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고 조용히 책상위에 엎어져 있으려니
옆자리에서 코테가와가 말을 걸어왔다.

"괜찮은거에요 아키츠군?"

"...아?
...아,아. 괜찮아..."

만사가 귀찮을 만큼 피로했지만,
날 걱정하는듯한 코테가와의 목소리에 살짝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약간 갈라진듯한 목소리로 대답한 나에게 코테가와는 전혀 안심이 되지 않은듯 보였다.
폐를 끼쳤네...

"눈가에 다크서클이 생겼는데 뭐가 괜찮다는거에요?
요 며칠동안 기운이 없었던게 빤히 보였다고요.
잠은 제대로 자고 있는거에요 아키츠군?"

"그냥...요즘 꿈자리가 사나워서 그래. 조금..."

야미와 코테가와 콤비에게 귀밑머리를 잘리고 난 날로부터 지금까지,
의외로 이계트립 이벤트는 그렇게까지 찾아오지 않았다.

내심 벌벌떨면서 신호등을 건널때도,
멀리 돌아가면서 공사현장을 쳐다볼때도,
신호를 무시하며 과속하는 차는 나타나지 않았고,
낙하하며 굉음을 내는 건축자재도 보이지 않았다.

4년동안 쌓아왔던 인연이라는 것이 구레나룻이 지탱해주던 부분을 대신 맡아주고 있는걸까?
확신까진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머리색이나 스타일, 수염등의 남은 요소만으로도 비정상적인 사고들을 방지하는데는 문제가 없어보였다.
내심 다행으로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감추진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4년이나 계속 길렀던 구레나룻이 없으니 시원섭섭하달까 어색하달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볼때마다 아직까진 이상함을 느낀다.
답답하고 거북한 위압감을 주던 역할을 하던 구레나룻이 사라지니 무언가가 빠진것 같은.

그래서 다시한번 투명 테이프로 구레나룻을 붙여보려고 시도를 해봤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코테가와에게 「바보같다」는 소릴 듣곤 포기해 버렸다.
양아치로 꾸미려는데 도리어 웃기게만 보인다면 망신이 따로 없다.

그리고 3학기가 시작되고,
내 잘려진 구레나룻을 본 클래스메이트들은 폭풍 전의 고요라든지, 세상의 멸망의 징조를 본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응, 실은 나도 그 심정이었어.
구레나룻이 잘려나갔을때 리얼하게 나의 종말을 느꼈다고...

학생들 중에 수염을 다듬으러 코테가와에게 귀를 잡혀 미용실로 끌려가는 나를 본 녀석이 있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테가와에게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깎은 맹자」라며 감탄하는 시선이 더해졌다.
코털이 아니고 구레나룻이지만?

'고양이는 수염을 자르면 균형감각을 잃는다'는 말을 나에게 적용시켰는진 몰라도
'구레나룻이 없는 아키츠 료스케는 전력의 80%만 낼수 있다'는 유언비어가 잠시 나돌다 사라졌다.
장담컨데 퍼뜨린 놈은 분명 건○ 매니아다.
수염따윈 장식입니다. 높으신 분들은 그걸 몰라요?

아무튼 구레나룻이 잘려나간 나에게 접하는 클래스메이트들의 반응도 많이 나아진것 같았다.
이미지가 덜 불량스러워 보이게 된것도 있고,
학기초를 제외하면 지난 2학기동안 별다른 말썽를 일으키지 않은지라 어느덧 신용도 많이 쌓인듯 보였다.
여전히 1대1로 대화할 만큼 베짱있는 녀석들은 없지만 내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던 일은 더이상 없어져서 다행이었다.
여학생들이 보이던 시선도 좀 바뀐듯 했다.
정확히는 뭐가 어떻게 바뀌었는진 모르겠지만, 호기심이 약간 느껴지는 시선이랄까...
적어도 혐오나 경멸의 시선은 많이 줄어든것 같았다.
고등학교때 200명의 여자를 노린다느니 하는 루머가 학년 초에 돌았지만 지금껏 얌전하게 지내고 있었으니...

덜 무서워하게 된 남학생들과 덜 혐오하게 된 여학생들.
날 바라보는 시선들에서 긴장감이 줄어든 것.
구레나룻을 희생한 대가치곤 꽤나 괜찮았다고 본다.

다만 유일한 문제라면, 그날 이후로 보게 된 꿈.
어린시절 사고에 대한 강박관념에 가까운 두려움이 트라우마로 남은걸까.
4년동안 부적삼아 기르던 수염을 자른 행위가 뇌리에 각인된 트라우마를 자극한걸까.
매일 밤마다 계속되는 괴상한 꿈들은 내 정신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었다.

빛나는 거울에 빨려들어가 파란머리 파란수염의 중년이랑 키스를 했던것을 시작으로
토끼를 쫓아갔더니 나무 구멍속으로 빨려들어가 미친모자장수에게 추파를 당하질 않나,
회오리바람에 날려간 곳에서 은구두를 신은 동쪽마녀와 난데없이 댄스를 추질 않나,
주전자로 물이나 마실랬더니 워프게이트가 열려서 역사여행을 떠나질 않나...

죽지않고 당하는 차원이동이라 그나마 낫긴 했는데, 이상한 사람들이랑 묘한 관계가 되던건 정말 무서웠거든요?!
특히 회오리바람에 날려간 꿈을 꿨을땐 정말로 추락사 하는줄만 알았다.
일어났을 때 온몸이 식은땀에 절어있었다고?
꿈을 꿈이라 인식못하는 상태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꿈의 매일.

물리적인 공격은 이력이 나서 왠만한건 깡으로 버티고,
영혼쪽의 공격또한 단련도 되었고 대처법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신경을 피로하게 하는 공격만큼은 방법이 없거든요?
적어도 자각몽이 가능하다면 어떻게든 긴장이라도 풀텐데.
그저, 시간을 들여 사고에 대한 강박관념을 극복해나가는게 최선으로 보였다.

그렇게 상념에 잠겨있는 날 보던 코테가와는 약간 주저하더니 물었다.

"저...아키즈군.
혹시 귀밑수염을 잘라낸것 때문에 그런건가요?"

움찔-.

반사적으로 나온 반응에 코테가와가 주눅든채로 사과해온다.

"미안해요 아키츠군...
한쪽 수염만 난채로의 아키츠군이 신경쓰여서 한일이었는데 이렇게 힘들어 할 줄은 몰랐어요..."

왠지 후회하는것 처럼 보이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당황하며 반박했다.

"아니 저기... 그때 일은 코테가와 잘못이 아니잖아?
솔직히 한쪽만 구레나룻이 있다니,
양아치가 아니고 완전 광대라고?
그대로 계속 있었다면 웃음거리만 됐을거야."

"하지만,「그리고...」"

코테가와의 말을 끊고 얘기를 계속한다.

"원래 이 수염이 잘린건 코테가와 때문이 아니야.
자업자득으로 한쪽이 잘려나간게 계기가 되었을 뿐이라고.
그땐 나도 패닉상태라서 뺨에 수염을 붙이는 따위의 행동을 했었지만,
그걸론 근본적인 해결이 안되었을테니, 결국에는 자를 수 밖에 없었어."

"그런가요?"

갸웃하는 코테가와에게 힘껏 수긍하면서 기운차게 대답한다.

"물론. 게다가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고 있다고?
봐봐. 덕분에 클래스 메이트들의 인상도 많이 좋아졌잖아?
예전처럼 위험인물 보듯한 시선도 줄었다구.
아마도 수염을 잘라서 훨씬 더 멋지게 변한 내 모습 때문 아냐?"

"풋-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코테가와가 입을 가리며 작게 웃는다.
어느덧 기운을 차린듯 보이는 코테가와에게 안심하려는데,
다시 코테가와가 물어왔다.

"그럼 아키츠군이 지금 피로해 보이는건 뭣때문이죠?
뭔가 도울수 있는게 있다면 힘이 되어줄께요."

"아니, 그게 뭐랄까...걱정거리 때문에 잠을 뒤척였달까..."

"걱정거리요?"

매일밤 동화 속 나라로 모험을 떠나는 것 때문에 뒤척인다고 할까?
진지하게 걱정해주고 있으니까 바보취급은 안당할 것 같은데,
뭔가 꿈 많은 동심의 소년을 바라보는듯한 흐뭇한 시선을 코테가와로부터 받고 싶진 않다.

...음, 뭘 변명으로 한다...
잠시 주위로 시선을 돌리다 여학생들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아~ 이 시기가 와버리고 말았네.」
「일일이 남자들한테 초콜릿을 줘야 하다니...」
「그래도 이럴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니?」
「그래서, 넌 누구에게 줄꺼야?」
「1-A의 렌. 교내 제일 미소년이잖니.」
「역시...」

초콜릿? 아...발렌타인데이인가?
교실 뒤편에 걸린 달력을 바라보니 오늘 날짜는 2월13일.
그러고보니 내일이 발렌타인데이였구나...
저런일과는 인연이 없었는지라 잊고 있었네.
...그래, 저 소재로 가도록 하자.
이맘때만 되면 초콜릿 받고 싶어서 여자애들에게 괜스레 친절하게 대하는 꿍꿍이 많은 남자애들도 흔한 편이고,
나름대로 친한 사이인 코테가와니까 운이 좋다면 초콜릿도 받을수 있을테고.

"아니~, 내일은 발렌타인데이잖아?"

"그러고 보면 그렇네요."

"그래서 어떻게하면 초콜릿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어."

"...하아?"

한쪽눈이 찌푸려지며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는 코테가와.
그 모습에 위축되어 멈칫하곤 스스로 말한 대사를 곱씹어 보며 상상해보았다.


초콜릿을 받고 싶어서 며칠째 밤을 지새우는 양아치.
눈에 기미를 만들고 끙끙댄다.

그때 하늘이 어둑해지며 나타난 용신.

- 소원이 무엇이냐

여자애 초콜릿팬티을 주세요!

팔랑팔랑~

초콜릿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효과음과 함께 얼굴위로 역삼각형 모양의 초콜릿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꿈많은 소년으로 보이는것 보다 훨씬 부끄럽잖아?!
아니, 그보다 이자식 누구야? 불쌍해!
...나였지...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드는 방금전의 말을 번복하려고 생각했을때, 코테가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튼, 남자들은 보통 그런 행사를 기대하는거군요."

"아니 뭐...역시 기대되겠지?"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솔직히 매번 헛물을 키면서도 내심 한번쯤은 받을수 있을까 기대했었다고.
물론 그날의 마지막은 눈물로 끝낼 따름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런일로 밤까지 지새우지 말아요 아키츠군.
다른 사람들이 보면 걱정한다고요?"

오히려 코테가와 말고는 다들 무서워할것 같습니다만?

"뭐, 아키츠군에겐 1년동안 도움을 받은 일도 많으니 답례라면..."

"정말?"

얼굴에 안맞게 반짝이는 시선으로 양손을 잡고 코테가와를 바라본다.
거북한 표정으로 눈을 돌리는 코테가와.
수염난 양아치가 꼴에 안어울리도록 눈빛을 반짝이는건 나라도 좀 그렇겠지만,
기쁜걸 어떡하라고?
시선을 돌리다가 계속되는 내 눈빛공격에 코테가와는 버럭 소리를 소리를 질렀다.

"그,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 말아요 아키츠군!
신경쓰인다구요!"

"아, 아. 미안 코테가와. 그냥 너무 기뻐서 말이지."

나도 좀 지나쳤나 싶어서 두손을 바로하고 몸을 뒤로 뺀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후우-하며 한숨을 쉰 코테가와.

"정말이지...
그래도 아키츠군이 그걸로 기운을 차린다면 다행이군요.
다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아요?"

"아, 물론이지. 애초에 받을 수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했으니,
주는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고."

나로선 어떤 초콜릿을 주든지 받을수만 있다면 기쁠 따름이다.
그것도 신경쓰이는 여자애가 주는 초콜릿이라면 더더욱.

"그런가요...아무튼 수업도 끝났으니 이만 하교하도록 하죠 아키츠군."

"그래. 내일봐 코테가와."

"잘가요 아키츠군.
그리고 오늘은 편히 자도록 해요."

"신경써줘서 고마워~"

코테가와의 초콜릿을 기대하며 웃으며 헤어졌다.



괴상한 꿈들로 우울했던 날들이 거짓말같이, 들뜬 기분으로 학교를 나와 귀가하던 도중,
번화가에서 여학생에게 괜시리 치근덕대는 남자가 보였다.
우리학교 교복을 입은 짧은 금발의 여학생은 귀찮은 듯 상대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고,
뒷모습만 보이는 남자의 염색한 머리와 손목의 팔찌, 풀어헤친 옷 모양새를 보아하니 헌팅하러 나온 양아치 처럼 보이길래 살짝 충고나 할까해서 다가갔다.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말로 해결해 봅시다~.

"괜찮잖아~ 잠깐 얘기 좀 하자고."

"시끄럽네.
댁처럼 껄렁껄렁한 남자는 관심없다니까."

"그런 말 하지 말고~「어이~.」뭐야? 윽?"

헌팅도중에 방해받은 남자는 뒤돌아 나를 바라보다 멈칫했다.
남자랑 만만찮게...가 아니고 훨씬 더 껄렁하게 보이는 외모의 양아치가 갑자기 등장했으니 주눅든 것 같아보였다.

"헌팅은 그만하고 이만 물러나지?"

"누, 누구?"

...날 못알아보면 쌈박질 하는 깡패 부류는 아닌것 같고, 그냥 노는 녀석들인가.
깡패놈들치고 박살안낸 놈은 없으니 내 얼굴을 잊을린 없을테고.
아니면...구레나룻을 잘라서 그런 걸지도?
어쨌든 이름만 대면 모르는 녀석은 없을테니 적당히 해결하자.

"나? 나는「아앙 자기야~기다렸어!」에엑?!"

갑작스레 내쪽으로 달려와서 팔짱을 끼는 금발 여학생의 행동에 기겁했다.
자기? 무슨말?
100명의 여자 소문은 있었지만, 그렇고 그런 사이인 여자는 없었는데요?
놀라서 여학생을 쳐다보니 익숙한 외모였다.
크리스마스때 함정에 빠졌을때 구해줬던 금발의 소녀, 리사.

"모, 모미오카?"

"너무 늦게 와서 걱정했다구~?"

놀라는 나의 반응을 신경쓰지 않고 계속 말하는 리사의 모습에
방금까지 기가 죽어있던 남자는 뒷통수를 긁적이며 물러났다.

"쳇...남자친구인가."

아니. 나 얘랑 이제 겨우 두번째 보는거거든?
나 놀라는 모습 안보여?
...뭐, 쫓아내는 목적은 달성했으니 문제는 없을꺼다. 아마도...

떠나는 남자에게서 관심을 돌리고 리사를 바라본다.
그러고보면 남자친구 흉내를 내서 쫓아내는게 가장 원만했겠구나.
금발에 약간 노는듯한 인상을 주는 외모 때문에 방금같은 일이 꽤나 있는듯 했다.
대처하는 모습이 꽤나 익숙해 보이는 걸 보면.

...근데 언제까지 팔짱을 끼고 있을 셈인가요 모미오카씨.
팔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이 장난아니게 신경쓰입니다만?

"저기, 모미오카 맞지?"

"그래그래. 도와줘서 고마워요 아키츠군.
끈질긴 녀석에게 걸려서 정말 큰일이었어~."

"아니, 곤란해 보였으니까...
실제로는 모미오카가 해결한것 같지만."

내가 이름을 자칭하기도 전에 리사가 해결해 버렸으니
솔직히 난 제자리에 서있는것 말곤 한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고마워 하는데 아니라기도 뭐해서 난처해 하고 있는데,
리사가 내 얼굴을 보고 놀란듯 물어왔다.

"어라? 아키츠군, 구레나룻 잘랐네?"

"그게...저번에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서 잘랐어."

"왠지 아쉬워하는것 같네? 그래도 자르니까 훨씬 더 멋져 보인다구~"

"그, 그래? 고마워 모미오카."

"아하하~ 뭐야 그런 부끄러워하는 반응? 숙맥같아~."

숙맥같은게 아니라 진짜로 숙맥인데요 리사씨.
어느덧 팔짱을 푼 리사가 문득 생각난듯 물어왔다.

"그런데 아키츠군, 내 이름 알고 있었구나?"

"응? 그야...인상깊었으니까."

크리스마스때의 첫만남에선 자기소개같은건 하지 않았으니 알수 없었겠지만,
어쩌다 친구들끼리 대화하는 걸 듣고 기억한 이름이다.
그렇다고 우연히 알았다고 하기엔 실례가 아닐까 싶어 적당히 얼버무렸다.

"헤에~. 역시나 여자애들의 프로필은 3부수치까지 알고 있다는 아키츠군답네."

"잠깐만?! 그거 유언비어야?!"

진심으로 당황했다.
여자애들 시선에 혐오와 경멸이 섞였던건 이것 때문이었나?!
애초에 프로필 따윈 갖고 있지도 않고, 3부수치 같은 걸로 하악거릴만큼 굶주리지도 않았다.

"그렇게 당황하지 않아도 괜찮잖아 아키츠군~. 사내아이니까 어쩔수 없지요?"

"전혀 믿고 있지 않아?!"

이해한다는듯한 시선을 보내오는 리사에게 원망의 시선을 보냈다.
오해니까 제발 이해한다는 시선 보내지 말아줘...
이따위 말도 안되는 유언비어를 대체 어떻게 없애야 하나 머리를 움켜쥐고 고민하고 있으려니 리사가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농담이야. 그렇게나 당황하다니 아키츠군은 의외로 재밌네~."

"하, 하아...놀래키지 말아줘...
정말로 간떨어 지는줄 알았다구."

진짜 10년 감수할뻔 했다.
나한테 편하게 대하는건 고마운데, 적어도 놀라는 날 좀 배려해주세요.

"그나저나 인상깊었다라니, 그렇게 내가 신경쓰였던 걸까나~?"

싱글싱글 웃으면서 말을 걸어오는 리사에게 뭐라고 톡 쏘아주고 싶은데 적절한게 안떠오른다.
일부러 야한 농담같은걸 해서 당황하는걸 보고싶을 정도로 나도 짖궂진 않고,
그냥 솔직히 얘기하자.

"나한테 말을 거는 여자애는 드물었으니까.
그리고 선물쟁탈때의 네 격려는 정말 기뻤고..."

"아, 크리스마스때 말이구나?
설마 나, 아키츠군의 표적으로 찍힌거?"

「인상깊다=표적」입니까.
100명 여자 운운은 루머라니까.
그러니까 일부러「꺄-」하면서 뺨을 잡고 난처한척 하지마.
그래도 정말 귀엽긴 하네...

"저기, 따로 그런 의도는 없었어?
저번에도 말했듯이 네가 멋진 아가씨인건 사실이지만."

"에...고마워요.
...하지만 재미없는 반응이네~.
이럴땐 당황하면서 발뺌이라도 하는게 어때?"

"아하하, 아마도 유우키라면 그것보다 훨씬 더 재밌는 반응을 보여줄지도 모르겠네."

"유우키를 알아?"

"예전에 라라들의 트러블에 한번 말려들어가서 알게됐어.
인기있는 여자를 좋아하는 유우키도 참 고생이야."

"용기있는 남자가 미인을 얻는다~라는데,
유우키는 어떠려나 몰라."

리토는 여복이 터졌는데?
가끔씩 멋진 모습을 보여주니까 좋아하는 애들이 점점 늘어만 가잖아.
나중에가면 라라네 동생들까지 꼬인다고?

"그녀석 걱정은 안해도 될껄?
평상시에는 이상할정도로 사건에 말려들어가는 녀석이지만,
정말로 중요한 순간에는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줄테니까."

"헤에~? 묘하게 유우키를 신뢰하네 아키츠군은?"

신뢰라기 보다는 미래예지입니다.

"사실이니까.
아마도 나중에 자라면 정말 멋진 남자가 될꺼라고."

"그럴까?"

"그렇다니까.
그럼, 난 이만 집으로 가볼께.
모미오카도 방금전처럼 이상한 녀석이 꼬이지 않길."

"그래... 방금은 도와줘서 고마워 아키츠군~"

"별말을 모미오카.
그럼 조심해서 가라고?"

의외의 만남이 있었지만 이만 집으로 가볼까...



