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부는 약간 성적인 묘사가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에피소드 - 영웅의 번뇌&마왕의 번뇌&악당의 번뇌
부제 - <<온천에 가자>>




오늘도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하도다.
그런데...악당을 가호하는 99악마여,
지금 제 몸이 여기저기 쑤시는 것은 대체 웬 변덕이십니까?

나는 흔들의자에 앉은 채 조용히 기지개를 켰다.

뚜둑, 우두둑.

끄아악...최근 이런저런 사건들로 무리하게 날뛰었더니 여기저기 안 쑤신 곳이 없구만.
이제 50대가 되어 은퇴를 계획했건만 빌어먹을 99악마들은 대체 왜 내게 이런 시련들을 내렸단 말이더냐...

조용히 몸을 구부리며 악마들에게 신의 축복을 기원하며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조용히 생각해보았다.

으그극, 아무래도 지금 이 몸엔 휴식이 필요해.
휴식, 안락, 여가, 평온이 말이다.
이럴 땐 어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한번 쉬어주는게 필요한데 말이지...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정보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마을의 군터라는 더벅머리 녀석이 말했지.
이 마을에서 반나절정도 떨어진 거리의 로안느 마을의 동쪽산맥에 위치한 온천장으로 가족끼리 온천여행을 떠났다고.
상인의 휴양처로 쓰이던 온천 첨부의 콘도를 최근 사냥꾼 부부가 인수하면서 외인들에게 개방된 온천장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대륙 서쪽의 오지에선 드문 온천장이기도 하고, 노환과 피부미용에 좋다고 마을 노인들과 아낙네들도 떠들었던 것도 같군.
그래! 온천을 가는 거다!
거기서 한 며칠 머물면서 지금까지 고생으로 누적된 피로를 몽땅 빼고 올 테다!

...으음, 하지만 거길 가려면 그 두 녀석들도 따라가려고 할 텐데 말이지...
맘같아선 피같은 추가요금은 내고 싶진 않지만...지금은 이 육체가 절실히 온천을 원하고 있군...
아, 물론 지금 집에 남아있는 여유자금은 비교적 풍족한 편이다.
녀석과 계집애의 바느질 솜씨는 이제 일반 숙련자를 넘어서 왕성에 바칠 수준에 이르러 있어서 조금씩 뒷거래를 통해 팔아서 모아둔 돈이 넉넉하단 말씀.
확실히 이 두 녀석들은 분명 눈엣가시 같은 화근덩이들이지만, 동시에 두말할 나위 없는 복덩이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니까 내가 당장에라도 도망가고픈 걸 꾹 참고 그나마 생활하고 있지, 안 그랬으면 이놈의 영웅나리와 마왕 녀석들의 틈새에서 숨죽이며 있을 거 같으냐.
아무튼 결론은 여행에 들어갈 추가요금을 제하고도 재산은 충분히 넉넉하다는 거다.

아무래도 지난 30년간 악당생활을 하면서 너무나 감봉에 쪼들려서 풍족한 지금에 이르러서도 내 씀씀이가 박해진 것 같다. 내 건강을 챙겨야 할 때인데 그깟 추가요금을 걱정하다니. 음, 반성하자 반성.
그래도...악당으로 한창때보다 정작 은퇴하고 나서야 이렇게 돈이 벌리다니 왠지 허무한데...그것도 그 공급원이 눈엣가시 같은 영웅과 마왕이라니...
......지금 내 눈을 타고 흐르는 건 허무한 눈물이 아니야! 그냥 아침 햇살이 너무 눈부셨을 따름이라고!

잠시 말없는 절규를 지른 나는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아무튼 결정을 내렸으면 즉시 시행하는 게 좋겠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면서 나는 표정관리를 하고 준비해둔 말을 꺼냈다.

"아침을 먹고 나서 함께 여행을 간다."

두 녀석들은 의외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거렸다.

"왜...요?"
"무슨 일이 있으신 겁니까?"

둘은 왠지 걱정하는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쯧쯧, 왜 그런 얼굴로 쳐다보는 거냐? 내가 오며가며 사건만 터뜨리는 것 같은 눈은?
엥이, 그래도 오늘은 모처럼 기분 좋은 결정을 했으니 관대히 넘어가주마 헹~.
그래도, 요즘 들어 이 녀석들을 부려먹기만 했으니, 조금은 신경 써 주는 게 후환이 없겠지.

"로안느 마을 부근의 온천장에 갈 예정이다. 군터가 가족여행으로 제격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곳 온천이 여성들의 피부미용에 좋다고 하더군."

물론 실제로는 내 찌뿌듯한 몸을 푹 담그려고 가는 거지만 말이다.

"...으, 응. 알았어...요. 준비할게...요."
"아, 네... 곧 준비하겠습니다."

응? 이 녀석들 식사도중에 왜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는 거냐?
의심스러워 자세히 보니 둘 다 귓가가 붉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오호라, 피부미용에 좋다는 소리를 들으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는 가보구먼?
그래그래, 많이 기뻐하는 만큼 나도 네 녀석들에 대한 긴장도 좀 덜 수 있겠군.
설마 잘해주는 사람한테 대놓고 칼부림할까.
이번 여행을 계획하길 정말 잘했군, 암암...

"마차를 타고 반나절 정도 걸리는 거리다. 식사가 끝나는 대로 간단히 짐을 챙기도록."

"...응."
"네..."

'여성들...나를, 여성으로서 신경써 준거야? 이런 온천여행을...'
'여성으로서 대해주신 것은 그날의 불꽃 속에서 이후로 처음이군요...혹시...'

왠지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끝마친 어느 아침의 식사풍경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마차를 타고 로안느 마을로 향했다.
...왠지 두 녀석들이 앉은 자리가 나와 가까운 위치인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반나절이 걸려 로안느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이제 막 석양이 보일 무렵이었다.
으음, 그나저나 어디 산기슭에 있는 촌구석인줄 알았더니만 마을 자체는 의외로 번화가로군. 며칠 동안 산속 온천에만 박혀 지내는 것도 그러니 내일부턴 괜찮은 물건이 있나 한번 돌아다녀 볼까나. 최근 후추나 생필품도 떨어져 가고...

음? 기분 탓인지 계집애의 눈이 번화가 쪽으로 고정된 듯한...
끄응...아무래도 이 녀석 맘에 맞춰주려면 장신구 한두 개는 감수해야겠군. 크윽 추가 지출이...!
그래도 오늘은 안돼! 난 지금 전심전력으로 온천을 우선적으로 가고 싶단 말이다!

"아리스."
"...으, 응?"
"번화가 구경은 내일이다. 그리고, 낮선 마을이라 서로를 잃을 염려가 있으니 오늘은 우선 다함께 온천장에 방부터 잡도록 하자."

물론 네가 미아가 된다면야 나야 좋지. 짐덩이 하나가 떨어진다는 말씀.
하지만 네 녀석이 그렇게 호락호락 미아로 있진 않을 테고, 필시 무언가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날 테니 차라리 이렇게 번화가에 함께 놀러갈 약속을 잡아 두는게 낫다.

어, 얼레? 이 녀석 뺨이 붉은게...호...혹시 화난건가!

'...나를 걱정해 주는 걸까?'
"그렇다면, 이걸 줄께..."
'우리 때문에 당신이 걱정하지 않도록...'

살며시 미소지은 채로 계집애는 나에게 왼손을 내밀었다.
얼떨결에 나도 그 손을 마주잡고 말았다.

"세이너스여, 나 원하여 그대의 바람이 담긴 권속을 잠시 양도하고자 하니, 천안의 세비트, 주종의 계약을 이 사내에게 계승하기를."

순간, 한줄기 바람이 나를 스치면서 나의 왼손 끝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허어억! 이 계집애가 지금 나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거지?
약간 당황했지만 나름대로의 지식을 통해서 지금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을 때 아리스가 입을 열었다.

"지금, 바람의 권속을 임시로 종속시켰어. 기간은 일주일정도... 혹시나 우리를 잃어버린다면, 세비트를 불러. 임시계약이지만, 이름만 불러도 소환되도록 했어."

허허, 그러니까, 겨우 길을 잃을 걸 염려해서 정보수집에서 최고를 달린다는 천안의 세비트를 나에게 줬다는 거냐.
뭐, 어떠냐. 이 생각 없는 계집애가 나에게 준 것으로 인해 단순한 피로를 풀기위한 여행이 목적을 가진 여행이 됐다는 말씀!

"고맙구나."

기분이 좋아진 나는 나도 모르게 계집애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계집애는 내일 구경이 기대되는데 정신이 팔렸는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인채로 가만히 있었다.

아무튼 지금은 온천이 우선이다. 그럼 온천장으로 가볼까!



마을을 벗어나 산맥으로 접어든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히타나 장이라 적힌, 왠지 모르게 이국적인 간판을 가진, 조용하고 한산해 보이는 노천온천장을 볼 수 있었다.
사냥꾼 부부라는 말이 맞았는지 여관에서 웃으며 맞이하는 사람은 부인 쪽 이었다.
어디보자... 내방 1개, 두 녀석들 방 1개 면 되겠지. 그 녀석들 방까지 각방으로 해줄 친절은 없지 암.
그리고, 이제 계획을 위해 사전 준비를 해야겠군...
뒤에서 예약하는 날 기다리던 녀석과 계집애를 향해 입을 열었다.

"먼 길을 오느라 피곤할 테니 우선 씻어라."
"응..."
"알겠습니다."

둘은 인사를 하고 짐을 방에 둔 뒤 여탕이라고 적힌 쪽으로 걸어갔다.
나도 얼른 짐을 내리고 잽싸게 남탕 쪽으로 들어갔다.
왜 저리 서두르나 하고 여주인이 어리둥절 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무시하자 무시.
먼저 여탕에 들어간 두 녀석보다 빨리 들어가기 위해 서둘러 옷을 벗고 남탕 쪽의 온천으로 달려갔다. 
이곳은 노천온천으로, 온천 주변을 나무벽이 둘러싸고, 그 가운데를 높다란 나무벽 2개로 또다시 탕을 셋으로 나누고 있었다.
첫 번째가 남탕, 두 번째가 여탕, 나머지 한곳은 여분의 탕인 듯 했다. 3번째 온천탕에는 남탕, 여탕 같은 팻말이 없었으니.
마을과 어느 정도 동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지금 온천에 들어온 손님은 녀석, 계집애, 그리고 나 세 명뿐인 듯 했다.
암, 한산해야 하고말고. 방금 계집애에게서 요마를 받을 때 떠오른 계획을 시행하려면 그편이 유리하다.

나는 살그머니 왼손을 내밀면서 조용히 말했다.

"세이너스여 세이너스여, 계승된 자로서 그대의 권속을 부르노니, 천안의 이름은 세비트라."

계집애 녀석이 이름만 불러도 된다고 했지만, 엄연히 나도 어느 정도의 지식은 있단 말씀.
순간 내밀어진 왼손 근처에서 바람이 모이더니 한 마리 매의 형상을 이룬다.

