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승리한다!」

악당을 쓰러뜨린 히어로들이 위풍당당히 외치는 걸 보고 '멋지다!'하고 감탄했던 어린시절.
하지만 어릴적 내가 맡던 배역은 언제나 악역.
쓸데없이 예리한 눈매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었다.
지금에 와서 떠올리자면 그저 약간 아쉬움이 남는 어린시절의 추억일 따름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느냐고?
난데없이 저 결정대사를 들을 처지가 되었으니까.
그것도 당하는 입장으로.

...대체 어째서 이렇게 된거지?





"심심하다......"

등교하지 않는 주말동안은 시간을 보내기가 지루하기 그지 없었다.
기껏 고교생활동안 즐거운 학창시절의 추억을 만들자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데,
하루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건 그야말로 모순.
주말동안 같이 지낼 녀석들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그렇다고 해도 나, 친구 없잖아?
코테가와 한테 연락하는것도 논외.
주말에 여자애한테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다니 그거 무슨 헌팅?

설사 내가 사고회로가 반쯤 망가진채로 코테가와에게 전화를 했다손 치더라도,
보나마나 「파렴치해요!」라고 외치면서 교내불순이성교제의 부당함을 나에게 피력할 것이란게 불 보듯 뻔하다.
결정적으로... 애초에 나, 코테가와 번호 몰라.

미캉역시 논외.
심심하답시고 11살 초등학생 여자애랑 놀려고 꼬득이는건 내가 정말 비참하잖아?
16살 먹은 오빠가 11살 동생보고 놀아달라고 하는 구도는 죽어도 하기 싫다.
게다가 마찬가지로 전화번호를 모르므로 제외.

리토와 안면이라도 있었다면 어쩌다 번호라도 알수 있었겠지만,
미캉과의 첫만남때 기껏 리토의 이름까지 들어놓고선 아직까지 리토와 서로 얼굴을 대면한 적도 없다.

...나 진짜로 인간관계가 위험?

고교 1학년의 절반이 지나가려는 시점에 있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동급생 여자애 1명과 11살 소녀 한명이라니 이 무슨 농담?
전화 걸 상대도, 그렇다고 전화 올 사람도 없고, 덕분에 집안에만 있으면 심심해!
부모님은 해외에 계시느라 해외통화에는 조심하는 편이고.
그렇다고 이대로 입다물고 방안에 틀어박혀 있다면 외로워 죽을거 같다고요...



그래서 주말동안 동네 구경이라도 해볼까 싶어서, 평소의 교복이 아닌 가벼운 차림의 여름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운좋으면 미캉이라도 만날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상점가를 우선 돌아봤지만 소득은 없었고,
근처 놀이터에 잠시 들러 쉬려고 한것도 아이들이 도망칠것 같아서 그만 뒀다.
이래저래 갈만한 곳도 없어 적당히 발걸음을 놀리고 있으려니 어느새 도착한 공원.
통칭 「러브러브공원」으로 불리는 마을의 명소였다.
밤만되면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로 북적이는 것으로 유명한 공원.

몇년전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시끌벅적한 매력을 풍기는 곳이 될꺼라고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공원을 점령하다시피 눌러앉았던 불량그룹들과 패싸움을 벌이던 옛기억을 떠올리며 내심 감탄했다.
그때의 삭막했던 공원 분위기와 달리 깨끗한 공원바닥과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공원 하나가 바뀌는덴 반년도 안걸렸으니...

낮시간이라 그런지 공원은 배회하는 연인들보다는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나온 아이들의 뛰어노는 모습으로 활기차 있었다.
처음만나는 아이들끼리 거리낌없이 이야기를 한다거나
어느새인가 무리를 지어 놀이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활기 넘치는 공원의 분위기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천천히 걷고 있으려니 두런두런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저기 저 사람 좀 봐.」
「야쿠자인가? 풍기는 분위기가 장난이 아닌데?」
「애들이랑 놀려고 공원에 왔더니 난데없이 왠 험악한 인상의 사람이 돌아다니다니...」
「저 흉악한 얼굴 보여? 무슨 수배범 같은거 아닐까?」
「설마 그럴리가...」
「애들보고 저사람한텐 가까이가지 말라고 얘기해줘야 겠어요.」

나는 시크한 양아치.
하지만 아이들에겐 상냥하겠지.

다만, 소망과는 달리 이해받기는 무리일 듯 합니다.

쓸데없이 예민한 귀가 이럴땐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
한가하게 기분전환이나 하러와서 이게 뭔 일인지...

몰래 한숨을 내쉬며 산책을 하고 있으려니 앞에서 무언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바라보니 여려명의 사내아이들이 모여서 저마다 독특한 자세를 잡으면서 떠들고 있었다.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레드는 나야!"
"누가 나쁜놈이야?"
"괴수 역할은 누구?"

아, 히어로 놀이인가?
어렸을때 보았던 히어로물을 떠올리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저마다 주인공을 하려하고 나쁜역 맡기 싫어 하는건 그 나이대 사내아이들이 공통적인 모습이지.
응응 수긍하며 걸음을 계속 옮기는데 그 아이들중 한명이 이쪽을 쳐다봤다.

"아! 저기!"
"응?"
"왜그래?"
"뭔데?"

갑자기 눈이 동그래 지면서 나를 가리키는 아이의 손가락을 보면서 갸웃하는 나.
내 뒤에 뭔가 있나 싶어서 슬쩍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 어마뜨거라 하며 시선을 피하는 사람들뿐이었다.
이거 아무래도 나를 가리키는것 맞지?
다시 시선을 아이들에게로 돌린다.
보통이라면 시선을 마주치기만 해도 울면서 달아날꺼라는 내 생각과 달리 녀석들은 오히려 시선을 고정시키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윽고 자기들끼리 의견을 일치시킨듯이 손에든 막대기와 장난감 총, 공같은걸 든채로 나를 가리키며 외쳤다.

"「수염성인」이다!"

"엥?"

난데없는 외침에 어리둥절하고 있을틈도 없이 아이들은 쉴새없이 떠들었다.

"지구를 침략한 우주인을 무찌르자!"
"내가 바로 레드다!"
"수염성인에게 정의의 심판을!"
"전설의 검을 받아라!"

그리고는 저마다의 장난감을 들고 당황해하는 내 얼굴을 무시한채 달려오기 시작했다.

초등학생이 무서워 하는건 중학교 깡패.
중학생이 무서워 하는건 고등학교 깡패.
초등학생 악동들에겐 고등학교 깡패는 그야말로 밥.

「오늘부터 우리는」에서의 대사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내가 당황하거나 말거나 이윽고 내 눈앞까지 달려온 녀석들은 힘차게 장난감과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받아라! 필살 광선검!"

"으앗?!"

엉겁결에 몸을 옆으로 빼서 아이의 일격을 피했지만, 덕분에 아이들은 더더욱 기세가 등등해진 느낌이었다.

"과연 수염성인!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되겠군! 이 레드가 심판해주마!"
"야! 내가 레드 할꺼라니까!"
"곰같은 힘이여 솟아라!"
"이야압!"

"으다닷?"

다시한번 덤벼드는 아이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산책하다가 이게 무슨 봉변이야...
너희들 이러다 큰일난다.
멀리서 당황하는 어른들이 보이지도 않는거냐?
숨넘어가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계시다고?
어른을 걱정하게 하는건 나쁜아이입니다.

"이익! 피하지만 말고 얌전히 정의의 심판을 받으란 말야!"

정의로운 소년은 지나가는 사람을 놀이에 말려들게 하거나 하지 않아요.
어찌됐든 지켜보는 어른들의 걱정도 신경쓰이고,
계속해서 피하는 나에게 분한듯 덤비는 아이들도 적당히 해결해야 겠기에 잠시 아이들을 멈출 필요를 느꼈다.

"자...잠깐! 타임!"

뒤로 물러나며 손을 들어 타임을 외치는 나를 보며 다행히도 멈추는 아이들.

"무슨 속셈이냐 수염성인?"
"드디어 포기하고 심판을 받을 생각이 든거냐?"

...아무튼, 아이들에겐 친절하고픈 나로서는 분위기를 읽어주는 상냥함을 보여줄때다.
악동들이지만...
적당히 악역을 연기한뒤 공격을 받고 쓰러지는 걸로 아이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고 마무리를 할까.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웃는다.
그리고는 다리를 살짝 벌려 왼손을 허리에 얹고, 오른팔을 좌측 상단으로 치켜들며 포즈를 취하며 선언한다.

"아하하하하! 이 몸의 정체를 잘도 눈치채주었군.
그렇다! 이몸이야 말로 「수염별」에서 온 「수염성인」!
지구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수염으로 뒤덮기 위해서 파견된 우주의 전사다!"

순간적으로 아이들의 눈이 반짝거리더니 의기양양한 태도로 저마다 외친다.

"네 이녀석! 그런짓이 용서된다고 보는거냐!"
"이몸이 정점이다!"
"마리○짱에게 수염을 나게 한다면 가만두지 않을테다!"
"네녀석의 음모! 우리가 부숴주겠다!"

키득키득-.

주변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드, 들었니? 풉...수염성인이래.」
「지...진짜 적절해. 푸흐흐. 저 깡패 얼굴의 수염 좀 보라고.」
「세상을 수염으로 뒤덮는다는데?」
「아, 아하학. 수염별은 또 뭐야?」
「상대하던 애들이 완전 신이 났는데?」
「저 깡패, 의외로 분위기를 잘 맞추잖아?」
「그러게 킥킥. 왠지 저 깡패 즐기는거 같지 않아? 저봐, 포즈까지 취하는데?」
「'남자의 마음은 언제까지고 소년입니다' 같은거?」
「그래그래. 장난꾸러기 악동이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다고.」

이봐요들...
긴장푼건 좋은데 그렇다고 다들리도록 풉하는 소리 내지마요.
거기 어머님! 입을 손으로 가리고 있는데 웃고있는거 다 들리거든요?
거기 멋진 형이랑 예쁜 누나. 커플이면 커플답게 연애를 해야지 애들 놀이 보면서 웃지말고!

나도 사내아이야... 멋지게 분위기 잡고 싶은걸.

낯이 뜨거워 지는걸 느끼면서도 어떻게든 대사를 계속한다.

"핫핫핫! 너희처럼 용감한 녀석들이 지구에 있었다는건 정말로 의외다.
이렇게까지 나를 몰아붙일 줄이야 지구도 과연 무시할수 없군."

"당연하지! 지구를 우습게 보지마라!"
"네 음모는 여기서 끝이다!"

아이들의 기세가 높아지고 클라이맥스를 맞아 결전의 분위기가 되었기에,
나도 슬슬 마무리를 지을까 생각할 때,
갑자기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 료스케 오빠?"

"엥?"

예상치못한 익숙한 목소리에 목이 꺾어져라 고개를 돌려보니,
짧은 반바지에 흰색 원피스를 맵시있게 차려입은 미캉이 메마른 미소를 띄며 서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공원에 놀러온듯, 약간 떨어진 곳에선 동급생으로 보이는 또래 소녀들이 보였다.
미묘한 표정을 짓고 나를 바라보는 소녀들의 모습으로 보건데 방금까지의 내 작태를 다 지켜본것 같았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미캉에게 이런 유치한 모습을 들키다니!
어떻게든 빨리 마무리 지으려고 미캉을 향해 입을 연다.

"저기, 곧바로 끝나니까 신경쓰지마."

"아...그럴께요. 힘내세요 료스케 오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어떻게든 대답을 하고 돌아서려는 미캉을 배웅하려는데 갑자기 꼬맹이들이 외쳐대기 시작했다.

"빨리 도망쳐 누나! 그녀석은 사악한 수염성인이야!"
"지구를 지배하려는 무시무시한 수염별의 악당이라고!"

"에?"

어리둥절해하는 미캉을 무시하곤 열심히 도망가라고 외치는 꼬마 녀석들.
...이건 그 패턴이지?
내 안의 영혼(ghost)이 분위기를 읽으라 속삭였다.
그러므로, 좀더 이야기를 끌기로 했습니다.

"실례."

"네?"

재빨리 미캉의 뒤로 돌아서 어깨에 손으로 잡고 뒤로 끌어당기며 다른 한손으론 미캉의 한쪽팔을 조심스레 등뒤로 구부리곤,
아이들을 향해 한껏 못되보이는 미소를 짓고는 협박한다.

"음하하하하! 지금 이 소녀의 생명은 내 손에 달려있다!
소녀의 목숨이 아깝거든 얌전히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라!"

내 가슴에 머리가 기대어진 상태로 갑작스런 전개에 당황한 미캉이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뒤에서 응원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미캉- 기운내-!」
「사악한 수염성인의 위협에 지지마!」

같이 놀러온 여자애들이 분위기를 읽고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정말 재밌게 즐기는거 같네...
근데 그렇게 웃음을 참는 표정은 짓지말아줘. 부끄럽잖아.

미캉도 친구들의 대사에 반쯤 체념한 표정으로 순순히 이 웃기는 인질극에 따라주었다.
조용히 한숨을 쉬는게 들리지만...
조숙한 미캉인지라, 지금 이렇게 노는 내 머리가 불쌍해 보인다.

내가 자기비하를 하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분한 표정을 지으며 저마다 떠들어 대었다.

"크윽! 인질을 잡다니 비겁한!"
"사악한 녀석!"
"관계없는 소녀를 인질로 삼을 줄이야."
"네녀석! 부끄럽지도 않느냐!"



부끄럽습니다.

양아치같은 모습을 한채로 코흘리개들한테 휘둘리고 있는 지금 상황이 부끄럽고,
주위에서 더욱더 흥미진진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부끄럽습니다.

「힘내라 꼬마 아가씨!」
「사악한 수염성인에게 지면 안돼!」
「저 애들이 지면 지구는 모두 수염으로 덮힌다고!(웃음)」
「녀석의 수염으로 지구가 위험!」

친절하게도 분위기를 띄워주시는 공원의 여러분 고마워요.
하지만 적어도 그 수염성인 운운은 좀 안해주시면 안될까요?

쉴새없이 밀려오는 부끄러움 때문에, 칼도 안박힌다는 내 얼굴이 결국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어째서 이렇게 스케일이 커져버린거지 하는 생각을 하며 시선을 바닥으로 향하다 기겁했다.

방금전 인질로 잡으면서 뒤로 몸을 당겨진 미캉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린 채로 등을 내쪽으로 기대고 있었는데,
미리 변명하자면 뭐랄까, 미캉과 나의 키 차이랑 미캉의 등뒤로 굽혀진 팔이 문제가 되었다.
햇살로 인해 살짝 땀에 젖은 목덜미와 훤하게 노출된 어깨라든가,
어깨로부터 내려오는 레이스가 가슴으로 V자 모양을 이루며 깊게 파여 있어 섹시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매력을 뽐내고 있는 가운데,
결정적으로, 인질로 잡히는 연출을 하는 도중 살짝 벌어졌던 원피스와 속옷이 꺾어진 팔로 인해 등이 밀려지면서 더욱 벌어져 버렸다.
원피스와 속옷 아래로 부드럽게 골짜기를 이룬 매끄러운 피부가 깨끗이 비쳤다.
허리쪽 밴딩 처리된 부분이 보일정도로 원피스가 벌어진걸 미캉은 알고 있는걸까?

홀린듯이 도저히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슬쩍 한숨을 내쉬는 미캉의 모습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이거, 진짜 위험해.
어떻게 봐도 11살이 11살이 아닙니다.
대체 어째서 이렇게까지 묘한 색기가 느껴지는건가요?
방금전까지의 장면을 의식한 덕분에, 서로 몸을 대고 있는 상황에서 내 다리에 닿은 미캉의 피부의 감촉이 느껴졌다.
솔직히 아까전부터 핫팬츠같은 반바지덕에 드러난 허벅지의 모습만으로도 곤란한데 이 촉감까지 전해오는건 반칙이라고!
아까까지 홀려버린 장면과 지금도 느껴지는 허벅지의 감촉에 얼굴이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고 있는 미캉에겐 들키진 않았는데...

민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슬쩍 옷매무새를 가다듬어줄까도 싶었는데,
함부로 여자애의 옷에 손을 대는것도 입장적으로 위험하고,
방금 전의 시선을 들키기라도 하면 미캉과의 관계는 그야말로 끝장이다.
살며시 미캉을 약간 앞으로 밀어내었다.

"료스케 오빠?"

약간 의아한듯이 나를 바라보는 미캉의 시선을 슬쩍 피하면서 조용히 변명했다.

"(아니, 약간 몸자세가 불편해서 고치려고...
너도 잡혀있느라 옷에 주름이 지거나 하진 않았어?)"

은근슬쩍 옷매무새를 지적해주면서 미캉이 스스로 옷을 가다듬도록 유도했다.

"아,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료스케 오빠."

웃으면서 살짝 옷을 여미는 미캉을 보며 사과했다.
미안. 내가 신경쓴건 너의 그 정체모를 색기야.
하마터면 윤리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비상사태가 벌어질수도 있었다고.
다행스럽게도 여러사람들의 시선도 있고, 최근들어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 위기감을 느꼈는지 나의 아드님도 얌전히 자중하고 있는 상태.
목아래가 근질하면서 혈류속도는 무지하게 빨라졌지만.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미캉을 바라보면서,
거짓말로 미캉을 속인 죄책감과 아까전 느낀 배덕감 속에서 등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생각했다.