리사와 헤어지고 잠시후 상점가 한곳에 서있는 야미가 보였다.
서점에 서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독서에 푹 빠진것 같다.
서점 아저씨는 뭔가 체념한 표정으로 신경을 끄고 있는걸 보아하니
아마도 한번 눈치를 줬다가 실패하고 말리길 포기한듯 하다.
설마 몇시간째 저러고 있던건 아니겠지?
집중하고 있는데 방해하기도 그랬기에 그냥 지나치려고 할때 야미가 책을 덮었다.
벌써 한권을 다 읽은건가?
고개를 들어 다른 책을 고르려던 야미가 문득 내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이럴땐 인사를 하는게 예의겠지?
웃으면서 손을 든다.

"야미구나. 오랜만~"

"아키츠 료스케군요. 무슨 용무입니까."

"아니, 따로 용무는 없는데...
그냥 길가다 마주쳐서 인사라도 할까 싶어서 말이지.
그나저나 책을 좋아하나봐? 굉장히 집중하던것 같던데?"

"지구의 문학은 흥미롭군요.
이 나라 문자를 익힌 보람이 있습니다.
덕분에 꽤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그럼 다행이네~."

"그런데..."

문득 생각난듯 야미가 나에게 질문했다.

"오늘따라 저쪽에 여학생들이 몰리던데 왜 그런지 알고 있습니까?"

"응?"

야미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니 St.Valentine 이란 간판이 달린 상점들이 연이어 보였다.
발렌타인을 맞아 초콜릿을 사러 모인 여학생들을 지칭하는 것 같았다.

"아, 내일은 발렌타인데이라는 날이라서 그래."

"발렌타인데이?"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랄까?
원래는 다른 의미였는데 이 나라에선 현재 그런 행사가 문화로 정착되었지.
굳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친구나 가족같이 알고지내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주는 사람들도 있는것 같지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입니까...?"

"응.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이나 서로 기쁜 날이랄까?
그래서 이맘때는 초콜릿 가게가 번성하는 날이라구.
1년동안 가장 초콜릿이 많이 팔리는 시기랄까."

"그렇군요..."

초콜릿을 받게되는 경험을 처음 하게 될 나로선 내일이 기대되서 어쩔수가 없을 정도라니까.
상술이라는 말이 많지만 이런 기념일 같은 날 서로를 의식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
학창시절 단골 로맨스 소재로 발렌타인 데이는 빠지지 않는다고.

"아무튼, 너무 오래동안 한곳에서 책만보면 곤란하니까,
다른 곳도 알아보는게 좋을꺼야.
정 안되면 우리 학교 도서실에서 책을 볼수도 있다고."

"배려 감사합니다. 아키츠 료스케."

"아니 뭘... 그럼 난 이만 갈께."

"안녕히 가시길..."


집으로 돌아와 정리를 하고 내일 스케쥴을 훑어보니 미캉의 장보기를 도와주는 것 빼곤 다른 일정은 없었다.
...그러고 보면 내일 라라가 나눠준 초콜릿 덕분에 학교가 이상한 열기에 휩싸이는데 말려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언제 초콜릿을 만드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내일은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서 초콜릿을 나눠주기 전에 말리는게 낫다고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빛나는 화이트홀에 빨려들어가서 키스해오는 파란머리 중년의 입술에 광속 박치기를 날리고,
토끼신사를 쫓아가 나무구멍을 킥으로 박살내고,
회오리바람에 날려갔더니 흑백의 마녀가 마○터 스파크-!
주전자를 타고 간 워프게이트 너머에선 시공을 뛰어넘어 공룡과 싸우는 원시인을 보았다.


악몽치곤 왠지모르게 호쾌한 꿈속에서 괴상한 전개에 가위눌려 시달리기를 계속.
드디어 꿈이 끝나고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오전 8시 20분.
...늦었잖아?!

잽싸게 몸을 씻고 아침은 거른채로 집을 나섰다.
이미 등교하는 학생들은 많이 뜸해진 상태.
나처럼 지각해서 뛰는 학생들이 몇명 보일 따름이었다.
이거, 좀 위험한거 아냐?

간신히 학교에 도착했더니 무언가 공기가 수상하다.
누군가를 쫓는 발걸음 소리도 들리고...
2학년 교실근처에서 무언가 비명이 들려서 우선 그쪽으로 달려간다.
코테가와가 걱정이긴 하지만, 우선은 급한상황을 해결하는게 먼저다.
2학년 복도 창문으로 뛰어들어가서 본 것은 알몸의 교장선생이 헤롱헤롱거리며 텐죠인 선배에게 달라붙은 광경이었다.

"싫엇-!"

상식을 벗어난 교장의 작태에 린 선배나 아야 선배는 아직껏 멍하니 선채로 있었기에,
우선 텐죠인 선배에게 달라붙은 교장을 떼어내었다.
끈질기게 떨어지지 않으려는 교장을 기절시키고 텐죠인 선배의 상태를 바라보았다.
교복이 반쯤 벗겨져 위아래 속옷이 전부 드러나 보이는 모습때문에 눈둘곳이 곤란해서 바로 시선을 돌려버렸지만 다행히도 큰일은 없는듯 했다.

"꺄앗?"

황급히 옷을 추스리더니 일어난 텐죠인 선배.
평소에도 지금만큼 정숙함을 보이셨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말이죠 선배...
린과 아야 선배도 이윽고 정신을 차리더니 텐죠인 선배를 부축했다.
부축을 받으며 텐죠인 선배는 나를 바라보았다.

"도와줘서 고맙군요. 으응..."

"아키츠 료스케입니다."

"아, 네. 아키츠 료스케군. 덕분에 살았어요."

"별말씀을 선배. 아무튼, 제 친구들도 걱정되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에? 잠깐?"

급한불은 껐으니 여기는 우선 안심이다.
텐죠인 선배가 무언가 말하려고 했으나 서둘러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코테가와는 무사한걸까?
재빨리 우리반(1-B)에 들어가보니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파, 파렴치해요! 이게 뭐하는 짓들인가요?"

이미 라라의 초콜릿을 먹은 학생들이 많은지 반은 꽤나 문란한 분위기였다.
코테가와는 서로 달라붙는 남남, 여여, 남녀 학생들을 뜯어말리느라 분투하고 있었다.

그런 코테가와에게 몇몇 남학생들이 다가왔다.

"우하하"
"반장~ 정말로 귀엽구나~"
"아헤헤헤"

괴상한 웃음을 지으며 코테가와에게 다가가는 녀석들을 흠씬 패주려고 교실에 들어서려는 순간 코테가와가 움직였다.

"이...! 더러운 변질자-!"

「뭐하는건가요!」라고 소리치며 출석부로 남학생들을 사정없이 난타하며 쫓아내는 모습에 놀랐다.
과연 코테가와!
맹수 조련사라는 호칭은 겉치레가 아니었구나.
용서가 없는 심판장면에 동경한다.
방금 광경에 놀라서 문앞에 멈춰선채로 코테가와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이윽고 코테가와가 날 발견했다.

"아키츠군?"

경계하며 날 바라보는 코테가와의 시선에 코테가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챘다.
아마 나도 다른 학생들처럼 이성이 흐트러진게 아닐까 걱정하는 거겠지.
웃으며 코테가와에게 말을 건넨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코테가와.
솔직히, 늦진 않았을까 걱정했다구."

"...아키츠군은 괜찮은거에요?"

"응. 오늘은 늦잠을 자버려서 이제 막 학교에 도착했는걸."

"그래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코테가와에게 다가가며 서로 달라붙은 학생들을 뜯어낸다.

"그런데, 학교 전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건 역시나 뭔가 있었다는거겠지?"

"그래요. 아무래도 옆반의 라라라는 외국인이 나눠준 초콜릿이 원인같더군요."

"코테가와는 먹지 않은거야?"

"그게...초콜릿은 지금은 별로..."

메슥거린다는 듯한 얼굴의 코테가와를 보니 입맛이 별로인가보다.

"아무튼, 그 라라에게 가면 해결책을 알지 않을까?"

"그렇지만 학생들을 이대로 두고 가기엔 좀..."

"뭐, 그렇다면 괜찮아."

아직껏 서로 달라붙으려는 아이들중 남학생들을 솜씨좋게 기절시킨다.
불량배들 상대로 익숙해진 일이니 큰 수고는 안들었다.
약간 놀라는 코테가와에게 서두르길 재촉했다.

"이만 가보자고. 기절시켜 뒀지만 효과가 끊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까."

"아...그래요."

고개를 끄덕이는 코테가와를 데리고 라라를 찾아 복도를 나섰다.



「선생님!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응?"

복도를 달리는중 리토의 목소리가 들려서 살펴보니 보건의 미카도 선생(우주인)과 리토, 라라, 리사, 미오가 보였다.
리사와 미오는 라라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게 초콜릿의 효과가 지속되고 있는것 같았다.

「응? 그게말야. 어제 라라에게 초콜릿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줬단다.
최음효과가 있는 헤롱별약초를 넣으라고 했지.」

저 사람이 흑막이었어?!
난 라라가 자체적으로 추가한 재료 때문에 그런줄 알았는데...

「최음효과...라뇨?
왜 그런 걸...」

「호호호~장난이야.
라라가 발렌타인을 착각하고 있는건 생각 못했고.
분명 유우키 너한테만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아깝네.
그래도 괜찮아!
헤롱초의 약효는 곧 없어지니까.」

괜찮은게 아니겠죠 선생님?!
고등학생한테 대체 뭘 주는건가요?!
아무래도 약간 상식을 벗어난 우주인인 것 같으니 되도록 가까이 가지 말자...
내심 보건실에는 절대로 가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코테가와를 데리고 몰래 자리를 떠났다.



미카도 선생의 말대로 어느새 학생들은 정신을 차린것으로 보였다.
방금전 일어난 일들을 모두 잊어버린듯, 풀어헤쳐진 옷차림에 당황하며 옷을 추스리는 학생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찌됐건, 정말로 큰일난 사람들은 없어서 다행이네...

한숨을 쉬는 나를 바라보던 코테가와가 자신의 자리로 가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이윽고 리본으로 곱게 포장된 둥근 상자를 가지고 나에게 다가와 내밀었다.

"아키츠군 이것, 약속한 초콜릿..."

"에? 아! 정말 고마워 코테가와~!"

급작스러운 상황때문에 깜빡하고 있었던 코테가와의 초콜릿을 받게되자 당황하면서도 기쁘게 받았다.
시선을 약간 피하면서 초콜릿을 건네오는 코테가와였지만,
아무래도 이성에게 초콜릿을 건네주는건 쑥쓰러웠을테니 저런 반응은 오히려 귀엽게 다가왔다.

아침을 거른터라 마침 시장했기에 지금 열어봐도 되는지 코테가와에게 물었다.

"저기저기, 이거 지금 열어봐도 될까?"

"에?"

"아니, 지각하느라 아침을 못먹어서 배가 고파서 말이지..."

"에,그...좋아요."

어쩐지 우물쭈물하는 코테가와의 반응을 뒤로하고 조심스레 리본을 풀고 상자를 열었다.
코테가와는 어떤 초콜릿을 사왔을까?
상자를 열자 곱게 장식된 완충용 천 위에 놓인 초콜릿이 보였다.
하얀 크림으로 장식된 고양이 얼굴 모양의 초콜릿...?
크림주변에 약간의 초콜릿 가루가 뭍어있다.
어라? 이거...아무리 봐도 수제 초콜릿이잖아?
고개를 옆으로 돌린터라, 놀라는 내 얼굴을 보지 못한 상태로 코테가와는 말했다.

"...평소의 답례니까 괜한 오해는 하지 말아요.
어디까지나 의리초쿄니까."

"코테가와..."

"뭐, 뭐에요?"

"결혼해주세요..."

"에엑?!"

새된 소리를 내는 코테가와를 정면에 두고선 조심스레 초콜릿을 입에 넣으며 생각한다.
그러니까, 코테가와가 오늘 초콜릿을 먹지 않았던건 뭐랄까...
이걸 만들면서 초콜릿을 계속 시식해보느라 질려서 그랬던가.
혀끝에 느껴지는 초콜릿의 달콤함에 벌써부터 포만감이 느껴질 것만 같았다.
이윽고 초콜릿을 다먹고 나자 날 쳐다보던 코테가와가 조심스레 물어온다.

"그래서...맛은 어땠어요?"

"맛있었어. 그야말로 내 생애 최고로!"

"그래요...다행이네요."

안도하며 살짝 웃음짓는 코테가와에게 나도 덩달아 미소를 짓는다.

"그렇다니까~.
게다가 생애 첫 발렌타인 초콜릿이 수제라니 기쁨을 넘어 감동의 절정이라고."

"수, 수제라고 말한적 없어요!"

"입가에 초콜릿이 뭍어 있는데?"

"에?"

당황해서 순간적으로 입가에 손을 대는 코테가와.
그리곤 이내 얼굴이 빨개지며 부들부들 떤다.
속은걸 깨달았나보다. 아무튼, 역시 정답이었네.
이내 코테가와는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얼굴은 빨간 그대로지만.

"후...아무튼 그게 처음으로 받은 초콜릿이었다면 저로서도 고생한 보람이 있군요.
솔직히 그렇게 기뻐할줄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어제의 노력이 쓸모없던게 아니라 다행이네요."

"정말 고마워 코테가와."

"다시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평소의 답례에요. 친구로서라고요?"

괜히 말을 덧붙이는 코테가와가 얄미워서 야유한다.

"코테가와씨는 한마디가 많네요..."

"쓸데없는 참견이군요."

가볍게 말을 주고 받고 있을때 복도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기~ 아키츠군 혹시 있어~?"

"응?"

복도로 통하는 문을 바라보니 옆반의 리사가 서있었다.

"모미오카?"

"아, 역시 있었구나~."

웃으며 내게 다가온 리사는 내 눈앞에 작게 포장된 상자를 내밀었다.
얼떨떨한 얼굴로 상자를 받아들고 물었다.

"이건?"

"당연히 초콜릿~.
크리스마스때 구해준거랑 어제 일에 대한 보답이야~."

"아, 고마워...
이렇게까지 신경쓸줄은 몰랐네."

"후후~ 맛있게 먹길 바래~."

웃으면서 한차례 손을 흔들고 리사는 자신의 반으로 되돌아 갔다.
인생, 착한일을 하면 복이 오는구나.
의외의 소득에 기뻐하며 다시 코테가와를 보자 날 바라보는 시선이 묘하다.
혹시나 이상한 생각을 하는게 아닐까 싶어서 미리 해명을 한다.

"저기... 어제 헌팅당하던걸 도와줘서 그래.
오늘 만난것까지 합쳐서 겨우 세번 얼굴을 봤을 뿐이라구?"

"아직 아무 말도 안했어요."

"...죄송합니다. 왠지 찔려서 그랬어요."

"풋. 이상한 아키츠군..."

코테가와가 미소를 지으면서 내 어깨를 툭 쳐온다.
왠지 기쁜듯해 보인다.

"크리스마스때, 사람들을 도왔던건 역시 잘한 일인것 같아요.
방금전 여학생, 그때 구했던 사람이죠?"

"기억하는거야?"

"물론이죠. 꽤나 인상깊었던 만남이니까요.
이상한 호칭을 들었던 때이기도 하고..."

「맹수 조련사라니...」라며 투덜대던 코테가와는 다시 말했다.

"아무튼, 그땐 당신의 선물을 받아줄 사람은 찾지 못했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당신에게 선물을 건네줄 사람마저 나타났군요?"

"그러네..."

"정말 다행이에요...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게 노력해봐요 아키츠군.
그때 낙담했던 제가 바보같다고 생각될만큼 멋진 만남들이 찾아오길 바라죠."

"네이~."

크리스마스때의 보답이 지금 돌아온데다,
코테가와의 응원까지 들으니 기분이 북돋아 진다.

"아무튼, 앞으로 초콜릿은 다른 사람들에게 달라고 부탁하면 되겠죠."

...어째서?!

"에엣?! 그러지 말고 앞으로도 만들어주면 안돼?"

"방금전 아키츠군 취향의 여학생이 초콜릿을 건네줬잖아요?
그 학생에게 부탁하면 되지 않아요?"

"역시 이상한 생각 하고 있었잖아?!
그거 오해야! 게다가 수제랑은 감동의 정도가 다르다고?"

"수제로 초콜릿 만드는거 의외로 번거롭다고요.
뭐, 아키츠군이 앞으로도 잘해준다면 생각해보죠."

"와아~."

"그나저나...아키츠군은 화이트 데이때 어떤 답례를 해줄건가요?"

"네?"

다, 답례말입니까?
화이트 데이때 줄 선물?
발렌타인 데이의 답례?
음...사탕?
...수제 초콜릿에 대한 답례가 몇백엔짜리 사탕?
그랬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정말 두렵다...

"설마 맛있게 먹어놓고도 모른척 잊을 생각은 아니겠죠?"

"그, 그럴리가! 터무니없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생각해봐요. 어떤걸 줄건가요?"

"끄응..."

왠지 심술궂게 나를 바라보는 코테가와.
분명 내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싶어서 한 질문일 것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뭔가 해주고 싶어하는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정말로 기쁘니까.
실제로 기대하기도 하겠지만.
무언가 그에 걸맞는 보답을 마음만이 아닌 형태로도 받고 싶은 것 또한 사실일 것이다.

으응...뭘해주지?
고양이 인형은 저번에 선물했고.
고양이 베게?
똑같은 수제 초콜릿?

어떤걸 할지 한동안 심각하게 끙끙대는 내모습을 보다못해 적당히 말릴 생각인지 코테가와가 말을 걸어왔다.

"이제 괜찮아요 아키츠군. 따로 선물같은건..."

멈추려는 코테가와의 모습에 오히려 조급해져서, 결국엔 될대로 되란 심정으로 코테가와의 발목에 매달리며 외쳤다.

"엉엉 날가져요~!"

"잠...?! 이거 놓으세요!"

"싫어!"

기겁하는 코테가와 발목을 잡고 달라붙을 만큼 뭐든지 들어주고 싶은 지금 심정은 그야말로 진심 중의 진심.
발렌타인의 즐거움을 처음 만끽한 지금, 보답을 위해서라면 그야말로 거리낄게 없다.
난 지금 최고로 High한 기분이라고!

"나 지금 치마 입었단말예요!"

"죄송합니다."

방금 말 취소.
잽싸게 바닥에서 일어난다.
치한 행위로 기분을 망치면 모처럼 즐거운 분위기가 엉망이다.
두손으로 치마를 가리고 있던 코테가와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팩 돌려버렸다.
아하하...이걸 의도한건 아닌데.
어떻게든 사과해서 코테가와를 진정시키곤, 화이트데이때까지 선물을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수업이 끝나고 하교후, 장보기를 위해 미캉과 상점가를 향했다.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는 내 모습에 미캉이 궁금한듯 물어왔다.

"오늘따라 왠지 기분이 좋아보이네요 료스케 오빠?"

"그렇게 보여? 그게말이지, 기대하지도 않았던 발렌타인 초콜릿을 받았거든."

"초콜릿이요?"

"응. 처음으로 만끽한 발렌타인데이였다구~. 어떻게 기분이 좋지 않을수 있겠어."

"료스케 오빤 예전엔 발렌타인데이를 즐기지 못했나요?"

미캉의 질문에 피식 웃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미캉...
이런 행사는 우선 친구가 있어야 가능한거라구.

"미캉..."

"네?"

"생각해보렴. 어느 맹자가 무서워 불량으로 보이는 나에게 초콜릿을 줄까?
덕분에 중학교 까지는 발렌타인데이 같은건 잊고 지내고 싶었다고."

"그래도 귀밑수염을 자른 지금은 그렇게 무서워 보이진 않는걸요.
지금같은 인상이었다면 무서워하는 사람도 더 적었을거라고요."

그럴까?
확실히 반 친구들 분위기도 많이 나아진것 같아 보이긴 한데,
이전의 험악함에 익숙해져서, 약간 덜 험악해진것 만으로도, 훨씬 좋게 봐주기 때문아냐?

"그냥 네가 익숙해 진게 아닐까?"

"그럴까요? 의외로 료스케 오빠 얼굴은 나쁘지 않은편이라 생각하는데요."

"그, 그래?"

"물론이죠."

얼굴로 칭찬받긴 코테가와 이후로 처음이네.
...칭찬인가?
나쁘지 않다면 칭찬이겠지.
인상쓰지 말란 얘기같은걸 안 들은게 어디냐.

