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탕이랑 풍선 받아가세요~"

"와앗? 고마워요 토끼씨~"

"후후, 귀여운 꼬마 아가씨니까 주는거에요?
오후에 열리는「매지컬 쿄코」공연, 즐거울테니 꼭 보러 와줘요~"

"응~!"

생글거리며 사탕과 풍선을 받아든 소녀는 멀찍이서 기다리는 엄마, 아빠에게로 쪼르르 달려갔다.
리본으로 묶어올린 오른쪽 사이드 포니테일이 소녀의 달음박질을 따라 경쾌하게 흔들렸다.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은 아빠가 내쪽을 바라보곤 가볍게 인사를 보내왔다.
호의섞인 미소를 보내는 아이 아빠의 모습에 오른손을 흔들어주며 소녀의 가족을 배웅해주었다.

가을의 화창한 날씨속에서 주말의 러브러브 공원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과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로 활기를 띄고 있었다.
가끔씩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엔 평소와는 다른 호기심이 깃들어 있는것 같았다.
재잘거리는 대화 중에는「귀엽다」는 말까지 섞여 있는걸 보면 확실히 다르긴 달랐다.

왼손에는 귀엽게 데포르메된 매지컬 쿄코가 그려진 풍선을 쥐고, 팔오금엔 색색이 포장된 사탕을 담은 사탕 바구니를 걸친 나.
아직은 여분이 많이 남아 보충할 필요는 없을것 같아 안심하는 가운데,
온몸에 뒤집어 쓰고 있는 분홍색 토끼 인형옷이 조금 갑갑하게 느껴졌다.
세트장에서 준비로 분주할 아저씨들을 생각하면서, 지금 이렇게 인형옷 차림으로 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계기를 떠올려 보았다.




"매지컬 쿄코 할로윈 특집이요?"

일주일 전, 저녁 식사 준비를 하던 중 사이난 유원지「귀신의 집」에서 일하는 우주인 아저씨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래. 얼마 있으면 할로윈 데이니까.
저번에 말했었지? '매지컬 쿄코 플레임'에 단역 출연 제의를 받았었다고.
할로윈 특집으로 귀신의 집 멤버들이 출연해주길 바라더라고.」

"와~! 아저씨들도 드디어 유명세를 타게 됐군요? 축하드려요~!"

「하핫~ 고마워. 이걸로 사이난 유원지도 훨씬 번성할 수 있겠지.
그래서 말인데 혹시 다음주 일요일에 시간있어?」

"시간요? 딱히 예정은 없는데, 무슨 일 있으세요?"

「그날 러브러브 공원에서 매지컬 쿄코 공연을 할 예정이라 행사 도우미가 필요하거든.
도우미 역의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할까 하다가 네 생각이 나서 말야.
보수는 나름 괜찮은 편이라고 하던데, 혹시 일일 아르바이트 해볼 생각 있어?」

아저씨로서는 아는 사이인 내게 먼저 일거리를 주고 싶었나보다.
SOLGAM의 범죄자들을 잡을때 아저씨들의 도움을 받은 것도 있고,
도우미 역할을 해보는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것 같았기에 흔쾌히 아저씨의 제의를 승락했다.
운이 좋으면 아이돌인 키리사키 쿄코의 친필 사인이라도 받을수 있으려나?



그리고 시간은 흘러 매지컬 쿄코 공연날.
오전의 러브러브 공원에서 우주인 아저씨들을 만나 도우미의 역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까지 공원에서 아이들에게 사탕과 풍선을 나눠주면서 매지컬 쿄코 공연 홍보 활동을 하는것이 주된 일이었다.
그리고 드라큘라 아저씨에게 도우미로 활동할 동안 입을 인형옷을 건네받았다.
귀에 빨간 리본을 예쁘게 장식한 분홍색 토끼 인형옷이었다.

"홍보 아르바이트의 정석은 역시 인형옷이지!"

정석이라는데는 공감합니다만...성별까지 정해져 있다고는 생각하진 않았는데요?
설정상 여성 캐릭터라고 하던데, 세심하게 음성 변조기까지 달려 있었다.
지구에서 변장을 하고 지내는 우주인들이 많아서 그런지, 분장 인형에까지 음성 변조 기능을 넣는 꼼꼼함에 경탄이 나올 정도였다.
건네받은 인형옷을 살펴보고나자 드라큘라씨가 진지한 얼굴로 어깨를 잡아오며 강조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조심해야 할건 하나야.
첫째도 동심. 둘째도 동심. 셋째도 동심이다.
아이들의 환상을 깨지마! 인형옷 안에 사람 같은건 없다구?"

"아...네, 넷."

박력이 깃든 드라큘라씨의 기세에 눌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말이 미덥지 못했는지, 고양이 인형옷을 입은 도우미랑 즐겁게 촬영하던 여고생이 탈을 벗은 도우미의 얼굴을 목격하곤 울면서 도망갔다는 소문을 들려주면서,
인형옷을 입고 나서는 부디 행동에 주의해주길 다시한번 당부받았다.
생각 이상으로 도우미 활동중엔 이미지 관리에 신경써야 할것 같았다.



그후 분홍 토끼 인형옷을 입고 토끼 머리를 뒤집어쓴뒤, 사탕바구니와 풍선을 챙겨서 분장실을 나섰다.
처음에는 긴장한 탓도 있고 인형탈 때문에 시야가 가려졌기에, 한동안 공원 한가운데서 쩔쩔매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다행히 공원에 나온 아이들을 하나 둘 상대하면서 토끼 인형옷 차림으로 돌아다니는것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방금전 여자아이에게 풍선을 건네줄 즈음엔 여성 캐릭터같은 어조를 연기할 여유도 생겨났고,
지나가면서 힐끗 바라보는 사람들에겐 가볍게 손을 흔들어줄 정도로 넉살도 가질수 있었다.
이따금 장난을 치려고 다가오는 사내아이들은 조금 골치가 아팠지만...

할로윈용 공연 준비라는걸 어디서 들었는지,「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이라고 외치면서 달려드는 사내아이들.
대답을 듣기전에 장난부터 치고 보는 악동 녀석들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솜씨좋게 사탕이랑 풍선을 건네주는 것도 꽤나 고생이었다.
꼬마 녀석들은 사탕보단 호들갑을 떨며 과장스럽게 피하는 내 모습을 보는걸 더 즐거워 하는것 같았지만 말이다.

뭐, 그래도 내가 무슨 커다란 토끼 인형처럼 보였는지, 가끔씩 다리에 매달려오는 어린 아이들은 귀여웠다.
집에 가져가고 싶다며 떼를 쓰는 아이의 모습에 아이 어머니와 함께 사이좋게 난처해보는 경험은 신선했었다.
팔자에도 없는 애교를 떨며 사탕과 풍선을 건네주곤 아쉬워하는 아이를 좋게 달래서 보내고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아니~ 토끼 인형옷은 좋네요~ 평소에도 없는 관심을 이렇게나 받고 말이죠~
소소한 해프닝들에 곤란함을 느끼는 가운데 조금씩 기분이 고조되어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 나왔다.
물론 음성 변조기 때문에 인형탈 밖으로 새어나오는 소리는 여성스러운 목소리였지만.
허밍을 하며 아이들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려는데 갑작스런 바람이 공원을 세차게 휩쓸고 지나갔다.

"웃...!"

「꺄악!?」

바람에 밀려 거세게 흔들리는 풍선을 놓치지 않으려고 잡고 있는데, 여성의 짧은 비명이 귓가에 들려왔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바람에 하늘 높이 날려가는 비치 모자가 보였다.

"읏샤~!"

모자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달려가 뛰어올라선 허공에 뜬 모자를 오른손으로 낚아챘다.
그대로 바닥에 착지하려고 자세를 잡던 중, 갑작스레 부유감이 느껴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내 몸을 허공에 받치고 있는 느낌.
하지만 그런 감각도 잠시, 곧 부유감이 사라지며 내 몸은 아래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왼쪽 팔오금에 걸린 사탕 바구니가 쏟아지지 않도록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하곤 모자의 주인을 찾자,
원피스를 입은 긴 생머리의 소녀가 놀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리까지 오는 검은 생머리에 양옆의 머리카락을 장식한 특징적인 리본과 끈...오시즈(무라사메 시즈)다.
새하얀 피부가 입고있는 프릴 달린 흰색 원피스와 조화를 이루며 매력적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쇄골과 겨드랑이가 드러난 원피스만으론 가을 날씨에 조금 쌀쌀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비치 모자를 오시즈에게 건네주었다.

"오늘은 바람이 세네요. 조심하세요 예쁜 아가씨~"

"아, 고마워요 토끼씨."

오시즈는 모자를 받아들며 살포시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아무래도 방금전 모자를 잡았을때 느낀 부유감은 오시즈의 염동력 때문인듯 했다.
토끼 인형옷 차림인데다가 목소리까지 다르다보니 나인지 알아보진 못하는 모양이었다.
「안에 사람은 없다」고 알바 시작전부터 워낙 강조를 받은탓에 일부러 정체를 밝히기도 애매해 이대로 물러나려다가,
오시즈가 소중한듯 모자를 쓰다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소중한 모자인가 보군요?"

"네.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고른 모자인걸요."

리사, 미오와 함께 고른 모자일까?
몸을 얻은 오시즈를 이리저리 이끌고 다니더니 리사랑 미오도 좋은 일을 해주는군요.

"그나저나 토끼씨는 정말 높게 뛰시네요?
모자를 잡는 장면을 보곤 깜짝 놀랐어요."

"그야 토끼니까요~"

「「「토끼씨 굉장해~!」」」

"까, 깜짝이야...!"

갑작스레 옆에서 들려온 외침에 움찔하곤 몸을 돌렸다.
방금전 장난을 걸어오던 사내아이들과, 풍선을 받았던 여자아이들이 초롱초롱 눈을 빛내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전에 공중에서 모자를 잡았을때 어떻게 한거야?"

"이만~큼 높이 뛰었잖아?"

"게다가 공중에 떠있는것 같았어!"

오시즈의 모자를 잡았을 때의 모습이 꽤나 인상 깊었나보다.
오시즈의 염동력으로 허공에 잠시 떠있다 보니, 남들이 보기엔 내가 하늘을 난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질문 공세에 옆에 서있던 오시즈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난처해하는 오시즈의 모습에 나도 어떻게 아이들에게 대답해줘야 하나 잠시 고민에 빠졌다.
「비밀이에요~」라고 말하는게 나을까 생각하던중 갑자기 몸에 충격이 전해졌다.

"와아~! 리토! 이 토끼인형 귀여워~!"

"엣~?"

즐거운 목소리로 라라는 양팔로 내 몸을 꽈악 껴안아왔다.
민소매 원피스에 가디건을 걸치고선 꺄아~ 하며 어린아이처럼 달라붙어 기뻐하는 라라의 모습에 놀라 엉거주춤 서있으려니
당황한 리토가 황급히 내게서 라라를 떼어놓았다.

"죄, 죄송합니다!
라라! 그렇게 함부로 만지면 실례라고!"

"에~ 귀여운데..."

갑작스런 해프닝에 아이들의 주의가 라라에게 쏠렸다.
덕분에 방금전의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 오시즈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라라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라라씨, 리토씨?"

"앗! 오시즈짱도 있었네? 안녕~ 혼자서 온거야?"

"네. 모처럼 몸을 얻었으니 오랜만에 꾸며 입고 산책이나 해볼까 해서요.
라라씨도 리토씨와 산책중인가요?"

"응. 오늘 러브러브 공원에서 재밌는 공연이 한다길래 미캉과 야미랑 함께 왔어.
그런데 그 옷 예쁘다~!"

"헤헤, 고마워요. 리사씨랑 미오씨와 함께 고른 옷이거든요.
실은 방금전 모자가 바람에 날려가는걸 토끼씨가 잡아주셔서 인사드리는 중이었어요."

"토끼 인형씨가?"

오시즈의 이야기에 내쪽을 바라보는 라라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후후...방금전엔 귀엽게 봐줘서 고마워요 아가씨.
여기 이 아가씨와는 친구분이신가봐요.
남자 친구와 함께 놀러온건가요?"

"아, 아니. 우린 그런 사이가..."

"응! 리토랑 함께 매지컬 쿄코 공연 보러 왔어~!"

당황하며 부정하는 리토의 말을 끊으며 라라는 웃으며 대답했다.
라라의 말에 아이들이 눈을 반짝였다.

"언니도 매지컬 쿄코를 보러 온거야?"

"응, 좋아하는 프로그램이거든~!
러브러브 공원에서 매지컬 쿄코를 직접 볼 수 있다니 운이 좋지 뭐야~"

아이들과 섞여 재잘거리는 라라의 모습에 리토는 고개를 푸욱 숙이며 붉어진 얼굴을 숨겼다.
「그러니까 난 이런 유치원생용 쇼는 보러 오기 싫었다니까...」라고 작게 푸념하는 리토의 소리가 들렸다.

공연의 도우미 앞에서 잘도 그런 실례되는 말씀을 해주시는군요 리토씨...
물론 안들리게 작게 말했겠지만 그렇게 부끄러운건가?
등장 인물들의 옷차림이 조금 야하기에 다른 의미로 부끄럽다면 이해는 가지만.
아무튼 매지컬 쿄코의 열성적인 팬인 라라에게도 홍보용 선물을 건네기로 했다.