방금전 매력은 여동생이라든가 연하라든가
그런 하찮은 게 절대 아냐.
더 무서운 것의 편린을 맛 보았다고...

아무튼 내 혼란한 심정과는 상관없이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되었고,
눈앞에선 인질극을 해결하려고 작전을 짜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적당히 상대하다가 뒤로 접근하는 녀석이 있다면 모른척 당해주고 미캉을 놓아주도록 하자.
그리고 최후의 일격을 받고 끝이다. 응, 그런 전개로 가자.
얌전히 작전이 끝날때까지 기다려주면서, 분위기를 띄울겸 아이들을 도발한다.

"후후후, 무엇을 주저 하는가 용사들이여.
나는 사악하고 비열한 수염성인.
인질이 희생되는 것은 원치 않겠지?
인질의 목숨이 아까우면 체념하고 순순히 항복-"



퍼-억-!



순간, 강력한 충격을 받고 멀리 튕겨져 날아가버린 나.
꼬맹이들의 장난같은 공격이 아닌, 보통으로 전해져오는 충격에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공원의 나무둥지에 처박힌 채로 고개를 들어 바라본 나는 순간 현기증을 느꼈다.

"료스케 오빠?!"

놀라서 나를 바라보는 미캉을 무시하고 정면을 응시한다.
뼈갑옷을 연상시키는, 하얀 장식으로 가득한 검은 복장위에 망토를 두른 금발의 미남과, 검은색 안경을 쓴 험상궂은 분위기의 정장의 거구들.
험악한 분위기에 안어울리게 한손에 만화 원고가 들어간 봉투를 들고있는것이 아무래도 리토네 아버지에게 가고 있었나보다.

"네 이놈! 감히 미캉님을 인질로 잡다니!
이 저스틴이 용서하지 않겠다!"

돌발상황 발생!

데빌루크 왕실의 친위대장 저스틴과 그를 따르는 에이전트들.
아직까지 지구쪽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애들 놀이를 오해한건지,
아니면 방금전의 인질극과 내 외모를 보고 실제상황이라고 판단해버렸는지 나에게 보내는 시선이 뜨거울 지경이다.

"자, 잠깐만 저스틴씨! 대체 이게 무슨?"

"물러나십시오 미캉님. 저 수염성인이란 놈은 저희들이 반드시 심판하겠습니다."

"오해예요! 그런게 아니라고요!"

"네?"

미캉의 만류에 방금전의 기세를 멈추고 어리둥절한 저스틴.
갑작스런 전개에 당황해하는 아이들과 지켜보던 관객들의 모습이 보인다.
살벌한 인상의 에이전트들에 위축되는 사람들도 있는것 같다.
이렇게 어색하게 끝나서야 아이들이 날뛰던 공원의 분위기가 영 엉망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즐겁고, 사람들은 저마다 웃으며 지내고,
한번 시작된 히어로물은 제대로 마무리짓지 않으면!

방금전 좋던 분위기를 끝까지 한번 유지해 보자고.
저스틴과 에이전트들에겐 수고를 좀 부탁하지만요.

잽싸게 일어나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저스틴을 가리킨다.

"아하하하하하! 드디어 나타났구나 네녀석들!"

"료스케 오빠?"

상처하나 없이 멀쩡한채로 일어나 연극조 대사를 해오는 내 모습에 놀라는 미캉을 무시하고 말을 계속한다.

"그래. 내가 바로 수염별에서 지구를 침략하러 파견된 수염성인이다!
꼬마 용사들을 도우러 우주에서 온 자들이여,
감히 인질을 구하고 내 일을 방해하다니 각오는 되어 있겠지?"

상처하나 없이 멀쩡한 나에게 어느덧 주변사람들은 안심하는 모습이었다.

「방금 봤어?」
「응, 정말 대단하던데? 저녀석 훨훨 날아가더라고?」
「서로 아는 사이같던데 분위기를 파악하고 참가한건가?」
「그러고보면 저 이상한 패션의 갑옷, 아예 작정하고 연극하러 온거 같은데?」
「유치하게 논다고 생각했는데 방금전은 정말 박진감 넘쳤어.」

그야 연극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니까.
아이들과 사람들의 긴장이 완화된것을 느끼곤 조금씩 몸을 풀기 시작한다.
그런 나에게 다가와 말리는 미캉.

"자, 잠깐만요! 료스케 오빠!
저스틴들은 보통 사람이 아니에요!
함부로 덤비면 위험하단 말이에요!"

그야 우주인이니 보통사람은 아니겠지.
나도 이상한 사건들을 겪는다는 점에선 보통이 아니지만...
걱정해주는 미캉의 마음이 고마웠기에 약간의 진심을 담아 연극을 계속한다.

"날 걱정해주는거니? 친절한 지구인 소녀여.
인질로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신경쓰다니,
지구는 정말 상냥한 곳인가보구나..."

"네? 아니..."

한번 시작했으면 제대로 마무리를 지어야지.
그리고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물러서렴. 예쁜 아가씨.
그리고 방금전 일은 정말 미안하구나. 용서해다오."

"괘, 괜찮아요. 저도 동의한 일이고.
그리고, 그건 진심이 아니었잖아요?"

"...상냥한 너의 앞길에 축복이 있기를."

미소지으며 미캉의 머리를 슬쩍 쓰다듬어준다.
이렇게보면 뭔가 마지막에 와서 개심한 악당의 슬픈 최후씬처럼 보이지만.

"료스케 오빠..."

이상하게 눈물이 맺힌 미캉의 얼굴에 당황했다.
설마해서 말하는거지만 이거 연극이야? 알고있지 미캉?
데빌루크 성인이니 뭐니 외견따라 대충지은듯한 이름의 우주인들 때문에 그런건진 몰라도,
수염성인 같은거 없다고? 아마.

감정을 추스르며 미캉에게서 떨어진 나는 저스틴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미캉의 행동으로 어리둥절했던 저스틴들이기에 방금전보단 약간 가라앉은 분위기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평소에 보여준 바보같을만큼 적극적인 행동력으로 여기 분위기를 띄워주길 바래.

"자, 이제 승부를 내도록 하자!
나의 열세는 명백하지만, 여기서 물러나기엔 수염성인으로서의 긍지가 허락하지 않는다.
어떠냐 기사여.
지금 여기서 나와 1:1 승부를 겨루어 모든것을 끝내는게?"

"정말이냐?"

아직까지 혐의의 시선을 거두지 못한 상태의 저스틴이 물어온다.
정말이라니까.
적당히 싸우고 내가 쓰러지는걸로 결말지을꺼라고.

"물론. 내 「수염」에 걸고 맹세하지."

수염성인에게 수염은 생명입니다~.

"좋다...그럼 결판을 내자!"

아직껏 손에 들고있던 만화원고를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허리에서 거대한 검을 꺼내드는 저스틴.

...어라?

상식적으로 나올수 없는 각도에서 나온, 전혀 몸에 숨길수 없을만큼 거대한 검을 보고는 할말을 잊었다.

「대검이다!」

「진짜 큰데?」

「대체 어디서 저렇게 큰 검이 나온거지?」

「마술 아닐까?」

아니 초고도문명의 결실이야...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하지?!
분명히 저 크기의 검이 들어갈 공간 따윈 망토에 없었다고?!

...설마 저거 광선검인가? 라○트 세이버 같은거?

난 그저 맨주먹으로 격투라도 하면서,
「하하하!」「이것이 젊음인가.」따위의 대사나 하면서 싸움속에 싹트는 우정따위의 연출을 할 생각이었다고?
난데없이 검이라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좌절감이 밀어닥치는 내 심정을 무시하고 저스틴은 빛무리로 가득한 검을 가슴앞에서 일자로 세우며 말했다.

"비록 흉악무비한 악당이지만 나에게 1:1을 신청한 용기만은 칭찬해주지."

흉악무비까지야...
암튼, 이세계에서 마음의 흉악함은 외모의 악랄함에 비례하니까 할말은 없습니다만.
반대로 예쁜얼굴 = 착한녀석 이라는 명제 또한 참입니다.

잠시 해탈한 상태로 서있는동안 저스틴은 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승부는 승부.
네녀석이 미캉님을 인질로 잡았던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금 치루게 해주겠다."

그리고는 자세를 풀어 천천히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잠깐만요?!

"자, 잠깐!"

"응?"

고개를 갸웃하는 저스틴을 향해 황급히 말을 걸었다.
연극하다가 저승사자를 만날 위기에 처하다니 농담이 아니다!

"저, 저기 난 아직 아무 무기도 들지 않았는데..."

어떻게든 주먹으로의 대결로 이끌기 위해서 현재 내 상황을 어필한다.

"그렇군...정당한 승부에서 무기를 들지 않은 적을 공격할 순 없으니.
그렇다면 너의 무기를 들때까지 기다려주겠다."

기왕이면 맨손승부쪽으로 해준다면 기쁘겠지만?

하긴, 저스틴이 싸울때 검에서 손을 놓는 경우는 없었던거 같다.
힘만으로도 충분히 강력한걸로 묘사되었지만 엄연히 저스틴은 데빌루크 왕국 제일의 검사니까.
아무래도 검을 놓을 생각은 없어보이기에 할 수 없이 뭐라도 쓸만한 것은 있을까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어느새 관객들 무리에 끼여서 흥미진진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꼬맹이들이 들고있는 장난감이 보였다.

꼬마들 중 한 녀석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물론 연극풍으로.

"방금까지 나와 맞섰던 용기있는 소년이여.
미안하지만 너의 공을 잠시 빌려줄수 있겠니?"

"응?"

"대신 멋진 필살기를 보여주도록 하지."

「「「필살기?」」」

꼬맹이들이 반짝반짝한 눈으로 쳐다본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마저도 필살기라는 말에 호기심 가득한 눈초리를 보낸다.
말을 건넸던 꼬마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들고있던 피구공을 나에게 건네준다.

이걸로 나름대로의 준비는 되었다.
...되었을까?
적어도 맨손보단 나은데...

"저기, 료스케 오빠.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미캉이 걱정스레 물어오는게 고맙다.
이거 진짜 실제상황이니 다른사람들도 좀 걱정해줬으면 좋겠는데...뭐, 무리인가.
괜한 걱정시키는것도 미안해서 미캉을 안심시킨다.

"괜찮다고. 이래뵈도 몸하나는 튼튼하니까.
그리고 정말로 위험하다 싶으면 항복할테니까 그때 말좀 잘 부탁할께."

"...조심해야 해요?"

"그래. 고마워 미캉."

피구공을 잡고 저스틴과 대치한다.
진중한 분위기 때문에 긴장된 몸을 풀기위해 저스틴에게 말을 건넨다.

"저스틴이라고 했나?"

"그렇다. 그러고 보면 아직 네 이름을 모르는군."

"아키츠 료스케. 수염성인이다."

「에엑? 그 아키츠 료스케?」
「아는 사람이야?」
「이 동네 불량배들을 전부 쓰러뜨렸다는 놈이야. 살벌한 녀석이라고.」
「진짜야?」
「그외에 아키츠 료스케란 이름의 동명이인은 떠오르지 않아.
무엇보다 그녀석을 상징하는 금발과 수염이 결정적인 증거라고.」
「에...엄청난 녀석이네.」
「그런데 소문과 달리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얌전한데?」
「놀던모습을 보면 사고수준은 아이들이랑 비슷한 정도같은데.」

난데없는 폭로에 놀라는 어른들과 눈을 빛내는 아이들.
...나 바보는 아니야.
안그래도 양아치 스타일인데 머리까지 나쁘단 소리 들으면 진짜 운다고.
아무튼 덕분에 긴장이 풀어졌기에 호흡을 가다듬고 하던 말을 계속한다.

"싸우기 전에 할 말이 있다.
너희들은 내가 전인류수염화계획을 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실은 안해도 상관없어."

"뭣이?! ...좋다. 그럼 나도 한가지 말해둘것이 있다.
난 방금전까지 만화를 그리러 가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우선 미캉님을 희롱한 널 쓰러뜨리고 나서다!"

"그러냐.
그리고 알다시피 미캉은 방금전 풀어줬다.
이젠 날 물리치는 것만 남았지. 킥킥."

웃음을 지으며 자세를 잡는 나를 향해 저스틴이 덤벼든다.

"우오옷 간다! 수염성인!"

"자, 덤벼라 저스틴!"

시장에서는 실패했었지만 지금 이순간 통한 소드마스터 야○토의 감동을 뒤로하고 저스틴을 바라보며 전력으로 뛴다.

뒤를 향해서.

"뭣하는거냐! 도망치는거냐!"

"천만에! 전략상 후퇴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1보 수준이 아니잖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달아나면서 나와 저스틴의 빠르기를 비교해본다.
기억상으론 리토가 간신히 도망칠 수준의 저스틴의 스피드 자체는 지구인과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순간적인 폭발력이나 도약력, 지구력은 모르겠지만 현재 꽤나 거리가 벌어졌기에 곧바로 날 잡기는 무리.

이 상태만 유지하더라도 검의 사정범위 내에 내가 들어갈 걱정은 없다.
관객들의 시선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도로 움직이며 근처를 살피다가 마침 적절한 장애물이 보인다.
공원을 찾는 시민들에게 팔기위한 간식이 진열된 개조트럭.
트럭으로 다가가 단숨에 점프로 뛰어넘는다.
「오오-!」하는 관중들의 감탄사가 들리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그리고 재빨리 뒤를 돌아보며 기다린다.

이정도 장애물은 문제도 아니란 듯이 저스틴 또한 엄청난 도약력으로 높이 떠올라 트럭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리토와 싸웠을 때 기억했어야지 저스틴.
날개가 없는한 공중에서 낙하시엔 위치를 바꿀 수 없다는걸.

정면을 향해 등을 보일만큼 기괴할 정도로 힘껏 몸을 뒤틀면서 균형을 잡은채 고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본다.
첫등장시 트럭을 피하다 낙하궤도로 달려오던 전철과 충돌했던 저스틴의 모습을 떠올리며,
공을 쥔 양손에 힘을 주고 관객들을 위한 필살기를 외친다!

"간다!
일투필살! 허리케인 버스터!"

외침과 함께 뒤틀린 몸을 엄청난 기세로 풀면서 공에 힘껏 회전을 담아 저스틴을 향해 쏘아낸다.
형체가 왜곡되어 무시무시한 기세로 나선운동을 하며 앞으로 뻗어져 나가는 공.
급격하게 상하좌우 위치를 바꾸며 날아가는 공에 기겁한 저스틴의 모습이 보이지만 베어내기엔 이미 늦었어!

퍼어엉-!

어떻게든 검면으로 공을 막아낸 저스틴이었지만, 회전하던 공은 검째로 저스틴을 날려버렸다.
가벼운 공에 맞아서 무거운 사람이 튕겨져 날아가는게 그야말로 불가사의.
비정상적일만큼 뚜렷이 나선궤도를 그리며 폭발할듯 날아간 공에 관객들은 눈이 동그래졌다.
이윽고, 꼬맹이들이 너도나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회전 회○리 슛?!"
"진짜 회전 회○리 슛이다!"
"설마,「피구왕」?"
"「피구왕」이다! 피구공으로 100명의 중학생을 쓰러뜨렸다는 전설의 초등학생이야!"
"전국피구대회에서 우승한뒤 세계대회를 위해 미국으로 갔다던데 여기서 볼줄은..."

아니... 나, 불○슛 못쓰니까.

그러니까 초등학교때 별명으로 부르지마.
「피구왕」이라니...고등학교까지 와서 그 별명은 솔직히 좀 버겁다.

그리고 허리케인 버스터야.
기껏 생각해서 이름 붙인 거라고.

게다가 피구공으로 100명을 잡았다니 그 무슨 스포츠와 학원격투물의 괴상한 조합?
대체 뭘 어떻게 하면 깡패 잡으러 갈때 피구공을 들고가는 전개가 되는건가요?

그거냐? '테니스는 격투기입니다'를 주장하던, 「불타○ V」?
라켓이란 사람을 패기 위한거라며 깡패를 때려잡던 아가씨처럼?

전국피구대회같은거 애초에 없었고, 기껏 한것도 하교중에 본 소매치기를 마침 들고있던 피구공으로 잡은거?
초등학교 졸업한지 3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저 별명이 남아있었다는것에, 그리고 황당한 전설까지 덧붙여진것에 머리가 아팠다.

아무튼 적당히 필살기도 보였겠다... 어떻게든 마무리 공격을 받고 끝내려고 저스틴이 날아간 방향을 쳐다보는데,
저스틴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정말로 제대로 상대하겠다는듯 진지한 눈빛으로 쳐다보는게 보이는데, 솔직히 조금 무섭다.

심상찮은 기세에 이대로 맞상대하면 아픈꼴을 볼지도 몰라서, 그냥 출력과다로 자폭해버린 악당모습을 흉내내기로 했다.

"크윽..."

심장에 손을 얹고 괴로운 표정을 짓는다.