"천안의 세비트. 두 번째 주인을 배알합니다."
"지금부터 여탕을 조사해라."
"......"

매 녀석은 침묵했다. 얼굴구조가 사람과는 다른 새대가리임이 틀림없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세비트 녀석이 나를 바라보는 얼굴이 마치 "이 색한 녀석!"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설마 아니겠지?

"저의 창조주이자 전 주인께 무례를 끼칠 순 없습니다."

......정말이었군.
할 말을 잃은 난 굳은 채로 잠시 침묵했다.
누굴 이상한 생각만 하는 짐승인줄 아느냐! 그런 이유가 아니라 지금 내 요구는 엄연히 생존 욕구의 발로란 말이다!
잠시 고개를 저은 난 다시 한번 병아리 녀석에게 말했다.
날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새 따윈 병아리로 충분하다!

"......실언이었다. 재차 말하지. 내가 필요한건 정보다. 여탕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리를 내게 들려다오."
"......"

병아리가 날 뚱하니 쳐다본다. 아 글쎄 그런 이유가 아니래도! 지금 필요한건 그 녀석들의 대화내용이란 말이다.
잠시 가만히 있던 병아리는 고개를 끄떡이며 수긍했다.

"...그것이라면 분부대로..."

그리고는 바람에 녹아 사라졌다.
잠시 뒤 귀에 들리기 시작하는 두런거리는 소리.
오호라, 이렇게 가까이 있듯이 들리는구나! 과연 천안의 요괴.
지금 소리라면 이제 막 문을 열고 온천 안으로 들어온 것일 터.
그럼 나도 여유를 가지고 온천욕을 즐겨보실까나~.

내가 천안의 세비트를 받았을 때 떠오른 생각은 다름 아닌 녀석들에 대한 정보수집이다.
언제 칼을 갈고 덤벼들지 모르는 녀석과, 이리튈지 저리튈지 모를 계집애 녀석.
지금 가진 천안의 세비트가 영원히 나에게 종속되었다면 도망치는 것도 고려해봤겠지만,
그렇지 않은 바에야 도망은 보류하고, 우선 이 녀석들 가운데서 내가 장수하려면 최소한 그 녀석들이 좋아할만한 건덕지를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래, 저번에 녀석을 상대로 잠시 생각했던 미남계 같은거 말이다.
외진 마을이라 그 녀석 눈에 찰만한 녀석이 없어서 포기했지만, 최소한 다른 정보라도 주워들어야 그녀석 대책의 계획을 세우던가 하지.
마찬가지로 계집애에 대한 정보도 알아야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아니까,
휴식을 위해서 찾은 온천에서 까지 이런 정보 수집을 하는 나의 행동은 당연한 것이다 암.

찰박찰박.

"...이게, 온천이야?"
"네, 저도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군요."
"...뜨거울거 같애..."
"후후, 괜찮아요. 천천히 익숙해질 테니까요. 아, 아까 들어오기 전에 물을 한잔 마신 건 노폐물을 잘 배출시키고 탈수현상도 막아주기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그, 그런 거였나! 효과적인 온천이용을 해서 몸의 피로를 푹 풀려고 했더니,
이 녀석들 정보수집 생각한다고 너무 서둘렀군. 쩝...
내일 온천욕을 할 땐 물 한잔 들이켜야겠군.
그것보다 좀 더 제대로 된 정보를, 네 녀석들 신상정보를 달란 말이다!

"...바로 들어가는 거야?"
"아뇨. 입욕 전에 간단히 몸을 씻어서 노폐물을 제거한 뒤 온천욕을 즐기는 게 좋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온천수에는 피부에 좋은 성분이 많아서 온천욕을 마친 뒤에는 물기를 닦지 말고 그대로 말리는 것이 좋다더군요. 아무튼 이리와요 아리스. 머리 씻겨 줄게요."
"...응"

......온천욕, 그냥 뜨거운 물에 몸만 담그는 건 아니었군. 우선 나도 몸을 씻을까...

쏴아아-

"아리스는 머릿결이 부드럽군요. 부러워요."
"고, 고마워...세레나야 말로."
"어머, 천만에요. 자, 머리 씻을 테니 눈을 감아요."
"응..."

흐음, 머리를 씻겨주는 건가. 계집애라고 해도 역시 여자아이라 그런지, 녀석이 대하는 태도가 부드럽군.
좋아, 그다지 쓸모는 없어 보이지만 우선 세레나는 아리스에게 잘 대해준다는 정보는 얻었군.
아무튼, 계집애 녀석 머릿결 칭찬한 거야 내가 로드 오브 킹덤의 폐허에서 주을 때부터 알아봤지.

"등, 밀어줄게."
"아, 고마워요 아리스"
"그럼..."

쓰윽쓰윽쓰윽

호오? 이번엔 계집애가 녀석의 등을 밀어주는 건가.
...아니, 이건 필요 없는 정보군. 모든 소리가 다 필요한 정보는 아니지...

쓰윽쓰윽

"...세레나는, 피부가 참 부드러워."
"아... 아리스도 참. 고마워요. 하지만 아리스 만큼은 아녜요."
"그, 그럴까?"
"네, 아리스처럼 눈처럼 새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은 정말 드물거든요. 부러울 정도예요."
"으,응......기뻐."

얼씨구, 잘들 논다.
지금 영웅과 마왕이 서로 얼굴에 금칠 해주는 거냐?
천상의 신들과 99악마들이 봤다면 입에 거품을 물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녀석의 피부가 부드럽다라... 검으로 전장을 달렸던 그녀석이?
도무지 상상이 안 간다.
아니, 저 괴물 녀석이라면 털끝에도 상처하나 없이 싸워왔을 것 같은게 정말 틀린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계집애 녀석이야 뭐, 몸을 이용해 전선에서 직접 싸우는 녀석이 아니었으니 그럴만 하겠지. 

"이제 몸은 어느 정도 씻은 것 같고, 이젠 온천에 들어가면 되요."
"그래?"
"네, 참고로 냉-온탕욕을 번갈아 하는게 좋대요. 냉탕은 1~2분, 온탕은 10~15분 이내가 좋다고 하더군요."
"응."
"그럼 우선 냉탕에 들어갈까요?"
"알았어."

이거 뭐, 정보캐러 와서 온천욕 방법만 배워가는 거 같은데...
정말로 내가 하는 정보수집이 도움이 되는 걸까? ...회의가 드는군.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변태라는 시선까지 받아가면서 병아리 녀석에게 부탁한게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듣고야 말겠다!

"우읏, 차가워."
"아, 아리스, 천천히 발끝부터 조금씩 담그세요."
"응..."

...정말 허무해진다. 뭐하는걸까 나...
잠시 뒤에 온탕으로 향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왠지 맥이 빠져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정신을 차리곤 나도 온탕으로 들어갔다.
흐갸악, 무지 뜨겁군 이거... 그래도 엄청 뜨끈한게 뭉친 근육들이 풀리는 느낌이구나.

"뜨...뜨거워."
"아리스의 피부는 부드러우니까 천천히 몸을 담그도록 해요."
"으,으응... 천천히... 히야악-?"
"...풉"
"...세레나?"
"아, 아아...미안해요 아리스. 후후... 그렇게 노려보지 말아요. 미안해요... 단지, 아리스가 너무 귀여워서."
"...내가, 귀여워...?"
"물론이죠. 당신처럼 사랑스러운 소녀는 없을 거랍니다."
"......"
"아리스, 얼굴이 빨개요?"
"...심술쟁이..."
"후훗...미안해요."

......악당을 가호하는 99악마시여. 제가 지금 듣고 있는 대화가 정녕 사실이란 말입니까.
세상에, 마왕을 칭찬하는 영웅... 게다가 부끄러워하는 마왕이라니!
세상을 이루는 법칙들이 거꾸로 돌아가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오호, 통재라...

...관두자. 내 일신의 풍족함만 있으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신경도 안 썼는데 이제 와서 무슨.
그나저나, 히야악-? 이라... 마왕이 발한 비명치곤 꽤나 웃겼어 큭큭...
그 계집애, 말짧은 건방진 꼬마인줄만 알았더니 꽤나 얼빵한 구석도 있잖아?
영웅나리인 녀석이 누굴 놀린다는 것도 생소한 경험이었고 풉...크흠!
아무튼 몰래 웃으려니 목이 칼칼하군.
물이나 한잔 마실까...

나는 온천 한쪽에 있는 통에서 컵을 꺼내 물을 담아 마셨다.

"세, 세레나는 가슴이 크잖아!"
"아, 아리스! 갑자기 무슨말을...!"

푸우우우웃-!

케헥, 커헉, 콜록콜록!
저...저 계집애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순간적으로 충격을 받아서 마시던 물을 모조리 뿜어내버렸다.

"...지금,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았어?"
"그, 글쎄요? 아리스의 말 때문에 너무 당황했던지라 전 잘..."
"으응, 기분 탓인가..."
"...말 돌리지 말아요 아리스. 가, 갑자기 가슴 이야기가 왜 나와요?"

두근두근두근.
아 놀랬다... 하마터면 내가 저 녀석들 소리에 반응한다는 걸 들킬 뻔 했잖아.
계집애가 쓸데없는 얘기를 꺼내가지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얘기를 꺼낸거냐, 응? 친목도모나 그런거냐 아앙?

"세레나를 볼 때마다, 생각했어. 어떻게 하면 그런 피부에, 그런 허리에, 그런 가슴이 생기는지, 언젠가 한번 물어보겠다고."
"그...그런!"
"가르쳐줘, 어떻게 하면 세레나처럼 그런 가슴을 가질 수 있어?"
"자, 자꾸 가슴가슴 하지 말아주세요!"
"...세레나도 똑같아."
"에...? 무슨..."
"...평소의 모습과 다른 세레나도, 귀엽다고 생각해."
"어, 어른을 놀리는 건 좋지 않아요 아리스."
"...흥이다."

...아무래도 계집애가 사춘기인가보다. 가슴에 신경을 쓰다니...
마족에게도 사춘기가 있는지 불명이었지만 아무래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녀석의 몸매가 부러운가? 그 검밖에 모르는 녀석이?
확실히 평범한 시골처녀라고 속이기엔 과분한 몸매지.
하지만 계집애야. 외모에 속아선 안된단다.
넌 가끔 잊는거 같은데 녀석은 한 마리의 흉폭한 맹수란 말이다.

"꺄-악! 아리스! 만지지 말아요!"
"...잠시만, 손대볼께."
"가, 간지러워요. 아읏..."
"부러워..."

물컹

감촉까지 느낄 수 있을 듯이, 무언가를 잡는 듯한 미세한 소리까지 전해져오다니 과연 천안의 세비트! ...이게 아니잖아!

