늦은시각의 남탕 안은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다만 내가 남탕에 들어가면서 시선을 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문제라면 문제일뿐.
학생으로 보이는 녀석들 중엔 얼른 목욕을 끝내고 허둥지둥 나가는 녀석도 있었다.
...이래서 남탕은 오기 싫었다구요.
한숨을 쉬며 한쪽 구석에 앉아 몸에 물을 끼얹는데, 옆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 넌..."

"...응?"

고개를 들자 회색 머리카락에 자주빛 눈동자의 미소년이 서있었다.
렌-엘시-쥬에리아(男). 룬(女)의 또다른 인격이자 라라에게 구애하고 있는 메모루제별의 왕족이다.
방금까지 씻던 중이었는지 렌은 몸에 비누거품을 잔뜩 묻히고 있었다.

"아키츠였던가?"

"어, 응. ...렌이지?
너도 이곳을 이용하는거야?"

"우주선의 욕실이 고장나서."

"그래?"

어딘가 집을 구해서 지내는줄 알았더니, 지구까지 타고왔던 우주선에서 지금껏 생활해 왔나보다.
그럼 야미도 렌처럼 우주선 생활을 하고 있는걸까?
야미에 대한 생각을 하다 문득 떠오른 의문이 있어 우려섞인 시선을 렌에게 부딪쳤다.

"그런데...넌 남탕같은 곳에 와도 괜찮은거야?"

"뭐!? 내가 남자답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거냐!"

그런 의미로 말한건 아니었는데, 렌은 날카롭게 반응하며 버럭 화를 냈다.
어릴적 라라에게 여장당한 기억때문인지, 렌은 언제나 남자다움에 집착하는것 같다.
아니, 남자다워지면 라라와 결혼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던가? 좀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내가 의도한건 그런게 아니라고 해명할 필요가 있었기에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그런게 아니라 이런 곳에서 잘못해서 재채기라도 하면...「엣-취!」역시잖냐!?"

말하기가 무섭게 렌이 재채기를 하며 연기에 휩싸였다.
연기가 걷히자 렌이 있던 자리엔 풍성한 에메랄드 빛 머리카락에 자주빛 눈동자를 가진 미소녀-룬이 서있었다.
...알몸으로 말이지요.

"엣? 꺄악!?"

갑작스레, 그것도 남탕에서 알몸으로 등장하게 된 룬은, 타월만 허리에 걸친 나를 보곤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몸을 가렸다.
난데없는 여자아이의 등장으로 남자들은 눈이 동그래진채 뚫어져라 이쪽을 시선을 모았고, 남자들의 시선에 당황한 룬은 황급히 내뒤로 숨었다.

"으으...렌 이 멍청이...!
하필 이런 장소에서 몸이 바뀔게 뭐야?"

뒤에서 내 어깨를 잡고 숨은 룬은 이를 갈면서 화를 삭였다.

"...나갈래?"

"당연하잖아! 이런 장소, 한시도 있고싶지 않아."

타박하듯 말하곤 룬은 우리쪽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 남탕의 남자들을 보며 인상을 썼다.

"거기, 시선들 좀 치워요. 이쪽의 아저씨가 지금 꽤나 기분이 안 좋거든요?
자기를 쳐다보는 사람은 그날로 묻어버리겠데요."

야!? 누가 그런 살벌한 말을 했다고 그래?
그리고 누가 아저씨야?

내 마음속 항의와는 별개로, 순식간에 고개를 숙이는 남자들의 반응을 보건데, 룬의 말은 극적일 정도로 효과가 좋은것 같았다.
「역시 야쿠자」「흉악범」「악마」「전학간다 = 묻힌다」운운하는 동갑내기 또래들의 수근거림에 남자들은 얼굴을 하얗게 하며 시선을 피했다.
「지금껏 다른 도시로 '전학'갔던 녀석들은 사실 모두 묻혔던것」이라고 망상을 부풀리기 시작한 남자아이들의 소리에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180도 돌아가버린 상황에서도 안심이 되지 않는지 룬은 최대한 내 몸을 이끌면서 벽쪽으로 붙어서 남탕을 벗어나려고 했다.
남자들이 보지 못하도록 룬은 내 몸을 방패삼아 옆으로 옆으로 이동했다.

"잘 좀 가려."

"내쪽에선 등뒤가 안보이니까, 네가 날 이끌고 움직여야 한다고..."

"칫...!"

혀를 찬 룬은 내 어깨를 좀더 가까이 끌어당기면서 천천히 옆으로 움직였다.
별수없이 룬에게 이끌려가는 형태로 조금씩 움직이던 중, 자꾸만 다리를 스치는 허벅지의 감촉에 얼굴이 달아올랐기에 주의를 주었다.

"그...허벅지가 닿고있어."

"읏! 어디에 신경을 쓰는거야!?"

미끌-

"꺄악!?"

"우왓!?"

첨벙-!

옆으로 이동하며 잡아먹을듯 화를 내던 룬은, 발에 묻은 비누거품 때문인지 젖은 바닥때문인지, 미끌어지면서 뒤쪽에 있던 욕탕 안으로 빠져버렸다.
당연하지만 룬에게 어깨를 잡혀있던 나도 덩달아 욕탕안으로 속절없이 빨려들어갔다.
무방비 상태에서 머리부터 거꾸로 잠겨버린 탓에 입과 코로 물을 삼켜버린 나는 허우적대며 욕탕에서 일어섰다.
욕탕에 빠진 와중에 허우적대던 룬은 엉겁결에 내 목에 팔을 감고서 함께 욕탕 밖으로 얼굴을 꺼낼 수 있었다.

"하아하아...콜록콜록...!"

"푸핫~! 쿨럭...! 흐, 흐얏!?"

뭉클.

코로 들어간 물에 정신없는 가운데 등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매끄러운 감촉에 등골에 전류가 달렸다.
내 목에 팔을 둘러서 내 등에 밀착한채 정신없이 기침하는 룬 때문에...
비누거품이 묻은 룬의 가슴이 매끄럽게 위아래로 미끄러지면서 등을 문질러오는 감촉에 정신이 날아갈것만 같았다.

"가, 가슴이 등에 닿고 있습니다만?"

"하아,하아...아앗!?"

룬도 정신을 차리고서야 눈치챘는지 황급히 내게서 떨어지려다가, 남탕이라는 상황을 깨닫곤 어깨를 잡은채로 살짝 거리를 벌렸다.
그리곤 다시 내 몸을 이끌며 이번에야말로 무사히 남탕을 벗어났다.



"네가 이상한 소릴 하니까 그렇게 됐잖아!"

불가항력이었다구 그건...
남탕을 벗어나 탈의실에 도착하자마자 룬은 곧장 내몸에서 떨어졌다.
몸을 씻던 도중 일어난 사건이었기에 미처 타월을 챙기지 못했던 룬은 어쩔수없이 양손으로 가슴과 다리사이를 가렸다.
비난의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던 룬은 내 허리춤에 둘러진 타월을 보더니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 이 저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불룩하니 앞으로 솟아오른 타월의 모습을 보고 시선을 돌리는 룬의 모습에, 나도 당황해서 허리를 구부려 몸을 숙였다.
방금전 등에 맞닿았던 가슴의 감촉 때문에 원기왕성해진 아드님.
덕분에 앞으로 불쑥 튀어나온 타월을 가리려고 부단히도 애썼다.
여자애 앞에서 이런 민망한 꼴을 보이게 되다니 부끄러워 죽을것 같다.
급히 몸을 돌린 내게 룬이 물었다.

"몸에 비누거품이 남았는데...혹시 닦을만한 물건 없어?"

"어...내 타월이라도 줄까?"

"뭐, 뭐?"

엉거주춤 허리에 둘러진 타월을 벗으려고 하자 룬이 정색했다.

"자, 잠깐! 내 앞에서 벌거벗고 뭘 할 생각이야 이 변태!"

벼, 변태?
뭘 할 생각이라니...날 대체 어떻게 생각하는거야!?

"아니, 그러니까 내 타월로 대충이나마 몸을 닦는게 어떨까 해서 말이지..."

순간 룬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네가 허리에 둘렀던걸 쓸 수 있을리가 없잖아!
그렇게 성난...그, 그걸 문질러대던 수건을 어떻게 쓰란 말야?"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런식의 묘사는 제발 그만해줘...!"

룬의 격한 반응에 나도 내 행동의 비상식성을 말그대로 절실히 깨닫곤 얼굴이 익은채로 이미 반쯤 풀다만 타월을 추스렸다.
아무래도 당황한 나머지 순간적으로 사고회로가 망가졌었나보다.
'알몸의 여자아이에게 타월을 건네주기 위해서 마찬가지로 알몸이 되는 남자'라니 무슨 정신나간 행동인지 원...
그냥 잠시 탈의실 밖으로 나가 새 수건을 가져오는게 나을것 같다.
응, 역시 그게 제일 상식적인 행동이지.

"그럼 내가 새 수건을 가져올테니까 구석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어."

"말하지 않아도 그럴거야. 사람들이 오기전에 빨리 가져오기나 하라구."

"알았다니까."

룬에게 답하곤 우선 허리에 두른 타월을 다시 가다듬으려 할때, 탈의실 바깥에서 웅성거리는 대화소리가 들렸다.

"어? 누가 탈의실쪽으로 오는것 같은데?"

"엑!?"

놀란 룬은 숨을 공간을 찾기위해 탈의실을 돌아보았다.
학교 탈의실처럼 캐비닛에 숨을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지만,
불행하게도 옷가지를 넣는 캐비닛은 상하 2단 구조라서 룬이 몸을 숨기기에는 너무 작아보였다.

캐비닛에 숨는걸 포기한 룬은 한쪽 구석에 있는 캐비닛과 캐비닛 사이의 오목한 공간으로 이동했다.
구석에 그대로 선채로 숨으려던 룬은 캐비닛 맞은편의 거울을 보고 굳어 버렸다.
맞은편에 스킨, 로션, 빗, 헤어드라이기 등이 배치된 테이블 위로,
바닥에서 1미터 높이에서 벽에 붙여진 반신거울은 룬의 상체를 적나라하게 비쳐주고 있었다.
혹여나 거울에 비치는걸 피하기 위해 몸을 숙인 룬은 가슴을 손으로 가리곤 무릎을 가슴께로 붙이듯 주저앉았다.
하지만 아무리 구석졌다지만 탈의실 한가운데 지점에서 본다면 오목한 공간에 숨은 룬의 발끝이 보일지도 몰랐다.