"방금 전이 나의 전력을 다한 100% 중의 100%...
이것으로 나의 힘은 전부 소진되었다.
그 공격을 막아내다니...더이상 내가 이길 방법은 없겠군. 항복이다."

미안 저스틴. 한대도 못때리고 끝내게 해서.
그런데 꼭 분위기 파악 못하는 녀석들이 있었다. 바로 방금전 나와 싸우던 꼬맹이들.
지금의 필살기로 분위기가 살았는지 저마다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지지마 피구왕!」
「힘내! 손끝에서 불꽃을 쏘라고!」
「수염성인의 긍지를 보여!」

야! 그렇게 응원하지마! 생사람 잡을일 있냐!

갑작스런 항복 선언으로 멈칫하던 저스틴이었지만,
꼬마들의 응원을 듣곤 이내 분개하듯이 소리친다.

"웃기지마라! 겨우 공 한번 던져놓고 끝이라고?
네녀석! 승부를 모독하는거냐?!"

그대로 칼을 내리칠 기세로 달려오는 저스틴.

어? 야야! 잠깐만!
나 지금 손에 공도 없어!
맨몸이라고!
승부중엔 무기를 들지 않은자에겐 공격하지 않는거 아니었어?

...아, 리토한테도 칼을 뽑았었지...

내 육체가 비정상일만큼 튼튼한건 알지만,
광선검 의혹이 있는 무기를 상대로 맨몸으로 베짱을 부릴만큼 간담이 크진 않다.

찔려서 피라도 나면 나도 아프고 관객들은 대혼란 확정.
설사 튕겨내면 튕겨낸대로 관객들은 경악.
어떻게 돌아도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괴로워하던 표정을 싹 지우곤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나 도주한다.

"역시 속임수였구나? 비겁한 자식! 거기서라!"

"너라면 서겠냐?!"

여차하면 도와주려고 기다리고 있던 미캉쪽으로 달려가서 잽싸게 배후를 차지한다.

"에엣? 료스케 오빠?!"

서둘러서 놀라는 미캉의 배후를 점하고,
급하게 팔을 잡아채다간 실수로 꺾을것 같았기에,
대신 어깨와 목 아래에 급히 손을 얹는다.

"움직이지마! 움직이면 이 소녀의 목숨은 없다!"

내 모습을 보고 멈칫하는 저스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저스틴을 바라보니 왠지 아까보다 분노가 더해진듯 부들부들 떨고있다.

"네, 네녀석! 감히 어디에 손을 대고 있는거냐?!"

"료, 료스케 오빠."

"엥?"

무슨 소린가 의아해서 아래를 쳐다보니 빨개진 미캉의 얼굴이 보인다.
목아래에 손을 둘 것이었는데, 미캉의 심장부근에 살며시 위치한 내 왼손.
미성숙의 약간 부풀어오른 가슴의 감촉이 올려진 손위로 전달되었다.

「어머머머! 저런 짐승!」
「어린애한테 저게 무슨 짓이야?」
「역시 변태라는 소문은 사실이었어.」
「변태오빠! 미캉, 괜찮을까?」

고, 고의가 아니야?
서두른 나머지 목을 잡거나, 팔을 꺾는건 위험해서 적당히 올리다보니 그런거라고?
방금전까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당황해서 손을 치우려는데 그순간 저스틴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정말로 가만두지 않겠다 이 수염성인 놈아!"

"우아악?!"

엉겁결에 내 생명줄인 미캉을 황급히 안아든채로 목숨을 건 도주를 했다.
물흐르는듯 매끄러운 움직임은 그야말로 범죄자!

"꺄아아아-!"

난데없는 포옹과 정신없는 도주극에 내 목에 팔을 매단채로 비명을 지르는 미캉.
그렇게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형편없는 히어로 놀이는 막을 닫았다.

나중에 안겨있던 미캉이 정신을 차리곤 변호를 해준 덕에 사태는 겨우 해결되었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잘도 웃겨주었다며 박수를 쳐줬는데, 제대로 이야기의 끝을 맺은건가?
주말에 심심해서 나왔다가 애들이랑 히어로물을 실시간으로 연기하게 될줄은 몰랐다.

문제는 방금전의 일들로 토라져버린 미캉을 달래는 것이었다.
아까전 실수를 사과했을때, 미캉은 고개를 끄떡여주긴 했는데 납득한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변태 의혹 소문들을 관객들로 부터 들었던 미캉의 친구들이 미캉에게 조심하라고 했었나보다.

덕분에 한동안 싹싹 빌다가, 사과의 표시로 장보기 할때마다 장바구니를 들어주는 걸로 어떻게든 용서를 받았다.
양아치같은 외모는 그 소문을 확신으로 바꿀만큼 강력하겠지만,
첫만남때의 오해로 인한 해프닝도 있어서 미캉은 나를 신용하는 쪽으로 마음을 잡았나보다.
고마워요 미캉.
고교와서 겨우 생긴 둘밖에 없는 대화상대가 한명 사라졌다면 난 진짜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주말의 산책은 확실히 심심하진 않았는데, 여러모로 심신이 깎여나가는 듯한 하루였다.

꼬맹이들은 겁도없이 달려들지,
어른들은 좋다고 구경하지,
미캉에게 애들 놀이로 즐거워하는 모습까지 들켰지,
저스틴과는 칼춤까지 출뻔했고,
마지막에 와서는 변태의혹까지 받았다.

...그래도, 솔직히 조금은 기뻤다.

꼬맹이들이 피구왕을 연호하는건 부끄러웠는데,
어른들의 놀림 섞인 응원은 창피했는데,
한심스럽다는 미캉의 시선에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는데...

필살기를 보곤 반짝반짝한 시선을 보내던 꼬맹이들.
피식거리면서 웃음을 참으려는 어른들.
한숨을 쉬며 미소를 짓던 미캉.

몇년동안 잊고 지냈지만, 최근들어 드물게 보이기 시작한, 나를 향해 지어지던 미소들.

이런 결과를 이뤄낸것이 아이들의 호기심 때문인지, 사랑이 넘친다는「러브러브공원」의 효험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방금전의 어른들과 꼬맹이들의 응원소리를 떠올리자면,
그 만큼만으로도 오늘의 산책은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해프닝으로 끝난 주말의 소동을 떠올리곤 만족감속에 미소지으며 조용히 잠에 들었다.





동네 아이들 사이에 「수염성인」「전설의 피구왕」의 소문이 퍼졌다.
덕분에 공원에서 마주치면 불꽃마크를 그려주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부끄러워 죽을것 같습니다.

혹시나 미캉마저 「수염성인」을 진짜로 믿고 있지나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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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캉의 외모가 궁금하신 분은 이쪽 이미지를 보세요.
(링크)

이틀동안 써놓은 40kb를 갈아엎고
아예 새로 썼습니다.
대체 이게 무슨 삽질인지 모르겠습니다ㅇ<-<

글쓸때 한번 방향을 잘못잡으면 고생한다는게 진리인듯-_-;

원작에 없던 시나리오를 억지로 짜내려면 시간도 잡아먹고 페이스도 끊기는군요.
앞으론 우선적으로 원작시나리오를 따라가고,
가끔가다 떠오르는 소재가 있으면 그 사이에 간간히 넣도록 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금 1학년때부터 새로운 소재를 넣기에는 등장인물의 수가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현재 만난 인물이 3명정도도 안되기에 이야기를 꾸미기엔 무리가 많죠.
트러블의 경우 2학년이 되어 등장인물들이 대폭 늘어나고 나서부터 이야기의 다양성이 늘어났으니,

트러블다운 트러블은 2학년부터 제대로 될 것 같습니다.
2학년이 되어야 그 많은 등장인물들이 제자리를 잡으니까요.
활용은 얼마나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번씩은 나오겠죠.
근데 매편 훈훈하게 끝내기는 힘들지도?=ㅅ=?

아,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리토가 얼굴로 여자아이들의 구석구석을 비비는 이벤트 같은거, 주인공은 못해요.
주인공 수염때문에 상대의 불쾌지수가 장난아닐테니까요=3=;



노즈 님// 원래 예정했던 5화의 주인공 과거 에피소드들 중에서 괴담형식의 글 한개를 가져왔었습니다.
말씀대로, 주인공의 오감이 비정상일만큼 예민했기에 발생했지요^^;

lunation 님// 얘가 좀 오해를 받게 생겼습니다. 야쿠자 같고...
그런데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면 외모만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으니 오해를 계속 끌고 갈수 있긴 한데,
자주 만나는 등장인물들에 대해선 어떻게 할지 생각좀 해봐야 겠습니다.
계기라든가 뭔가 있겠지요.

프라가라흐 님// 안쓰럽다니 다행이네요(?)
사실 어떻게하면 주인공을 안쓰럽게 만들수 있을까 생각하는 저로서는 머리에 쥐가 내릴것 같습니다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제가 트러블 만화책을 볼땐 스토리 같은건 전 신경쓰지 않습니다.
오로지 미캉, 유이, 야미 이 세명이 나오는 장면만 보거든요.
(라라네 양갈래머리 여동생이 나오는 부분도 잘 보는 편이지만.)
      
세이유 님//
뭐, 지금까지 전개는 커다란 줄기는 같으면서도 실제 원작과 큰 관련은 없는 상태이니까요^^;

트러블을 읽지 않으신 다른분들을 위해 지금까지 원작과 관련된일을 꼽자면,
3화에서 라라특제야구배트 사건이 잠시 나왔고,
4화에서 유령의 밤 게임이 소재로 나왔고,
5화에서 아기 돌고래 수영복 절도 사건은 진범이 밝혀지지 않은채 끝났습니다(리토와 라라는 알고 있지만).

BlueGlass 님// 명색이 트러블SS 니까 여러사람들과의 만남속에 해프닝이 있어야겠지요.
매편 코테가와만 다루면 소재도 빨리 고갈되기도 하고요.
저도 미캉과 야미 좋아합니다. 그러므로 빨리 이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원작의 시간대가 다가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월야의주민 님// 센스가 괜찮았다니 기쁠 따름입니다^^

EternalBliss 님// 재미있다니 감사합니다^^ 아직까지 특별히 원작의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적이 없기에 이해가 나았는지도 모르겠네요. 건필하겠습니다~.

네메스 님// 원래는 장신구 벗긴다고 무조건 역빙의 사태가 벌어지는건 아닙니다.
[주인공이 의식이 없을때 + 금속 장신구를 하고 있지 않을때] 낮은 확률로, 깨어날때 역빙의가 일어납니다.

괴담이 일어난 날에 주인공이 재수가 없었던거죠.

CloudAngel 님// 1:100 '소문'이 퍼지고 나서 2류악당쯤되는 카리스마+두뇌파 깡패 한명이 도내학군연합을 성공시켜서 덤벼든적이 있습니다.
그게 5화의 꿈에서 나온 듣기평가 도중의 패싸움 사건.
모범생 이미지를 보이기 위해 한껏 힘내서 준비한 시험에서,
시작직후 벌어진 깡패들의 운동장 점거로 인해서, 남자가 뭘 샀는지 맞출수가 없었던 주인공은 인내심이 끊어집니다.
그 이후 패싸움을 반복하다보니, 공격하고 공격받고의 악순환의 고리에 말려듭니다.
뭐, 반년동안 미친듯이 덤벼든 주인공 때문에 깡패클럽들은 몽땅 쪼개져서 지금은 두세명 무리지어다니는게 다지만요.

치안이 좋은편인 지금의 「러브러브공원」의 모습에 주인공이 도움이 되었다고 보면 되겠죠.

리안쿼스더 님// 장신구가 벗겨져도 실제 역빙의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0이 아닌 확률로 존재한다는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요.
하필이면 그날따라 주인공이 정말로 재수가 없었던거죠.

아르딘 님// 트럭사고 내고 다치고 피땀흘려 일해놓고 보험비만 높아지는 운전자분들이 불쌍하니까요.

블러드카니발 님// 천공X자 권법 쓸정도로 도약력이 있긴 한데 작품중에 쓸일이 있을진 모르겠네요. 

휴트랑 님// 재밌었다니 다행이네요^^ 같은반이기도 하니 함께 할 시간도 많고 그만큼 인연도 쌓을 수 있겠지요.

Icipher 님// 인셉션 재밌게 봤지요~.
오리지널 스토리는 역시나 힘듭니다.
역시 원작따라 가다가 떠올릴때마다 그때그때 넣는게 좋을듯.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작 님// 감사해요^^ 원작과 약간은 관련이 되도록 썼는데, 실제 원작의 사건에 직접적으로 접하는건 피하면서 썼거든요.

Norma 님//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그래야 주인공이 더 노력할테니 전 이쪽으로.
잘못하면 사회에 나가기 전에 친구 0명이라는 참혹한 결과가 나올테니,
그 외모로 어떻게든 노력해야겠죠.

Dolphin 님// 사실 전 제 맘에만 들면 다 좋습니다=3=b
트러블 이야기 전개상 엮이는 인물들을 대강 보니까 코테가와, 야미, 미캉이 좀 강세더군요.
라라나 하루나야 리토와 단독으로 엮이는 이벤트가 많고, 애초에 서로 좋아하는 애들을 떨어뜨릴만큼 저도 심하진 않으니 제외.

다른 소녀들중에서도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아가씨들이 있다면 이야기에 들어가야겠지요.
나중에 맺어지든 안맺어지든,
트러블에선 이야기를 재밌게 꾸며줄 수 있는 소녀가 튀는거니까요(=3=)

kero군 님// 성별전환 머신 사건이 발생하니까 이 작품 내에도 거의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원작의 주인공인데 여자로 변신한다니 이게 무슨말이야?!
한때 일본의 리코(리토의 여성때 가명) 스레가 세워져서 꽤 인기를 끌었지요.

지렁이 님// 주인공의 역빙의 이벤트를 쓰고 있었는데 어느새 괴담이 되어버린 케이스.
저도 저런 전개가 될줄은 처음쓸땐 생각도 못했어요^^;

핑크게마 님// 여기요~=ㅅ=/
하지만 제 심장은 멀쩡합니다.

이레나이리스 님// 동방의 인지도로 인해 저 단어에 힘이 깃들었다는걸로=3=
그렇다고 주인공이 음양구를 던지지는 않지만.

Albion 님// 시련을 생각해야 할 저야말로 힘내야 합니다~!;ㅅ;/
트러블SS니까 카테고리만큼 무더기로 트러블을 발생시켜 줘야할텐데 말이죠.

착한녀석 님// 좋은 인연을 쌓기위해선 여러모로 고생해야 하겠죠.
뭐, 위기의 순간에 도와주면 팍하고 이미지 변신을 할 순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애꿎은 피해를 입을수 있는 이벤트는 제가 별로 상정하지 않는 주의라서
아직까지 주인공은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사심안 님// 이대로 일직선으로만 가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현재 트러블의 원작흐름상 아직 1학년 여름이므로 2학기로 넘어가고,
2학년이 되면 등장인물들이 늘어나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일방적인 흐름은 되지 않도록 할 생각입니다.
미캉 저도 좋아한다구요~.

열혈의그라프아이젠 님//
그게...생각해보니까 말이죠.
야미의 경우는 장시간 변신능력을 쓰면 스스로 육체데미지를 받으므로,
솔직히 짤짤이 신공으로 장기전으로 가면 주인공이 우세하긴 합니다.
야미가 변화능력을 이용한 의외성있는 공격을 따로 하지 않으면요.
다만 단기 결전이 되면 승부는 모르겠군요.

이걸 어떻게 전개시켜야 할지 생각해봐야 할듯.

蛟河 님// 러브코미디를 쓰고싶었습니다 안선생님.
아직까지 리토를 좋아하는 상대는 라라와 하루나 2명인 상태라서,
이 세사람에 대한 배려를 한 상태로 나머지 인물들은 적당히 트러블에 엮이도록 할 생각입니다.

Albion 님// 설사 몇명의 마음을 잡을수 있다 손 치더라도 모두 잡진 못하겠죠.
개인적으로는 남자 한명에 여자 한명이 맺어지는 1:1 관계를 선호하지만,
영웅&마왕&악당을 읽을 때의 추억도 있고,
트러블SS인 만큼 복수의 여성을 고려하고는 있습니다.

다만 10명, 20명 이런식으로 가는 전개는 하늘이 용서하지 않아요?

광명군 님// 그쪽 아가씨들은 좀 용감하더군요^^;
대신 트러블쪽 아가씨들은 가끔 나사하나 빠진듯한 엉뚱함을 보이니까 균형을 잘 맞출수 있겠지요.

어어 님// 역빙의 썰을 풀려고 보니 어느새 괴담이 되었습니다...^^;

츳크미 님// 동방을 아는 이들에 의해 말로서 힘을 얻은 몽상봉인입니다.
게다가 요괴퇴치 계열쪽 능력이니 영혼 상태에 해당하는 빙의자들에게도 확실히 영향을 주겠지요.