비음이 섞인 녀석의 소리와 찰박거림, 무언가를 움켜쥔 듯한 소리에 순간적으로 얼굴에 피가 쏠리는 걸 느끼곤 황급히 정신을 차렸다.
...저 녀석은 맹수다 맹수 흉폭한 맹수!
암암, 그렇고말고, 저렇게 귀여운 듯한 목소리와, 색기 어린 비음과 탄력적인 몸매를 하고 있어도, 저 녀석은 엄연히 단신으로 마왕도 상대할 녀석이란 말이다!
진정해라 코드! 진정해라 레인! 진정해라 케인! 진정해라 크렉! 진정해라 켈트!
음, 좋아! 진정했다, 나! 과연 숙련된 악당!
...그런데, 나의 배꼽 밑에서 왠지 성이 난 듯 거칠어진 나의 아드님은 대체 무슨 이유일까나?까나?

혼란하고 있는 나를 내버려 두고 대화는 계속 진행되었다.

"그런데, 아리스."
"응?"
"갑자기 그런걸 물어온다는 건, 신경쓰이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지요?"
"읏..."

그러니까 진정하라니까 우리 아드님...응? 계집애가 신경쓰이는 사람이 있다고?
성난 아드님을 진정시키는 것도 잊은 채 나는 순식간에 두 녀석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과연 귀여운 숙녀의 마음을 가져간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요?"
"...알고 있는 주제에."
"그야 물론이지요."
"...역시 심술쟁이."
"후후, 미안해요 아리스."

계집애가 좋아하는 사람을 녀석이 알고 있다고?
잘됐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계집애가 좋아하는 남자에 대해서 녀석에게 슬며시 물어보면 되겠군.
잘만 하면... 아니, 높은 확률로 지금부터의 대화에서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세레나도 마찬가지잖아."
"...그렇네요."

음? 저 녀석에게도 좋아하는 녀석이 있다고? 대체 누구냐 저 맹수의 눈에 걸맞을만한 녀석은?
마을의 사내 녀석들은 몽땅 물러빠진 것이 당췌 눈에도 안 찰것 같았는데...
내가 아는 녀석 중에 영웅 녀석의 눈에 차는 녀석이 있었던가?

"...세레나도, 그를 좋아하지?"
"...네. 그리고 그건 아리스도 같지요?"
"응..."

오호... 이건 특급정보인데? 두 녀석이 좋아하는 사람이 같단 말이지.
이걸 잘만 이용하면 그 남자 놈을 이용해서 둘이 공멸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두 괴수의 사랑을 받을 남자 놈에게 잠시 묵념을 보내고...
어디, 좀더 귀를 기울여볼까.

"아리스가 그렇게 몸매에 신경을 쓰게 된 것도, 실은 그가 바라봐주었으면 하는 것이 아닌가요?"
"아...아냐."
"그런가요?"
"그, 그래...... 아니... 응, 세레나가 맞아..."

찰박 소리가 나며 무언가 물살을 가르는 소리가 난다.
음? 혹시 녀석이 계집애 쪽으로 다가가는 건가?
아니지, 방금까지만 해도 가슴...으흠! 이 어쩌고 하면서 달라붙어 있었는데 그럴리가 있나.
아무래도, 여기선 한쪽이 다른 한쪽을 마주보는 상태로 돌아섰다고 보는게 맞겠지?
...설마 여기서 그녀석이 계집애 상대로 화를 내는건 아니겠지?
만약 화낸다면 바로 옆에 있는 나까지 위험지만, 방금까지의 친근한 태도로 보아 그렇진 않을꺼다.

꼬옥

"아리스..."
"세, 세레나."

물살을 가르던 소리가 그치며 고요가 찾아온다.
후우, 다행히 화내는건 아니군...
숙련된 악당의 경험으로 판단컨데 아마도 녀석이 계집애와 달라붙어 있는 모양이다.
껴안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내가 여자들 심리를 알게 뭐냐.
...아니, 그 녀석들은 여자가 아니지. 암, 영웅과 마왕이라고.

"...처음 그와 인연을 맺었을 땐, 서로의 이득을 위해 이루어진 단순한 계약관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계약관계에서 피어나는 사랑도 있던가? 아무튼, 특이한 녀석의 사고는 정말 알 수 없다니까...

"하지만, 그를 잃고 나서야 그분이 저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주셨는지...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타인에게 얼마나 귀중한 것을 주셨는지 깨닫고 10년을 후회 속에서 그분이 남긴 검만을 의지해 살아왔습니다."

...응?
10년? 남겨진 검?

"다시 그분이 살아계심을 알고 헤맸던 지난 1년간은 다른 9년을 합친 것 보다 더 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다시 만나고 함께 지내온 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짧았지만, 지난 세월을 전부 합친 것 보다 더..."
"세레나..."
"...더, 훨씬 행복한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래..."

으음, 어딘가 기시감이 있는 레파토리 같은데...

"...모든 것이 끝나고, 폐허 속에서 홀로 있을 때, 내 손을 이끌어 준건, 그였어..."
"네..."
"허무함과 고독감속에서, 나와 같은 허무와 고독으로 가득 찬 눈을 가진 그의 손을 잡은 것은 처음은 호기심이었다고 생각했어"

음...에, 이건 혹시...

"그런데, 도적들의 소굴에서 우리를 위해 싸웠던 그가 말했을 때...
자신에게 있어서 우리가 유일한 빛이고 희망이라고 말했을 때...
처음으로 느꼈어. 뜨겁게 차오르는, 허무와는 다른 감정을..."
"...그렇군요...그런 말씀을..."

...나?

"요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었을 때,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는 그의 말을 들었을 때, 기뻤어...
지금까지 아무도 우리를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그런 꿈조차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분다운 말씀이군요."
"킥... 응, 그래. 그리고, 그때 다시 생각했어. 그를 지켜보고, 얘기하며, 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고..."
"네..."

......

"좀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함께 서로를 이해해보도록 해요 아리스..."
"응 세레나..."
"후후... 힘내요."
"...고마워, 세레나야 말로."
"네, 물론이죠."

...정보 수집을 위해 도청을 하려다 오히려 내 다리를 잡을법한 얘기들만 나오는군.
아무튼, 나한테 위협이 될 만한 얘기는 없었으니 그나마 만족인가.
좋아한다는 사람의 건은...
역시 잊자. 난 아무것도 못 들었어.

재잘재잘
철벅철벅

다른 목소리와 다수임이 분명한 발걸음소리. 누군가 따로 들어온 것인가.

"어라? 세레나랑 아리스 아니에요?"
"어머? 자스 아주머니랑 제니 아주머니, 니첼 아주머니 아니세요? 이런데서 뵙게 되다니 우연이네요?"
"아하하, 마을의 부부 몇몇이 함께 온천여행을 왔거든. 안 그래도 요즘 마을에서 온천 다녀왔다고 군터네 가족들이 자랑하기에 어떤가 해서 이번에 단체로 와본거야."
"아, 그렇군요."
"그나저나...둘이 껴안고 있는 분위기로 보니 뭔가 다정해 보이네?"
"아, 아니야 이건..."
"아리스, 그렇게 놀랄 필요 없으니까요..."
"그래그래, 딱히 이상한 눈으로 본게 아니니 너무 걱정 말라고. 그저 자매 같은 둘이 사이가 좋아 보여서 해본 말이니까."
"...고마워."
"그런데, 무슨 이야기 나누고 있었어?"
"...아, 코드씨에 대한 얘길 조금..."
"...응."
"에...둘다 꽤 즐거워 보였는데, 혹시 코드씨 좋아 하는 거야?"
"제...제니 아주머니!"
"어라? 세레나 반응을 보니 혹시 정답?"
"......"
"음음, 아리스까지 저렇게 새빨개진걸 보니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니첼 아주머니 까지..."
"그래서? 고백은 했어?"
"결혼은? 서로 아이는 몇까지?"
"아이 이름은 정했어?"
"저기, 얘기가 너무 멀리 간거 같은데요..."
"아, 미안 세레나. 그러고 보니 아리스는 아직 몇 년 더 있어야 하지?"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데요..."
"...나도 이젠 어른이야."
"꺄악 귀여워라! 꽉 껴안고 싶어!"
"그러게요, 평소보다 훨씬 귀엽네요."
"나도 이런 딸 하나 있었으면. 우리 아들놈은 귀염이라곤 하나도 없어."
"(도, 도와줘 세레나)"
"(미안해요 아리스, 좀 참아봐요...)"

...무언가 수렁에 빠진 여탕이군...

"여어, 코드씨도 있었군."

이런, 너무 여탕에 신경을 썼더니 남탕에도 누가 들어온걸 몰랐군.
제이크랑 마을의 사내들이군.
그러고 보니 부부들 몇이 단체여행을 왔다니까 당연한 걸지도.

"그런데 코드씨, 얼굴이 편치 않은데 역시나 피로가 쌓여서 그런거요?"

내가?

"좀 괴롭다고 할까, 무언가 생각하고 있다고 할까, 여하튼 피로가 꽤 모여 있는 것 같은데 기왕 온천에 온 김에 푹 쉬다 가시구려."

...아무래도 저 둘의 대화에 너무 몰입했던 것 같다.
다른 여자들이 끼어든 이상 이후의 대화도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진 않고...
여기선 제이크의 말대로 잠시 피로를 풀도록 할까...

...나름대로 대화를 나누면서 있다 보니 의외로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다.

한편 여탕에선 여탕 나름대로 아수라장인 듯싶다.
의욕 만만하고 노회한 아주머니들 셋의 수다에 무적의 영웅과 공포의 마왕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듯하다.
...가십거리에 목숨을 거는 아낙네들은 영웅과 마왕도 이기는군...
왠지 우스운데.
피식- 하고 웃음을 흘린 날 잠시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있지만 무시하자 무시.
그나저나 가끔씩 나이에 맞지 않게 꺅꺅하는 아주머니들의 목소리가 좀 듣기 괴로운데...슬슬 세비트를 거둬들이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

"더, 더워..."
"...너무 오래 있었네요. 이만 온천욕은 끝내고 나가도록 해요 아리스."
"이런, 아직 어린 아리스에게 너무 오래 있게 했나보군. 얘기하는 재미에 빠져서 그만. 미안허이."
"아뇨, 괜찮아요. 그럼 저희 먼저 가볼게요 아주머니."
"...아이가, 아냐..."
"아하하, 그래그래. 아참. 그리고 나중에 여주인에게 가보도록 해. 재미있는 얘기가 있을 테니까."
"예."
"힘내렴 세레나, 아리스~"
"...? 네, 감사합니다."

두 녀석들 대화를 감청하는 것도 이제 끝이군. 조용히 세비트를 거둬들였다.
나도 이제 슬슬 밖으로 나가보도록 할까...

"아, 코드씨. 그전에 여기 있는 바위 한번 보고 가시구려."
"네?"
"마을 사람들이 효험이 좋다고 한번씩 쓰다듬고 간다는데 코드씨도 가까이서 한번 보는 게 좋을 거요."