"고마워 미캉."

"천만에요. 그러고보니 저도 드릴께 있어요."

"뭔데?"

궁금해하는 나에게 손바닥안에 들어갈 작은 포장을 건네주는 미캉.

"이건?"

"발렌타인데이잖아요.
료스케 오빠것도 준비했다고요."

미캉도 초콜릿을 준비했다고?
아니, 친하다고 생각하는 두 소녀들 중에 하나가 미캉이긴 하지만,
저번에 공원에서 수염성인 놀이 할때 토라진걸 달래고 나선 기대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아하하, 미캉 너에게 초콜릿을 받을 수 있을꺼라곤 생각도 못해봤는데...
저번에 공원에서 저스틴과의 일도 있어서 화가 났을꺼라 생각했어."

그때의 일을 떠올렸는지 얼굴이 약간 붉어진 미캉은 살짝 외면하면서 말했다.

"...그때 일은 그렇게 화가 나진 않았어요.
결국 공원 사람들 모두 웃을수 있었고, 저도 약간이지만 즐거웠으니까요.
게다가...이 초콜릿은 평소에 장보면서 고마운것도 있고,
저번에 리토가 위험할때 도와준 것에 대한 답례도 겸해서니까 걱정말고 받아주세요."

즐거웠다면 다행인데...
장보기야 사과의 의미였고,
리토때야 말빨로 상황을 어찌어찌 넘어간것 외엔 실제로 활약은 없었다.
어째 제대로 도움된건 없는것 같지만, 그래도 괜찮다면야 나로선 기쁠따름이지.

"에...고마워.
앞으로도 혹여 난처한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의지하라고~."

"그런 일은 없는게 좋지만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다면 부탁드릴께요."

"맡겨만 주라고."

웃는 미캉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다음번엔 정말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해주자고.
...보통 미캉이 겪는 일들은 집에서 일어나지 않던가?
나, 도움 될수 있을까...



미캉에게 초콜릿도 받고 장보기를 끝낸뒤, 미캉을 바래다 주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하늘에서 봉투를 들고 있는 모습의 야미가 내려왔다.
갑작스런 조우에 놀란 내게 야미가 가까워 졌다.

"안녕 야미? 어제에 이어 오늘도 만나는구나.무슨 일이야?"

"......"

입을 다문채로 나를 향해 걸어오는 야미의 모습에 내심 긴장했다.
원래 입이 무거운 소녀인건 알고 있지만 그렇게 조용히 다가오면 왠지 모르게 무섭다고?
잘못한것도 없는데 조마조마한 나를 향해 다가온 야미는 내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야, 야미...씨?"

"......"

다가오는걸 멈추고 나서도 여전히 침묵을 지키는 야미의 모습에 점점 초초해졌다.
뭔가 대화라도 나눌 화재거리라도 있다면 좋을텐데!
침묵이 아프다는 말을 실감하며 서있을때 조용히 야미가 입을 열었다.

"아키츠 료스케..."

"으, 응?"

"처음 만났을때 당신이 말했었지요?
지구는 상냥한 곳이니,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면서 마음을 열길 바란다고..."

"응? 아, 그랬었지..."

야미를 멈추기 위해서 이것저것 말을 하다가 나온 소리였다.

"저는 사람을 사귀는 법을 모르기에 사람들과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프린세스와 당신이 했던 말을 생각해봤습니다.
프린세스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세상으로 나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프린세스에게 우선 마음을 열라고 했습니다.
거기서 저는, 사람들을 알기 위해선 그들에게 먼저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야미는 다시 말했다.

"오늘은...발렌타인데이는 친구나 알고지내는 사람들에게 초콜릿을 나눠주는 날이라고 들었습니다."

정확히는 좋아하는 사람에게지만...

"방금전, 프린세스와 유우키 리토에게 초콜릿을 건네주고 왔습니다."

그 둘에게 초콜릿을?
야미가 들고있는 봉투를 바라본다.
평소의 붕어빵이라고 생각했는데 초콜릿이 들어있었던건가.

"특별한 날에 하는 특별한 의식.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이 함께 기뻐할수 있는 날.
초콜릿을 건네줌으로써 그들과 좀더 가까워지고, 그들을 더 알수있길 바랬습니다. 그러니까..."

"야미..."

어느새 봉투에서 초콜릿을 꺼내서 나에게 내미는 야미에게 말문이 막혔다.

"그때 당신이 했던 말은 거짓말 투성이었지만...지금은 믿고 싶습니다."

내밀어진 초콜릿을 잡은 손이 보인다.
무시무시한 힘이 담겨있다고 생각되지 않는 작고 여린 손.

장바구니를 놓고 천천히 손을 뻗는다.
초콜릿이 아닌, 내밀어진 손을 맞잡는다.

"고마워. 야미.
나라도 좋다면 친구가 될테니까..."

"감사합니다 아키츠 료스케."

맞잡은 손에 떨림이 느껴진다.
감동한거야 야미?
무표정한 얼굴이면서 숨기는건 서툴구나.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야미가 묻는다.

"...왜 우는겁니까 아키츠 료스케?"

"미안...정말로...미안해..."

이상한듯 쳐다보는 야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볼을 따라 흘러내린 눈물이 옷위로 떨어진다.

- 이 우주를 오직 나 홀로 살아가는 괴로움을...

내밀어진 손에 상대가 다칠것을 무서워하던 손.
하지만 지금 조심스레 가까워지려는, 초콜릿을 들고 내밀어진 손.

미안해요...
그때 알지 못해서 미안해요.
당신의 아픔을 느끼지 못해 미안해요.
고독함속에 내뱉은 고백에 거짓말로 답해서 미안해요...


악몽의 밤이 시작된 후 지금껏 잊고 지냈던 야미에게 꺼낼 말을 찾지 못한채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후 야미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붕어빵만 먹고 지내는게 아닐까 의심되는 평소의 행적때문에 건강이 신경쓰였기 때문이다.
도중에 욕실에 들어갈때 사고가 있어서 머리카락 주먹으로 난타를 당하는 사건이 있었지만 별 문제는 없었다.
1년동안의 자취로 약간은 괜찮아진 요리솜씨에 야미는 어느정도 만족하는듯해 보였다.

식사가 끝나고 야미가 떠난후, 야미가 건네줬던 초콜릿을 꺼내본다.
카카○ 100%
매장에 초콜릿이 남은게 이것뿐이었다고 말했던 야미.
그나저나 이거 꽤 비쌀텐데...
답례가 신경쓰일만큼 멋진 초콜릿 고마워 야미.
작게 웃곤 포장을 뜯어 초콜릿을 한입 베어물었다.

...이상한 맛......



그리고...

바니걸의 야미와 나무구멍에 들어가,
은구두를 신은 마녀 미캉과 춤을 춘뒤,
파자마 차림의 코테가와를 갈고리손 해적에서 구하는 꿈을 끝으로,

더이상 악몽은 꾸지 않았다.



p.s.결국 화이트 데이때 답례는 코테가와에게 고양이 베개.
리사에게 화이트 초콜릿.
미캉에게 다람쥐 인형.
야미에게는 여학생들 사이에 인기있는 팥빙수를 대접했다.

모두들 어떻게든 만족해준것 같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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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등학교
정규수업:8시30분~3시 또는 3시 30분
(수업은 2001년부터 주5일제)

1학기 : 4월초~7월중순
여름방학 : 7월말~8월말
2학기 : 8월말~12월말
겨울방학 : 12월말~다음해 1월초(1~2주 정도)
3학기 : 1월초~3월말
봄방학 : 3월말~4월초(약 2주간. 일본은 신학기가 4월부터 시작된다.)

이번편은 이상하게 오해가 하나도 없어...
덕분에 글쓰면서 정말 심심했습니다-_-;
오해물에 오해가 없으니 그야말로 단팥없는 찐빵.
구르는 모습을 묘사하는게 이야기가 재밌어 지는 왕도임을 실감한 이번편이었습니다.

p.s.현재 발렌타인 데이 이야기는 40,41화입니다.
원작에서 미캉이 비중있게 등장하기 시작하는 화는 새학년이 되고 54화 가정방문부터.
그때까지 오해 소재나 좀 찾아둬야죠.



蛟河 님// 몇년씩이나 달고 살았으니까요^^;
암튼 오해를 폭탄으로 심어두고, 보답은 어느정도 받겠죠.
전혀 보답이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살겠습니다^^;
그나저나 외모가지고 하는 오해도 언제까지 끌고갈수 있을지가 걱정되더군요.

페트로프스카 님// 리토(女)가 나올때 한두번 엮일 소재는 있을듯 합니다^^;
물론 오해로.

라이세네프 님// 미캉을 뺀다면 내 손에 장을...

귀찮아 님// 수염성인이라는 호칭은 주인공이 좋아하진 않아서 그랬습니다^^;
덕분에 꼬맹이들 사이에선 인기가 있는 편이지만요.

kero군 님// 네. 수염도 있나 싶어서 이미지 검색으로 확인해보고 넣었습니다.
이계트립 이벤트 대신에 이계트립 악몽을 꾸도록 했지요.

사심안 님// 제대로 얼굴 다음으려면 좀더 걸릴지도 몰라요^^;
구레나룻 정도면 4년동안 쌓아둔 인연도 있으니 좀 버티겠죠.

Albion 님// 이야기의 큰 흐름은 트러블 원작 주인공의 해프닝을 따라가기 때문에,
아키츠 료스케의 사정이나 그런걸로 커다란 사건이 발생하거나 하는 경우는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설사 있다손 치더라도 잠깐잠깐 눈치채지 못하는새에 샥하고 지나가겠죠.
러브코미디 주인공이라서, 재앙에 가까운 위험같은걸 묘사할 생각은 없거든요^^;

적월야 님// 다음편은 올라왔으나 오해가 없어요...
이 작품의 정체성은 오해임을 깨달은 이번편이었습니다.
발렌타인데이따위...OTL...

lunation 님// 더이상의 개조가 가능하리라 보...
완결전까진 어떻게 되겠지만 당분간은 무리.

블러드카니발 님// 감사합니다^^
주인공을 어떻게 굴리면 잘굴렸다는 소릴 들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이번 화였습니다.
오해가 없으니 심심해서 말이지요-_-;

프라가라흐 님// 수술경과가 잘 나왔으면 좋겠군요^^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야생들소 님// 여난의 발생과 함께 트러블도 늘어날겁니다=3=

이레나이리스 님// 네. 이미지로 찾아보니 의외로 호탕해 보이는 죠세프였습니다^^;

츳크미 님// 좀 젊어 보이겠지요.
여전히 아저씨같은 스타일이지만요^^;
트러블내에서 미캉과 야미는 제 개인선호 세손가락안에 듭니다.^^
나머지 한명은 코테가와.

아르곤 님// 새학년 가정방문때 제대로 해프닝이 벌어지도록 노력해볼 생각입니다^^;
저도 미캉이 빨리 나와줬으면 바라고 있어요@ㅅ@

라임주스 님// 앗, 좋은 평가 감사드립니다^^
수염이 다 밀리는건...게임세계쯤 가거나 어디 특수한 상황하에서 가능할법은 하겠더군요.
아직까지 제대로 구상하진 못한상태라 확답은 못하지만요^^;

나르샤 님// 코테가와 사랑스럽지요*^^*
평소의 모습도 좋아하고, 머리를 틀어올린 무도가 복장이나, 발렌타인데이때 머리묶은 모습도 정말 최고였습니다.

Dr.㉿ 님// 얘가 그녀석처럼 생긴 타입은 아니라 무리일듯?
다만 야성적인 인상의 쾌남아까진 갈수 있겠죠.

휴트랑 님// 코테가와의 아닌척 튕기는 태도를 정말 좋아합니다^^

네메스 님// 한대 맞고선 나머진 말빨로 커버한지라 그렇게까지 소문나진 않을겁니다.
리토 근처에 있다보니 적당히 인상은 남겠지만요.
주인공 녀석이 얼굴에 피칠갑으로 무늬를 하는건 한 1분정도 생각하다가 파기했습니다.
괴상하잖아요?
게다가 문신의 경우는 22세가 되서 지울때 흔적이 남을것 같아서 제외했습니다.
4년치 인연이 구레나룻을 대신해주고 있습니다. 아직은요.

리안쿼스더 님// 아무튼, 현재 지구인 중 최강은 맞습니다(...)
주인공이 나이가 들어 체격이 커지면서, 성장한계도 늘어났습니다.
육체의 성장이 끝나고 최대치로 단련된다면 피콜로와 천하제일무도회에서 맞붙을당시 손오공(19)까진 갈테지만,
죽음의 위기도 안겪고 날로먹게 하기엔 과분한 능력치잖아요?^^;
게다가 트러블이 러브코미디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과다한 능력은 많이 쓰이진 않을겁니다.

민트박하 님// 뭔가 건수가 생기면 다시 자랄지도 몰라요?^^;
아직까진 그럴 예정도 없고, 저도 구레나룻은 좀 거북하긴 한데...--;

신작 님// 글쓰고 올린다음에 몇번 다시 훑어보거든요.
웹상으로 올리고 수정하면서 가끔씩 깨지는 글자도 있고 해서^^;
리사랑 미오랑 헷갈렸을때 솔직히 좀 뜨끔했습니다^^;

열혈의그라프아이젠 님// 이녀석이 훈남이 되는건 모르겠는데,
다만 얼굴을 이용해서 여자애들을 낚을 생각은 없습니다.^^;

이매진 님// 다 없애려면 완결은 가야 가능할껄요^^;

어어 님// 죄송... 퓨전까지 넣었습니다(...)

카르나스필 님// 수염성인이 얼마나 쓰일진 모르겠지만,
만약 또 쓰일 일이 생긴다면 주인공이 엄청난 수치감을 느끼도록 만들겝니다...-ㅅ-
주인공이 울때까지 오해를 끊지 않아-.

노즈 님// 아니, 수염은 괜찮은데 눈썹까진 좀...;;
송충이 눈썹이신 리토네 아버지도 야성미 넘치는 미남이잖아요?^^;

혼백요몽 님// 미소년까진 못가고 야성미를 내뿜는 위험한 인상의 남자애로 만들어줄순 있습니다^^;
잘생겼다면 잘생겼다고 할순 있을정도는 되겠지만, 여리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미소년은 절대 못되겠지요^^;

레이번 님// 만약의 사고를 위한 발모제 구합니다.
어떻게든 굴리고 싶은데 뭘 건수로 잡아야 할지 모르겠네요=ㅂ=;
아직은 별로 수염재등장! 이런 생각은 없지만요.

광명군 님// 악의적인 평가는 좀 수그러들었습니다.
평소 조용한 행실을 1년가까이 해왔으니^^;
하지만 주연들 빼고 이름조차 안나오는 여학생들의 호감도가 플러스가 되는 일은...글쎄요?;

CloudAngel 님// 원래 예정으로는 막판가서 한꺼번에 왕창 밀리는걸 생각했었는데,
어쩌다보니 구레나룻이 먼저 잘려버렸습니다.
인연이라는걸 수치화 할수 없다보니 주인공도 긴가민가할 따름이라 아직은 모르죠^^;

어둠의인 님// 미캉과 야미 좋잖아요?^^;

방랑폐인s 님// 쿠로도 그렇고, 야미도 그렇고 야부키 켄타로씨의 이전 작품 블랙켓에서 따온 까메오 캐릭으로 보이긴 한데,
트러블 원작에서 이름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그냥 야미라고 둘 생각입니다.
게다가 이브가 겪은 일이랑 야미가 겪은 일이 완전히 같진 않겠죠.
사실 디자인상으로 야미가 더 세련되고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해서 현재로서는 별개 취급중입니다.=///=;;
(다른차원에 존재하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일인물이라고 보는 정도?^^;)

에아노르 님// 진히로인은 라라와 하루나가 진리.
그러므로 나는 무죄(쿵!)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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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도 지나고 한겨울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걸 느낀다.
아무리 감기와는 무관한 인생을 살아왔다지만 살갗을 스치는 바람의 쌀쌀함은 느껴졌기에,
상점가에서 끈달린 벙어리장갑과 털모자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무언가 상점가가 소란스러지면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으악-!」

「우와아아앙-!」

비명소리들 가운데 낯익은 소리가 하나 들렸다.
이 목소리는.. 설마 리토?

콰직-!

평상시 여자들과 얽히는 해프닝과 달리 이번엔 뭔가 심각한 트러블에 말려들었는지,
남녀구분없는 비명과 더불어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마저 들리는게 심상치 않았다.

서둘러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가보니 이쪽을 향해서 도망쳐오는 리토와
그를 쫓고 있는 황금빛 그림자가 보였다.

미캉과 비슷한 정도의 키에 맑은 진홍색 눈동자를 가진 앳되 보이는 얼굴.
무릎까지 흘러내리는 긴 금발.
머리 양옆에 달린 검은색 악세서리를 통해 어깨높이로 투사이드업된 머리카락.
가슴보다 약간 위쪽에 십자모양의 별무늬가 새겨진 검은색 옷.
맨소매 밑으로 벨트로 고정된, 손목부터 팔목약간 위까지를 가리는 검은 소매.(하늘을 나는 무녀의 소매와 닮았다.)
허리께에 평행하게 매어진 두개의 벨트와,
그 밑으로 허벅지 위까지 드러나 보이는 짧은 치마.
엉덩이께로 무릎까지 내려온, 뒤를 가리는 넝마같은 검은 천.
마지막으로, 검은 부츠를 신은 양다리에 종아리부터 허벅지에 이르기까지, 간격을 두며 4개씩 장착된 조그만 흑색 벨트.

아...「금색의 어둠」이다. 약칭「야미」(闇, やみ, 어둠).
우주에서 탑클래스의 위험인물이자 전설급 살인 청부업자이며,
전신을 자유자재로 무기로 바꾸는 변화능력을 가지고 있다.

리토를 쫓고 있는 모습으로 보건데, 리토의 살인청부를 받은 상태인듯 하다.
러브코미디에서 갑작스레 배틀물로 전환한게 아닐까 순간 생각했던 사건이자
리토가 처음으로 죽음의 위기에 처하는 순간.

...저스틴과 싸울 때가 처음이었나?

아무튼 리토의 행운에 맡기고 지켜보기만 하기에는 도무지 안심이 안된다.
특히 코트는 물론 속옷까지 가슴부분이 일자로 길게 찢어져, 피부를 훤히 드러낸채로 도망치는 리토의 모습은 정말이지 위태로워 보였다.
적어도 리토가 야미에게 붕어빵을 나눠줬던 일이 있기에 첫인상은 나쁘지 않을테지만 죽으면 모든게 허사.
우선은 어떻게든 리토의 안전을 확보하고, 나중에 라라가 올때까지만 말리고 있는게 좋을것 같았다.

싸움? 무리.
나중에 가면 야한 목적의 점액 공격과 징그러운 변태 생물에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저래뵈도 우주 제일이라잖아.
게다가 신체 변형으로 만든 칼날의 강도를 내가 어떻게 알고 덤비리?
철퇴나 해머 공격같은건 모르겠는데...
그리고 소녀에게 손찌껌하는건 배운적도 없다.
소녀의 탈을 쓴 초인이지만.

...그냥 말리지 말고 도망갈까?
응. 아무래도 그게 좋겠다.
저스틴 때처럼 도망치는데만 집중하면 따라잡힐 염려는 없을테고,
말실수로 서로간에 불필요한 오해가 쌓일 걱정도 없고 말이다.

그렇게 리토를 데리고 도망가는 쪽이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을 정리해가면서 문득 리토가 도망쳐왔던 경로를 바라보았다.
날카롭게 잘려 반쪽이 나버린 사과 진열대라든가, 찢어진 현수막이라든가,
콘크리트 바닥이 박살나서 흙이 드러난 길이라든가 엉망진창이 된 상점거리...

...우리 동네 상인들 다 망하게 생겼어?!
아니, 다 망하는건 과장이지만,
만약 이대로 '데리고 도망친다'라는 선택을 할 경우 생길 파장이 생생히 떠올랐다.

리토를 데리고 도망가는 나.
달아나는 경로상의 장애물들을 박살내면서 쫓아오는 야미.
도심의 지형을 이용해 건물 사이사이로 도망치는 나.
그리고, 건물을 일직선으로 관통하면서 추격해오는 야미.