"그럼 매지컬 쿄코의 팬인 아가씨도 여기 풍선이랑 사탕을 받아가세요~"

"앗? 매지컬 쿄코 풍선이다. 고마워 토끼씨~!"

매지컬 쿄코가 그려진 풍선이 꽤나 마음에 들었나보다.
풍선을 받아들곤 꼬리를 살랑이며 싱글벙글하는 라라의 모습에 살짝 웃곤 오시즈에게도 풍선을 건네었다.
저번에 하루나의 몸에 들어갔을때 TV로 매지컬 쿄코 방송을 봤던 오시즈도 오늘 공연에 꽤나 흥미를 가진것 같았다.
풍선을 못받은 아이는 없나 둘러보다가 리토와 라라를 쫓아온 야미와 미캉을 발견하곤 물었다.

"뒤에 계신 숙녀분들도 풍선 하나씩 어떠세요?"

"괜찮아요 전."

"괜찮습니다."

당연하다고 해야 하려나, 미캉과 야미는 풍선을 사양했다.
뭐, 공연 시작까진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다른 아이들에게 나눠주면 되겠지.




"그럼 토끼씨는 어디에서 왔어?"

"후후~ 달에서 왔답니다~?"

라라와 대화하던 아이들이 내쪽으로 질문의 화살을 돌렸을때 나온 대답이다.
눈앞에서 이야기중인 두 우주인(라라와 야미)의 모습을 보고 지어낸 '토끼씨=우주인'설이지만 동화적인 느낌도 주기에 나름대로는 괜찮은 답변이었다고 생각했다.
다만...아이들의 호기심을 얕본게 죄라면 죄였다.
그걸 정말로 믿은 몇몇 아이들이 내보내는 끊임없는 질문공세에 내가 괜한 농담을 한건 아닌지 후회가 되었다.
그리고 라라...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내 이야기에 집중해주는건 기쁜데, 우주인인 네가 그런걸 믿지마.
설마 달에 진짜로 토끼가 살고 있는건가?

"달엔 정말로 그랑○가 있어?"

몰라.

"지구의 지배자는 세일러○이란게 진짜야?"

아니. 그랬다면 은하의 지배자는 데빌루크가 아니었겠지.

만화나 애니메이션 설정을 물어오는통에 대답하기 곤란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이상한거 말고 제발 평범한걸로 물어봐 좀~!

"어쩌다 지구에 오게 됐어?"

고맙다 거기 소녀!
맘같아선 바구니에 든 사탕을 전부 주고 싶을 정도다.

"으응~ 떡방아를 찧으면서 지구를 보다가 말야...
지구의 하늘에 떠있는 구름은 솜사탕 맛이 나지 않을까 궁금해졌거든."

"그래서 지구에 온거야?"

"응~그래서 지구에 온뒤엔 산봉우리에 걸쳐있는 구름 맛을 보려고 몇번이나 구름모자를 쓴 산에 올라가봤다?
그런데 아무리 산정상을 헤매도 구름이 안보이는거야...훌쩍..."

내 대답에 아직 어린 아이들은 그러고보면 나도 그랬어 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머리가 좀 커진 사내녀석들 중엔 바보라고 수근거리는 맹랑한 꼬맹이들도 있었다.

"우~ 놀리지마~! 와보질 않았으니 모르는거잖아!
지구인 중엔 달이 치즈로 된 줄 아는 사람도 있었단 말야~!"

발을 동동 구르며 분해하는 내가 재밌는지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우우...그래도 지구에 온 김에 솜사탕 대신 할로윈 데이때 사탕이랑 과자라도 먹고 가려고 이렇게 남아있는 거라구."

우는 시늉을 하며 이야기하는 내 모습에 야미가 궁금한듯 미캉에게 물었다.

"(할로윈 데이는 무슨 날입니까?)"

"(아, 할로윈은 10월 31일에 유령같은 분장을 하고서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이라고 외치고 사탕이나 과자를 받는 날인데...)"

미캉이 할로윈에 대해서 야미에게 설명해주는 동안, 난 다음 질문을 받아야 했다.

"어떤 방식으로 지구에 온거야?"

"풍선을 타고 지구까지 왔답니다~"

「「「에...」」」

의심스럽다는듯 지긋이 나를 응시하는 꼬마들의 반응에 살짝 식은땀이 흘렀다.

"지, 진짜야~? 정통파 우주인의 방식이라구?
어린왕자는 철새를 타고 지구까지 왔다잖아요?"

게다가 까치랑 까마귀가 만드는 사랑의 오작교는 은하수마저 잇는다고.

"(...지구의 새들은 생물을 초월했군요.)"

"(아니...저거 동화니깐 야미짱.)"

사내아이 한명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고작 풍선으로 우주 여행이 가능한거야?"

"후후~ 달토끼의 과학력은 세계제일이랍니다?"

"아니, 그거 이미 과학의 영역이 아니잖아."

무심코 태클을 거는 리토에게 태연하게 응수했다.

"아서 클라크씨가 말씀하셨죠.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고 말이죠~"

"애초에 풍선이라는것부터가 이상하잖아!?"

머리를 감싸쥐는 리토는 더이상 생각하기를 그만둔듯 고개를 흔들었다.
우주인이 존재한다는걸 아니까 뻔한 거짓말에도 진위 판단을 헷갈리는것 같았다.
리토의 말에 사내아이는 손에 들린 풍선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더니 나를 보았다.

"그럼 토끼씨는 그 풍선으로 하늘을 날 수 있어?
방금전 모자를 잡았을때 처럼?"

"으음~ 잠시 동안은 말이죠."

"그럼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여줄수 있어?"

"에..."

사내아이의 말에 다른 아이들도 의심반 기대반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끄응...귀찮게 됐네.
괜스레 동화같은 설정으로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다가 난데없이 하늘을 나는 시연까지 하게 될줄이야.
하지만 이걸 무사히 해결하기만 하면 아이들의 의심스런 시선도 피할 수 있겠지.
무엇보다도 이 정도의 요구는 번거로울 뿐이지, 충분히 대처 가능한 범위 내의 사건이다.
어깨를 으쓱하곤 태연히 고개를 끄덕인다.

"뭐, 좋아요~ 여기까지 왔는데 못보여드릴것도 없겠죠."

"진짜?"

"물론이죠. 다만 지구에선 저 혼자만으론 힘들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해요.
달에서보다 6배 정도 힘이 더 들거든요."

말을 끝마치곤 친구들 옆에 서있는 오시즈에게 다가갔다.

"그럼 방금전 모자를 놓쳤던 아가씨께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네?"

"공중에 떠오르는데 도움을 받고 싶어서 말이죠.
하나, 둘, 셋 하고 천천히 숫자를 센 다음 공중에 뜨고 싶은데 도와주시겠어요?"

"에, 그러니까..."

"(한번만 부탁드릴께요 요술쟁이 아가씨~)"

귓가에 작게 속삭이자 오시즈는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정도면 어떤 의도인지 오시즈도 눈치챘겠지?

"알았죠? 하나~ 둘~ 셋~! 하면 떠오르는거에요?"

"아, 네!"

강조하듯 다시 묻는 내게 오시즈는 잠시 얼떨떨해 하다가 곧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뒤로 물러나 어느새 둥글게 둘러싼 사람들을 돌아보다가 오시즈에게 부탁했다.

"그럼 숫자를 세어주세요 아가씨."

"네. 하나~ 둘~"

부디 오시즈가 잘해주길 바라며 긴장한채 왼손에 쥔 풍선줄을 꽉 잡았다.

"셋~!"

순간 방금전과 같은 강한 부유감이 몸을 감쌌다.
천천히 하늘로 떠오르는 내 모습에 아이들이 놀라며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실은 오시즈의 염동력으로 떠오른건데...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받는 모양새가 되어버린지라 영 민망하다.
조금 쑥스러워져서 염동력으로 나를 띄우느라 검지와 중지로 나를 가리키는 오시즈에게 살짝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잠시동안 하늘에 떠있는 트릭을 성공시킨뒤로 아이들은 내 말을 정말로 믿게 된것 같았다.
달엔 정말로 토끼가 살고 있었다는 식으로...
어쩐지 감수성이 오르고 지력이 떨어졌다는 메시지가 떠오른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호응이 커질수록 덩달에 내 허풍도 멈출줄 모르는 기세로 대책없이 커져만 갔다.

"지구에 와서 제일 무서웠던건 늑대에요.
「아기돼지 삼형제」읽어봤어요?
입바람만으로 집을 날려버린다니...반칙이에요."

"맞아요! 거기까지가면 정말 초능력이라구요!"

"늑대 대단해~!"

"(...과연 지구의 생물은 경시할 수 없군요.)"

"(야, 야미짱...그러니까 저건 동화라니까?)"

최근 동화책에 탐독했던지 열렬하게 반응하는 오시즈, 신기하다는듯 듣는 라라, 진짜로 믿고 있는 야미에 그걸 지적하는 미캉.
아이들 사이에 끼어서 동화를 섞은 엉망진창인 설정에 심취한 넷은 꽤나 호흡이 잘 맞는것 같았다.

"그럼 토끼씨는 외롭지 않아?"

"네?"

"달에 가족들을 두고 왔을거잖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질문을 하는 소녀가 기특해서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을 뻔 하다 참았다.

"괜찮아요~ 할로윈만 끝나면 도로 돌아갈테고, 지구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는걸요?
그리고 지구엔 저 말고도 많은 우주인들이 있으니까요~"

"정말?"

"물론이죠. 믿겨지지 않나요?"

"으응...잘 모르겠어..."

"좋아요. 그럼..."

손가락을 물고 고민하는 소녀에게 웃어주곤 몸을 일으켜 오른손을 들었다.

"자~ 이중에 우주인, 고대인, 초능력자, 이세계인이 있으면 손을 들어주세요~"

"네~!"

활기찬 목소리로 웃으며 라라가 한손을 번쩍 들었다.
그뒤로 오시즈가 아하하 웃으며 손을 올렸고, 그 둘을 바라보던 야미도 천천히 손을 들었다.
분위기를 읽어준 세사람에게 감사.
정말이지 의리가 있네요.
셋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봐요. 저말고도 이렇게나 많이 있잖아요?"

"우주인은... ET처럼 생겼거나 무서운 모습일거라 생각했어."

"그런 모습의 우주인도 있겠죠.
그래도 상냥한 사람들도 많으니까 무서워하진 말아요."

이야기를 듣던 아이중 한명이 문득 떠오른듯 외쳤다.

"아! 나도 우주인 한명 알고 있어!"

"정말? 누군데?"

"왜 있잖아, 공원에서 자주 보이는 형말야."

"아, 수염성인!"

"쿨럭...!"

"토끼씨? 왜그래?"

"아, 아뇨. 갑자기 사레가 좀..."

당황해서 나온 기침을 참느라 좀 고생했다.
흠흠 헛기침을 하곤 능청스럽게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수염성인이라는 분도 우주인인가봐요~?"

"응. 원랜 지구를 침략하는 나쁜 우주인이었는데 우리가 쓰러뜨린 뒤론 착하게 살겠다고 했어."

"그런데 자꾸만 지구를 침략하려고 공원에 나타난다?"

그건 니들이 자꾸만 나한테 악역을 맡기니까 그런거잖아.
얌전히 어울려주다가 하마터면 수염 태워먹을뻔한 경험까지 했다고 이 악동들아.
엣헴하고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자랑스레 말하는 사내아이들의 모습에 살짝 볼을 부풀렸다.

"그래도 악당이지만 잘 놀아줘서 재밌어."

"응. 생각보단 좋은 오빠야. 나뭇가지에 풍선이 걸려있는걸 잡아다 주기도 했어."

"...그분이 그 이야길 들으시면 정말 기뻐하겠네요."

그야말로 병주고 약주는 식의 대답들이었지만 기뻤다.
악동이라고 해서 미안해 이녀석들아.
담에 공원에서 만나거든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사줘야겠군.


"토끼씨는 좋아하는 노래가 있어?"

좋아하는 노래?
글쎄다...기왕이면 우주인과 관련된 노래중에 기억나는게...아, 맞다.

"「밥상과 우주인」을 좋아해요."

평화로운 분위기를 띄는 곡이라 좋아하는 노래다.

"처음 들어봐..."

"들려줄까요?"

"응. 한번 불러줘."

"음~ 그럼 부족하지만..."

아르바이트 하면서 노래 부르는 역할을 맡을거라곤 생각못해 봤지만...
음성 변조기 때문에 노래가 제대로 들릴까 조금 걱정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밥상과 우주인」오늘 저녁 밥상 앞에 우주인이 있다면
심지어 요리도 우주인의 솜씨면
처음 보는 반찬들에 일단 기가 질려 버리고
왕성한 식욕 짐싸들고서 나가겠죠
후회되겠죠 내가 왜 그때 손 잡았을까
어떻게 벗어나 볼까 눈치만 보고 있지만
하지만 단지 우주인의 약점 같은것만 찾으려 하지마요
함께 할 때 미련없이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요
흘러가는 것이 우주의 너나 할 것 없는 서로의 철학이죠
이제 가식은 구겨던져 모두가 우주에 사는 거죠.


괜한 걱정이었는지 노래는 다행히 여성스러운 목소리로 위화감없이 불러진것 같았다.
역시 우주인의 과학기술은 대단하네요.