적월립견 님// 5화 상태로는 여자애들한텐 거리를 두는 호기심, 남자애들에게는 괴기물로 인한 공포감이 조성되었습니다.
둘다 평가해보면 약간은 올랐다고 봐야하려나요?^^;
(여성진쪽에 좀더 가산점을 둔다는 의미로)

루시드 님// 저 칼의 절삭력이 얼마나 될지가 문제일지도 모르겠군요.
칼없이 맞붙는다면 또 모르겠는데, 왠지 라이트 세이버가 연상되는 저 빛무리는...
뭐, 폭주족을 맨몸으로 추격하는 주인공이니까
도망치면서 피하기만 한다는 전략을 쓴다면 끝까지 무승부를 이룰수는 있는데...
(리토를 쫓던 저스틴의 스피드를 생각해보면 달리기면에서는 인간 수준이었습니다. 도약력 만큼은 확실히 대단했지만)

질풍백 님// 부챠라티 2세?^^;
땀맛으로 거짓말을 알아내는 그 진주인공께선 정말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야 님// 저 괴담이나 소문을 어떻게든 해결하거나,
의외로 좋은점을 보여줘야 료스케에게 희망이 있겠지요^^;
사실 트러블의 전개상으로 남자애들에게 호감을 사도 특별한 일은 없지만요.
(리토가 사루야마 빼곤 그다지 남자와 얘기하는 모습을 못봤어요-_-;)

(1화 추가 리플)
Dolphin 님// 아, 초반부는 기본적인 세계관이나 설정이 들어가야 하다보니,
주인공의 과거 요약 일도 있어서 트러블 세계관이란게 후반에 가서야 나오지요^^;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2화 추가 리플)
페이즈 님// 네. 트러블, 투러브루, ToLove 입니다. 야부키 켄타로씨의 원작 만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지요.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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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테가와와 무사히 신사에 골인을 한 뒤 숙소로 돌아오는 동안, 평화로운 분위기에 취해 잊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유령의 밤」시합을 중도 탈락하고 숙소에서 기다리던 학생들이 우리들을 향해 보이는 심상치 않은 반응에 나는 문제를 깨달았다.
지금 나와 코테가와의 얼굴은 눈물로 인해 약간 부어있었다는 걸...

얼굴이 퉁퉁 부은채로 위압감을 풍기는 양아치(나)와,
그 옆에서 붉어진 눈매를 한채 걸어오는 코테가와.

방범 스프레이를 줬던 여학생들이 퉁퉁부은 내 얼굴과 눈물 자국이 남은 코테가와의 얼굴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지 상상이 간다.
분명한건 절대로 긍정적인 결론은 아니었다는 것이고,
나를 쳐다보는 여자애들의 눈빛은 쓰레기나 오물같은 더러운 어떤 무언가를 보는 시선이었다는 것이다.

나로부터 코테가와를 멀리 떼어내는 여학생 무리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자애를 울린 녀석은 응징을 받는게 정의.
다만, 응징의 정도가 장난이 아닐것 같습니다.

자기 변호? 무리. 그건 말그대로 자폭이니까.
양아치에게는 침묵이 금.
일반인의 말은 은으로라도 쳐주지만,
양아치에게는 말은 죄악이요, 오로지 침묵만이 살길이다.
괜히 변명해봤자 이 상황에선 본전도 못찾고 완전히 털릴 위험이 100% 확정이다.

인류의 정의구현을 위해, 잠시후 나를 향해 다가올 응징을 조용히 기다리며 스스로에게 묵념...

"코테가와씨, 몸은 괜찮은거야?"
"불쌍하게도..."
"큰일이었지요?"
"역시 짐승이었어! 애초에 사람 취급을 하는게 아니었어요!"
"방범 스프레이 따위가 아니라 스턴건을 챙겨왔어야 했는데! 정말 미안해요 코테가와씨!"

갑작스러운 위로의 말에 어리둥절 하다가 사태를 파악하곤 당황해서 내 변호를 하는 코테가와.

"트, 틀려요! 그런게 아니에요!"

"하지만 이렇게 울만큼 힘들었잖아요..."
"스프레이도 사용했는데..."

"화, 확실히 스프레이는 사용했지만 오해였어요!
귀신때문에 다리가 풀렸을때 아키츠 군이 업어주려는걸 오해해서 사용한거라고요!
그때문에 놀란 나머지 울어버렸지만...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상한 이유때문이 아니라고요!"

"정말이예요 코테가와씨? 아무 일도 없었다고요?"

"그래요. 아무일도 없었어요. 그러니까 전 괜찮다니까요. "

"아키츠군이 야한 짓 같은건 하지 않았어요?"

"야, 야한짓이라니. 그러니까 그런...아,"

말하던 도중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서 침묵하는 코테가와.
에...설마 나 뺨맞기 직전 본 것이 생각난거야?
아니, 진짜로 미안.
순수한 아가씨한텐 자극이 너무 컸나봐.
물론 나도 의도한건 아닌데.

"그, 그러니까 그건 이상한 짓이 아니랄까, 아키츠군이 나쁜게 아니랄까,"

"「그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

- 메이데이 메이데이. 원호사격이 착실하게 아군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령관님.

변호 고마워요 코테가와. 왠지모르게 더욱더 자폭하는거 같지만.

더더욱 혐의의 시선이 짙어지는 가운데 더이상 없을정도로 얼굴이 빨개진 코테가와.

"뭐, 코테가와씨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맞겠지요.
아키츠군을 감쌀 이유도 없고."

코테가와의 필사적인 변호가 어느정도 통했는지, 이내 코테가와를 추궁하는 것을 멈춘 여학생들.
내가 코테가와를 덮쳐버린게 아니라는 걸 납득시키는데는 성공한것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힘이 빠지진 않았지만.
인생은 시련의 연속이라지만 이런 도덕적인 시련은 정말이지 감당이 안돼요...

조용히 흩어지는 여학생들을 보면서, 아직도 무언가를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코테가와에게 다가가 인사한다.

"변호해줘서 고마워 코테가와. 덕분에 한숨 돌렸어."

"하읏-? 처, 천만에요 아키츠군."

놀란나머지 반사적으로 대답한 코테가와의 얼굴은 아직도 약간 붉어 보였다.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 유령의 밤도 재미있었고, 방금전 코테가와가 날 도와준것도 정말 기뻤어."

"아...위원장으로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건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러니까, 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클래스메이트겠죠?"

"그래도, 역시 고마웠으니까. 말로 전하고 싶었어."

"뭐, 도움이 되었다면 저로서도 기쁠따름이예요."

이내 자세를 가다듬은 코테가와가 미소지었다.
모두들 숙소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기에,
우리도 슬슬 대화를 마치고 들어가기로 했다.
오늘은 왠지 좋은 꿈을 꿀 것 같다고 생각하며 기분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중3듣기평가 중에 패싸움에 휘말려 재시험을 치렀던 꿈을 꿨다.
시험때마다 휘말리는 패싸움의 반복.

꾸고 싶다고 입맛대로 꿔지는 꿈이 아니로군요.
「남자가 뭘샀는지 알수가 없잖아.」등의 생각을 하며
꿈이 끝날 때까지 재시험을 치면서,
부디 고교때는 재시험이 없기를 기도했다.

다음날 해변.
수영복을 입고 바다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학생들.
수영복 위에 하와이얀 셔츠를 걸친 채 숙소를 나온 나도 수영할 생각은 나름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감히 그들 사이에 끼어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이유는 저만치에서 무리지어 수근거리던 여학생들.

"(저기, 저 불량. 아까부터 자꾸만 이쪽을 바라봐.)"
"(징그러. 우리 몸을 핥듯이 쳐다보고 있어.)"
"(기분나뻐! 틀림없이 눈으로 범하고 있는거야.)"
"(변태! 어제 코테가와씨와의 일도 그렇고, 잘못해서 혼자 떨어진다면 큰일날꺼같애.)"
"(야한짓에 반응한 코테가와씨 얼굴 봤어? 분명 엉큼한짓을 한게 틀림없어!)"

"......"

몸을 가리며 도망치듯이 바다속으로 들어가는 여학생들을 계속해서 바라볼 용기는 차마 없었다.
애초에 용기도 아니고, 바라보면 변태 인정이고...

산책이나 해볼까 생각하다가 해변에 혼자 서있는 코테가와가 눈에 들어왔다.

연하늘색 비키니를 입고 유려한 몸매를 드러낸 코테가와는 정말로 매력적이었다.
다만, 왜일까 튜브를 오른쪽 어깨에 맨 채로, 파도가 치는 모래사장 바로 앞에서 주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

"어이~ 코테가와."

"아키츠군?"

뒤돌아보는 코테가와에게 방금 떠오른 궁금증을 물었다.

"어째서 튜브를 들고 있는거야?"

"그...여기, 파도가 너무 높은거 아니에요?"

...전혀. 이곳엔 파도 거의 없는데?
오히려 파도라기 보단 단순한 물결?
예상이 확신으로 바뀌는것을 느끼며 코테가와를 바라보았다.

"저기 말야, 코테가와.
실례가 안된다면 묻는건데,
혹시 수영한 경험이 없는거야?"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물어본다고 한거지만, 약한 모습을 보이길 싫어하는 코테가와로서는 약점을 찌르는 행위였다보다.
뜨끔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화를 내며 대꾸한다.

"시끄러워욧! 애초에 사람이 물에 뜬다는게 이상하잖아요?!"

"그 무슨 초이론..."

"뭐라고요?"

"아니요, 아무것도..."

수영 못하는걸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계속 보기도 미안하고,
나도 한가해 지루할 지경이라 자리에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모래를 탈탈 털고, 코테가와에게로 걸어간다.

"아키츠군? 무슨 용무죠?"

다가오는 내 모습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듯 한 코테가와.
아무튼, 어제의 일도 있고 하니 보답을 할 기회다.

"아니, 이번기회에 수영을 한번 배워보는게 어떨까?
내가 가르쳐줄께."

"에? 아키츠군이?
돼, 됐어요. 수영같은거 따로 몰라도,"

"방금전까지 물에 들어가는 것조차 무서워했잖아."

"무서워하지 않았어욧-!"

"윽...아무튼, 적어도 물에 뜨는 법만 배우고 나면 속도만 신경쓰지 않으면 헤엄치는덴 문제 없다니까.
기껏 바다까지 왔는데 물밖에서만 있기도 그렇기도 하고,
내년이나 2년 뒤에 다시 바다에 왔을때도 구경만 하다가 돌아가는건 심심하잖아?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천천히 헤엄치는 법을 배워두면 좋다고 생각해."

"으응..."

얕게 신음소리를 내며 코테가와가 고민한다.
수영은 '기억'으로도, 현재 경험으로도 초보자를 지도해 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아가씨에게 개헤엄을 가르칠만큼 몰상식하지도 않고...

평영이나 배영을 배우는건 비교적 간단한 편이니 운동감각이 좋다면 금방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설사 배우는데 실패하더라도, 연습을 위해 바다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거지.
한동안 고민하던 코테가와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마음을 정한건가.

"...도중에 이상한 수작은 안 부리겠지요?"

"......"

승낙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먼저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준비운동 후 몸에 바닷물을 묻힌 뒤,
인적이 드물고 허리정도까지 물이 차는 곳을 둘러보았다.
코테가와가 수영을 배우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심이 얕은 바다인지라 허리까지 물이 차려면 조금은 안쪽으로 들어가줘야 했기 때문에 코테가와는 불안한듯 했다.

"저, 저기 아키츠군. 너무 멀리 들어가는거 아니에요? 위험하지 않아요?"

튜브를 해변에 두고, 조심스럽게 바다 안쪽으로 들어오던 코테가와가 무릎정도의 수심에서부터 걱정스런 얼굴로 물어왔다.

"괜찮아. 우선 허리까지라면 빠져도 일어서면 되서 안전하고,
설사 파도때문에 넘어지더라도 내가 잡아줄테니까."

"그, 그렇죠?"

"응.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돼.
바다를 즐기려고 온거니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고."

"아키츠군 말이 맞아요.
...그런데, 아키츠군?"

"응?"

"그 하와이얀 셔츠, 벗고 오는게 낫지 않았어요?"

"아..."

그러고보니 바다에 들어오기전에 딴곳에 놔둔다는걸 깜빡하고 있었네...

"뭐,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허리까지만 잠기니까 따로 신경쓸것도 아니고,
젖으면 젖는대로 나중에 씻으면 되니까.
내경우엔 셔츠가 젖는다고 따로 행동이 굼떠지지도 않으니 그렇게 걱정안해도 돼."

"그래요?"

"그렇다니까. 암튼 적당히 사람들 시선도 뜸하고 수심도 적당한것 같지 않아?"

"그렇네요. 그럼 잘 부탁할께요 아키츠군."

"오케이."

제자리에 서서 코테가와와 마주본다.
연하늘색 수영복과 조화를 이룬 하얀 피부가 약간의 물기를 머금은채 햇살속에 반짝였고,
약간 긴장한 코테가와의 얼굴을 따라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의해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평소의 단정함을 표방하던 모습이 아닌 개방적인 수영복 차림과 햇살에 노출된 깨끗한 피부는, 똑바로 쳐다보는게 부끄러울 만큼 예쁘다고 생각했다.

"뭘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건가요!"

멀뚱히 쳐다만 보는 내 얼굴에 질렸는지, 아니면 수치심을 느꼈는지,
약간 상기된 얼굴로 화를 내며 코테가와가 질책해왔다.
이런,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화내겠는데.

"미안 코테가와. 우선 내 양손을 살짝 마주잡아. 그리고 천천히 몸을 물안으로 잠그고 몸이 바다와 수평이 되도록..."

"자, 잠깐만요. 차근차근 하나씩 말해요!"

"에, 그러니까 처음은..."

...우선 손을 마주 잡는것 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결론만 말하자면 실패했습니다.

아니, 코테가와나 내가 서툴렀다는 이유가 아니고 다른 이유 때문에.



「꺄악!」

멀리서 들리는 여자애의 비명에 흠칫 놀란 우리들은 수영 교습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건, 비명?"

"대체 무슨 일이지?"

긴장하며 서로를 바라보던 우리들은 잠시후 들린 소리에 황당함을 감출수 없었다.

「수영복 도둑이야-!」

수영복 도둑? 이 바다 한가운데서?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비명의 수는 점점 늘어갔다.
새로운 비명을 지른 여학생들의 위치가 점점 가까워지고, 그 도둑이라는 상대가 우리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좋지 않아...이거 혹시 위험한 상황인거 아냐?

"코테가와, 우선 이곳을 벗어나는게 좋겠어."

"역시 그래야겠죠?"

하지만 수영교습에 필요한 허리까지 오는 수심이 말썽이 되었다.
허리까지 바닷물에 잠긴 탓에 이동속도가 느린 코테가와를 노리고 바다로부터 무엇인가 검은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혹시나 정면으로 부딪힌다면 코테가와가 크게 다칠수도 있을정도로 빠르고 큼직한 그림자.
그림자로부터  봤을때 위치상으로 내가 뒤, 코테가와가 앞인 상황.
마주보고 있던 상태에서 이동하면서 서로간의 거리가 벌어졌기에,
지금부터 위치를 바꾸기엔 너무 늦었다고 판단하고 잽싸게 코테가와의 한쪽 손목을 잡고 옆으로 당기며 앞으로 나섰다.

"코테가와!"

"에엣?"

휘청거리면서 균형을 잃은채로 이끌려오는 코테가와를 다른 한손으로 어깨를 부축하자, 우리 눈앞을 스쳐지나가며 재빨리 사라지는 검은 그림자.
그리고, 그림자와 연결된 연하늘색의 물체.
...?

내가 상황을 이해하기전에, 먼저 자신의 상태를 눈치챈 코테가와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가렸다.

"꺄아악!"

그리고는 재빨리 바닷속으로 몸을 숨겼지만...곧이어 화들짝 놀라며 나를 잡아오기 시작했다.
허리까지 밖에 안오는 바다에서 저렇게까지 당황해하는걸 순간적으로 이해할수 없었지만 이내 납득했다.
아직 수영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인데다가 구명줄 역할을 할 튜브는 해변에 두고 온 상황이었으니까.
결정적으로 코테가와는 바다에 대한 두려움이 과잉인 상태.
나도 당황했지만 어떻게든 손을 맞잡아 주려고 했는데 아까 몸을 숨길때 바닷물이 눈에 들어갔는지,
눈을 감은 상태로 버둥거리던 코테가와는 갑작스레 내 허리춤을 잡아왔다.

"자, 잠까...?!"

뭐라 제지를 하려고 할 틈도 없이, 힘차게 허리춤을 내리는 코테가와.
그리고...깔끔하리만치 멋지게 흘러내린 내 수영복...

'모, 못봤겠지?'

다행히 허리까지 오는 물때문에 보이진 않았지만 나의 수치심은 그야말로 맥시멈!
코테가와는 내 수영복을 잡은채 아직 허우적대고 있었기에,
우선적으로 코테가와를 잡아 일으키는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코테가와에게 손을 내밀자 엉겁결에 내 팔을 잡은 코테가와는 그대로 몸을 당겨 내 품에 안겨왔다.

거기까지라면 뭔가 로맨틱한 장면인데...

내 이성이 말그대로 위험.
수영복 상의가 사라진 코테가와가 상체를 그대로 내 가슴에 밀착해왔기에 어제 저녁의 해프닝을 능가하는 촉감을 느끼며 정신이 혼미해졌다.
결정적으로...나, 지금 반나체야.
굳이 말하자면 하체가 시원. 입은 건 상의쪽 입니다.
배꼽 아래에서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맨살의 부드러운 감촉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번뇌해산!