리얼 스릴러다.
동네를 박살내면서 도망친뒤에 하하하 웃으면서 끝내기엔 전개가 너무나 스펙타클!
아니, 그거잖아?
드래곤 잡는답시고 드래곤 슬레○브를 날리곤 하하하 웃었더니 마을까지 통째로 날려버려서 악당으로 찍힌거!
도망치다가 생겨날 부차적 피해가 무서워서 도무지 달아날 생각을 못하겠다...

...역시 말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나?
하지만 아직까지 설득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다.
대책없이 난입하면 그대로 싸움에 휘말리기만 할것이 뻔한 상황.

우선은 리토를 데리고 가능한한 피해가 적을, 한적하고 개방된 공간으로 유인한 뒤에
설득할 말을 잘 생각해 볼 수 밖에.
그렇다면, 적어도 상점가를 벗어나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는게 먼저다!

재빨리 달려가 리토의 등을 향해 휘둘러지던 야미의 손칼을 잡았다.
1미터 가량 손목위로 튀어나온 칼날을 잡기는 뭣했기에 손목을 잡아서 움직임을 멈췄다.
순간 야미의 왼쪽 발이 거대한 철구로 바뀌며 내 옆구리를 찍어왔다.

퍼억-!

휘둘러진 철구는 내 옆구리에 틀어박히고 이내 튕겨져 나왔다.
긴장했던 몸에 충격이 전해지자 약간 뒤로 물러서면서, 살짝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다행스럽게도 전해지는 충격량은 그렇게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스피드나 기동성, 변화능력을 통한 의외성은 모르겠지만, 순수한 파워 면에선 데빌루크의 친위대장 저스틴쪽이 우위로 보인다.
그렇다고 맘놓고 맞을만큼 만만한 공격은 아니지만.

갑작스레 난입한 나로 인해서 도망가던 리토는 멈춰서 놀란채 나를 바라보았고,
야미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너는?"

놀란 리토의 반응은 무시한다.
우선은 눈앞의 야미부터 상대해야 한다.

"...뭡니까? 당신."

귀여운 얼굴을 무뚝뚝하게 굳히고 물어보는 야미에게 뭐라고 답해야 하나 고민했다.

리토는 좋은 녀석? 글쎄. 동의는 할것 같은데, 멈출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싸우면 안돼? 설득 불가. 살인 청부수행중인데 그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내가 상대해주마? 내쪽에서 거절. 가능하다면 평화로운 해결을 바랍니다.

...정 안되면 되는대로 말하면서 시간만 끌면 되는거지!
설사 무덤을 파더라도, 라라가 올때까지만 버티면 나의 승리다!
세상의 모든 소년들아! 나에게 허세력을 나눠줘!

아무렇지도 않은듯 철퇴가 박혔던 오른쪽 옆구리에 뭍은 먼지를 손으로 털어낸다.
얼굴을 굳히고 있는 야미를 향해서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삭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유감이지만, 의뢰는 취소되었습니다. 「금색의 어둠」."

"...당신은 누구입니까?"

난 너를 알고있다는 식으로 코드네임을 부르자 경계하며 물어오는 야미.
내 정체를 묻는데, 솔직히 지나가던 지구인이라고 할순 없기에 적당히 넘긴다.

"말씀드릴순 있지만, 주변의 시선이 너무 많군요. 자리를 옮기는건 어떠신지 금색의 어둠?"

"전 여기서도 상관없습니다."

"...저희쪽이 곤란합니다. 유우키 리토의 신병은 제쪽에서 확보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을의 신사 쪽으로 갈테니 저를 따라 와주셨으면 합니다."

야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리토를 향해 다가가 손을 잡는다.
어리둥절 하다가 내게 손이 잡힌 리토가 당황한다.

"아, 아키츠지? 1-B의... 어째서 네가 여기에?"

"...지금 바로 답해줄순 없겠군. 유우키 리토.
우선은 당장 위험한 순간을 넘긴것을 다행으로 여기도록.
신사쪽으로 갈 예정이니 잠시 실례하도록 하지."

리토에게 일방적으로 말한 뒤, 어깨를 잡고 무릎뒤로 손을 넣어 리토를 들어올린다.
이걸로 세번째인가 공주님 안기?

"가, 갑자기 뭐하는거야! 아키츠!"

난데없는 아가씨 포즈에 당황하며 얼굴이 벌개지는 리토.
그렇게 놀라지마.
나도 사내아이를 이렇게 안는게 부끄럽단말야.

"유우키 리토 당신을 업은채로 금색의 어둠에게 등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
어디까지나 당신은 '표적'이고 금색의 어둠은 '청부업자'.
이쪽에서 대화를 신청했지만 전적으로 믿을수야 없지."

리토를 안는 나를 지켜보던 야미는 내말을 듣더니 잠시 침묵한뒤 말했다.

"...그럼 당신이 앞상 서도록 하십시오.
행여나 그를 데리고 달아날 생각은 하지 마시길."

어느정도 허풍이 통한건지 내 말에 수긍하는 야미의 모습에 안도하며 대답했다.

"걱정마십시오. 저로서도 금색의 어둠의 심기를 해칠만큼 간담이 크진 않습니다."

웃으면서 몸을 뒤로 돌린채 신사가 있는 방향으로 높이 뛴다.
「우왁?」하는 리토의 비명소리에 조금 미안함을 느꼈지만, 라라에 의해서 하늘을 날아본 경험도 있을테니까 조금만 참아줘.
건물과 건물을 건너뛰며 가는 나를 금색의 어둠역시 같은 방법으로 쫓아온다.
어깨에서 날개를 만들어 이동하는 방법은 쓰지 않는 것이, 변화능력을 아끼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보니 변화능력을 과다 사용하면 몸에 피로가 축적되던가?

어떻게 야미를 설득시킬까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를 계속, 드디어 신사에 다다랐다.
가볍게 착지해서 리토를 옆에 내려놓자, 곧이어 야미도 뒤따라 신사에 도착했다.
방금전보단 기세가 수그러든 것처럼 보여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시간을 끌 말을 떠올리고 있으려니
야미가 나를 바라보며 아까의 질문을 계속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냥 지구인이라고 말하기엔 정황상 어울리지도 않고 믿을것 같지 않아서 슬쩍 둘러댄다.

"제 이름은 아키츠 료스케. 정체는 아까전의 교환으로 증명되지 않았나요?"

"아키츠 료스케. 당신...우주인입니까?"

"상상에 맡기도록 하죠."

항간에는 「수염성인」이라 불리지만요!

"어떻게 날 알아본건가요?"

"금색의 어둠이라면 우주에서 유명하니까요.
설마 지구에 온 우주인이 당신뿐이라고 생각한 겁니까?"

일부러 다양하게 해석되는 말을 한다.
내가 우주인이라서 알았건, 아는 사람중에 우주인이 있어서 알았건, 뭐 그렇게 이해해주면 고맙겠어.
방금전 내 말로 내가 우주인이라는 것을 확신한듯해 보이는 야미와 내 뒤에서 놀란듯한 리토.
오해 말아 리토. 난 지구인이라고~.

"「수염성인」이라더니...정말이었던가."

잠깐? 너 그 소문 어디서 들었어!
미캉? 미캉이냐?
아니면 동네 아이들에게 들은거냐!

당장이라도 리토에게 추궁하고 싶은걸 꾹 참고 야미에게 말을 건넨다.
리토의 말을 들었는지 야미는 「나=수염성인」이라고 인식한듯 보였다.
적당히 우주인이라고만 믿으면 됐지 뭐.

"아무튼, 다시 말씀드리죠. 의뢰는 중지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경계심이 짙어지는 야미에 반응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말을 계속한다.

"말그대로, 저희쪽 도련님께서 당신에게 리토를 맡겼던 의뢰를 취소한다는 말입니다."

"도련님?...라코스포의 하수인입니까?"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야미의 시선에 잠시 침묵한 뒤, 조용히 입을 연다.

"...의뢰주의 이름을 청부대상에게 털어놓을 셈입니까, 금색의 어둠?"

내가 그녀석 이름이 라코스포인지 뭔지 어떻게 알아?
혹시나 이름을 틀리게 말해서 속이려는 셈일지도 모르니까, 은근슬쩍 뒤에 선 리토를 걸고 넘어진다.
이름이 맞으면 내가 하수인임을 긍정하는 모습으로 이해할테고,
이름이 틀렸더라도 내가 리토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려는 의도로 적당히 이해하겠지.

"(또 약혼자 후보인가...!)"

앓는소리를 내는 리토의 신음이 들린다.
아마도 머리를 싸잡아매고 끙끙대고 있겠지.
가련, 리토. 하지만 라라는 소중히 대해줘.
비록 사건들을 몰고 다니지만, 적극적인데다 상냥하고 좋은 아가씨니까.
야미의 마음의 상처도 치유해주고...

어쨌든 약간 주저하는 모습이 보이는 야미를 향해서 거짓말을 계속한다.
적당히 악당같아 보이는 모습으로 꾸미면서.
뭐, 솔직히 외모만으로도 이미 충분할만큼 악당이다.

"철없는 도련님이 멋대로 살인 청부를 해서 윗분들이 많이들 당황하셨습니다.
공정성이 필요한 후계자 쟁탈전, 그것도 데빌루크의 공주님을 차지하는 시합에서 경쟁자를 제거한다?
덕분에 데빌루크 왕실의 심기를 건드리지나 않았을까 노심초사하시면서 어르신들이 부랴부랴 급한불을 끄시고 계시지요."

"하지만, 유우키 리토는 라라-사타린-데빌루크를 속박해서 데빌루크 별을 빼앗으려는 악인이라고 의뢰주께 들었습니다."

"설사 라라님을 속였다 하더라도, 그 처분은 저희 도련님이나 당신이 다룰 문제가 아닙니다.
오로지 데빌루크 왕실만이 그를 처벌할 권리가 있지요.
겨우 후계자 후보에 불과한 입장에서 상대 후보를 처벌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데빌루크 왕실의 권위를 우롱하는 짓이니까요."

"......"

적당히 의뢰 취소의 이유를 들먹인다.
솔직히 그 괴상망측한 외모에 하렘까지 만들고 설치는 녀석이 약혼자 후보라니 웃기잖아?
왕자라면 개나 소나(말그대로 종족적인 의미로) 다 후보에 들어가는게 아닐까 걱정되었다.
적어도 사위는 비슷한 종족에서 골라주세요 라라 아버님...

암튼 의뢰 취소 이유는 얘기했고,
이젠 의뢰자에 대한 신뢰를 깨고 리토의 무고함을 부각하는 쪽으로 가자.

"그리고, 당신에게 주어진 유우키 리토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는 가짜입니다."

"...뭐라고요?"

"애초에 라라님께서 유우키 리토를 좋아했기에 그와 같이 있다는거죠.
도련님께선 그것을 질투하셔서 악의적인 내용의 가짜 정보를 당신에게 보낸 것입니다.
실제로 유우키 리토의 교우관계나 행적을 볼때, 그의 사람 됨됨이는 꽤나 올발랐습니다.
다른 이들을 슬프게 할 사람은 아니란 거죠.
아마 당신도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역시, 붕어빵 나눠주는 행동이라든가 리토의 악인같아 보이지 않는 외모가 한몫 한것 같았다.
사실상 리토에게 적의를 가지진 않는 야미의 모습을 보고 안심하려는데,
자세를 바로한 야미가 조용히 고했다.

"하지만 의뢰받은 건 어떤 인물이라도 처리한다.
그것이 저「금색의 어둠」의 일입니다."

...고집스런 아가씨네...
좀더 질질 물고 늘어져야 하나보다.

"당신이 한번 의뢰 받은 일은 끝까지 수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의뢰를 수행할땐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도요.
하지만 판단기준이 된 정보가 올바르지 않았다면, 원칙에 근거한 행동마저 퇴색 되는것.
받지 말았어야 할 의뢰임을 알고서도 이행을 고집한다면 남는 것은 후회뿐입니다.

그리고 의뢰자와 청부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고의로 보내준것은,
청부업자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행위로 이미 신뢰를 깬것.
청부업자 자신으로부터 의뢰 파기가 가능한 조건에 해당하지 않습니까?

의뢰자가 신뢰를 깼고, 신용없는 이의 의뢰를 받은것도 잘못, 표적도 무고하다.
이 이상 의뢰의 이행을 고집하는것은 아집일 뿐임을 현명하신 그대라면 이해하고 계실껍니다."

물론 뻥. 애초에 야미가 표적의 선악으로 의뢰를 골라 받는지도 모르겠고,
지금대사들은 어디까지나 시간끌기니까.

"......"

야미가 약간 주저하고 있다.
의뢰 접수 이전의 부분에서 의뢰자의 신용같은 문제를 들먹이며 어떻게든 망설임을 준것은 성공한 듯 하다.
이때 쐐기를 박아서 포기하도록 하지 않으면 괜시리 더 덤벼올 위험이 있으니 첨언을 하자.

"그리고 결정적으로, 현재 당신은 조금 위험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멍청한 도련님이 데빌루크의 공주님에게 청부사실을 떠벌려 버렸거든요.
유우키 리토와 「금색의 어둠」 둘다 처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요.
아마도 당신이 이번 의뢰를 수행후 데빌루크 왕실에 의해 처분당하도록 의도했을지도 모르죠.
뭐, 아무래도 데빌루크 왕실과 금색의 어둠 둘다를 적으로 만들 뿐인것 같지만."

"...쓸데없는 짓을 했군요, 라코스포."

표정은 거의 바뀌지 않았지만, 어조에서 야미의 기분이 나빠진것이 느껴진다.
...이거 괜시리 나한테도 불똥이 떨어지는거 아냐?
적당히 걱정하지 말라고 달래고 진정시킨뒤에 슬슬 마무리를 짓는게 낫겠다.

"아,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결과적으론 저희 도련님께서 후계자 쟁탈전에서 탈락하는것으로 마무리 지어지겠지요.
하지만 당신에 대한 처분은 장담컨데 없을겁니다.
데빌루크의 공주님께선 상냥한 분이시라,
당신처럼 귀여운 소녀가 이용당했다는걸 아신다면 굳이 질책하진 않으실테니까요."

"엣?"

순간적으로 눈을 약간 크게 뜨는 야미.

"? 왜그러십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듯 싶은데요?
야미의 포커페이스가 약간 흔들리며, 무의식중에 왼손 검지를 아랫입술에 살짝 대는것이 보인다.
뭔가 당황한듯 약간 붉은 기운이 도는 야미의 얼굴이 왠지모르게 사랑스러워 보였다.
방금전의 무표정함과는 달리 정말로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얼굴이다.

근데 나...저 정도로 반응이 있을 만한 말을 했던가요?
귀여운? 설마 그거 하나로?
뭔가 반응이 이상하긴 한데, 계속 그런 표정 짓지마라.
잘못하면 리토가 죽는게 아니라, 내쪽이 뿅가 죽는다고.

지금의 묘한 대치 상황만 유지하면 라라가 올때까지 버틸것 같긴 한데,
아가씨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게 민망해서 내쪽이 오래 버틸수 없을것 같았다.

"어, 어쨌든... 아직도 유우키 리토와 라라님에 대한 관계가 의심스럽다면 근처에 머물면서 지켜보는것도 괜찮습니다.
이 분들은 친절하니까 거절하진 않을테고,
아마도 당신과 친해질 사람들도 만날 수 있겠지요."

미캉이라든가 말이지.
나중에가면 둘이서 페어룩으로 나오기까지 하잖아?

그렇게 말을 돌리는 나를 바라보던 야미는 아직까지 약간 상기된 얼굴로 무뚝뚝하게 물어왔다.

"그런데, 당신은 왜 그렇게까지 유우키 리토를 감싸려는 겁니까?"

"...무슨 말씀인지?"

"아키츠 료스케라고 했던가요?
당신이 라코스포의 하수인...아니, 그의 위쪽 사람들의 하수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왠지 당신은 라코스포보다 유우키 리토를 더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음, 그런 느낌이었나?

"전 단지 후계자 경쟁의 결말을 예상해볼때 최후에 남는것은 유우키 리토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추레한 노인들이나 질투심에 판단력을 잃은 한심한 후보 따위에게 언제까지고 몸을 의지할 만큼 바보는 아니니까요."

"그럼, 당신이 라코스포쪽 하수인이라는것은 거짓입니까?"

"아, 그건 사실입니다. 아직까지는요.
하수인인건 맞고 의뢰 취소의 명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평가도 떨어진 마당에 이길수도 없는 시합에 끝까지 연연하는건 현명하지 못한 처사거든요.
상부에서는 더이상 큰 잘못을 범하기 전에 의뢰를 취소하는게 그나마 살길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

뭐랄까, 생각나는대로 주워담았는데 어느새 스케일이 커진듯한 느낌이다.
왠 하수인? 상부?
호위도 없이 홀몸으로 오는 약해빠진 약혼자 후보들 밖에 없는데?
아무튼 자세하게 추궁해온다면 대답할 말이 궁해지니까 대략적인 말만 하는게 최고다.

"개인적으로는 당신도 살인청부는 그만두고 데빌루크의 프린세스, 라라님과 함께 하는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약간 말괄량이 같으신 분이지만,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시는 그분이라면 당신이 가진 아픔도 치유될수 있을겁니다."

"...귀하게 자란 공주님이 알거라 생각합니까?
이 우주를 오직 나 홀로 살아가는 괴로움을..."

방금전 내 말이 귀에 거슬렸나보다.
표정이 어두워 지며 조용히 가라앉은 분위기에 갑갑함이 느껴진다.

거북하다. 게다가 방금전 들은 대사...이건 라라가 맡아야 할 역할인데.
그 특유의 밝은 미소로 야미가 가진 어둠마저 걷어내었던 라라의 대사를 떠올린다.

「그러네...그 말대로야.

그래서 왕궁 바깥 세상을 보러 온거야!

내가 모르는 것이 아직도 많이 있으니까!」


유일하게 기억하는 라라의 대사이자,
처음으로 라라가 가진 매력을 깨달았던 말.

그때의 감동은 나도 아직껏 간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저걸 내가 그대로 읊는 다는건 그야말로 에러고,
혹시라도 나중에 라라가 야미에게 저 말을 한다면 그 말의 영향력이 반감될 수도 있다.

뭐라고 대답해줘야 하나?
미캉처럼 의외로 외로움 타는 저 아가씨를 설득하려면 어떤말을 해야하지?


너의 슬픔을 이해한다?
불가. 혼자서 사는 외로움은 난 몰라.
적어도 난 부모님은 계셨다고?
게다가 이해한다는 말을 쓰면 지뢰 밟을 것 같다.
혼자가 되어보지도 못한 사람이 저말을 했다간, 비웃음만 당하면 다행이고 자칫하다간 칼부림난다.


나또한 우주에서 홀로 남은 「수염성인」?
개그할 분위기가 아니니까...
그리고 혹시라도 수염성인이 진짜로 있으면 어쩌려고?


「야미! 나다! 결혼해주라!」
「변태같은 건 질색입니다!」

외로움은 해결할수 있을거 같은데 받아주진 않을것 같습니다.
분명 머리카락 펀치로 얻어터지고 분위기를 박살내는걸로 마무리될꺼라 장담한다고.
우울함은 사라질것 같은데.


선택사항으로 좀처럼 괜찮은 생각이 안 떠오르는 가운데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리토는 중간부터 비약된 전개를 따라가지 못한듯 경계하는 모습으로 나랑 야미를 바라보고 있고.
잘못하면 대치상황을 깰 수 있어서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계속 침묵하다간 아까까지의 설득은 공으로 날리고 다시금 전투가 벌어질수도 있는 상황.
어떻게든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만한 말을 꺼내서 어두운 분위기를 띄기 시작한 야미를 달래보자.

"오히려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기에 구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설사 같은 아픔에 고통을 느껴보지 못하고, 같은 슬픔에 눈물지어보지 못하고, 같은 고독 속에 괴로워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밝은 웃음만으로도, 상냥하게 건네오는 말 한마디 만으로도, 나에게 보여주는 작은 호의만으로도,
나의 아픔은 나을수 있고, 슬픔은 사라질 수 있고,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코테가와나 미캉이 저마다의 괴로움이 없었다는건 거짓말이지만.
그저, 내가 그 아이들과의 만남에서 희망을 가졌던게 사실일 따름이다.

거짓말을 하려면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을 하라.
독재자였지만 대중을 선동하는 능력은 대단했던 인물의 말을 떠올린다.
기왕 답이 안나오는 거, 나중에 걸리면 죽는다 생각하고 마음껏 입을 놀리자.