"포근한 느낌의 노래네..."

노래를 듣던 미캉이 작게 중얼거렸다.
동감이다. 원래 개그계 치유물 작품의 엔딩곡으로 쓰인 노래인데다가 작품 분위기와의 싱크로율에서 그야말로 정점을 찍었으니까.
그나저나 이제 슬슬 모여있는 아이들도 해산시켜야 할것 같아 이만 이야기를 마무리하는게 좋을 것 같다.
아직 풍선과 사탕을 받지못한 아이들에게 남아있는 풍선과 사탕을 나눠주면서 이야기했다.

"오늘 있는 공연이 할로윈 특집인건 아시죠?
무대엔 괴물로 분장하신 다양한 분들이 오실거에요.
빨간 능금빛 와인을 즐긴다며 괜히 멋을 부리는 드라큘라씨라든가,
달을 담아낸 술을 마신다고 우기면서 헤롱거리는 늑대인간씨라든가 말이죠."

"킥킥~ 뭐야 그거, 바보같애."

"그렇죠? 무서운 얼굴을 가졌으면서도 어쩐지 얼빠진 분들이라구요."

"혹시 그 아저씨들은 우주인이야?"

갸웃하는 여자아이에게 웃으며 살짝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후후~ 글쎄요? 어쩌면 그분들이 우주인일지도 모르죠."

"엣? 정말?"

"아니면 방금전 손을 들어준 언니들처럼 우리와 같은 사람일수도 있고 말이에요."

"어...?"

"터무니없는 게으름벵이거나,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탄 낯선 사람일수도 있죠."

"치이~! 결국 누가 우주인인지 모른다는거잖아?"

"풋...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볼을 부풀리는 소녀의 모습에 살풋 웃곤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춰 소녀와 얼굴을 맞추었다.

"그러니까...지구인이라든가, 우주인, 초능력자, 이세계인, 미래인, 과거인 같은 것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요.
모두 우리랑 다를바 없는 사람이니까요."

괴악한 능력을 지닌 우주인들이 많아서 정말로 다를바 없는지는 의구심이 든다만, 요점은 편견없이 대해주자는 거니까.
내 말을 들은 소녀는 혼란스러운듯 낮은 신음을 흘렸다.

"어려워..."

"음, 간단히 말하자면 친구들이나 만나는 사람들한테 잘해주라는 거에요."

"으응..."

고개를 끄덕이는 소녀를 보곤 허리를 펴고 일어났다.

"앞으론 주위 사람들에게 좀더 다정하게 대해주면 기쁠거에요.
그럼 언젠가 여러분이 친절히 대해준 누군가가 기쁜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가 말할지도 몰라요.
지구 사람들은 친절했다고 말이죠."

마지막으로 라라와 리토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그러니까 거기있는 멋진 분도 좀더 애인을 소중히...어라?"

방금전까지 라라 옆에 있던 리토가 안보이네?
고개를 돌려 공원을 둘러보다가 저만치 벤치에 앉아 쉬고있는 리토가 보였다.
여름축제 때도 의욕없이 벤치에 앉아있었다고 미캉이 그러던데, 매지컬 쿄코 공연 보는게 그렇게 싫었던걸까.
아니면 너무 길어지는 내 이야기에 질려 일찌감치 빠져나간 건지도 모르겠다.

"누구한테 이야기하는거야 토끼씨?"

"아, 아하하...그냥 혼잣말이에요 혼잣말~"

덕분에 허공에 대고 말한 꼴이 된 처지가 되어버린지라 남들 보기 부끄러워졌다.
조금 라라를 도와줄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이래서야 말짱 꽝이로군.
뭐, 애초에 별 문제도 없는데 쓸데없이 조언을 해주는것도 주제넘은 짓이니까 오히려 잘된건지도 모르겠다.
살짝 붉어진 목덜미를 매만지며 이야기를 얼버무리다가 양손을 가볍게 마주쳤다.

"자, 그럼 토끼씨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
새로운 이야기는 잠시뒤 열리는 매지컬 쿄코 할로윈 특집편에서 즐겨주세요~
그럼 무대에서 다시 만나요~"



이야기를 끝내고 모여있던 아이들을 돌려보냈다.
혼자 공원을 돌아보던 오시즈는 라라, 야미, 미캉과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있다 봐요 토끼씨~」라고 손을 흔드는 라라와 오시즈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주곤 혼자 남은 공터에서 한껏 기지개를 폈다.
예정에 없던 우주인 연기를 하던게 부담이었는지 아이들이 사라지자 긴장감이 풀려 몸이 나른해졌다.
조금 쉬는게 좋을것 같아 공원 한쪽에 있는 벤치로 가서 앉곤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어쩐지 지치는걸..."

"자요."

"응?"

갑자기 옆에서 내밀어진 음료수 캔에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V넥 반팔 티셔츠에 핫팬츠, 검정과 하양의 스트라이프 니삭스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내 또래로 보이는 검은 단발의 소녀가 음료수 캔을 들고 서있었다.
TV로 봐서 익숙한 얼굴...설마?

"키리사키 쿄코씨?"

"정답."

쿄코가 웃으며 다시 캔을 내밀었다.
엉겁결에 캔을 받곤 얼떨떨해하며 쿄코를 보았다.
이런식으로 만날수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해봤는데...지금쯤이면 공연 준비에 한창인게 아니었나?

"저기...리허설중 아니었나요?"

"쉬는시간이라서요. 30분 정도지만."

쿄코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살짝 치켜올리며 웃었다.
양손으로 캔을 잡고 당황하는 기색의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쿄코는 내 옆에 앉곤 가볍게 말을 걸었다.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궁금해서 몰래 와봤는데 꽤 재밌었어요.
솜사탕맛 구름이라...귀여운 이유더군요."

"아, 아하하...재밌었다니 다행이네요."

방금전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나?
바로 옆에 앉아 나를 보며 대화하는 쿄코의 모습이 아직 실감나지 않아 어색한 대답밖에 나오지 않았다.

"호응도 괜찮았어요. 사람들이 꽤나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주던걸요?"

라라, 야미, 오시즈를 말하나보다.
실제로 두명은 우주인이고 한명은 400년전의 옛날 사람이니까.
장난같은 어조로 말한 나와, 거리낌없이 손을 든 라라 덕분에 정작 다른 사람들은 농담처럼 넘어가는 분위기였지만.
애초에 생김새도 지구인과 다를바 없고.

"그런데 방금전 공중에 떠오르는 건 어떻게 한거에요? 역시 마술?"

"으응...비밀이에요. 다만 혼자서는 못하는 거지만요~"

"역시 트릭이 있었군요."

물론. 오시즈의 도움 없이는 다시 보여줄수 없으니까.
트릭에 대한건 답변하기 곤란했던지라 쿄코쪽으로 말화살을 돌렸다.

"그런 쿄코씨도 마법소녀 역을 하면서 마술 한두개는 알고 있지 않나요?"

"그야 저도 이런 마술은 하지만요."

쿄코는 핫팬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원형을 잃고 움푹 찌그러진 탁구공이었다.
쿄코는 탁구공을 손바닥에 올린채 내앞에 잠시 보이곤, 손가락을 오무려 탁구공을 감싸듯 가렸다.
그리고 잠시후, 손을 펼치자 손바닥에는 찌그러진 탁구공 대신에 원래의 동그란 모습을 되찾은 탁구공이 놓여져 있었다.

"간단한 마술이지만~"

"헤에... 신기한 마술이군요?"

탁구공 속의 공기를 데워서 탁구공을 부풀게 만든건가?
쿄코가 가진 재능은 불을 다루는 능력인 줄 알았더니, 열과 불을 함께 다루는 능력이었나보다.

감탄한 날 두고 주변을 둘러보던 쿄코가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여긴 평화로운 곳이군요.
이 마을에 오기전까지 걱정하던게 바보같아요."

"걱정요?"

"「사이난 유원지」의 「귀신의 집」아시죠?"

"네. 유명하니까요."

"이번에 특집 공연을 준비하면서「귀신의 집」에피소드를 스텝분들과 함께 보다가 들은건데,
귀신의 집에서 사용된 이야기들은 실은 이 마을에 떠도는 도시전설에서 따온거라고 하더라고요.
어떤 불량학생과 얽힌 소문이라던데...아키츠 료스케였던가요?"

뜨끔.

"금발 염색에 금색 목걸이와 체인 팔찌를 차고 다니는 불량학생이라는데,
야쿠자와도 관련되어 있다는 루머도 있어서 학생들 사이에선 꽤나 악명이 높다던데요?
적어도 도내에선 모르는 학생이 없을 정도라고...
천명의 여자를 울렸다고해서 여자아이들은 혹여나 타킷이 되지 않을까 무서워한다기에, 이곳에 오면서도 혹시나 마주치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거든요."

지금 댁이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아침부터 계속 쓰고 있는 인형옷이 갑자기 답답하게 느껴지며 자꾸만 식은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다.
「귀신의 집」에피소드로 쓰인 소문들이 이런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이야.
뻣뻣하게 앉아서 얌전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내게 쿄코가 이상한듯 물었다.

"그런데 음료수 안드세요?"

"아...아무래도 공원 한가운데서 탈을 벗으면 아이들이 실망할것 같아서 말이죠~
고맙지만 아껴뒀다 나중에 마실께요."

"...역할에 충실하시군요. 역시 동심은 소중하니까?"

"뭐, 그야...하하..."

실은 제 몸의 안전 때문입니다.
지금 음료를 마시려고 가면을 벗다 얼굴을 들켰다간 쿄코가 비명을 지를것만 같으니까.
설마 그렇게까지야 하지 않겠지만 최악의 경우엔 패닉상태의 쿄코가 내지르는 화염 세례를 받을지도 모른다.
내 변명에 쿄코는 어쩐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훌륭한 마음가짐이네요.
저도 본받지 않으면..."

만족한 표정을 지은 쿄코는 시계를 보더니 벤치에서 일어나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아쉽지만 이만 가봐야겠어요. 쉬는시간이 끝나가거든요."

"저랑 이야기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한거 아니에요?
그럼 정말 미안한데요..."

내 우려섞인 말투에 쿄코는 고개를 저었다.

"천만에요. 토끼씨의 작은 공연은 충분히 즐거웠으니까요.
그리고 토끼씨랑 극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걸요?
제 공연을 기대해주는 사람들을 볼때면 언제나 힘이 나니까요."

정말이지 열심인 소녀다.
자신의 역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삶의 자세가 눈부셔 보였기에 조금이라도 기운을 북돋아주고 싶었다.
지금의 모습이 토끼인형 모습이라는 사실에 감사하며 양팔을 살짝 맞잡으며 활기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쿄코씨. 저, 응원할께요!
쿄코씨가 공연을 멋지게 끝낼수 있도록~!"

풍선과 캔을 손에 들고 사탕바구니를 맨채로 응시해오는 분홍 토끼의 모습에 쿄코는 무심코 웃음이 샌듯 손가락으로 입가를 가렸다.

"후후, 응원 고마워요.
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어린 팬들에게 잘 대해주셔서 고마워요 토끼씨~"

생긋 웃으며 손을 흔들곤 쿄코는 세트장이 있는 방향으로 떠나갔다.

"후우...십년감수했네."

쿄코의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다 손에 든 캔을 응시했다.
탄산음료네...
공원 한복판에서 탈을 벗을 생각도 없고 지금은 그다지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있다 마실까.
어느새 내용물이 많이 줄어든 사탕 바구니에 캔을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운좋게 쿄코도 만났겠다 이제 다시 일하러 가야지.
잠시후면 공연이 시작될 시간이기에 바구니와 남은 풍선을 챙겨 공연 준비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알겠지? 무대 근처에 서있다가 신호를 받으면 관객들중 어린아이 한명을 데리고 무대로 올라오는거야."

"제가요?"

"그래. 네가 제일 귀여운 복장이잖아.
다른 사람들은 전부 괴물 옷차림이라서 아이들이 무서워할지도 모른다구."

대기실에서 할로윈 괴물들로 분장한 우주인 아저씨들이 대본을 확인하면서 내게 부탁한 배역이다.
실제론 그렇게 큰 역할은 아니었다.
연극도중 토끼옷 차림으로 무대 한구석에 서있으면서 관객중 아이 한명을 점찍어뒀다가 무대로 데려오면 되는거니까.

"그리고 기왕이면 얌전한 여자아이로 부탁해.
경험상 사내아이는 어디로 튈지 몰라서 배우들이 전전긍긍 할때가 많아서 말야..."

...짱구 같은 말썽꾸러기한테 걸리기라도 했던걸까?
짱구를 무대에 올렸다가 한껏 곤욕을 치룬(악역 배우를 물어뜯었다) 액션가면의 모습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사라졌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던중 갑작스레 대기실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와아~! 여긴 뭐하는 곳이야?"
"무대 준비장인가요?"
"뭔가 시설이 많군요..."

"자, 잠깐만요? 여긴 함부로 들어오시면 곤란해요...!"

라라랑 오시즈, 야미의 목소리?
무슨일인가 싶어 나가보니 공연 준비로 한창인 장소에 들어온 라라와 오시즈, 야미를 스탭 한명이 당황하며 제지하는 모습이 보였다.
셋다 마이 페이스 성향이 강해서 그런지 스탭 혼자선 세명을 제대로 말리지 못하고 있었다.
도와주려고 다가가려할 때, 셋을 쫓아서 안으로 들어온 리토와 미캉이 황급히 스탭에게 사과했다.