앞은 탈의실로 들어오려는 남자들, 뒤는 언제 남탕에서 나올지도 모르는 남자들.
룬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물론 내게도 최악의 상황이고.
이대로 룬을 혼자 두고 도망칠수도 없고, 여기에 있자니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남자 탈의실에서 단둘이 있는 남녀 한쌍이라니.
들키기라도 했다간 이상한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탈의실 문앞에서 양해를 구해야 하나?

'야심한 밤에 힘들게 목욕탕을 찾아오신 여러분껜 죄송하지만,
우주에서 온 신비한 별의 쌍둥이(룬, 렌) 공주님께서 현재 남자 탈의실을 점거하고 농성중이오니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점거 이유요? 어째서 대중 목욕탕에선 탈의실 바깥에 수건을 배치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탈의실을 석방하길 원한다면 사내아이가 추잡한 짓을 해대지 않은 깨끗한 목욕 수건 한장을 가져오십시오.
사이난 최고의 네고시에이터

협잡꾼인 저의 의견으로는 차라리 후추 한병을 가져다 주는게 훨씬 평화적인 해결책일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게 국제 상식이고, 유감스럽게도 후추는 전학갔기 때문에 목욕탕에 있을것 같진 않군요.'

초조해하는 룬의 모습에 덩달아 나도 안절부절 못하고 아바바 거리며 엉망진창인 사고속에서 혼란스러워 하던중, 룬이 날 불렀다.

"아키츠군! 빨리 이쪽으로 와!"

"어?"

"빨리 와서 여기 좀 가려달란 말야!"

"아, 알았어!"

룬의 다급한 손짓에 허둥지둥 룬이 숨어있는 구석으로 다가가 룬의 정면을 가렸다.
당연하지만 룬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기 때문에 양팔로 벽을 짚고 선 나와의 구도는 꽤 이상했다.
바닥에 앉은 룬은 내 허리를 가린 타월을 눈 앞에서 보곤 얼굴을 붉혔고,
나도 알몸의 소녀가 가슴을 가린채로 내 허리 높이에 얼굴을 가까이 하고 있는 상황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나마 가까스로 아드님을 가라앉히는데 성공했기에 더 민망한 전개가 되는건 피했다고 안도해야하나?
고개를 숙여 바닥에 주저앉은 룬을 내려다보다 얼굴을 들었을 때, 탈의실 안으로 몇명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목소리를 듣건데 학생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은 한쪽구석의 캐비닛 사이에 벽을 짚고선 날보곤 의아한 목소리로 수근거렸다.

"(응? 저기 저사람 뭐하는거야?)"
"(왜 궁상맞게 구석에서 벽을 짚고 저렇게 서있어?)"
"(어, 어이...저 금발...혹시 그녀석 아닐까? 아키츠 료스케.)"
"(뭐? 야, 소름돋는 소리 하지마! 그런 녀석이 왜 여기서 저런 궁상을 떨고 있겠어?)"

난 전생에 뭔 죄를 지었길래 역귀 취급을 받아야 하는걸까요.
...미안. 알고 있습니다. 전생이 아니고 그저 현생에 쌓은 업보악명탓이란 걸.
수근거리는 남자아이들의 인기척에 한껏 쪼그려앉은 룬은 긴장한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 궁금한데...한번 얼굴을 확인해볼까?)"
"(야, 야. 그만둬. 신경을 거슬리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팬다고 악명이 자자했잖아.)"
"(옷 갈아입는 척하면서 가까이 가면 괜찮지 않을까?)"
"(멀리도 아니고 탈의실 중간까지만 가도 알텐데?)"
"(...그정도라면 괜찮을까?)"

위험해!
잘못하다간 이쪽으로 다가올것 같아서 고개를 살짝 뒤로 빼서 학생들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다가오면 갈아버린다?"

금발에 특징적인 수염을 본 학생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지, 진짜 아키츠 료스케?"
"젠장! 이런 곳에서 만날줄이야...합!?"

말실수를 하곤 입을 가리며 눈치를 보는 학생의 모습에 속으로 한탄하면서 표정을 관리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겪어온 찬란한 인생 역정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주로 빌어먹을 불량배들에서부터 오해로 가득찬 시선을 보내오던 학생들과의 기억),
고뇌로 가득차 비탄에 빠진 얼굴이 되도록 애썼다.

"고민중이니까 번거롭게 굴지말고 얌전히 욕탕에나 들어가라고."

"네, 넷!"

푸르러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건데 내 얼굴은 애통함보다는 흉악함을 전달해준 것 같았다.
당황하던 학생들은 급히 대답하곤 최대한 내게서 떨어진채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뭐, 어찌됐건 겨우 한시름 놓은건가. 안도감이 밀려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저녀석들만 떠나면 얼른 밖에서 새 수건을 가져다 룬에게 건네주자.
한시라도 빨리 지금 상황에서 벗어날수 있기를 기원하며 시간이 흘러가기만 기다는데 허리춤이 어째 허전해졌다.

스르륵-
툭-

...어?

하반신에서 느껴지는 휑한 기운에 고개를 숙여 아래를 바라보니,
방금전 룬에게 주려고 반쯤 풀어놓았던 타월이 느슨해졌는지 허리에서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요컨데 지금의 나는 알몸.
숨을 삼키는 룬의 소리에 상황을 이해하곤, 머리속이 새하얗게 되어버렸다.

바닥에 앉은 룬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벽을 짚고 선 나와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은채 나와 마주한 룬.
바로 눈앞에서 나의 아드님과 마주한 룬은 경악한 나머지 입을 벌려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아..."

야!? 입 벌리지마? 뜨거운 한숨이 거기에 닿고 있다고!?

"(히익!?)"

룬의 입에서 새어나온 따뜻한 숨결에 닿아버린 아드님의 기세는 순식간에 스피어 더 궁그닐.
불가항력이라는 변명을 늘어놓기에는, 생리현상이란 미명하에 여자아이의 코앞에 그걸 내밀어버린 현재 상황은 난처하기 그지 없었다.

"(치, 치워...!)"

"(뒤로 물러났다간 들킨다고!?)"

안그래도 흘러내린 타월을 주울 생각도 안한채 부자연스럽게 벽짚고 서있는 내 모습을 힐끔힐끔 이상하게 쳐다보는 녀석들의 시선이 신경쓰이고 있는데,
여기서 엉덩이를 조금이라도 뒤로 뺐다간 직각으로 일어선 아드님의 옆모습을 탈의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킬 확률 100%라고!?
지금까지 겪어왔던 오해의 레퍼토리를 참조해서 녀석들의 반응을 예측해보면 어떻게 될까?
'최종귀축으로 진화한 아키츠 료스케는 작금에 이르러선 무생물인 탈의실 벽마저 겁탈하는 경지에 올랐도다.'
농담이 아니고 진짜 인간으로서 무언가를 잃어버릴지도 몰랐다.

내 항변에 룬은 뭔가 더 말하려고 입을 열다가, 바로 코앞에서 뜨거운 입김에 자꾸만 반응하는 아드님의 모습에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벽에 뒤가 막혀 물러설곳이 없던 룬은 이 이상 없을만큼 붉어진 얼굴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룬이 눈을 감자 나도 어느정도 사고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케이, 진정하자.
닿을지도 모르는 서로간의 간격을 이 상태로 계속 유지하는것도 고문이다.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번뇌에 빠진 아드님을 진정시키는거다.
하나- 둘- 하나- 둘-
차분히 숨을 들이쉬며 내뱉는다.
느릿느릿 내쉬는 호흡에 맞춰, 거세지던 아드님의 기세도 잠시 멈칫했다.
좋아. 이대로 계속 가는거다.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숨을 들이킨다.
탈의실의 갑갑한 공기 중으로 희미한 비누향의 부드럽게 코에 스며들었다.
음, 좋은 향기네. 남자들의 땀냄새나 맡을줄 알았더니 꽤나 괜찮은 향이잖아?
청량함이 느껴지는 비누 내음은 아래로부터 풍겨져 나왔다.

...음? 그러고보면 아래쪽엔 룬이...

비누거품이 잔뜩 묻은 룬의 알몸을 떠올리자, 방금까지의 노력도 허무하게, 진정해가던 아드님은 순식간에 뻣뻣한 콧대를 한껏 들어올려 버렸다.
...진정시키기 실패.

호흡을 고르다말고 끽하고 목졸린 듯한 소리를 내어버린 내 숨소리에 살며시 눈을 뜬 룬은,
다시금 치켜올라가는 아드님을 보곤 불이 날듯 얼굴이 빨개지며 다시 눈을 감았다.
주섬주섬 옷을 입는 남학생들의 수근거림을 배경음으로, 룬과 나에게 있어 서술하기조차 민망한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이윽고 남학생들이 남탕에 들어가고 다시 룬과 둘만 탈의실에 남게 되자, 벽에서 손을 떼고 룬에게서 물러났다.
몸을 일으킨 룬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믿을 수 없어! 이 변태!
그, 그...! 그런걸 내 코앞에서...!"

"미안해..."

"...최악이야..."

다시금 주저앉아서 우울한 얼굴로 침체한 룬의 모습을 보다가 탈의실을 나섰다.
탈의실 밖에서 새 수건을 허리에 두른뒤, 여분의 수건 몇장 들고 다시 탈의실로 돌아와 룬에게 건네었다.

"여기, 수건..."

"......"

룬은 말없이 수건을 건네받곤 몸을 닦았다.
뒤돌아서서 남탕과 탈의실 밖에서 오는 사람이 없는지 주의하고 있자, 어느새 룬은 옷을 갈아입는걸 끝마쳤다.
사과해오는 나를 팔짱을 낀 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룬은 내키지 않는다는듯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날 구해줬으니까 이번은 용서해줄께."

"...정말?"

"딱 한번 뿐이야. 대신! 오늘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마. 알았어?"

"아, 물론이지!"

다행히 예전에 도움을 준 것 덕에 룬에게 용서를 받을수 있었다.
흥분한 아드님을 면식있는 이성에게 생으로 보인다는,
나로서도 잊고싶을 만큼 부끄러운 경험을 한터라 우울하기 그지없었는데 그나마 다행인가.
한숨을 쉬며 안심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룬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다가 손가방을 집어들었다.