"코, 코테가와 우선 이것 좀 놓고..."

"엣, 꺄?!"

짝!

코테가와도 지금 상황이 어떤지 깨달은 듯 내 목에 둘렀던 팔을 치우고는 뒤로 물러나며 재빨리 가슴을 가렸다.
그사이에 요령 좋게도 징계를 잊지 않는 아가씨.
워낙 당황했었는지 그다지 힘이 들어가지 않은 듯 했지만...

노려보는 코테가와를 두고서, 나는 재빨리 뒤로 몸을 돌려 흘러내린 수영복을 추슬러 입었다.
그리고 입고있던 하와이얀 셔츠를 벗어 팔만 뒤로 한 채로 코테가와에게 건네주었다.

"우선, 이걸로 몸을 가려줘."

"......"

아무 말 없이 코테가와는 셔츠를 받아들고 몸에 걸쳤다.

"이제 돌아봐도 좋아요."

코테가와의 말대로 몸을 돌린다.
눈앞엔 약간 불만인 표정인채 상기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는 코테가와가 있었다.
손자국 하나 남지 않은 내 뺨을 보며, 그래도 두번씩이나 손을 쓸만큼 매몰차진 못한 성품탓에 코테가와는 그저 원망스런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아니, 진짜로 미안...
양심이 콕콕 쑤시는걸 느끼면서 쭈뼛쭈뼛 서있는 나를 보고 코테가와는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아키츠군."

"네,넵!"

설마 코테가와 특제 슈퍼 설교 타임?

"그렇게 긴장하지 말아요."

"네?"

예상하던것과 다른 반응에 당황하는 나를 보며 코테가와가 천천히 말을 뽑았다.

"방금 전 일은 아키츠군의 탓이 아니니까요.
어제의 일도 그랬고, 오늘 벌어진 일도 고의로 벌어진 일이 아니었잖아요?"

"저기, 화나지 않은거야?"

내심 벌벌하며 코테가와에서 묻자 코테가와는 잠시 침묵하더니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화는 풀리지 않았어요.
기껏 수영을 배우러 여기까지 왔는데 그걸 방해한 수영복 도둑 때문이기도 하고,
붉어지기는 커녕 멀쩡한 뺨의 아키츠 군 때문이기도 해요."

"아, 저...미, 미안해!
괜찮다면 화풀릴때 까지 때려줘도 좋은데..."

어떻게든 코테가와의 화를 풀려고 뭐라도 하고 싶었다.
애초부터 내가 수영을 가르쳐준다고 코테가와를 바다로 이끌지 않았더라면 코테가와가 수영복을 뺏기는 일 같은건 없었을테니까.
미리 말하지만 난 피학욕구가 있는게 아니야!

"됐어요. 사내아이가 튼튼한건 좋은 일이잖아요?
괜히 애꿎은 화풀이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 그래?"

"그래요. 그것보다 방금 전 수영복 도둑은 뭐였을까요?
물속에서 그렇게 빨리 움직이다니, 수영 선수라도 되는걸까요?"

"그, 글쎄..."

여름 학교때 이런 사건이 있었던가?
단발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을 일일이 기억하진 못하는데...
게다가 이렇게까지 기억에 없는 사건이라면,
그렇게까지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던걸로 생각된다.
치한사건이나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는 사건이었다면 이곳에 오기전부터 주의하고 있었을테니까.

"우선 해변으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볼까?"

"그게 좋겠네요.
계속 이렇게 바다안에 있다간 또다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이미 대부분의 학생들이 빠져나간 바다를 바라보면서
나와 코테가와는 천천히 해변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설마하고 있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1-B 클래스메이트들로 부터 수영복 도둑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다른 반 녀석들도 약간은 의심하고 있는 눈초리고.
교내 제1 불량이라는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어젯밤 「유령의 밤」이후에 받았던 치한의혹이 크게 작용했던것 같았다.

다행히 나와 코테가와가 함께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기에 의심스런 시선은 곧 거두어졌다.
다만 알리바이를 설명하면서 약간 말썽이 있었지만...

"그러니까, 아키츠 군과 수영을 하고 있었단 말이죠?"

"그래요. 해변에서 조금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있었어요."

"그런데, 왜 그런곳까지 들어간거예요?"

"그, 그게... 수영을 배우고 있었어요."

"「수영」?"

"물에 들어가기 곤란해 하는걸 보고, 아키츠군이 수영을 가르쳐 준다고 했거든요."

수영 못한다는걸 밝히길 꺼리던 코테가와였지만, 내 알리바이를 증언해주기 위해 사실대로 이야기 했다.
원치않는 수치 플레이 미안해요 코테가와.
그런데 코테가와의 말을 듣고 있던 학생들중 남자무리 쪽이 시끄럽다.

"위, 위원장과 단둘이 수영교습?"
"평형을 가르친답시고 은근슬쩍 배를 손으로 받치거나 한다든가..."
"분명 수영을 가르친단 핑계로 위원장의 몸매를 훔쳐보고 있었을꺼야."
"젠장! 여자애와 단둘만의 수영교습 나도 해보고파!"

거기 학생. 망상은 입으로 내뱉는게 아닙니다.
저기 봐. 듣고있던 여학생들이 벌레보듯 너희를 바라보고 있잖아.
여자들 몇몇은 나를 포함해서 벌레보듯 보고 있지만, 다함께 받는 시선 같은건 고통이 아닙니다. 하하하.

"아무튼 수영복 도둑때문에 코테가와씨도 고생이었죠?"

"아, 괜찮아요. 아키츠군이 마침 옷도 건네주었고."

"에-, 의외로 신사 같은 일도 하잖아요?"
"짐승인줄만 알았는데 가끔은 매너있는 일도 하는군요."
"방금전까지 쳐다만 보던 남자애들이랑은 크나큰 오류군요."

오오, 오랜만의 호평가 고마워요.
여자애들한테 칭찬받는건 일생까진 아니라도 6~7년안에는 없을꺼라 생각했어요.
아무튼, 여기서 티내면 괜시리 이상하니까 그냥 침착하게 듣고만 있자.

코테가와의 말을 듣고 나를 바라보던 여자애들중 몇몇의 눈빛이 살짝 바뀐듯 했다.

"(그나저나, 아키츠군 말인데)"
"(응?)"
"(벗은 몸이 꽤, 멋지지 않아?)"
"(에? 너 무슨말 하는거야?)"
"(봐봐, 저기 왕자복근이랑 몸에 난 근육들 말야. 보는 그대로 강인한 사내아이랄까.)"
"(야해!)"
"(쳇, 너도 이런땐 솔직해져봐. 솔직히 수영하러 와서 남자 몸매 한번 안본적 있니?)"
"(...노코멘트로.)"
"(그나저나 설마 넌 아키츠군 같은 남자가 타입인거야?)"
"(틀려! 다만 저 몸매가 멋지단거야. 얼굴은 전혀 타입이 아닌데.)"
"(목아래만 보면 확실히 대단하네. 얼굴은 무서워서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데.)"
"(혹시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게 아닐까? 왜 그, 목덜미에 별이 있다든가.)"
"(DI○?)"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부끄럽잖아.
속삭이던 여학생들 주위의의 소녀들도 왠지 덩달아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부끄러워서 왠지 몸이 비비 꼬일것만 같은데 누가 좀 도와줘요!

내쪽을 흘깃흘깃 보며 대화를 나누는 소리를 들었는지,
코테가와가 얼굴이 빨개지면서 간섭한다.

"(파, 파렴치해요! 그렇게 빤히 남자애의 몸을 쳐다보는건 실례라구요!)"

"(에-. 코테가와씨는 너무 엄격해~ 이렇게 여행에 와서까지 평소와 같을 필요는 없잖아.)"

"(그래도 부끄럽지도 않아요?)"

어떻게든 여학생들의 변색소식을 막으려는 코테가와.
하지만 사춘기 소녀들의 넘치는 호기심을 막는건 무리입니다 코테가와씨.

"(뭘 그렇게. 봐봐 코테가와씨. 아키츠군 불량인 주제에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 하는것 같잖아?)"

"(에?)"

'어째서 알아?!'

분명 얼굴 표정은 긴축시키고 있을것인데, 몸도 비비꼬이려는 걸 억지로 막고 있다고!

"(저기 봐봐. 여자애들이 쳐다보는 시선때문에 딱 멈춰서서 완전히 굳어버렸잖아?
후후, 100명의 여자랑 잤다지만, 한꺼번에 수십명의 여자의 시선을 받는건 무리인가보구나.)"
"(그래도 잊지말아요. 저래뵈도 이제까지 100명의 여자와 잔 불량이란걸. 얼굴에서부터 벌써 그 경력이 묻어나오잖아요?)"
"(알아. 그러니까 저 근육질의 몸매만 멋지다는거야. 몸매만.)"
"(얼굴은 아니지만.)"
"(그러게. 얼굴은 아니지만요.)"

"(...저기, 좀 너무한건 아닐까요?)"

...옹호해줘서 고맙긴한데, 기왕이면 '얼굴은 아니다'쪽을 부정해줬으면 더 좋았을꺼야 코테가와씨...

어쨌든 여자애들의 시선이 평소와 다르게 왠지 오한이 들만큼 집요했지만,
부정적인 평가라기보단 좋은 평가도 있었기에 손으로 몸을 박박 문지려는걸 참았다.
처음에 신사라든가, 매너라든가 하는 말을 들었을땐 솔직히 기뻤으니까.
그러니까 지금의 이 소름끼치는 시선들도 나름의 호의일것이다. 아마...



잠시후 여자애들끼리 수색대를 짜서 주변을 탐색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범인이 밝혀졌다.
바로 교장선생님.
모래해변의 구석진 해변가에서 수영복들을 들고 환호하는 게 목격되었기에 그 자리에서 응징당했다고 한다.

「오해야!」라고 외쳤다고 하는데, 여자애 수영복 들고 기뻐하는 시점에서부터 이미 징계 대상입니다.

해변가에 모인 수영복들 중엔 코테가와가 빼앗겼던 연하늘색 수영복도 있었다.
다른 여자애들도 모두 자신들의 수영복을 찾아서 모든 일이 원만히 해결된 것 같아 보였다.
이번 사건의 원인이 대체 뭐었는지는 아직도 짐작이 가지 않지만...



어느덧 밤이 되고, 모두들 숙소로 들어갈 시간.
여름학교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라는 점에서 나름대로 감회에 젖은채 몰래 숙소 밖을 빠져 나와 바람을 쐬었다.

「유령의 밤」에 코테가와와 한 조가 되고, 함께 비명도 질러보고, 웃고, 울고, 위로하고 위로받으며, 함께 신사에 도착했던 어제의 기억.
수영복 도둑 소동으로 소란스러웠지만 활기넘쳤던 아이들과 코테가와의 의외의 모습.
수영을 못한다는건 정말 의외였어... 단점이라고 생각하기 보단 오히려 귀여웠지만.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추억을 얻게 된 여름 학교.
오늘 접했던 남자애들의 질투섞인 시선이라든가 여자애들의 묘한 시선도,
그것이 반 친구들에게 자연스레 익숙해져가는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그저 미소가 지어질 따름이다.
이렇게 점점더 허물이 없어지고, 어느덧 날 무서워 하는 시선이 하나 둘 사라지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악연'이라는 이름의 인연이 아닌,
친구들과의 '우정'이라는 훨씬 더 근사한 인연을 쌓아 나갈 수 있을테니까.

정말로, 이 고등학교에 와서 다행이야.



숙소의 불이 하나 둘 꺼지기 시작하자 문득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느꼈다.
큰일났네...벌써 소등시간이잖아?
황급히 숙소 안으로 들어가면서 방을 찾아간다.

"거기서라 이녀석들!"

"으아아아-!"

복도를 살그머니 걷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누군가 고함소리와 함께 달려오는게 보인다.
켁? 지도부의 나루이와 선생님이랑 사루야마, 그리고 1-A의 다른학생?
여자애들 방에 몰래 들어가려다가 들켜서 도망치고 있는 사루야마는 그야말로 필사적인 얼굴이다.
아니, 그보다 내쪽으로 오지마!

나도 덩달아 몸을 돌려 나루이와 선생님을 피해 도망친다!

"이봐! 거기 네녀석도 멈춰!"

"죄, 죄송합니다아!"

추격자가 멈추란다고 멈추는 도주자는 상식인 중엔 없습니다.

어떻게든 들키지 않으려고 눈에띄는 금발을 가린채로 필사적으로 달아났다.
한동안의 추격전을 어떻게든 끝내고 무사히 귀환하는 나.
예정에도 없는 운동을 한지라 기분이 약간 찝찝해서 타올로 간단히 몸을 닦고 조심스레 방으로 돌아간다.
방이 가까워지자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반 애들도 오늘 밤은 자지 않으려는 걸까?

어떤 얘기를 하는가 싶어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서로가 생각하는 가장 무서운 괴담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여름을 장식하는 납량특집의 단골은 역시나 괴담이다.
암튼, 1-B는 1-A보다 건전하구나.
사루야마라든지, 사루야마라든지, 사루야마라든지...
(리토? 걔는 자기가 먼저 치근대진 않잖아?)
나중가면 원숭이씨로까지 묘사되는 사루야마씨.
힘내라 사루야마. 너야말로 분위기 메이커다.
애인은 안생기는데...
좋아하는 애가 리토(女)라니 그 무슨 비극?



이야기의 흐름을 도중에 끊기도 뭣했기에 잠시 밖에서 이야기가 끝나길 기다렸다.
이윽고 이야기 하나가 마무리 되서 나도 슬슬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때 방안에서 다른 한명이 말을 꺼냈다.

「그나저나 아키츠 녀석 늦네...」
「그러게 뭐하려고 나간걸까.」
「뻔하지, 어디선가 몰래 담배라도 피고 있겠지. 왜, 상의 포켓에 항상 담배갑 넣고 다니잖아.」
「그런것 치곤 그녀석 주위에 담배냄새 같은건 안나던데...」
「피지도 않는데 담배를 들고 다니는 녀석이 어딨어? 분명 특수한 향수라든가 매번 옷을 갈아입거나 그런걸로 냄새를 숨기는걸꺼야.」
「그런가?」

거북하다. 험담이 들리는데 들어가기가 진짜로 거북하다.
어쩔수없이 잠시만 더 밖에서 대기.

「그래도 그녀석, 들리는 소문과는 다르게 요근래 얌전했잖아. 학교내에서 따로 말성을 피운적도 없고, 우리를 괴롭히지도 않았어.」
「고교생이 되고 철이라도 든거 아냐?」
「글쎄, 그거야 아무도 모르지. 하지만, 적어도 소문으로 볼땐 착실한 녀석은 확실히 아니야.
아무튼, 다음 괴담 얘기할 차례는 누구?」

「저, 저기.」

「응, 네차례구나.」

「나, 아키츠 료스케와 관련된 괴담을 알고 있어.」

「무슨 괴담?」

「괴담이랄까, 실제로 내가 겪었던 일이야.」

「오오, 진짜 사실에 기초로 한 괴담이 드디어!
그 아키츠 료스케에 대한 괴담이라? 기대되는데?」
「솔직히 그녀석 소문 중엔 가끔 황당한 것들도 많잖아?
저녀석이 항상 차고 다니는 헤어밴드랑, 목걸이랑 팔찌가 무슨 봉인구라든가 그런거 말야.
한개씩 풀때마다 변신을 한다나? 3단 변신까지 가능하다던데?」
「야. 그거 그냥 드래○볼 좋아하는 녀석이 지어낸 얘기아냐?」

동감이다. 내가 무슨 프리○냐!

「......」

「어이? 안색이 새파란데 괜찮아?」

「그, 장신구에 대한 얘긴데, 어쩌면 사실일지도 몰라.」

「「「에?」」」

엥? 3단변신이 진짜라고?
그걸 정말로 믿는 놈이 있어?
아니, 분명히 예전 깡패놈들 족치고 있을때, 덤벼드는 한놈을 다른 깡패가 말리면서
「그만둬! 저녀석의 전투력은 53만이라고!」따위의 대사를 듣긴했는데,
나로서는 '이자식 진짜 만화에 빠졌구나' 하는 감상뿐이었다고.

아무튼 나도 대체 어떤 괴담인지 궁금했는지라 밖에서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소문이 어느정도 퍼졌을때일꺼야.
중학교 수학여행을 갔을때, 그녀석과 같은 방을 쓰게된 친구들 중에 장난기 가득한 악동 한명이 그녀석이 잘때 헤어밴드랑, 목걸이랑 팔찌를 숨긴적이 있었어.
변신같은건 믿지 않았지만, 그보다는 일어났을때 그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해서 말이야.
아침에 잠에서 일어났을 때의 그녀석은 잠이 덜 깬건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어.

'모르는 천장이다...'