음, 들어올 때부터 녀석들 감시한다고 주변에 신경을 못 썼는데, 이 온천 내에 바위도 있었던가.
적당히 바라봐주고 생색만내고 가면 되겠지.
뭐, 탕 안에 바위가 있다는 건 좀 특이하긴 하니...

...그런데...
정말 뭐냐 이 바위는...
내가 본 것은 네모난 나무 울타리 한쪽 귀퉁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거대한 바위였다.
사람키 두배만한 높이에 어른 두명이 간신히 둘러싸야 할 만큼 거대하고 매끈한 유선형 돌이었다.
뭐랄까, 크고 아름답군.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바위 앞에 음각으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남근석>
<다산을 기원하며>
<U.KETARO>

...남근석이라...그러고 보니 그거 닮은거 같기도 하네.
상인이었다는 옛 주인이 이국의 문화수집에 관심이 많았나보다.
그런데 이런 남근석을 보면 보통은 자신의 왜소함에 기가 죽는 남자들이 많은 것은 아닌지?
아무튼 적당히 감탄한 듯 바위를 쳐다보다가 온천을 나왔다.



"자스 아주머니...설마 재밌다고 한게 이런 일이었습니까..."
"...어, 어쩌지..."
"두분은 따님이신가요?"
"아, 아뇨."
"아, 아냐."
"어...그럼 곤란한게 아닌지."
"괘, 괜찮습니다."
"...딸, 아냐. 하지만 가족..."
"에......아하앙..."
"저, 무슨 오해를 하시는 건진 모르지만, 일단 가족이예요?"
"...세레나, 왠지 말이 많아질수록 저 아줌마 눈이 위험해..."
"아아~ 괜찮으니까, 괜찮으니까~"
"너, 너무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아주세요."
"...눈빛이 무서워..."

온천에서 제공하는 가운을 입고 밖으로 나간 내가 맨 처음 본건 여관 계산대 앞에서 뭐라고 말하다가 얼굴이 빨개진 상태의 두 녀석과 왠지 능글능글한 미소를 짓는 여주인이었다.
온천에 너무 오래 있어서 피부가 상한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계산대로 다가갔다.
거리가 있어서 무슨 대화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문제가 있는 건가?

"무슨 일이냐?"
"아..."
"저, 그게..."

둘 다 우물쭈물 하는게 왠지 수상하다.
미심쩍은 시선을 둘에게 보내고 있으니 두 녀석은 시선을 황급히 피하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뭐냐고 대체...
잠시 그러고 있으려니 옆에서 여주인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코드씨 되시죠?"
"그렇습니다만..."
"다름이 아니라 오늘따라 평소보다 여관을 찾아주신 여행객분 들이 많더군요.
아까 부부 세 쌍이 더 온천장을 방문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희 온천장은 예전 상인의 개인 콘도용으로 지어진 건물이라 방의 수가 적을뿐더러,
현재 이전 주인의 수집벽 덕에 남은 잡동사니들이 몇몇 방들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현재 투숙객이 머무를 수 있을만한 방은 4곳이 한계입니다.
그런데 투숙객 명단을 보니 여기 세분 모두 같은 마을 분들이시더군요.
혹시나 해서 여쭤보니 세분이 같이 사시는 분 이란걸 알고 합숙을 여쭤보려 했는데,
방금까지 온천욕 중이신 데다가 방금 오신 3가족분 께서도 가족이라고 증명해주셨기에 부득이 세분을 한방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여기 두 분도 따로 반대하시지 않으셔서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이런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말하난 청산유수군...
그리곤 살짝 얼굴을 마주치며 눈을 빛낸다.
'꽤 하네요? 이 색골.'
...라는 의사가 담긴 눈빛이다.
눈치 좋은게 이렇게 원망스러운건 처음이군...
그나저나 뭡니까 그 눈빛은?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것도 손님한테 능글맞게 웃으면서 색한 취급하는건 부디 사양해주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저 두 녀석들 나이를 생각하라고!
이정도 나이차면 보통은 딸로 보는게 정상아냐?
'얼굴이 붉어진 저 두 아가씨를 보고도 부녀라고 볼까요 색골?'
......
알았어, 알았으니까 더 이상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
이런 식으로 변태취급 당하는 것만은 과연 나로서도 사양이다.
아무튼, 이런 오해를 조장한 장본인들에게도 한소리 해둘까.

"...무리할 필요는 없다."

...아무래도 영웅과 마왕 콤비 상대로는 이 이상 강하게 나가는 건 역시나 무리인 듯 싶다.
말년 들어 이 무슨 처량한 신세냐 크흑.

"괘, 괜찮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괜찮아. 무리하는 거, 아냐..."

...미묘하다. 실로 미묘하다.
얼굴이 붉어진 채로 그렇게 말해도 설득력이 없을뿐더러 나까지 덩달아 이상한 기분이 된단 말이다!
순간 아까 욕탕에서의 대화가 소생한다.
...그러니까 침착하라니까 나의 아드님. 여기서 흥분하면 그야말로 악당 실격이다!

"...일단 짐을 옮기도록 하지."
"아,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 여관 측에서 이미 손님의 짐을 두 아가씨들 방으로 옮겼지요."
아 그러십니까?
"그나저나 방에 들어가시기 전에 저희 여관에서 제공하는 저녁을 드시길 권해드리죠. 건강을 생각한 보양식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물론, 숙박비에 후불로 포함되니 걱정은 마세요."

...참 고맙수다그려...
아무튼, 원래 목적은 내 피로 회복이 목적이었으니 평소엔 못볼 보양식이나 한번 먹어볼까나.

그래서 하게 된 식사인데...뭐냐 이건.
전복죽, 자라요리, 장어구이, 미꾸라지 탕, 잉어찜, 뱀술에 녹용주 까지?
하나같이 체력증진, 혈액순환 촉진과 흥분을 유발하는... 요컨대 정력에 좋은 것들이 한가득 늘어져있다.
아니, 보양식이라니까 어느 정도는 눈치 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이건 너무 많은 건 아닌지?

평소라면 대체 식사비가 얼마나 들까 하고 끙끙대고 있겠건만, 양옆에 앉아있는 두 녀석을 보니 그런 생각도 안 든다.
아까부터 더 이상 불가능할 정도로 빨갛게 되서는 얌전히 앉아있는 꼴을 보니, 이 요리들이 어떤 의도로 마련된 건지 대강 눈치 챈 듯싶다.
그러니까 그렇게 힐끔힐끔 날 쳐다보지 말라니까.
이렇게 대놓고 노골적으로 내놓은 음식하며, 눈웃음치며 나가는 여주인이 정말 얄밉다...

어색한 분위기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니 일단 식사나 시작할까...
내가 수저를 들자 녀석들도 천천히 식사를 시작했다.
여느 때보다 피부에 와 닿는 침묵이 왠지 무겁게 느껴졌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천천히 식사를 하고 있으려니 온천욕을 끝냈는지 다른 가족들도 식당으로 들어왔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식사를 재개했는데, 부인들 셋이 왠지 눈을 마주치더니 샐쭉 웃는다.
무슨 재밌는 일이 있나? 뭐, 나야 상관없지만.

...그러나, 상관있었다.
한 부인이 반찬을 집더니 남편을 향해 '여보 아~'라고 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웃으며 입을 열고 음식을 받았다.
곧이어 다른 부인들도 반찬을 들어 남편에게 '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눈을 빛내며 우리들에게 부담스러운 시선을 향했다.
순간 악당으로서의 감이 경종을 울렸다.
아니나 다를까, 오른편의 세레나가 움직였다.
조용히 음식을 집더니 나를 향해 들어 올리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아앙...하세요."

쿨럭.
자...잠깐만? 너 그건 네 본성이 아니잖아?
이 흉포한 맹수가 지금 뭐라고 했지?

하지만, 붉어진 녀석의 얼굴과 눈앞에서 조금 떨리고 있는 음식은 방금 소리가 환청이 아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무생각도 들지 않고 멍하니 있기를 잠시, 어느새 음식은 내 입안에 있었다.
순간적으로 기가 막혀 입을 벌리고 있었나보다. 암, 틀림없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이런 남 부끄런 흉내를 남과, 그것도 녀석과 할까보냐.
손을 내린 세레나는 여전히 얼굴이 붉었지만 살짝 미소 짓고 있었다.
일순간 말을 잊었다.
긴장했는지 근육이 약간 빠르게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고 있었다. 특히 왠지 가슴께가...

"저, 저기..."

긴장된 상태에서 들려온 소리에 무심코 왼쪽으로 고개를 돌린 난 생각했다.
아, 역시나... 신은 죽었다.
어려서 감정절제가 안 된 건지 얼굴이 토마토마냥 붉어진 채로 반찬을 내 입가 가까이 가져온 아리스는 입을 열었다.

"아, 아아앙...해..."

...과연, 마족의 얼굴은 여기까지 빨개질 수 있는 것이었군. 나는 왠지 해탈한 마음으로 멍하니 아리스를 바라보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당장이라도 부끄러움에 몸부림칠걸 용케도 참는 느낌이었다.

"힘내 아리스!" "화이팅!"

건너편 식탁에서 아낙네들의 응원이 들려왔다. 뭘 힘내란 거냐 이 사람들아...
왠지 눈가에 살짝 물기가 어린채로 바라보는 아리스를 보자 순간 움찔했다.
뭔가? 아직 앳된 티를 못 벗은 계집애가 쳐다보는 것에 느끼는 감정은?

"꺄악 귀여워-"

아, 그래 귀엽지...가 아니고! 나더러 이 계집애를 귀엽게 바라보라는 거냐!
즉답해주마. '아, 그거 무리.'라고.

...근데 건네 온 음식이 부들부들 떨리는 정도가 좀 큰데? 너무 긴장했나?
어이, 잠깐! 그렇게 떨리는 채로 나한테 가까이 들이대지 마! 찌, 찔린다?!
더 이상 상념 속에 빠져 있는 건 위험하다고 느낀 나는 그대로 계집애가 내민 음식들을 덥석 물었고 순간 떨림이 멎었다.
음, 다행이 입은 무사하군. 천천히 맛을 음미하고 삼켰다.
계집애는 잠시 굳어 있다가 이내 미소 지었다.
...뭔가 나 오늘따라 심장에 무리 가는 일을 했던가?
온천욕 탓인지 아직도 혈액순환이 힘차게 일어나는군...

아무튼, 이제 적당히 이 소란도 가라앉겠지.
그런데 저 외부인들은 아직 무언가 더 바라는 시선을 보낸다.

"코드씨 어땠어요?" "코드씨, 두 아가씨들이 손수 먹여준 음식 맛은 어땠나?"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아아, 내가 말하는 걸로 마무리 되는군. 뭐, 적당히 말은 맞춰주도록 하자.

"...둘 다 맛있었다."

"꺄악! 세레나랑 아리스는 좋겠네~"

소란이 가라앉으라고 한말이 오히려 더 소란스러움을 불러왔다.
뭐냐고 대체...
왠지 두 녀석과의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진 듯하다고 생각하며 묵묵히 식사를 계속했다.