"가는거야?"

"언제까지 남자 탈의실에 있을 순 없잖아?"

탈의실 문앞까지 걸어간 룬은 살짝 고개를 돌려 힐끗 나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네 등은 의외로 보통이었구나?"

"...응?"

"야쿠자니 뭐니 하길래, 등에 도깨비 문신이라도 하고 있을줄 알았는데 말야."

문신같은거 바늘이 안박히니 무리고(할 생각도 없지만), 애초에 야쿠자도 아닙니다.
룬은 떨떠름한 얼굴로 선 날보며 피식 웃곤 탈의실을 벗어났다.

혼자 탈의실에 남아 멍하게 서있던 난 쓴웃음을 짓곤 머리카락을 휘저었다.
마지막에 조금 뜬금없으면서도 오해섞인 발언을 들은 덕에 기분은 묘했지만,
부끄러운 일을 겪어 룬과 서로 서먹하던 분위기가 한결 나아진 느낌이다.
혹시 룬 나름대로의 분위기를 푸는 대화였던걸까?
룬이 떠나기 전에 뭐라도 맞장구를 쳐주는 편이 나았을거라 아쉬워 하곤 다시 남탕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제대로 목욕을 하지도 못했고, 방금전 욕탕에서 룬이 매달려왔을 때 묻었던 거품이 아직 등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남탕에 들어가 구석가에 있는 목욕탕 의자에 앉았다.
방금전 벌어졌던 해프닝 때문인지 사람들은 애써 나와 거리를 두려하는 모습이었다.
수근거리는 소리에 신경쓰고 싶지 않았기에 얌전히 몸을 씻는데만 몰두했다.
한참 몸을 씻고 있으려니 바로 옆자리에 뚱뚱한 남자 한명이 앉아서 샤워기를 틀어 씻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보통 한두칸씩은 떨어져서 씻는데 바로 옆사람 근처에 앉다니 유들유들한 사람인가보네.
피식 웃곤 머리에서부터 물을 끼얹으려고 눈을 감았다.

터억-

순간, 머리에 무언가 닿았다.

"아하하하! 해냈다구요 형님~!"

눈을 뜨자 옆에 앉았던 뚱보가 환호성을 지르며 남탕 밖으로 뛰쳐나가는게 보였다.

"...뭐야 저사람은?"

옆에 있는 사람 머리에 장난을 치다니, 이상한 사람도 다있네.
투덜거리며 머리에 얹어진 물체를 치우려고 손을 올렸다.
하지만 얼굴 높이까지 올라가던 손은 도중에 움직임을 멈춘채 굳어버렸다.

"...어? 몸이?"

어쩐지 익숙한 감각과 함께 멈춰버린 몸에 당황했다.
역빙의? 아니, 그거랑은 어쩐지 미묘하게 다른데?
혼란스러운 마음과는 무관하게 몸은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욕탕 의자에서 일어나 어색한 동작으로 남탕을 벗어나던중, 벽에 걸린 반신거울을 통해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머리위에 고정되어 있는, 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금속 안테나.

결론. 몸을 뺏겼습니다. 역빙의가 아니라 이상한 기계를 머리에 씌워져서.

하하하!



...웃을일이 아니잖아!?

경악해하는 내 마음을 무시한채 내몸은 멋대로 남탕을 벗어나 한곳으로 이동했다.
이동한 곳에서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구멍이 뚫린 벽이 있었다.
여탕과 이어진듯, 구멍 너머에서 여자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구멍너머로 상황을 살펴보자 목욕탕 천장까지 닿을만큼 거대한 사족보행 로봇이 금빛 장발을 기른 여자아이, 야미와 대치하고 있었다.

"SOLGAM의 무인형 전투로봇이군요..."

또 SOLGAM 이야? 야미의 입에서 재수털리는 녀석들의 이름을 들어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당연한 결과라고 할까, 야미에게 덤벼들던 전투 로봇은 순살당했다.
로봇의 목에 올라탄 야미가 양팔을 돌리자 우드득-! 하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로봇의 목이 뜯겨져나갔다.
목이 뜯겨져나간 로봇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며 단순한 고철이 되어버렸다.

"이런 구식 로봇 상대론 능력을 쓸것도 없습니다."

과연 야미는 대단하네. 전설로 불렸다는건 빈말이 아니었군.
집채만한 크기의 로봇이 어린 소녀에게 박살나는 광경은 비현실적이기 그지없었다.
무심코 탄성을 내뱉을때, 머리위에 달린 컨트롤러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큿! 이대로 물러날 순 없지! 이제부터가 진짜다!』

"어? 어?"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여탕으로 통하는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야 임마!? 안돼!"

비명과 함께 여탕에 착지하자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키츠 료스케?"
"료스케?"
"료스케 오빠?"
"꺄악! 뭐야 이 변태 수염!"

눈이 살짝 크게 뜨여진 야미.
놀란 얼굴의 라라.
수건으로 몸을 가린채 당황하는 미캉.
그리고 비명을 지르는 룬.
...에? 룬? 다시 몸을 씻으러 여탕에 들어온건가!?
난데없는 남자(나)의 등장에 여탕 안은 혼란에 빠졌졌다.
여성들의 목소리로 여탕이 소란스러운 가운데 야미가 나를 노려보았다.

"아키츠 료스케...결국 이런 짓까지 하게 되었군요."

"자, 잠깐! 이건 내 의지가 아냐!"

"그럼 뭐하는 온겁니까 당신은?"

"그러니까..."

『아키츠 료스케라고 했던가? 이녀석에게 특수 생체병기 안테나를 붙였다.
지금은 내 조종대로 움직이는 인형이지.』

"...씻으러 왔다가 우주인에게 조종당했습니다."

친절한 설명 고마워요 빌어먹을 우주인 자식아.
아무래도 야미의 현상금을 노리고 덤벼드는 현상금 헌터 같다.
하필이면 여탕에 있을때 습격해온걸 보면 헌터가 아니라 단순한 변태일지도 모르지만.

『조사에 따르면 이녀석은 너와 정면으로 마주하고서도 살아남은자라더군.
심지어 데빌루크 성인과도 대등하게 싸웠다지?
게다가 소문에 의하면 천명의 인간과 싸워 이겼다고도 하고, 이 행성 마피아의 비밀병기이기도 하다던데.
이보다 더 믿음직하고 굉장한 패는 없지!』

...헌터 맞군요.
다만 정보수집을 판타지로 하셨네요.
1:1000의 대결이라든가 비밀병기설 같은건 이미 도시전설의 영역입니다.

『형님! 계획대로 안테나 붙이고 왔습니다!』
『알고 있어. 지금 조작 중이다.』

방금전 목소리는 방금전 남탕에서 만났던 뚱보?
처음 들렸던 헌터의 목소리와 함께 다시금 몸이 마음대로 움직였다.

『자아, 금색의 어둠! 이번엔 쉽지 않을거다!
네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우하우하 해주지!』

이 변태가!?
터무니없는 헌터의 대사가 끝나자마자 난 야미를 향해 돌진해갔다.
달려드는 내 모습을 보던 야미는 슬쩍 옆으로 피하더니 다리를 들어 내 배를 걷어찼다.

퍼억-!

"우아앗~?"

야미에게 맞고 뒤로 날려버려져선 방금전 기능이 정지한 사족보행 무인로봇의 배 아래로 떨어졌다.
불행하게도 바닥의 충격이 전해졌는지 네발로 서있던 로봇이 균형을 잃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며 날 깔아뭉개버렸다.

쿠우웅- 우직-!

"꺄악! 료스케 오빠!?"
"료스케!"

로봇의 배로 시야가 가려진 가운데 미캉의 비명와 라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닥과 로봇사이에 샌드위치마냥 끼인게 우스꽝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나 무사하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몸위에 걸터앉은 로봇의 몸통을 양팔을 벌여 잡았다.

구구궁...끼기긱-

"에?"

그그극-

"거, 거짓말..."

미캉의 경악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로봇의 타원형 몸뚱이를 들어올리며 일어섰다.
팔로 잡은 부분이 우그러져버린 로봇을 안테나의 내장 카메라로 보던 헌터가 탄성을 내뱉았다.

『...후, 후후...후하하하하!
이건 기대이상의 물건인데?』

우지끈- 콰지직-


환희하는 녀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로봇의 허리에 박아넣은 양팔에 힘이 들어가며 그대로 로봇을 허리부터 두조각으로 찢어버렸다.
난데없이 벌어진 차력쇼에 지켜보던 이들의 눈이 동그래지는 광경을 보자니 대체 무슨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겠다.

『봤느냐 이 힘을! 계획대로다!』
『대단합니다 형님!』
『강인!무적!최강! 아하하하하! 그야말로 최고의 패를 뽑았다!
이녀석만 있다면 금색의 어둠을 잡는것 따윈 식은죽먹기!』

이 자식들, 남의 몸 갖고 맘대로 떠들지 말라고.

『간다! 에너미 컨트롤러! ABBBB ABBAAA!』
『...형님, 또 이상한걸 보셨습니까?』
『괜찮잖아? 미개행성의 문화치곤 재밌었단 말이다.
이대로 금색의 어둠에 다이렉트 어택!』

뭐야 이 만담 개그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다시금 야미를 향해 덤벼들었다.
야미는 태연하게 머리카락으로 수십개의 주먹을 만들어 날렸고, 난 전신에 주먹을 맞고 다시금 뒤로 날려졌다.
젠장, 오늘 몸 한번 험하게 굴리겠구만!

『혀, 형님!』
『괜찮아. 조작이 가능한걸보면 데미지는 적어.』

내가 안 괜찮습니다.
뭐야 이 바보같은 돌격은?
상처없는 내 모습에 야미의 머리카락이 변형되어 철퇴와 칼날로 바뀌었다.

"과연...이해했습니다. 아키츠 료스케.
당신을 상대로 봐주는것 따윈 사치였다는걸..."

"자, 잠깐?"

야미가 본격적으로 싸움에 임하려는 태도인것 같아서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대로 계속 야미랑 겨루게 되어봤자 내게 좋을건 없고,
무엇보다 여탕에서 여성들의 알몸을 바라보는것도 사회적인 의미로 아웃이고,
이런 장소에서 허리에 수건 하나 두른채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계속 연출하는것도 민망하다.
아무래도 지금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것 같았다.

"야미, 부탁이 있어."

"유언입니까?"