"라, 라라! 죄송합니다! 곧 나갈께요!"
"죄송해요! 시즈 언니, 야미짱 얼른 나가자...!"

"에~? 매지컬 쿄코 보고 싶었는데..."
"매지컬 쿄코씨와는 못만나나요?"
"...그러지요."

미캉은 오시즈와 야미의 손을 잡고, 리토는 손가락을 입에 물고 아쉬워하는 라라의 손을 잡고 세트장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때 빠져나가려던 다섯을 누군가 멈췄다.

"잠깐!"

앞머리 한가닥을 갈고리 모양으로 내리고, 들창코에 콧수염을 기르고 안경을 낀 후덕한 인상의 남자가 다섯의 앞에 나섰다.
어...? 매지컬 쿄코의 감독님?

"아가씨. 혹시 매지컬 쿄코 좋아하니?"

"네~!"
"저도 좋아해요~!"

"흐음흐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순진한 분위기를 풍기며 발랄하게 대답하는 라라와 오시즈의 모습에 감독의 얼굴이 흡족해졌다.

"그럼 다들 잠시만 이쪽으로..."

"어어?"

감독은 당황한 리토와 함께 라라, 오시즈, 야미, 미캉을 세트장 한쪽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감독과 다섯의 대화가 오갔다.
아무래도 감독은 세트장에 난입한 소녀들을 무대에 올릴 관객으로 정하고 싶은것 같았다.
몇번의 대화가 오간뒤 리토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그냥 구경만 하는걸로 만족하겠다며 라라와 다른이들에게 선택권을 남기곤 리토는 먼저 세트장을 빠져나갔다.
리토가 빠져나간뒤에는 대화는 거의 감독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라라와 오시즈야 원래부터 나올 의욕이 만만했고, 미캉은 라라가 사고나 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었는지 혹시 모를 뒤수습을 위해 참여하는 느낌이었다.
야미는 미캉이 무대에 오르겠다고 하자 함께 참여 의사를 밝였다.
예정했던 참여 관객수보다 훨씬 많아진 네명의 소녀를 확보하곤 감독은 흡족한듯 웃었다.
원래라면 인질역 1명이랑, 경우에 따라 인질 구출 역할을 맏을 관객(주로 아이의 보호자) 1명이 전부인걸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뭐, 베테랑 감독이시니까 알아서 잘하시겠지.
열성적인 모습으로 스탭들을 지휘하는 감독의 믿음직한 모습을 한차례 바라보곤 걱정없이 등을 돌렸다.

"역시 공연은 비쥬얼이지!"

...어쩐지 불안해졌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공원에 설치된 임시 무대는 아이들을 동반한 관객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할로윈에 난입한 괴물들이 무대에서 화려하게 날뛰는 동안, 난 분홍 토끼 인형옷을 입은채 풍선과 사탕바구니를 들고 무대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무대에 올리기 적당한 어린소녀를 찾던중, 객석 한쪽에서 부모님과 함께 즐거운듯 공연을 구경하고 있는 사이드 포니테일의 어린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풍선을 건네줬을때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깊던 그 소녀였다.

타깃을 정해두고 괴물들의 퍼포먼스가 끝나길 기다리면서 관객석을 둘러보았다.
리토는...안보이네. 어디에 가있는거야?
혼자서 집으로 갈만큼 무심한 녀석은 아닐텐데...
의아해서 객석 너머의 공원을 잠시 둘러보다가 공원 한쪽에서 하루나와 대화하고 있는 리토를 발견했다.
공원을 서성이던 리토가 마론(애완견)을 산책시키러 온 하루나를 우연히 만났나보다.
뭔가 장황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대화하고 있는 리토를 보면 하루나 상대로는 여전히 긴장되나보다.

할로윈 괴물들의 위협적인 퍼포먼스가 끝나고 드디어 신호가 떨어졌다.

"크하하~! 어이 거기 신참~!
본보기로 귀여운 꼬마아이 한명 납치해오라구~!"

"예잇~!"

기운찬 대답과 함께 촐랑거리는 걸음걸이로 점찍어뒀던 소녀에게로 쪼르르 달려갔다.
가까이 다가오는 내 모습에 소녀가 앗-하며 외친다.

"아! 방금 전의 토끼씨~!"

"또 만나네요 귀여운 아가씨~"

소녀의 앞에서 몸을 숙인후, 목소리를 낮춰 은근한 어조로 묻는다.

"매지컬 쿄코를 불러줄 공주님을 고르고 있어요.
매지컬 쿄코가 활약하는 모습, 곁에서 지켜보지 않을래요?"

"정말?"

"물론이죠~"

"응~! 좋아 토끼씨~"

소녀는 기꺼이 무대에 오를 생각으로 가득한가보다.
소녀의 손을 잡기전 아이의 부모님께 잠시 양해를 구했다.

"음, 그럼 잠시만 귀여운 따님을 실례할께요~?"

"후훗~ 잘부탁해요 토끼씨?"
"즐겁게 다녀오렴."

"응~!"

활기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소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양친께 인사하곤 소녀를 가볍게 안아들었다.
「와아~」하는 소녀를 안고 무대위에 오르자 괴물들은 흡족한듯 야비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잘했다. 그럼 그 꼬마 아가씰 인질로 잘 데리고 있으라고~"

그리곤 잠시 주위를 돌아보더니 갸웃하며 크게 중얼거렸다.

"음? 아직도 매지컬 쿄코가 나타나지 않다니...
한명으론 부족한가?"

그말이 신호가 되었는지 무대 뒤쪽이 과장되게 소란스러워지더니 괴인 한명이 또 한명의 인질을 이끌로 나타났다.

"이리 나와~!"

"꺄...꺄아아~~~"

응...?
어쩐지 어색함이 한가득 배어나오는 비명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돌려 인질을 바라보았다.
......어? 미캉?
붉어진 얼굴인채 인질역으로 나타난 미캉의 모습에 할말을 잊었다.

여성 대기실에서 갈아입었는지 미캉의 옷차림은 방금전 세트장에서 봤을때완 달랐다.
상의론 짧은 탱크탑과 그 위로 앞이 트인 작은 겉옷을 걸치고, 하의론 두개의 가죽 벨트로 장식된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목에는 팬던트가 달린 체인형 목걸이를 메달고, 오른 손목엔 고리모양 팔찌를 차고 있었다.
탱크탑 차림으로 인해 드러난 오목한 배꼽과 몸매에 딱맞는 청바지가 보여주는 절묘한 라인이 어쩐지 야릇한 분위기를 풍겼다.
감독님...비쥬얼 이전에 12살짜리 애한테 묘한 색기 풍기게 하지 말란 말이에요!
아이들 보는 내용에 난데없는 에로한 연출을 하려는 감독의 의도에 골치가 아파져서 잠시 하늘을 쳐다보다가,
미캉을 잡은채 이쪽으로 다가오는 괴물 아저씨의 모습에 다시 자세를 바로했다.

"이봐, 이 아가씨도 인질로 잡고 있으라구."

"네에~"

아직 공연중이니까 상념에 빠져있을 여유는 없나.
소녀와 미캉의 뒤에서 양팔로 감싸듯이 둘을 잡곤 정해진 인질의 대사를 읊도록 부탁했다.

"(알겠죠?「도와줘요 매지컬 쿄코~」하고 외치는거에요?)"

"응!"
"네..."

활기차게 대답하는 소녀와 반대로 미캉은 아직 부끄러움이 남아있는듯 조그맣게 대답했다.
소녀는 잠시 숨을 가다듬곤 양손을 입가에 대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도와줘요 매지컬 쿄코~~~~~~!!!"

무대가 떠나가라 힘차게 외친 소녀는 옆에서 주저하고 있는 미캉을 재촉했다.

"언니도 빨리~ 빨리~"

"으...도, 도와줘요 매지컬 쿄코~~~~~~!!!"

새빨개진 얼굴로 힘껏 대사를 외치곤 미캉은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였다.

"후후~ 고마워요 두 숙녀님~"

"에헷~"

"(...라라 언니 바보...)"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미캉의 모습에 남몰래 애도를 표하곤 둘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럼...드디어 주연의 등장인가?
무대 조명이 켜지며 펑~! 하는 폭음과 함께 무대에 나타난 소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흰색 블라우스와 푸른 치마, 붉은색 마녀복장으로 꾸민 매지컬 쿄코다.

"하트를 태우는 새빨간 화염!!
매지컬 쿄코 쇼 타임!!"

관객들의 환호성에 답하며 쿄코는 왼손을 모자에 가져다대며 멋지게 포즈를 취했다.
쿄코의 옆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는 흰고양이는 마스코트인 '시로네'인가?
퍼포먼스로 입에서 한차례 불을 내뿜곤 팔을 빙빙 돌리며 쿄코가 괴물들과 마주했다.

"그럼 이번에도 얼른 불태워서 해결해결~♬"

"크으...! 드디어 나타났구나 매지컬 쿄코!
하지만 이번엔 네 뜻대로 되진 않을거다~!"

"응?"

알쏭달쏭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하는 쿄코에게 괴물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뭔가를 꺼내들었다.

"자, 보거라!!
오늘은 소화기를 가져왔거든!"

"에에엑~~~!!"

『큰일이다냥~! 이래서야 쿄코의 화염이 꺼지고 만다냥-!』

소화기를 보곤 놀라는 쿄코와 시로네.
정확히는 쿄코와 시로네 역을 맏은 무대 뒤의 성우다.

"큰일이야~! 어쩌면 좋지~?"

볼을 감싸고 당황하는 연기를 펼치는 쿄코의 모습에 괴물들은 득의양양해 우쭐거렸다.

"왓하하하하-!
너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껴라 매지컬 쿄코!
부끄러운 질문을 마구마구 인질에게 해줄테다~!"

"앗! 안돼~!"

...참 무력감이 느껴지는군요.
주로 긴장이 풀린다는 의미로.
역시 아동용이라 그런지 위협도 장난기가 가득한 느낌이다.
드라큘라 분장의 우주인이 힛힛힛 웃으며 인질을 데리고 있는 내쪽으로 다가왔다.

"자아~자아~ 부끄러운 질문을 받을 준비는 되었느냐아~?"

"우...! 괴물같은거 무섭지 않은걸~!"
"부, 부끄러운 질문이라니..."

용감하게도 볼을 푹푹 부풀리며 괴물을 쏘아보는 소녀와 긴장하는 미캉의 모습에 드라큘라는 「호오~?」 하며 미소를 지었다.
양팔을 벌려 크게 망토를 휘날리며 한껏 멋을 부린 드라큘라는 사악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 그럼 묻겠다!
너희들의 나이는 몇살이냐?"

"5살!"
"12살요."

"......어라?"

힘차게 대답하는 소녀와 담담하게 답한 미캉의 모습에 드라큘라는 뭐가 그리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데?
분명 여자에게 나이 질문은 금기라고 들었는데...?"

그야 성인이라는 조건이 붙으면 말이죠.
얼빠진 드라큘라의 모습에 피식거리는 어른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바보다.」「저런 질문이 뭐가 부끄러운거야?」라며 놀려대는 꼬맹이도 있었다.
매지컬 쿄코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연기했다.
뭐, 어린이들에게 저런 질문을 했다고 「그런 비열한 짓을!」이라고 대응할수도 없으니 당연한가.
어리버리한 이미지로 분위기를 완화시킨 드라큘라는 한참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다음 질문이다~! 이상형은?"

"에?"

"어이 드라큘라, 더이상 물어도 의미가 없을것 같은데?"
"에에잇! 여기서 물러설 것 같으냐! 좋아하는 사람을 말해봐~!"

이건...대답 여부랑 상관없이 엄청 부끄러울것 같은데...?
나뿐만이 아니라 두번째 질문을 들은 미캉도 당황해서 허둥대고 있었다.
함께 있던 소녀가 알아채곤 「언니 괜찮아?」라며 걱정할 지경이다.

"잇히히히~~~!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면 이렇게 해주마~!"

말을 마친 드라큘라는 팔을 뻗더니 내 옆구리를 간질었다.

"아...아하하하하~~~!"

어째서 내가 본보기가...!?
푹푹 옆구리를 찔러대는 통에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우스꽝스런 비명이 새어나왔다.
도중에 객석에서 「본격 팀킬하는 악당」이란 수근거림이 들릴 정도였다.

"하...아하하...하아...하아..."

"어때? 봤느냐!"

숨을 허덕이는 내 모습에 의기양양하던 드라큘라는 다시금 소녀들에게 대답을 재촉했다.
위협하는 드라큘라에게 당황하는 미캉을 보곤 관객들중 장난기있는 청년들이 휘파람을 불었다.

「휘익~! 힘내라 거기 소녀! 그런 질문엔 당당하게 대답해버려!」
「혹시 같은 학교 남학생이야?」
「용기있는 사람이 애인을 얻는다구~!」
「내 이름을 불러줘! 내 이름은...」
「「「죽어 변태자식!」」」

...텐션이 높은 녀석들이다.
왁자지껄한 객석의 반응에 드라큘라도 흥이 올랐는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겁주려는듯 팔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자~ 말해봐~
좋아하는 사람은 어디의 누구~?"