"당신을 완전히 이해해줄 사람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일지 몰라도,
당신을 구원해줄 사람이 그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어둠을 공주님이 완전히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분은 당신을 이해하려 노력할만큼 당신에게 마음을 열어주실겁니다.
그러니, 부디 당신도 라라님에게 마음을 열어 주십시오."

"......"

대답이 없는 야미.
침묵이 아프다.

라라... 부탁이니까 제발 좀 빨리 와줘.
설마, 소란을 피우지 않고 조용히 장소를 옮긴 탓에 도착이 늦는건가?
시끄러운 장소를 위주로 찾고있으니까?
아나... 신기한 기계들을 잘도 만들면서 위성추적장치 같은건 만들지 않은거야?

이젠 거의 말할거리도 없는 상황에서 내심 초초함을 느끼고 있을때 야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말 믿어도 되겠습니까?"

응? 아, 라라를 믿어도 되는거냐고?
여기서 확고한 믿음을 주지 않으면 안될것 같다.
그러니까 상상해라. 스스로에게 최고의 거짓말을 해라.
나는「수염성인」나는「수염성인」나는「수염성인」
수염이야 말로 나의 긍지!
진지한 얼굴로 침한방울 안묻히고 거짓말을 내뱉는다.

"물론입니다.
그분은 충분히 그럴만큼 상냥하시니까요.
게다가...지구는 상냥한 곳입니다.
라라님 뿐만 아니라 당신이 지구에서 만날 다른 사람들도 당신에게 마음을 열어주겠지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금색의 어둠.
만약 절 믿지 못하신다면, 방금전 질문을 라라님께 직접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제「수염」에 걸고 맹세하지요."

"...좋습니다."

후우...잘된건가?
이젠 야미가 지구에 정착하도록 사고를 유도하기만 하면 될듯 싶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이번 의뢰가 취소된것과 별개로,
지구에서 라라님과 만나면서 다른 사람들과도 친해지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이곳 지구는 당신의 어둠을 걷어내줄 만남이 가득한 곳이고,
아직까진 우주인들과의 교류가 그만큼 활발하진 않기에
당신을 노리는 사람들이 쫓아올 가능성이 적은 행성이니까요."

"충고 감사드리죠...아키츠 료스케."

"별말씀을 금색의 어둠."

제대로 일이 풀린듯 해보여 내심 안도한다.

「리토~ 괜찮아~?」

소리가 들려온 방향 멀리에서 라라가 날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저스틴은 어딨지? 설마 흩어져 찾는건가?
아무튼, 라라는 저스틴처럼 호전적이지 않으니 전투가 일어날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

"라라!"

지금까지 긴장이 풀린듯 반가운 목소리로 리토가 소리지른다.
원만히 해결될 것 같아서 다행이네~.

"프린세스...라라-사타린-데빌루크 군요."

"알고계시다고 생각하지만 의뢰가 중지되었다는것 부터 알려드리길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전투모드를 해제한 야미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을때,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며 둥근 그림자가 지면에 생겼다.
이건...드디어 악당 등장?

위를 쳐다보니 둥근원반 밑에 사각 구슬, 그 가운데로 난 원형의 구멍, 육방에 갈퀴가 달린 우주선의 모습이 보인다.
의외로 조그만 우주선이네. 1인용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우주선에서 밖으로 커다란 소리가 울린다.

[뭐하고 있느냐, 금색의 어둠!
유우키 리토를 처리하라고 의뢰를 했을텐데~!]

"라코스포?"

의문을 표하는 야미의 대사가 끝나자 마자,
우주선 가운데의 구멍으로 빛과함께 내려오는 인형이 있었다.

내 허리 높이도 안되는 키에 머리와 몸뚱이 크기가 같은 이등신.
머리에 쓰고 있는, 호박처럼 생긴 검고 흰색이 뒤섞인채 가운데 둥근 장식이 달린 모자.
뾰족 귀에, 두터운 보라색 입술에 녹색 피부, 축처진 볼살에 난 수염.
두꺼운 입술 안으로 보이는 뾰족한 이빨.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 끼어진 8개의 반지들.
드래○볼 초반에 용신의 첫등장시 나왔던 소악당 파라후의 복장을 개조한 듯한 옷차림에 등에 걸친 망토.
외모는 파라후의 얼굴을 추하게 바꾸고 두꺼비와 퓨전시킨 얼굴쯤?

...대체 약혼자 후보의 기준이 뭐야? 왕자면 다 되는거야?

할말을 잊게 만드는 엄청난 외모에 패닉에 빠져있는 나와는 상관없이,
라코스포는 어느새 신사에 다다른 라라를 보며 양팔을 벌린채로 환호를 질렀다.

"짜안~ 라코스포 지금 왔어용!"

...부탁이니까 그 간드러진 어조로 코맹맹이 소리 내지마.
그 외모에 그 어투는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고.

"라라의 약혼자 후보?! 약해보여..."

정답이야 리토.
생각컨데 후보들 중에는 네가 제일 강할거 같아.
외모로 따지자면 단연코 압승.
지켜보는 가운데 닭살돋는 라코스포의 말과 그를 거절하는 라라의 말다툼이 계속되었다.

마침내 화가난 라코스포는 분노의 화살을 야미에게 돌렸다. 무섭진 않은데.

"금색의 어둠! 넌 여태까지 뭘 한거냥?
예정대로라면 벌써 한참 전에 저놈을 처리했어야 하잖냐!"

"라코스포..마침 잘됐군요.
저도 당신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웅?"

의외의 반응이었는지 당황하는 라코스포에게 야미는 약간 화가난 느낌으로 말을 했다.

"유우키 리토의 정보... 당신에게 들은 것과 꽤나 다른 것 같더군요.
타켓에 관한 정보는 거짓없이 말하라고 했을 텐데요...
혹시 저를 속일 생각은 아니셨겠죠..."

"다...닥쳐! 유우키 리토는 라라땅을 꼬드긴 나쁜놈이라궁!
내래 거짓말 할 리가 없잖앙~"

"야미짱! 그녀석 말 따위 믿으면 안돼!"

둘의 대화에 라라가 끼어들며 외친다.
과연 공주님. 야미짱이라니, 첫만남인데도 친숙하게 대하시는 그 모습을 동경합니다.
야미는 말없이 라코스포를 쳐다보았다.

"......"

"뭐...뭐냥 그 눈은!
내래 의뢰주라궁!"

"당신의 의뢰는...「유감이지만, 당신의 의뢰는 취소되었습니다 도련님.」"

야미의 말을 끊고 나도 대화에 끼어든다.
솔직히, 아직도 이름을 기억 못하겠으니 도련님으로 나가자.

"누,누궁?"

날 쳐다보더니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난다.
내 외모에 겁먹었나?
하지만 우주엔 다양한 외모의 사람들이 살잖아.
그냥 특이한 인상으로 봐주면 안돼?
그리고...솔직히 난 네 얼굴이 더 무서워.

어쨌든 적당히 물러서게 하자.
거짓말로 둘러댄것도 깔끔히 마무리 해야하고.
기분나쁜 녀석에게 도련님이라 부르는게 고역이지만 참으면서 되도록이면 정중한 어조로 접한다.

"이번엔 일을 크게 벌리셨더군요 도련님.
위에서 많이들 화가 나셨습니다."

"뭐?"

"약혼자 후보인 입장에서 다른 후보를 살인 청부했다니,
데빌루크 왕실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윗분들께선 도련님께서 하신 행동을 조용히 무마시키려고 이번 의뢰를 급히 취소하셨습니다.
보아하니 라라님께 미주알 고주알 쓸데없는 정보까지 다 털어놓으신 모양인데,
아무래도 약혼자 후보 자격은 박탈될 것 같군요."

"너, 너같은 녀석, 왕궁에서 본적 없엉!"

"암부니까요."

정진정명 거짓말.
위라고 하면 왕이나 왕비든가 고위대신들 이라든가 알아서 생각하겠지.

"이만 돌아가십시오 도련님.
왕실에서 따로 처분은 없을테고 윗분들도 이번 사건을 모르는 척 해주시겠지만,
당분간은 자중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만 돌아가줘 악당씨.
누이좋고 매부좋고 좋게좋게 끝내자고.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달리 라코스포는 조용히 끝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겁먹은 주제에 오히려 화를 머리끝까지 내면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크- 이놈이나 저놈이나 내를 깔보는 거냥~!
그렇다면...나와랏 가마(두꺼비)땅!"

그와 동시에 우주선에서 빛과 함께 나타난 등에 검은무늬가 있는 1층집만한 거대 두꺼비.
머리부분엔 나메크 성인같은 촉수가 두개 달려 있었다.
라코스포가 재빨리 두꺼비의 머리위에 올라탔다.

"으와아! 개구리?!"

"......"

「저건! 희귀동물 이로두꺼비?!」

"아는거니, 페케?"

「네...우주생물도감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진짜라면...제겐 천적!」

라라의 몸에 부착된 페케(벳지모양, 성별:여)의 천적?
의상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진 페케의 천적이라면, 뭔가 에로한 능력이라도 있는건가?

당황하는 우리들을 무시한채 라코스포는 의기양양하게 외치며 두꺼비에게 명령을 내렸다.

"자 가마땅! 너의 무서움을 보여줘랑!"

순간 두꺼비의 입이 벌어지며 야미를 향해 일직선으로 액체가 내뿜어 진다.
혀로 공격하는게 아니고 액체?!
무슨 공격인지 몰라 피하는것을 선택한 야미에게 바닥에 부딪힌 액이 튀었다.

- 슈우우우욱-

액이 닿은 부분의 옷이 조금씩 사라져간다.
야미가 약간 당황한듯 신음소리를 내었다.

"옷이...!"

"캬하하!
가마땅의 점액은 훌륭하게도 옷만 잘 녹이징!
그러니 내래 좋아하는 애완동물 아니겠어!"

변태다! 변태가 여기 있다!
외모에 걸맞을 만큼 변태적인 취미가 있는 놈이다.

아니 그런데 다른 녀석들은 대체 안덤비고 뭘하는거야?
지금 이쪽에 있는 인물은 리토,라라,나.
...아, 내가 나서야 하려나?
리토는 육체적으로 무리.
라라는 덤볐다간 옷이 녹아내릴게 틀림없고,
이중 그나마 부담없이 싸울수 있는건 나뿐이다.
그전에 야미가 끝내버릴지도 모르겠지만 혹시 모르니 준비해두자.

"그럼 발가벗게 해주겠당! 금색의 어둠!"

"...그런 변태 생물은, 용서 못합니다."

오른손을 칼로 변형시키며 두꺼비에게 달려간다.
아무래도 베어내려는 듯한 모습이다.
훌쩍 점프해서 두꺼비의 몸을 베어나갔지만 오히려 칼날이 튕겨져 나왔다.

"점액때문에 잘리지 않아?! ...큭?!"

...칼보다 철퇴로 박살내는 쪽이 쉽겠군.

점액가득한 기다란 혓바닥에 부딪혀 야미가 튕겨나온다.
자세가 흐트러진게 좋은 꼴은 못볼것 같아 겨드랑이를 부축하는 식으로 뒤에서 받쳐준다.
내게 등을 기댄 상태로 야미가 감사의 인사를 한다.

"고맙습니다 아키츠 료스케."

"별말씀을. 응?"

- 슈우우...

방금전 혓바닥과 부딪힘으로 닿인 부분이 녹는다.
저기, 속옷이 보이는데요?

퍽!

"켁?"

내 시선을 느꼈는지 순식간에 머리카락을 주먹으로 변화시켜 어퍼컷을 날리는 야미.
빤히 쳐다봐서 미안해요...
하지만 너무 정확하게 들어간 것 같은데요?
깔끔하게 턱에 들어간 펀치로 뇌가 흔들리는 충격에 몸을 제대로 가눌수 없어 앞으로 엎어진다.
이럴때만 쓸데없이 어지럽단 말이야...평소의 터프함은 어디로?

"꺅?"

그대로 야미를 쓰러뜨리듯이 앞으로 넘어지는 나.
덤으로, 겨드랑이를 받치던 손들이 엉큼한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십자무늬 별 밑의 말캉거리는 부위에...

"아키츠 료스케...야한짓은 싫습니다!"

"자, 잠깐."

퍼억-!

손이 닿은 곳이나, 내 몸으로 야미를 뒤에서 덮치고 있는 상태는 확실히 파렴치한데...
흘러내린 머리카락들만으로 나를 구타하는 야미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 지금 못움직여... 그리고 때리는 걸론 내 몸이 안비켜 진다고 야미짱.
내 양손이 댁의 몸때문에 바닥에 깔린 상태라서, 그렇게 날 때린다고 내 몸이 뒤로 날아갈수도 없다고.
적어도, 내 팔을 어떻게 치우려고 애쓰든가,
내가 회복될때까지만 구타를 멈춰주면 안될까?

난데없는 추태를 벌이고 있는 우리 둘의 모습에 라코스포가 희열에 찬 소리를 외친다.

"빈틈이당!
올누드 당첨...이 아니라, 왜 네가 가리고 있는건뎅?!"

날보며 비난하는 라코스포의 말관 상관없이 날아오는 두꺼비의 침.
비극적이게도 마지막은 나의 나체쇼로 끝나는건가요.
거의 몸이 회복되어 자세를 추스려 하지만 피하기엔 너무 늦었다.

그순간 라라가 우리 앞을 가로막으며 대신 액을 맞는다.
순간적으로 알몸이 되어버린 라라지만, 페케의 능력으로 순식간에 옷을 재구성한다.
...저러면 페케의 천적이고 뭐고 없잖아?
알몸은 많이 부끄럽겠지만...

어이없어 하는 내 생각을 뒤로하고 라라는 주먹연타로 라코스포와 두꺼비 둘을 동시에 하늘 저편의 별로 날려버렸다.
트러블의 최강의 4인방을 꼽으라면 「라라 아버님」「라라」「저스틴」「야미」임이 틀림없어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적당히 몸을 일으킨 뒤, 야미에게 사죄한다.

"미안, 턱을 정통으로 맞아서 전혀 움직일수 없었어.
고의는 아니었지만 정말 미안해..."

"...왠지 어투가 바뀐것 같군요 아키츠 료스케."

노려보던 시선 그대로 야미가 지적해온다.
아까전의 존댓말과 차이가 나서 그런가.

"아, 아? 원래는 이게 내 말투니까."

"그렇군요...그리고,"

내게서 주의를 돌려 라라를 쳐다본다.
의문스러운 표정이 라라가 자신을 도와준것을 이해하지 못한것 같았다.
그러니까 아까도 말했듯이 라라를 믿어보라고.

"강하군요, 공주님...
어째서 저를 감싼겁니까?
적인 저를..."

"어? 하지만 원래 나쁜 건 라코스포라구.
게다가 어둠이처럼 귀여운 여자애한테 심한 짓 하고 말야.
용서가 안되지!"

순간 수줍은듯한 얼굴로 야미의 볼이 붉어진다.
외모에 대한 칭찬을 받는게 익숙치 않아 보였다.

"귀여...워? 제가... 말인가요?"

"어?! 왜그래, 야미짱?"

"아..그게...그런 말을 들어본 건 처음이라서..."

고개를 푹 숙이면서 시선을 피하는 야미의 모습이 보인다.
아까보다 더 붉어진 얼굴이다.

...아. 그래서 아까전 내 말에 대한 반응이 그런식이었나?
그래도 역시 미인이 하는 말쪽이 더 영향력이 강하네.
표정변화가 훨씬 더 크잖아?

...교장같은 사람이 귀엽다고 하면 오히려 소름이 끼칠것 같지만.
역시 같은 대사라도 말하는 사람과 상황이 주는 감동이 다르다.
주인을 위해서라면 긍지마저 버리고자 했던 시그넘과,
입만 놀리다 순살당하던 넘○즈의 「속도vs방어력」대사가 갖는 무게차랄까.

"저기 라라. 왜 아까부터 '야미짱'이라고 하는거야?"

리토가 라라가 야미를 부르는 호칭에 의문을 표했다.

"어? 그게 금색의 어둠이 이름이잖아?"

"아니, 그건 본명은 아닌 것 같은데..."

동감이다.
하지만 원작이 끝날때까지도 본명은 알려지지 않았기에 나도 야미라고 기억할 따름이지만.
야미는 호칭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괜찮아요, 뭐라고 부르셔도...
이름같은 건 의미도 없고..."

그리고 왠지 망설이던 야미는 문득, 결심한듯한 표정으로 라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프린세스 라라."

"응? 왜그래 야미짱?"

"방금전, 당신이 이곳에 오기전에 아키츠 료스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귀하게 자란 공주님은 이 우주를 오직 나 홀로 살아가는 괴로움을 이해할수 없을거라고...

하지만 그는 제 말을 부정했습니다.
당신이라면 나를 받아줄지도 모른다고...
당신의 상냥함을 믿어보라 했습니다.

그러니, 부디 답해주십시오."

잠시 말을 멈춘 야미는 라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자신이 갈구한 질문을 꺼냈다.

"귀하게 자란 공주님인 당신은...나의 괴로움을 정말로 이해할 수 있으십니까?
이 우주를 오직 나 홀로 살아가는 괴로움을 이해하십니까...?"

마지막에 와서 야미의 목소리가 약간 떨린것 같다고 느꼈다.
두려움속에 일말의 기대가 뒤섞인 질문.
라라는 잠시 침묵하다가 야미를 위해 활짝 미소지으며 대답한다.

"그러네...그 말대로 난 이해할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서 왕궁 바깥 세상을 보러 온거야!
내가 모르는 것이 아직도 많이 있으니까!
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그것들을 이해하고 싶으니까."

야미의 눈이 약간 커지고, 이윽고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진다.
라라의 말이 야미를 만족시킬수 있었나보다.

"감사합니다 프린세스."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두 아가씨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방금전까지의 일로 인해 먼지투성이로 변해버린 모습의 리토가 야미에게 말을 건넨다.

"그래, 그건 그렇고!
라코스포도 사라졌으니 이젠 나를 노리는 건 그만하고 우주로 돌아가는게 어떨까?"

어, 잠깐만요?
방금전까지 대화의 흐름은 아무리 봐도 지구에 눌러앉는 패턴이지?
그냥 대답만 듣고 뺑 돌아가는 결말이 허용되는거야?
이대로 보내면 또 살인청부나 계속 하는 인생이라고?
미캉에게도 좋은 친구가 될수 있는 아이라니까.

지구에 눌러 앉는쪽으로 말을 돌려볼까 나서려고 할때,
리토의 말을 듣던 야미가 라라를 슬쩍 바라보며 대답한다.

"저는 한번 맡은 일을 도중에 관두는 주의가 아니라서요.
유우키 리토, 당신을 직접 처리할 때 까지 저는 지구에 머물기로 하겠습니다."

"에엑?"

방금전 대사 잠시만 기다리지 그랬어 리토...
적어도 살인청부 취소하고 얌전히 지구에 눌러앉는쪽으로 타협해놨더니 이렇게 하기냐...
원작에서도 별말없이 있었으면 아마도 그랬을꺼라고?
지구에 머물고 싶어하는 저 솔직하지 못한 아가씨가 괜히 청부 얘기를 핑계삼아 버렸잖냐.
야미가 리토를 정말로 죽일 의도를 갖고 있는건 아니니 걱정은 없는데,
다만 가끔씩 당할 위협에 기겁할 리토가 조금 불쌍했다.
아무래도 안심시키면서 적당히 위로라도 해줘야 할듯 싶다.

"정말로 처리하려는 의도가 아니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마 유우키."

"아, 아키츠."

"방금전은 괜히 쑥스러워 하는거라고.
야미로서는 지구에 남는 쪽이 훨씬더 좋으니까.
더이상 살인청부로 살아가는 것도 좋지않고,
라라도 야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것 같으니 사이좋게 지내면 좋지 않아?
지구에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다보면 야미도 지금처럼 날을 세우진 않겠지."

"그래 야미짱! 역시 혼자보다는 함께 있으면 훨씬 즐겁다구!"

어느새 라라와 야미의 둘만의 대화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나와 리토도 대화를 하는 분위기가 이루어졌다.

"저기...고마워 아키츠. 덕분에 살았어."