"유언!?"

부정의 뜻으로 고개를 휘휘 저으려다 포기했다.
조종당하고 있으니 고개마저 맘대로 안돌아가...

"10분만 시간을 끌어줘."

"10분?"

"그래. 10분만 버티면 야미 네 승리다."

몸의 제어를 빼앗긴 적이야 수십번은 되니까.
이번 경우는 조금 특수하지만 대처법은 충분하다고.
내 말에 잠깐 생각하던 야미는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신이라면 뭔가 꿍꿍이가 있겠지요."

「하지만...」으로 말을 이은 야미는 어째선지 머리카락을 치켜세우면서 입을 열었다.

"시간을 끄는 건 좋지만, 이대로 쓰러뜨려 버려도 상관없겠지요?"

"...응?"



『후하하하하! 끝이다!』
"큭! 이렇게 강할줄은!"
"료스케 안돼!"
"료스케 오빠 정신차려요!"
"아키츠군! 제발 그만둬!"

일방적으로 야미를 몰아붙이는 내 모습에 라라와 미캉, 룬이 다급히 외친다.
라라가 야미를 도와 싸우지만 2:1이 되었는데도 전황은 도무지 나아지질 않는다.
드디어 쓰러진 야미와 라라에게 마무리 공격을 넣으려는 순간, 내지른 주먹이 야미의 코앞에서 멈춘다.
어리둥절한 야미를 바라보며 씨익 웃는다.

"10분이 지났군. 타임아웃이다."
『뭣!?』

손을 들어 머리에 꼽힌 컨트롤러를 떼어낸다.
컨트롤을 벗어난 나의 행동에 헌터가 경악한다.

『어, 어떻게?』
"알거없어."

육체를 빼앗기는거야 수십번도 더 당해봤으니까.
흥미로운 육체 조작법이었지만 이제 적응했다.
힘밀기로 무식하게 제어를 찾을수도 있었지만, 역시 스마트하게 몸을 되찾는게 취향이란 말이지...
그리하여 멋지고 강한 아키츠 료스케는 현상금 헌터들을 묵사발내고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잘됐군 잘됐어~



...라는 전개를 생각했던적도 있었습니다...

「전투력 측정기스카우터」라고 들어보았나?
이 시점에 와서 3분컵라면 전설 야채 왕자님 같은 꼴을 당하게 될 줄이야...



10분 운운이 끝난 직후 덤벼든 나의 직선적인 공격을 피하던 야미는 별안간 뒤로 뛰어서 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욕탕 안에서 우햐우햐 해주마!』

헌터 녀석의 얼씨구나 하는 목소리가 컨트롤러에서 들리며, 내 몸은 바닥을 박차고 허공에 떠서 욕탕으로 포물선 운동을 하며 떨어져 내렸다.
아...공중에서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낙하하는 경험은 처음이다.
아래로 하강하는 내 모습을 보던 야미는 머리카락을 움직였다.
욕조에 가득찬 물 속으로 깔린 머리카락이 보자기처럼 넓게 퍼지며 수면위로 거세게 솟아올랐다.

푸화악-!

솟아오른 야미의 머리카락과 함께 욕탕의 물들이 폭발하듯 터지며 허공에 뜬 내게 쏟아졌다.

『우왓! 뭐, 뭐냐?』

그야말로 하늘을 향해 폭포수같은 기세로 역류하는 물벼락에 시야가 가려지자 헌터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수영장에서 봤던 물장구의 응용인가!?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물벼락을 가르면서 야미가 위로 뛰쳐올라왔다.

퍼어억-!

"으아앗!?"

휘둘러진 머리카락 펀치에 맞고 튀어올라가 천장에 부딪히곤 바닥에 추락했다.
바닥에 부딪힌 직후 몸을 일으킬 새도 없이 눈앞에서 폭우처럼 쏟아지는 주먹을 맞고서 한쪽 벽에 처박혀버렸다.
형편없이 당하는 내 모습에 헌터가 아연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 어째서? 어째서냐!? 어째서 이런...!
분명 조사에 따르면 힘으로는 금색의 어둠을 상회할텐데...!』

등신아. 컨트롤이 문제라고...

격투게임으로 치면, 고수랑 초보의 승부.
야미도 실내라서 날개같은건 꺼내지 못하고, 수건으로 몸을 가리느라 한손을 쓰지 못한다는 패널티가 있다지만,
지금 상황은 그런걸 패널티로 놓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수준차다.
헌터녀석의 조작능력이 그야말로 최악이었으니까.

우선 시야를 확보할 수단이 머리 위에 장착된 카메라 뿐인게 문제다.
소형 카메라가 볼수있는 좌우 시야각의 제한 문제도 있고, 머리 위에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머리 아래쪽의 시야를 확보할 수 없다.
야미가 근접해서 다가오면서 아래로 몸을 숙이거나 옆으로 돌아 공격하기만 해도 카메라로는 야미를 볼 수 없다.
쉽게 말해서 바로 오른쪽에 멀뚱멀뚱 서있는 사람조차 카메라는 인식할 수 없단 거다.
(1인칭 시점의 슈팅 게임에서, 바로 옆에서 점프하며 장난을 치는 적군조차 눈치채지 못하다가 바보같은 죽음을 맞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또한 반사신경의 문제도 있고, '수동조작'으로 인해서 '보고, 조작하고, 반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차.
게다가 안그래도 상황이 나쁜데, 헌터 녀석은 여자들 알몸을 바라보는데 정신이 팔려서 컨트롤도 건성으로 하고...
정면을 가드하지도 않은채 무작정 타월을 벗기려고 양팔을 벌린채 돌진하다가 얻어맞았을땐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미 전술은 커녕 상식조차 없는 지경.
대놓고 말하자면 '기체는 좋았지만 사용자가 저급'이네요.
이걸로 이길 생각이 있었다면 넌 정말 바보다.

근데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당하면 나도 마음이 좀 아파...

소녀들 상대로 「나 쎄에에에에에!」 하며 주먹을 휘두르는 망나니 짓을 할 생각따윈 애초에 없었어.
보통 적으로 돌아서면 파워업 보정이 붙는게 정석이라지만, 솔직히 보정 같은건 없어도 돼.
「아군일 때는 든든하지만 적일 때는 최악」이라는 대사도 있지만 그것까지도 바라진 않아.

전투는 브레인이야... 스마트하게 싸워야 한다구.
누가 내 몸 가지고 이렇게 무식하게 싸우래?
덕분에 난 야미의 공격을 한대도 못피하고 전부 직격당했다고. 그야말로 샌드백처럼.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의 「마법의 가을」은 중학교 3학년때 이미 끝났나 봅니다.

워낙 정신없이 당하다보니, 육체 컨트롤을 되찾을 시도는 생각도 제대로 못하고 허무하게 시간만 흘러버렸다.
싸움은 유효타 하나없는 공방의 계속이었다.
야미는 엉망진창인 내 움직임을 전부 피해버렸으니 데미지가 없었고,
나야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혀도 끄떡없는 몸덕에 여전히 팔팔한 상태였다.
무너진 벽더미에서 상처 하나 없이 몸을 일으키는 날 보곤 야미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터무니없이 튼튼하군요 아키츠 료스케..."

"...지금은 이 몸이 원망스러운데...
정말이지 이렇게 많이 얻어맞은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라구?"

대체 몇발을 먹은거야?
세자리수는 아니라는게 다행이지만.

"후...날 이렇게까지 몰아붙인건 야미 네가 세번째다."

"...갑자기 왠 되도 않는 폼을 잡는겁니까 아키츠 료스케?"

"...미안. 조금 분위기 타봤어."

결국 또 엉망진창으로 당할거라면 말만이라도 폼나게 하고 싶었다구!

"아무튼, 그럼 앞의 두명은 누구입니까?"

"저스틴이랑 라라."

"그럼 프린세스.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맡겨줘!"

"...어?"

어리둥절하는 사이에 야미를 도우려고 라라마저 전투에 참전해버렸다.

『2:1 인가...! 그래도 이쪽은 아직 데미지가 없다고!』

야, 야 이 빌어먹을 중생아...!
직접 싸우는게 아니라고 너무 태평한거 아냐?
싸울 의욕 만만해보이는 라라의 모습에 식은땀이 날것 같았다.
'산넘어 산'이란건 이런 경우를 말하는거로군.

선공은 라라였다.
「이얍!」하는 기합성과 함께 내질러진 주먹에 맞고 또다시 하늘을 날아 벽에 부딪혔다.
맞을때마다 이렇게 가볍게 날아가다니 평소라면 꿈도 못꿀 경험을 하게 만들어 주는군, 빌어먹을 헌터 자식...
여전히 변함없는 움직임으로 일어서는 내 모습에 라라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라? 직격했는데...?"

『후후후후후...철벽철벽철벽~! 이몸은 무적이다!』
『그것도 만화의 대사입니까 형님?』

지금 얻어맞고 있는건 나라고!
그리고 그 대사는 뭐야? 철벽의 파알? 원○스?
강철봉 한방에 쓰러져버린 녀석의 대사같은거 재수없을 뿐인데.

라라는 우우하며 볼을 부풀리더니 꼬리를 들어올려 꼬리끝으로 나를 가리켰다.
저건 설마...빔공격?

"얍-!"

빠직!

"읏!?"

라라의 꼬리에서 쏘아져 나온 빔에 맞아서 타월이 너덜너덜해졌다.

"윽, 또냐...!"

「「「꺄아~~~」」」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타월에 당황하는 가운데 여자들의 교성이 들렸다.
주변으로 주의를 향하자 이쪽을 향해 눈을 가리면서 호들갑을 떠는 아가씨들의 모습이 보였다.
얼굴을 붉히면서도 눈을 가린 손틈으로 힐끗힐끗 훔쳐보는 여자들의 모습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니 이 아가씨들은 도망도 안가고 대체 뭘 구경하고 있는거야!?
라라의 빔공격 후 나를 관찰하던 야미가 중얼거렸다.

"...상처하나 없군요..."

아, 그건 참 불행중 다행이지.
이 무식한 헌터 놈이 도무지 피할 생각을 안하는데도 몸이 건사한 지금은, 튼튼하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다만...소년만화 배틀물에선 남자는 상의가 벗겨질 지언정 하의는 팬티조차 노출시키지 않는다던데,
정작 허리에 둘러진 내 타월은 빔을 맞아 걸레가 되어가고 있었다.