미캉의 볼이 빨개졌다.
난처한 질문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는 모양새였다.
어쩔줄 모르는 미캉의 모습에 드라큘라도 조금 곤란하다고 생각했는지 슬그머니 표적을 어린 소녀로 바꿨다.

"자~ 그럼 어디 작은 아가씨 대답부터 들어볼까?
아가씨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

드라큘라의 물음에 소녀는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아빠가 좋아~!"

건강한 미소를 지은 소녀의 대답은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완화된 분위기에 긴장이 풀렸는지, 아니면 소녀의 대답에서 힌트를 얻었는지 미캉도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아...아빠같은 사람니다...!"


따라하는것도 여전히 부끄러웠던지 눈을 질끈 감은 미캉의 볼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두 소녀의 대답은 꽤나 부모님들의 마음을 자극했나보다.

「어머머 귀여워라~」
「크으...우리 딸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맞아요. 당신이랑 결혼하겠다고 말한적도 있었죠?」
「애 아빤 좋겠군...저런 귀여운 딸이 있어서.」

아, 소녀의 아빠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바라보고 있다. 화목한 가정이구나.
객석의 반응을 본뒤 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판단한듯 매지컬 쿄코는 분한 얼굴로 외쳤다.

"크윽...! 소녀의 마음을 부끄럽게 하다니 용서못해!"

『쿄코짱! 하지만 먼저 소화기를 어떻게 해야 된다냥-』

시로네의 말에 쿄코는 결연한 표정으로 객석을 바라보며 간절히 호소했다.

"누군가 매지컬 쿄코를 도와줄 용기있는 분은 없나요~!?"

「맡겨만 줘~!」
「맡겨주세요!」
「......」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세명의 인형이 무대위로 뛰어들었다.
야생의 라라, 오시즈, 야미가 나타났다...! 가 아니라,
오랜만에 보는 하얀색 기본 코스튬의 라라, 닌자처럼 차려입은 오시즈, 평소의 배틀드레스와 비슷한 본디지 패션의 야미가 나타났다.

"라라! 시즈! 야미!
셋이 모여 할로윈 세자매!"

퍼엉-!

대사와 함께 무대에서 폭죽이 터졌다.

머엉...

급작스런 끼워넣기 전개에 황당해져서 무심코 리토랑 하루나가 있던 방향을 돌아보았다.
멀찍이서 대화하고 있던 리토와 하루나도 무대쪽을 보곤 벙쪄있는 모습이다.
무리도 아닌가. 친구와 지인이 쿄스튬 차림으로 난데없이 무대에 등장했으니까.
아, 하루나가 리토에게 뭔가 말을 걸더니 이쪽으로 온다.
아무래도 친구들이 무대에 오른 공연이니만큼 구경하는게 예의라고 생각하는걸지도 모르겠다.
리토도 어쩐지 불안한 얼굴로 하루나의 뒤를 따라 공연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도 라라가 또 뭔가 사고를 치지 않을까 걱정하는것 같은데, 리토의 표정을 보면 괜스레 나도 불안해진다.

하지만 쿄코가 와-하며 깜짝 놀란 포즈까지 취하는걸 봐선 무대에 나서기 전에 협의한걸까?
쿄코의 '도와주세요'라는 대사와 대기실에서의 감독의 행동을 떠올려보면 셋의 임팩트 있는 등장은 딱히 돌발적인 상황은 아닌것 같다.

"와~~~!! 진짜 쿄코짱이다-!!
대단히 기뻐-!! 친구가 되줘!!"

"에!? 아...응..."

...물론 매지컬 쿄코의 팬인 라라의 저런 행동은 충분히 돌발적인 일이지만요.
라라는 물론 오시즈도 매지컬 쿄코를 직접 보곤 흥분했는지 괴물들에게 등을 돌려서 쿄코만 바라보고 있다.
그나마 남은 야미는 「......」인 상태로 무심하게 괴물들을 바라보고 있을뿐, 둘을 말릴 생각이 없는것 같았다.
결국 손을 맞잡아 오는 라라에게 당황한 쿄코가 애드립으로 겨우 상황을 정리했다.

"그, 그것보다 저 소화기를 어떻게든 빼앗아야 해."

『그, 그렇다냥. 매지컬 쿄코가 싸우기 위해선 악당들이 들고있는 소화기를 뺏어야 된다냥-!』

소화기 이전에 인질은 괜찮습니까?

어차피 아동용 프로인데 태클거는 내가 어쩐지 서글퍼 보인다.
내 허풍에 딴죽을 걸다가 머리를 감싸쥐던 리토의 심정이 이랬던걸까?
그냥 편하게 지켜보는게 나을지 모르겠다.
악당중에 배신자가 있거나, 소화기를 뺏은후 인질도 구출하거나 어떻게든 인질이 풀려날테지.
그런데...이상하게 괴물들이 너무 조용하다?

의아해서 괴물들을 둘러 보니까 다들 뻣뻣하게 굳어있다.

"(데, 데빌루크의 공주!)"
"(우주 제일의 암살자 금색의 어둠이잖아!)"
"(예쁜 소녀들을 섭외했다더니, 우릴 죽일셈인가 감독...!)"

아니, 그러니까 암살업은 이미 폐업했다니까요.
우주 마피아를 잡을때 함께 힘을 합쳤으면서도, 아직까지 둘의 공포스러운 이미지는 우주인 아저씨들 사이에 남아있었나보다.

"(적당히 맞아주고 쓰러지라니...잘못 맞으면 죽는다고!)"

...확실히 죽겠군.
장난으로라도 저애들이랑 주먹다짐을 잘못했다간 큰일나니까.
특히 가끔씩 힘조절이 안되는 라라랑, 실수로 컨트롤을 실패해서 폭주하는 오시즈, 징계엔 자비심이 없는 야미 세명이 한꺼번에 모인 상태다.
더욱이 맞은편에서 엄청 의욕만만한 얼굴로 팔을 휘두르는 라라를 보고 있노라면 아저씨들이 무서워하지 않는게 이상하지.
그냥 설상가상으로 라라가 이상한 기계를 꺼내서 무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지 않기만을 바라자.

소화기를 뺏는 미션을 성공시키기 위해 작전을 짜려는듯 쿄코는 소화기를 든 괴물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우선 소화기만 뺏는게 중요해요.
불꽃만 쓸수 있으면 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알았어! 소화기만 뺏으면 되는거지?"

라라가 대뜸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려하자 시로네가 제지했다.

『기다려라 냥. 아무 대책없이 괴인에게 다가갔다간 위험...』

"그거라면 걱정마세요~! 에잇~!"

끝까지 좀 들어라.

시로네의 경고에 오시즈는 걱정말라는듯 닌자복 차림으로 인술을 하듯 묘한 수인을 맺었다.

"어-어-?"

오시즈가 수인을 맺자 괴물의 손에 들려져있던 소화기가 갑자기 괴물의 품을 벗어나 무대 한가운데 붕-떴다.
당황한 괴물들이 어떻게 손을 쓸 틈도 없이 소화기는 하늘을 날아 오시즈의 발치에 가만히 놓여졌다.
네. 다가간게 아니고 염동력으로 가져온거니까 오시즈는 위험하지 않았네요.
다만, 눈에 띄게 당황한 괴물들과 쿄코의 모습을 보면 스토리 전개가 엄청나게 위험!

「대단해!」
「인술이야~!」
「진짜 닌자같아!」
「나○토?」

멋모르는 꼬마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있고, 그런 관객들을 바라보며 쑥스러운듯 살짝 혀를 내미는 오시즈의 모습은 확실히 좋은 분위기인데...
이 진행대로 정말 괜찮은건가?

"그...대단하네요...!"

『과, 과연 할로윈 세자매다냥...』

쿄코랑 시로네도 애드립을 하면서도 목소리에 당황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오시즈의 초능력에 당황한 미캉의 모습을 오해한 소녀가 미캉을 격려했다.

"걱정마 언니! 매지컬 쿄코가 분명 우릴 구해줄거야~!"
"아, 으응..."

소녀에게 대답하곤 라라와 야미, 오시즈를 바라보는 미캉의 눈은 걱정으로 가득차있었다.
미캉의 심정을 모르는 셋은 어쩐지 의욕만만한 모습으로 이쪽을 향했다.

"자, 그럼~! 각오해라 악당들~!"
"정의는 승리합니다~!"
"...이만 끝내도록 하죠."

붕붕 팔을 흔들며 나서는 라라, 닌자복 차림으로 검을 들고 멋들어진 포즈를 취하는 오시즈, 사람의 시선에 노출되는게 거북한지 빨리 공연을 마무리 하려는 야미.
그 기세에 밀려 괴물로 분장한 우주인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한걸음씩 자꾸만 뒤로 물러났다.
이대로 놔뒀다간 「매지컬 쿄코 할로원 특집」이 아니라 「할로윈 세자매의 대활극」으로 제목이 바뀔판이다.
미처 셋을 말리지 못하고 「아...저기...」하며 허무하게 허공에 손을 뻗는 쿄코의 모습이 보인다.
아무 주저없이 다가오는 셋의 모습에 긴장이 달렸다.
인질이 있는데 왜 이렇게 태연한거야 저 셋은?
겉으론 착해보이는 분홍 토끼 인형씨가 잡고 있으니까 인질이 인질로 생각되지도 않는건가?
이대로 뒀다간 극이 엉망이 될것 같아, 인질이 있는걸 강조함으로써 잠시 대치상태를 만들기로 결심하곤 호흡을 가다듬었을 때, 드라큘라가 황급히 손을 내밀었다.

"자, 잠깐만 타임~!"

멈칫.

다가오던 셋이 걸음을 멈추자, 드라큘라는 날카로운 눈으로 셋을 쏘아보았다.

"후, 후후후....이대로 우리가 쉽게 당할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우주인 아저씨들이 전부 드라큘라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드라큘라는 장엄한 표정으로 나와 인질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인질극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셈일까?
진지한 얼굴의 우주인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방금전의 돌발 상황 속에서도 우주인들은 프로다운 노련함으로 적당한 애드립이 떠올랐나보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놓고 있는데 다가온 드라큘라는 난데없이 내 손을 잡았다.
인질들을 데리고 의아해하는 날 무대 한가운데 세운 드라큘라는 짧은 기합과 함께 내 등을 쑥 떠밀며 외쳤다.

"자! 해치워주세요 보스!"

......

"에에에에에에~~~~~~?"

「「「에에엑---!?」」」



"최강의 계통이 뭔지 알고 있나? 미스 쿄코."

"그야 물론 타오르는 정열의 불이죠."

"유감스럽지만 틀렸다."

"에~? 거짓말~!"

"훗...보여주지! 한호흡에 모든걸 날려버리는 바람이야 말로 최강의 계통인것을!"

다음화 - 「결전! 쿄코와 할로윈 세자매와 질풍의 늑대토끼씨」편!

모두모두 기대해주세요~!



지금쯤 아버지와 알콩달콩하며 개발일로 바쁘실 어머님.
친분있는 분의 소개로 아르바이트를 맡게된 소자는 난데없이 악의 조직의 보스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빨간 리본이 어울리는 귀여운 분홍 토끼옷 차림으로 말이죠...

정신이 날아갈것 같은 상황에서, 쿄코와 할로윈 세자매와 관객들의 경악하는 모습에 간신히 이성을 찾고 고개를 돌려 우주인들을 바라보았다.

"보았느냐! 이분이 바로 우리 토끼단의 보스인 토끼씨다!"
"믿겠습니다 보스!"
"후후,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은 악역비도의 대악당이라고!"

토끼단은 또 뭐요? 어째서 난데없는 도우미 토끼씨 악당설?
동심은 소중하다면서요!
객석에 앉은 아이들의 동심이 파괴되는게 보이지도 않아요?

「그러고보면 요즘 흑막같은 보스들은 죄다 존댓말을 쓰잖아?」
「게다가 귀엽잖아. 미형 악역에도 딱맞아!」
「공중에 떠올랐을때부터 보통이 아니었어!」
「토끼씨 대단해~!」

...요즘 애들은 반전을 좋아하네요.
관객으로 있는 아이들의 눈이 흥미진진하게 바뀐게 느껴질 정도다.
나로선 지금의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내 등을 떠밀듯 받치고 있는 드라큘라에게 작게 속삭였다.

"(아저씨, 대체 이게 무슨 전개에요?)"

"(저 세명을 상대하긴 우리도 싫다구! 저애들이랑 친한 네가 나서서 어떻게 좀 해줘.)"

그렇다고 난데없이 해결사로 내세우지 마세요!

"(저번에 마피아 잡을때도 희한한 계획 잘만 세웠잖아?)"

사전에 계획세워서 상대하는거랑, 실시간으로 대처해야 하는거랑 같습니까!?
관객석에서 한껏 기대로 가득찬 시선을 보내오는 꼬마들을 보니, 여기서 물러난다는 선택은 불가능한것 같았다.

"(원래 전개는 어떻게 되는건가요?)"

"(저 셋이 인질을 구출하면서 퇴장하고, 보스인 크라켄씨가 등장해 매지컬 쿄코랑 대결하는 거야.)"