약간 주저하면서도 리토가 나에게 말을 건네온다.
외모의 흉악함보단 방금전 자신을 도와준것이 더 영향이 컸나보다.
고등학교 입학한지 1년이 지나고야 리토와 처음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다.
그다지 전투 같은건 하지도 않고 실제로 마무리는 라라가 했기에 이대로 넙죽 감사받기엔 좀 쑥스럽기에 사양한다.

"뭘, 미캉과 약속을 지켰을 뿐이야."

첫만남에서 헤어질때 약속했으니까.
갑자기 미캉의 이야기가 나와 리토는 놀란 얼굴이다.

"어? 미캉을 알아?"

"장보기를 하면서 가끔씩...
네가 곤란할때 도와주길 부탁하던걸?"

- 혹시나 리토가 곤란할 땐 잘 부탁드려요.

"미캉 녀석..."

쑥쓰러운듯 코를 긁는다.
미캉의 배려에 근지러워 하던 리토는 문득 생각난 화제를 입에 담는다.

"그나저나 아키츠. 너 정말로「수염성인」이었어?"

"미안. 그거 거짓말."

"...진짜?"

"정말이래두.
코흘리개 애들과 했던 히어로 놀이에 장단 맞춰주느라 했던 농담이라고.
이상하게 동네 아이들 사이에 완전히 퍼져버렸지만...
난 그야말로 100% 지구인."

다른세상의 기억은 갖고 있지만 용신이 말한대로 이 세상에서 태어난 지구인이 맞아요~.

"아하하, 그렇구나. 솔직히 난 네가 정말로 우주인인줄 알았어."

"아니, 그러니까 거짓말이라니까~"

"그렇군요...거짓말이었습니까, 아키츠 료스케?"

"그야 물론...네?"

조용한 목소리에 왠지 긴장한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니 방금전까지 라라와 함께 미소짓던 야미가 무표정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다.

"「수염」에 건다느니...잘도 그런 맹세를 해주셨군요.
그런걸 믿고 프린세스에게 저는 말을 건넨거군요."

아, 라라를 믿으라고 할때 수염성인 흉내를 내면서 수염을 걸었지.

"아하하...어쨌든 좋게 풀리지 않았어?
내말대로 라라도 웃으며 받아줬잖아?"

"그렇군요...
우주인이니,하수인이니... 당신이 한말은 전부다 거짓말이었던겁니까?"

끈질기게 물어오는 야미의 태도가 좀 겁난다.
전부라고 했다간 한대 치는거 아냐?
「악의 없는 거짓말(white lie)」이었다구요?

"아니 뭐, 전부다 거짓말은 아닌데..."

"얼마나 말입니까?"

"...한 절반정도?
적어도 유우키랑 라라에 대한 말은 사실이라고?"

내말에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의 야미.

"그렇습니까...그럼."

- 쉭-!

순간 왼쪽귀를 스쳐지나가는 금빛 머리카락.
긴장을 풀고 있던 순간에 당한일인지라 화들짝 놀라 한발 뒤로 물러선다.
아픔은 없는데, 위협인가?
왼쪽 귓가에 손을 대자 매끌한 피부의 감촉이 느껴진다.
다행히 상처는 없구나...
...
......매끈한 피부?

당황해서 반대편 귓가에 손을 댄다.
매끈한 피부가 아니라, 수북히 느껴지는 구레나룻의 감촉.
이...이건?!

"절반의 거짓말과 방금전 엉큼한 짓...한쪽 수염만 자른것으로 변제하도록 하죠."

"내, 내 귀밑수염이이이이이-?!"

절규를 하며 주저앉아 바닥에 떨어진 수염을 두손으로 쓸어모은다.

"아, 아키츠?"

"내수염! 4년동안 애써 가꾼 내 귀밑수염이 이렇게 허망하게!
어...어흐흐흐흐......"

이계트립 이벤트 회피를 위해서 초등학교때부터 조심스레 길렀던 구레나룻.
거울을 볼때마다 정신적으로 힘들고 싫어했지만,
4년이 넘게 같이 한 구레나룻은 이세계에서 나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묵묵히 맡아주었다.
남들을 모르겠지만 적어도 모양새가 흉하지 않도록 참빗과 가위로 소중히 가꾼 내 구레나룻.
지난 4년간 구레나룻과 함께한 추억을 떠올리며 비통한 울음을 내보낸다.
...제대로 된 추억이 하나도 없구나.
미안 내 수염들아.

"...정말로 「수염성인」이 아닌게 맞는겁니까?"

"그, 글쎄..."

상상이상으로 극적인 내 좌절포즈에 야미는「나=수염성인」의혹을 강하게 했고,
리토도 거기에 의문을 갖는 모습이었다.
라라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상해하던 모습이었으나,
내가 양손에 들고있는 귀밑털을 보곤 대충 이해한듯, 웃으면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 그럼 내가 발명한 수염나는 기계를 사용하면~「전력으로 거부하겠습니다.」에~ 어째서?"

불만인듯 볼을 부풀리는 라라를 보며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
미안.
난 리토만큼이나 댁의 기계의 위험성을 깨닫고 있다고요?
적어도 더 이상의 트러블은 정말 사양이거든요?

손바닥에 올려진 수염을 조용히 움켜쥔다.
방금전까지 흐르던 눈물은 어느새 그쳤다.
오른손으로 흩뿌려진 수염을 잡고, 왼손으론 왼뺨을 살짝 만져본다.
솜씨좋게도 매끄럽게 처리된 피부의 감촉이 느껴진다.
이미 구레나룻은 잘려 나갔고, 이대로 울고있어도 더이상 진전은 없다.
그러니까, 이제 결단을 내릴때다.





"아키츠군?"

상점가를 다시 들러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코테가와와 마주쳤다.
맵시있게 차려입은 코테가와가 괴상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오늘따라 웃긴 얼굴이네 코테가와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던 코테가와는 이윽고 멈춰서 나를 본다.

"...아키츠군?"

"아, 무슨일이야 코테가와?"

"지금 그 모습은 뭔가요?"

"? 난 평소와 똑같은데? 뭔가 이상해?"

코테가와가 하는 말에 어리둥절한다.
학기때와 달리 겨울철 일상복을 입었을 뿐이잖아.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건가요?"

"응?"

"수염 말이에요! 수염! 왼뺨에 붙인 그 수염은 대체 뭔가요?!"

아, 난 또 뭐라고.
왼쪽뺨에 투명테이프로 고정해둔, 구레나룻 뭉치의 까끌거림이 느껴진다.
코테가와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도록 하자.
인체는 그야말로 신비로 가득차 있다고.

"아니, 붙여두면 나중에 싹이 나지 않을까 싶어서."

"수염은 식물이 아니라고요!
...가만있어봐요. 이렇게 된 이상. 반대쪽도 잘라내는게 낫다고요."

"시, 싫어!"

앞으로 한걸음 다가오는 코테가와의 기세에 한걸음 뒤로 물러난다.
어째서? 잘붙였잖아?
시간만 지나면 다들 익숙해질꺼라고?

"바보같은 소리 하지말고 다른쪽도 잘라서 균형을 맞추자고요."

"안돼~!"

"애처럼 굴지 말아욧-!"





코테가와에게 한쪽귀가 잡힌채로 질질 미용실로 끌려간 나.

왼쪽 구레나룻에 이어 잘려나간 오른쪽 구레나룻을 거울을 통해 보며 멍하니 있는 나의 옆에서,
「10년은 더 젊어보이시네요 손님」이라며 미용사가 웃으며 말을 건넸다.

...제가 몇살로 보였나요 아주머니?

뒤에서 웃음을 참고 있는 코테가와가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그날 밤, 빛나는 거울에 빨려들어가서 난데없이 파란머리에 수염난 중년 아저씨에게 키스당하는 꿈을 꿨다.
첫키스의 맛은 홀아비의 맛.
이전까지의 악몽을 넘어선 초전개에 한밤중에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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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가 야미짱이라고 말하는건 애니메이션 11화를 보고 그대로 따랐습니다.
(번역본에선 '어둠아')
미캉이 야미를 부르는 방법도 야미짱.

[등장인물 이미지 정리]

코테가와 유이(17) : (1)  (2)

유우키 미캉(12) : (이곳)

야미(금색의 어둠)(불명) : (이곳)

모미오카 리사(17) : (왼쪽의 짧은금발)

유우키 사이바이(리토 아버지) : (주인공이 미화된다면 대략 이렇지 않을까 생각함. 똑같은 송충이 눈썹이고, 삼백안이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글쓰다가 오류가 나는 점이 없나 살펴보다가 38화 마지막에서 약간 당황했습니다.
"귀엽다'는 라라의 말에 즈-큥! 하고 꽃혀버리는 야미.
저게 키워드인가 잠시 생각했다가, 그래도 그 대사를 하기전까지 보여준 라라의 모습이 있었기에 먹혀든 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교장같은 변태가 귀엽다고 해봤자 소름만 돋을테니까요-_-;

아무튼, 주인공의 대사에서도 야미의 외모를 칭찬하는 대사들이 있었는데,
저 '귀엽다' 대사를 신경쓰느라 칭찬하는 대사를 거의 다 잘랐습니다.
어차피 귀엽다고 해봤자 반응도 좀 적은 편이었고.
역시 대사가 같아도 사람이 다르면 결과마저 다릅니다.



그리고, 원래 초반에 등장한 끈달린 벙어리 장갑은 야미와의 전투에서 해프닝 연출에 2초정도 쓰일 예정이었습니다만...
전투루트를 타지 않았으므로 패스했습니다.

등을 보인채 바닥을 향해 앞으로 쓰러진 야미.
바닥과 충돌한것으로 잠시 균형감각을 잃은 사이, 장갑을 연결한 끈부분으로 순식간에 야미의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는다.
변화능력을 쓰기전에 재빨리 한묶음으로 묶어서 묶음이 된 머리칼을 한손으로 움켜쥐고,
그대로 야미의 양손목을 모아서 다른 한손만으로 잡은뒤 바닥에 고정시킨다.
앞으로 넘어진 야미의 등뒤에 걸터앉은 주인공의 범죄적 포즈.

뭐 대강 이런식의 전개를 생각해봤는데, 가정은 가정일 뿐이죠 뭐...-_-;



p.s.별건 아니지만 저번에 리조트 여행권 땄던 바람둥이 남학생은 다행히도 머리카락과 리조트 여행권을 무사히 지켰습니다.
원작에선 야미에게 헌팅걸다가 머리카락도, 리조트 여행권도 조각조각나죠.

p.s.2. 리토가 하루나를 좋아한다는걸 미캉이 깨닫는 것은 원작상으론 10화부터 입니다.
그냥 미캉이 좀 더 눈치가 빨랐거나, 그 사실을 눈치챌 사건이 도중에 추가로 발생했었다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나야™ 님// 사실 이야기 꾸미기는 유이가 가장 편하지요.
같은 학교, 같은 학년, 같은 반이라 가장 접점도 많고 쉽게 연관지을수 있거든요.
트러블SS인지라 원작의 러브코미디 분위기로 세명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뭘?)
다만 도중에 얽히는 아가씨들은 좀더 될지도 모르며, 나중가면 숫자가 바뀔수도 있습니다.

하얀사신 님// 진리입니다. 미캉이 나오는 화수는 다 체크가 되어있는^^;

흐냐 님// 헛, 감사합니다+ㅅ+
마음에 드셨다면 정말로 기쁘네요*^^*

블러드카니발 님// 얘가 싸우긴 할껀데 다만 네임드 4명(기드(왕),라라,저스틴,야미)이랑 붙을 기회는 거의 없을겁니다.
우주 깡패들이 등장하는 편에서 꽤나 활약을 보이겠죠.
아니면 야미가 힘들어 하는 촉수편같은 부분에서도 도움이 되려나?

BlueGlass 님// 죄송합니다. 배틀을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꼬여서 요렇게 됐습니다.
주인공 성향을 따라가다보니 저렇게 되어 버렸네요^^;
이미지 상으로 떠올리면 여자애한테 주먹질하는 남자의 모습은 영 껄끄럽잖아요?
그래플러 처럼 근접 관절기로 싸우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약간 추잡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변화능력을 쓰는 야미한테 수없이 얻어터질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_-;
야미의 첫 등장시에 맞붙지 못했으니 이후로 야미와 붙는다면 얻어터지든, 피하든 둘중 하나의 선택밖에 없겠죠.
애도...
...아, 야미가 라라와 재전투를 하는 화에선 활약할지도 모릅니다.

아르딘 님// 솔직한 그대에게 축복이 있으라.
당신과 나는 친구입니다.(=3=)

전파백작 님// 돌던지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고,
그저 바닥에 누운 사람이 두사람 더 늘어났습니다...
쿨럭쿨럭...

사심안 님// 감사드려요^^
기왕이면 훈훈하게 전개되는걸 좋아하는지라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기쁠 따름입니다^^

kero군 님// 그래서 이번에 구레나룻이 잘렸습니다.
한쪽은 거짓말&엉큼한 짓 한 벌로 야미에게,
다른 한쪽은 양아치라기보단 얼간이 같은 모습의 주인공에게 질린 코테가와에게.

구레나룻 다시 자랄때까지 몸을 사리든가, 토템을 들고 다니든가, 인디언 깃털모자를 쓰든가, 열심히 노력하겠죠^^;

Albion 님// 원작 설정상 등장하지 않는 요소는 되도록이면 묘사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따라서 수염성인은 가상의 존재인지 실제의 존재인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우주의 모든 종족을 다 아는 사람을 만날 확률도 거의 없을테니 문제는 없도록 할 생각입니다.
만약 수염성인이 존재한다면 수염이 약점이거나, 성감대거나(데빌루크처럼-_-;) 하는 압박적인 설정이 있겠지요.

적월립견 님// 거짓말의 대가를 귀밑수염 한쪽으로 치렀습니다.
반대편은 코테가와가 친절히 미장원에 끌고가서 깎았습니다.

하인즈워드 님// 주인공이 걱정하는건 대략 3개입니다.
1. 아무리 안죽어더라도 트럭에 부딪히는건 번거롭고 재수가 없는 일이다. 또한 사후처리로 시끄럽다.
2. 진짜로 죽을만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수도 있으니까 그것이 무섭다.
3. 트럭을 타고있는 운전자가 위험하다. 생명,재산,직장 등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을 가해자(?)들을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설사 부딪혀오는 트럭을 피한다 해도 트럭은 벽에 부딪히거나 해서 큰 피해를 입을테니까요.
뭐, 그래서 아직까지 벌벌하는 겁니다.^^;

츳크미 님// 말씀대로, 수염만 밀면 좀 나아보이겠죠.
구레나룻을 사고로 잃었는데 이게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이후 스토리 생각하면서 다시 기르든가, 계속 자르고 있든가로 가겠죠?^^;

판데모니엄 님// 반 자업자득으로 밀렸습니다^^;
피부에 상처가 없는건 주인공 피부가 튼튼하기도 했고, 야미의 실력이 좋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하리마야 (성실한?)불량+수염으로 유명하니까요.
개인적으론 하리마의 결말이 좀더 행복하게 끝날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흉조RAVEN 님// 헐, 무려 그 츠즈키 료야와 비교되다니 놀라울따름이군요=ㅅ=;(감동적인 의미로)
외전에서의 활약에서 환호하면서도, 본편에서의 안습함에 눈물이 지어지는 날의 반복이었죠.
힘내라 시오리! 료야를 붙잡는거다!
그리고 주인공은 적어도 죽진 않잖아요?^^;(봉래약이 없지만서도)

kilou 님// 아, 재미있게 보셨다니 감사하고, 리리플로 달아주신 정보 감사드립니다^^
우선 집에서 신세지는건 보류했는데, 나중에 다시 만남의 기회가 있겠지요^^;

CloudAngel 님// 정답. 도망치고 허풍 남발하면서 시간을 끌었습니다.
덕분에 야미의 변화능력의 소모시간이 줄어들었는데, 이게 나중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야미로에게 조금 이상한 거짓말쟁이란 인상을 좀 받았습니다.
더불어 수염성인 의혹도 있지만 크게 영향을 줄것 같진 않습니다.

카르나스필 님// 얘는 성격상으로 남 괴롭히는 직업쪽으로 가기는 힘드니까 무리일듯하네요^^;
오해가 쌓이고 쌓인다면 차근차근 야쿠자의 길을 갈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건 너무 불쌍해서-_-;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olphin 님// 앞으로 접할때 엉큼한 해프닝이 발생한다면 많이 혼나겠죠^^;

Dietrich 님// 정돈은 조금씩 해줄지도 모르는데, 친밀한 인간관계가 얼마나 많아질지는 몰라요?^^;

핑크게마 님// 진실을 꿰뚫으시는군요.-ㅅ-b
문제는 그 '나중'이 언제가 될지가 관건일 따름이지만요.
적어도 완결전에는 되겠죠.^^;

레이번 님// 아마도오오오오! 그렇게 되겠죠오오오오! ㅇ>-<
진담입니다^^;

휴트랑 님// 훈훈함이 느껴졌다니 감사합니다~^^
돌부처로 행동시키려면 여러모로 제가 묘사할때 골치가 아파져서 적당히 눈치있는 주인공으로 묘사했습니다.
힘내겠습니다^^

망상공방 님// 쟁탈전까지야...^^;
야미의 경우 호감이 높아지려면 좀더 이야기를 꾸며봐야지요^^
앞으론 얼마나 더 진전 될진 모르지만요.

리안쿼스더 님// 옆반의 깡패가 난데없이 친한척 하면 무섭지 않겠습니까?^^;
쉬는시간마다 찾아가면 그야말로 공포일듯.
리토가 야미랑 친해지게 되는 계기를 읽어보면서, 주인공은 대체 어떻게 해야 호감도를 올릴까 고민입니다...;

에아노르 님// 현재로썬 오히려 코테가와가 주인공의 약점을 잡고 있는 상황^^;
코테가와에게 코가 꿰여 사는것도 주인공으로선 꽤나 행복할껍니다.^^;

슈나이젤 님// 언젠가 한번더 등장해주시겠죠 리사짱.(*=ㅅ=*)

네메스 님// 적어도 중학교때보단 인연이 잘 쌓이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을듯 합니다.^^

불멸의 샤아 님// 세상에 비상식이 많은지라...=3=;
기껏 설정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깎기는 아깝잖아요?^^;

노즈 님// 동의.
그야말로 독자를 홀리는 아가씨.
이런 딸을 낳으신 리토 어머님께 감솨.

방랑폐인s 님// 안그래도 이번편에 양아치가 아니라 얼간이같은 모습으로 나댕기다가 코테가와에게 걸렸습니다.
귀잡힌채로 미용실까지 질질 끌려갔죠=ㅅ=;

蛟河 님// 넵. 러브코미디 보정입니다.
적어도 아무런 계기도 만들어 주지 않는다면 해프닝은 결코 발생하지 않으니까요.^^;

제스처 님// 136화 발렌타인 데이때 보여준 코테가와의 머리묶은 모양새는 최고였습니다-ㅅ-b
그당시 미캉파였던 저에게 엄청난 타격을 준 사랑스러움이었죠.^^

민트박하 님// 상냥함과 솔직함이 좀더 부각된다면 코테가와는 정말로 최고의 히로인이라 생각합니다^^
이야기 전개에서 코타가와에게 사랑스러움을 느끼셨다면 정말 감사하죠^^

프라가라흐 님// 원작에서 이 SS상의 주연들의 활약은 대략 49화 이후부터입니다.
(49화에 2학년이 되며, 코테가와 유이 첫등장)
저로서는 굳이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코테가와,미캉,야미를 보는 재미로 충분히 즐겁지만요^^;

신작 님// 수염을 밀면 인상이 많이 좋아질겁니다.
다만, 수염밀었다고 갑작스레 수십명의 아가씨들이 멍하니 얼굴을 붉히며 쳐다본다는 것같은 상황은 불가능합니다.
음, 생각해보니 리토의 아버지인 유우키 사이바이의 외모를 닮을지도 모르겠군요.
주인공이나 유우키 아버지나 둘다 송충이 눈썹이니.
만약 주인공의 외모가 엄청나게 보정을 받는다면 (눈매를 뺀다면) 리토 아버지 외모 비슷하게 될겁니다.
재미있으셨다니 정말 기쁘네요~^^

란란루 님// 사실 주인공한텐 안미안해도 되는데,
어째 상황전개가 되다보니 한번 잘리게 되었습니다.
코테가와가 주장하던 단정한 이미지에 약간 가까워 졌겠죠?^^;

광명군 님// 등장신을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좀 고민이 되더군요^^;
원작대로 첫등장 장면부터 나왔다면 전투가 되었겠지만,
멀리서 보고 상황을 보고 생각 좀 해본지라 회피하는 쪽으로 갔습니다.