수선스런 식사가 끝나고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을 가졌다.
그때 다가온 여주인이 말을 꺼냈다.

"소화도 도울 겸 간단한 운동을 하시는 건 어떨까요?"

...방은 4개밖에 안 남았다면서 별의 별 공간이 다 있나보군...
속으로 투덜거리면서 몸을 일으켜 여주인을 따라 나갔다.

마루로 나온 우리들 앞에 보인 것은 가운데 네모난 그물이 놓인 2행 3열 배치의, 총 6개의 테이블이었다.
이국적 문화에 심취했던 이전 주인이 시험 삼아 만들어 놓은 것인데 탁구라는 운동을 하는데 쓰인다고 했다.
동물 가죽을 덧씌운 채와 탄성이 좋은 공을 든 채 개략적인 룰을 숙지하고 테이블로 향했다.
그런데, 부부가 3쌍, 나머지 우리가 세 명이니 필연적으로 1명은 쉬게 되는군.
당연히 부부끼리 탁구를 할 테고, 그럼 나와 녀석, 계집애 셋 중 한명은 쉬어야 하는군.
난 쉬러 왔으니 옆에서 천천히 구경이나 해볼까...

"둘이 먼저 치도록 해라. 난 잠시 쉬면서 구경하도록 하지."
"네."
"응."

다른 세 부부들은 첫 번째 줄에, 녀석과 계집애는 2번째 줄 바깥에 자리를 잡았다.

난 테이블 옆에 의자를 가져와 편하게 앉아서 둘의 경기를 관람했다.
처음엔 감을 잡는 듯 조심스레 치던 둘은 어느새 요령이 붙었는지 본격적으로 경기에 임하기 시작했다.

"받아봐. 파멸의 폭염의 바리에이션! 파멸의 폭염풍!"
"그런! 진(眞)!그림자 베기! 영파참(影破斬:그림자 베기)!"
"이잇! 세이너스의 폭풍!"
"홍염의 바람!"
"강인! 무적! 최강! 아크베르넬의 마창!
"거깁니까! 홍염의 하늘!"

...유명하단 기술들은 다나오는구먼.
게다가 어떤건 있지도 않은 기술도 있군.
실제 기술을 쓰는 것도 아니니 기합 넣는단 의미 말곤 없을 텐데.
뭐, 심심한 것 보단 낫겠지.
아리스는 그야말로 전력전개로 코트에 공을 내리꽂고 있고, 세레나는 아리스에 맞춰서 나름 보기 좋은 게임이 되게 해나가고 있군.
구경꾼인 나로선 즐거울 따름이다.

"이잇! 발샤크 은신술!"

야, 계집애야 잠깐! 남의 기술 도용하지마라!

"전장의 불꽃 5식! 그림자 베기 12식!"

세레나 너도 내가 처음 가르쳤던 잡탕검술 쓰지 말고!

거창한 기술명에 비해서 실속은 적은 공방이 한동안 지나가고,
이어지는 공방에 점차 지루해져 내가 꾸벅꾸벅 졸 무렵,
체력 면에서 딸리는 아리스가 먼저 지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악...하악..."

선채로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아리스를 보며 예상한 결과라고 나름 생각하며 졸음에 잠겨있던 실눈을 떴을 때였다.
격한 운동을 한 결과인가 아리스가 입고 있던 가운이 약간 벌어지며 뽀얀 앞섶이 가운 틈새로 내비쳐 보였다.
뭐...뭔가 볼록한 언덕위로 애, 앵두가...!
순간적으로 눈이 번쩍 뜨이며 의자채로 뒤로 넘어져 콰당 소리와 함께 그대로 뒤통수부터 바닥에 부딪히고 말았다.

끄아악! 아파 죽을 것 같다!
예상치 못한 걸 본 탓에 정신적으로 잠시 충격을 받았나보다.
머리를 흔들고 일어나려고 한때 얼굴을 가리는 두 그림자가 있었다.

"괜찮아?"
"괜찮으십니까?"

바로 허리를 숙인 채 걱정스레 나를 바라보는 두 녀석이었다.
그리고 누워있는 내 눈에, 운동으로 느슨해진 옷섶 사이로 세레나와 아리스의 상반신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었다.
크, 크읍! 아까 먹은 보양식 때문에 코, 코피가 날 것 같다!
눈을 질끈 감으며 슬쩍 코를 막으며 일어섰다.
더 이상 체면 구기기 전에 얼른 자리를 떠야겠다.

"괜찮다. 지저분해졌으니 난 잠시 씻고 오겠다."
"...정말 괜찮아?"
"그대로 괜찮으시겠습니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그럼..."

씻으러 가는 데까지 졸졸 따라오려는 두 녀석을 어떻게든 물리치려는데,
방금 의자 넘어진 소리 때문인지 여주인이 나타났다.
밀대와 물통을 들고 있는 것이 방금까지 어디를 청소하고 있었던 듯하다.

"어머, 무슨 일이신가요?"
"아무것도 아니오. 그저 잠시 넘어졌기에 자기 전에 간단히 목욕을 한번 할까하오."
"아."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던 여주인은 이내 내 뒤에서 걱정스런 얼굴로 선 두 명을 바라보더니 눈을 빛낸다.
...오늘처럼 타인의 생각을 알고 싶다고 느낀 적은 처음이군.
왠지 모를 오한에 몸이 떨리고 있었다.

"에...그렇다면 제 2온천으로 가주세요. 제 1온천인 남탕은 지금 청소중이라, 그쪽 사용은 자제해주셨으면 하거든요.
3온천은 평소엔 쓰지 않는 탕이라 별로 추천 드리진 않습니다."
"...그럼 2온천탕을 잠시 쓰도록 하지."

방금 전의 불길한 기운은 기분 탓이었나.
아무튼 뒤통수에 받은 충격과 아까 본 녀석들의 몸이 떠올라서 코로 몰린 혈액이 위험한 상태다.
어차피 여탕이래 봤자 쓰는 건 나 혼자뿐이고, 여주인장도 생각이 있다면 남정네 하나가 떡하니 씻는데 여성을 들여보내진 않겠지.
어서 빨리 욕실로 가도록 하자.

"찬스에요 두 사람 모두!"
"네?"
"응?"
"그러니까, 지금 바로 ... 그렇게 ... 준비하세요."
"네에?!"
"에, 엣?!"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랍니다!"
"네, 네!"
"으, 응!"

두 녀석을 상대로 여주인이 뭐라고 하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여관주인이 말한 대로 제 2온천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여탕에도 남탕처럼 네모진 울타리 한쪽 귀퉁이에 무언가 큰 바위가 서있었다.
이것도 남탕에 있던 것과 비슷한 물건인가?
욕탕으로 들어가서 물에 코피를 쏟을 순 없기에 욕탕 주변을 걸을 겸 바위를 향해 다가갔다.
남탕의 그 솟아오른 듯한 바위와는 달리 좌우로 좀 더 벌어진 생김새의 바위였다.
크기는 성인의 1.5배, 너비는 남근석보다 약간 더 넓적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앞에 음각으로 무언가가 새겨져 있었다.
어디, 이건 또 뭐라고 되어 있으려나...

<여근석>
<다산을 기원하며>
<U.NARU>

...아무튼, 젊은 부부들이 이 온천에 오는 이유를 왠지 모르게 알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는 새에 다행히 코 쪽에 쏠린 피는 진정이 된 듯싶다.
문제는...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격렬히 자기존재를 주장하는 나의 아드님을 보았다.
아까 저녁으로 먹은 각종 보양식덕에 지금은 최고로 하이한 기분인 듯한 나의 아드님...
독신으로 절제와 인내를 미덕으로 하는 나이건만 이건 또 왠 시련이란 말인가.
아무래도 몸을 씻고 나서 찬물을 한동안 끼얹어야겠군...
무엇보다 우선적인건 뇌리에서 그 두 녀석을 지우는거다!
땀에 젖어 촉촉해진 머리카락이라던가, 격렬한 운동으로 붉어진, 머리카락이 달라붙은 땀에젖은 피부라던가...

...그러니까 잊어야 한다니까!
번뇌해산!번뇌해산!
나는 냅다 옆에 담긴 물을 끼얹었다.

촤악-

끄아악! 이거 뜨거운 물이었잖아!
아무래도 지금 나는 제정신이 아닌가보다.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후우...후우...

그래, 진정해라 나.
어디까지나 그건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고, 내가 그 녀석들 알몸 같은걸 보고싶다곤 결코 생각하진 않았잖아?
응, 그런거야 암암.
그러니 이만 이 웃기지도 않는 추태는 그만부리고 진정하자고 아드님?

그렇게 한동안 아들과 씨름하길 몇 분.
조금씩 기가 죽은 듯 천천히 움츠러들어가는 아들놈의 기세에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휴우. 이제야 조용해지겠군.
자아 이젠 본격적으로 몸을 씻어볼까?

달칵-

음? 다른 녀석들도 운동이 끝나서 씻으러 온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뒤로 돌린 나는 돌아선 그 자세로 굳어버렸다.

땀에 젖은 듯한 머리, 붉어진 채 간간히 땀이 흐르는 신체. 기다란 수건으로 몸을 감쌌지만 숨길 수 없는 윤곽.
그래, 다름아닌 목욕 타올만으로 몸을 감싼 세레나와 아리스였다.
어, 어째서 너희들이 여기 있는 거냐?
눈에 맺힌 상이 너무도 선명해서 차마 눈을 감을 생각도 못하고, 움직이지 않는 혀를 억지로 굴려 말을 꺼내었다.

"...무슨 일이냐?"

충격 때문에 오히려 몸에 힘이 빠진 탓인지 평소의 엄숙한 어조가 아니라,
예전에 린을 대했을 때와 같은 부드러운 어조가 나오고 말았다, 젠장.
그런 내 어조 때문인지 한눈에 봐도 긴장한 것처럼 보였던 두 녀석들의 얼굴이 탁 풀리고,
여전히 붉었지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둘은 입을 열었다.

"...등, 밀어줄게."
"씻는걸 돕겠습니다."
"...아, 아..."

엉겁결에 승락하고 말았다.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어둑해진 밤하늘 너머로 여관주인이 미소 지으며 엄지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민폐야 당신...



"그럼, 서로 등을 밀어주기로 하죠."

그렇게 말하고 작은 의자를 든 채 세레나는 내 앞쪽으로, 아리스는 내 뒤쪽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리고 세레나는 천천히 몸을 감싸고 있던 수건을 조심스레 벗었다.
...그러고 보니 난 타올도 없는데? 졸지에 녀석들에게 맨몸을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그런 생각도 잠시, 수건이 흘러내리며 보이는 새하얀 등에 순간적으로 꿀꺽하고 침을 삼키는 걸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천천히 등을 흘리는 아리스의 손길을 느끼고 이내 정신을 차리곤 나도 거품을 내어 조심스레 세레나의 등을 흘리기 시작했다.