힐끗 무대 커튼 뒷쪽을 보니 집채만한 덩치의 크라켄씨가 외눈을 깜빡이며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라라, 야미, 오시즈가 두려운듯 크라켄씨는 금세 무대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결국은 어떻게든 저 셋을 무대에서 내려오게 해야 하는 거로군...
해결책을 필사적으로 떠올리며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대위에서 좌측엔 드라큘라를 비롯한 우주인들, 인질역인 소녀와 미캉, 그리고 풍선에 사탕바구니를 들고있는 나.
무대 우측엔 쿄코와 시로네, 라라, 오시즈, 야미.
관객석엔 아이와 함께온 부모님들과 그외 사람들. 그리고 무대가 있는 곳으로 점점 다가오는 리토와 하루나가 보인다.
...좋아. 이걸로 간다.
드라큘라를 돌아보며 속삭였다.

"(...저 셋을 무대에서 퇴장시키면 되는거죠?)"

"(맞아. 그후엔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까...부탁할께.)"

"(그럼 아저씨의 망토를 잠시 빌려주세요.)"

"(? 그래.)"

드라큘라에게 망토를 건네받아 목에 두르곤 숨을 들이쉬었다.

"(아저씨...)"

"(왜?)"

"(나, 이 공연이 끝나면 솜사탕을 사먹을거에요...)"

"(야, 너 그거 사망플래그...)"

혹시나 중간에 실패해도 절 탓하지 말라구요?
드라큘라의 손을 치우곤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라라, 야미, 오시즈, 쿄코를 마주보곤 뽐내듯 가슴을 펴며 입을 열었다.

"후후후...할로윈 세자매가 나선 이상, 저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순 없게 되었군요~"

"어? 토끼씨가 흑막이었어?"

여러분이 등장한 직후 흑막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그렇답니다~? 제가 바로 악의조직 토끼단의 보스 토끼씨에요~"

손등으로 입을 가리며 우아하게 웃는다.
가끔 보아왔던 사키 선배의 웃음소리를 흉내내곤 거만한 포즈를 취했다.

"매지컬 쿄코를 골탕먹이기 위해 가져온 소화기를 빼앗는 멋진 활약은 잘 봤습니다.
하지만 이제 여러분은 이걸로 무대에서 내려와주셔야 겠군요."

"어림없어~!"
"토끼씨를 정의의 길로 이끌고 말겠어요!"
"......"

나름대로 무대 퇴장 의도를 강조를 했지만, 의도를 이해한건 야미뿐인것 같다.
...정말 이해했을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지라 솔직히 좀 불안하다.

"폭력같은 야만적인 행위는 좋아하지 않아요."

말을 하면서 자연스레 한걸음 앞으로 이동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좀더 이야기로 시간을 끌자.

"후후, 전 말이죠... 싸움에도 미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답니다?
우아하고 스마트한 대결이야 말로 소녀를 위한 싸움이 아닐까요?"

"...흥미로운 지적이군요."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 한걸음 더 내딛는다.

"그래서 제안을 하죠...매지컬 쿄코."

"네?"

갑작스레 불려 놀란 쿄코에게 말을 건넸다.

"토끼단의 보스인 저와 마법소녀들의 리더인 쿄코 당신과의 계약입니다.
지금부터 저와 여러분 중 '우아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패배를 인정하고 얌전히 무대에서 물러나는 것으로...어때요?"

"우아함?"

"저만의 미학인 우아함을 꺾는다면 저의 패배를 인정하고 인질들을 풀어주도록 하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쿄코.
갑작스럽게 이런 조건은 확실히 받아들이기 힘든가?
쿄코가 좀더 신뢰할수 있을 조건을 내걸어야 할까?

"믿어도 좋아요. 약속하죠.
제 역할에 맹세하고, 지키고싶은 소중한 것에 맹세하고, 응원하고 있는 누군가에 걸고 맹세하죠."

공연의 도우미로서 맹세하고, 지켜보는 아이들에 맹세하고, 매지컬 쿄코에 맹세한다.
매지컬 쿄코의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수 있도록.

내 말에 쿄코의 눈이 조금 크게 떠졌다.
그리곤 결심한듯 쿄코는 평소의 매지컬 쿄코로 돌아와 연기를 계속했다.

"패배한다면 순순히 인질을 놓아주는거지?"

"물론이죠."

천천히 전진을 계속한다.
이제 곧...가까워진다.

"좋아~! 그럼 그 승부, 받아들이겠어!"

"좋습니다. '최후의 한사람'이 남을때까지 이 계약은 계속될 것입니다."

드디어 녀석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때가 무르익었다.

"크..."

무심코 토끼씨에겐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토끼씨?"

"악마와의 거래는...언제나 불공정하지."

"무슨..."

"매지컬 시즈."

"네?"

"당신의 패착은 단 하나, 시로네가 '고양이'라는 사실이지."

"에?"

「그르르...」

「마론?」

"히익...!"

객석 한쪽에서 난데없이 들린 으르렁거림에 오시즈가 움찔거렸다.
어느새 공연을 보러 무대 가까이 도착한 리토와 하루나의 걸음이 멈췄다.
하루나의 애완견인 마론이 고개를 들어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마침내 쿄코의 곁에 있는 시로네를 발견한 마론이 크게 짖었다.

「왈-!왈-!」

「마, 마론?」

"꺄아아아아아아아아------!"

우르르...!

비명을 내지르는 오시즈를 따라 무대가 작게 떨린다.
패닉상태에 빠진 오시즈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오려는듯 머리에서 희미한 물체가 보였다.

지금!

재빨리 거리를 좁혀 주저앉은채 떨고 있는 오시즈를 팔로 감쌌다.

"(걱정말아요 아가씨...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머리를 쓰다듬는 척하며 분리되려던 오시즈의 영혼을 다시 몸 안으로 집어놓곤 오시즈를 진정시켰다.

"...아...?"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오시즈의 눈동자에 초점이 잡혔다.
자리에 일어나 얼떨떨해하면서 머리를 매만지는 오시즈를 일으켜세웠다.
그동안 하루나도 마론을 진정시켰는지 마론도 더이상 짖지 않았다.

"후후...방금전 모습은 우아하지 못했어요.
아쉽지만 매지컬 시즈는 탈락이군요."

"저기...토끼씨는..."

뭔가 말하고 싶은듯 주저하는 오시즈의 입가에 살짝 손가락을 대며 웃었다.

"(소녀의 비밀은 캐묻는게 아니에요.)"

전 소녀가 아니지만요~

"그럼 매지컬 시즈씨, 공연이 끝나고 만나도록 해요."

석연치 않은듯 고개를 갸웃하며 무대 한쪽으로 퇴장하는 오시즈를 보내곤 남은 사람을 확인했다.
다음은...라라의 차례군.

"우아함을 가꾸기 위해선 아름다운 옷도 중요하죠.
매력적인 옷차림으로 이성의 호감을 얻을수 있으니까요.
매지컬 라라씨는 얼마나 멋진 패션 센스를 가지고 있을까요?"

"에? 지금 이 '드레스 모드'론 안돼?"

"...어, 어떨까요..."

드레스 모드? 저게?
확실히 비범한 패션이긴 하지만 아름다움은 커녕 SF적인 면모만 부각시키는 패션인데?
우주인의 괴악한 패션 센스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쫄쫄이 타이즈를 입은 변태가 은하제일의 패션남이라고 자칭하는게 우주인들이니 원...

"자, 매지컬 라라!
당신의 패션 센스로써 당신만의 우아함을 보여주시죠."

"좋아~ 잘보라구?"

- 폼 체인지!

"어때?"
"...남성정장이네요."
안경까지 쓴게 제법 귀엽게 보이긴 하다.

"이건?"
"여경? 매니아들은 좋아하겠군요."
그냥 코스프레 같다. 다만 꼬리가 허벅지를 휘감고 있는 모습은 꽤나 섹시해보이네요.

"쨘!"
"바니걸? 아이들 정서에 나쁘니 바꿔주세요."
「저게 진짜 여자 토끼지!」라고 외치는 몇몇 늑대같은 남자들은 옆에있던 여성에게 옆구리를 꼬집혔다.

"이런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것 같네요."
고질라 슈트를 뒤집어쓴 차림으로 괴수물 찍으면 딱 좋겠다.

"얍~!"
"석기시대라면 충분히 먹히겠는데요?"
돌도끼에 공룡뼈 투구?

"계○권!"
"...그건 히로인이 아니고 히어로 아닙니까?"
에네○기파라도 날릴 기세로군.

「만능 코스튬 로봇」이란 호칭에 걸맞게 페케의 폼 체인지는 끝이 없었다.
이국적인 외모의 미소녀가 마치 중국의 변검(變瞼)마냥 순식간에 옷을 변화시키는 화려한 볼거리에 관객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그런 관객의 반응에 심취했는지 라라도 즐거워져서 원래의 목적을 잊은듯 계속해서 폼 체인지를 시도했다.
그리고...기다리던 순간이 다가왔다.

스르르-

"어라?"

라라가 입고있는 옷에서 조그만 구멍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되었군...

『면...면목없습니다 라라님...』

"페케?"

『연속 폼 체인지로 에너지가 다 된듯 합니다...더이상은...』

"이걸 걸쳐요."

"토끼씨?"

방금전 드라큘라에게 받았던 망토를 벗어 라라의 몸을 감싸준다.
조금씩 옷이 사라져가는 라라의 모습에 황급히 무대로 올라오려던 리토가 멈칫했다.
침착하라구. 적어도 여자아이의 부끄러운 모습을 남앞에 쬐게할만큼 무신경하진 않으니까.

"(무대뒤의 여성 대기실에서 옷을 받아 입도록 하세요.)"

귓가에 작게 속삭여준뒤 망토를 두른 라라를 놓아줬다.

"후후, 이걸로 매지컬 라라도 탈락입니다.
다음에 만날때는 좀더 우아함을 가꾸도록 하세요."

그럼...이젠 야미만 상대하면 되는건가?
라라를 보내고 자신을 바라보는 내게 야미는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왔다.

"당신은...우리에 대해 알고 있는 인물이로군요."

"......"

들켰나?
역시 페케의 폼 체인지에 대응하는 모습은 그런 의혹을 일으킬 소지가 컸나보다.

"공원에서 보여준 트릭...
적들이 당신을 보스로 내세운것.
그리고 오시즈와 폼 체인지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
당신은 혹시..."

"네네~ 거기까지~"

손을 들어 야미를 제지한다.

"이해가 빠른 아이는 싫어하지 않아요 명탐정씨.
하지만 그렇게 남의 정체를 폭로하려는 태도는 세련되지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

"후후...지금건 우아하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굳이 따지진 않겠습니다.
아, 하지만 이것으로 얌전히 물러나 주시는것도 저로선 환영이랍니다?"

야미가 '무대 퇴장'의 의도를 이해했다면 좋지만, 그런게 아니라도 야미를 끌어내릴 수단은 있으니까.
게다가 야미도 공연도중 보여준 모습으론 라라와 오시즈에 이끌리다시피 무대에 선 분위기라 무대에서 퇴장시키는데 별 어려움은 없을것 같다.
낮게 웃는 내 모습에 야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내 앞에 마주섰다.
그리곤 손바닥이 위로 향하도록 양손을 쑥 내밀며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

"...네?"

"할로윈이니까요."

어리벙벙한 내게 야미는 작게 입을 움직였다.

"(프린세스와 오시즈가 탈락한 이상 저도 여기 머무를 이유는 없습니다.)"

아아...꽤나 깔끔하게 물러나는 방식이군.
얌전히 사탕 바구니를 야미에게 내밀었다.
사탕 바구니를 손에 든 야미는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봉지를 뜯어 사탕을 입에 넣으며 야미가 말했다.

"할로윈 사탕을 받았으니 오늘은 이대로 물러나도록 하죠.
당신의 정체를 밝히는건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말을 마친 야미는 어깨에서 커다란 백색 날개를 생성해 펼쳤다.
「와아~!」하는 아이들의 환호성 속에 야미는 사탕 바구니를 든채 날아올랐다.
이걸로 야미도 무사히 퇴장이구나.
겨우 한숨 돌렸다며 안도하던중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어쩐지 뭔가 잊은것 같은데...
의아하게 생각하며 날아오르는 야미를 보다가 야미가 막 뚜껑을 따고있는 캔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 쿄코가 줬던 탄산음료잖아아아아아!?

"잠깐만요~! 그건 내꺼...!"

"큽!?"

푸화악-!




야미가 음료를 한모금 입에 머금은 뒤, 갑자기 야미의 입에서 폭발하는 기세로 거품이 튀어나왔다.

"쿨럭...!"

난데없는 해프닝과 함께 뱅글뱅글 돌며 무대위로 떨어지는 야미를 황급히 받아들었다.
야미와 함께 떨어진 사탕바구니속의 사탕들이 무대에 어지럽게 흩어졌다.
품에 안긴채 탄산음료 거품이 묻은 입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거칠게 기침하는 야미.
남의 음료수를 뺏어먹는 대가라고 하기엔 기침을 멈추지 못하는 야미의 모습이 불쌍하다.
토끼탈을 쓴 내 머리의 그림자에 얼굴이 가려진 야미가 힘들게 나를 올려봤다.

"야, 야미씨? 괜찮아요?"

"쿨럭...당신...! 대체 뭘 넣은...!"

누가 들으면 내가 무슨 신세계의 신마냥 당신을 암살하려 한줄 알겠습니다.
토끼탈을 손으로 밀어내며 비틀비틀 일어서 날 노려보는 야미에게 애매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사탕이랑 탄산음료는 함께 먹으면 위험하답니다~?"

"큽...! 이 원한은 반드시...!"