라이세네프 님// 솔직한 고백 감사합니다(=ㅅ=)b
가장 번거롭던 구레나룻은 우선 잘랐습니다.
...다시 기른다면 또 모르겠지만요;

아르페지오 님// 관우보고 수염자르라면 도원결의를 깰지도 몰라요?^^;
아무튼 주인공도 졸업전까진 수염을 다듬거나 정리하겠지요^^;

아르곤 님// 멋진 남성이더군요.
훤칠한 모습의 훈남은 역시 수염도 잘어울리나봅니다;ㅅ;b
주인공도 좀더 친숙한 눈매의 사람이었다면 또 모르겠는데...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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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가 되어 1-A에 '렌'이라는 미소년 외국인이 들어왔다.
라라와 아는 사이로 전(前)약혼자라고 주장하며 리토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실제론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또다른 인격이 존재하고,「란○ 1/2」처럼 성별마저 바뀌는 우주인이다.
문제는 녀석의 다른 인격은 라이벌인 리토에게 반해 있다는 것이고...
정말이지 인생 맘대로 안되는 불쌍한 녀석이다.
라라 일편단심인데도 마음을 못 얻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이난고교 문화제때 라라에게 경쟁 심리를 느낀, 자칭 교내제일 퀸 '텐죠인 사키' 선배가 라라와 함께 말썽을 일으켰다.
덕분에 남학생들이 풍기문란한 모습을 보일뻔 했지만 어떻게든 진정된 것 같다.
텐죠인 사키 선배는 양갈래 금발 롤머리 2학년으로 굉장한 부잣집 아가씨인것 같다.
자존심이 강해서 가끔씩 상식을 내던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어릴적 안경소녀가 괴롭힘 당하는걸 구해줄만큼, 약한사람 괴롭히는 걸 용납못하는 상냥한 아가씨다.
항상 동행하는 사람으로는 두명의 2학년 동급생들이 있는데 마치 전속 호위같은 인상이다.
한명은 옆머리를 길게 내리고, 뒤로는 장발의 포니테일을 한 목검을 든 여학생으로 '쿠죠 린'이란 검도소녀.
다른 한명은 방금전 언급된 안경소녀로서, 불투명한 둥근안경을 쓴 범생이 타입의 긴생머리 여학생으로 '후지사키 아야'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는 시험성적이 나온 후 중학교 3학년때의 「엘리트 야쿠자」라는 별명을 얻은것.
엘리트랑 야쿠자랑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건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중학교처럼 컨닝 의혹으로 인한 재시험같은게 있진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교장선생님부터가 조금...아니, 많이 느슨한 편이고(주로 스스로에게).
당연하지만 공부를 물어오는 친구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1-A의 소란과는 무관한 나날들이 계속되고 어느덧 맞이하게 된 크리스마스 시즌.
2학년의 텐죠인 사키 선배의 별장(거대한 2층 저택)에서「텐죠인 사키주최 Xmas 파티」가 개최되었다.
자그마치 전교생 초대로...역시나 부자는 스케일이 다르다.
나로서는 크리스마스에 혼자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궁상맞았기에 기꺼이 갈 의욕이 만만했다.
거대한 홀에서 벌어지는 파티장 한쪽에서 사루야마와 리토, 하루나와 웨이브진 짧은 금발의 소녀, 안경을 쓴 짧은 트윈테일의 소녀가 보인다.
그런데...코테가와는 파티에 온걸까?
이리저리 둘러보다 멀리서 스웨터에 짧은 치마를 입은 긴생머리의 여학생이 보였다. 코테가와다.
다행히 말상대도 없는 곤란한 처지가 되진 않을것 같다고 생각하며 들뜬 마음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코테가와도 텐죠인 선배의 파티에 왔구나."

"초대까지 했는데 오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겠죠.
반가워요 아키츠군."

"과연 위원장다운 성실함!
그나저나 선물교환도 있다고 하던데 조금 기대되는데,
코테가와는 어떤걸 준비했어?"

"비밀이예요."

뭐, 그야 당연하겠지만.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엔 애써 화재거리 삼아서 물어본 의미가 없다싶어 조금만 더 추궁해본다.

"그러지말고 힌트라도 좀 주면 안될까? 적어도 선물상자 모양이라도 알면 상상이라도 할텐데 말야."

"그정도라면야...네모난 막대모양의 선물상자예요. 덤으로 상자는 파란색에 리본은 초록이지만, 힌트로는 안되겠죠."

막대모양?
여자아이용 목걸이? 시계? 펜?
잘 상상이 안간다.
초록 리본은 정말 힌트도 안되고...

"그나저나 아키츠군은 어떤걸 준비해 왔나요?
내용물이 비밀이라면 마찬가지로 힌트 부탁할께요."

나름대로 생각해서 준비해오긴 했는데, 벌써부터 말하긴 좀 그래서 농담으로 넘겨본다.

"음...「결투장」?"

움찔...

순간 주변의 학생들이 굳었다.
아...코테가와도 굳어버린 모습이다.
황급히 손사레를 치며 변명을 한다.

"아하하, 농담이야 농담!
설마 크리스마스 선물로 결투장을 보낸다니 말도 안되잖아?"

"그, 그렇죠?"

어색하게나마 웃으며 수긍하는 코테가와.
나도 민망한듯한 표정으로 말을 계속한다.

"그렇다니까.
아무튼 한뼘길이의 파란색 정육면체 상자에 붉은 리본이라구.
힌트가 되려나?"

하지만 주변의 분위기는 코테가와랑은 달리 방금전 말을 전혀 농담으로 받아들이는것 같지 않다.
수근수근 하는 소리가 복잡한 사람들속에 섞여 스러지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명확히 들려온다.

「들었니? 결투장이래?」
「과연 양아치. 선물조차 결투장이라니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 넘는군.」
「받는 사람에게 결투신청?」
「한동안 조용하다 싶었더니 이걸 노린거였나!」
「파란상자,붉은리본. 파란상자, 붉은리본...」
「절대로 잊지마! 보이면 피하라고!」
「다른반 친구에게도 알려줘야겠어.」
「들키지 않게 몰래 다녀오라구.」

다 들립니다.
졸지에 선물교환이 결투회피 이벤트로 바뀌어버린 느낌이다.
지금까지 내쪽에서 결투장을 보내거나 한 적은 없는데...
결투장을 신발장에 넣는 고풍스러운 수법은 중학교 1학년때 이후론 기억에 없다.
1:1로 맞붙으면 다 깨졌으니까 그랬는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눈앞에 있는 코테가와에게라도 제대로 해명하자.

"음, 혹시나 해서 다시 말하지만, 정말로 보통 선물이야?
비싸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애써서 준비한거라고?"

"...믿겠어요 아키츠군."

약간 애매한 수긍을 보이는 코테가와에 그나마 시름을 덜었다.
...딴 녀석들은 아무래도 안 받을것 같으니,
준비했던 선물은 역시나 코테가와에게 건네주는게 좋을것 같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 있는동안 어느새 본격적인 파티가 진행되었다.
파티에 등장한 주최자인 텐죠인 선배가 치마를 입은 산타복장을 한채 우리를 맞이했다.
양옆의 동행들은 루돌프 분장이었지만.
자신만만하고 기운찬 미소를 지으며 텐죠인 선배가 말했다.

"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저 텐죠인 사키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와주셔서!
오늘은 부디 마음껏 즐겨주세요."

박수소리가 울리고 사람들이 환호하자 텐죠인 선배는 만족한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산타복장까지 입다니 꽤 신경을 써서 파티를 준비한 것 같았다.
자화자찬하는 말소리에 약간 웃은건 여담이다.

하지만 곧이어 등장한 소악마 컨셉의 분장을 한 라라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자 텐죠인 선배는 손톱을 입에 물고 분해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로서는 산타복장이 더 예쁘다고 생각하지만요. 사람 취향은 각각이니.

아무튼 시간이 흘러 어느덧 선물교환 이벤트가 다가왔다.
진행자로 루돌프 옷을 입은 쿠죠 린 선배가 마이크를 들고 설명을 시작했다.

「자! 그러면 슬슬 오늘의 메인 이벤트!
선물 교환을 실시하겠습니다!
다만! 입장시에 여러분께서 맡겨두신 선물은 여기엔 없습니다!」

...엥?

어리둥절한 나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잘 이해가 안되는 모습이었다.
이어서 텐죠인 선배가 마이크를 잡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후후...그냥은 서로 교환해도 재미가 없지 않나요?
그래서 제가 멋진 게임을 생각했지요.
이름하여! 「선물쟁탈게임」!

룰은 쉬워요!
이 저택 이곳 저곳에 숨겨진 선물을 찾아 낼 것!
찾아낸 선물은 그 사람의 것이 됩니다.」

그 이후에 리조트 여행권이니 뭐니하는 특별선물 이야기도 나왔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아, 앙돼. 제발 이러지마.
그냥 발렌타인데이나 그런것처럼 자기가 생각한 사람한테 주면 안되는거야?
그렇게 나가면 아무도 내 선물을 안가져 간다고.
개도 안먹을 「결투장」농담까지 해버린데다가, 선물 모양새까지 들켰단 말야.

속으로 좌절하고 있을때 갑작스레 남학생 한명이 응원속에 뛰쳐나오는것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아마도 리조트 여행권을 노리고 달려드는것 같았다.

"엣?!"

놀라는 코테가와를 뒤로 하고 나도 잽싸게 뛰쳐나간다.
이렇게되면 코테가와의 선물이라도 챙겨서 반쪽짜리 만족감이라도 가질테다!
먼저 뛰어나갔던 남학생을 제치고 앞으로 달려간다.
순간, 「덜컹-」하는 소리가 들리고, 발밑이 허전한 느낌과 함께 낙하감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악-?!"

"아키츠군?!"

떨어지며 비명을 지르는 내 소리를 뚫고 코테가와의 목소리와, 이어진 텐죠인 선배의 목소리가 들린다.

「보시다시피 저택 곳곳엔 함정이 설치되어 있지요.
선물찾기는 조심하시길 바라겠어요.
그럼! 시-작!」

하, 함정이라고라고라?
부자의 생각은 도무지 알수가 없어!
멀쩡한 저택을 함정으로 개조하다니 이 무슨 만행!

그야말로 지구인 버전 라라.
사키...무서운 아이...!

쿵-!

그러거나 말거나 어느새 바닥에 닿아 충돌한 나.
이거참, 떨어지는 사람을 위한 매트리스 하나도 없는거냐?

"아키츠군-! 괜찮아요?"

안전대책에 대해서 불평하고있을때, 저 위에서 코테가와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빨리 돌아가는게 낫겠지?

"코테가와~ 물러서있어~!"

"에?"

"물러서있으라고~!"

"아...알았어요. 아키츠군."

코테가와의 목소리가 멀어진것을 느끼곤 그대로 다리에 힘을줘 도약한다.

"으라차아-!"

단번에 함정밖으로 뛰쳐나왔다.
천공X자 권법(어째서 권법?)을 쓰던 나무선수만큼은 뛴다.
설마 저택의 함정이 수백미터나 하겠어?

"에? 아키츠군? 몸은 괜찮은거에요?"

갑작스레 튀어나온 나에게 다가와 놀라면서도 안부를 묻는 코테가와를 바라본다.

"괜찮아 코테가와. 다행히 따로 위험한 건 없었어."

"그런문제가 아니라..."

"그것보다,"

코테가와의 말을 끊는다.
점프력이야 따로 설명할것은 아니고 빨리 선물을 찾아야 하니까.

"그런것보다 우선 흩어진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는게 좋겠어.
장난스러운 함정들도 꽤 있을것 같지만,
방금같은 함정에 빠지면 약간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혹시나 저택을 돌다가 위험한 사람이 있으면 구해주는게 나을꺼라 봐."

"그건 그렇군요.
솔직히 이건 선물쟁탈게임이 아니에요.
완전히 서바이벌 게임이라고요..."

"그러게..."

작게 불평하는 코테가와에 동의를 표하고 함께 저택을 뒤지기로 했다.
빨리 빨리 돌면서 사람들 도울겸 선물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하자.

끈끈이나 물벼락같은 함정에 빠진 사람들은 적당히 넘기면서(닦아줄 수건도 없고) 돌아다니다가
복도 저 멀리서 「덜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금전 내가 당했던 함정과 같은 소리.
더불어 「엑?」「우왁?」「꺄악!」 하는 소리가 이어진걸로 보아 함정에 걸린건 여자애들인듯 했다.

코테가와를 뒤로하고 서둘러 달려가보니 바닥에 생겨난 함정에 걸쳐진 양손이 보였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떨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
「무...무거워!」「히...힘내 리사!」와 같은 말을 하는걸 보니 여자애 한명에게 다른 아이들이 매달려 있는 상황인가보다.
다가가서 함정에 매달린 두 손을 잡는다.

"에?"

갑자기 손이 잡혀 의아한 여자애의 목소리를 넘기고 힘을주어 위로 들어올린다.

"우와?" "엣?" "꺄..."

매달려 있는 소녀들이 함정 모서리에 걸려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셋을 구조해냈다.
복도위로 무사히 올라와 주저앉은채 한숨을 쉬는 세명.
안심하는건 다행인데 모양새가 영 민망하다.

리사라고 불린, 청바지에 털코트를 살짝걸친 금발의 여자애는 스웨터가 엉망으로 이끌려 가슴계곡이 부각되어 노출되고 배꼽이 훤히 드러난 상태고,
안경을 쓴 짧은 트윈테일 소녀는 스커트가 밀려 올라가서 팬티가 드러난 상태였다.
하루나로 보이는 여자애도 마찬가지로 스커트가 파렴치한 상태.
...지적해주는게 나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뒤에서 코테가와가 달려왔다.

"아키츠군 무슨일이예요?"

"방금전 비명소리가 들려서 쫓아와보니 함정에 빠지려던 여학생들이 있어서 구했어."

"아...수고했어요 아키츠군."

코테가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이내 정신을 차린 소녀들이 일어서 인사를 한다.

"휴우~도와줘서 고마워요~."
"고마워-."
"고마워요."

"아,아니요. 별말씀을..."

오랜만에 들어보는 감사의 말에 당황해서 존댓말이 나와버렸다.
당황하며 서있는 날 쳐다보던 셋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침착한 듯 했다.
뭐, 사나운 인상의 금발 수염매니아라면 전교에 나밖에 없지. 그것도 꽤나 유명하고.
셋중 웨이브진 짧은 금발의 소녀, 리사가 입을 열었다.

"아키츠군 이군요? 1-B의."

"어? 으응 맞아. 나야."

"과연, 소문만큼 힘이 센 남자아이군요~. 덕분에 살았어요~."

웃으며 말하는 리사에게 긴장이 풀린다.
나름 염색도 하고 개방적인 분위기의 아가씨니까 내게도 편하게 말을 건넬수 있는걸까?
그런 생각을 할때 안경을 쓴 소녀, 미오가 내 뒤를 바라보았다.

"혹시, 뒤쪽의 사람은 코테가와씨?"

"네? 네. 맞아요."

"과연, 그 소문의 위원장이로군요."

"소문?"

이상한듯 쳐다보는 코테가와에게 미오는 말을 계속했다.

"1-B의 아키츠 료스케군와 코테가와 유이라면 학교내에서 꽤나 유명하니까요.
교내 제일의 불량과 통칭 정점 위원장 콤비.
둘이 묶어서 「미녀와 야수」라고 부르던데요?"

"어, 어째서 하필 이런 사람이랑..."

이런 사람이라고 하지마 코테가와!
나 상처 받는다고?!
미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뭐, 코테가와씨로선 맘에 안들지도 모르겠지만요.
항간엔 「맹수 조련사」란 별명도 돈다구요."

"뭔가요?! 그 이상한 별명은?!"

코테가와가 당황한듯 새된 소리를 질렀다.
몰랐었냐 코테가와...넌 이미 교내의 전설이야...
덕분에 학교에서 좀 튄다 하는 녀석들도 쉬쉬한다고.

자세한 내막을 들으려는 코테가와를 말린다.
슬슬 다른 사람들도 살펴봐야하고.

"이제 슬슬 돌아가자고 코테가와.
다른 함정에 걸린 사람들 중에서도 위험한 경우가 생기면 구해야 하니까."

"아...그래요. 아키츠군.
그럼, 저흰 이만 실례하겠어요."

서로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리사가 말을 건다.

"다른 사람들을 도우러 가는거야?
훌륭한 모습이군요~.
힘내요 멋진 소년~."

약간 날라리끼가 있어 보이면서도 어른스러운척, 아직은 앳된 모습으로 나를 아이 취급하는 대사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그래. 칭찬 고마워요 활기찬 아가씨.
파렴치한 행동만 자제하면 훨씬 매력적일꺼라고.

"...너도 멋진 아가씨야."

그나마 한마디만 해주고 어안이 벙벙해 보이는 리사를 뒤로한채, 코테가와랑 복도를 달려간다.
뭔가 에로틱한 의도를 가진게 아닐까 의심되는 함정들을 피해가면서 심각한 상황에 처한 학생이 없나 살펴본다.

그나저나, 코테가와의 선물은 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복도를 가득 메우며 굴러오던, 사람키의 두배만한 철구를 밀어내며 한숨을 쉬고 있을때 그때까지 조용하던 코테가와가 물어왔다.

"아키츠군은, 저런 타입의 개방적인 여학생들을 선호했던건가요?"

"......"





코테가와와 함께 학생들을 구조하면서 둘러보았지만 왠지 선물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만큼의 사람들이 준비한 선물들이라면 적어도 몇개는 보여야 하는데 이상할 따름이다.
코테가와도 약간 지친듯한 기색을 보이기에 지금은 복도를 걸으면서 함정을 피하고 있다.

-투타다다다다다!

그때 갑자기 연속적으로 들리는 소리에 발을 멈춘다.
실제 총소리와 달리 서바이벌 게임용 총에서 나는 듯한 소리다.
무언가 여러명의 발걸음 소리와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겹쳐 들린다.

「겨자탄」이라는 텐죠인 선배의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들리는 리토의 비명소리.

아무래도 텐죠인 선배가 경쟁자로 생각하는 라라에게 본격적인 공격을 가하는가보다.
주최측인 텐죠인 선배마저도 선물쟁탈게임을 망각하고 서바이벌게임처럼 행동하고 있어?!

「꺄악!」「싫어!」라는 다른 여선배로 여겨지는 비명을 들어보건데 리토와 함께 트러블에 얽힌것 같았다.

점점 가까워져 소리가 들려오는 문앞에 다다랐을때...
무서운 목소리 가 들려왔다.



「그래! 내가 개조해서 더 굉장하게 해줄께!」



개조? 업그레이드? 더 굉장해?
장담컨데 이 패턴의 결말은...

황급히 코테가와의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향한다.

"자, 잠깐만요? 아키츠군?"

"무언가 심각한 장치가 작동할 것 같아. 빨리 빠져 나가야해!"

방금까지의 움직임으로 지친 코테가와는 내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듯 힘겨워 하는 모습을 보인다.



「조금 셀지도 모르니까 조심해!」



라라의 목소리와 함께 지옥으로 향하는 헬게이트가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과연 「데빌루크」.
지친 코테가와의 발걸음에 맞춰 빠져 나가려면 시간이 맞지 않는다.

"코테가와. 실례할께."

"에엣?!"

코테가와의 어깨를 잡고 무릎안쪽으로 한팔을 넣어 들어올린다.
일명 「공주님 안기」로 코테가와를 들고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꺄! 뭐, 뭐하는거에요 아키츠군!"

놀라면서 내 얼굴을 밀어내는 코테가와를 달래면서 계속 발을 놀린다.

"자, 잠깐만 참아줘! 잘못하면 저택이 무너진다구!"

"네?"

----------!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무언가가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진동과 함께 건물 곳곳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아하하...이세계트립이벤트도 아니고, 난데없이 저택이 무너지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와서 코테가와를 내려놓고 허리를 펴자,
잠시후 저택은 굉음을 울리며 붕괴했다.
다행히 학생들은 모두 무사한 것 처럼 보였다.