스윽스윽

잠시 정적이 흐르고 온천에선 오로지 등을 미는 소리만 조용히 들렸다.
으으음... 녀석의 등은 생각 외로 부드럽고 탄력적이었다.
어딘가 등에 귀신의 형상이라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말이지...
...이러니저러니 딴생각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결국엔 다시 일어선 나의 아드님에, 결국 포기하고 한심한 눈물을 맘속으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세레나 녀석은 그냥 있기 뭐한지 등이 흘려지는 동안 자기 앞을 씻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이, 그렇게 팔을 들어올리고 닦지마! 다보인단 말이다!
팔을 닦으며 조금씩 몸을 움직일 때마다 언뜻 비치는 부풀어 오른 무언가에 입이 바짝 마르는 것을 느꼈다.
얼마나 세레나 녀석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등 뒤에서 아리스가 내 어깨에서부터 팔을 닦기 시작했다.

"...아리스?"

의아한 생각에 아리스를 향해 말을 꺼내보았다.

"...가운데 있으니, 앞을 못 닦으니까, 내, 내가 씻어줄게..."

그리곤 좀더 몸을 가까이해서 내 팔을 닦기 시작했다.
어, 어? 야... 계집애야. 그 정성은 갸륵하다만 왠지 너무 가까운 거 같은데?
그리고 옆으로 돌아앉아 씻어준다는 선택지는 없는 거냐?
...아, 남자 앞에 정면을 보이는 건 아무리그래도 역시나 부끄럽겠지...
마찬가지의 생각을 했는지 세레나의 등이 순간 딱딱해졌다가 다시 천천히 몸을 씻는 걸 느꼈다.
귓가에 아리스의 더운 한숨이 느껴질 만큼 가까워지고 어느새 아리스는 내 흉판을 닦아주고 있었다.
그런데...이렇게 하면 이미 등 뒤에서 날 껴안는 포즈란 거 알고 있는 거냐 계집애야?
알몸을 정면에서 보이는 거보다 왠지 더 부끄러울 것 같다는 건 나만의 생각이냐 응?

찰싹...

응? 배가 등에 닿은거 같은데.

물컹.

어...어이! 계집애야! 가슴! 가슴이 닿았단 말이다! 알고 있는거냐?
순간적으로 계집애의 몸이 굳은듯 하더니 다시금 천천히 내 몸을 닦기 시작한다.
여전히 몸을 내 등에 기댄채로.
알고있지? 알고서 그러는거지!

등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과 귓가를 간지르는 숨결에 내몸은 이내 굳어버렸고 아까부터 자기주장을 계속하던 아들은 이미 폭발할 듯 일어서 있었다.
아리스의 손길은 가슴을 거쳐 배를 지나 배꼽근처를 닦다가 그 손끝이 솟아오른 나의 아들의 머리를 살짝 스쳤다.

움찔.

손을 대었던 아리스는 순간 몸을 굳혔다. 하지만 이내 천천히 움직이더니 조심스레 배꼽을 거쳐 점차 아래로 손길을 옮겼다.
계...계집애야... 이건 정말 위험하다!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벌어진 입에선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어느새 아리스의 손길은 아드님의 첨단에 닿더니 살며시 그것을 움켜쥐었다.

커, 커헉!
등과 아들쪽 두곳에서 동시에 느껴지는 부드러움에 나는 숨이 턱막히는 것을 느꼈다.
그 상태로 아리스는 말없이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댄 채 내등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러길 잠시, 등을 닦던 내 움직임이 멎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몸을 다 닦은 모양인지 세레나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몸을 돌려 반대로 등을 밀도록 하죠."

그러자 아리스는 화들짝 놀라서 손을 때며 나에게서 떨어졌고 나도 제정신을 차릴수 있었다.
정신차려라 나! 이 두 녀석이 어떤 인외마경의 존재인지 이미 절실히 느꼈으면서도 이런 대응이라니!
계속 거칠어진 아들 때문에 정말 미칠 것 같은 심정이다.
평소의 이성을 통째로 집어삼킬 만큼 격렬하게 덤벼드는 본능에 난 위험을 느꼈다.
이건 정말 위험하다! 여기서 굴복하면 지금까지 내가 필사적으로 고수해왔던 악당으로서 내 정체성이...!

"저기..."

귀에 들리는 목소리에 생각을 멈추고 시선을 돌린 난 다시 한번 방금 전 사고를 날려버리고 있었다.
수건으로 앞을 가린 채 어색하게 웃으며 날 마주보는 세레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가림의 미학이라 했던가.
정숙함이 있어야 오히려 더 아름다운 것이라고.

몸을 전부 드러내지 않고 가슴부위와 아랫부분을 수건으로 살짝 가린 세레나의 모습은 알몸보다 오히려 더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약간 내려간 세레나의 시선이 이내 엉뚱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곤 지금의 내 아들의 모습에 생각이 미쳤고 나도 황급히 몸을 돌려 아리스의 등을 마주했다.
어지간히 놀랐는지 몸을 돌리면서 힐끗 본 세레나의 얼굴은 붉었다.
조용히 한숨을 쉬곤 다시한번 거품을 일으켜 아리스의 등을 닦기 시작했다.

흠흠, 이렇게 보니 계집애의 몸도 꽤나 깨끗하군. 예전에 처음 만났을 때의 내 감식안이 맞았어.
이대로 몇 년만 더 자라면 세레나랑 함께 뭇 사내놈들 울리는 건 일도 아니겠구먼.
뭐, 어디까지나 이 두 녀석 본성을 모른다면 말이지.
왠지 모르게 유쾌해진 기분에 마음을 새롭게 하고 천천히 아리스의 등을 흘렸다.
아까 아리스가 먼저 내 등을 흘려준 탓인지 세레나는 금방 등을 미는 것을 끝냈다.
그리곤, 둘이 짜고 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게도 아리스와 마찬가지로 앞쪽을 닦으러 몸을 가까이 해왔다.

역시나...가 아니지! 그렇게 태평할 일이 아니냐!
아직은 어린 아리스와 달리 부풀어 오른 가슴의 감촉이 등에 전해지고 세레나는 더욱 몸을 붙여 내 몸을 닦기 시작했다.
으흑! 필사적으로 신경을 딴 곳에 돌리기 위해 노력했다.

'누군가가 이걸 본다면 뭐라고 설명하지? 아니, 그전에 어디로 숨어야 하나? 아, 저기 여근석 뒤에 숨으면 되겠군...'

그러나 그런 저항도 헛되었다. 몸을 닦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덕에 세레나의 몸이 내 등을 위아래로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스윽스윽

커, 커헉! 기브! 기브! (Give up!)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몸을 이용해, 특히 가슴으로 등을 미는 것 같은 감각에 현기증마저 느껴진 나는 아득해져가는 정신을 다잡으려 했다.
그때, "꺅-" 이라는 소리와 함께 손에 무언가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꺅? 무슨?

순간 눈앞에 들어온 광경은, 얼굴이 새빨개진 아리스와 그 아리스의 가슴께에 대어진 내 손이었다.
아마도 세레나가 기대어 와서 정신적으로 경황이 없었던 탓에 등을 밀던 손이 어긋났나 보다.
나도 아리스도 놀라서 확하고 서로 떨어졌다.
세레나도 어색하게 웃으며 서있었다.
어색해진 분위기를 깨보려고 붉어진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리스에게 우선 사과의 말을 꺼내려고 입을 연 순간,
시끌거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온천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좋지 않다! 정말로 좋지 않다!
함께 있는 걸 보이는 것도 문제일 뿐더러 들어오는 게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선 셋다 어디론가 피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어디로?
순간 눈에 들어온 건 울타리 모서리 부근에 서있는 여근석.
그래! 저기에 숨는 거다! 지금 오는 게 남자든 여자든 어느 쪽이든 대문제다!
나는 재빨리 둘을 이끌고 황급히 암석을 향했다.

이런...
암석 앞에 도착해서 알게 된 것은 돌 표면이 매끄러워 피부가 다칠 염려는 없다는 것과,
하지만 울타리와 바위 사이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아서 둘은 넉넉할지 몰라도 셋이 들어가면 간신히 서있을 만큼의 공간만 있다는 것이었다.
우선 두 녀석을 들어가게 해서 안에서 자리를 잡게 한 뒤 마지막으로 내가 들어갔고 그 직후 온천입구의 문이 열렸다.

타악-

"야아-, 식후 운동 이란거 꽤나 기분이 좋네-"
"호호, 그러게요"

여편네들인가. 정말 큰일날 뻔했군. 안 그래도 입 싼 처자들인데 아까 모습을 들켰다면 마을에서 고개도 못 들고 다녔을 꺼다.

...근데...잘 숨은거 같긴 한데 자세가 너무 묘한데...
세레나는 울타리에 등을 대고 있고 아리스는 바위 쪽에 두 손을 대고 있었다.
다행히 공간이 아주 좁진 않았고 여근석이라 그런지 바위 한가운데는 오목한 편이라 숨을 쉬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내 위치인데... 현재 내 등은 세레나의 앞, 아리스의 뒤다.
결과적으로 둘 사이에 낀 구도란 것이다.
그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 자세로 있으려니 깨달은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응? 여기에 왠 수건들이?"
"어머? 혹시 누가 쓰고 있던 것일까요?"



...바로 저것이다.
나야 애초에 수건을 걸치지 않았고 두 녀석들도 등을 밀어준다고 몸을 가리던 수건을 옆에 둔 상태였다.
그리고 황급히 도망친 덕에 그걸 챙길 겨를도 없었다.
그래...말하자면 우리 셋은 알몸인 채 서로 밀착해 있는 것이다.

"혹시...아직 여기에 누가 있는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아리스와 세레나? 아니면... 코드씨?"
"주변에 숨을 곳은 없는데... 혹시 저기의 바위일까?"

그렇게 말하면서 한명이 천천히 바위 쪽으로 다가온다.

- 핀치야. 도와줘. -

순간 현실도피를 하고 싶었지만 지금이 정말 위험한 상황이란건 이해했다.
그것도 내 인생을 통틀어 특대급 위험이란 것도.

"어, 어쩌지?"
"그, 어쩌지요?"
"...둘 다 조용히 있어라."

큭, 이렇게 된 바엔...



"어디~?"

쑥하며 바위 뒤로 얼굴을 내민 제니는 이내 실망하며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에이, 아무도 없어요. 아무래도 뒷정리를 잊고 그냥 갔나 봐요."
"어머, 평소의 세레나 답지 않은데..."
"혹시 모르죠. 코드씨가 왔다 간 건지."
"그 무뚝뚝한 사람이 이런 덜렁거린 실수를? 그건 왠지 우스운데요?"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휴우, 다행히 무사히 넘겼군.

"어떻게 하신 겁니까?"
"우리, 안보였어?"

쯧, 그러니까 이건 내 비장의 수단중 하나란다 얘들아.
어차피 아리스라면 곧 깨달을 테니 상관없겠지.