기침을 멈추지 못한채 뭔가 악당같은 대사를 남기고 야미는 황급히 무대를 떠났다.
난데없는 추태가 벌어진 무대에 벙쪄있는 관객들의 모습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래도 어찌됐건 의도한 세명의 탈락은 성공했으니까...

"계, 계획대로...일까나?"

애매하게 고개를 갸웃하며 관객을 바라보자 관객들이 너도나도 수근거렸다.

「악마다...귀여운 외모를 하고선 태연하게 저런 짓을!」
「두뇌파 악역?」
「과연 보스...! 혼자서 세명을 전부 물리쳤어...」
「이제 남은건 매지컬 쿄코 뿐인데...괜찮은건가?」

술렁거리는 관객의 반응.
저정도면 그다지 문제는 없으려나.
원래라면 마스코트 도우미였을 토끼인형에게 속으로 애도를 표하며 슬슬 마무리를 짓기로 했다.

"그럼 인질들을 처리해볼까요?
드라큘라씨, 두 아가씨를 데려오세요."

"아...네! 보스!"

드라큘라가 데려온 소녀와 미캉의 어깨에 손을 얹고 양옆에 세웠다.

"후후...어떠신가요 매지컬 쿄코?
믿고있던 세 마법소녀들의 패배한 모습은?
아~아~ 이렇게 인질도 아직 우리에게 있는 상태인데 말이죠~"

"크윽...!"

분한듯한 쿄코의 앞에서 인질의 어깨에 올려둔 손을 치우곤 과장되게 양팔을 벌린다.

"후후...인질들이 어떻게 될지 걱정되시나요?
간지럽힘 형벌은 정말이지 무시무시하답니다?
저조차도 간지러움을 참지 못할 정도니 말이죠~!"

자, 제발 깨달아라 소녀! 미캉!

「언니~! 옆구리야!」
「옆구리를 간질이라고!」
「푹 찔러-!」

내 말에 힌트를 얻었는지 벌써부터 관중석은 옆구리를 찌르라고 외치는 꼬마들로 시끄럽다.
뭐, 관객의 소리는 못들은체 해주는게 무대에 선 사람으로서의 의리지.
관객들의 외침에 소녀와 미캉은 눈을 마주치곤 그대로 내 옆구리를 힘껏 간질였다.

"아하하하하하~!
그렇게 찌르면 안돼에에에~~~~~~!"

퍼펙트다 소녀들! ...근데 이거 진짜로 간지럽잖아!
옆구리를 사정없이 자극해오는 간지러움에 온몸을 뒤틀며 배배꼬다가 뭔가를 밟곤 앞으로 미끄러지며 힘찬 슬라이딩을 했다.

"에에엣!?"

꽈아앙---!!!

채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가까워진 무대 바닥에 호쾌하게 안면을 충돌시키며 심상치않은 소리가 발생했다.

「...방금 무지 아픈 소리가 났는데?」
「기절했나?」
「괜찮을까 토끼씨?」

괜찮습니다.
악역인데도 걱정해주는 관객에게는 고마울 따름이지만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된 상태라 혼란스러운 상태다.
대체 뭐를 밟고 이렇게 미끄러진거야?
납작해진 개구리마냥 뻗은 포즈로 바닥에 엎어져있으며 생각하던중 무대 이곳저곳에 흩어져있는 사탕들이 눈에 들어왔다.
...야미가 떨어뜨린 사탕바구니에서 쏟아져나온 사탕을 밟은거였군요.

"저...괘, 괜찮으세요?"

고개를 들어보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매지컬 쿄코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미캉과 소녀는 이미 매지컬 쿄코의 뒤로 이동한 상태로 이쪽을 걱정스레 쳐다보고 있다.
간지럼태움을 당하면서 예상치못한 해프닝을 당했지만 이걸로 모든 상황은 정리되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나의 퇴장뿐이다.

"크, 크윽...!
내가 이런 보기흉한 모습을...핫...!?"

부들부들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리다가, 마치 뭔가 큰 실수를 한 것처럼 놀란 어조로 입을 가렸다.
과장되게 경악하는 내 모습에 매지컬 쿄코도 깨달았는지 팟-하고 삿대질 포즈를 취하며 선언했다.

"그렇군요! 이것으로 우아함을 잃은 당신의 패배입니다!
인질도 풀려났으니 이걸로 승부는 결정되었습니다!"

원래라면 간지럽힘을 당하면서 보인 추한 꽈배기 댄스 때문에 우아함을 잃는다는 전개를 생각했었지만,
야미가 떨어뜨린 사탕으로 훨씬 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한덕에 쿄코의 말은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인질도 풀려났으니 이 상황에서 악당에게 남은 길은 하나 뿐이지.

"큭! 이, 이건 무효야! 나는 지지 않았어!"

"승부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그거야 당연하지.
패배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미학인 우아함을 스스로 더럽힌다.
모순에 빠진 악당들의 전형적인 파멸 패턴이지.
그리고 슬슬 무대 구석에서 구경꾼 노릇을 하고 있는 우주인들을 주연으로 들어올려 줘야 한단 말씀.

"이대로 질순 없어...!
나와주세요 최종보스 크라켄씨~!"

{쿠오오오오---!}

"뭣!?"

나의 외침과 함께 무대 뒷쪽에서 대기하던 크라켄씨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아하하하하~! 알지 못했나요 매지컬 쿄코씨~?
보통 두뇌파 악역은 2인자라는것을 말이죠~"

삼류 반전 같은 대사를 내뱉곤 무대 가운데로 이동해온 크라켄씨와 자리를 바꿨다.

"후후...진짜 보스께서 나타난 이상 전 이만 물러나도록 하죠.
배틀쪽은 자신이 없거든요~"

살짝 엄지를 치켜세워 보이는 우주인들에게 브이 사인을 날리곤 슬그머니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다.
이걸로 나도 무사히 무대 퇴장에 성공했군.
쿄코의 박력있는 외침과 괴물들의 아우성이 무대커튼 너머로 들려온다.
이제부턴 주역들의 시간이다.




"그래서 말야~ 매지컬 쿄코랑 함께 무대에 올랐다?"

"헤에~? 인기 아이돌인 키리사키 쿄코랑? 대단한걸 라라찌~!"

월요일 아침부터 들떠있는 라라로 인해 교실은 한창 활기가 넘쳐흘렀다.
쉬는시간 라라가 공연 상품으로 받은 시로네 인형을 들고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즐겁게 리사와 미오에게 주말의 일을 얘기했다.
함께 있었던 리토, 하루나, 오시즈도 옆에서 말을 거들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걸 지켜보던 중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왜 저리 들떠있는거야 라라는?"

"응? 아, 룬이구나."

옆반에서 놀러온 룬이 떠들석한 반 분위기에 궁금한 표정을 짓기에 설명해줬다.

"매지컬 쿄코와 만났거든."

"매지컬 쿄코?"

"아, 키리사키 쿄코라고 TV에 자주 나오는 여고생 아이돌 말야.
주말에 유우키랑 공원에서 매지컬 쿄코 공연을 보고 함께 상품도 받았다고 하더라고."

"리토군도?"

"듣기론 둘다 대기실에서 직접 만났다던걸?
아이돌을 만난거라서 그런지 유우키도 좀 긴장했다나봐."

"쳇...쿄코란 애보단 내가 훨씬 더 예쁜데. 리토군 바보..."

룬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투덜댔다.
질투하는구나.

"뭐, 너도 확실히 아이돌 같은 외모긴 하지."

속은 좀 시커멓다만.

"너한테 물은거 아니거든요?"

...아, 그러십니까.
칭찬을 해줘도 까칠하다니깐.

목욕탕 사건 이후론 나를 대하는 룬의 반응이 조금 예민해졌다.
이런저런 해프닝으로 못볼 꼴을 몇번 봐서 그런지 룬은 나와 대화중엔 내숭떨기를 그만둔것 같다.
대놓고 날 수염이라고 불렀을 땐, 룬의 평소 행동과의 괴리감에 내 머리가 띵할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리토앞에서처럼 얌전떠는 고양이 흉내를 내진 않아서 확실히 대화하기엔 속이 편했다.
내숭의 결정체같은 룬이 틱틱대는 반응이 신선하기도 하고 말이다.

"라라찌랑 시즈랑 야미야미가 참가했는데 잘도 무대가 안무너졌네~?"

무너지는걸 전제로 얘기하는거냐 리사...
확실히 위기 상황이긴 했다만.

"아 그거? 어쩐지 모르겠지만 토끼 인형한테 라라랑 야미, 오시즈가 당해버렸어.
우아함이라든가 뭐라든가 희한한 이유로...어째 나르시즘에 빠진 악역 같더라구."

"나중에 설명을 들었는데 원래 우린 소화기만 뺏고 퇴장해야 했대요."

"우우...그래도 오시즈짱만 활약하구...
나도 매지컬 쿄코랑 힘을 합쳐 괴물들을 쓰러뜨리고 싶었는데..."

"아하하~ 그랬다면 공연이 엉망이 되었을껄 라라찌~"

동감. 잘못하면 악당역을 맏은 분들이 병원신세를 지게될수도 있으니까.
극소규모로 회오리를 일으키는 '고고 바큠군' 같은 발명품이라도 하나 꺼냈다면 난장판이 됐겠지.

"그런데 토끼씨는 누구였을까?"

"무대를 수습하는 역할 같았는데, 요즘 도우미는 그런 역할도 하나봐?"

"라라찌랑 시즈, 야미야미를 상대로 잘도 연기를 했네."

"역시 배우들은 애드립의 수준이 다른걸까?"

"그러고보면 야미짱은 뭔가 알고 있는것 같았지만 대답해주지 않았어.
할로윈 데이가 되면 가만두지 않겠다던데?"


"......"

"수염? 왜그래?"

"아, 아니...갑자기 오한이..."

식은땀이 멈추질 않는다.
할로윈까지 며칠이나 남았지?
설마 진짜로 들킨건 아니겠지...?

"귀신의 집의 멤버가 아닐까? 우주인들과 서로 아는 사이 같았잖아.
라라랑 시즈에 대해 아는것 처럼 보였고."

"하루나찌도 봤어?"

"응. 마론을 산책시키다가 라라가 보이길래...
마론 때문에 놀란 시즈를 토끼씨가 진정시키면서 공연으로 자연스럽게 이어갔어.
그정도로 자연스럽게 할 정도면 돌발상황에 대처하는데 익숙한 배우가 아닐까?"

"그렇죠? 어쩐지 굉장한 여성이었어요."

"응? 여자였어 시즈?"

"네. 목소리도 그렇고 저한테 스스로를 소녀라고 칭하던걸요?"

"여자였구나...그럼 우주인 아저씨들은 아니겠네."

"어조랑 화법을 보면 우아한 분위기의 여성이 아닐까요?
자기 입으로 우아한걸 즐긴댔잖아요.
싸움이랑은 인연이 멀다고 했고요."

"그건 그냥 연기일수도 있잖아."

오시즈는 음성 변조기에 대해서 모르나보다.
오시즈를 탈락시킬때 속삭이듯 얼버무린 거짓말을 오시즈는 그대로 믿고 있는지 토끼씨가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덕분에 토끼씨에 대한 추측들은 멋지게 표류하고 있다.
다행이구먼.

안도의 한숨을 쉬곤 어제의 사건을 마음속에 정리할 겸 공책 사이에 끼어 있는 사진을 살짝 꺼내보았다.
공연후 선물받은, 쿄코의 친필 사인이 쓰여진 매지컬 쿄코의 사진.
왼쪽엔 붉은 모자, 망토, 장갑, 부츠를 신고 흰색 블라우스와 파란 체크무늬 교복치마를 입은채 입가에서 작게 불을 뿜으며 이쪽을 바라보는 쿄코.
그리고 오른쪽엔 붉은 브로치를 뗀 채 가슴을 드러내며 풀어헤쳐진 블라우스와, 팬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들어올려진 교복치마 차림으로 부끄러운듯 정면을 응시하는 쿄코.
덧붙여서 왼쪽의 쿄코는 에메랄드빛 팬티, 오른쪽의 쿄코는 레몬빛 팬티다.
...이걸 남학생한테 무슨 용도로 쓰라고 준건지 솔직히 의심이 간다만...
으음...역시 이건 따로 액자에 장식해둬야 하려나.

"그게 매지컬 쿄코야?
야한 사진이네..."

"!? 쉿!"

"응? 매지컬 쿄코?"

황급히 룬에게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매지컬 쿄코라는 말에 반응해서 라라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공책 사이에 끼인 쿄코의 사진을 본 라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그거 설마 매지컬 쿄코 사인!"

"키리사키 쿄코의 사인? 진짜?"

라라의 외침에 갑작스레 몰려드는 학생들의 기세에 놀라 미처 공책을 덮지도 못했다.
가슴을 드러낸 쿄코의 사진을 본 리사는 눈을 초승달처럼 휘며 조롱해왔다.

"흐응...아키츠군도 사내아이였구나~?
이런 야한 사진이라니..."

"좋겠다..."

야한걸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그렇게 이성에게 지적받으면 부끄럽습니다 리사씨.
그리고 뭘 그렇게 부럽게 바라보는거야 라라.
쿄코 만났을때 기쁜나머지 사인 받을 생각은 잊었던거야?

"그거 나주면 안돼 료스케?"