「어라~ 좀 너무 강력했나...」

조금 수준이 아닌데요 라라님?
서바이벌 장난감총으로 저택을 붕괴시키는 데빌루크의 초과학력에 새삼스레 두려움이 느껴졌다.
라라의 오른쪽 어깨에 들린 선물보따리를 보니, 라라가 학생들의 선물을 모두 챙겨서 가져나온 것 같았다.
실내에 선물이 거의 안보였던건 그것 때문이었나?

저택이 무너진것에 망연자실하던 텐죠인 선배는
이윽고 눈에 불을 켜고 복수심을 불태웠다.
질리지도 않게 참 건강하시군요 선배님...



하여튼 라라가 보따리에서 선물을 꺼내 학생들에게 하나둘 나눠주기 시작했다.

도중에 나의 차례가 되었기에 선물보따리를 뒤지던 라라에게 소망하는 바를 말했다.

"저기... 기왕이면 네모난 막대모양 파란상자에 초록리본이 달린 선물상자를 주면 고맙겠어.
함께 온 친구의 선물이거든."

"그래? 아! 다행히 아직 있네. 여깄어~!"

웃는 얼굴로 선물을 건네오는 라라.
진심으로 고마워요 라라양, 당신은 역시나 '리토'의 천사입니다.
악마지만...

하나둘 선물이 돌아가고 어느덧 선물보따리가 바닥을 드러내었다.
라라가 마지막남은 선물을 들고 물었다.

"저기~ 마지막으로 하나 남았는데, 아직 선물 못받은 사람 있어?"

라라가 있는 쪽을 바라보니 붉은 리본이 달린 파란색 상자를 들고있는 라라가 보인다.
...아. 저거 내꺼잖아?

하필 저게 남았나 싶기도 하다가,
도중에 몇번 퇴짜라도 받았나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선물로부터 시선을 떼는 아이들이 보이는걸 보면 아마도 그게 맞을것 같고...
그러니까 결투장이 아니래두?
역시 농담같지 않은 농담은 하는게 아닙니다.

잠시 쳐다보고 있으려니 한명이 라라에게 다가간다. 코테가와다.

"아, 다행이네? 여기 선물~!"

"고마워요."

감사의 인사를 하고 선물을 받는 코테가와.
그리고 내쪽으로 다가온다.
조용히 마주보고 서서 코테가와는 입을 열었다.

"결투라면 받도록 하지요."

"아니, 농담이라니깐~"

"...풋-."

질린듯이 정색을 하는 내 얼굴을 보며 살짝 웃음이 새는 코테가와.
속였구나? 코테가와!

잠시 킥킥거리던 코테가와는 입을 가렸던 손을 내리곤 날 보며 말했다.

"농담이에요.
방금전 바로 나서지 않은건 미안해요.
그저, 누군가 당신의 선물을 받아줄 사람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에..."

코테가와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조금 놀랐다.
그럼 코테가와는 일부러 마지막에 선물을 받은걸까?

"혹시나 마음씨 좋은 누군가가 당신의 선물을 받았더라면,
결투장이었다는 말을 부정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어쩌면, 당신을 이해해 줄 친구가 생겼을런지도 모르죠."

"......"

"뭐, 오늘은 아키츠군의 운이 나빴다고 봐야겠죠.
좀더 학교 친구들과 사이가 좋아지도록 힘내보라고요."

"고마워 코테가와..."



코테가와의 배려에 웃음이 지어진다.
쓸데없는 농담으로 이상해진 시선들 때문에 신경을 쓰게 해버린건가.
하지만, 괜찮다고 코테가와.

이상한 오해를 불러오는건 어차피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그것도 1년이 지나가는 동안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잖아?
게다가 오늘은, 날보며 고맙다며 응원해주는 여학생들도 만났다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날 위로해주는 멋지고 상냥한 위원장이 눈앞에 서있잖아.

만족감속에 웃음 짓고 있으려니,
가만히 응시해오는 코테가와의 시선이 느껴진다.

"코테가와? 왜 그렇게 쳐다봐?"

의아한듯 물어오는 내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더니,
왠지 모르게 장난스러운 말투로 코테가와가 대답한다.

"당신...평소엔 좀 무서운 웃음이었는데,
방금전 미소는 꽤 괜찮았어요."

"...정말?"

"물론이죠 아키츠군.
눈매가 좀 사나워도, 수염만 깎고 머리만 단정하게 하면 훨씬 더 멋질꺼라고요."

"쓸데없는 첨언 정말 고마워요~."

농담같은 마무리에 서로 마주보며 작게 웃었다.

슬슬 코테가와를 배웅해주고나서 집으로 돌아가 선물을 열어볼까 생각할 때,
코테가와가 갑자기 떠오른듯 말했다.

"아, 그러고보니 아키츠군."

"응?"

"선물. 지금 뜯어보세요."

"어, 괜찮은거야?"

보통은 집에가서 뜯어보지 않던가?

"원래는 받는사람의 기대에 맞도록 쓰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된거 지금 열어보는게 나을거에요."

"그래? 그렇다면야...
그럼 코테가와도 지금 내 선물을 열어봐도 좋아.
원래 코테가와에게 건네주려 준비한거니까, 마음에 들지 궁금하기도 하고."

"에?"

코테가와가 준비한 선물에 대한 궁금증에 조심스레 리본을 푼다.
포장을 열어보니 곱게 접힌 작은 쪽지와 함께,
고양이가 귀엽게 디폴메되어 달린 예쁜 스트랩이 두개 놓여있었다.
아마도 커플을 생각해서 두개를 준비한 것 같았다.
간소하지만 커플용 선물을 준비했다니, 교내불순이성교제에 대한 강박관념이 많이 줄어든건가.

클래스메이트들과 사이가 비교적 원만한 덕분에 코테가와의 딱딱한 성격도 어느덧 많이 둥글어진 것 같아
내심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선물과 함께 놓여져 있던 쪽지를 펼쳤다.



「 당신에게 멋진 만남이 찾아오길

                       - 코테가와 유이 」




가만히 서서 쪽지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어느새 코테가와도 선물을 열어보았나보다.
선물상자속에서 나온 쪽지와 작은 고양이 인형을 들고 나를 바라본다.

"이건?"

"장난감 가게에서 고른 고양이 인형.
조그만 다람쥐 인형도 생각해 봤는데,
고민하다가 고양이 인형으로 골라봤어.
마음에 들어?"

"아...고마워요 아키츠군.
사랑스러운 인형이네요.
꽤나 센스가 좋잖아요?"

"마음에 든다면 나로선 기쁠따름이지.
나야말로 예쁜 스트랩 고마워.
그런데 두개나 준비하다니 커플들을 배려한건가?"

"커, 커플?"

커플이라는 말에 반응해 코테가와가 갑자기 당황한다.

"코테가와?"

"가,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건가요!
이건 그냥 친한 친구들끼리 사이좋게 쓰라고 넣은거라고요!"

과연 교칙준수 엄격단정의 코테가와...
그리고, 별로 나랑 코테가와가 커플이라고 한건 아니잖아...요?
지나치게 흥분하면 몸에 안좋아요 코테가와씨?

"음...그런 뜻이었구나."

"그래요! 아키츠군이 그대로 선물을 가져가도 방학중이라 건네줄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테고,
미안한 말이지만 아키츠군과 사이좋아 보이는 친구들도 알 수 없었어요.
그러니까..."

아아...그러니까.
선물로 받은 스트랩중 하나를 코테가와에게 건네준다.
코테가와가 설명을 하기전에 먼저 입을 연다.

"확실히, 지금 선물을 열어본 건 정답이네.
학교에서 유일무이한 친구인 코테가와에게 이 하나를 증정합니다."

"유, 유일무이라니. 과장은 필요없어요."

"진짠데?"

"아키츠군...당신 정말로..."

불쌍하다는 눈초리로 바라보는 코테가와의 시선에 당황한다.
아니, 지금은 불쌍하게 생각할 장면이 아니지?
보통 이럴땐 나의 우정에 감동해줘야 하는거 아냐?

"저기, 아무튼 받아줬으면 좋겠는데...요?"

"아, 그래요."

코테가와가 손을 내밀어 스트랩을 받는다.
자리에서 각자 핸드폰을 꺼내 선물로 받은 고양이 스트랩을 한쪽에 장식한다.
장식이 끝나고 서로의 번호를 교환하면서 생각한다.

이것으로 부모님외에도 번호를 아는 사람이 생기게 됐구나.
당연하지만 등록번호는 전부 3개입니다. 하하하.

번호 교환이 끝나고 코테가와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착각은 하지 말아요.
스트랩이나 번호 교환이 있었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어디까지나 친구로서니까!"

"아하하, 고마워 코테가와~"

"제대로 이해한거에요?"



건성으로 대답하는 듯한 내 모습에 코테가와가 따지듯 달라붙는다.

보통으로 접해오는 소소한 대화속에 마음이 편안해져 온다.
무너진 저택을 배경으로 선물로 소란스러운 학생들의 들뜬 목소리 속에 느껴지는 즐거움이 기분좋아서,
나를 바라보며 당황하는 코테가와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간지러워서,
긴장이 풀리며 졸릴듯 나른함을 느끼는 가운데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밤도 늦었기에 코테가와를 집앞까지 바래다 주다가,
집앞에서 마주친 코테가와 오라버니에게 하마터면 맞을 뻔 했다.
순진하고 귀여운 여동생을 꼬시는 악질 놈팽이로 보였나보다.
당황한 코테가와가 말리면서 겨우 진정하는 분위기였지만,
터무니 없다는 듯이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오빠의 시선에 주눅들 따름이었다.
인간관계VS수염깎기.
궁극의 선택에 진지하게 고민한 순간이었다.





「 행복한 날들이 계속되길 바라며

                       - 아키츠 료스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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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코테가와의 오빠 이름은 코테가와 유우.

금색의 어둠, 통칭 '야미'는 다음편에 등장할 예정입니다.
(본편에서도 크리스마스 파티가 끝나고 바로 다음편에 등장하지요.)

원래는 바로 야미편으로 넘어갈까 했는데,

기껏 나온 크리스마스를 공으로 날려보내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적어도 크리스마스or신년맞이는 둘중 하나는 챙겨야 하고,
발렌타인&화이트 데이는 둘다 챙겨야 하는것이 기본.

생일? 캐릭터들 생일을 모르고 작중에 히로인 생일은 하루나밖에 안나온것 같으므로 생략.
생일이 나온적 있다고 기억나는 등장 인물은 리토, 하루나 단 둘뿐.(더 있던가요?)

p.s. 저번편에서 미캉의 장보기를 도와주기 위해 미캉의 집전화번호를 얻는건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미캉은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지 불명이기에 집전화번호만 서로 아는 사이로 현재 설정되었습니다.

p.s.2. 2~3편 뒤면 2학년으로 넘어갈껍니다.

p.s.3. (미캉 히로인 추가설에 대한 답변)

이중에 미캉에 한번도 모에하지 않은자 나에게 돌을 던져라. ㅇ<-<



츳크미 님// 수염성인 드립이 또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설마 데빌루크 성인들처럼 수염이 성감대라던가 하는 개그가 나오면 주인공은 아마도 죽고싶을 겁니다.-ㅅ-;

트러블 원작이 러브코미디다 보니 배틀계열의, 그것도 남성인 저스틴은 그저 보조적으로 재미를 주는 역할 이상을 못보이죠.
하지만 저스틴은 자기 나름대로 만화가로서 등단도 하고 여러모로 지구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이므로 개인적으로는 응원하고 있습니다.
저스틴에게 반해버린 텐죠인 사키 아가씨랑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라이세네프 님// 트러블 원작의 커버 페이지들에서 보여주는 미캉의 색기는 그야말로 범죄적인 레벨입니다.
수많은 이들을 번뇌의 늪에 빠지게 한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가라앉혀 버렸지요.
정말로 작가님이 엄청나게 공을들여 밀어주신다는 느낌이 팍팍!

핑크게마 님// VIPPER들은 모든 곳에 존재합니다.
혹시 옆을 걷는 낮선 사람이 바로 그일지도 몰라요?^^;

kero군 님// 연풍이 금단을 소재로 완결까지 밀어붙인 용기에 감탄했고,
루이스 캐럴과 같은 신사를 느끼는 글이 없다는 사실에, 삼차원적으론 동의하지만 이차원적으론 납득할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추신3에 붙여 바닥에 드러눕습니다.
게다가, 말하지만 이건 19금 작품이 아닙니다!

열혈의그라프아이젠 님// MP3에 민대풍 태마곡 담아둔 상태지요.
가끔씩 생각나면 듣고 있지요^^;
피구왕 통키중에서 가장 멋지고 인상깊었던 슛은 저에겐 역시 회전회오리 슛.

프라가라흐 님// 지나치게 배려를 하다가 분위기에 흘러가다보면 어느새 텐션이 높아지는 타입의 주인공이죠.^^;

적월립견 님//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작가가 불쌍하게 만들 소재가 떠오르지 않는 날은 비교적 무난하게 보낼 수 있을껍니다.

BlueGlass 님// 미캉은 귀엽지요. 트러블을 보는 이유의 1/3은 미캉입니다.

착한녀석 님// 각 연령대별로 퍼지는 소문이 약간씩은 다르겠지만요^^;

사심안 님// 정말 귀엽습니다.
원래 웨이브진 머리는 취향이 아닌데도 그걸 가차없이 깨버린 아가씨;;
트러블 캐릭터중 가장 먼저 좋아하게 된 인물을 고르라면 미캉입니다.
나이가 좀더 들면 확실히 어른스러운 연애도 하면서 좋은 만남을 그릴수 있겠지요.

『레이』님// 사실 오해할 소재가 따로 생각나지 않으면,
주인공도 구르진 않습니다.
다만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구르도록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할뿐이죠.(-3-)a

월야의주민 님// 주인공 개인적으론 즐겁게 사는것이라고 만족하니 뭐, 괜찮은 삶이겠죠?^^;

Albion 님// 주인공에게 '눈빛만 주고받아도 마음을 알수 있다'는 만화 보정은 거의 안통합니다.
뭐, 흉악하다는 이미지로 판단하지 않고, 특이한 얼굴이네라고 판단해준다면 따로 나쁜놈 소린 안듣겠죠.

BlueGlass 님// 사람과 다른 우주인들도 있으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뭐, 야미의 경우 징그럽고 촉수같은 생물체를 싫어하는걸 보니 외모에 대한 좋고 싫음은 있는것 같지만요.^^:

광명군 님// 친구만 늘려선 연애는 어느새월에?;
러브코미디가 되도록 해야겠죠.^^;

민트박하 님// 미캉 최고입니다=ㅅ=b

lunation 님// 트러블에 누님같이 평온한 인상을 주는 타입의 여성이...음? 있던가?
저로선 미캉네 담임이신 닛타 하루카 선생님이 연상중에는 가장 선호하는 타입이지만요.

MirrorSeaL 님// 나올 가능성도 없진 않을껍니다.
네. 아마도...
제가 소재가 떠오르고 적절히 끝맺음할만큼 플롯이 나온다면 그렇게 해도 되겠지요^^;

Dietrich 님// 그것을 아는 당신은 나의 마음의 벗.=ㅅ=b

열혈의그라프아이젠 님// 사실 만화에선 나이는 상관없지요.
러브코미디 읽으면서 우리가 보는건 외모 아니던가요? 0ㅅ0(말똥말똥)
미캉 귀여워요 미캉.

휴트랑 님// 사단계까지 가면 수염이 사라지고 머리카락이 검게 물들지도 모르겠군요^^;

蛟河 님// 동정해주시면 주인공이 감사할껍니다.^^;
얘는 조그만 일에도 고마워하는편이라서요~;

카르나스필 님// 감사합니다^^
에피소드 하나 맨땅에 헤딩하면서 만들기는 진짜 힘드네요=0=;
써놨던 에피소드들 몽땅 파기할땐 정말 막막하던ㅜㅡ;
뭐, 결국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니까 이젠 상관없지만요^^;

세단타 님// 트러블 세계관상으로 '기'라는 것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에서 나오지 않을껍니다.
초능력과 같은 이능은 존재하는데 '기'는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가르쳐줄 스승이 없었기에 못쓰지요^^;(스승이 없이는 왠만해선 저런 기술들 못만들죠. 일대종사급이 아니고서야^^;)
주인공은 순수하게 육체능력으로 싸웁니다.
그래도 '기' 대신에 가끔씩은 비현실적인 능력들 있잖아요?
귀가 밝다던가, 공던진게 회전회오리슛처럼 쏘아진다던가 하는건 충분히 비상식이니...^^;

에아노르 님// 트러블에서 색기로 따지면 미캉이 가장 우위죠.

리토는 두사람에게만 애정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다른사람들이 보내오는 관심은 잘 모르죠.

리토가 라라의 발명품에 당하는 시나리오는, 가끔보면 리토가 자처하는 경우도 좀 되던=ㅅ=;;
역시 리토는 주인공에 어울리는 성품입니다.

신작 님// 잘보셨다면 감사합니다^^
트러블 만화책 보다가 미캉에게 색기를 느껴보지 않은자는 저에게 돌을 던져도 됩니다.(=3=)

CloudAngel 님// 만화속에서 여성의 연령은 장식이지요.
미캉은 중학생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성숙해 보이니까요.
게다가 옷입은 패션이라던가 스스로를 꾸미는 모습은 패션모델 저리가라입니다.
원작에서 가장 패션센스가 뛰어난 히로인-_-b

2학년땐 리토들과 같은 반이 되어야겠죠.
원작에서 다른 반으로 헤어진 렌녀석에겐 애도를...

아이야 님// 미캉 귀엽죠. 저도 좋아합니다(=w=)
사실 현재시점에서 소재상으로 등장할 여성들이 적기도 하고,
접점이 있는 여성이 코테가와랑 미캉 둘뿐이라 이렇게 전개가 됩니다.
이후 2학년이 되면 좀 다양하게 나오겠죠 아마...?

리안쿼스더 님// 원래 생각해둔게 있었는데,
그쪽으로 나가면 따로 생각해둔 다른 이야기와 충돌되는 면도 있고,
뭐랄까, 좋아하는 여자애가 하나로 고정되어 버릴 가능성이 좀 높기때문에, 지금은 어떻게 적절히 고쳐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우선은 계속 연재를 하면서 찬찬히 생각해봐야겠죠.
완결쯤에는 벗는건 아마도 확실할겁니다.

kilou 님// 헛?!그 발상은 없었다?!
생각해봐야 할 문제일지도 모르겠네요.
평소에 야미는 어디서 지내고 있는지가 관건이네요.
...룬이 우주선에서 살던것처럼, 야미가 따로 살고있는 우주선이라도 있으면 애초에 숙식은 선택사항에서 제외되지만요.

닷식스[......] 님// 인격, 위격에 해당하는 극중의 '연기'라는 의미일까요?^^;
혹여나 페르소나 게임이었다면 해보질 않아서...쿨럭쿨럭^^;

블러드카니발 님// 동의합니다~.
아, 야미도 좋아해요.
그외 다른 아가씨들도 비중만 더 높았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했을지도 몰라요.

우선 글쓰는데는 제 개인적인 취향보다는 개성적이고 시나리오상 튀고, 주인공의 생활경로상에서 접점이 생기는 아가씨들이 중심이 될수 있겠지만요.

이매진 님// 이번편을 쓰기전에,
문화제때 수염 밀어버리는 이벤트를 생각해봤는데,
뭔가 억지스러워서 파기해버렸습니다-_-;
다름 기회를 기다려 봐야지 않을까 합니다.

아르곤 님// 코테가와에 의해서 강제로 밀리지는 않을겁니다.
코테가와가 원인이 되어서 주인공의 수염이 사라지게 되는 경우는 생길 가능성은 있지만요.
굳이 코테가와가 아니더라도, 수염이 사라지게 만들 계기가 되는 대상은 누구라도 가능은 하니까요^^;

Dolphin 님// 초등학교 6학년때 사고가 발생했던것은 짧게는 하루에 1~2번, 길게는 일주일에 한번이었습니다.
엄청나게 당하려면 무언가 악운이 겹쳐서 와야하는데(일주일치가 하루만에 쏟아진다던가),
만약 그러한 상황을 재현하는 이야기를 꾸미려면, 제가 생각을 좀 해봐야 할듯...^^;

(4화 추가 리플답변)

아르곤 님// 주인공이 성별반전 기계와 접촉할 계기가 있다면
외관에 대해서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암튼, 적어도 여성얼굴에 털이 나도록 할 만큼 몰상식 하지는 않습니다.^^;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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