"별거 아니다. 잠시 발샤크로 기척을 지웠다."
"아..." "아!"

녀석들은 조용히 감탄사를 흘렸다.
외지에 나간다고 혹시나 해서 만반의 준비를 한 게 정답이었군.
숙련된 악당은 당연히 그래야지 암.
남은 건 이대로 조용히 저 여자들이 나갈 때까지 기다는 것뿐이다!
결국 나는 인생최고의 대위기를 벗어나 당당히 승리를 쟁취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시기가 나에게도 있었습니다.



슬플까, 방금까지의 긴장된 상황이 지나고 나니 외부의 정보가 피부를 통해 마구 들어오기 시작했다.
등을 통해 느껴지는 세레나 녀석의 가슴의 감촉은 확실히 곤란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곤란한 상황이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

"흐읏..."

...내 아드님이 아리스의 가랑이 사이에, 키 차이 때문에 정확히는 엉덩이 사이에 위치한 것이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세레나의 뜨거운 한숨, 등과 하반신에서 느껴지는 서로 다른 부드러운 감촉에 아드님은 겁 없이 성장하기 시작했고,
그건 결과적으로 아리스의 엉덩이를 자극하는 행위를 불러일으켰다.

"읏...으응..."

뜨거운 한숨을 조그맣게 내쉬며 몸을 조금씩 뒤트는 아리스.
그게 더욱 자극이 되어 아들은 거칠어지고, 아리스는 더욱 달뜬 한숨을 반복하곤 이내 내 가슴에 등을 기대었다.
엉겁결에 껴안는 포즈가 된 나. 그리고 팔 근처에서 느껴지는 가슴의 감촉.
아리스는 살그머니 내 손을 잡고는 가만히 붉어진 고개를 숙였다.
잠시 뒤 등뒤의 세레나도 팔을 둘러 나와 아리스를 조용히 껴안고 고개를 내 등에 기대었다.
등과 팔, 하반신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
지금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인세의 지옥이었다. 언제 인내가 끊어질지 모를...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몸에 물기가 말라 슬슬 차가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셋의 몸은 여전히 뜨거운 채였다.



1시간 정도가 지난 후, 지루한 잡담을 끝내고 세 여자는 욕실을 나갔다.

타악-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와 녀석들은 천천히 바위 뒤에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아리스는 후들거리는 붉어진 몸을 파김치처럼 늘어뜨렸다.
과연 그런 긴장상태를 한 시간 씩이나 유지하는 건 힘들었을 것이다. 나도 지금 속이 타들어가서 미칠 것 같으니.
황급히 아리스를 양팔로 받치곤 세레나와 함께 온천 입구로 향했다.
아까 여자들이 나가면서 떨어진 수건을 정리해 가져갔기에 몸을 가리지 못해 적나라하게 노출된 아리스의 알몸을 보게 됐지만...
탈의실에 도착하자 아리스가 말을 꺼냈다.

"...이제, 걸을 수 있어."

조심스레 아리스를 내리곤, 각자 가운을 입었다.

탈의실을 나와 방으로 향할 때 안내석에 앉아있던 여주인과 눈이 마주쳤다.
여주인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저기, 혹시 탕에서 다른 분들과 마주치진 않으셨나요?"
"마주칠 뻔 했지만 다행히 숨었소."
"다행이네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여주인은 설명을 했다. 자신이 제 1욕탕을 청소하는 동안 돌아온 남편이 나머지 부부들에게 욕실을 안내했던 것이다.
1욕탕은 청소중이란 간판을 걸어뒀으니 남편입장으로선 제 2욕탕을 그대로 여성들에게 쓰게 하고, 남자들을 3욕탕으로 보내는 게 당연했겠지.
자신과 서로 엇갈려 버린 탓에 2 욕탕에 우리 셋이 있는 걸 남편이 몰랐다는 것이다.

...우리 셋?

과연...그러니까 이 두 녀석들이 갑자기 등 밀어준다고 난입한건 너구리 여주인 때문이었군...
슬그머니 째려보는 내 시선을 무시한 채 여주인은 미소 지으면서 두 녀석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어땠어요? 친목 도모는 잘 되었나요?"
"네, 네."
"아, 으응."

경황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그 둘을 향해 웃음 짓던 여주인은 이내 정색을 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래서, 어땠어요?"
"네?"
"응?"

어리둥절해하는 둘에게 다시 한 번 여주인은 재촉했다.

"그거 말이예요 그거."

왠지 뭔가를 쥐는 듯 한 모양으로 상하로 움직이는 손을 보이는 여주인.
순식간에 빨개지는 둘.

"그...의외로 대단한..."
"...딱딱했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인가보다. 우선 진정하자...
헛기침을 하고 둘을 불렀다.

"이만 자러 가자꾸나."
"아, 네."
"으응."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던 둘은 나를 따라 방으로 향했다.
뒤에서 "둘 다 힘내요-"라고 응원하는 여주인의 목소리에 나도 덩달아 긴장하고 말았다.
아까까지 느껴진 피부의 감촉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정말...참견꾼 주인이군...



문을열고 방을 들어서니 마루에 놓인 침낭이 있었다.
...잠자리까지 이국풍인건가.
어차피 나나 세레나 녀석은 야외취침 경험도 많은데다가, 그래도 신경을 썼는지 바각에 깔린 이불이 꽤나 두툼했기에 잠자리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다만, 같이 자라는 표현인지 노골적으로 이불 3개가 꿰매어진 채 줄줄이 늘어져 있었다는 것이 문제랄까.
세레나와 아리스는 머뭇거리다 잠시 눈짓을 교환하더니 각각 잠자리의 오른쪽과 왼쪽에 자리 잡았다.
필연적으로 가운데는 내 자리가 되어 나는 아무 말 없이 가운데 자리를 잡고 누웠다.

좋아. 마음을 굳혀라.
아무래도 이제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잠시 한숨을 내쉬고 마음을 가라앉힌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럼, 잘 자거라."

......

"...네..."
"...응..."

둘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을 만큼 희미했다.

무어냐 그 스러질 듯한 대답은.
뭐라도 기대했던거냐?
방금까지의 있을 수 없는 교환 때문에?
너희들의 행동에 끌려가던 내 모습 때문에?
너희를 받아주는 척한 행동들 때문에?

난 너희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세레나 널 위해 목숨을 바쳐가며 데스 쉐도우와 싸운게 아니다.
헤어질 때 분명히 말하지 않았나. 넌 미끼라고.
단지 내가 살아남기 위해 시간을 벌 장기말일 뿐이라고.
그리고 지금껏 네가 나에게 받았다고 생각한 가르침은 내가아닌, 단지 너의 영웅으로서의 자질과 운명이 이끌어 낸 결과일 뿐이다.

아리스 너도, 그때의 만남은 나에겐 단지 악연일 뿐이었다. 요리도 못하고 빨래도 못하는 폐가되는 계집애를 쓸모있게 키우는데 내가 얼마나 고생했다고 생각하느냐.
희망이자 빛이라고? 너희가 짠 손수건에 대한 애정을 너희에 대한 애정으로 착각한거냐?
요마에 대한 포용? 단지 내가 세레나 녀석의 대항마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한 것뿐이다.
네가 마족임을 알았을 때 얼마나 아흔아홉 악마들을 저주했는지 아느냐?

너희는 단지 오해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방황하는 바보들일 뿐이다.
데스 쉐도우에서의 지옥과도 같던, 훈련을 빙자한 고행을 잊었느냐? 굶고 추위 속에서 빨래를 하던 기억을 잊은 거냐?
그동안 너희가 당해온 과거를 잊었느냐?

그런데도...
어째서, 왜... 그렇게 나를 그리워하는 것이냐...

마음에 추가 떨어진 듯 무거웠다.
지금의 갑갑함은 녀석들의 태도에 대한 비웃음일까, 동정일까, 지금의 상황에 대한 불편함인가,
아니면...



""코드...""

살며시 세레나가 나의 옷깃을 잡았다.
아리스도 머뭇거리면서, 하지만 강하게 내 옷깃을 붙잡았다.
불안해하면서도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녀석의 숨결이 느껴졌다.



...아니면, 나 자신에 대한 조소일까...



오해였다고, 그저 착각일 뿐이었다고 해서 지금 이 두 녀석의 마음마저 부정할 수 있는 거냐?
엉성하고 헛걸음 투성이지만, 스스로가 생각해 용기를 내어 움직이는 이 구상을, 도망치고 타인을 속이고 기어코 자신조차 기만하며 스스로를 감추는 내가, 부정할 수 있는가?
지금 녀석들의 모습은 확실히 서툴고 어색하다.
하지만 곧게 자신의 생각을 마주하고 그것에 솔직하고, 타인을 향해 진솔하게 다가가려는 것은, 영웅도 마왕도 아닌 단순한 사람으로서 가지는 자세이다.
악당으로서가 아닌, 나 개인으로선 갖지 못한 순수함, 밝음.
철저하게도 나랑은 부딪힐 거리가 많은 존재들임을 느낀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진 존재를 미워하지만 또한 동경한다.
스러져 갈 것임을 알면서도 부나방이 타오르는 홍염의 빛을 동경하여 몸을 불사르듯이, 나는, 어쩌면 그들을 동경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빛과 같은 둘은, 나를 그리워한다.
마치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는 거미를 향해 날아드는 존재처럼.

아마도 그 존재는 나비 같은 가녀린 것이 아닌 난폭한 새겠지만.

난 잡아먹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잡혀먹히는 쪽이 아닌지?
하며 거미는 웃었다.

가만히 옷깃을 잡은 두 손을 마주잡아주자 둘은 눈을 깜빡인다.
아직도 진정되지 않은 가슴에선 거센 박동이 울린다.
애비의 고뇌는 알지도 못하고 철없는 아들 녀석은 더 이상 진정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 활기찬 모습에 나까지 덩달아 청춘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늘밤은 아무래도 길어질 듯하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 신음 소리, 탄식 소리가 방을 메우고 달은 천천히 기울어 간다.



......끄아함. 찌뿌듯한 아침이군.
과연 밤새도록 뛰는 건 아무리 숙련된 나라도 좀 지치는군.
그래도 세레나, 아리스보다 먼저 일어났으니 어느 청년 안 부럽다 이거다 음하하!
아따따... 웃다가 등에 상처가 욱신거렸다.
끄응, 한창때 기분을 만끽한 건 좋은데 역시 등이 아픈건 좀 괴롭군.
그래도 두녀석 모두 기분 좋게 느낀듯 하니 나도 자신감 가져도 되겠지?