라니, 우리가 수학여행 온것도 까맣게 잊어먹은것 처럼 보이더라고.
그러더니 휘청휘청 걸어서 자기 가방을 뒤지며 뭔가를 찾는거야.
손에 든걸 보니 십자가 목걸이 처럼 보이더라구.
그리곤 목걸이를 오른주먹에 브라스 너클(knuckleduster:손가락 관절에 씌워 무기로 쓰는 금속 씌우개)끼듯이 둘둘 말았어.
무슨 짓을 하나 싶어 계속 쳐다 보니까,
뭐라고 중얼중얼 하더니, 갑자기 주먹으로 자기 얼굴을 강하게 치기 시작하더라고.
진짜 무서웠어...
말그대로 얼굴가죽을 찢을것 같은 기세로 주먹을 치는데도, 무표정한 얼굴인채로 얼굴에 상처하나 안생기는 비현실적인 자학장면에...
장난을 쳤던 아이는 말그대로 안색이 새파래져서 완전 기절할것 처럼 보이더라구.
이윽고 그 질릴것 같은 행위가 끝나고선, 그녀석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방안에 있던 우리들을 쳐다봤어.
모두들 바짝 겁먹고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는데, 그녀석은 혼자서 뭘 끄덕거리더니 곧바로 범인인 아이에게로 다가가 손을 내미는거야.

"숨긴것, 돌려줘."

눈이 튀어나올듯한 얼굴로 그 아이는 벌벌 떨면서 숨긴 것들을 내놓았어.

"아, 알고 있었던거야?"

그 아이가 겁먹은채로 물어보자 "아니." 라고 그녀석은 대답했어.
그럼 어떻게 내가 숨긴걸 알았냐고 그 아이가 궁금해하며 물었어.
하지만, 그 녀석은 그 질문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입을 양옆으로 찢어질듯 벌리며 소름끼치는 미소를 띈 채로,
녀석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





네 「심장 소리」가 다르데.

흡- 하고 숨을 죽이는 소리들이 방밖으로 새어나왔다.

「순간 그곳에 있는 모든 애들의 심장이 멎는줄 알았어.
심장소리? 가슴에 귀를 댄것도 아니고 그 거리에서 심장 뛰는 소리를 들었다는거야?
장난을 쳤던 녀석은 그자리에서 눈깔을 뒤집은 채로 기절해버렸어.
난 아직도 그때의 일을 생각만 하면 소름이 끼친다고...
농담이 아니고 그녀석은 진짜 악마나 귀신일꺼야.
봉인구 루머를 들었을때 솔직히 웃을 수 없었다구.
그러니까, 그녀석 악세서리를 건들면 절대로 안돼.」

한동안 침묵이 방안을 감쌌다.

에... 그러고보니 그런일도 있었지?
솔직히 그땐 나도 당황했었다.
1년은 넘게 조용하던 역빙의 이벤트가 갑작스레 발생해버렸으니까.
"모르는 천장이다"라는 대사를 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황당 했는지 알아?
빨리 쫓아내려고 가방에서 예비 십자가 목걸이를 꺼냈었지.
상황파악을 하기전에 빙의자를 돌려보내는게 빙의자 한테도 좋다.
꿈속에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식의 결론으로 끝이니까.
그리고 난 조용히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소녀가 아니라 리○컬 매○컬은 못썼다.)

고래로부터 수많은 이들에 의해 불리고, 그자체로서 힘을 지니게 된 주술.

「나무아미타불」「아멘」
「알라」「그랜드 크로스」
「악령퇴산」「몽상봉인」

그리고, 주술과 함께 십자가를 얼굴에 박는다!
십자가의 효력을 육체에 박아넣어 빙의된 영혼을 빼내고,
분리된 영혼을 주술을 통해 현세로 인도한다.

사실, 「킥」당하는 느낌만 받고 끝나는 빙의자보단, 불합리하게 혹사당하는 내 육체가 불쌍하지만, 겉은 멀쩡하니 뭐 괜찮나.

암튼 무사히 역빙의를 해제하고 돌아보니 경직된 분위기속에서 미묘하게 다른 두근거림이 느껴지는 한명.
한번 찔러봤더니 얌전히 헤어밴드랑 목걸이, 팔찌를 내놓았다.
추리방법을 물어보길래, 나에게 말을 거는 사람도 오랜만이라 미소지으면서 대답 해줬지만 기절까지 할줄은 몰랐어.
솔직히 보통은 말도안되는 대답이니까 웃어야 되잖아.
심장소리를 들은건 진짜지만.

아무튼, 그 녀석에게 화도 났었지만 기절했는데 용서 안하기도 그랬고...
지금에 와서는 녀석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조금은 고맙기도 하다.

당시에는 불평했지만, 그때의 역빙의로 트러블에 대한 지식들이 보충이 되었으니까.
솔직히 지금은 감사하고 있다.

아무튼 적당히 생각을 마치고 슬슬 방문을 열고 들어가볼까.
-스륵-

「그, 그런데, 여름인데 왠지 춥지 않냐?」
「그, 그러게...」
「저...저기! 뒤, 뒤에...!」
「응?」

막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문틈새로 손을 끼어넣은 나.
문틈로 보이는 내 한쪽 눈.
안그래도 리얼한 괴담에 한기를 느끼던 친구들은 그대로 굳어졌고, 곧이어 사이좋게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악------!」」」」

...멋진 인연이 생기기까진 아직도 먼것 같다.

에효-.



===================

아기 돌고래의 수영복 도둑 이벤트...전 기억 못했습니다.
여러분은 기억하신분 계신가요?-_-;
단발 소재, 위기물이 아니고 훈훈물, 게다가 사람도 아닌 출연자라는 세 요소 때문에 원래는 기억의 한구석에도 없었던 에피소드...-_-;

아무튼, 악연이 아닌 인연들이 쌓이려면 주인공은 더 분발해야 합니다.



p.s. 미캉은 아마도 다음화에 나올껍니다.
우선 시나리오 생각한 뒤에(...)



 kero군 님// 서로 조금씩 알고 이해해나가면서 가까워지는게 진리죠.^^

 Albion 님// 일상의 대형사고라면 공사장 철근 낙하라든가, 전철충돌이라든가 있겠지만...
(얌전히 뒤통수에 맞아준다면 모를까, 공사장 철근은 그냥 쳐낼것 같습니다만.)
아, 리토 여성화 이벤트 말이군요. 거기까진 아직 생각을 안해봤네요.
근데 여성이 눈에띄도록 수염이 나진 않잖아요?^^; 잔털은 몰라도.(중국엔 사고를 당한뒤 수염이 나기 시작했다는 딱한 소녀가 있었다지만.)
결정적으론, 주인공이 여성화 시켜주는 발명품에 접근할만한 이유나 사고가 존재하는지 여부지요^^;
원작에선 라라 발명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것 같은데, 리토네 집에 기계가 있었다면 아마도 주인공이 그 기계에 접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것입니다.

그래서 현재로는 리토(女)가 주인공과 조우하는 이벤트를 우선 생각하고 있습니다.

 착한녀석 님// 북두의 권 패러디나 초마리사 같은 작품만 아니라면야 대부분 못생기게는 나오지 않지요^^;
그리고 모에화 보정이 있었다면, 애초에 주인공에게 구레나룻을 붙여주지 않았을 겁니다.
...설사 여성화를 한다고 쳐도, 못생기게까지 만들지는 않을꺼지만...-_-;
(작품내 여성의 취급에는 관대합니다.)

 蛟河 님// 하리마의 성격으로는 제가 쓰기 힘들어서요.
러브 코미디를 써야 하는데 일방통행으로만 진행되는건 제가 정신적으로 힘들거든요-_-;
둔감스킬이 너무 높아도 보는사람이 답답하니까요. 아가씨들이 불쌍해서 전 둔감지수를 좀 낮추는 편입니다.
다만 여성이 둔감한건 봐줍니다. 트러블에서 그런경우는 거의 없지만.
...하루나랑 리토는 서로에 한해선 둔감 맞는듯.

나름대로 생각한 내용을 그대로 여자애에게 말한다는 점에선 주인공은 적극적인 면이 있다고 봅니다.
(보통은 부끄러워서 말못하잖아요?)

 신작 님// 꿈으로 우선 나왔습니다.
다만 앞으로의 전개중에 그런 전개가 필요한지는 살펴봐야 겠지요.

트러블 원작이 갑작스레 몇달을 건너뛰는 경우도 있는지라,
그경우에 오리지널 에피소드로 연애좀 섞어서 써볼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스토리가 제대로 구상이 된다면 말이죠.)

그리고 1대 100까지 되려면 우선 학군연합정도의 깡패모임은 될텐데,
트러블 작품내의 치안문제도 있어 이 이야기는 원래라면(수정전의 5화) 주인공의 중3때 일어난 사건으로 기록됩니다.

중3때 1:100 뛰고, 사정상 트러블의 이야기 무대의 주변의 치안을 싹 정리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안그러면 원작상에서 등장하는 '밤이면 연인들이 북적대는 「러브러브공원」'이라든가 하는게 존재할수 없거든요.
러브러브공원 같은건 깡패들이 활개치기 딱 좋잖아요?
그래서 중학교때 주인공이 이 마을 치안을 정리한 뒤로 밤거리가 안전해졌다...는 식의 설정을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1:100이 이야기 된다면 중학교시절 주인공에 대한 소문으로서 보통은 다루어질 예정입니다.

정 안되면, 민간인 100명 대신 우주인 십수명 상대하는 시나리오는 가능할듯.

『레이』님// 주인공은 스펙상으론 인간을 초월했습니다. 이야기 전개상 따로 힘을 뽐내는 티는 안나게 넘어가지만, 트럭튕겨낼때부터 아시겠죠?^^;
중학교 시절엔 리얼계속에서 혼자 슈퍼계로 놀았습니다.

 전파백작 님// 현실로 일어났습니다가 가능하지요.
다만 진짜로 1:100이 되면 마을의 치안이 꽤나 엉망이 될듯.
100명의 깡패가 모이려면 적어도 학군의 깡패들이 연합해야 가능할테니까요.

 핑크게마 님// 중학교 시험기간에 단어장들고 싸운적은 있습니다.

 휴트랑 님// 최근에 다시 원작을 보니까 쬐그매진 상태의 아버님 스펙으로 지구도 박살낸다던데요?;;
주인공이 현재 스펙을 뛰어넘으려고 한계까지 단련하면 또 모르겠는데,
이건 수련물이 아닌 러브코미디인지라...=ㅅ=a

 노즈 님// 아직 1학년 여름이니까 서로를 알아갈 시간은 많은 편이지요.
원작종료까진 대략 1년 반 정도 남았군요.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츳크미 님// 미캉 좋아합니다.
색기로 12살 소녀에게 지는 다른 아가씨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원작 트러블에선 여름 학교를 끝으로 바로 2학기로 넘어가니까, 그 사이에 뭔가 미캉과의 만남을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열혈의그라프아이젠 님// 6편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을듯 합니다.
문제는 아직 스토리라인을 짜지 않았다는것.
작년에 적어뒀던 플롯들이 대체 어디로 간겨...ㅠㅠ;

 적월립견 님// 서로 안면을 트는것 까진 문제가 아닌데,
서로가 달라붙을만큼 친해지기 위해선 어떤게 있을지가 먼저 고민됩니다.
야미와 조우하려면 우선 뭔가 공통분모가 있어야겠지요.
싸움은 우선 계기를 생각해봐야겠고.
도서관은 주인공이 문학소년인지를 생각해봐야 겠고...(숙제로 책빌린다고 할수도 있고)
붕어빵은 주인공이 군것질을 하는가 여부로...

얼굴은 되도록 매서운 얼굴을 상상해주시면 감사합니다.
다만 중년이 되면 정장을 입은 샤프한 이미지의 나이스 미들이 될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핑크게마 님// 우주인들이 위협해오는 상황이 오면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지요.
트럭을 던져대는 요원들도 상대할수 있을 정도니.

 사심안 님// 감사합니다. 저도 리토에 대한 배려는 잊고 있지 않습니다.
이야기 시작 시점부터 리토가 좋아하고, 리토에게 반해있는 여성을 빼앗을만큼 염치없진 않아요^^;

 프라가라흐 님// 꿈에서 봤던 중3때 재시험의 연속으로 인내심이 끊어진 주인공이 반년에 걸쳐서 일대의 불량배 및 폭주족에 시비를 건 설정이 있습니다.
워낙 미친듯이 달려든 덕분에 거대불량클럽같은건 이미 다 쪼개지고,
지금에 와선 간간히 두세명정도의 불량이 매우 드물게 다니는 정도로 치안이 좋아진 마을입니다.
다만 여자는 등장하지 않음. 회상씬으로 여자가 등장해봤자 엑스트라로 밖에 못쓴다고...OTL
'추억의 여성' 시나리오를 잘 꾸미지 못하는지라 중학교 시절에 만난 여성은 없다는걸로. 

 [林] 님// 100명의 여성과 잤다는걸 동경하는 놈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는데...그전에 주인공이 한대 때릴것 같습니다.
무용담은 꽤나 악랄한 편입니다. 이동네 불량배치고 주인공에게 안맞아본 불량배는 없습니다.
동경 비슷하게 하는 놈도 있긴 하겠지만, 그런 엑스트라는 왠만해선 등장시켜주지 않습니다.

아무튼, 위기에 빠진 여성을 구하는 시나리오는 대중적이기도 하고 저도 좋아하니까 어떻게든 전개를 꾸며서 쓸것 같은데...
  
 카르나스필 님//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훈훈한 이야기들을 좋아하거든요.
다음편도 힘내겠습니다~

 착한허접 님// 아직까지 사랑으로 발전하지 않았으니 어떨진 모르겠네요^^;
원작에서 미캉의 경우는 2학년이 되고 난 이후부터 사건들이 발생하니까요.
NTR이란 말을 들으니 좀 뜨끔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양구상 관계가 아닌 인물들의 경우는 신경쓰지 않는 주의입니다^^;

 aeson 님// 저도 미캉 좋아합니다.
157화를 보고 트러블 최고의 색기 캐릭터는 미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2살짜리에게 매력으로 지는 다른 아가씨들은 반성해야 합니다.

 CloudAngel 님// 대부분의 경우 선호하는 히로인은 코테가와 유이, 유우키 미캉, 금색의 어둠(야미) 이 셋이더군요.
저도 그 대부분의 사람에 포함됩니다.
동인지로 나왔던 리토X미캉 작품들은 참 예쁜게 많아요(중얼...)

 에피고넨 님// 글을 쓰게된 목적이 그것이었으니까요^^;
오해가 있는만큼 더 생기가 도는 학원생활이 되겠지요.(<- 삐뚤어짐)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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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여름 학교.

이래저래 소란스러운 날들이 지나고 드디어 해변 여름 학교가 시작되었다.
태풍의 영향 때문에 어떻게 될까 내심 걱정했지만, 저녁 뉴스에서 다행히도 태풍의 궤도가 일본을 벗어났다고 한다.
태풍조차 압도한 라라양에게 감사.

"자 그럼 모두들 출바~알!"

교장 선생의 말이 끝나고 우리는 여름 학교를 향하는 관광버스를 타게 되었다.
별다른 사건 없이 버스는 무사히 도착지에 가까워져 갔다.
차창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풍경에 벌써부터 마음이 기대로 가득 찼다.



여름 학교가 개최될 여관에 들어서자 여주인을 비롯한 종업원들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안녕하세요. 사이난 고교 여러분. 먼 곳에서 여기까지 찾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타카미~! 많이많이 보고 싶었어~!"

퍽-!

얌전해 보이는 미인 여주인의 주먹이 순식간에 교장 선생의 얼굴에 꽂힌다.

"본관은 이 쪽입니다."

타격에 맥을 못 추는 교장 선생을 무시하고 학생들을 인솔하는 미인 여주인 타카미씨.
마이 페이스에다 쿨하기까지 하신 분이로군요.

"여전히 냉정하구나 타카미~"

그러게 말이죠 교장선생님.
그런데도 웃고 계신 당신이란 분은 좌절이란 단어를 모르시는군요...

본관에 도착하자 교장선생님도 분위기를 바꿔 마이크를 잡아 활기차게 여름 학교에 대해 설명했다.

[에-- 여러분은 앞으로 3 일간 해변 여름 학교에 지내게 됐습니다!
자연을 많이 접하고, 또 아름다운 추억도 많이 만들도록 하세요!
그리고, 오늘 밤 '유령의 밤'이 열릴 예정이니! 모두들 기대해도 좋아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방방 뛰며 밝게 소개를 하는 교장선생을 보고 있으니,
언제나 활기찬 분위기를 유지하는 저 태도만큼은 진심으로 존경스럽다고 생각했다.

"그치, 타카미?"

하지만 소개가 끝나자마자 여주인에게 달려들다가 제자리 어퍼컷을 맞고 날아가는 교장선생님을 보면,
저 색골근성이 그나마 있는 장점을 다 가린다고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다만, 아픔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달라붙는 저 근성만은 칭찬해주고 싶다.
따라하고 싶진 않지만.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도 남 불쌍히 여길 처지는 아니잖아?

오십보백보.
똥 뭍은 개가 겨 뭍은 개 나무란다.
내 코가 석자.

교장생각 하다가 괜스레 내 처지를 비관하는 숙어들만 떠올리며 웅얼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 어깨를 탁하고 쳐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약간 굳은 미소를 지은 코테가와가 서있었다.
...방금까지 내 모습이 그렇게 이상했나요?