결정적인 타격을 받지않고 계속 일어서는 내 모습에, 라라와 야미는 다른 방도를 생각하려는지 공격을 잠시 멈췄다.
야미와 라라의 협공에 이리저리 엉망으로 당해버린 내 모습에 헌터가 혀를 찼다.

『쳇...시드만 터진다면 2:1 상황 쯤이야 단숨에...』
『형님! 알수없는 대사는 이제 그만하세요!』
『너무 흥분하지 마. 유산균은 잘 섭취하고 있는거냐?』
『그러니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니까요!? 대체 지구에 와서 얼마만큼의 만화를 본겁니까?』
『후후, 넌 네가 먹은 빵의 개수를 기억하나?』
『...영문을 모르겠어!』

만화에 심취했구나 헌터 녀석들.
머리위에서 떠들어대는 소리에 푸욱 한숨을 내쉬는데 야미가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야미? 무슨 생각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거야?"

"아뇨, 별거 아닙니다. 만화라고 하니까 잠시 소년만화의 필살기 같은게 떠올랐을뿐..."

"싱겁긴..."

최근에 읽은 영웅학원 이후로 야미는 만화에도 어느정도 관심을 가진것 같았다.
그러고보면 야미도 필살기 같은게 있으려나?
머리카락으로 날리는 거대한 금빛 주먹을 보면 떠오르는건 석파천경권이었는데.
야미의 호칭도 '금색'의 '어둠'이니까 갓 핑○라든지 다크니스 ○거 같은것도 어울릴것 같고.
...설마 지금 이 장소에서 쓸 필살기를 생각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몸이 튼튼하건 어쨌건간에 애초에 필살기 같은 흉악한 공격은 절대 맞고싶지 않다.

헌터들의 만담동안 야미와 대화를 나누면서 지루한 대치가 계속되던 중 보다못한 룬이 라라를 불렀다.

"라라! 그러지말고 뭔가 좀 해봐! 네 발명품으로 저 컨트롤러를 어떻게 할순 없는거야?"

룬의 외침에 라라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 그래! 페케를 불러서 만능툴을 쓰면..."

『그런 짓을 하게 내버려 둘 것 같으냐!』

몸이 앞으로 튕겨나가듯 쏘아지면서, 몸을 돌려 여탕 입구로 향하던 라라를 뒤에서 껴안았다.

"엣?"

『후후...데빌루크 프린세스의 두뇌는 은하에서도 유명하지.
그렇게 하도록 놔둘만큼 방심하지 않아.』

"후엣?"

"으, 으악!?"

라라의 등뒤에서 겨드랑이 사이로 집어넣은 양손으로 라라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하자,
라라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새어나와 나도 기겁해서 비명을 질렀다.
나랑 라라가 당황하는것과 별개로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걸었다.
움켜쥔 라라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는 손가락을 통해 전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우홋! 빈유도 좋지만 이쪽은 이쪽대로...』
『혀, 형님? 원래 목적은?』
『바, 바보녀석! 데빌루크의 공주를 내버려둔다면 무슨일을 저지를지 모른단 말이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승리의 열쇠다!』

"히야앗?!"

말은 진지한 주제에 성희롱하지 말라고!
계속되는 애무에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라라는 날 뿌리치려고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헌터의 조작이 어떻든간에 힘은 내쪽이 우위였기에 라라는 쉽사리 내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라라의 어깨에 걸쳐놓듯 올려진 내 얼굴을 라라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향긋한 샴푸 내음이 풍겼다.
으으응- 신음하면서 성대를 울리는 소리가 얼굴에 전해지며 간지러운 느낌이 뇌를 자극했다.
...이럴때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 난...
자기 혐오에 빠지려는 나에게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라라가 이리저리 몸을 움직면서 라라의 엉덩이가 자꾸만 내 몸을 스쳤다.

나: 아들아 이게 무슨 짓이냐?
아들: 최종귀축의 자리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아버님.


"료, 료스케... 엉덩이에 뭔가가 닿았어..."

움직이다말고 얼굴이 빨개져서 소근거리는 라라의 목소리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부탁이니까 움직이지 말아줘..."

"하, 하지만...아읏..."

울상을 지으며 뭐라고 말하려던 라라는 다시금 가슴을 희롱당하면서 야릇한 신음을 흘렸다.

『우히히~ 부끄러워 하는 모습이 좋구나~!』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는건 인정하지만, 댁같은 변태마냥 흥분하고 싶진 않습니다.
흥분한 헌터의 외침속에서 파렴치하게 가슴을 비비는 손길에 라라가 다시금 저항했다.

"아...안돼 료스케..."

『돼!』

자꾸만 내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라라의 목소리 덕분에, 지금 상황에 대한 곤혹스러움과 여자아이를 강제로 희롱한다는 수치심이 더해져 양심이 붕괴할것만 같았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야미와 시간을 끌면서 몸의 컨트롤을 찾았어야 했는데, 시간을 벌기는 커녕 야미에 의해 엉망진창으로 당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몸을 제어할 엄두도 못냈다.
필사적으로 몸의 제어를 되찾기 위해서 정신을 집중하려던 찰나, 헌터의 외침이 귀를 때렸다.

『좋아, 그럼 이제 타월을 벗겨!』

"야, 야!? 제발 이제 그만둬!?"

지금도 이미 충분하리만큼 최악의 변질자 행위인데, 이이상 내 업보를 쌓게 하지 말라고!
정신 집중하는 것도 잊고 기겁해서 소리치자 친절하게도 대답이 돌아왔다.

『하! 네말에 따를 의리는 없다!』

내용은 전혀 친절하지 않았지만.
괴로운 신음을 흘리는 라라의 몸에서 이미 반쯤 흐트러진 타월을 천천히 잡아당기는 내 손을 배덕감 속에 지켜보며 외쳤다.

"썸바디 헬프 미~~~!"

"변태는 퇴치합니다!"

퍼어억-!

"미이이~!?"

야미의 외침과 함께 옆구리에 강렬한 발차기를 맞고 라라에게 떨어져 훌훌 허공을 날아올랐다.
천장을 향한채로 바닥에 쓰러진 직후, 왼뺨에 충격이 전해지면서 고개가 오른쪽으로 꺾어졌다.
배쪽으로 시선을 내리자 야미의 왼발이 내 배위에 올려져 있었다.
즉, 지금 내 왼뺨을 짓밟고 있는 조그맣고 어쩐지 말랑한 물체는 야미의 오른발이로군요.

『아, 안움직여?』

개그 보정이라도 들어갔는지 머리가 어질어질한 것이, 헌터의 조작에도 몸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었다.

"아키츠 료스케..."

"야, 야미?"

"당신은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이렇게 저질스러운 행동을 하는군요."

"야, 그건 내가 아니...「꽈아악-」으갸갸~?"

볼을 내리누르는 힘이 강해지면서 머리가 바닥을 파고들듯 짓눌렸다.

"이, 이렇게 된건 정말 할말이 없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자의가 아니었다고? 으긋...!"

잘근잘근 뺨을 짓눌러대는 야미를 설득하려고 필사적으로 야미의 얼굴쪽으로 눈알을 굴리다가 흠칫했다.
타월 아래로 빠져나온 양다리. 내 얼굴을 밟으면서 벌어진 허벅지 안쪽이 드러나보이며 무심코 침을 꼴깍 삼켰다.

"저기, 야미."

"변명할 거리가 있다면 어디한번 해보시죠 아키츠 료스케."

"그...타월은 좀더 잘 가리는게 좋아."

"!? 어딜 보고 있는 겁니까!?"

퍼억-!

"꿱~!?"

야미는 새빨개진 얼굴을 하곤 황급히 가랑이 사이를 가리며 머리카락 펀치로 내 몸을 강타했다.

"참아 야미짱!"
"야, 야미짱 진정해!"

바닥에 쓰러진채 난타당하는 내 모습에 놀란 라라와 미캉이 야미를 말리러 가까이 다가왔다.

"어? 벌써 끝난거야?"

어느새 탈의실에 다녀온 모양인지 한손에 손가방을 든 룬이 가까이 다가왔다.

"룬, 그건?"

"아, 혹시 몰라서 치한퇴치용 도구를 가져왔는데...아무래도 쓸일이 없었나보네."

바닥에 큰대(大)자로 쓰러져있는 나를 내려다보면서 룬은 손가방을 만지작거렸다.
순간, 내 한쪽 팔이 뻗어져 나가면서 룬의 발목을 붙잡았다.

"엑? 뭐, 뭐야!?"

『후후, 방심은 금물이지.』

이죽거리는 헌터의 목소리와 함께 룬의 발목을 잡은채로 상체를 천천히 일으켰다.

"확실히 쓰러뜨렸다고 생각했는데..."

『아, 나도 이대로 끝장인가 싶었는데, 이 녀석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매번 내 기대를 배반해주는군.』

"익! 아키츠군! 이거 놓지 못해?"

"미안, 무리."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면 한참도 예전에 바닥에 엎드려 모두에게 사과했을거라구.

야미는 룬을 인질로 잡고 선 나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마주보았다.
라라는 붉어진 얼굴로 살짝 눈을 치뜬채 타월로 몸을 가린채 서 있었고, 미캉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인질극에 긴장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룬의 몸을 뒤에서 단단히 잡고나서, 헌터는 득의양양하게 명령했다.

『자, 인질의 목숨이 아깝다면 천천히 거리를 벌리고 물러나라.』

"......"
"룬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어?"
"룬 언니..."

천천히 뒤로 물러서는 세명을 보며 헌터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후후, 그럼 다시금 즐겨볼...아니 승부를 내볼까? ...응?』

헌터의 도착적인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룬의 가슴을 위에서 내려다 보게된건 최악의 경험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며 보인 광경은, 고개를 숙인 바로 그 타이밍이야 말로 최악이었다는걸 깨닫게 해줬다.
몸을 가린 수건 위로 동년배에 비해서 도드라져 보이는 룬의 가슴 계곡 같은건 문제도 아니었다.
용감하게도 혹은 무모하게도, 룬은 어떻게든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손가방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막 어떤 물체를 꺼내던 도중이었다는 것이다.
분명 지금 이 장면을 목격한 것은, 빌어먹을 악운이 악당을 가호한 것처럼, 헌터에게 있어선 분명 최고의 행운일 것이다.
컨트롤러의 카메라 너머로 룬의 행동을 파악하자마자 헌터는 내몸을 조종해 룬의 손목을 잡아챘다.