"미안하지만 이건 선물받은거라서..."

"우우..."

"라라찌, 그럴땐 미인계를 쓰는거야.
매지컬 쿄코의 것보다 훨씬 굉장한 라라찌의 가슴이라면 아키츠군도 단숨에 함락~!"

"될것 같냐!?"

어떻게 하건간에 선물로 받은걸 남에게 준다는 선택사항은 절대 없다구.

"남자애는 큰 가슴을 좋아해 료스케?"

"그건 사람마다 다른...그러니까 모미오카가 말하는대로 하지 말라고..!"

괜히 어제의 일을 회상한답시고 사진을 꺼낸게 잘못이었다.
리사와 라라 콤비로부터 사인본을 지켜내기위한 분투로 쉬는시간은 그렇게 부질없이 흘러갔다.




"고마워요. 덕분에 공연을 무사히 마칠수 있었어요."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네요."

역시라고 해야하나, 공연이 끝나고 쿄코에게 정체를 들켰다.
갑자기 사과부터 해오는 쿄코의 모습에 꽤나 당황했었다.
알고보니 토끼씨를 찾아 돌아다니던 쿄코를 본 우주인 아저씨 한분이 알려줬다고 한다.
공원에서 나와 관련된 루머를 내 앞에서 꺼낸걸 신경쓰고 있는듯 해서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딱히 쿄코 자신이 험담을 늘어놓은것도 아닌데 그런 일로 화를 낼만큼 속이 좁진 않았다.
토끼탈을 벗은 내 얼굴을 본 쿄코는 조금 놀란 표정이었지만 곧 편하게 말을 건네왔다.

"공원에서 보여준 트릭은 알것 같아요.
닌자옷을 입었던 여자애의 마술이죠?"

"그런셈이죠."

두번이나 오시즈의 초능력을 봤으니 떠올리지 않는게 이상하겠지.

"그럼 제 트릭은 풀었나요 아키츠군?"

"글쎄, 어떨까요...?"

어쩐지 기대하는 눈초리로 쿄코가 응시해온다.
자신이 우주인이라는 사실을 눈치챈건지 알고싶은걸까?
하지만 쿄코가 우주인의 혼혈이란걸 일부러 아는체해서 쿄코를 곤란하게 하고 싶진 않다.
벗어두었던 토끼인형탈을 다시 뒤집어쓰는 내모습에 쿄코가 갸우뚱할때, 토끼탈의 입 부근을 검지로 살며시 눌렀다.

"비밀은 말이죠...소녀를 아름답게 한답니다?"

그러니까 딱히 누군가에게 밝힐 생각도 없고 알아도 묵인한다는거지.
토끼탈을 벗자 쿄코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키츠군은 의외로 로맨티스트였군요?"

"꿈 많을 나이니까요."

"그럼...공원에서 말한 것처럼 정말로 우주인이 있다고 믿나요?"

"네."

실제로 만나기도 했고 말이지.

"하지만 막상 우주인을 만난다면 불안하지 않을까요?"

"처음엔 불안하고 두렵더라도, 결국엔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언제나 호기심으로 다가가는게 사람이죠.
가보지 못한 곳을 가서 처음 접하는 환경에 불안해 하면서도, 이국적인 풍취에 매료되어보고, 알지 못하던것을 알게되면서 사고가 넓어지고 성장해가는 여행처럼요."

사이난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반응을 떠올려보면 진짜 우주인을 만나더라도 태평하게 아침 인사를 건넬것만 같다고.
리사랑 미오와 하루나가 라라의 정체를 알았을때의 반응은 진짜 비범했지만.
「외계인과 친구라니 굉장해~!」정도였지 아마?
그러니까 그렇게 걱정스런 얼굴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쿄코양.

"우주인을 만나게되는 사람들의 반응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걸요?
넓게보면 지구인도 결국엔 우주인이잖아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세계도 결국은 지구촌 한가족이라고 불리게 된 것처럼 언젠간 우주인도 그렇게 가깝게 느낄 때가 오겠죠."

나를 응시해오는 쿄코를 마주보며 말을 끝맺었다.
쿄코는 잠시 생각하더니 뒤돌아서 뭔가를 꺼내들고 적기 시작했다.
펜이 미끄러지는 소리가 잠시간 계속된후 쿄코가 다시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주인은 어디에 있을거 같아요?"

"글쎄요...어디에든 있을수 있지 않을까요?
길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중 누군가가 우리가 찾아헤메던 그 일수도 있죠.
혹은 함께 밥상을 마주하고 이야기 나누는 친구일수도 있고 말이죠."

"...그럼 언제 함께 식사나 하지 않을래요?"

"네?"

"우주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요.
한번쯤은 동갑내기와 함께 식사를 해보고 싶었기도 하고..."

쿄코의 대답에 무심코 이마에 손을 얹었다.
정말이지, 이 아가씬...
이렇게 나오면 '나 우주인이요'하고 말하는거잖아요.
「당신과 지금 밥상을 마주하며 대화하는 친구는 우주인입니다」라는 노골적인 메시지랑 다를게 없다.
마음을 터놓을수 있는 또래나 같은 고민으로 동질감을 느낄 또래가 없어서 외로웠던걸까?
그러고보면 룬은 아직 아이돌로 데뷔하지 않았지.

"저야 물론 기쁘지만...전 꽤나 소문이 안좋은데 걱정되지 않아요?"

"괜찮아요. 아키츠군은..."

장난스럽게 말하는 나에게 쿄코는 눈을 마주하곤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이나, 아이들이 당신에 대해 이야기 하던 내용이나, 오늘 무대에서의 모습을 눈으로 보았으니까요.
처음엔 토끼의 탈을 쓴 늑대라고 생각했는데...지금 생각해보면 겉이랑 속이 바뀐걸지도 모르겠네요."

"그, 그렇습니까?"

얼굴을 마주한 쿄코의 시선에 볼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리고...쿄코로 좋아. 
팬들도 다들 그렇게 부르는걸? 그냥 편하게 말놓아도 돼."

"...그래? 그럼 나도 편하게 대해도 괜찮아."

생각보다 당찬 아가씨라고 생각하곤 휴대폰 번호를 교환했다.
부모님이랑 선생님(호네카와 선생님과 미카도 선생님), 친구들 합쳐서 10개 조금 넘게 등록된 번호 목록에 오랜만에 번호가 갱신되었다.
조금만 더하면 20명을 넘을지도...
...힘내자.

"아, 혹시나 말하지만 남에게 함부로 이 번호 알려주면 안돼?"

"아...조심할께."

쿄코의 말에 번호를 등록하면서 적어뒀던 이름란을 수정했다.
「키리사키 쿄코」라 적힌 부분을 어떻게 고칠까 하다가 「마법소녀」로 고쳐썼다.
쿄코의 경우엔 내 이름 대신에 「토끼씨」라고 번호에 입력했다.
쿄코 왈, 아키츠 료스케라는 이름은 적어도 도내 학생들은 알고 있다기에 위험하단다.
...도내 깡패들이 아니고?

번호를 교환한 뒤 시계를 확인하던 쿄코가 일어섰다.

"그럼 이만 가볼께. 다음 일정이 잡혀 있거든."

"아이돌은 힘들구나...
벤치에서도 말했지만, 언제나 응원할테니 힘내."

"고마워. 아, 그리고 이건 내 사인본~!"


쿄코는 방금전 끄적이고 있던 물건을 내게 건냈다.

"내 사진이야. 소중히 여겨줘~"

"물론~!...인데 이거 좀 야하지 않아!?"

건네진 사인본 사진 오른쪽엔 쿄코의 반누드가 찍혀 있었다.
무슨 그라비아 사진도 아니고...!
벙쪄있는 내모습에 쿄코가 킥킥거렸다.

"아하하~ 사내아이들은 그런걸 좋아하잖아?"

"...어쩐지 엄청 기분이 들뜬것 같은데?"

"아, 역시 그렇게 보여?"

"뭔가 즐거운 일이라도 있었어?"

"글쎄? 후후...한번 생각해봐~"

미소를 지으며 쿄코는 분장실로 떠나갔다.
곤란한 장난을 당했다고 생각하곤 사진을 쳐다보았다.
남들 앞에 보이기 곤란한 사인본을 대체 어떻게 숨겨서 집까지 들고 간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이리저리 살펴보던중 뒷면이 보였다.
응? 이건...




"그러니까아~! 이 사인은 안된다니까아아아~~~?"

몸을 바짝 밀착해서 사진에 손을 뻗으려는 라라에게 뒷걸음질치면서 물러났다.
누누이 지적하지만 제발 속옷 좀 입어라!

"얍~!"

"앗!?"

탓-!
라라의 육탄공격에 밀려 뒤로 물러나던중 리사가 잽싸게 사진을 뺏어들었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리사가 두손가락 사이에 사진을 끼우곤 위아래로 살살 흔들었다.

"그렇게 깐깐하게 굴거 없잖아~
역시 아이돌의 사인본은 소중한거야?
아니면...설마 키리사키 쿄코한테 직접 받기라도 한거야~?"

"그, 그럴리가 있나...!
선물받은 사인이라서 줄수 없는 거라니까?"

"야한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네가 그런걸 말하지마!"

어조까지 바꿔선 설득력 없는 주장을 하는 리사에게 황당해져서 버럭 소리가 나왔다.
팔랑거리며 사진을 흔들던 리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응? 뒤에 뭐라고 적혀 있는것 같은데?"
"뭔데뭔데~?"

"야!? 그거 읽으면 안돼!?"

"에~ 째째하게 굴지 말라고~ 어라?"

리사의 손가락 틈에서 흔들리던 사진은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창밖으로 날려졌다.
팔랑거리며 하늘높이 날려가는 사진에 기겁하면서 몸을 던졌다.

"으라앗~!"

휙-!

"잡았다! ...응?"

발밑이 허전하다...

「「「아키츠군!?」」」
「료스케!?」「수염!?」

"우와아악!?"

교실에서 이런식으로 추락하는건 3년만이네요.
경악하는 학급 친구들을 보며 작게 푸념을 내뱉곤 사진을 잡은채 학교 뜰로 떨어져내렸다.




최고의 응원이었어요
멋진 늑대씨

- 키리사키 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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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삽화는 터틀러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삽화를 추가로 수정해서 보내주셨네요. 연재가 지지리도 늦는데 면목 없으면서도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수정전 삽화]는 링크로 걸어두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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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_-;;;
사이난 퀘스트 편이 시작하기전에 매지컬 쿄코를 등장시키고 싶었을 따름인데 이렇게 질질 끌게 될줄은...--;;
오리지널 스토리는 우라지게 사람의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군요...OTL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축전으로 폭탄 세례를 받아서 엄청 기쁘네요ㅠㅠ
나르샤님, 암천묵시록님, 신이다님, 절삭기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처음으로 료스케를 그려주신, 지금은 군대에 계신 나르샤님 정말로 감사드려요.
바쁘신 와중에도 짬을 내 그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훈남으로 그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ㅠㅅㅠ
남은 군생활 무사히 끝마치시길 바랍니다.

탈혼시키는 포즈를 그려주신 암천묵시록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귀신잡는 포스가 풀풀 풍겨지는게 작살!=ㅅ=b

수많은 팬아트와 자창게에 3차 팬픽을 올려주신 신이다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엄청난 박력을 보여주는 외모의 료스케와 허리케인 버스터 씬을 그려주신것 정말로 감사합니다+_+
자게의 3차 이야기가 자창게로 왔을땐 정말 놀랐습니다.
킥킥대면서 즐겁게 읽었어요*^^*

팬아트와 함께 19금창작과 일창게에 3차 팬픽을 써주신 절삭기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샤프하고 와일드한 이미지의 료스케에 뻑갔습니다(=w=)b
무시무시한 연재속도로 19금게와 일창게에 팬픽을 써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모두들 축전 정말 감사드립니다ㅠㅠ
지금까지 즐겁게 읽어주시는 독자분들도 정말 감사드려요ㅠㅠ

정말이지 감동을 표현할 길이 없네요.
그리고 막장같은 연재 속도에 염치도 정말 없습니다...ㅠㅠ
(진짜 통조림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지도...)

암튼...많은 관심 정말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m(_ _)m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s.1.
료스케가 부른 노래는 황당용사 욜라세다(정들면 고향 코스모스장)의 엔딩 개사곡 : '밥상과 우주인'입니다.
한글 개사곡인 이유는 그쪽이 더 이야기 주제에 맞았기 때문이고,
결정적으로... 빙의령의 덕은 국적을 초월하니까요(...)

p.s.2.위험하니까 탄산음료와 멘토스를 함께 먹지 마세요. 폭발합니다(...) 탄산음료+설탕, 탄산음료+아이스크림도 금지.

p.s.3. 참조 이미지

소녀와 풍선

내용물 따윈 없어(아즈망가 대왕)

우주인의 변장법

오시즈의 원피스 차림

라라의 원피스 차림

미캉의 복장

쿄코의 사복

미캉과 야미의 무대의상

쿄코 등장

소화기에 당황하는 쿄코

라라의 드레스 폼

오시즈의 무대의상

마론을 산책시키러 나온 하루나

개를 무서워하는 오시즈

라라의 폼 체인지

라라의 옷이 사라져가는 해프닝

야미 :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달렸습니다

쿄코의 승리선언(삿대질)

선물받은 매지컬 쿄코 사인본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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