"무슨 일이야 코테가와? 이제 다들 짐을 풀려고 방으로 들어가는데 코테가와는 가지 않아?"

"그전에 부탁할 게 하나 있어서 그래요 아키츠군."

막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하는 부탁? 대체 무슨 일인지.

"좋아. 어떤 일을 도와주면 돼?"

"우선 먼저 몸을 씻고 오세요."

"...네?"

"먼저 씻고 나서, 우리 반 여학생들이 온천에 들어 갈 때 밖에서 파수를 서주세요."

아...아, 아. 난 또 뭐라고.
순간적으로 약간 불순한 생각을 한 난 나쁘지 않다.
보통의 사춘기 소년이야 나는.
그런데 그런 부탁을 나에게 해도 괜찮은 건가요?
봐봐, 짐을 풀려던 다른 여자애들도 기겁을 하면서 말리려고 하잖아.

"자, 잠깐만요 코테가와씨. 잠시 이쪽으로..."

"무슨 일이죠?"

반 여자애들에게 멀리 떨어진 장소로 이끌려간 코테가와.

"(무슨 생각이에요 코테가와씨?)"

"(아키츠 군이라면, 혹시나 다른 남자애들이 몰래 훔쳐보려는 걸 막을 수 있겠죠? 잘되면 사전에 포기시킬 수도 있을 테고)"

"(하지만 그 아키츠 료스케예요! 100명의 여자를 울렸다는 여자의 적이라고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에요 코테가와씨!)"

...다 들립니다.
내 육체는 어느 의미론 인간을 초월했다구요.
여자애들 뒷담화는 참 무섭습니다.
깊은 혐오와 경멸감이 전파를 타고 여기까지 전해지는군요.

"(그렇지만 저렇게 눈에 띄는 외모라면 여탕을 들어오려고 해도 사전에 걸릴 테고,
부탁하는 내용도 그렇게까지 위험한 게 아니에요.
그냥 여탕 입구 앞에서 서있어 주는 걸로도 충분한 시위효과가 있을 거라고요.)"

"(으음...)"

"(그 정도라면...)"

아니... 그렇게 수긍해도 곤란한데요.
입구에 서있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코테가와들이 결정적으로 놓친 부분이 있다.
어쩔까 주저하다가 코테가와들이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이야기가 코테가와에 동의하는 방향으로 가다가 내가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곤 여학생들의 눈빛이 싹 바뀐다.
정면에서 노려보는 것까진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기피하는 느낌?
어차피 세상의 남자는 다 늑대예요~
속으로 대답 없는 메아리를 외치며 살짝 대화에 끼어든다.

"그러고 보니 문제가 있는데 말이지..."

"뭔가요 아키츠군?"

"듣기로는 입구를 제외하고 여탕에 들어갈 방법은 남탕과 연결된 돌 언덕이 유일하다던데?
그러니까 사실 여자애들이 드나들기 때문에 남자의 출입이 거의 불가능한 입구보단, 남탕 쪽의 돌 언덕을 주의하는게 좋지 않을까?
덤으로 물통을 쌓아올려 가려진 부분이라든가."

"그, 그래요?"

코테가와는 얼떨떨해 하면서도 수긍한다.
다른 여학생들은 주눅이 든 상태로 수긍하다가, 한명이 용기를 내어 내게 말을 건넸다.

"그, 그런데 아키츠군은..."

"응?"

"꺅!"

1대 1로 마주 보는건 역시 허들이 높았습니까.
방금까지 여럿이서 보내는 시선은 받았지만...
암튼 여자애가 진정하기를 천천히 기다렸다.

"아, 아키츠군은 그런 정보를 어떻게 안 거예요?
우린 이제 겨우 이 숙소에 도착했잖아요."

"응?"

"그, 그리고, 어째서 그렇게 여탕과 연결된 루트에 자세한거죠?"

순간적으로 모든 여자애들의 눈이 의심으로 차오르면서 나를 바라본다.
맙소사. 이건 함정이야!
대체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건..."

「「「그건?」」」

무, 무섭다. 여자애들이 단체로 나에게 대답을 요구하고 있는 이 상황이!
대답이 궁해서 뜸을 들이며 주위를 흘깃 보는데,
시선의 한구석에 타카미씨를 따라가면서 계속 치근대는 교장이 들어왔다.
...이거다!

"...교장 선생님이..."

미안해요 교장선생님.
나는 나의 보신을 위해 무고한 당신을 팔아넘겼습니다.
진짜로 훔쳐보기를 하다가 걸리니까 무고하진 않은가?
그것보다, 이거 통할까?

「「「...그 변태 교장이!」」」

여자애들의 눈에 스산함이 깃들고 왠지 모를 한기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평소의 행실 때문에 지나치게 설득력이 있었나보다.
잘못 하다간 현행범으로 징계를 받기 전에, 미수범으로 체포당할 것만 같다.

"그, 그럼 전 이만..."

살기를 내뿜는 여자애들을 피해서 재빨리 짐을 챙겨 지정된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굳어진 남자애들이 보이지만 지금은 신경쓰고 싶진 않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나 방금 피부에 소름 돋았어!

팔짱을 끼고 양팔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미안 교장. 미안 사루야마.
욕망으로 넘쳐흐르는 여탕 탐험 계획은 사전에 분쇄될지도 몰라.

그리고 정말로 미안 리토.
담력 시험에 골인한 커플은 나중에 이어진다는 징크스에 대한 얘기를 못 듣게 될지도 몰라서.
짝 찾기랑은 직접 관계도 없는데다가, 애초에 징크스가 그만큼 영험하고 유명하다면 리토의 귀에도 곧 들어가겠지.
아, 원래 하루나 알몸 같은 건 못 보니까 그쪽은 부디 단념해줘.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밤이 되고, 「유령의 밤」이벤트가 개최되었다.
모두들 유카타 차림으로 밖으로 나와 교장 선생님의 말을 들으려 하고 있다.

약간 부풀어 오른 얼굴의 교장선생이 마이크를 들고 이벤트를 진행시킨다.

"자, 그럼! 게임에 앞 서 먼저 짝 찾기를 하겠어요.
여러분은 모두 숫자가 적힌 쪽지를 뽑아, 같은 숫자가 적힌 쪽지를 뽑은 사람과 커플이 되는 형식이에요!"

여자용과 남자용으로 구분된 통들 앞으로 남녀가 각자의 줄을 서서 표를 뽑는다.
적당히 줄을 서서 기다린 뒤 통 안에 손을 집어넣어 쪽지를 꺼낸다.

그러니까 난 몇 번이지?

[ 17 ]

17번이네... 아무튼, 나랑 짝을 이룰 여자애가 너무 겁먹지 않으면 좋으련만...
그 상황을 상상해 보았다.

어둑한 숲을 흉악한 양아치와 단둘이서 걷게 된 여자애.

...귀신보다 나를 더 무서워하는 게 아닐지가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종이를 들고 있는 채로 생각에 빠져있었는데 왠지 모를 시선들이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휙-! 소리가 나면서 고개를 돌리며 거리를 벌리는 여자애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참고참고 또 참지, 울긴 왜울어.

조용히 노래를 되뇌며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할 때,
멀어진 여자애들이 한곳으로 모인 것을 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지?
가운데 둘러싸인 건, 코테가와?

여자애들이 코테가와에게 뭔가를 건네준다.

"코테가와씨, 이걸."

"뭐죠 이건?"

"방범 스프레이예요. 짐승 퇴치용이죠."
"지금은 얌전하지만 본성이 어디로 갈지 몰라요. 게다가, 남자는 다 늑대라고요."
"저 녀석이 으슥한 곳에서 참지 못하고 덤벼들면 사용하세요."

"아...고, 고마워요."

당황하면서 방범 스프레이를 받는 코테가와.

그리고는 천천히 내 쪽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손에 들린 쪽지의 번호는 [ 17 ].
...방범 스프레이는 나 때문이었냐!
분명히 내가 덮치는 걸 단정 짓고 준거지요?!



억울함에 눈물을 삼키며 나도 코테가와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데,
여자애들의 이야기는 계속 들려왔다.

"그런데 위원장인 코테가와씨랑 저 불량 아키츠군이라, 정말 묘한 조합이네."

"그러게, 「미녀와 야수」?"

야, 야수...

"얘, 그건 코테가와씨에게 실례야."

"어째서?"

"그 말대로라면 코테가와씨랑 아키츠군이랑 이어진다는 결말이잖아."

"에... 그게 그렇게 되나?"

"그래. 차라리 이거 어떨까?「삼손과 델릴라」."

"오, 그거 괜찮네~!"

쿨럭, 삼손의 머리털을 잘라 그를 파멸로 이끈 연인 말인가?
그 여자에 비유하는 게 오히려 더 실례인거 아냐? 그거 악역이라고!

뭐, 「미녀와 야수」씬이라면 이전에 미캉과도 했던 것 같은데.
연령대로 보면 「늑대와 빨강 모자」지만...

생각을 끝내자 어느새 코테가와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잠시 숨을 들이쉬고, 척- 하며 손가락으로 날 가리킨 채로 코테가와가 선언했다.

"허튼 수작 부리면 가만있지 않겠어요."

"아하하, 걱정 말라고. 잘 부탁해 코테가와."

아니, 애초에 분장한 귀신들이나 CCTV가 있는 숲 안에서 대체 뭔 수작을 부리라고?

"뭐, 일단 믿어보죠. 저도 잘 부탁해요 아키츠군."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보길 잠시, 코테가와는 이내 표정을 고치고 인사해왔다.

"오우, 믿음에 부응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줄테니 걱정말라고."

"믿지 않고 기다리죠."

우와- 차가워 코테가와.

암튼, 굳이 기대에 부흥 할만한 일도 아니지만요.
죽을 뻔한 경험도 했는데 분장한 귀신이 무서우랴.



...무서웠습니다.

「으아악-----!」

「꺄아아-!」

「히에에엑-----?!」

첫째가 나, 둘째가 코테가와, 셋째가 귀신이다.

갑작스레 수풀사이로 튀어나온 그로테스크한 귀신에, 나와 코테가와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고,

귀신은 비명을 지르는 내 얼굴을 보고 덩달아 비명을 질러대다가 후다닥 도망갔다.

"코, 코테가와. 이제 없어. 귀신."

"후...후우 후우. 꽤, 꽤나 리얼하군요."

"그, 그러게.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저 귀신 쪽이 훨씬 더 놀란 거 같은데요?"

"......"

귀신도 도망치는 양아치. 근데 정작 나도 도망치잖아?

"그나저나 아키츠군 같은 사람도 귀신을 무서워하는 군요."

"아니... 난 내가 내성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꿈으로지만 용신도 만났고, 역빙의 당하면서 귀신같은 놈들도 봤는데, 이건 어째 진짜보다 더 리얼해?

"아하하, 귀신을 무서워하는 불량이라니 웃을 수가 없어요."

"벌써 웃고 있지만?"

쓴웃음을 지으며 서로 마주 본 뒤에 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이제 슬슬 가자고. 1등까지 바라진 않지만 기왕이면 선두에 서는 게 좋잖아?"

코테가와를 향해 손바닥을 위로한 채 손을 내민다.
코테가와도 웃으면서 내밀어진 내 손바닥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고마워요. 그럼 가볼까요?"

그리고 살짝 힘을 주어 일어서려던 순간, 코테가와는 또다시 풀썩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코, 코테가와? 괜찮아?"

설마 아까 넘어질 때 다리를 다친 건가?
당황해하며 물어오는 나에게 코테가와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다리에 힘이 풀린 것 같아요. 아키츠군..."

"아?"

그러니까, 놀라서 다리에 힘이 빠졌단 소리? 아하하...
그나마 다친 게 아니라 다행이네.

"일어설 수 있겠어?"

"곧바로는 무리일 것 같아요. 아직 힘이 안 들어가고."

"...휴대폰은?"

"여관에 두고 와서 따로 연락은 못 취해요. 아키츠군은요?"

"공교롭게도 나도 없어."

"후..."

따로 연락도 안 잡히고, 다들 출발지점으로 도망쳐서 주변에 사람도 없는 상황인데...
부축이 필요한 여자애가 눈앞에 있다면 내가 할일은 하나 밖에 없지.



이런 이런 하고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짓는다.

"정말이지, 곤란해졌군 코테가와."

"네?"

"담력시험에 와선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서 말이야."

"..."

"벌써 이렇게 날은 저물었고, 장소는 외진 숲인데다 주변엔 도와줄 사람도 없고, 연락 방법도 없으니."

"그건, 무슨 뜻이죠? 아키츠군?"

코테가와의 목소리가 왠지 딱딱해졌다.
상황이 절망적이지만 그렇게까지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러,니,까, 마침 도움을 필요로 하는 움직이지 못하는 코테가와의 옆에 있는 건, 다름 아닌 나 하나뿐이란 말이지."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 아키츠군?"

"뭐긴. 여성이 기댈만한 남자라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하려는 거라고.
걱정마. 비록 처음이라도, 부드럽게 대할테니까..."

노려라! 처음으로 해주는「어부바」!

"시..."

응?

"싫어어어어--------!"

비명과 함께 눈물이 맺힌 코테가와가 왼손을 앞으로 쑥 내민다.
손안에 있는 건 방금전 여자애들이 건네준 방범 스프레이.
채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조그만 구멍을 통해 힘차게 분무가 내 얼굴에 뿜어져 나온다.

끄아악! My eyes! My eyes!

떠올리는건 '나'의 기억. 가스가 다 새어나간걸로 착각하곤, 방범 스프레이를 분리수거한답시고 분해하다 농축액을 뒤집어쓴 경험.
무려 3시간동안 새빨갛게 피부가 부어오르던 엄청나게 따가운 추억.

- 무대에 권총이 있다면 쏘아져야 한다.

나도 인정하고 옳은 말이지만, 그 대상이 나라면 사양하고 싶었습니다...

"뜨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앙-!"

소란스런 매미 소리, 올빼미 소리, 그리고 두 명의 남녀의 비통한 외침이 어둠으로 뒤덮힌 숲에 울려 퍼졌다.





"훌쩍...미안해요, 아키츠군..."

"나야말로 오해가 심한 말을 해서 미안..."

눈이 퉁퉁부어 괴상한 외모가 된 양아치의 등에 업힌,
마찬가지로 예쁜 얼굴이 눈물로 퉁퉁 부은 눈 때문에 엉망인 또래소녀.

어떻게든 오해를 풀고 서로가 진정한 다음,
코테가와를 업은 채로 골인지점까지 걸어가는 나.
패닉 상태에 빠진 여성을 다룰 때는 오해 살 발언을 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패닉의 원인도 나지만!

"킁... 눈은 괜,찮아요 아키츠군?"

"아아...이젠 괜찮아. 그러니까,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코테가와."

"응...훌쩍."

아직도 얼굴이 따끔거리지만, 눈물로 분무가 씻어져 나갔기에 지금은 많이 나아진 편이다.
원피○에서처럼 눈물이 얼굴을 뒤덮을 정도로 콸콸 쏟아져 나왔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처음엔 이 아픔에 항의하고픈 마음도 있었지만,
눈물범벅이 된 채로 흐느끼는 코테가와를 보고,
게다가 그게 내가 원인이란 걸 알고는 그 생각이 쏙 들어가 버렸다.

언제나 당당하고 학급을 위해 노력하는 아가씨를 펑펑 우는 모습으로 만들어 버릴 줄이야.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횡액을 겪게 만들다니 나도 참 팔자가 사납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이 아가씨가 소외받지 않도록 도움이 되어 주자고 다짐했는데,
어째서 난 이 아가씨를 화나게 하고 울게만 만드는 걸까?

스스로의 한심함에 모두 흘려보냈다고 생각한 눈물이 다시 맺혔다.

- 아키츠 료스케입니다. 사정이 있어서 본의 아니게 이런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만 성실하게 지내려는 학생입니다.

피식-.

그러고 보면 자기소개부터가 엉망이었어.
내면은 성실? 여자애를 울리기만 하는 놈이?
난, 정말 겉이나 속이나 한심한 놈일 뿐일지도...

"아키츠군?"

자기혐오에 빠져있는 날 일깨우는, 어느새 울음을 그친 코테가와의 목소리가 들렸다.

"으, 응? 왜 그래 코테가와?"

"아뇨. 왠지 아키츠군, 떨고 있었다고요?"

"......"

"아키츠군?"

주저하다가 난 결국 코테가와에게 사과하기로 했다.

"미안, 코테가와."

"네?"

"오늘,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약속, 지키지 못했어."

"아..."

"귀신을 만났을 땐 비명을 지를 뿐이고, 괜한 오해 섞인 말 때문에 널 울리고...정말 미안..."

"아키츠군..."

"평소에도 널 화나게만 하니까, 원래 못 지킬 약속이었나봐. 정말...한심해."

"아키츠군."

코테가와가 내 양 어깨를 잡던 두손을 살그머니 내 목에 두른다.

"위로의 작정이 아니고, 정말로 도움이 되었어요.
귀신을 만났을 땐 의외로 한심한 모습에 놀랐지만 덕분에 긴장이 풀린걸요.
지금도 그래요. 이렇게 날 업고서 골인지점까지 가는 거잖아요?
아키츠군 자신이 말한 것처럼, 여성이 기댈만한 남자라는 걸 지금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고요?"