『허튼짓 하지마!』

"꺄악!?"

놀란 룬은 비명과 함께 손에 들고 있던 타원형 물체를 놓치고 바닥에 떨어뜨렸다.
떨어진 타원형 물체는 바닥에 충돌하는 순간 폭음과 함께 대량의 가스를 방출했다.

펑-!

"흡-!"
"꺄!?"
"읍!"

가스에 휩쓸리면서 야미와 미캉은 급히 호흡을 멈추며 뒤로 물러섰고, 라라도 놀라면서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나야 당연하지만 피하지도 못하고 가스를 그대로 흡입해버렸다.
무슨 효과인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최루탄 같은 물건이 아닌게 다행인가.
가스가 사라져 라라와 미캉의 모습이 보인 순간 눈이 튀어나올것만 같았다.
방금전 몸을 가리던 수건을 어디로 뒀는지 둘 다 알몸을 드러낸채 당황하며 이쪽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효~! 멋진데!』

헌터의 환호성을 들으면서 충격적인 장면에 뻣뻣하게 굳어있으며(애초에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지만) 문득 생각했다.
야미는 어디로 사라진거지?
의문을 떠올리기 무섭게 등뒤에서 금빛 머리카락들이 뻗어져나와 룬을 잡고 있던 손을 낚아챘다.
풀려난 룬은 황급히 옆으로 몸을 피했고, 몸을 돌리려던 난 등뒤에서 야미의 난타 공격을 받고선 그대로 정면의 벽으로 날아가 충돌했다.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때 룬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앗! 이로 두꺼비의 옷 소멸 가스를 꺼내버렸잖아!?"

옷 소멸 가스? 뭐야 그게!?
야미와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우주 두꺼비의 옷 녹이는 액체랑 비슷한건가?
그래서 가스 범위안에 있던 사람들(야미, 미캉, 라라, 룬)의 수건이 녹아버린거로군.
거꾸로 벽에 박혀 생각하던 중 뚫어져라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느껴져 등골이 오싹해졌다.
...하반신이 휑하다...

호들갑을 떨면서 눈을 가리는 여성들의 모습에 가증스러움이 느껴졌다.
어이 거기! 꺄꺄 하면서 손가락 사이로 다 보고 있잖아요!?

『우햐햐~! 천국이다!』

아니오. 지옥입니다.
몸을 가리려 애쓰는 야미와 룬의 모습에 흥분한 헌터의 목소리에 반박하며, 자꾸만 화끈거리는 볼을 쓰다듬고만 싶었다. 쓰다듬을수 없지만.
죽을만큼 부끄럽습니다...
내 수치심과는 무관하게 헌터의 환호성 속에서 룬에게 덤벼들었다.
당황한 룬이 다시 손가방에 손을 집어넣으려던걸 막곤, 손가방을 목욕탕 한쪽으로 던져버렸다.

"아..."

망연해하는 룬의 몸을 밀어뜨려 바닥에 쓰러뜨리자 내게 깔린 룬을 비명을 질렀다.

"꺄!? 비켜 이 변태야!"

『우홋~! 앙탈을 부리는 모습이 귀여운데~』

"뭐야!"

한손으론 가슴을, 다른 한손으론 다리 사이를 가린 룬의 위에 올라타 천천히 몸을 숙였다.
가슴과 다리를 가린 손을 치우려고 내밀어지는 내 팔을 본 룬은 창백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질듯 달아오른 내 얼굴을 본 룬은 입술을 한차례 질끈 씹곤 갑자기 양팔을 내목에 둘렀다.
그리곤 목에 둘러진 팔을 끌어당기며 그대로 내 품에 안기듯 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흉판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가슴의 감촉과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룬의 더운 숨결에 귓볼이 새빨개졌다.

"무, 무슨..."
『안보여!?』

"이렇게 하면 카메라로는 안보이니까."

당황한 내게 대답하며 룬은 한껏 몸을 밀착해왔기에 몸을 압박하며 짓눌리는 가슴의 감촉이 그대로 전해졌다.
빨개진 내 귀에 입술을 가까이한 룬은 입술을 열어 귓구멍으로 숨을 불어넣듯 낮게 속삭였다.

"...원래대로 돌아오면 각오하도록 해."

다만 그 내용은 연인들이 사이좋게 나누는 밀어 같은게 아니라, 씹어먹을듯한 어조의 협박이었다는게 문제였지만.
말을 끝마친 룬은 양손으로 내 머리를 껴안으며 내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었다.

"엣취-!"

커다란 재채기 소리가 따갑게 귀를 찔렀다.
재채기와 함께 발생한 연기가 사라지자 눈앞에는 룬 대신 회색 단발에 자주빛 눈동자를 가진 렌이 쓰러져 있었다.
카메라로 룬의 변신 광경을 목격한 헌터가 이를 갈았다.

『남자!? 제길...! 메모루제 성인이었나?』
『어, 여자 아닙니까 형님?』
『바보야!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여자일리 없잖아!』
『그건 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논리입니까!?』

"누가 귀엽다는거냐아아아!"

퍽-!

렌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내 배를 걷어차며 바닥을 미끄러지듯 내게서 빠져나왔다.
바닥을 짚으며 일어선 렌은 걷어찼던 발바닥을 매만지면서 얼굴을 찡그리다가, 꺄꺄~! 거리는 여성들의 환호성에 황급히 몸을 가리며 숨었다.

『칫, 할수없군. 그럼 다른 녀석으로...!』
『으아악! 잡으라는 금색의 어둠은 안잡고 대체 뭐하시는겁니까 형님!』
『안그래도 그렇게 할꺼다!』

헌터들의 대화가 끝나자 내몸은 다시금 야미를 향해 덤벼들었다.
방금전의 대결과 다르게 유일하고도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나와 야미가 알몸이라는것.
알몸으로 덤벼드는 내 모습을 본 야미의 눈동자가 뱅글뱅글 거리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의미불명의 대사와 함께 무차별적으로 펀치를 날려대는 야미에게선 방금전과 같은 절제된 움직임이 많이 사라져 있었다.
자꾸자꾸 일어서서 덤벼드는 나를 상대하면서도 야미는 양손으로 몸을 가렸는데,
아무리 머리카락을 사용한 변화능력이 뛰어나다지만 양팔을 사용하지 못하고 싸우는 방식은 지금까지의 전세를 변화시킬 만큼의 차이를 가져왔다.

야미가 밀리는 모습에 다시금 라라가 참전해서 나와 다퉜다.
알몸인걸 신경쓰지 않고 싸우는 라라는 확실히 뛰어난 전력이었지만,
라라의 체술이 뛰어난건 아니었기 때문에 단순한 힘대 힘 대결로는 형세를 역전시킬순 없었다.
현재 난 몸을 가릴 생각도, 방어할 생각도 없이 오로지 힘만을 믿고 공격 일변도의 싸움만 하고 있었으니까.

결국 어느 시점에서 균형은 무너졌다.
야미의 머리카락 공격을 그대로 맞으면서 머리카락들 사이로 돌진해서 뚫고 들어갔다.
내게 허리를 잡힌채 쓰러지며 당황해하는 야미의 얼굴이 보였다.
바닥에 쓰러진 야미는 내게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근력에서 밀렸기에 쉽사리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다.
야미의 양다리를 무릎으로 찍어누르며, 야미의 양팔을 한손으로 잡아 머리위의 바닥에 내리 눌렀다.
몸을 가리지 못해 새하얀 피부를 드러낸 야미는 얼굴이 붉어진채 몸을 비틀다가 멈칫했다.

"아키츠 료스케..."

"으, 으응?"

"...배꼽에 뭔가 닿았습니다."

...빌어먹을 아서스! 이 패륜아 자식아!
시선을 아래로 내리곤 배꼽위에 얹어진 아드님을 본 야미는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져선 거세게 몸부림쳤다.

"큿... 야한짓은... 싫습니다!"

불가항력입니다.

"그만둬 료스케!"

날 말리려고 덤벼든 라라는 휘둘러진 내 손을 피하다가 꼬리를 붙잡혔다.

"꺄악!?"

『방심했군! 데빌루크 여성의 약점이 꼬리라는건 알고 있었다!』
『역시 형님이십니다!』

손에 거머쥔 꼬리를 매만지자 라라는 확 달아오른 얼굴로 무력하게 쓰러져 버렸다.
야미 위에 올라탄채 한손으론 야미의 양팔을, 다른 한손으론 라라의 꼬리를 잡는것으로 승부는 났다.

"그, 그만...그렇게 문지르지 마..."

"큭...끝까지 응큼한 짓을...!"

쳐다보기 부끄러운 장면을 연출하는 두 아가씨의 모습을 카메라로 지켜본 헌터가 희희낙락했다.

『으히히히~! 드디어 잡았다 금색의 어둠!』
『훌륭하십니다 형님!』

"...멋대로 날뛰는것도 지금뿐입니다."

『아, 설마하지만 컨트롤러를 부술 셈이라면 포기하는게 좋아.
안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으니까 부쉈다간 큰일날걸?』

"...!"

칼날모양으로 머리카락을 변형시키던 야미는 눈살을 찌푸리곤 변형을 풀었다.

『자아 그럼! 아키츠 료스케여! 금색의 어둠을 희롱해라!』

"...야, 난 그런 변태짓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애초에 나 지금 남아있는 손발이 하나도 없거든?"

『입이 있잖아?』

"뭐, 뭐!?"
"무, 무슨...!"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 야미와 나는 점점 가까워지는 서로의 몸에 안색이 시시각각 변했다.
변태(헨타이), 아니 큰일(타이헨)!
입을 사용한 플레이라는 매니악한 선택지를 제시한 헌터에게 동료 헌터도 당황한듯 말을 더듬었다.

『혀, 형님! 빨리 결착을!』
『바, 바보야! 이대로 끝내기엔 지금까지의 수고가 너무 아깝단 말이다!
적어도 녀석에게 굴욕을 선사하지 않으면...!』
『형님이 이런 변태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뭐!? 이제와서 무슨 말이냐!』

헌터들의 투닥거림속에서도 몸의 멈추지않고 진행을 계속했다.
야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을것처럼 접근하는 내 얼굴에 야미의 얼굴이 붉어졌다.
내 얼굴을 밀어내기위해 머리카락을 일으켜세우던 야미의 눈이 갑자기 크게 떠졌다.