양옆에 누워있는 녀석들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대체 어디에 그런 초인적인 능력이 숨어있는지 의심스러운 사랑스런 얼굴이다. 윽, 벌써부터 눈에 콩깍지가 씌었나?
아니, 마을 총각중 세레나를 연모하는 녀석들도 많고, 아리스는 남녀를 불문하고 귀엽다고 인기가 많다.
지금의 내 눈이 잘못되진 않았단 말씀.
흐뭇함을 느끼며 살며시 녀석들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음음, 부드럽네 정말. 어떻게 관리를 하면 이런 피부에 이런 머릿결이 되는거지?
아낙네들이 신은 불공평하다고 불평하던 얘기가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웃음이 샜는지, 세레나가 천천히 눈을 뜨더니 미소 짓는 내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미안하군, 깨운건가?"
"아. 아닙니다."

세레나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지었다.
아름답다...순간 떠오른 생각은 그것 하나였다.
그동안 몰랐던 세레나의 매력이 자꾸자꾸 보이기 시작하는 건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물론 아리스의 매력도.
나도 오랫동안 안 쓰던 얼굴 근육을 이용해 미소 지으며 세레나를 쳐다보았다.

"우웅..."

세레나와 대화를 하는 중 아리스도 천천히 일어났다.
아직 잠이 덜 깬듯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멍한 눈동자를 부비는 것이 정말 참을수 없이 귀여웠다.

"아...코드...?"
"잘잤느냐 아리스?"
"으응..."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미소 짓는 아리스의 얼굴을 보니 껴안고 싶은 충동이 솟아났지만, 음, 자제하자 자제.
아침부터 추태를 부리면 곤란하지.
그저 손을 올려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다.

"헤헷..."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는 아리스의 모습도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그때 볼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세레나가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모닝키스예요."

아, 아... 어젯밤을 함께한 사이임에도 여전히 낯부끄러운 감각이 들었다.
아리스도 그 모습을 보더니 나에게 다가와 반대편 볼에 키스를 남겼다.
음. 이럴 땐 답례를 하는게 정상이겠지?



서로 간에 볼에 하는 키스가 어느새 약간 진한 키스까지 간 다음, 우리는 식사 전에 몸을 씻기 위해 온천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읏..."

약한 신음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아리스가 일어나면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걱정이 되어서 물었다.

"괜찮으냐?"
"...다, 다리 사이가 아파..."

얼굴을 빨갛게 하면서 눈물이 맺힌 아리스를 보니 움찔하면서도 생각했다. '역시 귀여워'라고...

그러고 보니 세레나도 내색은 안하지만 비슷한 상태일것 같았다.
역시나 둘 다 처음이었으니...
...스스로 생각하고 부끄러워진다는 건 참 고생이다...으흠!
아무튼 결론은 둘다 저 상태인건 내 탓이란 건데...
세레나는 그래도 검사로서 단련되어 나름대로 걷는데 불편은 없어보였기에 나는 아리스에게 다가가 등을 내밀었다.

"...코드?"
"업혀라."
"...에?"
"지금 상태론 걷기 불편하겠지만 우선 가볍게 씻어야 하니 일단 셋이 함께 욕실로 가도록 하자."
"으, 으응."

부끄러워하면서도 아리스는 내 목에 팔을 감아왔다.
조심스레 아리스를 업은 나는 세레나와 함께 욕실로 향했다.

"아무튼, 지금은 이 상태이니 오늘 번화가 산책은 중지다."
"그래도, 가보고 싶어."
"아리스, 지금 몸 상태로 너무 무리하면 안돼요."
"하, 하지만..."
"괜찮다. 며칠 더 묵을 예정이었으니 오늘은 쉬고 내일 함께 거리를 돌아보도록 하지."
"...응!"
"예, 그게 좋겠군요."

활기차게 대답하는 아리스와 미소 짓는 세레나와 함께 천천히 욕실을 향하며 생각했다.
내일 거리에 나가면 세레나와 아리스에게 맞는 장신구를 한번 알아봐야겠다고.

여행의 끝은 아직도 멀다.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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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왜인지 99악마들이 축배를 드는 꿈을 꿨다.
특히 얼굴 가득히 앙증맞은 멍이 난 발샤크가 가장 열렬히 축제를 즐기는 듯 했다.
...신봉자 잃은게 그렇게 기쁘슈?




<탁구칠때의 인원 배치도>

┌─┬─┬─┐
│여│여│여│
│ㅡ│ㅡ│ㅡ│
│남│남│남│
└─┴─┴─┘



┌─┬─┬─┐
│ㅇ│ㅇ│아│
│ㅡ│ㅡ│ㅡ│ (악:구경꾼)
│ㅇ│ㅇ│세│
└─┴─┴─┘


***설명 : 아리스 노출 이벤트를 보는 남성 인물을 악당으로 한정시키기 위한 배치.




<욕탕에서의 셋과 바위, 울타리의 배치>

                ↗↖
            ↗ .세.  ↖
        ↗      .악.      ↖
    ↗          .아.          ↖
↗            (바위)            ↖


***설명 : 좁은 공간에 밀착이벤트를 벌이기 위해 만든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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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추석 잘보내셨는지요?^^

최근 바빠서 글올리는것도 뜸한게 민망한지라, 예전에 썼던거 올려보았습니다.-_-a;

2008년도에 썼던 영웅&마왕&악당(무영자님 작품) 팬픽입니다.

문넷에는 일창게2 시절에 올렸더군요=x=;

에피소드 1부터 3까지의 글은 제대로 다듬어 지지 않았던지라 문넷엔 안올렸었죠-_-a

젊음의 비약, 악몽의 구슬, 꿈, 온천에 가자 중에서 제대로 다듬은건 4. 온천에 가자 이거 하나군요.

(4개 전부 공모에 내긴 했습니다만...^^;)

어디서 많이 주워들은 얘기들이나 만화속 이벤트들을 적절히 짜집기 한 수준이었지만
아무쪼록 재미있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이걸 쓰고 있을때만 해도 난 세레나와 아리스가 악당을 붙잡고 행복하게 살길 바랄 뿐이었지...

설마 얀데레 전개로 갈줄은 몰랐어...OTL...ㅠㅠ

그래도 영마악 전권이랑 3권 사인본은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ㅅ=*



p.s. 평범한 연애를 쓰고 싶었는데 도중에 에로가 섞여버린건 정말 저도 모를일...-_-;;


글의 마지막 p.s.에서 얼굴에 멍이 난 발샤크 이야기는 에피소드3. 꿈편에 나왔던 이벤트의 연결입니다.

간결하게 말하자면 아리스의 꿈에 발샤크가 나와 악당에 대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리고 말미에 늙은 나이에 무리하지 말라고 발샤크가 여성을 멀리하게 되는 저주(악마입장에선 축복)를 악당에게 걸어주겠다고 말하다가 아리스에게 얻어맞는 개그 스토리.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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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동안 터틀러님께서 보내주신 축전/삽화 모음입니다.^^



36화에서 룬에게 따귀 맞는 료스케입니다.

처음 봤을땐 복싱 선수한테 뎀프시 롤이라도 맞은줄 알았습니다=ㅂ=ㅋ

장르가 러브코미디가 아니라 배틀물 같다는 들으셨다던데, 이건 아무리 봐도 당하는 악역 면상임을 부정할 수 없겠네요=w=ㅋ

핏발선 눈이라든지 미간에 진 주름이라든지^^;





진지하게 싸우는 료스케의 모습입니다.

수염도 장신구도 다 정리한 버전이군요^^

러브코미디인 본편에서 이런 장면이 등장할수 있을지는 그려주신 터틀러님도 회의적으로 보시던데...가능한가?--;;;

뭐, 트러블 세계관의 우주인들(동식물 포함)은 희안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으니 어찌될진 모르죠^^;
암튼, 잘생겼네 요녀석(*ㅇㅅㅇ*)




눈동자가 조금 커진 버전으로 그린 료스케입니다.

덕분에 인상이 많이 순해졌지만, 키차이 때문인지 아래로 내려다 보는게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군요.

라코스포(8화의 두꺼비 왕자)라도 내려다 보는걸까요?^^;





턱을 괴고 있는 료스케입니다.

싸움은 브레인이라는 컨셉을 참조하여 사고에 빠져있는 료스케의 모습.

료스케 본인은 전략적인 사고로 이길 상황을 만드는걸 좋아할테지만...육체가 받쳐주니까 그냥 정면돌파해도 상관없다는게 아이러니...=.=a;

닥치고 파산포! 이러면 안됨




료스케 모음집입니다.

시원하게 웃는 모습, 무섭게 내려다보는 모습, 난처한 상황에 빠진듯한 표정.

개인적으로 2번째의 내려다보는 모습에서 아카사카 마모루권왕씨의 환영이 보이는듯한 포스를 느꼈습니다.

강해보여!0ㅅ0b





장난기가 발동한 료스케입니다.

가끔씩은 장난을 치고 싶은 사춘기 고교생이죠~(=3=)~

보는 입장에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을테지만 말입니다^^ㅋ;





30화 삽화입니다.

쿄코가 사인본을 건네주는 장면이죠^^

방송프로그램 '매지컬 쿄코'로만 언급되었던 키리사키 쿄코양이 처음 등장한 화에 이런 삽화를 받게 되서 기쁘네요*^^*

야한 사진에다 사인해주는 장난기를 보여줬지만 의욕적이고 붙임성 좋은 아가씨죠.

쿄코 좋아요 쿄코~=3=




요건 30화에서 미캉이 외치는 장면.

"아빠같은 사람입니다...!"

문넷 그림 게시판에 올려진 그림을 다시 수정한 버전을 보내주셨습니다.^^

(손모양 및 세세한것들)

눈을 꼭 감은채로 외치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습니다=w=~♥

미캉 에피소드도 나중에 쓸걸 구상해봐야 겠네요*=ㅅ=*a





터틀러제반니님이 몇시간만에 삽화를 완성시켜 막 보내주신 것.

빨라!?

그러므로 30화 삽화로 넣습니다~+_+/

저도 얼른 37화 완성해야 하는데 말이죠^^;;






마찬가지로 30화 삽화. 야미의 굴욕씬이죠=ㅂ=ㅋ

보고 빵터졌습니다.

글쓰다가 멘토스+콜라 동영상을 떠올린 절 탓해야죠( --);;;

깜짝놀라는 료스케(토끼인형)의 모습이 귀엽게 나와서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w=b

최종적으로 30화엔 삽화가 3개나 들어가게 되었네요ㄷㄷ

터틀러님께는 감사하다는 말도 부족할 정도로ㅋm(_ _)m




바쁘신 와중에 축전이랑 삽화를 보내주신 터틀러님 정말 감사드려요~!m(_ _)m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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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께서 보내주신 이불이 아키츠 료스케 축전입니다.^^

강철같은 근육 떡대!!!

산적같은 느낌+오해받는 외모+DIO(죠나단 죠스타)의 몸언급에서 떠올라 그리셨다고 하시더군요.

전투시 데미지를 받는 묘사가 거의 없는 이유가 설명되는 축전.

저런 육체라면 레알 총알도 튕겨낸다는 설정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네요ㅇㅂㅇ!

강렬한 위압감을 보여주는 축전 보내주셔서 감사드려요 를님~!*^^*/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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