말 그대로 등에 기대고 있지만, 이라며 코테가와는 웃는다.

"단정치 못한 외관은 여전히 마음에 안 들지만,
평소에 위원장으로서의 일을 도와주는 것에는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자책하지 말아요. 아키츠군."

목에 두른 팔에 약간 힘을 주며, 코테가와는 머리를 살며시 내 목에 기댄다.

"크네요. 남자의 등은...
어렸을 적 아버지가 해주셨을 때처럼,
넓고, 따스해서, 안심이 되는..."

코테가와가 조용히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난 현재 정신이 없었다.
왓?
이것은 지금 무슨 상황?
자기비하로 지구중심까지 삽질을 할 기세였는데,
어느 샌가 위로받고 코테가와가 내 등에 밀착해 오고 있어?!

목에 두른 팔의 온기와, 목덜미로 느껴지는 코테가와의 따스한 숨결.
지금에서야 눈치 챈, 손으로 전해져 오는 부드러운 허벅지의 촉감.
결정적으로, 밀착된 등으로부터 느껴지는 둥글게 부풀어 오른 따듯하고 부드러운 두개의 물체.

히?! 뭐, 뭔가가 문질...
옷 너머로 털끝하나의 움직임조차 알아챌 만큼, 이상할 정도로 감각이 예민해진 등. 그야말로 초감각.

폭발하는 번뇌에 나의 아드님은 어느새 후지야마 볼케이노.
코테가와를 업고 걷느라 허리를 약간 굽히고 있는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코테가와를 아래에서 받치고 있는 양손이 꿈틀거리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제해가며 걷다보니 어느새 인기척이 느껴지는 장소가 보였다.
골인 지점인 신사로 오르는 계단이다.

"아...아. 도착했다구 코테가와."

"그렇네요. 업어줘서 고마워요 아키츠군. 이젠 혼자서 걸을수 있어요."

"아...그, 그렇네."

왠지 모를 아쉬움을 남긴 채로 주저앉으며 조심스레 코테가와를 내린다.
코테가와는 내리자마자 주저앉은 내 앞쪽으로 돌아서서 오른손을 내민다.

"...?"

"이제 가볼까요? 기왕이면 1등이 좋잖아요?"

웃으며 말하는 코테가와에 나도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아, 이건 아까 그건가.
넘어진 코테가와를 내가 부축하던 장면의 재연이다.
비록 지금은 남녀 구도가 바뀌었지만, 그때와 달리 나는 그 손을 잡고 일어설 수 있다.

나를 기다리며 내밀어진 코테가와의 손을 바라본다.
기억으로 알았을 때 보다 훨씬 당차고 상냥하기에 더 빛나 보이는 아가씨다.

만약, 정말로 만약, 이 소녀가 걸어갈 미래 속에 여전히 나의 발자취가 남아있다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일까...

일말의 기대와 함께 코테가와의 손을 잡는다.
아까까지의 번뇌가 거짓말처럼, 부드러운 손의 감촉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
미소 지으며 조용히 숙여진 허리를 높이다...멈춘다.

"...아키츠군?"

"아, 저, 잠깐만..."

이상하다는 듯 엉거주춤 선 나를 쳐다보는 코테가와.
하지만 지금 그걸 신경 쓸 경황이 아니다.
지금 각도에서 더 허리를 들어올리면...!

번뇌는 사라졌지만 현재진행형으로 당당히 존재감을 뽐내고 계신 나의 아드님이 유카타를 찌르고 솟아오를 것만 같았다.

여기선 감동의 장면이잖아...
괜스레 감상에 젖어 폼 낸 장면이잖아...
그러니까, 제발 분위기 좀 읽어줘 아드님...

사정을 파악하지 못한 코테가와가 걱정스레 허리를 숙인다.

"아키츠군. 배가 아픈 거에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신사 안까지만 가면 사람들이 있을 거에요. 거기에서..."

거기까지 말하고 코테가와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시선의 끝에는 나의 유카타 너머로 불룩 튀어나온 둥근 물체.

새빨갛게 된 채로 나를 쏘아보는 코테가와.
나, 요즘 코테가와의 이 얼굴 자주 보는구나.
웃는 얼굴 다음으로 좋아하는 얼굴인데...
 
"부, 불결해요!"

짝-!

뺨에 발갛게 단풍잎 자국을 새기고 코테가와는 씩씩거리며 신사로 걸어갔다.

- 신사에 함께 골인한 커플은 행복해진대.

...난 전설 따위 믿지 않아.

반쯤 해탈한 상태로 코테가와의 등을 바라보며 쓸데없는 생각이나 할 때,
계단 앞까지 절반쯤 걸어가던 코테가와가 팩 몸을 돌린다.

"빨리 오지 않으면 혼자 가겠어요?"

아...아하하-.
이거, 정말로 기대해도 되는 걸까?
그녀의 손을 잡기 전 환시한, 상상했던 미래를 떠올리며 나를 바라보는 코테가와에게로 황급히 뛰어갔다.
신사 안쪽에서 들리는 굉음에 놀라는 코테가와를 진정시키며,
함께 결승점으로 향하는 계단을 향해 한걸음, 내딛었다.





「아, '유령의 밤' 게임에 얽힌 소문 알고 있어?」
「꿈 깨시죠.」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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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눈앞에 스스로의 잘못을 괴로워하는 친구가 있다면,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고서라도 그 사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코테가와를 상상하며 써본 글.

원작에선 항상 솔직하지 못한 모습만 보였던 코테가와지만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면,
저렇게 진솔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서 써본 전개입니다.

p.s.2. 주인공이 받는 개그보정은 딱 한가지입니다.
'일상 속에서 여자애한테 맞은 데미지는 그대로 받는다.'
이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적용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는데,
물리법칙이 가끔씩 안통하는 세계인지라 주인공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납득하고 있습니다.

p.s.3.그나저나 이상한데...
분명 주인공을 묘사할땐 양아치 스타일을 좀더 강조하는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말이지요.

(금발로 염색해서 헤어밴드로 뒤로 넘긴, 어깨까지 오는 머리.
쭉 찢어진 삼백안.
송충이 눈썹, 콧수염, 추가로 구레나룻.
상의 포켓에 들어간 담배갑.
금색 목걸이와 금색의 체인형 팔찌.)

담배갑이라든가, 목걸이라든가, 팔찌라든가...
저 성질 더러워 보이는 얼굴이라든가.
외관적인 특성을 이용한 소재도 슬슬 생각을 해둬야 하는데 말입니다...-_-



lunation 님// 감사해요^^
트러블이 괜히 트러블이 아니지요.
그리고 비록 식상한 전개나, 통속적 전개, 빤한 전개들 일지라도,
그것들 모두가 없으면 이야기가 정말 심심하거든요.
러브 코미디 전개에 필요한건 계획된 논리보단 우연이나 분위기.

착한녀석 님// 주인공을 불쌍히 여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공에게 주는 경험이란게 대체로 트러블에다가 두근거리는 체험을 조금씩 섞어주는 식인지라^^;
고생:보상 = 2:1 정도?

Albion 님// 뺨 맞기처럼 개그보정이 아니면, 일상생활속의 통상적인 사고로는 위협은 안되지요.
다만, 저스틴이 당했던것 처럼 열차에 치인다거나, 비행기 추락의 경우 말그대로 알짤없이 사망이겠죠.
Albion님 말씀처럼 수염을 깎게되면 사망가능한 사고도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지요.
그래서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 이후로 배라든가 비행기처럼, 바다나 하늘을 이용하는 교통은 한번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츳크미 님// 코테가와 치마속을 본 대가로 따귀 한대면 싸게 친 셈이죠~(-ㅅ-)~
대신 개그 보정때문에 고통 경감이 불가능하다는게 문제지만, 코테가와도 그렇게 사정없진 않잖아요?^^;

수염이나 머리를 정상으로...가상 세계 파트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요.
...거기 자체가 이계인데다가 위험요소인 비행기도, 기차도, 트럭도 없으니... 그 세계에 한해서 이계트립 이벤트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있을듯.

카르나스필 님// 재미있다니 최고의 칭찬이군요.^^ 감사합니다.
확실히 구레나룻은 아니죠.
하지면 일반적인 만화속 불량 주인공의 동료들을 보면 대개의 경우 추레한 구레나룻을 가진 조연A 같은 녀석이 있습니다.
뭐, 취급은 대개 꿈도 희망도 없는 취급이지만...
전 그런 녀석들에게도 '꿈과 희망'이 있다고 보여주고자...어, 그러니까...
...'꿈'은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희망'도 있을까요?( -_-);;

붉은촉수괴물 님// 제가 글올리는건 보통 집에 와서 씻고, 리리플 추가로 넣은뒤에 올리는지라 시간이 대략 그맘때 쯤이죠^^;
    
네메스 님// 이차원의 관대함이 보우하사...^^;
코테가와 본인이 이 호칭을 알고있는지는 불명입니다만, 교내 제 1의 문제아를 휘어잡았다는데 이견은 없습니다.
코테가와가 없었더라면 주인공의 학교 생활은 훨씬 더 삭막했겠죠.

Icipher 님// 왠만큼 주인공이 코테가와에게 홀딱 빠져 있지 않다면, 외모를 바꾸는건 힘들겠죠.
만약에 사용한다 하더라도, 입원후 간병 시나리오로 넘어가려면, 코테가와가 주인공을 생각하는 마음도 상당해야 할테니까요^^;
(아마도 그렇게 된다면 괜시리 머리 깎아서 코테가와한테 죄책감 줬다고 주인공이 자기비하를 할것 같습니다만 이건 넘어가고.)
그리고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蛟河 님// 미카도 선생님은 보건의 선생님이라 수업과 관련된 트러블을 적기는 좀 곤란하더군요.
그리고 주인공이 원체 튼튼한 몸인지라 자신과 관련된 문제로 보건실 갈 용무도 없고.
...저놈의 튼튼한 육체 때문에 간병 이벤트 같은 걸 계획하기도 참 힘드네요-_-;
맞을때까지 묘사가 들어가는건 보정이죠.
그런 상황에서 눈을 돌릴 사람은, 그런 돌발 이벤트 외에도 소녀들의 관심을 끌 다른 방안이 많은 녀석이든가, 주인공의 운명이 아니든가 둘중 하나겠죠^^;

CloudAngel 님// 재밌으셨다니 기쁘네요^^
따로 1-A의 등장 소녀들과 1-B의 코테가와를 비교하려 한건 아니예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소녀들을 꼽으면 코테가와가 3손가락 안에 든다는건 사실이지만요.
솔직히 처음부터 1-A로 들어가서 모든 사건에 간섭하면 플래그 강탈에,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 같아서 1-B로 하게 되었습니다.
리토가 맡아야 할 역할을 주인공이 모두 빼앗아서 그대로 따라하는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아, 그래도 나중에 2-A로 합쳐지고 나서는 원래 이야기에 간섭이 불가피할 겁니다.
1년동안 나름 자연스럽게 상대하게 된 소녀가 다른 남자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걸 그냥 바라만 볼 소년은 없겠지요?^^;  

핑크게마 님// 남학생들은 공포와 두려움의 감정이, 여학생들은 혐오와 경멸의 감정이 강합니다.
주인공을 노려보는 시선은 대개 여학생들의 시선이며(불량들도 집단을 형성한 여학생들을 함부로 해꼬지하진 못합니다.)
긴장하고, 수업이 끝나고 소란스러운 대사들은 남녀학생들 모두입니다.
수업이 마치고도 조용했던건, 남자들은 대부분 따끔따끔한 분위기 때문에, 여학생들은 거의가 침묵적인 시위를 목적으로 한것입니다. 아마...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 뒷담화, 원래는 작게 속삭이는 소리라서 상식적으론 주인공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내는 소립니다.
근데 주인공의 육체 스펙이 사기급이라서, 지나치게 예민한 청각이 원래라면 못들어야할 소리들을 잡아낸거죠.

p.s.이 세계는 투러브루의 세계입니다. Q.E.D. (=ㅅ=)v

지렁이 님// 1 학년 생활 동안 학교에서 주로 접할 소녀는 코테가와가 유일무이할껄요? 아마도?
혹시 압니까. 특별한 단체 여행이나 사건이 있으면 1-A의 소녀들과도 만날 수 있을지?^^;
가장 만만한건 길거리에서 조우할 확률이 높은편인, 날라리 끼가 좀 있는 웨이브진 짧은 금발의 소녀(모미오카 리사)이지만요.

아, 그리고 하루나 모티브 관련 루머는 단순히 부인의 주장일 뿐입니다.
그리고 현실 인물과 만화속 캐릭터는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정한 성품의 하루나는 그 자체로 좋은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루나는 리토를 좋아하니까 무리.
딸기 100%의 츠카사 철봉이벤트에 근접할만큼 파격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한 하루나가 변심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친한 친구로서 접한다는 것은 가능하겠지요.
하루나가 워낙 착하다 보니 외모 불량한 주인공이라도 차분히 대해줄것 같으니.

사심안 님// 부인이 뿌린 루머와 소송 때문에 애꿎은 만화속 내의 인물이 피해를 입어서 참 안됐습니다.
하루나는 엉뚱하게 화풀이 당하는 피해자죠.
그놈의 부인 덕분에 새로 나오는 트러블에선, 하루나가 외모까지 바꿔서 나오게 됐다니 불쌍한 마음이 가시질 않네요...(;_;)

휴트랑 님// 위압감? 사라질것 같죠? 안사라져요.(-x-);
평가가 절벽을 기어올라 호전되었으면, 다시 벼랑아래로 꼴아박아주는 것이 예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입니다.

사심안 님// 튀면서도 구닥다리 냄새가 덜 나게 할수 있을것도 같지만...
코테가와가 구세대 '양아치'에서 신세대 '양아치'로 코디를 해줄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점잖게 바꿔줄꺼였으면, 애초에 이런 외모로 만들지도 않았겠죠=3=
주인공을 둘러싼 상황이 정리되면 자연스레 외모를 바꿀수 있게되니 늦어도 10년 안에는 고칠 수 있겠지요.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다면,
턱수염을 단정하게 가꾸고, 짙은 회색머리를 올빽으로 넘긴, 날카로운 이미지의 스마트한 신사가 될지도?
(콧수염과 구레나룻은 깎았습니다.)

sonicboom 님// 감사합니다.^^
새편도 노력할께요~.    
    
흐냐 님// 우리는 이녀석 보다 불행한 주인공들이 많음을 알아야 합니다.
안죽고. 안싸우고. 안헤어지고.
이처럼 팔자가 핀 주인공은 드물죠.
인간관계가 그야말로 바닥이란게 문제지만...

루스루스 님// 리토가 '라라특제야구배트'를 쥔상태로 수백미터를 날아가 떨어져도 죽지 않는것처럼,
주인공이 타박받을때 받는 데미지도 그와 같은 만화적 전개라고 봐주시면 감사합니다.

애초에 물리법칙이 가끔씩 무시되는 세계관이라서 주인공도 상황 전개에 따라 그러려니 합니다.
공기(분위기)를 읽는 정도의 방어능력.

적월립견 님// 면도만 하면 엘리트 야쿠자 이미지가 강해질수도 있고,
반대로 날카롭고 위험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여성들이 몰릴순 있겠지요.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남자의 외모에 여자가 반하는건 전개적으로 재미가 떨어질듯해서^^;
여자가 예뻐서 인기있는건 독자들도 선호를 하지만,
남자가 잘생겨서 인기있는건 재수가 없...-_-;

아, 그래도 주인공의 경우엔 이미지를 바꿈으로 인해서 의외의 호인상을 받을순 있을듯 합니다.
털날리는 구닥다리 양아치에서 눈매는 사납지만 외관은 나쁘지 않네? 정도로 꽤 좋게 볼수도 있어요?
수염만 깎으면...

블러드카니발 님// 총알도 튕겨내는 보라급 육체도 러브코메디의 보정은 못이겼습니다.
보정 없었더라면 리토도 훨씬 예전에 몇달간 병원신세만 졌을테니까요.
보정같은 건 일상의 사건들을 다룰때만 간간히 사용됩니다.
뭐, 큰 일은 없고 여자애한테 맞는 데미지는 그대로 받는다는 정도의 보정만 있지요.

aeson 님// 3화 리플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솔로엔딩 같은건 없습니다.
고생을 하면 그만큼 보답을 받는게 순리죠.
보기엔 그다지 고생하는것 같진 않습니다만 말이죠-_-a

신작 님// 감사합니다^^ 나름 하루에 한개 쓰면 좋겠다 싶어서 계속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제 시간개념이 좀 난감해졌습니다-ㅅ-;
잠안올때 떠오른것들이 있으면 일어나서 끄적이고 자고, 떠오르면 다시 일어나 끄적이고 자고...
저도 제가 뭐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어요...OTL...    

프라가라흐 님// 괜찮습니다. 얘는 그래도 상냥한 세계에 태어났으니까요.
인간관계만 좀 회복하면 그야말로 인생 꽃피는거죠.
앞으로 한 6년 뒤쯤?-_-;


Posted by 루트(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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