"위험합니다 미캉!"

"어?"

"미안해요 료스케오빠! 에잇-!"

등뒤에서 미캉이 달려들어 내 머리에 매달리면서 손에 든 샤워볼로 컨트롤러를 가렸다.

『뭐야!? 앞이 안보여!』

샤워볼에서 나온 바디클렌저 거품이 컨트롤러에 가득 묻으면서 헌터는 당황했다.
물론 나도.
내 머리를 잡은 미캉은 컨트롤러를 가리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등에 매달려왔다.
등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맨들맨들했습니다.
무엇이?...라고 하진 않는데.
얼굴에 쏠린 피 때문에 양볼이 후끈거릴 때,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린 거품이 눈에 들어가며 따끔따끔 눈을 자극했다.
......치한 퇴치 스프레이에 당한 이후로 처음 겪는 고통이구나.

"뜨아악!?"

"에? 꺄아아~!"

『고, 공격당했나!? 어디서!?』

내 엄살섞인 비명에 당황한 헌터가 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내 등뒤에 매달려 있던 미캉도 덩달아 비명을 지르면서 내 목에 팔을 둘렀다.
카메라 렌즈가 거품으로 가려진 주제에 자꾸만 움직이려는 헌터 탓에 목욕탕을 헤메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져 있던 비누를 밟고선 허우적대다가 그대로 미끄러져 버렸다.

"우왓!"
"꺄악!"

엉망진창으로 목욕탕 바닥에 미끄러지면서 등뒤에 매달렸던 미캉과 뒤엉켜 쓰러졌다.
공교롭게도 미캉이 바닥에 깔리는 형태로.
미캉의 어깨를 지나 바닥에 키스한 내 얼굴은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눈물로 거품을 흘려보내며 양팔로 바닥을 짚고 상체를 일으키며 눈을 떴다.
눈앞에선 신음소리를 내며 머리를 매만지는 미캉의 새하얀 살결이 보이고 있었다.
「아야야...」하며 살짝 눈물이 맺힌 눈을 뜬 미캉은 눈앞에서 휘둥그레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는 날 발견했다.

"꺄아아! 보지 말아요 료스케 오빠!"

놀란 미캉은 자신의 몸을 덮듯 겹쳐진 내 몸을 다급히 오른발로 밀어내었다.

"흐야악!?"
"히에엣?"

발바닥이 아드님에 그레이즈!

서로의 피부를 자극하는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것 같은 야릇한 감촉에 나와 미캉은 비명을 질렀다.
위험! 진짜로 위험! 제발 참아줘 내 아드님아!
이 상태로 폭발(컨트롤러가 아닙니다)이라도 하면 내 인생은 그야말로 끝장이다.
이미 한참전에 돌이킬수 없을만큼 끝난것 같지만, 훑듯이 스치는건 제발 그마아안!

"미캉에게 뭐하는 짓입니까!"

퍼어억-!
첨벙-!

고함소리와 함께 내질러진 야미의 발차기를 맞고 튕겨져간 나는 여탕 한쪽의 욕탕에 빠졌다.
한껏 물을 들이마시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욕탕물에 눈이 씻겨져 다행히 눈의 아픔은 가셨다.

『후후후...제 2라운드 개시다.』

...불행하게도 카메라마저 복구되었습니다.

『아하하하하! 걸렸군! 금색의 어둠! 이것이 나의 「도주경로」다...
카메라의 거품을 흘려내기 위한 욕조까지의 경로.
네놈은 이 테이가와의 지혜대결에서 진거다! 바로 날 이 욕조속에 빠뜨림으로써 말이다!』

"...함정에 빠진건 당신입니다."

『뭐?』

"잡았다!"

짤막한 외침과 함께 등뒤에서 접근한 라라가 내 양어깨 아래로 팔을 걸어 내 몸을 붙잡았다.
등에서 느껴지는 가슴의 뭉클한 감촉에 혼란해하는 가운데 내 목덜미에서 깍지를 낀 라라가 야미에게 신호했다.

"좋아! 해치워 야미짱-!"

"어?"

야미는 천천히 이마에 손을 가져다댔다.

"...마광관살포, 갑니다."

관살(貫殺)!? 뚫어!?

"야!? 너 지금 날 죽일 생각이냐!?"

"지금 이 상황에 딱 어울리는 필살기명이더군요.
그리고...변태는 척결입니다."

"노, 농담이지!? 이 오라버니가 잘못했으니까!"

"당신같은 오라버니 둔적 없습니다!"

『그래! 애초에 그 대사는 등뒤의 사람에게 하는 대사란 말이다!
딱 알맞게 꼬리까지 달고 있잖아?』

"댁은 좀 닥치고 있어!"

지금 팔자에도 없는 필살기를 정통으로 맞게 생겼는데 사람 놀리는것도 아니고!
양팔에 힘을 주고 싶었지만, 라라도 필사적으로 내 몸을 구속한 양팔을 꽉 맞잡고 있었고,
애초에 컨트롤이 헌터 놈에게 있는터라 라라의 붙잡기에서 제대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등뒤에서 짓눌러오는 라라의 가슴에도 지금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금색으로 빛나는 야미의 모습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큭...이거 잘 안풀리는데!』
『아까처럼 꼬리를 붙잡아요 형님!』
『시야 밖에 있어서 힘들다고!』

헌터는 어떻게든 라라의 꼬리를 잡으려고 내 팔을 조작해 등뒤로 손을 놀렸다.

"어림없어~!"

라라는 능숙하게 꼬리를 요리조리 움직이며 내 손길을 피했다.

『서둘러요 형님! 금색의 어둠의 기세가 심상찮다구요!』
『알고 있다니까! 젠장, 제발 좀 잡히라고!』
『제가 해볼께요!』
『뭐? 야 임마! 그렇게 함부로 다루면...』

동생으로 생각되는 녀석이 조작하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손의 움직임이 조악해졌다.
꼬리를 잡기위해 허우적대며 움직이던 손길이 엉뚱하게 라라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흐앗...?"

살집좋게 부풀어오른 엉덩이를 더듬는 손길에 라라가 당혹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히익!? 거, 거기가 아냐...!"

자꾸만 가랑이 사이로 향하는 손길에, 깍지를 풀며 도망칠수도 없는 라라는 다리를 오므리며 몸을 뒤틀었다.

『어, 어?』
『이 변태녀석! 위기가 코앞인데 제정신인거냐?』
『형님이 하실 말입니까! 그리고 전 고의가 아니라구요!』
『등신아! 지금 금색의 어둠의 기세가 더 사나워 졌다고!』

"아...읏... 햐앗...!?"

엉덩이를 더듬던 손길에 흐느적대던 꼬리가 결국 손아귀에 잡히자 라라는 힘이 풀린듯 어깨를 잡고있던 깍지를 풀었다.

다급히 라라의 속박에서 벗어났을 때, 야미의 금빛 머리카락마광관살포이 드릴처럼 강렬한 회전과 함께 쏘아졌다.
기술명도 안부르고 쏘는거냐!
아무리 몸이 튼튼하다지만 필살기 같은걸 무방비로 맞을만큼 무모하진 않았기에,
축 늘어진채 등뒤에 기댄 라라를 업고선 황급히 옆으로 뛰었다.

콰아아아앙------!

굉음을 울리며 머리카락이 바닥과 충돌하자 큼지막한 구멍이 순식간에 바닥을 장식해버렸다.
오늘 이곳 장사는 망했군...
등뒤에 업힌 라라를 내려놓으면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어? 라라를 내려 놓았다?
나 방금 '라라를 업고서' 피한거 맞지?

"피했습니까 아키츠 료스케..."

"자, 잠깐만! 야미! 나 조종 풀렸어! 풀렸으니까!"

"...스스로 풀어낸겁니까?"

"그, 글쎄? 나도 어떻게 된건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컨트롤에서 벗어난것 같은데?"

위기의 와중에 어떻게든 제어를 되찾은건가?
아니면...『쾅-!』응?

컨트롤러의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심상치않은 굉음에 놀라 야미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근처의 수건을 몸에 걸친 야미와 미캉과 시선을 교환하곤 여탕밖으로 뛰쳐 나갔다.
당연하지만 여탕을 나서며 수건을 챙기는건 잊지않았다.

목욕탕을 돌며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찾아 이동하자 자판기 근처의 쓰레기통 근처에서 네명이 다투고 있었다.

「이야압! 받아라!」
「으랏~!」
「이, 이녀석들!」
「뭐, 뭐냐?」

"유우키! 렌!?"

"리토!"

몽둥이를 손에 든 리토와 렌이 특이한 복장을 한 말라깽이와 뚱보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저 뚱보는 내 머리에 컨트롤러를 장치한 그녀석이잖아?

"바닥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통 뚜껑을 보니 현상금 헌터들은 저곳에 숨어 있었나보군요."

야미의 말에 정신을 차리곤, 궁금한 점은 잠시 뒤로 미뤄두기로 하고 리토와 렌에게 가세해서 헌터들에게 덤벼들었다.

협공을 받고 상처 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두 헌터를 꽁꽁 묶어두고서 렌에게 들은 자초지종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여탕을 빠져나온 렌이 헌터들을 잡기위해 돌아다니다가, 목욕탕에서 마주친 리토의 도움을 받아 함께 수색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헌터 둘의 다툼으로 소란스러운 지점을 생각보다 빨리 찾아서 그대로 습격을 감행했다고 한다.
그럼 둘의 습격에 헌터들이 컨트롤러를 조작하지 못한 덕분에, 내 몸의 제어를 쉽게 되찾을 수 있었던걸까?

이후 라라의 도움으로 머리에 설치된 컨트롤러를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연한 절차로 난 사죄 모드로 들어갔고.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리며 여자아이들에게 사과했다.
이런일이 벌어지게 된 원인에 대해서 설명을 요구하는 소녀들에게 얌전히 사실을 나열했다.
입욕제를 사용했다가 욕실이 녹아내렸단 이야기를 한 순간 미캉과 라라가 어색한 얼굴을 했다.
아니, 너희가 미안해 할건 아니지. 욕조가 녹아내리는 흉악한 물건을 팔 생각을 한 우주인들이 문제지.
모종의 이유로 잠시 탈의실을 나섰다 돌아와 씻으려는중 컨트롤러를 머리에 부착당했다는 부분에서는 렌(男)이 어색하게 딴청을 피웠다.
애초에 목표가 나였으니 입욕 시간이 달랐어도 어차피 일어날 사건이었기에 렌이 신경쓸건 아닌데 조금 불편했나보다.

야미는 자신을 쫓던 헌터들 인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것이 마음에 걸리는것 같았다.
그래서 「따끈따끈 온천」의 수리비는 야미가 지불하기로 했다.
정확히는 중고로봇을 처분한 비용과 헌터들의 돈을 갈취해서였지만 뭐 어때.
그렇게 우주인 입욕제 하나로 시작된 목욕탕 기행은 현상금 헌터의 난입으로 엉망진창으로 끝나버렸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되었냐면...



라라에겐 이런저런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 개인적으로 다시금 사과했다.
그때 일을 떠올린 라라는 얼굴을 붉혔지만 내 사과를 받아들여주었다.
말만으로 끝내기엔 저지른 일이 너무 컸기에, 기분전환을 위해 리토와 함께 보라고 매지컬 쿄코 공연 티켓을 건네주자 라라는 뛸뜻이 기뻐했다.
일등석 구한다고 밤이슬을 몇시간 동안 맞으며 얻은거라,
저렇게 기뻐해준다면 나로서도 구해온 보람이 느껴지고 정말로 용서를 받은 기분이 들기에 기쁘다.
리토는 어린애들이나 보는거라며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미캉과는 조금 어색한 분위기가 며칠간 계속되었다.
사과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미캉은 딱히 보답같은걸 바라진 않았다.
그저 평소의 장보기에서 도와주는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답했다.
대견한 소녀군요 미캉은...
다만 마지막에 있었던 해프닝그레이즈이 조금 문제가 되었다.

가끔 장보기를 하면서 대화하는데 눈을 맞추지 못한다든가,
갑자기 붕붕 머리를 휘젓곤 얼굴이 붉어진다든가...
주체가 누구나고? 그야 물론 나랑 미캉 둘다.
며칠뒤엔 제대로 눈을 마주보며 대화할 수 있었지만 한동안 장보기를 하는면서 거북함이 느껴져 괴로웠다.



그리고 룬은 어땠냐 하면...



내밀어진 바구니에 담겨있는 샌드위치를 내려다 보았다.
눈앞엔 생글거리는 여자아이가 바구니를 내밀고 서있었다.
장면만 보면 정말 행복하기 그지없는 상황인데...
건네준 상대가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입만 생글거리는 여자아이이고,
건네받은 샌드위치가 지독할정도로 붉은색을 띄고 있다면 상대의 의도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끝이 찡해질정도로 흉악한 향을 풍기는 샌드위치에 질린 표정을 지은 내게 룬이 히죽 미소지었다.

"이걸 먹는걸로 용서해줄게."

"...그냥 맞는걸로 해결하면 안될까?"

"폭력적인 여자라는 인상을 받긴 싫거든.
그리고 넌 맞아도 별로 안 아프잖아?"

그래도 따귀는 좀 많이 아픈데요.

"...일단 확인하지만, 우주인용 약 같은걸 넣진 않았겠지?"

"전혀. 난 라라처럼 상식이 없진 않다구."

"...많이 매운거야?"

"라라는 맛있게 잘 먹던데?"

...그 미각이 파탄난 아가씨의 평가를 어떻게 믿어?
더더욱 불안해지며 우거지상을 한 내 얼굴에 룬이 인상을 썼다.

"무서운 얼굴해도 소용없어."

"...불쌍한 표정을 지은건데."

"어머 그랬어? 난 또 협박이라도 하려는줄 알았지."

"....."

더이상 말을 섞었다간 계속해서 룬의 페이스에 휘말릴것 같아 조심스레 바구니에 든 샌드위치를 하나 집어들었다.
코끝을 찌르는 향기에 입안으로 넣길 망설이는 날 보며 룬이 닥달했다.

"자, 어서 먹어. 여자아이가 손수 만들어준 샌드위치라고? 기쁘지 않은거야?"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려고 하네요."

분명 그 눈물은 내 혀에 대한 사죄의 마음으로 가득차 있겠지.
결국 체념하고선 붉은색 샌드위치를 입안으로 가져다 넣었다.
입안에 들어온 순간 혓바닥을 자극하는 느낌에 눈이 번쩍 떠졌다.
컥!? 매, 매워!

"어때? 맛있지?"

"너, 너... 날 죽일 속셈이냐?"

"그럴리가. 입맛에 맞지 않았다면 이건 어때?"

룬은 히죽이며 녹색 야채들이 가득한 샌드위치를 내밀었다.
입안에 옮기자 퍼지는 맛에 무심코 눈물이 날것 같았다.

와, 와사비!?

"어때? 맛있지?"

"무, 물좀...!"

"맛있지?"

"마...맛있어..."

"그래그래, 잘알고 있잖아?"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물을 건네주는 룬의 모습에 눈물이 흐를것만 같았다.
그날 완식한 샌드위치덕에 며칠 동안이나 음식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단 사실은 여담이다.



마지막으로 야미의 경우는 조금 특이했다.

"붕어빵 1000개?"

야미는 붕어빵 천개로 넘어가 준다고 했다.
많아!? 아니 그전에...

"한꺼번에?"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부르겠습니다."

"...어느 세월에 다 먹으려고?"

"알아서 할테니 걱정마십시오."

"좀더 다양하게 좋은 음식으로 하는게 좋지 않을까?"

영양 섭취는 골고루 합시다.

"그럼 고급음식을 천번 대접해줄 수 있습니까?"

"...미안, 무리입니다."

차라리 100번 정도 식사를 대접해주는건 어떻겠냐는 제안은 거절당했다.

"질보단 '양'입니까..."

"틀린 말은 아니군요."

야미의 대답에 더이상 토를 달지 않고 수긍했다.
굳이 야미가 붕어빵을 고집한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했다.
야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테고, 그것은 아마도 내게 재정적인 부담을 덜어준다는데도 의미가 있을지도 몰랐다.
부담을 덜어주는데 1000개라는 개수는 어쩐지 모순된것 같았지만...

그나저나 천개라...
하루 하나씩 먹는다면 3년은 걸리겠군.
그것도 매일매일 야미의 얼굴을 본다는 가정하에 가능한 수치라 그 기간이 조금 아득하게 느껴졌다.


생각외로 야미가 한번에 사는 붕어빵의 개수는 많지 않았다.
보통은 만날 때마다 2개 정도를 사는게 전부였다.
하나는 내게 주고, 하나는 야미 자신이 먹고.
야미의 호의를 거절하기도 그렇고 해서 붕어빵을 받아 입에 문채 생각했다.

내가 1개를 먹었으니까 야미에게 사준건 1개로 쳐야 하는건가?
야미랑 나랑 반반씩 돈을 낸다면 애초에 야미에게 붕어빵을 사주는게 아닌 꼴이 되는거니까.
결국 2배로 돈이 나가게 되는거군요.
전골파티에서 친구들의 조언을 받아들인건지,
식사용이 아니라 군것질용으로 붕어빵을 섭취하는 야미의 모습에 안심이 되면서도, 약속이 끝나기 까지의 기간이 조금 걱정되었다.
이런 속도로 언제 천개를 채우나요?

"...붕어빵을 다 사주려면 얼마나 오래 걸리려나?"

"당신이 죽기 전까진 다 받을테니 걱정마시죠."

죽을 때까지입니까...
그냥 속편하게 평생이 걸린다고 생각하는게 낫겠군.

"예이예이. 그나저나 날도 좋은데 잠시 산책이나 할까?"

"...좋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야미와 함께 공원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힐끗 시선을 돌려 야미를 바라보았다.
야미는 양손으로 붕어빵을 잡곤 붕어빵을 천천히 음미하고 있었다.
조금씩 베어 먹는 야미의 모습이 꽤나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야미를 따라 손에든 붕어빵을 천천히 입가로 가져가던 도중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붕어빵 2개가 데이트 비용이라면 엄청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거구나...라고.
혼자서 킥킥대기 시작한 나를 이상한듯 쳐다보며 갸우뚱하는 야미를 데리고 마을의 명소인 「러브러브 공원」으로 들어섰다.



밤이되고 어둠이 깔린「러브러브 공원」을 돌아다니다, 북적이는 연인들의 문란한 장면을 목격한 뒤 야미에게 습격당했다.
고의로 응큼한 장소로 끌고갔다는 이유와 함께.
댁같은 초인을 상대로 고의로 그런 짓을 할 간큰 인간은 없습니다. 나 빼고.
당연하지만 야미의 습격이란게 절대 야한 의미가 아니었기에, 사랑이 넘치는 공원에서 난데없이 살벌한 추격전이 벌어졌다.
반쯤 놀리려고 어스름한 즈음에 공원에 데려갔다가 하마터면 수염까지 깎일뻔했다.
친애의 표현도 좋지만, 장난은 적당히 하자고 생각하며 머리에 난 혹을 한차례 쓰다듬곤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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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위스 님( 님)께서 보내주신 삽화를 28화에 추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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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중간에 다른편을 끄적이다가 정작 28화를 2주간 손놓고 있다보니 늦었습니다-_-;
끄적이던것도 미완성으로 놔둔 상태지만...몇편 뒤에는 나오겠죠;
그나저나 일요일 안에 올릴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올리고 보니 월요일이 되어버렸네요 쿨럭...-_-;

아무튼 1인칭 시점이다보니 이번편은 에로사항이 많더군요.
몸은 조종당하는 료스케가 움직이는데, 정작 대사는 헌터(테이가)가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전개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수도 있을겁니다.

그리고 붕어빵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목욕탕 이야기를 하다가 뒤에 다른 이야기가 늘어지면 뭔가 흐름도 이상해서 적당히 도중에 끊었거든요.

그럼 모두들 좋은 꿈 꾸세요~*^^*

(제 꿈엔 다음편 시나리오나 좀 튀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p.s. 참조 이미지


매지컬 쿄코 - 키리사키 쿄코

매지컬 쿄코의 입욕제

남탕에 등장한 룬

남자 탈의실의 숨는 곳(실사)

현상금 사냥꾼 두명

이로 두꺼비 옷 소멸 가스

야미의 당황한 얼굴 묘사를 위한 이브 얼굴 참조

룬의 특제 엄청매운 샌드위치

한밤중의 러브러브 공원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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